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는 마지막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감각이 존재한다. 몸의 기능이 소진되어 거절의사를 표현하거나 고통에 저항하지못할 뿐이다. 억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혼수상태의 환자가 갑자기 깨어나 눈을 번쩍 뜨고 고통스런 신음을 내지를 수도 있지만 심폐소생술을 멈추는 환자는 곧 혼절한다. 
가족들은 환자를 떠나보내기 실은 마음에 의사에게 할 수 있는 응급처치를 모두 해달라고 하고, 의사도 가족에게 차마 나쁜 소식을 알릴 수 없어서 전력을 다해 응급처치를 한다. 이 경우 가족들이 보는환자의 마지막 얼굴에는 평온함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이 되고 눈도 감지 못하거나 피를 토하기도 한다. 

- 뇌사판정 기준에 따르면, 환자에게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10분 안에 자가호흡을 하지 않으면 뇌사로 판정. 하지만 의사들은 그 아이에게 섣불리 뇌사판정을 내릴 수가 없다. 부모들의 간절한 희망을 매정하게 깨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산소를 충분히 공급한 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10분을 기다리는 것은 몸 안에 산소가 충분한 상태에서 10분 동안 대사가 일어나 세포들이 깨어날 경우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고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뇌간을 자극해 호흡을 유발하기 때문.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0분 내에 자가호흡을 해야 한다. 만약 자가호흡을 하지 못한다면 뇌간이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 죽음을 앞둔 환자를 각종 기계로 포위해 놓으면 환자를 기계로 대하게 된다. 의사가 마음으로 환자와 가족을 보살필 수는 없을까?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의사는 가족에게 앞으로의 치료계획을 정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의 가족을 기약도 없이 허공에 매달아 놓아서는 안된다.
의사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환자에게 취하는 조치들은 의료상식에 따른 합리적 방법이어야 한다. 의사는 그런 방법을 이용해 환자가 어떻게 사망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사망시간을 뒤로 미룰 수도 있다. 하지만 의술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는 의료상식에 따르는 것이 오히려 환자와 가족을 고통에 빠뜨린다.
외국에서는 회복될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인공장치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 살릴 수는 있지만 살릴 기회를 얻지 못해 죽는 환자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의료자원의 낭비와 불공평한 분배로 인식.
하지만 가끔은 가족들이 환자를 포기하지 못하고 의사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의사가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음. 쇠약할 대로 쇠약해져 점점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는 환자를 인공호흡기로 지탱시키며 에크모, 간투석, 신장투석 등을 계속 행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낭비인가.

- 세속적인 시선을 배제하고 죽음을 바라본다면 죽음은 모든 가족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죽음 앞에 서면 누구나 걸음을 멈추고 과거를 돌이켜보게 된다. 사람이 살면서 반드시 해야 할 네 가지 일은 사랑, 감사, 사과, 작별이라는 말이 있다.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 하려면 마음과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다. 사랑하고, 감사하고, 사과하고, 작별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자. 서두르지 않으면 너무 늦어 버려 평생의 한이 될 수도 있다.

- 음식물을 투여할지, 항생제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법적인 강제규정은 없다. 하지만 학리적으로는 이렇게 정의된다. '환자의 편안함과 존엄성을 위해 말기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모든 치료는 중단할 수 있다.'
사망과정에 대해 일반 의사들은 자세히 알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환자실 의사들은 경험이 풍부한 몇몇 의사 외에는 임상을 통해 배워감 환자를 대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환자의 혈압이 50-60밖에 되지 않을때는 음식물을 공급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장이 연동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 그런 경우 음식물을 계속 공급하는 것은 환자의 부담만 가중시킨다. 이걸 모르는 일부 간호사들이 DNR 동의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환자에게 음식물도 주지 않고 방치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 환자의 사망이 임박했을 때 의사가 가족들에게 환자가 병원을 떠날 때 입을 옷을 준비하라고 할 수 있다. 관에 들어갈 대 입는 수의가 아니라 염을 하기 전까지 잠시 입고 있을 옷이다.
중환자실에서 사망하는 환자들은 심박을 유지하기위해 각종 주사제와 수액을 24시간 투여받는데 환자의 대사기능이 매우 약하므로 수분을 배출하지못해 몸이 심하게 부어오른다. 불과 며칠 사이에 체중이 10키로 가까이 늘어나고 얼굴이 가족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형된다.
의료진이 가족들에게 마지막 순간에 입을 옷을 준비해 달라고 말하지 못한 경우에는 가장 큰 치수의 환자복을 입힌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가족딜이 환자가 평소에 입던 옷을 갖고 왔다가 옷이 들어가지 않아 당황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많다.

- 환자는 고통없이 존엄을 지키며 아름답게 세상을 떠나게 하고, 환자의 가족들은 안타까운 응어리를 남기지 않고 하루 빨리 슬픔을 극복해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죽음이라는 것을 통해 인생의 의이를 배우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호스피스 의료의 목표다.

- 일반적으로 환자의 혈압이 떨어지고(수축기 혈압 40정도) 심박이 함께 느려지기 시작하면 인고호흡기를 부착했을 경우 그로부터 3-4시간 후가 환자의 예상 사망시점이다. 그때쯤이면 심장의 기력이 저절로 소진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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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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