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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20. 12. 22. 18:33

- 우리는 신 행세를 하고 있으니, 이왕이면 그 일을 잘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스튜어트 브랜트, 전 지구 카탈로그, 1968)
- 1200년 이래로 수백 년 동안, 영국 인구는 맬서스가 묘사한 그대로 진동했다. 약 1700년까지 인구는 세 배까지 늘었다 줄었다 했다. 주로 200만~600만 명 사이를 오갔다. 그들은 인구가 비교적 적었던 시기에만 비교적 번영을 누렸다. 영국인들이 그 땅에서 뽑아낼 수 있는 자원, 특히 식량의 양에는 본질적으로 상한선이 있었다. 인구가 그 한계선에 닿으면, 궁핍이라는 잔혹한 교정 기구가 작동하면서 인구 수를 다시 끌어내렸다. 인구와 번영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는 18세기에 좀 약해졌다. 농사 방식이 개선된 덕분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암 울한 양상에는 변화가 없었다. 예를 들어, 평균적인 영국인은 1200년보다 1700년대에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클라크는 이렇게 요약했다. “우리는 1200~1800년까지 600년 동안 산업화 이전 사회에 관한 맬서스 모델의 기본 원리 중 하나가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연구자들은 같은 기간에 스웨덴, 이탈리아 등 유럽의 다른 나라 들의 인구에서도 맬서스 진동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다. 대다수의 인류사회는 수렵 채집이나 유목 생활에서 정착 농경 생활로 옮겨간 뒤로, 즉 이른바 신석기 혁명이 일어난 뒤로도 기근과 기아에서 벗어나 지 못했다. “'먹을 입과 가용 자원의 증가율 차이라는 기본 수학은 혹독하고 가차 없이 적용되었고, 그리하여 인구는 계속 진동했다.
- 도살한 동물의 뼈도 좋은 비료였으며, 1840년대에 영국 남동부에 엄청나게 쌓여 있음이 발견된 동물 배설물 화석인 분석石도 그랬다. 이 모든 물질들을 비료로 전환하는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증기력이었다. 그런 물질들은 먼저 필요한 곳으로 운반되어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일은 점점 증기선과 기차가 맡게 되었다. 광물을 비료로 전환하는 대규모 화학 반응에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석탄은 이 에너지를 공급했고, 석탄을 공급하 는 탄광에서는 증기기관을 써서 물을 퍼내고 환기를 했다. 화학 공장의 화로에는 연소를 돕는 공기를 강제로 불어 넣는 장치가 딸려 있었고, 그 공기를 불어 넣는 풀무는 증기력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증기 열차는 공장에서 나오는 비료를 경작지로 운반했다. 한마디로 19세기에 비료를 통해서 토양과 증기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농민들은 산업시대의 비료를 이용하여 더 많은 식량을 생산했고, 따라서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 이 현상은 영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영국은 산업혁명의 탄생지였지만, 그 혜택을 영국 만 본 것은 아니었다. 증기선, 증기기관차, 대량생산되는 비료 등 산 업화의 많은 새로운 산물은 금세 전 세계로 퍼졌다. 기존에 쓰던 것들 보다 훨씬 더 나았기 때문이다.
- 강력한 기술들이 급속히 퍼짐에 따라서, 유럽 본토의 일부 지역들이 영국보다 작물을 더 값싸게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오래된 갈등이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영국의 지주인 귀족들은 더값싼 작물이 수입되는 꼴을 볼 수가 없었고, 그래서 강력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 쪽을 택했다. 1815년부터 그들은 곡물법 Corn Laws' 이라는 법적 조처를 했다. 수입한 공물의 판매를 제한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영국의 다른 대다수 사회 집단들은 곡물법을 증오했다. 그 때문에 식량을 더 비싸게 사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의회에서 지루한 논쟁이 벌어진 끝에 1846년 곡물법은 폐지되었다. 하지만 그 뒤의 자유무역은 영국 농업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경쟁 력이 떨어지는 농가들이 몰락하면서, 1870년 무렵에는 영국의 경작지 총면적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 실내 배관이 과연 전기나 내연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심오한 혁신일까? 하고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수세식 화장실과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분명히 편리하지만, 20세기 성장 스토리에 근 본적으로 중요한 것일까 하는 의문일 텐데, 확실히 그렇다. 보건 연구자 데이비드 커틀러 David Cutler 와 그랜트 밀러 Grant Miller 는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 1900 ~1936년 사이의 미국 총 사 망률 감소의 50퍼센트, 유아 사망률 감소의 75퍼센트를 설명한다고 추정한다. 역사가 하비 그린 Harvey Green 은 깨끗한 물을 널리 보급하는 기술의 채택이 “20세기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공중보건 조치 '일 것 이다”라고 말했다. 배관은 도시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중요했다. 배관이 등장하기 전, 농사일은 말 그대로 등골을 휘게 만들었다. 매일 먼 우물에서 집까지 필요한 만큼 물을 운반하기 위해 엄청난 노동력이 사용되었으며, 그 일은 여성이 맡을 때가 많았다. 남성은 대개 온종일 바깥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텍사스의 힐컨트리에는 우물이 대개 집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에, 1년으로 따지면 물을 긷는 데 500시간이 넘는 약 2,820킬로미터를 걸어야 했다.
- “인간이 원하고 욕망하는 것은 무수히 많고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 미개한 사람이 원하는 것은 사실 야수가 원하는 것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발전의 각 단계에서 사람의 욕구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그것들을 충족시키는 방법도 다양해진다. 사람은 늘 소비해왔던 것들을 단순히 더 많이 원하는 것이 아니 라, 그런 것들의 질도 더 높아지기를 원한다.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기를 원하고, 내면에서 자라는 새로운 욕구들을 충족시킬 것들을 원한다.” 마셜은 경제 성장률에 관해 무미건조하게 요점을 정리하기보다는 인간 본성에 관한 심오한 진술을 했다.
- 물리학자 애머리 로빈스 Amory Lovins는 1977년에 이렇게 말했다. “깨끗하고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를 발견한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그 에너지로 하게 될 것들 때문이다.” 폴 얼리치도 1975년에 같은 견해를 내놓았다. “이 시점에서 사회에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것은 바보 아이에게 기관총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로 지구의 구석구석까지 포장도로를 내고, 개발하고, 산업화하고, 착취하려는 시도를 할 게 뻔하다.”
- 1971년 폴 얼리치와 물리학자 존 홀드런John Holdren 은 <사이언스 Science)에 I=PxF라는 방정식을 제시했다. I는 한 사회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총 영향 Impact, P는 인구Population 크기, F는 1인당 요인 Factor 을 뜻했다. 나중에 F는 풍요 Affluence(1인당 GDP)와 기술Technology (다양한 방 식으로 측정되는 기술)의 곱으로 대체되었다. 따라서 방정식은 I=PxAxT가 되었고, IPAT 모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모델은 인구와 풍요가 언 제나 환경에는 나쁜 소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기술은 (태양력처 럼) 좋을 수도 있고 (석탄 발전소처럼) 나쁠 수도 있지만, 얼리치와 홀드런은 기술이 좋을 때는 “느리고, 비싸고, 규모 면에서 비효율적인 경향을 띤다”고 했다. IPAT은 첫 지구의 날 행사 무렵에 세계의 현황과 그 미래를 암울 하게 바라보는 주류 견해에 방정식을 선사했다. 비록 수학적 선전 활동이라고 비판받았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는 모델이자, 어떤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지침 역할을 했다..
- 음... 상황이 변하면 나는 생각을 바꾼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는지? (폴 새뮤얼슨,밋 더 프레스, 1970)
- 인류의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잘 알려진 해결책이 있기 마련이다. 산뜻하고 그럴듯하면서 틀린 해결책읻. (멩켄, 신의 섭리, 1917)
- 2014년, NY 버펄로에 사는 작가이자 역사가이자 은퇴한 라디오 취재 기자인 스티브 치콘Steve Cichon 은 1991년 초 몇 달 동안 발행된 〈버펄로뉴스 Baffalo News> 신문 한 묶음을 3달러를 주고 샀다. 2월 16일 토요일자 신문의 뒷면에는 전자제품 소매업체 라디오색 Radio Shack 의 광 고가 실려 있었다. 치콘은 그 광고에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을 알아차렸 다. “이 지면에는 15가지의 전자제품이 실려 있다. (...) 그 15가지 중 에서 13가지는 오늘날 모두의 옷 주머니 안에 늘 들어 있다.” 치콘의 주머니에 든, 아이폰 속으로 사라진 전자제품 중에는 계산 기, 캠코더, 시계, 라디오, 휴대전화, 테이프 녹음기가 있었다. 그 광고에는 나침반, 카메라, 기압계, 고도계, 가속도계, GPS 장치가 실려 있지 않았지만, 그런 장치들도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 속으로 사라졌다. 무수한 지도책과 CD도 마찬가지였다.
-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원하지만, 늘 더 많은 자원을 원하지는 않는다. 앨프레드 마셜은 옳았지만, 윌리엄 제번스는 틀렸다. 우리의 욕망은 한없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 경제도 그렇다. 그러나 지구 자원의 사용량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더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원하지만, 음료 캔에 알루미늄을 계속 더 많이 쓰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통신하 고 계산하고 음악을 듣기를 원하지만, 갖가지 기기들을 다 원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한 대로 만족한다. 인구가 증가할수록 더 많은 식품을 원하지만, 작물을 기르기 위해 더 많은 비료와 땅을 쓰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제번스가 증기기관의 효율이 훨씬 더 높아진다고 해도 영국의 석탄 총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썼을 당시에는 옳았다. 다시 말해, 석탄 공급 능력에 대한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1860년대에는 1보다 크다고 본 점에서 옳았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영구히 이어질 것이라고 결론을 내 린 점에서는 틀렸다. 수요의 탄력성은 몇 가지 이유로 시간이 흐르면서 변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기술 변화다. 석탄은 그 점을 잘 보 여주는 명확한 사례다. 프래킹으로 천연가스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자, 미국에서 석탄의 총수요는 석탄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줄어들었다.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들에서 경제 성장(우리가 돈을 써서 얻고자 하는 모든 것들의 성장)은 혁신과 신기술에 힘입어서 자원 소비량과 분리되어왔 다. 이는 최근에 이루어진 심오한 발전이다.
- 혁신은 예측하기 어렵다. 프래킹 혁명도 아이폰이 세계를 변모시킨 충격도 미리 예측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둘다 출현한 초반기엔 과소평가되었다. 2007년 6월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엄청나게 광고를 했으나 몇달 뒤 포브스> 표지에는 “과연 누가 노키아를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고 묻는 기사 제목이 실려 있었다. 혁신은 달의 궤도나 정기예금에 쌓이는 이자처럼 꾸준하면서 예측가 능한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어디로 튈지도 모르고, 본질적으로 무작위적이다.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과 내가 함께 쓴 《제2의 기계시대 The Second Machine Age》에서 말했듯이, 조합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신기술을 비롯한 혁신들이 대부분 기존 요소들을 조합하거나 재조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폰은 그저 휴대전화기에 다양한 센서, 터치스크린, 운영체제와 갖가지 프로그램인 앱을 덧붙인 것이었다. 이 모든 요소들은 2007년보다 한참 전부터 이미 있었다. 거기에 조합했을 때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보겠다는 스티브 잡스의 선견지명이 결합되었을 뿐이다. 프래킹도 여러 능력의 조합이었다. 깊은 암석층 어디에 탄화수소가 들어 있을지를 알아보는 능력, 액체를 고압으로 뿜어서 암석을 부수는 능력, 부서진 암석에서 흘러나온 석유와 천연가스를 퍼 올리는 능력 등의 조합이었다. 마찬가지로 이 능력들 중 새로운 것은 없었다. 세계의 에너지 상황을 바꾼 건 그 모든 것들의 효과적인 조합이었다. 에릭과 나는 특정 시점에 이용할 수 있는 혁신과 기술의 집합을 창의 적인 사람들이 조합하고 재조합하여 유용한 새 구성물을 만들 수 있는 기본 구성단위라고 했다. 그런 새 구성물은 이후의 혁신가들이 쓸 수 있는 또 다른 구성단위 역할을 한다. 조합적 혁신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 문에 흥분을 자아낸다. 강력한 새로운 조합이 언제 또는 어디에서 나타 날지, 누가 내놓을지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기본 구성단위와 혁신가의 수가 증가할수록, 스마트폰과 프래킹 같은 돌파구들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할 수 있다. 혁신은 고도로 분산적이고 대체로 제멋대로 나타난다. 복잡하면서 서로 뒤얽혀 있는 사회적 기술 적·경제적 체계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산물로서 나타난다. 그래서 혁신은 계속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 제2의 기계시대가 발전하면서 탈물질화도 가속된다. 에릭과 나는 산업시대와 대비시키기 위해서 '제2의 기계시대라는 말을 창안했다. 산업 시대는 근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구를 변모시켰다.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통해서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 시대는 인간의 정신적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게 함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해가 갈수록 지구로부터 더욱 많은 것을 추출하는 산업시대의 나쁜 습관을 뒤엎을 수 있게 해준다. 포장업체의 기술자들은 CAD 도구를 써서 더욱더 가벼운 알루미늄 캔 을 디자인한다. 프래킹은 석유와 가스 탐사업체들이 깊은 지하에 있는 암석층의 정확한 컴퓨터 모델을 구축하는 법을 터득함으로써 이루어졌다. 탄화수소가 어디에 있을지를 예측하는 모델이다. 스마트폰은 서로 별개였던 여러 가지 기기들을 대체했다. GPS 장치 역할도 하므로 지도를 인쇄할 필요성을 크게 줄였고, 그리하여 종이를 덜 쓰는 현행 추세에도 기여했다. 1960년대의 펀치 카드에서 1980년대 의 도트 프린터 용지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종이의 세대들을 죽 훑어보 면, 제2의 기계시대가 점점 더 많은 나무를 베도록 만들었다고 결론을 내 리기가 쉽다. 그러나 미국에서 종이 소비량이 정점에 달한 해는 1990년 이었다. 기기들이 점점 유능해지고 상호 연결되며 언제나 지니고 다닐 수 있는 것으로 변모하면서, 우리는 종이로부터 빠르게 멀어졌다. 인류 전체의 종이 소비량이 정점에 달한 것은 아마 2013년일 것이다.
- 성장의 한계에서 미래자원 가용량을 가장 낙관적으로 추정한 부분은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고, 매장량이 가정한 것 보다 실제로는 다섯 배나 더 많을 것이라고 본 대목이다. 이런 조건에 서 연구진의 컴퓨터 모델은 1972년부터 29년 안에 지구의 금이 고갈 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또한 은은 42년, 구리와 석유는 50년, 알루미늄은 55년 이내에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예측들은 들어맞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금과 은이 있으 며, 매장되어 있는 양도 여전히 많다. 사실 두 금속의 매장량은 1972년보다 훨씬 더 늘어났다. 거의 반세기 동안 캐냈음에도 그렇다. 금의 알 려진 세계 매장량은 1972년보다 거의 400퍼센트 더 늘어났으며, 은의 매장량은 200퍼센트 넘게 늘어났다. 그리고 아마 《성장의 한계》에서 추정한 것만큼 빨리 구리, 알루미늄, 석유가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도 성급한 의견은 아닌 듯하다. 이 모든 자원들의 알려진 매장량은 그 책이 나왔을 때보다 훨씬 더 많다. 알루미늄의 알려진 매장량은 1970년대 초보다 거의 25배 많다. 책이 출간될 당시에 진지하게 받아들여진 자원의 가용성에 관한 이 모든 예측들이 어떻게 그렇게 잘못될 수 있을까? 《성장의 한계》 연구진이 탈물질화와 새로운 매장량을 찾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명백하게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은 결합하여 이 두 추세(자원 이용량 절감, 새로운 자원 탐구)를 추진하며, 이 두 추세 중에 어느 것도 위세가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매장된 자원을 탐구 하는 일을 계속하는 한편으로 탈물질화를 위한 혁신도 계속할 것이다. 이런 추론 흐름에서 도출되는 직관에 반하는 결론은 자원 희소성을 우리가 반드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구는 유한하므로, 금 과 석유 같은 자원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지구는 매우 크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한 오랫동안, 원하는 만큼 이런 자원들을 다 공급 할 만큼 충분히 크다. 얼마 안 되는 보급품을 신고서 우리를 태운 채 우주를 날아가는 우주선 지구라는 이미지는 압도적이긴 하지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지구는 우리 인간의 여행에 필요한 자원을 충분 히 지니고 있다. 우리가 줄이고, 교환하고, 최적화하고 증발시키면서 탈물질화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으므로 더욱 그렇다.
- 돈, 그것도 가능한 가장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충동은 그 자체로는 자본주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 충동은 점원, 의사, 마부, 화가, 매춘부, 부패한 공무원, 군인, 귀족, 십자군 전사, 도박사, 거지에게 있으며, 예전부터 죽그랬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돈을 벌 객관적인 가능성이 있거나 주어졌던 모든 곳에서 온갖 부류와 조건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있었던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 소박한 자본주의 개념을 영구히 내버려야 한다고 문화사의 유치원에서 가르쳐야 한다.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1905년)
- 애덤 스미스를 안내자로 삼아서, 자본주의의 타당한 비판 세 가지와 타당하지 못한 비판 세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타당한 비판들이다.
(1) 자본주의는 이기적이다. 그렇다, 단연코 이기적이다. 그러나 스미스가 지적하듯이, 그것은 좋은 일이다. 그의 1776년 걸작 《국부론》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문장 중 하나는 이것이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양조업자,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 들이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익 추구 동기는 개인과 기 업이 남들이 사기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극도로 강력한 유인책이다. 이기심은 자본주의의 결함이 아니라, 핵심 특징이다. 대다수의 사회와 종교 전통에서 이기심은 악덕이라고 여겨지며, 따라서 이익 추구 동기가 유익하다는 개념은 오랜 전통과 깊이 뿌리박힌 가정에 반한다. 예를 들어 신약성서에는 “돈을 사랑하는 태도가 모든 악의 근원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 견해는 지속성을 띤다. 예를 들어, 2017년 아미트 바타차르지Amit Bhattacharjee, 제이슨 대너Jason Dana, 조 너선 배런Jonathan Baron 은 이익 추구 동기에 관한 미국인들의 견해를 조사하는 연구를 한 뒤에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역사상 가장 시장 지향 적인 사회중 한 곳에서도, 사람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산업이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의심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잘 작동하는 것은 없 다. 스미스는 이렇게 간파했다. “동료 시민들의 자비심에 주로 의지하는 쪽을 택할 사람은 거지밖에 없다.”
(2) 자본주의는 부도덕하다. 이 말도 참이며, 이기심보다 내치기가 훨씬 더 어려운 비판이다. “누군가가 이것을 살까?"(더 심하게는 “누군가가 이것을 사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는 생산자가 가장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이며, 그것이 유일한 질문이라면 사회에는 안 좋은 물건일 수 있다. 사람들은 아동포르노, 멸종 위기 조류의 깃털, 불이 쉽게 붙는 잠옷 등 그 자체로 나쁜 많은 것들을 구입하게 될 것이다. 도덕적 회색 지대에 놓여 있는 인기 상품과 서비스도 많다. 당, 지방, 소금이 잔뜩 든 식품, 담배, 안전하게 마실 물이 부족한 지역의 엄마에게 파는 분유, 저격총 등이 그렇다. 사람들은 그런 것들도 쉽게 구입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런 것들 중 무엇을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논쟁을 굳이 주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근본 논쟁은 사회의 다른 부문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스미스는 우리가 적용해야 하는 근본 원리 측면에서 옳았다. “생산자의 이익은 소비자의 이익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보호해야 한다.” 또 우리는 생산자나 소비자의 이익뿐 아니라, 생산에 쓰이지만 그러기를 원치 않는 (노예와 아동 노동 같은) 사람들과 동물들의 이익도 보호할 필요가 있다.
(3) 자본주의는 불평등하다. 의문의 여지가 없이 참이다. 스미스는 이렇 게 간파했다. “많은 부가 있는 곳에는 많은 불평등이 있다.” "토지, 광물채굴권, 기업의 주식은 모두 자본주의에 있는 부의 형태들이며, 그런 부의 상당 부분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평등한 소유와 거리가 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로 수십 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부가 확산될수록 불평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그 견해는 지금 바뀌고 있다. 현재의 추세와 새로 나온 역사적 자료들은 고도의 불평등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지금은 스미스가 불평등의 가장 심각한 결과 중 하나를 간파하는 데 대단히 탁월한 식견을 발휘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그는 공동체로 부터 소외당한다는, 소속되어 있지 않고 참여하지도 못한다는, 뒤처진다는 이 측면이 큰 걱정거리라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옳았다. 걸작 《도덕 감정론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가난한 사 람은 외면당한 채 오가며, 군중 속에 있어도 자신의 오두막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나 다를바 없이 드러나지 않는다.”
- 자본주의의 타당하지 않은 비판 세 가지
(1) 자본주의는 정실주의다. 스미스는 경쟁이 자본주의가 제 기능을 하는 데 핵심적임을 알았다. 또 그는 기업이 수익이 줄어드는 쪽으로 내몰 리기 때문에 진짜 경쟁을 원치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또 한 가지 그의 가장 유명한 관찰은 이것이다. “같은 분야의 사람들은 거의 만나지 않으 며, 설령 오락이나 기분 전환을 하는 자리에서 마주칠 때에도 그들의 대화는 대중을 상대로 공모를 하거나, 가격을 올릴 꼼수를 짜내는 일로 끝난다.” 스미스는 정부가 경쟁자들이 정실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조처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정실주의는 가까운 이들끼리 공모하여 동 시에 가격을 올림으로써 함께 부자가 되자는 식의 태도다. 현재의 경제 체제에 관해 내가 들은 비판 중 상당수는 자본주의에 관한 비판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본주의의 왜곡된 사례에 관한 불만이다. 위의 스미스의 말처럼, 공모와 정실 자본주의는 위험하다. 조합주 의 corporatism 도 그렇다. 조합주의는 정부가 기존 대기업들을 편애하는 것을 말한다. 또 스미스는 현재 규제 포획 regulatory capture 이라고 불리는 것의 위험도 알아차렸다. 규제 당국이나 선출직 공직자가 대중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행동하지 않고 기존 기업을 편드는 걸 말한다. 그는 이렇게 썼다. “독점을 강화하자는 모든 제안을 지지한 의원은 업계를 이해하고 있다는 평판뿐 아니라, 머릿수와 부유함에 힘입어서 매우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와 영향력을 획득할 것 이 확실하다.”
(2) 자본주의는 무정부적이다. 아니, 그렇지 않다. 《국부론》이 나오기 20여 년 전에 그가 한 강연에서 나온 그의 가장 유명한 관찰 사례가 있다. “국가를 가장 낮은 야만적인 상태에서 최고의 부유한 상태로 바꾸는 데에는 평화, 과하지 않은 세금, 괜찮은 사법 체계만 있으면 된다.” "자본주 의는 큰 번영을 누리게 하겠지만, 적절히 관리될 때에만 그렇다. 법과 법 원은 사회의 가장 약한 구성원들의 권리, 재산, 계약을 보호할 필요가 있 다. 폭력과 폭력의 위협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세금은 환영받 지 못할지라도 필요하다. 과세는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과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유인책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난다). 그래도 과세는 해야 한다. 미국 대법원 판사 올리버 웬델 홈스 주니어 Oliver Wendell Holmes Jr. 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 “세금은 우리가 문명사회를 위해 치르는 대가다.” 스미스는 우리가 군대와 법원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경제를 개 선하는 기반시설을 위해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특정한 공공 업무와 기관을 세우고 유지할 의무를 정부가 지닌다고 썼다. “그런 것들을 세우고 유지하는 일은 결코 어떤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 될 수 없다."
(3) 자본주의는 억압적이다. 아마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부당하고 부정확하면서 무지한 비판은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에게 나쁘다는 주장일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치하의 노동자들이 짓밟히고 가난해지다 가 결국 족쇄를 벗어던지고 공산주의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달랐다. 많은 결함을 지니고 있음에도, 산업시대는 사람들의 부와 삶의 질을 예전보다 더 빨리 증진시켰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이 확산됨에 따라 많은 중요한 분야에서 발전이 가속되어왔다.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미덕이 엘리트뿐 아니라 수수한 가정에서 태어난 이들의 삶도 개선하는 것임을 간파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를 마르크스나 맬서스보다 훨씬 더 명확히 파악했다. 그리고 그는 오늘날 우리가 사회적 정의라고 부를 법한 것을 걱정했다. 스미스는 노동자들이 향상된 생활수준을 누려야 마땅하다고 깊이 믿었다. 그는 《국부론》에서 이렇게 썼다. “인구 전체를 먹이고 입히고 묵도록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도 잘 먹고 입고 묵을 수 있을 만큼 자기 노동의 산물을 공유해야 한다.” 그는 자본주의가 그 목표를 이루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믿었다. 나도 동의한다.
- 부유한 나라에서는 자영업자가 전문가로서 자신이 택한 기업과 협력하는 프리랜서나 컨설턴트일 때가 많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자영업자의 대다수가 기업과 협력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겠지만, 그런 일자리가 전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영농, 보따리상, 소매상으로 생계를 꾸려가야 한다. 하우스만은 개발도상국들의 다양한 경제 상황을 조사하면서, 한 가 지 흥미로운 양상을 알아차렸다. 자본주의가 더 장악한 곳일수록 더 부유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멕시코의 누에보레온주는 주민의 3분 의 2가 기업에 고용되어 있다. 반면에 치아파스주는 15퍼센트도 채 안 된다. 누에보레온주가 평균 소득이 아홉 배 더 높다. 하우스만은 이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보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의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주의가 가장 가난한 나라와 지역에서 생산과 고용을 재편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노동력을 그 운영 범위 너머에 남겨둔다는 것이다.”
- 기업이 오염시킬 권리를 사고팔 수 있다면, 상황은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이 말은 노벨상을 받은 전설적인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Ronald Coase가 1960년에 발표한 <사회적 비용의 문제 The Problem of Social Cost)라는 논문에서 시작된 사고의 흐름에서 나온 결론이다. 코스는 시장이 일을 아주 잘하므로, 그 외부 효과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 는 것이야말로 오염 같은 외부 효과를 다루는 영리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에 많은 이는 “기업이 오염을 사고팔게 하자”라는 주장은 “기업 이 부담금을 내고 오염을 시키도록 허용하자"라는 주장보다 더 기이하고 불쾌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매우 놀랍게도, 1980년대에 시장을 좋아하는 보수주의자들과 자유주의적인 환경론자들은 코스의 개념을 써서 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래서 1990년 미국의 청정공기법이 개정되면서 대기 오염물질 배출의 배출권 거래 제 cap-and-trade'가 시작되었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허용할 오염의 총량, 즉 상한선 cap 을 정한 뒤, 기업들이 그 한계 내에서 오염시킬 권리를 거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상한선을 낮춤으로써 오염물질의 총량을 줄인다. 배출권 거래제의 배경이 되는 기본 개념은 기업마다 오염을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모든 기업에 같 은 비율로 오염을 줄이도록 이를테면 연간 10퍼센트씩 ? 의무를 지우기보다는 해당 산업 전체에 오염 총량을 연간 10퍼센트씩 줄이도록 의무화하고, 기업들이 서로 오염시킬 권리를 거래하도록 한다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 GMO 금지는 환경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안 좋다. 황금벼는 아마 이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황금벼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서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을 함유하도록 만든 벼 품종이다. 비타민 A는 유아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아이들은 젖을 뗀 후에 쌀로 만든 미음을 먹는 시기에, 이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다. 유니세프 UNICEF는 해마다 비타민 A 결핍증 때문에 약 50만 명의 아동이 시력을 잃으며, 그 중 절반은 시력을 잃은지 1년 이내에 사망한다고 추정한다. 이 결핍증으로 사망하는 아이가 연간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란색을 띠어서 황금벼라는 이름이 붙은 이 품종은 개발된 지 꽤 되었다. 미국 FDA, 호주와 뉴질랜드의 식품안전기관, 캐나다 보건부로부터 안전하다는 승인을 받았다. 특허권이 있긴 하지만, 개발도상 국에는 무료로 사용권을 내준다. 그러나 많은 단체는 여전히 격렬하 게 황금벼를 반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린피스는 황금벼 출시가 “환 경적으로 무책임하고, 식품, 영양, 경제적 안정을 해칠 수 있다” 는 입장을 고수한다.
- “경제사 연표에서 1991년 은 (...) 중국 공산당이 경제 개방을 승인한 1978년 12월, 영국이 곡물법 을 폐지한 1846년 5월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인도 국민 8억 4,000만 명은 곧 달라진 경제 환경을 실감했다. 중앙 계획이 대폭 줄어 들고, 자유시장 진입, 경쟁, 자발적 교환이 더 늘어난 경제였다. 따라서 1978년~1991년에 21억 명(1990년 세계 인구의 약 40퍼센트) 이 넘 는 사람들이 상당히 더 자본주의에 치우친 경제 체제에 진입했다. 이 것이 세계가 지금까지 목격한 가장 대규모로 가장 빠르게 이루어진 경 제적 자유를 향한 이동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소련과 중국이 공산 주의를 채택한 것보다 더 크고 더 급작스럽게 일어났다. 공산주의 혁 명은 1917년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부터 1949년 마오쩌둥의 인민군이 최종 승리할 때까지 30여 년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 “먼저 배를 든든히 채우면, 도덕은 따라온다.” (《서 푼짜리 오페라 The Threepenny Opera 》, 르톨트 브레히트, 1928)
- 나쁜 소식은 중립적이거나 좋은 소식보다 더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우리 머릿속에 더 오래 머문다. 또 하나의 요인은 언론이 선정적인 소식을 강조하는 경향 이 있으며, 그런 소식은 부정적인 것일 때가 많아서다. 언론의 금과옥 조는 “피가 튀어야, 잘 나간다 If it bleeds, it leads”다. 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 이 1828년 강연에서 간파한 것이라고 본다. “나는 남들이 절망할 때 희망을 품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희망을 품을 때 절망하는 사람 이 많은 이로부터 현자 sage라고 찬미된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엘리트 집단과 출판물에서 부정성은 진지함과 엄밀함의 증표로 여겨지는 반면, 낙관론과 긍정성은 소박하고 제대로 모른다는 뜻인 듯하다. 사이먼, 로슬링, 핑커, 로저를 비롯한 이들은 이 습관적인 부정 편향에 맞서왔다. 그들은 엄밀하면서 긍정적인 연구를 해왔다. 사실 그들은 엄밀하게 연구를 하다보면(최상의 가용 증거들을 체계적으로 살피다보면) 연구자가 많은 것에 긍정적인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증거가 그렇게 부추기기 때문이다.
- 2015년 경제학자 앤 케이스 Anne Case 와 앵거스 디턴은 미국의 사망률 자료에서 놀라우면서 침울한 추세를 하나 밝혀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전 세계의 사망률 추세는 대체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 갔다. 수명이 더 늘어나면서 모든 연령 집단에서 사망률도 낮아졌다. 그러나 케이스와 디턴은 이 양상의 예외 사례를 하나 발견했다. 중년 백인의 사망률이 상승한 것이다. 물론 이 상승 추세가 이 집단의 모든 사람들이나 모든 사망 원인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망률 증가는 오로지 교육 수준이 가장 낮은 중년 백인들에서 나타났으며, 사망 원인은 세 가지였다. 자살, 약물 남용, (알코올 중독이 원인인) 간경화 같은 만성 질환이다. 이 집단에 속한 이들은 전반적인 사망률 감소 추세를 뒤엎을 만큼 많은 수였다. 케이스와 디턴은 이 현상을 절망의 죽음 death of despair' 이라고 했다. 이런 사망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자살률은 2009~2016년에 14퍼센트가 증가했다. 2016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래로 유례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약물 남용에 따른 사망률은 더욱 빠르 게 상승했다. 2008~2017년에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며, 2017년에는 약물 남용으로 7만 2,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베트남전쟁 때 사 망한 미국 군인 수인 5만 8,220명보다 훨씬 더 많은 수다. 절망의 죽음에 이르는 이들의 수가 빠르게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 은 미국 공중 보건에 심각한 문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 CDC에 따르면, 2016년에 자살, 알코올, 약물 남용 관련 문제로 사망한 사람이 19만 7,000명이다. 1994년 HIV/에이즈 유행병이 정점에 달했을 때 사망 한 4만 4,674명보다 네 배 이상 많다. 또 이 증가의 대부분이 대침체(2009년 6월에 공식적으로 끝난) 때가 아니라, 그 뒤로 경기가 꾸준히 확장될 때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2019년 1월까지 미국 경제는 100개월 동안 연속해서 일자리가 늘었고(기록상 가장 오래 이어진 기간이다), 대침체가 끝난 뒤로 22퍼센트 이상 성장' 했으며, 실업률은 겨우 4퍼센트였다.
- 자살과 약물 남용 양쪽의 한 가지 중요한 공통 요인은 단절'이다. 사람들 사이의 유대가 적어진다는 것은 절망의 죽 음이 더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 치명적인 관계는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사회학의 아버 지라고 알려진 프랑스의 석학 에밀 뒤르켐 Emile Durkheim 은 1897년에 《자살Suicide》이라는 책을 냈다. 그 책에서 그는 자살이 개인의 성격이 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사회적 현상이라고 주 장했다. 자살은 사람들이 확대 가족, 배우자(이혼을 통해서), 직장(실직을 통해서)과의 긴밀한 유대를 잃을 때 증가한다. 뒤르켐은 (적절하지만 학술적이지 않는 표현을 쓰자면) 사회로부터의 탈락이 자살의 주된 원인이라고 굳게 믿었고, 한 세기 넘게 쌓인 많은 증거와 연구 결과는 이 견해를 뒷받침해 준다. 2018년에 세계보건기구는 '외로움(고독)'이 전 세계의 자살 위험 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다.약물 남용도 인간관계, 공동체, 사회적 유대가 무너질 때 더 자주 일 어나는 듯하다. 사람들은 투여하는 약물이 강력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생이 마음의 상처와 외로움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 약물에 중독되고 약물을 남용하게 된다. 세계의 마약과의 전쟁'에 관해 연구하고 글을 쓰는 요한 하리 Johann Hari는 이렇게 말했다. “중독의 반대말은 제 정신이 아니라, 연대다.” 연구자 마이클 주럽 Michael Zoorob 과 제이슨 샐러미 Jason Salemi 도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들은 2017년 미국의 모든 군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는데, 사회적 자본과 약물 남용에 따른 죽음 사이에 강력한 반비례 관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모든 조건들이 같을 때, 사회적 자본이 적을수록 사망률이 높아졌다. 연구진은 미국인들이 홀로 볼링을 치고, 함께 죽어간다” "고 결론지었다.
- 밀라노비치와 라크너는 본질적으로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가장 가난한 이부터 가장 부자에 이르기까지 죽 늘어세운 뒤, 1988~2008년 사이에 소득이 얼마나 변했는지 살펴본다는 탁월한 착상을 떠올렸 다. 그렇게 얻은 그래프는 코를 치켜들고 있는 코끼리의 그림과 아주 비슷했다. 그래프는 20년 동안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의 실질소득이 상당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50퍼센트 넘게 증가한 이들도 많다 (산업시대가 시작되기 이전에 세계 전체에서 실질소득이 50퍼센트 증가하는 데에는 8세기가 걸렸다). 따라서 코끼리 그래프는 전 세계에서 대규모로 폭넓게 소득증가가 일어났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그래프에는 이 긍정적인 추세에서 벗어나는 예외 지점이 하나 보인다. 코끼리의 머리와 코 사이의 낮은 지점이다. 세계 소득 스펙트럼의 이 지점은 가장 부유한 나라들의 중산층에 해당한다. 밀라노비치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적게 증가한 이들은 거의 다 성숙한 경제) (...) 기존의 부유한 세계에 속해 있었다. (...) 독일 소득 분포의 중앙에 속한 이들은 20년 동안 실질소득이 겨우 7퍼센트 증가했다. 상응하는 미국인들은 26퍼센트가 증가했다.” 코끼리 그래프는 구성의 세세한 사항들과 함축된 의미 양쪽으로 아주 많은 논쟁을 촉발했다. 그리고 많은 수정판과 변형판이 제시되어왔다. 그러나 내가 살펴본 모든 수정판들에서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나라들의 중산층은 코끼리 그래프의 가장 낮은 지점이나 그 근처에 놓인다. 즉 지난 세대에 세계에서 소득 증가가 가장 적게 일어난 집단이다. 더 이전 시기를 조사한 코끼리 그래프는 모양이 다르다. 아예 코끼리와 비슷하지도 않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거의 같은 비율로 소득이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직선에 훨씬 더 가깝다. 지난 30년 내에서만 코끼리 머리 모양이 나타난다.
- 사려 깊고 헌신적인 시민들의 소집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의심하지 마라. 사실, 지금껏 세상은 오로지 그런 식으로 바뀌어왔다. (마거릿 미드(1901~1978))
- 독일은 야심적인 '에너지 전환Energiewende' 계획에 착수했다. 화석연료에서 재 생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2000년 이래로 소비자용 전기료는 두 배로 올랐고, 탄소 배출량은 최근 들어서 현상 유지를 하거나 증가해왔다(1990년부터 10 여 년 동안 상당히 감소한 뒤에). " 왜 그럴까? 독일이 값비싼 풍력과 태양력에 집중 투자를 하는 한편으로, 기존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고 새 발전소를 짓지 않는 식으로 원자력을 계속 멀리해온 탓”도 얼마간 있다. 원자력 발전 용량이 줄어듦에 따라서, 독일은 바람이 약하거나 날이 흐릴 때(독일은 햇볕이 잘 드는 곳이 아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 발전소에 의지하여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독일인들은 원자력을 몹시 기피하며, 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11년 여론 조사에 따르면, 24개국에서 시민들의 대다수가 원자력 이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유를 알기란 어렵지 않다. 방사선에 중독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며, 미국의 스리마일섬,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사고들은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게 운영될 리가 없다는 증거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모든 증거를 제공하는 듯하다. 그러나 환경 정책 분석가이자 자칭 '에코모더니스트ecomodernist'인 마이클 셀런버거 Michael Shellenberger는 원자력이 사실은 신뢰할 수 있 는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이라는 증거가 확실하다고 강조한다. 2007년 <랜싯>에는 오염에 따른 사망률을 15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가 실렸는데, 원자력보다 석탄, 천연가스, 석유로 인한 사망률이 대체로 수백배 더 높았고, 원자력은 사고율도 비교적 낮다고 나왔다. 셀런버거는 이렇게 지적한다. “스리마일섬이나 후쿠시마의 방사선으로 죽은 사람 은 아무도 없었고, 체르노빌 사고로 죽은 사람은 30년 동안 50명이 안 되었다.”... 원자력은 나쁜 평판을 받을 이유가 없다. 백신, 글리포세트, GMO 의 사례처럼, 원자력을 둘러싼 대중의 인식은 실상과 크게 어긋나 있다. 핵분열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일은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반응로 설계를 현대화하고 표준화하는 등 나름의 과제를 안고 있지만, 운영자들은 이 에너지가 일정하고, 깨끗하고, 안전하고, 규모 확대가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음을 그동안 보여주었다. 현재로서는 원자력이 이 모든 특징들을 지닌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따라서 탄소세와 더불어, 원자력은 지구 온난화에 맞서 싸울 주된 무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정부는 올바른 과학과 증거 에 따라 행동하는 대신에, 대중의 정서에 굴복해왔다. 그 점은 이해가 가지만, 불행한 일이기도 하다. 좋은 소식은 몇몇 국가에서 대중의 견 해가 바뀌고 있으며, 원자력에 찬성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한국의 시민위원회는 두 원자로의 건설을 재개할 것을 권고 했고, 2018년 말 대만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서 2025년까지 원자력 을 퇴출시킨다는 계획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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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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