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음식에 균열을 만들면, 그다음에는 균열을 갈라 물질 전체를 두 조각내고 싶어진다. 그래서 칼은 사실 두 가지 일을 하게 된 다. 이 두 가지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칼날을 최대한 예리하게 만 드는 것이다. 예리한 칼날을 현미경으로 보면 생각처럼 매끄럽지 않 다. 매끄러운 게 아니라 칼날 전체가 울퉁불퉁해서 톱니처럼 보인 다. 그런 칼날로 음식을 밀고 지나가면 전단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마찰이 생겨나고, 이것이 압박을 늘려 균열이 생긴다. 반면 무딘 칼 은 칼날이 두루뭉술하고 밋밋해 음식을 꽉 잡아주지도 못하고 그 리 잘 자르지도 못한다. 결국 전단력이 약하기 때문에 오로지 썰기 동작에 의존해야 하므로 힘이 많이 든다. 무딘 칼이 예리한 칼보다 더 위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힘을 더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헛손질 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그래서 사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전단력과 마찰도 개입하는 등 칼날이 물질을 자르는 과정이 이 렇게 복잡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칼을 제조하는 과정 역시 다소 복 잡하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날이 예리한 칼을 만들려면 '경 도hardness'가 높은 강철을 사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칼날은 잘 닳지 않아야 하므로 '인성toughness'도 높은 강철을 사용해야 한다. 재료과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도와 인성은 개념이 다르다. 경 도는 어떤 물질이 압력에 변형되거나 긁히지 않는 성질이다. 인성은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부러지지 않고 변형되는 성질, 즉 구부러지기 는 하되 부러지지는 않는 성질이다. 칼은 경도가 높아 칼날이 늘 유지되어야 하며, 인성도 높아 잘 닳지 않고 휘었을 때 부러지지 않아 야 한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경도가 높아지면 대개 인성이 줄어 들고, 또 인성이 높은 강철은 대개 경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야 말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칼 제조 업자들은 경도 높은 강철을 만들기 위해 철에 탄소를 추가하며, 인 성을 높이기 위해 텅스텐과 코발트를 추가하고, 또한 녹을 방지하기 위해 약간의 크롬도 추가한다.

- 당신이 요리하려 하는 단백질 덩어리에 대해 생각해보자. 스테이크일 수도 있고 생선 한 마리 또는 달걀 하나일 수도 있다. 당신의 최종 목표는 단백질 분자들을 가지고 정상적이거나 자연스런 상태의 단백질에서 열로 변형된 이른바 '변형 단백질'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백질에 관한 기본적인 과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모든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화학물질들의 사슬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단백질 안에는 아미노산 하나당 적어도 한 개의 질소 원자가 존재하며, 또 단백질 안에는 대개 각기 다른 20종류의 아미노산만 있다. 단백질 사슬 내 아미노산의 순서에 따라 단백질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달걀 흰자를 구성하는 오브알부민이라는 단백질 안 에는 늘 385개의 아미노산이 정해진 순서대로 사슬을 이룬다. 반면 스테이크 같은 음식에 들어 있는 전체 근섬유의 55퍼센트는 미오신 이라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미오신 속에는 약 2천 개의 아미노산이 독특한 패턴으로 들어 있다. 각 단백질은 아미노산의 순서에 의해 나름대로 고유한 기능을 한다. 그리고 많은 아미노산 은 다른 아미노산들과 연결될 끈을 만들기 때문에 이 화학물질들의 사슬은 모두 자연스럽게 접혀 방울 형태를 만드는데, 그 모양도 아미노산의 순서에 따라 달라진다. 자연 상태의 단백질은 모두 이처 럼 방울 모양이다. 그러나 일단 단백질을 요리하면 모양이 달라진다. 단백질을 서서히 가열하면 열에너지가 방울처럼 부풀어 있는 분자들을 흔들기 시작하고, 결국 아미노산 사이의 모든 연결 고리가 끊어진다. 이때 변형 단백질이 생겨난다. 공처럼 똘똘 뭉쳐 있던 모 양이 풀어지며 헝클어진 스파게티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다음 에는 어김없이 스파게티처럼 풀어진 그 분자들이 서로 들러붙는다. 이렇게 단백질 변형이 끝나면 단백질 덩어리의 전반적인 식감과 색 이 변하며, 이때 우리는 요리가 끝났고 소화하기 좋게 됐다고 생각 한다. 이 과정은 요리사들에게 더없이 중요하다. 자연 상태의 단백질이 어느 정도의 온도에서 변형되느냐는 단백질 내 아미노산들의 연 결 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것이 바로 각 단백질 유형의 특성이 다. 또한 이것이 우리가 생선을 요리할 때 육류보다 열을 적게 가해 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어 속의 미오신 단백질은 암소 속의 미 오신 단백질과는 조금 다르다. 두 단백질이 연어와 암소 안에서 하 는 일은 같지만, 아미노산의 미묘한 차이 때문에 비프스테이크의 미 오신 단백질은 섭씨 50도에서 변형되기 시작하고, 연어의 미오신 단 백질은 섭씨 40도에서 변형되기 시작한다.

- 모든 금속이 다른 금속들처럼 열을 잘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구리는 열전도율이 가장 높은 금속들 중 하나고, 다소 의외지만 스 테인리스강은 열전도율이 무척 낮다. 팬은 열의 원천이 팬 밑바닥을 골고루 가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열전도율이 매우 중요 하다. 특히 가스레인지는 팬을 원형으로 가열하므로 가운데 부분이 가열되지 않는다. 구리처럼 열전도율이 무척 높은 물질로 만든 팬 은 열이 빠르게 팬 밑바닥 전체로 분산되므로 골고루 가열된다. 그 러나 스테인리스강, 특히 얇은 강철로 된 팬은 골고루 가열되지 않 을 뿐 아니라, 심한 경우 군데군데가 유난히 뜨겁게 가열되므로 음 식이 타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팬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물질은 구 리 같지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100퍼센트 순수한 구리는 거의 사 용되지 않는다. 우선 값이 비싸고, 쉽게 변색되며, 산과 접촉하면 녹 아내려 음식에 해독을 끼치므로 토마토나 레몬 같은 음식을 요리할 때는 쓸 수가 없다. 순수한 구리로 만들면 아주 좋은 주방용품이 하나 있는데, 바로 달걀을 휘저을 때 쓰는 볼이다(53쪽 참조).
- 열전도율이 구리 다음으로 좋은 물질은 알루미늄이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는 알루미늄으로 된 팬이 많다. 그러나 알루미늄도 완전 한 해결책은 못 된다. 아주 가벼운 팬을 만들 수 있어 좋지만, 알루 미늄 역시 산이 함유된 음식들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의 문 제는 몸에 해로운 게 아니라 음식이 입맛 떨어지는 회색으로 변질 된다는 것이다. 알루미늄은 한 가지 특별한 장점이 있어서 요리사들 이 좋아하는데, 그 장점이란 같은 무게의 구리에 비해 더 많은 열을 붙잡아두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비열 용량specific heat capacity(단위 질량의 물질의 온도를 단위 온도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옮긴 이)'이라 한다. 비열 용량은 1도의 온도로 1킬로그램의 물질을 가열 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이다. 알루미늄의 비열 용량은 구리의 3배 정도여서 보다 천천히 가열되고 보다 천천히 식는다. 그런 특성 때문에 프라이팬으로 아주 그만이다. 만약 고기 한 덩어리를 빨 리 요리하려 한다면 알루미늄 팬이 보다 천천히 식으므로 더 효과 적으로 고기를 구울 수 있고, 그 결과 맛있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아미노산과 환원당이 작용하여 갈색의 중합체인 멜라노이딘을 만드는 반응과 정옮긴이)의 산물이 탄생한다(114쪽 참조).
열전도율이 스테인리스강보다 조금 나은 것은 주철이다. 주철 팬이 있다면 잘 알겠지만, 이 팬의 문제점은 녹이 잘 슨다는 것이다. 팬을 닦은 후 적절히 말리지 않으면 녹이 생기므로, 이것을 깨끗이 씻어내지 않으면 다음에 요리할 음식을 망치게 된다.
- 마지막으로 스테인리스강은 열전도율이 가장 나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냄비나 프라이팬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물질이다. 스 테인리스강이 다른 어느 물질보다 편의성이 좋기 때문이다. 변색되 지 않고 취급할 때 특히 주의할 점도 없는 데다 인성도 훨씬 높아 사용 중에 흠집도 적게 난다. 또한 프라이팬으로 흔히 쓰이는 물질 중에 유일하게 자성이 있으므로, 자성 물질에만 사용할 수 있는 최 신 전기 레인지인 인덕션에 안성맞춤이다. 알루미늄 팬은 인덕션에 는 쓸 수 없다.
다행히도 재료과학이 발전한 덕에 요즘은 알루미늄이나 구리 의 열전도성과 강철의 내구성을 두루 원하는 요리사들을 만족시킬 프라이팬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많은 팬이 한 종류 이상의 금속으로 제작되고 있다. 그중 가장 단순한 것은 구리를 덧댄 프라이팬이 다. 제조업자들은 강철판 한 장에 구리판 한 장을 얹고, 그다음 다 시 강철판 또는 알루미늄판 한 장을 더 쌓는다. 그리고 구리판을 가 운데 두고 샌드위치처럼 쌓은 이 금속판들을 아주 뜨거운 롤러로 밀어 짓눌러 한 장이 되게 만든다. 이렇게 여러 금속판들로 만든 팬 들은 바깥쪽이 강철로 되어 있어 내구성이 강할 뿐 아니라 인덕션 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샌드위치 같은 프라이팬 가운데에 있는 구 리판은 열이 골고루 분산되도록 돕는다. 이런 프라이팬의 안쪽 표면 에는 또 한 층의 강철을 대거나 아니면 비열 용량을 높이기 위해 알 루미늄판을 댄다.
- 1938년 로이 플런킷Roy Plunkett이라는 미국인 화학자가 우연히 발명한 테플론 또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줄여서 PTFE)은 많 은 불소 원자를 추가해 화학반응을 정지시킨 기다란 탄소 분자다. 문제는 이 테플론처럼 잘 들러붙지 않는 물질을 어떻게 프라이팬에 붙이느냐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쓰는 방 법들이 동원되기도 했지만, 그 화학물질들은 촉감이 나빴고 독성 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코팅할 프라이팬 등에 먼저 모래를 분사 해 아주 거친 금속 표면을 만든다. 그다음 액체 상태인 테플론을 부 으면, 모래가 분사되어 만들어진 거친 표면 구석구석에 배어들게 된 다. 그렇게 해서 다시 평평해진 표면이 굳으면, 그 밑에 여러 금속판 을 합친 두툼한 바닥 원판을 갖다 붙일 수 있다. 테플론이 아주 미 세한 금속의 홈들을 파고들어 꽉 움켜쥐는 것이다. 일단 테플론을 이용해 코팅이 제대로 된다면, 이는 금속 표면에 형성된 불소 원자 들 덕분이다. 불소는 테플론 안의 탄소와 매우 강하게 결합하며, 일 단 그렇게 결합하고 나면 다른 것과는 결합하지 못한다. 그 결과 프라이팬 위의 음식이 바닥에 들러붙지 않게 된다.
테플론 같은 첨단 기술을 이용한 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주 철의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먼저 주철 팬에 코팅하듯 기름 을 얇게 두른 후 아주 뜨거운(섭씨 260도) 오븐에 넣고 한 시간 정도 구우면 주철 팬에 음식이 들러붙지 않는다. 강한 열에 기름이 분해 되면서 두세 개짜리 조그만 탄소 원자 단위들로 나뉘게 되는데, 이 후 팬이 식으면 그 원자 단위들끼리 서로 결합하여 기다란 탄소 사 슬 분자들을 형성한다. 이 긴 탄소 사슬들이 테플론 역할을 하며 금속을 코팅하여 음식이 프라이팬 표면과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 하게 된다. 반응을 억제하는 불소코팅 정도는 아니지만, 긁혀도 흠 집이 잘 생기지 않고 다시 덧바르기도 쉽게 되는 것이다.

- 자, 이제 허릿살 스테이크 요리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중탕기 온도를 섭씨 57도로 맞춘 뒤 스테이크를 봉지 안에 넣고 진공 밀봉 해 수조의 물 안에 넣는다. 이제 약 한 시간 동안 서서히 스테이크 의 온도가 수조 내 물의 온도인 섭씨 57도까지 올라간다. 이 정도 온도가 되면, 스테이크 안에 있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 분자들이 모 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변형된다. 스테이크 덩어리를 이루는 미오신 단백질도 변형되므로 고기가 부드러워진다. 고기를 붉은색으로 만 드는 미오글로빈이라는 단백질 역시 변형되기 시작하므로 스테이크 는 선홍색이 아닌 분홍색을 띠게 된다. 그러나 액틴 단백질은 아직 자연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는데, 이는 좋은 현상이다. 이 단백질이 변형되면 고기가 질겨지고 육즙 맛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기 전체는 바깥쪽부터 안쪽까지 정확히 섭씨 57도를 유지 해 결국 미디엄레어medium-rare 스테이크가 된다. 레어rare 스테이 크를 먹고 싶다면 미오글로빈 단백질이 변형되기 시작하는 온도보다 낮은 섭씨 40도로 맞추면 된다. 또한 미디엄medium 스테이크를 원한다면 섭씨 60도로 맞추면 된다. 그러면 미오글로빈 단백질이 완 전히 변형될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혹 스테이크를 망치고 싶 다면 섭씨 74도에 맞추면 된다. 그럼 액틴 단백질을 비롯한 모든 단 백질이 변형되어 웰던well done 스테이크가 될 것이다.

- 우리가 달걀 흰자를 휘저을 수 있는 이유는, 그렇게 휘저으면 알부민 속의 단백질들이 변형되어 보다 효과적으로 공기 방울들에 들러붙게 되기 때문이다. 거품기로 달걀 흰자를 휘저으면 공기 방울 들이 무척 많이 생긴다. 거품기의 각 가닥(옛날 같으면 잔 나뭇가지)이 액 체를 휘젓고 지나가면 공기가 끌려 내려오면서 거품들이 만들어진 다. 만일 거품기를 물에 넣고 휘저으면 거품들이 바로바로 생겨났 다가 터지겠지만, 보다 점성이 있는 액체에 넣고 휘저으면 거품들이 한동안 터지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품기로 휘저은 달걀 속 의 거품들이 몇 시간이고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뭔가 다른 일이 일 어났기 때문이다. 거품기로 달걀 흰자를 휘저으면, 거품기의 각 가닥 의 물리적 움직임 때문에 서로 꼬여 있던 달걀 단백질들이 와해된 다(열에 의해서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41쪽 참조). 여기서 단백질 가닥들 내의 미세한 움직임인 소수성hydrophobic(물과 혼합되지 않으려 하는 속성 -옮긴이)'이 부각된다. 외부로 노출된 물을 싫어하는 분자들이 물이 포함되지 않은 공간인 공기 방울로 몰려가고, 모든 조그만 공기 방울들은 와해된, 즉 변형된 달걀 단백질들로 둘러싸이게 된다. 이 단 백질들은 곧 서로 결합하여 모든 공기 방울들을 중심으로 안정된 단백질 망을 형성한다.
이 시점의 달걀 혼합물을 전문 요리사는 소프트 피크soft peak(부드러운 봉우리)' 상태라고 부른다. 만약 이때 믹싱볼mixing bowl (음식 재료를 섞을 때 쓰는 깊은 그릇-옮긴이)에서 거품기를 들어 올리면 거 품들이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루룩 흘러내릴 것이다. 그러 나 거품기로 계속 더 휘저으면 달걀 거품들은 더 굳어져 스티프 피 크stiff peak (뻣뻣한 봉우리)' 상태가 된다. 이때는 달걀 혼합물이 담긴 믹 싱 볼을 머리 위에서 거꾸로 들어도 쏟아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여기서 계속 달걀을 휘저어 단백질들 속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보내 주면 거품들이 더 작아지고 많아진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난다. 휘저은 달걀이 더 하얘지고 거품들 사이의 액체량이 줄 어드는 것이다. 이후 거품들 주변에 형성된 변형된 단백질들이 서로 부딪치며 뒤엉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 들러붙기 시 작하면서 뒤섞인 달걀이 더 굳어진다. 또한 단백질들이 믹싱 볼에도 들러붙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때 믹싱 볼을 뒤집어도 쏟아지지 않 는 것이다. 스티프 피크' 단계는 오븐 안에서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 어야 하는 머랭 같은 것을 구울 때 알맞다.
그러나 달걀을 계속 휘저으면 모든 것이 잘못돼버린다. 이 상태를 요리 업계에서는 '드라이 피크dry peak'라고 한다. 거품 덩어리들 은 거의 부서질 정도로 건조해지고, 믹싱볼 바닥에는 액체가 생기 기 시작한다. 이때의 문제는 모든 단백질 분자들이 서로 너무 세게 끌어당겨, 달걀 혼합물 거품들 사이에서 쥐어짜듯 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제 거품 속의 공기 방울들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거품이 부분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 구리 믹싱 볼을 만들 구리가 귀한 상황이라면 과학이 구원투수 역할을 해준다. 달걀 흰자에 구리 대신 산을 조금 추가해도 된다. 레몬즙을 짜 넣어도 효과가 있으며, 맛이 변하는 걸 원치 않는다면 주석영cream of tartar (흔히 쓰이는 제빵 재료로, 정확한 이름은 포타슘 2,3,4-3수산 기-4-옥소부타노아테)처럼 분말 형태로 된 산을 조금 추가하라. 이 산은 유황 결합을 저지하므로 달걀 휘젓는 게 더 쉬워져 구리를 추가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맛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설탕을 추가해도 거품을 안정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설탕이 달걀 혼합물의 끈적거림, 즉 점도를 높여 주기 때문이다. 점도가 높아진 액체는 거품들에 보다 쉽게 들러붙 으므로 단백질 망이 형성될 시간이 더 많아지며, 그래서 달걀을 한 결 쉽게 휘저을 수 있다.

- 물론 '대포'를 쓰지는 않지만, 다른 여러 종류의 뻥튀기 제품들에도 동일한 과학이 적용된다. 사람들이 아침 식사 로 즐겨 먹는 튀긴 쌀은 약간 조리된 쌀을 온도가 섭씨 250도 이상 (가끔은 300도 가까이 되는 뜨거운 오븐에 넣는다. 온도가 급격히 변화 하면 쌀 안의 수분이 끓고 젤라틴화된 녹말이 뻥튀기가 된다. 팝콘 도 마찬가지다. 옥수수 알들은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어 그 자 체가 자가 조정되는 압력 용기 역할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 옥수수 알맹이를 가열하면 그 안쪽의 압력이 높아져 결국 껍질이 갈라지면서 압력이 떨어지게 되고, 이렇게 뻥 튀겨진 옥수수 알이 전 세계의 영화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팝콘이 된다. 이 세 가지 방법을 사 용하면 밀과 쌀, 옥수수뿐 아니라 보리, 귀리, 조, 수수 등의 어떤 곡 물도 튀길 수 있다. 심지어 곡물이 아닌 퀴노아도 튀길 수 있다.
젤라틴화된 녹말을 증기로 튀기는 과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곡물을 반드시 통째로 튀길 필요도 없다. 약간 촉촉한 상태의 빵 은 옥수수 녹말 혼합물을 젤라틴화될 때까지 가열한 후 압력을 가 하면 노즐을 통해 밖으로 쏟아져 나간다. 뜨거운 녹말이 노즐을 통 해 밖으로 나가면 압력이 떨어지면서 팽창하여 팝콘처럼 된다. 여기 에 분말 치즈를 입힌 것이 바로 영국의 워시츠Wotsits, 미국의 치토 스Cheetos, 인도의 쿠르크레Kurkure,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닉 낙스Nik Naks, 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트위스티Twisty 과자다.

- 음식을 걸쭉하게 만드는 성분 중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가장 특이할 것이다. 알지네이트alginate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 조류algee, 정확히 말하면 켈프 같은 갈조류에서 나오는 성 분이다. 카라기난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제조 방법은 갈조류를 물 에 넣고 끓인 뒤 끄집어내 말려 하얀 분말로 만드는 것이다. 스파게 티 면처럼 가늘고 긴 이 분자의 화학구조는 아주 낯익을 것이다. 육 각형의 기다란 당분 분자들의 사슬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 론 이 알지네이트 분자의 조직 방식과 그 육각형 모양에 들러붙는 원자들은 다르다. 이 경우 우리는 에스테르기라고 알려진 화합물을 추가하는데, 그러면 물속에 들어갈 경우 분자가 음전하를 띠게 된 다. 알지네이트는 카라기난과 아밀로오스 같은 겔을 형성하는데, 희 석된 혼합물에 칼슘을 추가하면 숨겨져 있던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만일 물속에 칼슘 혼합물을 넣으면, 각 원자에는 2개의 양전하 가 생긴다. 그런데 알지네이트는 음전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칼슘 이 이긴 사슬의 분자들에 들러붙는다. 그러나 칼슘은 1개가 아닌 2개의 양전하를 갖고 있어 2개의 알지네이트 분자를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분자들이 상호 결합하여 겔 상태가 된다. 그래서 희석 된 차가운 알지네이트 용액을 겔 상태로 만들려면 칼슘만 추가하면 된다.
분자요리 미식가 또는 과학을 좋아하는 요리사들은 알지네이 트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특이한 일들을 벌인다. 예를 들어 과일 향 이 나면서 시큼하게 맛있는 엷은 자두 퓌레 purée(채소나 곡류 등을 삶아 걸쭉하게 만든 것-옮긴이)를 만든 후, 거기에 분말 형태의 알지네이트를 조금 섞어보자. 이제 희석한 염화칼슘 한 그릇을 준비한다. 그리고 주사기를 이용해 자두 소스 몇 방울을 그 칼슘 혼합물에 떨어뜨린 다. 알지네이트가 섞인 자두 소스 방울이 칼슘 용액 속에 들어가 가 라앉기 시작하면, 알지네이트가 바로 액체 상태에서 겔로 변하기 시 작한다. 그러면 그 조그만 자두 방울 겉에 젤리 같은 층이 얇게 형 성된다. 이제 알후추만 한 그 자두 방울을 칼슘 용액에서 꺼내 깨끗 한 물에 씻으면, 살짝 자두 맛이 나는 캐비아 같은 것이 만들어진다. 그 가짜 캐비아를 한입 물면, 조그만 방울이 입속에서 톡 터지며 자 두 맛이 날 것이다. 그간 실험 정신이 뛰어난 요리사들은 이걸 이용 해 온갖 특이한 음식들을 만들어왔다. 샴페인 잔 안에 떨어뜨린 오 렌지 리큐어 liquer(과일 향이 나는 달고 독한 술-옮긴이) 캐비아는 어떨까? 반드시 아주 작은 방울일 필요는 없다. 알지네이트를 이용해 씹으면 액체 상태로 변하는 기다란 면을 만들 수도 있고, 잘라보면 안에서 소스가 쏟아져 나오는 커다란 방울들을 만들 수도 있다.
- 가공식품의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로 식품의 질감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유통 종사자들의 바람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 질감을 최대한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그 균형을 제대로 잡으려면 적절한 때 또는 적절한 온도에서 식품 을 더 걸쭉하게 만들거나 얇게 만들어주는 아밀로오스나 메틸셀룰 로오스, 카라기난 같은 성분들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예외 는 있지만, 이런 성분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같은 화학작용, 그러니 까긴 육각형 당분의 긴 사슬들이 뒤섞여 겔 상태가 되는 화학작용 으로 만들어진다.

- 밀의 종류가 다르면 그 씨앗에서 나오는 글루텐의 양도 달라진다. 그러나 글루텐 함량이 많은 밀은 무척 추운 기간을 거치며 단백 질 함량을 최대한 높여야 하므로, 영국에서는 인위적으로 그런 기 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 과정을 '춘화 처리vernalization'라고 하는 데, 그 용어를 처음 만들고 직접 시연해 보인 사람은 살아생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러시아 과학자 트로핌 리센코Trofim Lysenko다. 우생학에 관한 그의 말년의 노력들은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식물들에 대한 그의 초창기 발상들은 지금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 다. 여러 식물은 춘화 처리가 필요한데, 특히 춘화 처리를 해야 하는 밀 변종을 '가을밀(가을에 씨를 뿌려 이듬해 여름에 추수하는 밀옮긴이)'이라 한다. 북반구에서는 대개 밀 씨앗을 9월부터 11월 사이에 뿌린다. 그러면 그 씨앗에서 싹이 터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작은 밀로 자란다. 가을밀을 재배하려면 섭씨 0도에서 5도 사이를 오가 는 날씨가 최소 30일은 되어야 한다. 그러면 그 말이 보다 추운 날씨에 눈 덮인 대지 밑에서 행복하게 지낸 뒤 봄이 오면 다시 자라기 시 작한다. 춘화 처리 과정이 없으면 밀 수확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밀 이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글루텐도 제대로 함유하지 못하게 되므 로 빵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는다.
춘화 처리가 제대로 된 가을밀은 경질 밀hard wheat (단백질 함량 이 높은 밀옮긴이)을 생산해내며, 그 밀은 강력분strong flour(경질 밀에서 얻는 밀로 빵을 만드는 데 쓰임-옮긴이)으로 쓰인다. 반대로 영국에서 재배 되는 밀은 대부분 연질 밀soft wheat(단백질 함량이 낮은 밀옮긴이)이어서 박력분soft flour (연질 밀에서 얻는 밀로 주로 고급 과자나 튀김을 만드는 데 쓰임-옮 긴이)으로만 쓰인다. 그래서 영국은 빵을 만들기 위해 대개 밀을 수 입하는데, 특히 겨울이 춥고 경질 밀이 재배되는 캐나다에서 많이 수입한다.

- 고체가 액화되지 않고 바로 증기로 변하는 현상을 승화라고 하는데, 대기압의 1천분의 2 상태에서는 섭씨 영하 20도에서 이 현상이 나타난다.
냉동 건조 커피는 바로 이 상태에서 제조된다. 커피의 다양한 맛은 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분자들의 복잡한 혼합에서 나 온다. 분무 건조된 인스턴트 커피의 맛이 막 끓여낸 신선한 커피의 맛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열이 복잡한 커피 향 의 조합을 손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니 커피의 경우 분말 건조는 잊고 냉동 건조를 고려해보라. 먼저 향이 아주 강한 커피를 볶아내 고 이를 얕은 쟁반에 부은 뒤 산업용 냉동고에서 섭씨 영하 25도 로 냉동시킨다. 이제 그것을 아주 작은 조각들로 나눈 다음 진공실안에 넣는다. 그다음 진공실의 압력이 대기압의 1천분의 2(200파스 칼 또는 0.03프사이)가 될 때까지 공기를 빼낸다. 마지막으로, 냉동된 커 피를 서서히 섭씨 영하 20도까지 올라가게 놔둔다. 이렇게 낮은 압 력에서 이 온도가 되면, 냉동된 커피 속에 들어 있는 수분이 승화되 기 시작하여 수증기로 변해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수분 속 에 녹아 있던 냉동 커피 맛 덩어리들은 곧장 건조된 커피 맛 덩어리 들로 변하고, 온도는 절대 섭씨 영하 20도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커 피 속에 들어 있는 모든 맛 분자들은 열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냉 동 건조된 알갱이들 속에 그대로 남는다. 이 상태를 중단시킬 만한 일은 전혀 없다. 그래서 커피 제조업체들은 대신 커피 맛 분자들을 가두어두었다가 그걸 다시 액체 상태로 되돌린 뒤 냉동 건조된 인 스턴트 커피 알갱이들 위에 뿌린다. 그러면 실제 커피와 맛이 비슷 한 인스턴트 커피가 탄생한다.

- 식품 속에 유액이 들어간 경우를 찾아보려 한다면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림은 액체 속에 지방이 떠 있는 대표적인 유액이다. 이 경우 양친매성 유화제는 카세인이라 불 리는 우유 단백질이다. 카세인은 다른 모든 단백질들과 마찬가지로 기다란 사슬 분자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단백질들과 는 달리, 카세인은 친수성 극성 분자들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고 물 을 싫어하는 소수성 분자들도 갖고 있어서 아주 좋은 유화제가 된 다. 버터 역시 카세인을 유화제로 갖고 있는 유액이지만, 특이하게도 거꾸로 되어 있다. 즉, 버터 속의 거품들이 물을 함유하고 있고, 그 물 주변을 지방이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
유액과 유화제와 관련된 과학은 식품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무기다. 유화제는 마요네즈뿐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많은 식품의 영양성분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방과 물로 이루 어진 유액을 만들어내면 몇 가지 괜찮은 요리들을 할 수 있다. 첫째, 음식을 걸쭉하게 만드는 물질(69쪽 참조)을 첨가하거나 이미 있는 것 보다 많은 지방을 따로 첨가하지 않고도 음식의 질감을 바꿀 수 있다. 묽은 질감, 매끄러운 질감, 아주 부드러운 질감 등등의 이른바 식 감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유액은 맛있는 음식을 기름을 덜 쓰고도 윤기가 더 자르르 흐르게 할 수도 있어, 저지방 제품을 만드는 데 더 없이 좋은 방법으로 여겨진다. 케이크나 비스킷처럼 지방 함유량이 높은 식품들에 유화제를 추가하면 그 식품으로부터 기름이 떨어져 나오는 걸 막는 데 도움이 된다(특히 실온에서 매장 선반 위 같은 곳에 보관할 때), 가공치즈야말로 유화제의 효과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일 것 이다.
- 유화제를 통한 식품 가공은 식품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용한 식품 가공법이다. 유용하다는 것이 다이어트 식품이기 때문이든, 정해진 녹는점 때문이든, 아니면 여기저기서 지 방이 새어 나오지 않기 때문이든, 어쨌든 유화제 덕에 식품 전문가 들은 소비자의 수요에 맞춘 놀라운 제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런 말은 논란의 소지가 있겠지만, 나는 가공 치즈 같은 것들이 언론 의 혹평을 받는 이유는 맛이나 사용된 성분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그것들이 우리의 예상대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 약 당신이 전통적인 치즈 중심의 레시피대로 요리해서 가공 치즈를 대체하려 하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유명 브랜드의 가공 치즈는 요 리할 때 대개 한 가지 일에 적합하게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사각형 가공치즈는 버거 위에 올리는 게 가장 좋다.

- 사카린은 그 분자가 우리 혀의 당질 수용기들과 만나면서 둘로 갈라지기 때문에 그리 유쾌하지 못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갈라진 두 분자 중 하나가 유쾌하지 못한 맛 을 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개 사카린을 시클라 메이트라는 또 다른 감미료와 섞는다. 그러나 시클라메이트 역시 특 별히 더 나은 설탕 맛이 나진 않으며, 그저 사카린의 쓴맛을 가려줄 뿐이다. 여담이지만, 시클라메이트는 1937년 마이클 스베다Michael Sveda가 우연히 자신의 연구실 작업대에 엎질러진 화학물질들에 떨 어진 담배를 건져 피웠다가 발견했다. 어쨌든 우리는 그의 이 발견 덕에 또다시 뜻하지 않은 즐거움과 건강과 안전을 누리게 되었다.

- 1912년 루이 마이야르가 '마이야르 반응의 기본적인 화학반응을 처음 발표했으나, 미국 일리노이주에 살았던 존 호즈 John Hodge 가 이 반응의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밝힌 것은 그보다 한참 후인 1953년의 일이다. 마이야르 반응은 온도가 약 섭씨 140도에 도달할 때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 온도에서는 설탕 분자가 단백질을 이루는 요소들 중 하나인 아미노산과 반응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설탕 분 자든 아미노산이든 자유롭게 떠다니는 분자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 음식에 들어 있는 설탕 분자들은 흔히 서로 결합하여 둘씩 짝 을 이루거나 긴 사슬 구조를 만든다. 파스타와 감자 또는 쌀에 들 어 있는 녹말은 전부 서로 연결된 아주 긴 사슬 형태의 글루코오스 로 이루어져 있으나, '테이블 슈거table sugar'라고도 불리는 수크로 스sucrose(자당)는 두 개의 당과 글루코오스, 프룩토오스로 이루어져 있다. 마찬가지로 단백질도 수백 개의 아미노산이 서로 연결된 아 주 긴 사슬로 이루어져 있다. 마이야르 반응은 그 긴 사슬 끝에 있 는 당이 사슬 끝에 있는 아미노산과 만나 반응하며 시작된다. 당과 아미노산이 만나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겨나며, 그 화학물질이 자연 스럽게 재정렬되어 이른바 '아마도리 혼합물을 형성한다. 바로 이 부 분 때문에 요리가 까다로워진다.
초기 반응에 관여한 아미노산과 당의 특성에 따라 다음에 일 어날 일이 달라진다. 마이야르 반응에 관여할 수 있는 당은 적어도 6가지이며, 아미노산은 20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주변의 산도와 온 도에 따라 반응도 달라진다.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는 일반적인 혼 합물들은 모두 5~6개의 원자로 구성된 고리 모양의 분자들로 되어 있고, 이 분자들은 주로 탄소와 약간의 산소, 질소 또는 유황으로 이 루어져 있다. 이들의 이름은 피라진, 퓨라논, 옥사졸, 티오펜 등으로 특이하며, 모두가 흥미로운 맛을 낸다. 마이야르 반응과 관련된 분 자들이 견과 맛, 고기 맛, 로스트비프 맛, 캐러멜 맛 등을 내는 것이 다. 또 이런 분자들은 음식을 요리하면 갈색이 되게 만든다.
- 단백질 덩어리라고 알고 있는 고기에 대체 어떻게 마이야르 반응이라는 것이 일어날까? 단맛을 내는 당은 대체 어디에서 올까? 동물 몸속의 에너지는 핏속에서 글루코오스 형태로 이동하며, 글리 코겐이라고 알려진 기다란 사슬 형태로 근육 속에 저장된다. 그 결 과 스테이크 고기에는 글루코오스와 글리코겐 형태의 당이 많이 들 어 있다.
마이야르 반응으로 맛이 더 좋아지는 건 고기뿐이 아니다. 밀 가루 음식들도 오븐 등에서 구워질 때 마이야르 반응을 거친다. 노 릇노릇하게 구워진 빵이나 베이글의 겉면은 마이야르 반응으로 생 기는데, 이 덕분에 고소한 맛이 풍부해진다. 채소 역시 적절한 온도 로 오븐에 굽거나 튀기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며 맛있어진다. 그래서 양파나 로스트 파스닙을 잘 구우면 달콤하고 고소한 캐러멜 맛이 난다.
마이야르 반응과 관련해 기억해야 할 사실 중 하나는 이 반응 이 섭씨 100도 이상에서만 일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섭씨 120 도에서도 약간의 반응이 나타나지만,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 나려면 섭씨 140도는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음식에서 김이 나거나 끓을 정도가 되어야 이 풍부한 마이야르 향이 나는 것이다. 예를 들 어 스튜를 만들면서 양파와 고기 등 필요한 모든 재료를 물과 함께 그냥 냄비 속에 넣으면 별 맛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요리사들이 스 튜를 만들 때 먼저 고기와 양파를 프라이팬에 넣고 고온에서 노릇 노릇하게 익히라고 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온도가 섭씨 100도를 넘지 않는 상태에서는 물만 가지고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인 향을 얻을 수가 없다. 마이야르 반응에 의한 맛을 내려면, 특히 지방이 풍 부한 음식을 요리할 때는 보다 높은 온도에서 요리해야 한다.
- 지방은 우리의 미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방 그 자체에는 맛과 무관하나 마이야르 반응(112쪽 참조) 같은 것들로 만들 어져 지방 속에 녹아 있는 맛 분자들이 영향을 준다. 우리가 음식을 입안에서 씹어 삼킨 뒤에도 지방은 우리 입안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맛을 느끼게 될 가능성 또한 높다. 특히 그 음식이 베이컨처럼 그을려 만든 훈제 요리라면 더욱 그렇다. 연기 맛 분자들 이 지방 속에 녹아 있다가 입안에 지속적인 연기 냄새를 남기는 것 이다. 그러나 지방이 음식 맛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이른바 입맛 mouth feel에 나타난다. 지방이 들어 있는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실 크나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주어 씹는 것이 한결 쉬워진다. 닭 가슴살처럼 지방이 없는 고기는 씹기가 힘들고 입안에서 퍽퍽해서 입맛이 별로일 수 있다. 그러나 닭다리처럼 지방이 보다 많은 고기 는 닭 가슴살처럼 퍽퍽한 입맛이 나지 않는다.
지방 그 자체는 맛이 있지 않지만, 맛의 가용성을 높여 입맛을 좋게 해준다. 입맛을 좋게 하는 데 많은 지방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러니 텔레비전에서 요리사들이 음식에 버터를 듬뿍듬뿍 바를 때 굳이 따라 하지 않아도 된다.

- 화학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초콜릿에 푹 빠지는 이유는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라는 다소 헷갈리는 이름의 화합물 때문이다. 그 헷갈림은 이 화합물 안에 브로민은 전혀 없고 탄소와 질소, 산 소, 수소만 있다는 데서 온다. 테오브로민이란 이름은 코코아 식물 을 가리키는 라틴어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에서 왔는 데, 테오브로마란 이름은 테오theo(신)와 브로마broma(음식)라는 그리 스어의 합성어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초콜릿은 '신들의 음식이다. 약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테오브로민은 카페인 비슷한 작용을 해서 심장 박동 수를 높일 뿐 아니라 혈관들을 이완시켜 혈압도 떨 어뜨린다. 또한 카페인처럼 배뇨량이 많아지게 하며, 잠들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상상이 잘 안 되겠지만, 초콜릿을 과다 섭취해 몸속에 테오브로민이 너무 많아지면 어느 시점에 속이 메스꺼워져 구토를 하게 된다. 물론 인간은 테오브로민 분해 능력이 좋으므로 별일 아 닐 수도 있다. 그러나 동물들은 테오브로민 분해 능력이 없다. 예를 들어 개가 테오브로민에 중독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 성분은 몇 시간이고 개들의 혈관 속에 머물기 때문에, 몸무게 1킬로 그램당 단 60그램의 초콜릿만 먹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흥미로 운 사실은 테오브로민은 고양이들에게도 위험하지만, 고양이들은 중독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고양이들은 개와 달리 단 맛을 모르므로 초콜릿을 먹을 만한 동기가 별로 없다. 사람이 테오 브로민이 잔뜩 들어 있는 커다란 다크 초콜릿을 먹을 경우에는, 그 물질에 중독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 그래서 우리는 다른 두 '용의자'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첫번째 용의자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인데, 이 물질은 우리 몸이 세로토닌이라는 다른 화학물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세로토닌은 우리 뇌에서 분비되며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초콜릿의 중 독성을 설명해줄 좋은 용의자 같지 않은가.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최 신 연구들에 따르면 뇌 속에서 트립토판이 증가하면 세로토닌도 증 가하지만, 초콜릿을 먹는다고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는다고 한 다. 트립토판은 특수한 아미노산 운반체에 의해 뇌로 보내진다. 문제는 초콜릿을 먹으면 온갖 종류의 서로 다른 아미노산을 섭취하게 되고, 그 아미노산들이 아미노산 운반체의 기능을 저지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초콜릿 때문에 뇌 속의 트립토판 수치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이제 초콜릿 중독을 일으키는 나머지 용의자는 많은 식물들 속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화학물질인 페네틸아민뿐이다. 이 물질 은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항균 물질로 알려져 있다. 페네틸아민은 향정신성 물질이어서, 제약 업계에서는 환각제와 항우울제, 흥분제, 항불안제 그리고 다양한 충혈완화제 등 온갖 화합물을 제조하는 데 약방의 감초처럼 쓰고 있다. 그런데 역시 우리 인간의 몸이 초콜릿 안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들의 작용을 저지한다. 그래서 페네틸아민과 거기서 파생되는 물질들은 핏속에 직접 주입될 때에나 효과를 발휘한다. 입으로 먹을 경우에는 장 안에서 모두 분해되기 때문에, 초콜릿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대부분 뇌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초콜릿에 중독될까? 최근 연구들을 보면, 우리 인간은 초콜릿에 탐닉한다. 이는 단순한 탐욕이 아니다. 초콜 릿에 분명 중독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뭐라고 떠들어대 든, 초콜릿에는 분명 약물학적인 효과는 없다. 어찌 보면 적어도 사 람들이 설탕과 지방에 탐닉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현상이다. 최근 에는 초콜릿에 쾌락주의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의 매력이 있다는 견 해도 제기되었다. 우리는 설탕과 지방의 느낌에 탐닉하며, 그래서 그 냄새를 맡거나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초콜릿의 유혹 앞에서 전전긍긍하는데, 이는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 커피 원두를 한 줌 쥐어 빈 프라이팬에 넣고 볶아보라. 원두를 너무 볶아선 안 되며, 적절한 온도를 가하려면 섬세한 과학이 필요 하다. 원두가 가열돼 섭씨 100도에 도달하면 남아 있던 수분이 증 발하며 원두가 조금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수증기로 가득 찬 조그 만 구멍들이 생기며 원두의 질감이 푸석푸석해진다. 그러다 온도가 섭씨 140도에 이르면, 그 유명한 마이야르 반응(112쪽 참조)이 일어난 다. 초록색 원두들이 갈색으로 변하며 맛 분자들이 생겨나는 것이 다. 열을 더 가해 섭씨 160도가 되면 마이야르 반응으로 생겨난 열 이 스스로 유지되며 온도가 거의 섭씨 200도까지 급등한다. 이때 또 다른 기체인 이산화탄소가 생겨나, 푸석푸석해진 원두의 조그만 구멍들에서 수증기를 내몰고 대신 들어가 자리 잡는다.
원두가 막 밝은 갈색을 띨 때 계속되는 화학작용으로 많은 산 화합물들이 만들어지므로 이때 원두에서는 시큼털털한 맛이 난 다. 로스팅을 계속하면 원두는 점점 짙어져 보통 갈색이 되고 산들 이 분해되면서 신맛이 줄어든다. 바로 이 무렵에 약간의 쓴맛과 함께 커피 특유의 향을 내는 맛 분자들이 형성된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이때 더 짙은 색으로 변할 때까지 원두를 로스팅하면 점점 더 씁쓸해지며 커피 특유의 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신맛이 나는 산 성 커피가 너무 로스팅된 커피로 변하는 화학반응은 섭씨 190도에 서 220도로 온도가 단 30도 오르는 사이에 일어난다. 그야말로 단 몇 초 사이에 커피 맛이 확 변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커피 로스팅 은 집에서 하기가 쉽지 않고, 프라이팬보다 세밀한 온도 조절이 가 능한 장비를 갖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 커피 로스팅 과정의 특징들 중 하나는 원두 안에 이산화탄소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원두 안에 있는 수분과 산소를 내몰기 때문에, 일단 로스팅이 끝난 원두들은 굵게 간 원두들(며칠) 에 비해 실온에서 비교적 오랫동안(2주 정도) 상하지 않은 상태로 보 관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 커피 위에 특유의 크레마 거품이 생기는 현상도 원두 안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 때문에 나타난다. 굵게 간 에스프레소 커피 사이로 고압수를 흘려보내면, 이산화탄소 가스가 빠져나가며 조그만 거품들이 생기고, 그 거품들이 굵게 간 커피에 서 흘러나온 기름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 아데노신은 우리의 몸 안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한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쓰 이는 신경 시스템의 일부로 작동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신경세 포를 따라 움직이는 어떤 전기신호가 신경세포의 끝에 도달하면 신 경세포 끝에서 아데노신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나온다. 그러면 이아 데노신은 이웃한 신경세포 끝에 있는 특별한 수용기에 들러붙어, 이 웃한 신경세포 안에서 새로운 전기신호를 발하게 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우리의 뇌 안에 아데노신이 별 로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신경세포들 안에서 아데노신이 만들 어져 축적되기 시작한다. 그러다 아데노신이 신경전달물질로 방출되면, 그것이 우리 뇌에 지치고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아데노신은 뇌 이외의 다른 부분에서 심장 박동수를 떨어뜨리며 혈관을 팽 창시켜 혈압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아데노신은 신체 리 듬을 저하시키고 나른하게 만드는 화학물질이다.
그런데 매우 특이하게도 카페인은 인체 내에서 아데노신 흉내 를 내 신경계의 모든 수용체와 결합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아데노신 과는 달리 수용체와 결합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카페인 이 신경세포와 결합되어도 신경세포 안에서 어떤 새로운 전기신호 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커피를 많이 마시면 카페인이 모든 신경체에 스며들어 아데노신의 나른한 메시지가 차단된다. 카 페인을 섭취하면 잠이 오지 않고 정신이 말짱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은 아데노신이 심장 박동수를 떨어뜨리고 혈 압을 낮추는 걸 막아주므로 카페인을 섭취하면 에너지가 넘치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카페인은 각성제 비슷한 역할을 함으로써,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체내 시스템의 작동을 막는다. 그 결과 도파민이 나 아드레날린 같은 체내 천연 각성제들이 작동하면서 더 활기차고 더 말짱해진다.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마셔 카페인을 섭취하면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데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카페인에 푹 빠져드는 것일까?
- 카페인 자체는 각성제가 아니기 때문에, 코카인이나 암페타민 같은 각성제처럼 중독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몸이 너무 피곤해 침대에 눕 고 싶을 때 카페인 덕에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는 기쁨을 누릴 수는 있다. 이처럼 우리는 커피나 카페인이 든 식품을 섭취해 긍정적인 기분을 맛볼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카페인에 대한 심리학적 갈망이 시작된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면 신체적인 변화들도 몇 가지 일어난다. 우 선, 하루에 단 한 잔만 마시더라도 몸에서 더 많은 아데노신 수용체 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수용체가 많아지면 그것들을 억 제하기 위해 더 많은 카페인이 필요해지며, 그래서 한 잔의 커피가 줄 수 있는 활기도 줄어들게 된다. 점점 더 카페인에 익숙해지면서, 기운을 북돋아주는 카페인의 효과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매일 마시던 커피를 끊을 경우, 너무 많아진 체내의 아 데노신 수용체들을 제지할 것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면 이제 잠 을 유발하는 아데노신의 효과에 더 민감해져 피로감이 더 커지게 된다. 게다가 아데노신의 활동이 과다해지면서 금단증세들까지 생 긴다. 사람들이 가장 흔히 겪는 금단증세는 두통이다. 과도한 아데 노신 수용체들이 카페인의 제지를 받지 않게 되므로 혈관이 이완되 며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고, 그 결과 혈액을 둘러싼 세포 조직이 조 금 늘어난다. 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약간 늘어난 그 세포 조직 때문에 두통을 느끼게 된다. 물론 다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아데노 신 수용체들의 활동이 제지되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늘어났던 세포 조직이 줄어들면서 두통도 사라진다.

- 종합해서 이야기하면 우리의 몸 안팎에 살고 있는 모든 세균을 미생물 무리microbiota라고 한다. 그럼 이 미생물 무리는 어떤 일 을 할까? 이들이 우리 몸에 편승한 히치하이커 같은 존재일 뿐이라 는 생각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 미생물 무리의 대부분은 장 속에서 산다. 소장과 위는 많은 세균이 번성하기에는 워낙 환경 이 열악하기 때문에, 대개 대장 속에 몰려 산다. 우리 장 속의 세균 들은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대장 속에는 식물 섬유와 복 합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세균들이 산다. 이 세균 들이 없다면 인간은 식물 섬유와 복합 탄수화물을 소화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세균들은 섬유질을 분해하여 이른바 '짧은 사슬 지방산 short-chain fatty acid, SCFA'으로 변화시킨다. 그럼 이제 우리 몸은 그 지방산을 흡수할 수 있게 되므로, 에너지를 얻고 칼슘과 마그네슘, 철분 같은 필수 영양소도 섭취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음식을 소화 할 때 이 같은 세균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그 결과가 곧 나타난 다. 예를 들어 항생제 치료를 받을 때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이 항생제 관련 설사다. 
- 미국 세인트루이스주의 연구원들은 그런 다음 무균 쥐들 을 다른 일반 쥐들의 장내 미생물 무리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여기 서 식민지로 만들었다는 것은 '대변 이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까 일반 쥐들의 장에 들어 있는 똥을 실험실 쥐들의 장 안에 넣었다 는 것이다. 그런데 정상 체중이 아닌 쥐들의 장내 미생물 무리를 옮겨 넣었을 때 일어나는 일이 흥미로웠다. 비만한 쥐로부터 무균 쥐 로 미생물 무리를 옮겨 넣자 무균 쥐 역시 비만해졌다. 마찬가지로, 체중 미달인 쥐로부터 옮겨 넣은 경우 무균 쥐 역시 체중 미달이 되 었다. 장내 세균에는 분명 무균 쥐의 신진대사 자체를 변화시키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내 기 위한 연구가 이제 막 시작된 상태이다.
미국 예일대학교의 한 연구 팀의 연구 결과는 그게 다 영양가 가 많은 짧은 사슬 지방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쥐의 장내 세균을 가지고 더 많은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들어냈는 데, 그러자 쥐의 뇌 속 신호 발신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서 그렐린 이라는 공복 호르몬을 분비했다. 그렐린은 대개 위가 비었을 때 혈류 속으로 분비되어 공복감을 높인다. 따라서 쥐의 장내 세균들이 짧은 사슬 지방산을 너무 많이 만들어내면 쥐들은 공복감을 느끼 고 더 많이 먹어 살이 찐다. 이보다 훨씬 놀라운 실험 결과는 2016 년 아일랜드 코크와 미국 휴스턴의 과학자들이 한 두 실험에서 나 왔다.
아일랜드 과학자들은 심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장내 세균 을 빼내 무균 쥐들의 장에 이식하면 쥐들도 우울증에 걸린다는 사 실을 발견했다. 쥐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 르지만, 실험실 상황에서 쥐의 정신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들 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울증에 걸린 인간의 장내 세균이 쥐의 감정을 부정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미국 휴스턴의 과학자들 은 어린 쥐들의 몸에 비만한 쥐의 장내 세균을 넣어 반사회적인 쥐 로 만들었고, 이후 어린 쥐들에게 세균 보충제를 먹여 사회적인 쥐 로 만들었다. 적어도 쥐의 경우 장내 세균이 부분적으로 체중에 영 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분과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 우리가 영양소들과 관련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 중 하나는 고기는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갖고 있어서 완벽한 단백질 공급원이 며, 식물은 그렇지 못해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 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식물 단백질원 역시 완벽해서 모든 종류 의 필수 아미노산을 갖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좋은 단백질 공급 원으로 여겨지는 콩류, 견과류, 씨앗류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 다. 콜리플라워, 시금치, 상추 같은 식물들에도 해당한다. 물론 이 채소들에 많은 단백질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며, 이 채소들의 단백 질이 비프스테이크의 단백질만큼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상적인 수준에 못 미치는 아미노산들이 든 식물 단백질원들도 더러 있다. 예를 들어 사탕옥수수에는 라이신이라는 아미노산이 우리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약간 적게 들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탕옥수수 안에 들어 있는 단백질 내 라이신 아미노산 비율 이 조금 낮은 것이다. 사탕옥수수 단백질은 대개 라이신 아미노산 이 2.5퍼센트뿐인데, 인간은 몸속 단백질의 약 5퍼센트에 해당하는 라이신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그 부족분은 두 가지 방법으로 보충 할 수 있다. 하나는 사탕옥수수를 더 먹어 전체 단백질 섭취량을 늘 려서 전체 라이신 아미노산 섭취를 늘리는 방법이다. 다른 방법은 사탕옥수수 외에 약간의 콩류를 먹는 것이다. 콩류에는 라이신 아 미노산이 풍부하므로 부족분을 보충해줄 수 있다. 중앙아메리카나 남아메리카에서는 이런 식습관이 전통적이다. 
- 요즘 스피룰리나는 짙은 녹색 가루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데, 무려 60퍼센트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콩에도 56퍼 센트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스피룰리나 가루의 열성 팬들도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맛이 없다. 쓴맛이 도는 데다 썩 은 해초 느낌까지 드는 아주 강한 케일 맛을 상상하면 된다. 스피룰 리나는 이렇게 맛이 없어서 현재 건강 보조 식품으로만 쓰이며, 스 무디(과일 주스에 우유나 아이스크림을 넣어 만든 음료-옮긴이) 같은 데 추가되 기도 한다. 이외의 사실은 스피룰리나를 먹으면 변이 녹색으로 변한 다는 것이다.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스피룰리나는 아주 좁은 땅에서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엄청나게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며, 가능성이 큰 미래의 식품 자원이다.
- 점점 늘어가는 세계 인구에게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하려면, 우리는 고기를 필수 아미노산의 주요 공급원으로 삼고 있는 현재의 식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현재 너무 많은 단백질을 섭취 하고 있으며, 그 양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 현재, 미국 성인들의 평균 고기 소비량은 연간 90킬로그램이었다. 그러니까 1인당 매일 247그램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는 꼴이다. 또한 고기는 약 4분의 1 이 순수 단백질이므로, 평균적인 미국인은 매일 고기를 통해 약 62그램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뿐인가? 유제품, 곡물, 채 소, 건강 보조 식품 등에서도 단백질을 섭취하므로, 우리는 지금 권 장 허용량의 2배가 넘는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 따라서 단백질 문 제는 두 갈래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즉, 단백질을 덜 먹으면서 대 체 단백질들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양배추 맛을 그리 좋아하지 않 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나는 개인적으로 스피룰리나 가루는 권하고 싶지 않다.
- 1980년대에 식물과학자들은 여러 무작위 대입 기법을 사용해 콩 같은 많은 농작물의 돌연변이종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각 식물은 서로 다른 돌연변이를 거쳤고, 대개 비(非)돌연변이 식물 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조금 덜 건강하고 병약했다. 물론 가끔은 어 떤 면에서건 다른 식물들보다 눈에 띄게 더 강하고 뛰어난 식물들 도 만들어졌다. 과학자들은 그런 식물들은 따로 분리하여 그 유전 자와 생화학 구조를 분석하여 다른 식물들과의 차이를 알아냈다. 가끔은 돌연변이를 거친 콩들이 엽록소가 보다 적어졌는데, 직관과는 반대로 콩을 더 많이 맺어 곡물 수확량도 더 많았다. 사실 밭에서 자란 그 콩들은 다른 많은 잡초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었고, 보 다 작은 식물들을 죽이는 괴물이 될 필요도 없었다. 또한 연구자들 이 현대적인 농업 기법들을 동원하고 제초제를 적절히 사용함으로 써, 그 콩들은 자신들의 에너지를 오로지 잘 자라고 우리가 먹을 콩 을 맺는 데만 쏟을 수 있었다. 엽록소가 절반 정도인 돌연변이 콩들 은 정상적인 수준의 엽록소를 가진 콩들보다 수확량이 약 30퍼센 트나 많았다. 즉, 돌연변이 콩은 들뜬 전자들을 과도하게 많이 생산 하지 않았고, 그래서 모든 에너지를 비광합성 소멸 시스템에 쏟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직관과는 반대되는 것 같지만, 이것이 우리가 아는 많은 농작물들의 실상이다. 우리가 만약 식물들의 잎사귀에 서 녹색을 줄일 수 있다면, 더 많은 농작물을 수확해 더 많은 사람 들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 2016년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기반을 둔 프랑스 기업 쿨테 크Cooltech는 각 상점과 산업 현장에서 쓰는 최초의 자기 냉장고를 출시했다. 이 냉장 시스템은 전통적인 압축가스 냉장에 비해 눈에 띄는 장점이 많다.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지도 모르지만, 첫 번째 장점은 좀 더 적은 에너지로 동일한 수준의 냉방을 할 수 있다는 것 이다. 그 외에 소음도 더 적고, 압축가스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사고 로 가스가 누출될 위험도 없다. 압축가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은 큰 장점이다. 지구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 냉매는 더 이상 사 용되지 않지만, 현재 영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냉매가스인 이소부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3배나 더 해로운 온실가스이기 때문이 다. 쿨테크사의 냉장 시스템에서는 파이프들 속을 순환하는 물이 냉장고 안쪽을 냉각시킨다. 그러나 실제 냉각은 자석들의 교묘한 이 중 회전 시스템이 일으킨다. 이 기술의 핵심은 희토류 원소인 가돌 리늄을 사용해 매우 강력한 자기 냉각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빙 빙 도는 자석들이 계속해서 가돌리늄을 냉각시키고, 가돌리늄은 흐르는 물에 씻긴다. 그러면 가돌리늄이 물을 냉각시키고, 펌프가 그 물을 퍼내며 냉장고 안을 차게 만든다.
- 쿨테크사는 이 자기 냉장 시스템이 전통적인 냉장에 비해 에너지를 절반만 쓴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만들어내 는 모든 에너지의 약 5분의 1이 냉각 시스템에 쓰인다는 사실을 감 안하면, 어마어마한 에너지 절약이다. 주로 에어컨 형태로 발생하는 냉각 수요가 앞으로 수십 년간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므로 특히 더 그렇다. 유럽연합은 2030년이 되면 냉방에 사 용되는 에너지가 70퍼센트 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이 냉장 시스템은 분명 아주 유망한 새 기술이지만, 현재로서는 비 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비용이 낮아지고, 가정 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현재 자석 냉장고와 얼음 냉장고 는 이미 야외 냉장고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대개 그렇듯, 우리는 굳이 사람들을 상대로 이런 냉장고들이 성공을 거 둘 거라고 설득할 필요는 없다. 재래식 냉장고 제조업체들이 움직이 려면 이 새로운 냉장고들이 출시하자마자 바로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처음부터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없는 한 기존 회사 들이 새로운 기술을 위해 기존 생산 라인을 뒤집어엎지는 않을 것 이다. 내 생각이지만, 쿨테크의 자석 냉장고나 슈어 칠의 얼음 냉장 고의 가정용 유형은 5년쯤 지나야 일반 소비자들이 살 수 있을 것 이다. 그나마도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난 제품에 돈을 더 지불할 용 의가 있는 첨단 기술 마니아들이나 구입하는 특수 고가 제품이 될 것이다. 결국 나머지 사람들의 입장에서 냉장고 안쪽의 기술은 10 년 정도 지나야 완전히 바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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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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