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일의 시간

인문 2025. 1. 22. 07:42

- 나에게 기적은 다시 얼어서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와 하루하루를 함께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은 날마다 기쁨이고 기적입니다. (크리스토퍼 리브)

- 인생이라는 시내에서 황금빛 순간들은 빠르게 흘러가고 우리가 보는 것은 모래뿐이다. 천사들이 찾아오지만, 우리는 그들이 떠나 버린 뒤에야 그들이 왔다갔음을 안다. (조지 엘리엇)

- 임종하시는 그분들은 정말 고단하고 힘든 삶을 살아왔다. 태어나는 자리가 굉장히 축복받고 축하받는 자리인 것과 똑같이, 마지막 인생의 무대를 내려가는 자리 또한 축복받는 거룩한 자리다. 그분이 살아온 인생을 박수쳐 드리면서 정말 고생하셨다고, 수고하셨다고, 이제 편안해지시라고 인사를 드립니다. 그래서 저는 사망선고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죽음을 삶와 떨어뜨려서 생각하면 두렵고 어둡게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삶의 끝자락에 오는 것이 죽음이고, 어쩌면 삶의 일부거든요.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죽음은 삶의 완성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고, 한 세대가 가고 또 다음 생애가 이어지쟎아요. 어떤 신부님께서 '내 정신은 후손에, 내 육체는 자연에, 내 영혼은 하느님께 드리는 온전한 봉헌이 죽음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 임종을 앞둔 환자분들께 뭘 원하는지 물어보면, 아프지 않고, 추하지 않은 모습으로 가고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가족들한테 짐이 되지 않게 해달라는 말씀도 하시구요. 그 말씀은 곧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품위를 잃지 않고 가고 싶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일단 육체적 고통이 조금 완화되어야 해요. 어떤 분들은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어서 그런 걸 벌써 쓰면 어떡하나, 지레 겁먹고 통증을 참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통증이 완화되면 비로소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본인이 가고 난 빈자리가 혼란스럽지 않게 뒷 일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사회적, 경제적, 법적인 책임을 이임하고 정리해야죠. 
그 다음단계에서는 용서와 사랑을 표현하면서 가족과 친지들과의 관계를 정리해야죠. 
그리고 나와 나 자신의 관계를 정리해야 합니다. 많은 환자분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을때 허무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에 대해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고 '내가 잘 살았구나'하며 평화롭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자와 대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종교가 있는 분이나 없는 분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나라는 존재, 인간으로서의 유한성을 받아들이고 초월자에게 겸허히 맡기는 모습으로 생을 마무리하는 게 정말 아름다운 임종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을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사랑해 주는 한 사람이 동반해주는 게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게 가족일수도 있고, 간병인일수도 있고, 친구일수도, 의료인일수도 있죠.

- 가진 것을 다 내려놓고 가벼워지는 연습을 많이 해야 실제로 임종순간이 왔을 때 그것이 가능한 것 같아요. 갑자기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힘들게 돌아가시는 분들의 공통점을 보면 물질적 집착이 있는 분들이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한 분들이엥. 곁에 있는 사람들이 결핍을 채워줘야 하니 많이 힘들죠. 또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많이 준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많이 몸부림치는 것 같습니다. 남에게 준 상처들이 죄의식이나 죄책감으로 자신의 무의식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죽음은 절대자이자 초월자라 직면하는 것이라서, 죽음과 직면할 때 죄의식이 자기자신을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해요.

- 아름다운 임종을 맞이 하기 위해서는 먼저 죽음이 뭔지 알고 받아들여햐 하겠죠. 죽음을 앎으로써 내 생명의 본질도 이해하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배우죠. 그렇게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과 맞닥뜨렸을 때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에요. 성장과정에서부터 죽음에 대해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부정적 관념보다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죽음을 나의 한 부분이라고 인정하면서, 살아 있는 동안 최대한 행복하게 즐기려는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또한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 기쁨, 보람, 이런 모든 것을 누리고 잘 살았을 때 죽음을 아름답게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행복하게 살 때만 행복한 죽음이 찾아옵니다. 삶의 연속이 죽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죽음을 맞이한다는 표현이 더 긍정적인 힘을 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당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나고, 분노가 생기는 그런 부정적 느낌이 들죠. 그래서 회피하게 되고, 계속 두려워하게 됩니다. 저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거든요. 맞이한다는 건 내가 마음을 열고 나아갈 때만 가능한 거쟎아요. 죽음을 당한다는 개념보다 맞이한다는 마음으로 살면 좀더 생동감있고 활발하게,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죽음의 자세는 삶의 자세와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랄까, 이끌림에도 영향을 주죠. 많은 철학자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삶을 잘 살았을 때 죽음도 잘 맞이한다.", "아름답게 살아갈 때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한다." 맞는 말입니다. 한 분 한 분 돌아가시는 모습은 각자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오신 분들을 보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수용을 잘 하시고, 편안해하시죠. 

- 잘 사는 사람은 잘 죽습니다. 그리고 평소 긍정적인 사고를 하시는 분이나 활기차게 지내는 분들은 막상 그런 상황이 닥쳐도 비교적 잘 넘기시더라구요. '내가 지금까지 다섯 개를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그래도 하나는 할 수 있지 않을가? 다행히 숨은 쉴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여기서 숨이 멈춘게 아니니까. 내가 생각은 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매번 긍정적인 사고로 바꾸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밤에 잔다는 것은 오늘을 마감하는 거잖아요. 어떤 면에서는 죽는다고 볼 수도 있죠. 내일은 새로운 삶이죠. 우리는 항상 오늘을 살지요. 오늘을 살면서 동시에 내일에 도달할 수는 없죠. 지금 이순간,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며 느꼈습니다. 내일로 미루지 말자고. 내일은 우리한테 그냥 다가오지 않으니까 오늘을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밤새 자다가 그냥 갈 수도 있으니까요. 심장마비가 오면. '밤새 잘 주무셨어요? 밤새 안녕하셨어요?' 우리 인사말에 그런 말이 있잖아요. 돌아가시는 분들 옆에서 계속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족들에게도 우리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렇게 아픈데 내일을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생각은 하지 말고 오늘 하루만 기쁘게 잘 살자고. 숨만 쉬고 있을지라도, 그래도 숨을 쉬고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이 가을이 오는 것을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하면서 오늘에 감사하자고. 내일은 우리가 알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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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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