착한 소비는 없다

사회 2021. 1. 6. 07:00

- 과학과 기술로 복원한 이스터섬의 과거는 놀라웠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했던 바와 달리 섬은 한때 비옥했으며 다양한 나무가 어우러진 숲이 있었던 겁니다. 섬 주 민들은 야자나무를 비롯한 나무들로 크고 튼튼한 카누를 만들어 타고 바다로 나가 참돌고래를 잡았습니다. 패총에 서 발굴된 척추동물 뼈 가운데 참돌고래 뼈가 대략 1/3이 나 됐습니다. 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동물을 잡 아먹고 살았다는 말이지요. 나무는 거대한 석상을 옮기고 세우는 데에 필요한 밧줄과 목재로도 쓰였고요. 그 밖에도 나무의 쓰임새는 많았습니다. 땔감으로도 사용됐고 시신을 화장하는 데에도 쓰였습니다. 이스터섬 주민들은 나무를 베어 쓸 줄만 알았지 지속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카 누를 만들고 석상을 옮기고 땔감으로 써 버리는 사이 숲 은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15세기 이스터섬에서는 숲이 사라졌습니다. 숲이 사라진 데에는 굶주린 쥐들이 야자나무 열매를 먹어 치운 것, 나무 번식을 돕던 새들이 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어진 그물코가 하나둘씩 빠지면서 생태계가 망가져 버린 겁니다.쓰레기 더미에서 참돌고래 뼈가 발견되지 않은 시점이 야자나무가 사라진 시점과 맞아떨어집니다. 배를 만들 나무가 없으니 고래를 어떻게 잡을 수 있었을까요. 숲이 사라지면서 개울과 샘도 말라 버렸습니다. 비와 바람에 토양이 침식되고 양분은 바람에 날리며 급격하게 불모지가 됐습니다.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건 너무도 당연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고래 뼈가 사라지면서 쓰레기 더미에서 사람 뼈가 발견됐다는 겁니다. 먹을거리가 부족해지자 급기야 가장 큰 고깃덩어리인 사람에게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거지요.
- 배달되는 모든 물건은 결코 혼자 오지 않습니다. 물 건을 감싸는 포장재와 함께 옵니다. 파손 우려가 있는 물 건은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완충재가 함께 오고 육류나 신선 식품은 상하지 않도록 보냉재와 함께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 배달됩니다. 종이 소비나 사라지는 숲 문제는 일단 차치해 두고 종이 박스는 종이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스티로폼입니다. 스티로폼은 재활용으로 수거는 해 가지만 과연 우리가 믿는 것처럼 재활용이 완전히 이뤄질까요? 폐스티로폼을 녹여 부피를 줄인 다음 재생 원료인 잉고트를 만들어 욕실 발판, 사진 액자, 거추 자재용 몰딩 등을 만듭니다. 그런데 유가가 하락하면서 폐스티로폼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새로 제품을 만드는 게 싸졌습니다. 재활용이 온전히 되지 않으니 매립이나 소각의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보냉재인 얼음 팩은 어떻게 될까요? 겉 포장재는 비닐 혹은 부직포지만 내용물은 고흡수 폴리머 성분으로 재활용이 안 될 뿐만 아니라 버려지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남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일 년에 얼음 팩을 2억 개가량 쓴 다고 합니다. 최근에 이런 쓰레기 문제에 민감해진 소비 자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오자 한 홈쇼핑 업체는 스티 로폼 박스와 얼음 팩을 회수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한 커피 회사는 알루미늄 소재 커피 캡슐을 수거해 갑니 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을 친환경 캠페인이라 부르는데 과연 친환경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재사용도 의미가 없진 않지만 몇 번 더 사용한다고 해도 버려질 운명이 바뀌진 않습니다. 그러나 회수를 해 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 집에 쌓이는 스티로폼이며 얼음 팩 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사라지니 마음 놓고 온라인 쇼핑을 이어 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 또한 기업의 영업 전략은 아닐까요?
- 그린피스GREENPEACE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에 물이 약 7,000리터, 티셔츠 한 장에는 약 2,700리터가 쓰입니다. 환경부가 발표한 상수도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람 1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수돗물 양은 평균 287리터입니다. 이걸 4인가족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1,148리터이니, 청바지 한 벌 만드는 데에 4인 가족이 일주일 정도 쓰는 물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청바지 만들 천을 찢고 긁고 삶는 등 자연스런 멋을 내는 공정에 쓰이는 물이며 화학 약품, 광물, 전기 등의 소비가 상당합니다. 산업용 물의 20퍼센트는 의류 생산에 쓰이며, 면직물 원료인 목화를 재배하면서 전 세계 농약의 약 20퍼센트가 소비됩니다. 옷을 더 많이 사고 더 빨리 소비하는 만큼 물, 농약 소비가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 세계자연기금 WWF 과 호주 뉴캐슬대 공동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일주일에 미세 플라스틱을 약 5그램 섭취합니다. 신용카드 한 장 무게입니다. 한 달이면 미세 플라스틱을 칫솔 하나 무게인 21그램 정도 섭취하는 셈입니다. 이 뉴스는 신용 카드 무게의 천만 배쯤 충격이었습니다. 조개류, 소금, 맥주 등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높게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염전은 이미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됐습니다. 심지어 생수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이 말은 지하수까지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우리나라 하수 처리 시설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워낙 크기가 작은 미세 플라스틱은 정수 처리장에서도 다 걸러지지가 않습니다. 1퍼센트 정도의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데 이 정도 양이라 해도 워낙 많은 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다 보니 결코 적은 양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미세 플라스틱을 법으로 금지했지만 여전히 의약품이나 세제에 들어가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는 없습니다. 자동차 타이어가 도로에 마모되면서 생기는 분진도 미세 플라스틱이 됩니다. 건물 외벽에 칠하는 페인트 조각도, 담배꽁초 필터 성분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도 미세 플라스틱이 됩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미세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배출할까요? 빨래입니다, 놀랍게도! 천연 섬유가 아닌 합성섬유를 세탁할 때 가장 많이 나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IUCN이 추산한 바로는 전 세계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35퍼센트는 합성 섬유 세탁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한 방송사가 합성 섬유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 양을 알아 보려 한국분석과학연구소에 의뢰해 세탁기 폐수를 분석해 봤습니다. 결과는 옷 1.5킬로그램을 빨고 난 폐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0.1346그램 검출됐습니다. 이 결과를 우리나라 평균 세탁량에 대입해 보면 옷에서만 일 년에 1,000톤이 넘는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된다는 뜻입니다. 특히 우려스러운 건 100마이크로미터 이하가 78퍼센트로, 이 크기는 사람이 섭취했을 때 림프액과 간문맥까지 흡수될 수 있습니다. 국내산 담치와 바지락에서도 섬유형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의류 플라스틱을 연구하 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마크 브라운 교수에 따르면 조 개류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위에서 근육, 조직으 로 옮겨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세균이나 오염물질 등을 축적한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 학술지 클리너 프로덕션 저널 the Jourmal of Cleaner Production 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비롯해서 PC, 노트북 같은 디지털 기기가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로 통화를 하 거나 데이터를 이용하기만 해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 다. 스마트폰을 열고 검색을 하든 메시지를 보내든 하려면 와이파이나 LTE 등 네트워크가 연결돼야 하는데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데이터 센터의 서버가 작동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데이터 센터는 24시간 작동하면서 엄청난 열을 발생시킵니다. 데이터 센터가 제 기능을 유지하려면 IT 장치를 지속적으로 식혀 줘야 하며 이때 들어가는 에너지가 전체 소비되는 에너지의 40퍼센트 정도입니다. 디지털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디지털 탄소 발자국이라 부릅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인 2007년에 디지털 탄소 발자국은 전체 탄소 발자국의 1퍼센트였는데 2018년에는 3배로 증가했습니다. 이런 추 세라면 2040년에는 14퍼센트를 넘어설 거라는 예측입니다. 운송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의 절반에 해당 합니다. 데이터 센터가 지구 온난화를 악화시킨다고 비난 받는 이유입니다. 이런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자 구글은 2009년 기온이 낮은 핀란드 하미나에 데이터 센터를 열 어 실제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자동차와 항공, 에너지 산업이 가장 탄 소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정보 통신산업의 탄소 배출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2016년 전 세계 데이터 센터에서 소비한 전력이 416 테라와트시 TWh로, 영국 연간 전력 소비량인 300테라와트시보다 많았습니다. 넷플릭스를 30분 보면 자동차로 약 6.3킬로미터 운전하는 것과 같은 탄소 발자국을 찍는 셈입니다. 구글에서 1회 검색하는 데에 탄소가 0.2 그램 배출된다고 구글 스스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금처럼 우리가 스마트폰을 많이 쓰고 자주 바꾼다면 겨울 폭우는 어쩌면 계속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스마트폰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편리함 이면에 드리워진 그늘은 알고 써야 하지 않을까요?
- 철가루 손난로에는 산화철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산화천은 흡입하면 열, 오한, 통증, 가슴 조임, 기침 등 독감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장기간 또는 반복적으로 접촉하면 피부가 변색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산화철은 위험 물질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똑딱이 손난로의 경우 안에 든 물질이 아세트산나트륨으로 여러 번 끓여 재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염기성을 띠기 때문에 눈에 들 어가거나 마시게 되면 역시 위험한 물질입니다. 사용되고나서 결국 버려진다는 건 어딘가에 이런 물질들이 쌓인다는 뜻입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충전식 손난로는 플라스틱 재질이며 이것 역시 쓰이다가 언젠가는 버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 세상 모든 물건은 지구에서 나오는 물질 로 만듭니다. 그렇게 꺼내서 만든 물건은 얼마 못 가 버려지고 한정된 지구 어딘가에 쌓여 갑니다. 언제까지 우리 가 지구에서 자원을 꺼내 쓸 수 있을 것이며, 쓰레기를 버릴 공간이 지구에 남아 있을까요? 잠깐 머무르는 사람들의 체열마저 난방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아닐까요? 정말 필요해서 만든 물건인지, 필요를 만드는 물건인지 두 '필요'의 차이를 잘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 독일에는 판트 Pfand 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판트는 독일어로 보증금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빈용기보증금제도와 비슷한데 유리병뿐만 아니라 페트병과 캔도 환급해 줍니다. 독일은 2003년부터 판트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환급액은 8~23유로센트입니다. 25유로센트면 우리 돈으로 320원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최대 환급액이 130원인 것과 비교가 됩니다. 판트로 환급할 수 있는 금액이 물건 값의 10퍼센트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서 빈 병 재사용률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곳곳에 자판기처럼 생긴 수거함이 생기면서 이용하기에 편리합니다. 독일의 빈 병 재사용 횟수는 40회, 핀란드 30회, 일본 24회, 우리나라는 8회 정도입니다. 자원과 에너지 낭비 측면에서는 우리가 독일보다 잘사는 나라인 것만 같습니다. 빈 병 하나를 깨끗이 갈무리해서 재사용하면 이산화탄소가 300그램 정도 덜 발생합니다. 이것은 컴퓨터 모니터를 10시간 켜 놓거나 청소기를 1시간 30분 돌렸을 때 발생하는 양과 같으며, 소나무 묘목 한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습니다. 약간의 번거로움만 치르면 소나무 묘목 한 그루를 심는다는데 그 번거로움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요?
- 운송 수단 중 가장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 최근 유럽에서는 비행기 여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고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인 플뤼그스캄lysskam 입니다. 플뤼그스캄은 스웨덴어로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이라는 뜻입니다. 보그 이탈리아나 콜드플레이의 선언적인 행동이 끼친 영향도 있고, 스웨덴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비행기 대신 무동력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가면서 플뤼그스캄 운동에 불이 붙었습니다.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도 플뤼그스캄과 뜻이 같은 단어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한발 더 나아가 '기차 여행의 자부심'을 뜻하는 탁쉬크리트라는 단어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든 마음대로 여행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다만 내 자유가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에 부담이 된다면 그래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데에 가세한다면, 그 자유를 누리는 방식에 대해 한번쯤 재고해 봐야 합니다.
- 세계 전역에서 사육되는 닭은 2016년 기준 227억 마리 정도로 이 숫자는 지구에 사는 모든 조류를 합친 수보다 2배 많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한 해에 전 세계에서 도축되는 닭이 650여 억 마리이며 이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을 훨씬 능가하는 수 입니다. 즉 77억 인구 1인당 한 해에 닭을 8마리 반 먹는 셈입니다.
- 지난 50년 사이에 전세계 육류 소비가 100배가량 늘었습니다. 가난한 나라는 끼 니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니 육식 소비는 대부분 잘사는 나라에 집중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는 연간 51.4 킬로그램이고 2016년에는 52.5킬로그램이었습니다. 지구에서 사육되는 소가 약 15억 마리로, 무게로 따지면 세계 인구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이 나갑니다. 지구 전체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1/3을 가축이 먹어 없앱니다. 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느라 옥수수 16킬로그램, 물 1만 5,000리터가 쓰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FAO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에서 얼음이 없는 지역의 26퍼센트가 가축을 기르는 데에 쓰이고, 전체 경작지의 33퍼센트에서 가축 사료용 작물을 재배합니다. 작물을 기르고자 벌목이 이어 지면서 숲이 사라졌습니다. 온전했다면 이산화탄소를 흡 수했을 숲이 말이지요. 작물을 기르는 데에 들어가는 비료며 농약, 살충제는 모두 석유 화학 제품입니다. 소는 되새김질하며 생긴 메탄을 트림으로 연간 1억 톤가량 내보냅니다. 메탄은 적게 잡아도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온실 효과를 내는 물질입니다.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의 15퍼센트 정도가 축산업에서 나옵니다.
- “우린 전부 가진 세대예요. 먹고 싶을 때 먹고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왜 우리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을까요?”
이 대사를 들으며 행복이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잡히지 않는 추상적 행복, 그건 관념 속에서나 있을 것 같습니다. 갖고 싶은 물건을 가졌을 때도 행복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행복은 구체적인 물건일까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함의된 잡히지 않는 그 무언가는 물질적이면서 동시에 정신적인 것 같습니다. 전부 가진 세대지만 행복이 오래가지 않는 까닭은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 때문이 아닐까요? 물 질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우리는 내면의 균형을 잃기 쉽 습니다. 물질의 가치가 삶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 버 린 사회는 점점 물질적인 욕망을 추구하도록 부채질합니 다. 상대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외양에 치중하도록 만들고 불안감을 추동합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소유하도록, 아니 소비하도록 부추깁니다. 어차피 도달할 수 없는 목표 를 계속 제시하기 때문에 아무리 소유해도 그 소유가 내 행복을 충족시켜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내면과 물질 사이에 불균형이 생겨 어느 순간 헛헛함이 우리를 엄습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양방향 소통으로 이뤄집니다. 이 소통에는 갈등이라는 요소가 따르기 마련 입니다. 갈등에 봉착하고 갈등을 풀어 가는 과정은 꽤나 지난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지혜가 더해져 내면이 채워집니다. 반면 물건은 일방향입니다, 언제나. 일시적일지언정 내가 원하는 행복을 얻고자 탄생한 게 물건이고, 그 목적이 물건을 소유하려는 게 아 닐까요? 그러니 채우려 할수록 점점 헛헛해지는 내면을 지시하지 않고서야 물건의 소유를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미국에서는 한 해에 약 3억에서 10억 마리 새가 유 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습니다. 오랜 시간 쌓인 통계에 따르면 새가 목숨을 잃는 직접 원인은 첫 번째가 고양이 공격, 두 번째가 유리창 충돌입니다. 2017년부터 국립생 태원에서는 전국 규모로 새 유리창 충돌 실태 조사를 실 시하고 있습니다. 유리창 충돌로 죽음에 이른 새는 1,000 만에서 2,000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특히 작은 새가 많이 부딪혀 죽고 이는 작은 새를 먹이로 하는 맹금류 개체 수 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에서 조류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는 맹금류가 아니라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인 셈 입니다. 유리창만이 아니라 유리로 마감한 빌딩 외장도 새 충돌 사고를 높이는 데에 일조합니다. 유리가 아닌 투명 재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도로에 있는 투명 방음벽 어디에서든 새 사체를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충돌을 방지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등장한 게 맹금류 모양 스티커인 버드세이버입니다. 포식자인 맹 금류 스티커를 창에 붙여서 작은 새가 피해 가게끔 하려 는 의도입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스티커를 촘촘히 붙이 지 않으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국립생태원에서는 새가 자외선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자외선을 반사하는 불투명 테이프를 붙였더니 충돌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유리창에 점만 찍어도 새의 목숨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가로세로 10×5센 티미터 간격은 새들이 인지하고 피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단지 점만 찍어도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창공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한다면 적어도 피할 수는 있도록 조치를 취해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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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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