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etc 2024. 1. 14. 16:31

- 표준화 시대의 공식
까마득히 오래 전부터 인간은 서로에게 성공의 조언을 해왔다.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교훈들, 다시 말해 학계에서 흔히 '성공 문학 success literature'이라고 분류하지만 보다 통속적으로는 '자기계발'로 분 류되는 분야는 철학만큼이나 역사가 길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성 아우구스티누스 모두 성공을 위한 조언을 글로 담았다. 이런 고 대의 정신적 지도자들이 설파한 조언들이 대체로 시대를 초월하는 지혜로써 오랜 세월 생명력을 이어왔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사 실은 그렇지 않다. 성공 문학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
가장 유용한 조언은 실행 가능하고 구체적인 조언이므로, 그 조 언이 제기된 시간이나 장소와 떼려야 뗄 수 없다. 3세기 폴리네시 아 사회에서의 성공 비결(카누를 만들고 조정하기)과 13세기 몽골 제국의 성공 비결(말을 잘 타고 잘 간수하기)은 서로 달랐다. 15세기 아즈텍제국의 성공법(인신공양의 제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기)과 18세기 러시아 제국의 성공법(농노로 전락하지 않도록 조심하기)도 서로 달랐다.
성공 문학의 보편적 내용은 특정 시대에서는 꽤 일관성이 있지 만, 사회가 변해서 새로운 시대에 들어설 때마다 급격한 변화를 거 친다. 1775년의 소책자 존경받는 부자로 사는 법: 큰 재산을 가 진 사람들에게 부치는 글 The Way to Be Rich and Respectable: Addressed to Men of Small Fortune」에는 그런 변곡점의 사례가 잘 포착되어 있다. 저자 존 트루 슬러John Truster가 이 책을 집필한 시기는 영국이 봉건제 경제에서 상인 경제로 전환되는 막바지 단계였다. 그는 이제 새로운 시대가 도 래하면서 부와 지위를 차지할 기회가 더는 세습 귀족들의 전유물 이 아니라고 했다. "예전에만 해도 사람들은 영주의 신하나 하인으 로 사는 삶에 만족했고 스스로를 낮추며 복종하고 충성하는 태도 를 자부심으로 삼았다 (중략) 하지만 상거래와 부가 늘어나자 차츰 새로운 바람을 품으며 (중략) 예전엔 감히 꿈도 못 꿀 사치였을 생활 을 동경하게 됐다." 이 새 시대의 성공 법칙은 무엇이었을까? 트루 슬러는 당시의 관점에선 비현실적이고 실행 불가능해 보였겠지만 결국 그 새로운 시대의 특징으로 자리잡게 된 전략을 제시했다. 바 로 '독립'이었다. 당시에 효과적인 관행이던 귀족 후원자에 대한 충 성이 아니라, 개인의 자율성이라는 전례 없는 파격적인 전략을 제 시한 것이었다.
-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태어난 시대는 20세기 초를 기점으로 삼아 정립된 시대다. 그 20세기 초부터 서구 사회는 공장 중심의 제조업 경제로 전환됐다. 그래서 흔히 산업 시대로 지칭되지만 표 준화 시대Age of Standardization라고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조립라인 과 대량생산, 조직위계, 의무교육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 상품, 일 자리, 졸업장 등등 일상생활의 대다수 체계가 표준화됐다.
다른 모든 시대와 다를 바 없이, 표준화 시대 역시 성공을 정의 하는 고유의 개념이 생겨났다. 이제는 기관의 사다리institutional ladder 를 밟고 올라가 부와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곧 성공으로 통했다. 이 새로운 성공 개념을 계기로 현대의 자기계발서가 탄생했다.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1936),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의 열망을 생각하다Think and Grow Rich』(1937), 노먼 빈센트 필Norman Vincent Peale의 『적극적 사고방식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 (1952) 같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베스트셀러 들이 이런 자기계발서에 해당한다. 높은 곳을 지향하는 이 세대의 성공 문학에서는 개개인이 조직에서 더 높은 서열로 올라가기 위 해 유용한 습관과 기술을 강조했다. 힐은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더 좋은 방법은 현재 맡은 직무에서 뛰어난 능력을 펼쳐서 인사권 자들의 눈에 들어 더 흡족한 중책의 자리로 승진하는 것이다.' 표준화 시대는 자기계발과 주류 과학의 융합으로 일률적인 출세비결이 생겨난 최초의 시대이기도 했다. 21세기에 접어들 무렵엔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들과 저명한 사회과학자들이 이런 표 준 공식의 변형들을 극구 권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에 따라 수 세대에 걸쳐 '목적지를 의식하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끝까지 버텨라 know your destination, work hard, and stay the course'는 메시지가 성공한 삶을 일구 는 가장 확실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이 조언은 논 쟁의 여지가 전혀 없어 새겨듣지 않고 묵살하면 위험하고 미련한 짓이 될 것 같은 인식을 준다. 실제로, 요즘 책들 중에는 이 표준 공식을 시대를 초월하는 지혜라도 되는 양 치켜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다크호스」에서는 지금 우리가 사뭇 다른 성공 법칙이 요구되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는 중이라는 확신을 전제로 한다.
- 우연이 아닌 선택
다크호스 프로젝트를 처음 착수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충족감이 공통점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크호스들이 우수한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특별하고도 색다른 공부법과 학습 비결, 연습 방식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두 사람은 그간의 훈련으로 정량화하기 힘든 모호한 변수에는 거부감이 있었 고, 개인별 충족감은 확실히 막연해 보이는 변수였다. 하지만 우리 는 훈련을 통해 증거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배웠다. 그 증거가 우 리 예상과 아무리 크게 어긋나더라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상당수 다크호스들은 드러내놓고 직접 "충족감"을 언급했다. 그 런가 하면 강한 “목표" 의식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이들도 있었고, 자신의 활동에 대한 "열의"나 자신의 성취에 대한 "자부심”을 이 야기한 이들도 있었다. 몇몇 사람은 "진정성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는 식으로 표현했다. 또 다른 여러 명의 다크호스는 “이 일이 자신 의 천직"이라고 자처했고, 어떤 한 명은 조용조용하고 경건한 어조 로 "꿈꾸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표현 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우리가 대화를 나눠본 다크호스들은 모두 현재의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깊이 몰입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다크호스들은 의미 있고 보람찬 삶을 살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그들 역시 아이들을 재우랴 자동차 할부금을 내려 이런저런 일상사에 시달렸고 자신의 분야에서 더 높은 성취를 이루고 싶은 갈망도 똑같이 있었지만, 대체로 아침마 다 활기차게 일어나 일하러 나가고 밤에는 삶에 충족감을 느끼며 잠이 드는 편이었다. 우리는 이런 특징을 발견하고 나서 무엇보다 중요한 깨달음에 눈뜨게 됐다.
더 깊이 파헤쳐보니 다크호스들의 이런 충족감은 그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그리고 충족감을 추구하려는 이 지극히 중요한 선택이 바로 다크호스들의 궁극적 특징이다.
- 거대 조직을 지휘하는 사람들은 너무 관념적인 전망에 빠져 실제 인간의 본질을 잊은 채 시스템을 사람들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시스템에 맞추려 들기 십상이다. (버트런드 러셀, 영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
- 기관들은 효율성을 내세워 다양한 인간의 열정을 모조리 묵살하 고 특색 없는 단 하나의 '포괄적 동기'로 뭉뚱그려, 높은 등급에서 낮은 등급까지 단순히 일차원적으로 측정한다. 포괄적 동기는 자 제력, 결의, 끈기, 인내심, 야망, 투지 등 여러 가지 잣대로 평가된 다. 하지만 이 모든 잣대들에 담긴 궁극적 메시지는 한마디로 '당신 의 개개인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표준화 계약하에서는 쭉 일직선의 길만 걷든 아니든, 둘 중 하나 를 선택하도록 동기를 자극한다. 지루함에 빠지거나 마음에 다른 곳에 가 있거나 좌절감을 느낀다 해도, 기관에서는 웬만해서는 그런 사람들이 더 몰입하거나 더 잘 조화를 이루도록 조정하지 않는 다. 조정하기는커녕 비장하게 마음 먹고 끝까지 버티라고 강요하 기 일쑤다. 이를 악물고 버티라고! 분발해서 투지를 좀 보이라고!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누군가의 개인적 동기를 무시하는 것은 그 사람의 동기를 자극하는 데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 는 표준화된 시스템에 오래 머물수록 동기가 점점 약해지는 사실 로도 입증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동기의 강도가 유치원 때 최고 치였다가 이후로 꾸준히 낮아진다. 2016년의 갤럽 조사결과에서 도 5학년생은 학교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비율이 26퍼센 트에 불과했으나, 8학년생은 55퍼센트로 나왔고 고등학교 상급생 에서는 66퍼센트까지 뛰었다. 졸업 후 돈벌이가 되는 취업을 하고 나면 동기가 다시 높아질 것 같겠지만, 갤럽 조사에 따르면 취업자 중 무려 67퍼센트가 직업생활에 잘 몰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 났다. 
- 운명은 기회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는 것이다.'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세 차례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국무장관을 지낸 미국의 정치인)
- 자신의 개개인성에 가장 잘 맞는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않고 표준화 계약의 요구에 따라 미리 정해진 성공 가망을 기준으 로 삼아 수동적으로 표준화된 선택지를 고른다면, 스스로에게 정 당한 권리인 목표의식을 빼앗는 격이다. 다크호스들이 선택에 전 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크호스들은 선택을 애매하 게 얼버무리거나 회피하지도 않고, 시험삼아 해보는 식으로 가볍 게 다루지도 않는다. 다크호스들은 특정 방향에 열정을 쏟기 때문 에 과감하게 행동한다.
과감하게 행동할 때마다 '이것이 내가 나아가려는 방향'임을 세상에 분명히 알리는 것이다.
- 대체로 우리는 우리의 뇌가 가장 잘하는 것이 뭔지 조금도 모른다. (마빈 민스키, 인공지능 분야를 개척한 과학자)
- 사실, 우리들 대다수는 자신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 그곳에 도착해서야 깨닫는다. (빌 워터슨, 캘빈과 홉스로 유명한 미국의 만화가)
- 딥블루가 인간 챔피언을 꺾은 최초의 인공지능이 된 배경에는 프로그래머들이 무식하게 앞으로의 가능성만 마냥 계산하는 식이 아니라 인간처럼 바로 앞의 수를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식으 로 코딩을 변경한 덕분이었다.
결국 슈퍼컴퓨터가 개인화된 성공에 대해 교훈 한두 가지를 보여 준 것이다. 전통적 성공법과 다크호스형 성공법 사이에서 가장 두 드러지는 차이는 목표 설정에서 나타난다. 표준 공식에서는 목적 지를 의식하도록 강요한다. 그에 반해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원칙에서는 목적지를 무시하라 Ignore the Destination고 권 한다.
목적지는 기관들의 관점에서는 중요하지만 충족감의 관점에서 따지면 재앙이다.
- 불분명한 장점과 다양한 우수성의 가치를 받아들이면 알게 될 테 지만 자신이 장차 어떤 기량을 달성하게 될지 미리 알 방법은 없 다. 또한 자신이 어디에 다다르게 될지 모른다면 고정불변의 목적 지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일 자체가 별 의미 없어진다. 너 무 일찍부터 일직선의 경로에 매진하면, 만족감이 훨씬 큰 성공에 이르게 될 수많은 갈래의 구불구불한 경로가 차단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적지를 의식하라는 표준화 계약의 명령은 보다 미묘한 방법으로 충족감과 우수성을 획득할 기회를 망치기도 한다. 
- '테니스를 마스터하려면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릴까?', '왜 나의 유기화학 학습 진도는 다른 애들보다 훨씬 더 느릴까?' 따위의 무 의미한 의문을 품을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 '이것이 나 에게 맞는 전략일까?
표준화 계약은 가장 중요한 이 의문에 관심을 주지 못하게 방해 한다.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식의 상대적 시간을 외면하고, 목적지 를 의식하며 끝까지 버티는 식의 표준화된 시간을 바라보도록 강 요한다. 바로 그것이 일직선의 경로를 걷기로 선택할 때 맺는 계약 이며, 그 계약 기간 동안엔 대체로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자신의 속도에 맞춰 독자적인 선택을 내리면서 상대적 시간을 포 용하면 이제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떼는 걸음걸음마다 충족감이 최대화되고, 충족감이 최대화되면 우수성을 키워나가는 속도도 최대화된다.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에서 바라보면 표준화된 시간은 사실상 우수성의 획득 능력을 해친다. 기관에서 정한 속도에 뒤처지면 절망 감으로 내몰면서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자신은 몇 학 기 휴학했는데 남들은 제때 졸업하는 모습을 보면 자칫 불안감에 초조해지기 쉽다. 남들은 승진하는데 자신은 사내 위에서 아래 에 처져 있다면 삶이 자신을 그냥 스쳐 지나가고 있다는 오래도록 지속될 느낌에 사로잡히기 쉽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나 프로 선수, 의대 졸업생의 평균 나이가 어떻다느니 하는 글을 읽을 때마다 자 신이 때를 놓친 것 같아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기관에서 세워놓은 은퇴 개념 역시 우리의 발전을 방해한다. 세상이 우리를 퇴장 날짜로 떠밀고 있다는 오싹한 자각에 시달리다보면 자신의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표 준화된 시간은 우리의 초점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치료법은 있다. 목적지를 무시하면서 길의 저 끝에 놓인 가망보다 바로 앞에 놓인 기회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 목표 vs. 목적지
다크호스들은 목적지는 무시해도 목표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다 크호스형 사고방식에서는 목적지와 목표가 명확히 다른 개념이다. 우선 목표는 언제나 개개인성을 근원으로 삼는다. 보다 명확히 말하자면 적극적 선택을 통해 목표를 세운다. 반면에 목적지는 다 른 누군가의 목표관에 응해 따라가는 지향점이다. 이런 목적지는 대체로 표준화된 기회제공 기관에서 정해놓은 것이다.
- 목표는 당장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용할 만한 여러 가지 전략을 바로 당장 시도해볼 수 있다. 출 판사의 마감일 전에 소설을 탈고하기, 다음 해에 판매 실적 높이 기, 다음 번 축구 시합에서 승리하기 등은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에 서는 모두가 타당한 목표다.
그에 반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일은 언제나 의존적이다. 중간에 발생하는 상황이나, 불확실한 상황,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따라 달 라진다. 목적지에 가려면 다수의 미래 전략들이 필요하고, 이 미래 전략들은 중간에 개입되는 전략의 결과에 좌우된다.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충족 감을 달성하기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노벨 문학상 타기, 사내 최고 영업사원 되기. 월드컵 승리는 모두가 목적지에 해당되는 사례다. 당신이 고등학생인데 하버드 법대 입학이 목적지라고 치자. 당 신이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는 불확실한 상황과 중간에 발생하는 상황들이 너무 많으며, 목적지 자체도 전적으로 표준화 계약에서 정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목표들도 많다. 예를 들어 철학책 읽기, 다음 번 그룹토론 대회에서 이기기, 현지 로펌에 인턴 지원해보기 같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물론, 목적지 를 지향하더라도 장차 하버드 법대에 입학할 가능성은 분명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목표들을 수행하면서 얻 는 경험을 통해 자기이해를 하게 되면, 자신의 진정한 개개인성에 더 잘 맞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선택들이 눈앞에 펼쳐질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
목표와 목적지의 차이가 의미론적 장난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둘은 목표의 당위성을 서로 별개의 추론체계를 통해 도출해낸, 서로 다른 개념이다. 목적지를 무시하 면, 무턱대고 맹신할 필요가 없어진다.
- 경사 상승은 목표와 목적지의 차이도 분명히 보여준다. 오르면 서 중간중간 방향을 새로 바꾸는 방식을 선택하면 스스로 목표를 정하게 된다. 그것도 그 산에서 약간 더 높은 특정 지점이자 지금 의 위치에서 볼 수 있는 지점을 목표로 잡으며 오르게 된다. 곧바 로 산봉우리를 목표로 공략하지 않는다. 산봉우리가 아직 가까이 에 있지 않아서 목표가 어디쯤에 위치해 있고, 거기까지 오르는 최 상의 루트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상황에 따 라 선택하는 방식에 의존하면, 즉 단기 목표를 추진하면서 더 좋은 전략이나 기회가 보이면 코스를 변경하는 유연성도 발휘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더 높이 오르게 된다.
반면에 목적지를 선택하면 지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반드 시 X지점까지 도달하겠어!'라고 선포하는 격이다. 심지어 X지점이 까마득히 높은 허공 어디쯤에 있어 가까이 갈 수도 오를 수도 없는 상황인데도 개인적 현실을 무시한 채 말이다.
우수성의 다양함과 미시적 동기의 개개인성, 불분명한 장점을 믿고 받아들이면 경사 상승의 수학을 통해 목적지를 모르는 채로 도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열정과 목표, 성취감의 설계에 계속 집중하면 언젠가 개인적 우수성의 정상에 오를 거라는 자신감도 생긴다.
- 현재는 관리자들이 (중략) 노동자를 과학적 원리에 따라 선별한 뒤 훈련과 교육을 통해 기량을 육성시키는 반면, 과거에는 노동자가 할 일을 스스로 선택해 스스로 최대한의 기량을 갈고닦았다. (프레드릭 테일러, 「과학적 관리법(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
-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수행할 기회를 잡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을 여는 열쇠다. (존 듀이, 「민주주의와 교육(Democracy and Education)』)
- 어떤 사람이 유명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에게 코페르니쿠스 이전 시대에 살았던 중세 유럽인들의 이야기를 꺼내며 하늘을 보면서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생각하다니 정말 멍청한 사람들 아니냐고 말했다. (중략)
가만히 듣던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그래요. 그런데 태양이 지구를 돌았다면 하늘이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하군요.' (제임스 버크, 영국의 저명한 TV 프로듀서이자 과학사가)
- 최고 소득의 급증은 일종의 '능력주의의 극단'을 원인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시 말해, 현대 사회. 특히 미국 사회에서 특정 개인들이 출신이나 배경보다 본인의 가치에 따라 선택된 것처럼 보이면 '승자'로 지명해서 더 후한 보상을 해줘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을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킨 프랑스의 경제학자)
- 새로운 계약의 승인
사실, 한 사회의 사회 계약을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은 그 사회가 가진 가치에 대한 관점과 기회 시스템이다. 이와 관련해서 근래 의 역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귀족주의 계약이라고 이름 붙일 만 한 시대가 떠오른다. 이 계약은 특별한 혈통만 가치를 가진다는 믿음 을 근간으로 전통의 가치를 중시하며 누구나 다, 모두가 다 성공할 수 는 없는 기회 시스템을 유도했다. 이 기회 시스템은 귀족층이 다른 사람들의 동의도 없이 실행 주체가 됐다.
그 뒤에는 표준화 계약이 생겨났다. 표준화 계약에서는 특별한 개인들만 가치를 지닌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효율성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누구나 다 성공할 수 있지만 모두가 다 성공할 수는 없는 기회 시스 템을 유도했다. 이 계약의 쿼터주의에서는 기관들이 개개인의 동 의하에 실행 주체가 됐다.
이제는 다크호스 계약을 승인할 기회가 갖춰졌다. 다크호스 계 약은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다양한 우수성을 펼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는 신념을 바탕으로 충족감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누구나 다, 모두가 다 성공할 수 있는 기회 시스템을 유도한다. 이 계약의 민주주의적 능력주의에서는 개개인의 동의하에 개개인이 실행 주체가 된다.
- 어떤 사람이 내 불을 가져가 자신의 양초에 불을 붙인다고 해서 내 불이 어두워지지 않는 것처럼, 누군가 내 아이디어를 취해 배움을 얻는다고 해서 내 아이디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토머스 제퍼슨)
- 인격형성기 동안이나 독립선언문을 쓰는 동안이나 제퍼슨은 서재에 늘 스코틀랜드인 철학자들의 책을 빼곡히 채워놓고 필사해서 주석을 달며 열심히 읽었다. 그 책들에 적힌 글자들로는 생명이나 자유나 재산보다 '행복'에 대한 사색이 훨씬 많았다.
요즘엔 행복을 환락이나 쾌락의 의미로 생각하지만 계몽주의 시 대 때는 그렇지 않았다. 'happy'는 사건이나 상황을 뜻하는 단어 'hap'의 형용사형이며, mishap(불행한 사건)과 hapless (순조롭지 못한 불운한 상황), haphazard/happenstance(우연한 사건)이 hap에서 나온 파생어다.
따라서 형용사 'happy'는 그 어원상으로는 '특정 사건에 잘 맞는 것'을 뜻했다. 'happy thought'는 대화에 꼭 들어맞는 생각을 의미 했고, 'happy garment'는 사회적 상황에 적절한 의복을 가리켰다. 스코틀랜드의 계몽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도 새로운 지 식에 잘 맞는 이론이라는 의미로 'happy theory'라는 문구를 쓴 바 있다. 흄은 다크호스의 모토로 삼아도 될 글을 쓰기도 했다. “자신 의 기질에 잘 맞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happiness'는 원래 '자신의 환경에 잘 맞는 상태'라는 중립적 의 미였으나, 제퍼슨의 시대에 이르러 '자신의 환경에 잘 맞는 유리한 상태'라는 뜻을 가진 'goodhap'의 유의어로 쓰이게 됐다. lucky' 가 'random(무작위의)'의 뜻에서 'favorable luck(유리한 운)'의 뜻으로, fortunate (운이 좋은)'이 'random'의 뜻에서 'favorable fortune(유리 한운)'의 뜻으로 발전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미국의 정치 문서에서 'happiness'가 처음 언급된 것은 제퍼슨이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기 불과 몇 달 전에 제퍼슨의 벗인 조지 메이 슨 George Mason이 발표한 버지니아 권리 선언 virginia Declaration of Rights 이었다. “모든 인간은 나면서부터 자유와 독립에서 평등하며 특정 권리 를 타고난다 (중략) [그중에는] 행복happiness을 추구하고 획득할 권리도 있다." 메이슨이 사용한 행복이라는 단어를 분석한 사학자 잭 D. 워렌Jack D. Warren의 견해에 따르면, 이 문서에서 말하는 행복은 "현재처럼 두루뭉술한 목표가 아니었다. 행복은 쾌락을 뜻하지 않았다. 18세기 사상가들에게 행복은 흡족함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메이슨 같은 사상가들은, 사람은 자신의 환경이 자신의 성격과 재능, 능력에 잘 맞는 상태일 때 행복을 얻게 된다고 믿었다.
다시 말해, 건국자들에게 행복은 다크호스들이 생각하는 충족감과 동의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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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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