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벤처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가 투자 대상 기업 CEO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회사 사무실에 갔는데, 당신이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면 투자를 늘리겠습니다.” 이 말에는 두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일과 삶에서 성찰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요즘 세상이 성찰할 시간을 내주지 않고 심지어 성찰할 능력마저 빼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경제신문 8월27일자 A30면 <한 걸음 물러나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기사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성찰’의 전형적 이미지라고 하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나 깊이 명상에 잠긴 사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숱한 업무와 회의, 중요한 결정과 막중한 책임의 소용돌이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사색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지프 바다라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대학에서 만난 100여명의 기업인을 인터뷰하고 위대한 인물들의 일기와 기록을 심층 연구한 결과 “성공한 사람들은 ‘모자이크 성찰’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모자이크는 여러 빛깔의 작은 돌이나 유리를 조각조각 붙여서 무늬나 회화를 만드는 기법입니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다양한 방법으로 성찰하는 것이 ‘모자이크 성찰’입니다.
바다라코 교수는 성찰의 큰 전제로 “제대로 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대충하라”고 말합니다. “가치있는 일이라면 제대로 하라”는 말을 들어온 사람들에게 당황스러운 원칙일 수 있지만, “한 걸음 물러서야 더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랍니다. “성찰은 한발 물러서서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것,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또는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성찰의 첫 번째 설계 원칙은 ‘적당히 괜찮은 것(good enough)을 목표로 하라’입니다. “많은 일들이 일상에 못 미칠지라도 시도하고 노력할 가치가 있는데, 성찰이 그런 일 가운데 하나다.” 두 번째 원칙은 ‘저단 기어(downshifting)’로 바꿔서 끊임없이 여기서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묻는 것입니다. 잠시 정신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생산성에 대한 근심을 털어버리라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어려운 문제를 숙고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잠시 멈추고 평가하라”입니다.
성찰이 필요한 근본 이유는 “자신만의 시각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위해 여러 각도로 바라보는 법도 익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빠른 판단을 하는 대신에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그것을 찾아내는 게 리더가 할 일입니다. “우리가 성찰을 하지 않는다면, 삶은 무수히 많은 길로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언젠가 우리는 정신을 차릴 것이고, 그때 우리는 자신이 바라던 사람이 아닐 것이고, 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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