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식으로의 식단 변화는 또한 우리의 소화관이 초기 인류에 비해 훨씬 작아진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른바 '귀하신 조직 가 설'의 지지자들은, 육식을 하면서 부피가 큰 식물 섬유를 덜 섭 취하게 된 잡식성 인류가 장 체계를 더 작게 진화시켜 자원 집 약적인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었으리라고 추정한 다. 또한 육식은 우리의 치아를 더 작고 날카롭게 만들었다. 대 부분의 식물에 비해 고기는 덜 씹어도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서 24명의 피실험자들을 모집해 감자, 당근, 비트 세 가지 채소와 함께 염소 생고기를 먹게 했다. 그런 다음 각각의 음식을 씹어 삼키기 위해 머리와 턱 근육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 근전도 센서로 측정했다. 연구 결과는 이랬다. “식단의 3분의 1을 육류로 구성하면 식물성 식단을 유지했던 때에 비해 매년 저작 사이클(chewing cycle), 즉 씹는 횟수가 거의 200만 회(약 13퍼센트) 감소하고 총 저작력(음식을 씹는 힘)도 15퍼 센트가량 줄어든다. 초기 인류는 단순히 육류를 자르고 (식물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육류를 씹어 더 작은 입자로 만드는 능력을 41퍼센트 향상시키고, 연간 저작 횟수를 추가로 5퍼센트 줄이고, 필요 저작력 또한 추가로 12퍼센트 줄였을 것이다. 연구 결과, 초기 인류가 가공된 육류를 씹어 삼키면서부터 음식을 섭 취하는 데 필요한 힘이 46퍼센트 이상 줄어들었을 것으로 파악 됐다. 채식 위주의 식단을 영위하다가 육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크고 긴 신체에서 얇은 체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우 리 존재 자체의 물리적 특성까지 변해버린 것이다.
- 한편, 육식을 중심으로 인류의 진화를 파악하려는 관점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연구원들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 인 영장류 동물학자 리처드 랭엄 (Richard Wrangham)은 저서 《요리 본능(Catching Fire: How Cooking Made Us Human)》에서 이렇게 주장했 다. “육식은 침팬지를 닮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칼을 휘두르 고 뇌도 더 큰 호모 하빌리스로 변화시킨 인류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획기적인 첫 번째 전환에 대해서는 매끄럽게 설명한다. (그러나) 작은 턱과 작은 치아를 지니고 있어 사냥감인 동물의 질 긴 날고기를 씹는 데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과 관련된 핵심적 인 문제에는 답하지 못한다. 약한 입은 호모 에렉투스가 사냥에 더 뛰어났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 없다. 분명히 무언가 다른 일 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 '무언가 다른 일'에 대해 랭엄이 주장 하는 바는 바로 '익히기(cooking)'다. 해부학적으로 기능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못한 탓에 날고기는 인류의 두 번째 '진화의 대전환, 즉 호모 하빌리스에서 호모 에렉투스로의 전환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칼로리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었다. 반면, 육류와 식 물 모두를 익혀 먹음으로써 우리 조상들은 더욱 많은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뇌와 신체는 더 커지고, 치아와 소화관은 더 작아졌다. 예컨대, 계란을 익히면 날계란과 비교했 을 때 단백질 값이 40퍼센트나 증가한다. 날고기를 익히면 씹거 나 소화하는 데 힘이 덜 들 뿐만 아니라 영양가도 높아진다. 많은 과학자들은 불을 통제했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50만 년 전에는 드물고 빈약했으며 100만 년 전에는 거의 없었다고 주 장하면서 이 '익히기 가설'에 동의하지 않는다. 불을 자유롭게 사용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인류의 해부학사에서 진화의 대전환 이 일어난 지 한참 후인 4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전문가들이 불을 이용한 익히기보다 석기로 날고기를 두드리거 나 자르는 등 가공 기술이 향상되면서 두 번째 진화의 대전환기 를 촉진했을 것이라는 가설에 더 무게를 둔다.
결론적으로, 인류 진화를 결정적으로 도약시킨 것이 날고기 인지 익힌 고기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 대부분의 과학자 들은 익혔든 익히지 않았든 동물의 일부분을 먹지 않았다면 인 류의 외모와 행동 양식이 지금과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데 의 견을 같이한다.

- 16~17세기 부르주아 계급이 정확히 얼마나 많은 신선육을 소비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대다 수 가정에서 신선육은 사치품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사람 들은 주로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해서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육류에 의존했다. 제프리 L. 포르겡 (Jeffrey L. Forgeng)은 저서 《영국 스튜어트 왕조의 일상(Daily Life in Stuart England)》에 이렇게 적었다.
"중류층의 식탁에도 오리, 거위, 칠면조, 비둘기 같은 가금류와 계란, 유제품, 돼지고기, 양고기, 생선, 조개류는 흔했다. 영국을 여행한 사람들은 그다지 풍족해 보이지 않는 영국 가정의 식탁 에도 항상 고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영국 사회의 상당 부 분을 차지했던 빈민층은 육류를 거의 먹지 못하는 대신에 질 낮 은 빵과 포타주(pottage, 채소와 곡물, 어렵게 구한 약간의 고기 조각을 한데 끓여 만든 걸쭉한 수프나 스튜)를 주로 먹었다. 어찌 됐든 전체적으로 볼 때, 영국이 1인당 가축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은 육류 공급이 상대적으로 풍요롭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 가적으로 농지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임을 시사한다..

- 소·돼지의 시대는 가고 닭의 시대가 오다
조금 역설적이긴 하지만 적색육 소비는 빠르게 성장한 만큼 이나 빠르게 감소했다. 여기에는 크게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째, 또다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육류 생산이 다시 한 번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종종 가격이 폭등했다. 육류는 1899년 미국 가공식품 생산량의 28퍼센트를 차지했지만, 1937년에는 그 비 율이 13퍼센트로 떨어졌다.
둘째, 1906년 업튼 싱클레어(Upton Sinclair, 미국의 소설가 및 비평가 - 옮긴이)가 《정글(The Jungle)》을 출간하면서 육류 품질의 안전성 문제가 부각됐다. 싱클레어는 "착취 지옥(inferno of exploitation, 시카 고 도축장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다루던 관행을 말함)""에 대한 과 감한 기술로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의 도와 달리 이 책에 묘사된 비위생적 환경이 대중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곰팡이 핀 고기를 붕사와 글리세린으로 처리해서 재사용하고, 쥐가 들끓는 불결한 바닥에 떨어진 고기도 판매하며, 보다 신선하게 느껴지도록 내장과 연골을 염색하고, 향신료를 잔뜩 감미해 배달용 햄을 만드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육류 소비가 감소한 세 번째 이유는 제1차 세계대전이다. 미 국이 참전할 무렵 동맹국의 수많은 시민들은 굶주리고 있었다. 서유럽의 농장들은 전쟁터로 변했고, 농민들은 군인이 됐다. 우 드로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은 이처럼 어려움에 빠진 동맹 국들과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에게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전시 식량 공급과 보존, 유통, 운송을 담당할 미국 식품청을 만들었다. 식품청이 설립되자마자 진행한 캠페인 중 하나가 해외에 주 둔한 400만 명의 미군을 먹이기 위해 육류 소비를 자제하도록 시민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식품청은 캠페인 내용을 세상에 알리고 사람들의 지지를 촉구하기 위해 "식량으로 전쟁에서 승 리할 것이다(Food Will Win the War)"라는 슬로건이 적힌 포스터와 기사, 팸플릿, 각종 교육 자료 등을 배포했다. 이 캠페인은 큰 성 공을 거뒀다. 미국은 1918~1919년 유럽에 주둔하던 부대와 동 맹군들을 위해 1850만 톤의 육류를 선적했다. 같은 기간에 국내 소비는 15퍼센트 줄었다.
마지막으로, 대공황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미국인들은 식탁에 음식을 올리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였다. 1933년이 시작될 무렵, 실업률은 거의 25퍼센트에 육박했다. 마땅한 복지 제도조 차 없는 상황에서 뉴욕에 있는 수백 개의 빵 가게에서는 배고픈 시민들에게 매일 8만 5000개의 빵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20세 기 중반, 육류 산업 무대를 강타할 또 다른 역사적 상황과 혁신 이 나타난다. 쇠고기가 크게 각광받았을 뿐 아니라, 더 중요하 게 가금류가 가장 인기 있는 요리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 '공장식 사육(factory farming)'이라는 용어는 산업형 축산업이 출현하기 수십 년 전인 1890년 미국의 한 경제지에 처음으로 기록됐다.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이 공장 경영 원리에 입각해 설계된 '공장식 농장(factory farms)'의 개발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축산의 기계화를 통해 "전문화되고, 효율 화되고, 재료의 낭비를 줄이고, 부산물을 활용하고, 무엇보다 최 고의 기술과 경영 능력이 도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 영 양학의 토대를 닦은 미국의 화학자 윌버 올린 애트워터 (Wilbur Olin Atwater)도 일 년 뒤 <센추리 매거진(Century Magazine)>에 이와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했다.

- 미래의 농업은 아마도 그에 상응해 산출이 증가하는 생산 과정 이 될 것이다. 조밀한 인구가 기아의 전조라고 했던 구시대 경제 의 경고와 달리, 실제로는 저렴한 가격에 풍부한 식량을 공급할 전제 조건이 되리라는 것이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섬유 공장에서 섬유를 생산하고 기계 공장에서 기계를 생산하는 등 이미 온갖 영역에서 입증된 원리를 굳이 재차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 닭 생산이 '비정규직 경제 (gig economy)'에서 오래도록 이어져 온 부업 같은 일에서 금전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내는 수익원으 로 전환되는 과정을 이끈 첫 세대로 세실 A. 스틸(Cecile A. Steele) 이 있다. 역사적으로 중대한 전환점들의 상당수가 그렇듯, 이번 에도 변화는 완전한 우연에서 시작됐다. 이는 업계에서 회자되 는 전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틸은 체서피크만 동쪽의, 약 290킬로미터 길이의 평평한 농업 지대인 델마바반도에서 계란을 생산했다. 1923년 봄, 그 녀는 길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부화장에 산란계 50마리를 주 문했다. 그런데 부화장에서 실수로 주문량의 열 배인 500마리를 보내왔다. 스틸은 병아리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모두 키우기로 결심하고 목수에게 병아리를 수용할 수 있는 작은 사육장 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병아리들을 키워 육계로 팔려 고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18주 후, 살아남은 닭을 무게 1파운드 당 62센트에 팔았다. 몇 년 동안 계란을 팔아 얻은 것보다 몇 배 나 많은 수익을 올린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닭이었지만 요리 사나 주부들은 기름에 튀기고, 불에 굽고, 오븐에 익히고, 스튜 로 만드는 등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고, 부유한 소비자들은 그 맛을 좋아했다. 이듬해에는 주문량이 두 배로 늘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벌인 사업이 기대 밖의 수익을 내자 해안경비대에서 일하던 남편은 일을 그만두고 아내의 양 계업을 돕기 시작했다. 1926년 닭의 수는 1만 마리로 늘어났다.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스틸은 육계용(broiler) 고기를 판매하 겠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육계용'은 고 기를 생산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로 사육한 모든 닭을 일컫는 용어다. 그로부 터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스틸의 농장과 비슷한 농장이 적어도 500여 곳은 새로 생겼고, 델마바반도 전체에서 생산하는 육계 수는 연간 700만 마리에 달했다.
- 결론적으로 닭은 체중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온도와 사료, 조 명 등이 조절되는 크고 지붕 있는 양계장에서 사육됐다. 이로써 악천후나 쥐, 여우, 스컹크, 너구리, 매 등의 포식자들로 인한 부 상 위험도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이 방식은 가금류 축산업 자 체를 전반적으로 더 쉽고 저렴하게 만들었다. 1923년에는 1파 운드(약 450그램)의 육계 고기를 생산하는데 4.7파운드(약 2.1킬로 그램)의 사료가 들어갔지만, 1941년에는 같은 양의 고기를 얻는 데 4.2파운드(약 1.9킬로그램)면 충분했다. 1930년대 사료 비용이 육계 사육 비용의 50~60퍼센트를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10퍼 센트포인트 정도면 엄청난 절감 효과다. 사료가 덜 드는 것 외 에도 가혹한 감금 환경에서 자란 육계는 더 빠르고 무겁게 성장 한다는 이점이 있었다. 1927년 델마바반도의 육계는 평균 4개 월 만에 시장에 나왔고 무게는 2.5 파운드(약 1.1킬로그램)였다. 하 지만 1941년이 되자 12주면 판매 가능해졌고 무게는 2.9파운드(약 1.3킬로그램)나 됐다.
스틸과 그녀의 영향을 받은 농민들은 농업 경영에 있어 혁신 을 이끈 주목할 만한 모델을 선보였지만 닭고기 소비는 돼지나 소 등 기타 가축에 비해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었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매년 평균 10파운드(약 4.5킬로 그램)의 가금류를 소비했을 뿐이다. 20세기 초 중서부에서 가금 류 사업에 투자한 아머와 스위프트조차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예전보다 저렴해지긴 했지만 닭고기 는 적색육보다 여전히 2.5배나 비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다. 1930년대 후 반 유대인 신세대들은 근처 양계장에서 '뉴욕식 정육' 방식으로, 즉 깃털을 뽑고 피를 빼내지만 머리와 발은 몸통에 붙어 있고 모든 내장이 그대로 있는 방식으로 도축하고 가공한 후 얼음 과 같이 포장해서 트럭으로 상점까지 운반된 닭을 사서 먹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닭이 아니라 뉴욕 식으로 손질한 닭을 수송함으로써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 었다. 뉴욕식 정육 방식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1930년 대 후반 현지 가공 공장들이 여럿 문을 열었다. 1942년에는 열 곳의 공장에서 연간 총 3800만 마리의 육계를 도살하고 손질하 여 얼음으로 포장하는 설비를 갖추었다. 그중 6퍼센트는 워싱턴 D.C.로, 10퍼센트는 필라델피아로 보내졌다. 
- 한편, 영국계 미국인 생물학자 토머스 주크(Thomas Jukes)는 B12를 발견해내는 복잡한 과정을 동물 사료와 연계함으로써 궁 극적으로 동물성 단백질 인자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예상치 못 한 성과를 얻었다. 레들리연구소의 연구원이며 영양학 및 생리 학에 전문성을 갖춘 주크는 새롭게 발견된 B12를 동물 사료에 첨가했을 때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주크는 1948년 12월 독창적인 실험을 하나 기획했다. 먼저 갓 부화한 병아리들을 여러 그룹으로 구분하고, 그룹별로 서로 다른 먹이 를 먹였다. 한 그룹에는 영양이 부족한 먹이를 제공했다(이 그룹 은 대조군 역할을 했다). 그리고 다른 그룹들에는 간 추출물과 합성 B12, 오레오마이신이 생성한 B12를 포함한 배양물 등 다양한 보충제를 제각기 양을 달리하여 공급했다.
몇 주 뒤 모든 병아리의 체중을 측정한 결과, 주크는 영양이 결핍된 먹이를 먹은 대조군 병아리들은 대부분 죽은 데 반해, 실험군 병아리들은 살아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우 살아 남은 대조군의 몇몇 병아리보다 체중이 2.5배나 많이 나가 병아 리들에게 먹인 보충제가 기초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사실도 발견했다. 살아 있는 병아리 중에서 배양물을 가장 많이 섭취한 병아리가 합성 B12를 섭취한 병아리보다 체중이 훨씬 많이 나갔다. 즉 "비 타민 B12는 기초식단의 결핍을 완전히 충족하지는 못했다."
- 주크도 처음에는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여러 차례 실험을 반복한 뒤에야 그는 병아리를 살지게 한 것 이 배양물 속의 B12가 아니라 '신 성장인자'인 미량의 오레오마 이신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주크는 북적이는 환경에서 사육 되는 가축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감염을 예방하는 데 이 항생물 질이 효과적이라며, 이 물질을 활용하면 면역계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근육과 뼈를 키우는 데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 다(이는 이후에 사실로 판명됐다). 결과적으로, 동물성 단백질 인자는 단순히 B12 한 가지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비타민과 소량의 항 생물질이 조합된 것으로 규명됐다.
1950년 <뉴욕 타임스>의 기사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탁월한 성장 촉진 물질의 하나, 비타민보다 훨씬 뛰어난 효능이라고 공표한 것처럼 이는 진정 획기적인 의미를 지닌 발견이었다. 1톤의 동물 사료에 5파운드(약 2.3킬로그램)의 비정제 항생제 만 첨가해도 닭의 성장률이 거의 50퍼센트나 향상됐다. 비타민 과 약물을 조합한 동물 사료는 사망률을 낮추고, 출하 체중에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며,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하고,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는 데 비해 훨씬 적은 비용이 소요됐다.
- 과거에는 1파운드의 생체중(가축의 도살 직전 체중) 육계를 생산 하려면 12주의 시간과 4.2파운드의 사료가 필요했지만, 1950년 에는 1파운드당 3.3 파운드, 1963년에는 1파운드당 2.5파운드의 사료만 필요했다. 더 빠른 성장, 더 기계화된 시설, 더 나아진 양 계장은 육계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을 줄였다. 1950년 대초 공무원들은 100파운드의 육계를 얻는 데 3.1시간 걸린다 고 추정했다. 그러나 10년 후에는 단 1시간으로 줄었다. 이처 럼 효율이 점진적으로 향상되면서 닭고기 가격도 영향을 받았 다. 1950년에는 1파운드당 닭고기 평균 가격이 57센트인 데 비 해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70센트와 67센트였다. 1965년에는 닭고기 가격이 39센트로 떨어진 반면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15년 전보다 비싸졌다. 같은 해 닭고기 소비량은 1인당 평균 25파운드로 1950년보다 15파운드 증가했다. 한때 식탁의 기피 대상이던 닭고기는 널리 사랑받으며 수익성도 매우 높아졌다. 양계업자들이 개척한 기계화된 생산 방식이 다른 모든 축산업 에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닭고기가 돼지고기를 추월하기까지는 30년이 더 걸리고 쇠 고기를 추월하기까지는 15년이 더 걸릴 테지만, 그렇더라도 가 금류 산업은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사 람들이 모든 종류의 육류를 더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또 한 번의 거대한 변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 스팸(Spam)의 기원을 되짚어보자. 스팸은 제 1차 세계대전 중 발골 쇠고기 실험을 도운 육군 중위 제이 호멜 (Jay Hormel)의 작품이다. 그의 아버지 조지 호멜(George Homel)은 1891년 호멜 푸드 코퍼레이션(Homel Foods Corporation)을 설립했 다. 그가 사업을 크게 확장한 것은 불과 2년 후 찾아온 뜻하지 않은 기류 덕분이었다. 1893년 공황이 미국 경제를 덮친 이후 1897년까지 경기침체가 계속됐다. 그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 는 소비자들이 더 싼 가공육과 훈제육을 반길 것이라고 예상했 다. 그의 생각은 옳았다. 얇게 저민 캐나다 베이컨 같은 저렴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사업은 큰 호황을 누렸다.
대공황기인 1929년 제이 호멜이 사장이 되고 나서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 역시 아버지처럼 가격만 충분히 싸면 소비자 들이 가공육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버지처럼 그 의 예상도 역시 옳았다. 하지만 가공식품으로 회사를 떠받치고 는 있었더라도 길어지는 불황으로 매출은 깎이고 또 깎였다. 그 는 곧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호멜의 회 사는 수천 파운드의 돼지 앞다리살을 버리다시피 해왔다. 뼈를 발라내려면 상당한 노력과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은 지역 정육점의 고기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퍽퍽한 돼지 앞다리살과 지방 부스러기들을 미트로프 같 은 친숙한 무언가로 만들면 어떨까?
제이 호멜의 지시에 따라 회사의 식품 과학자들은 직사각형 블록 형태의 가공육 덩어리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돌입했다. 이 가공육 덩어리는 출처가 무엇이든 가족 전부를 충분히 먹이고 도 남을 양으로, 다음 날 샌드위치까지 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공정과 새롭게 설계한 기계 모두를 완성했다. 그리고 회사는 1937년 5월 11일 경연을 거쳐 '스팸'(드러나지는 않지만 'spice'와 'ham'을 합성한 단어다)이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스팸의 재료는 "햄 고기가 첨가된 다진 돼지 앞다리살과 소금, 물, 설탕, 질산나트륨(베이컨과 핫도그 등을 만드는 고기를 절일 때 사용하는 소금 종류) 등 다섯 가지였다. 1940년 미국 도시에선 전체 가구의 70퍼센트가 스팸을 먹었다.
이 "깡통에 담긴 기적의 고기"를 대성공으로 이끈 배경은 제 2차 세계대전이다. 고기가 상하지 않게 최전선 부대까지 수송 해야 하는 군의 요구를 스팸은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저렴하 고 운반이 용이하며 냉장도 필요 없었으니까. 이런 이유로 군은 1939~1942년 스팸 매출을 두 배로 늘려준 최대 구매자로 등극 했다. 군은 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스팸을 무려 1억 5000만 파 운드(약 6만 8000톤)나 소비했다.
- 맥도날드의 눈부신 성장은 1970년대 초에도 계속되어 모든 주에서 가맹점 수가 150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양적 성장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그때까지 맥도날드가 새로운 지점을 내서 막 대한 이윤을 남기는 데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결 국은 맥도날드도 난관에 봉착했다. 1970년대 중반의 경기침체 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되어온 경기 팽창이 막을 내렸다. 미국 전체가 높은 실업률과 높은 인플레이션, 치솟는 휘발유 가 격과 씨름하면서 맥도날드의 수익도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
이때 데이비드 월러스틴 (David Wallerstein)이 해결의 열쇠를 제 시했다. 영화업계의 젊은 경영자 월러스틴은 한때 이와 비슷한 어려움에 처했었다. 1960년대 초, 바라반 시어터(Balaban Theaters)체인을 운영하던 그는 팝콘처럼 이윤이 많이 남는 스낵과 음료수를 많이 팔기 위해 1+1 스페셜, 팝콘 콤보, 마티니 스페셜 등 책에 나오는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어느 것도 효과가 없었 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월러스틴은 깨달았다. 사람들은 팝콘 을 두세 통 들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먹을 것을 너무 많이 들고 다니면 불편할 뿐 아니라 게걸스럽게 보인다는 것을 말이다. 월러스틴은 생각의 방향을 바꿨다. 그렇 다면 돈을 조금만 더 받고 팝콘의 정량을 훨씬 크게 하면 어떨 까? 월러스틴은 커다란 점보 사이즈 용기를 만들고 이것을 홍보하는 광고를 붙였다. 한 주가 지날 무렵, 환상적인 결과가 나왔다. 팝콘 판매 횟수당 매출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월러스틴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크록에게 점보 사이즈 감 자튀김을 판매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크록은 머뭇거렸다. "감자튀김이 더 많이 필요하면 두 봉사면 되잖아요."12 월러스 틴은 크록을 설득하기 위해 소비자 행동에 관한 자체 설문조사 를 벌였다. 그는 시카고의 여러 매장을 돌며 수백 명의 고객들 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그는 고객들이 감자튀 김한 봉을 모두 먹고도 바닥까지 훑어가며 짭짤한 맛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냈다. 월러스틴이 이 사실을 크록에게 설명하자 그도 마침내 반대를 접었다. 그렇게 점보 사이즈 감자튀김을 도입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더 많은 고객들이 맥도날 드를 찾아왔고, 1인당 지출도 더 늘어났다.
커다란 몸집의 지니를 다시 램프에 집어넣기는 불가능하듯 이, 감자튀김과 함께 시작된 사이즈 조정 문제는 곧 다른 메뉴 들에도 적용됐다. 1990년대 중반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판매하 는 먹거리 네 가지 중 하나는 밸류 밀 (value meal), 스페셜 콤보 또 는 슈퍼사이즈 밀이었다. 1955년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의 무게 는 3.7온스였다. 최근의 무게는 약 7.3온스이고 빅맥은 7.5온스, 쿼터파운더 쿼터파운더 딜럭스는 무려 9.2온스에 달한다. 질 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1950년대 전형적인 패스트푸드점에서 제공하는 햄버거 패티의 무게는 3.9온스에 불과했다. 지금 은 세 배 이상 커진 셈이다. 슈퍼사이즈 정량의 도입과 때를 맞 춰 미국인의 일일 칼로리 섭취량이 늘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인의 총 칼로리 섭취량은 1970년 2109칼로리에서 2010년 2568칼로리로 증가했다. 퓨리서치(Pew Research)가 설명 한 대로, “이것은 매일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하나 더 섭취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 그릴에서 고객 앞까지 햄버거를 더 빠르고 더 싸게 제공하 겠다는 두 형제의 신념으로 탄생한 맥도날드는 오늘날 전 세 계에서 3만 50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마다 약 2000곳의 매장이 새롭게 탄생하는 초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 했다. 맥도날드는 매일 6800만 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거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를 위해 매 년 10억 달러를 광고비로 지출하는데, 대부분 어린이들이 광고 의 대상이다. 2013년 연구에 따르면, 매년 초등학생들이 맥도 날드 광고를 시청하는 횟수는 평균 254회에 이른다. 두말할 것 도 없이 맥도날드는 미국에서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회사이며, 닭고기 구매량도 KFC에 이어 2위를 차지 한다.
- 소금과 설탕,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이유는 이 물질이 우 리의 미뢰를 즐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물질들은 우리 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이며, 인간이 이 물질들이 함유된 식품을 찾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는 식물과 덜 익은 과일, 상한 고기, 기타 부패한 음식에서 잠재적 유해독소를 탐 지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쓰고 신 음식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슈퍼마켓이나 사파리 뷔페가 없었던 탓에 흙에 서 소금을 추출하고(바다 가까이 사는 경우에는 소금을 얻기가 손쉬웠지 만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무척 어려웠다) 당분이 풍부한 과일과 지방 이 많은 사냥감을 찾느라 애를 써야 했다. 오늘날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가공된 형태로 무한정 얻을 수 있다는 것 이 문제다.
잠시 틈을 내 우리가 맛을 느끼는 과정을 살펴보자. 치킨 너깃 같은 음식 한 조각을 입에 넣는다. 치아가 큰 조각을 작은 조각으로 분쇄한다. 이와 동시에 침이 음식을 촉촉하게 하고, 탄수화물을 맥아당과 덱스트린 등 단순당으로 분해하듯 침 속효 소가 일부 다량 영양소를 분해하며 맛을 유발하는 물질의 분자 들을 방출한다. 이 분자들은 입천장과 후두, 혀에 있는 미뢰의 특정 수용기 세포들과 충돌하고 결합한다.
- 서양 과학자들이 감칠맛, 즉 우마미를 기본 맛의 하나로 인정 하기까지는 거의 한 세기가 걸렸다. 대다수 과학자들이 감칠맛 을 다른 네 가지 기본 맛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생 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방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내세웠다. 과학자들은 2000년에 이르러서야 인간의 혀에서 글루탐산을 감지하는 감칠맛 수용기를 분리함으로써 이케다가 줄 곧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경시되어온 감칠맛의 지 위를 마침내 인정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감칠맛은 다른 맛들과 함께할 때 그 향미가 제대로 살아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연 에서는 글루탐산염과 이노신산이나트륨(disodium inosinate, IMP), 구 아닐산이나트륨(disodium guanylate, GMP) 세 가지 감칠맛 화합물이 생성된다. 베이컨, 멸치, 치즈처럼 감칠맛이 풍부한 여러 식품에 서는 짠맛이 나는데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글루탐산염 그 자체가 미묘한 짠맛을 내기 때문이다. 글루탐산염과 이노신산이나트륨, 구아닐산이나트륨 같은 화합물의 나트륨이 상호작용 하면 감칠맛이 훨씬 증폭된다. 감칠맛을 내는 물질은 그 자체가 독특한 맛을 지니지만 다른 물질과 혼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발 휘한다. 감칠맛을 내는 두 가지 물질이 섞일 때의 혼합 효과는 각각의 물질이 지닌 효과를 합친 것보다 훨씬 강하다. 버섯이 들어간 치즈 버거가 맛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쉽게 말 해, 버섯이 들어간 치즈 버거는 일부 요리사들이 '감칠맛 폭탄' 이라고 부르는 글루탐산염과 구아닐산이나트륨, 이노신산이나 트륨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토록 매력적인 것이다.
- 감칠맛이 이렇게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달콤한 음식이라고 하면 에너지로 가득한 포도당이 포함되어 있음을 의미하고, 짭짤한 음식이라고 하면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처럼, 연구에 따르면 감칠맛이 풍부한 음식은 생존 하는데 필수적인 다량 영양소 중 하나인 단백질이 존재함을 알 린다.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의 진화론적 기원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글루탐산염이 다른 미각 유발 물질들과 유사하게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여러 뇌신경 영상 연구 사 례들을 통해 알고 있다. 양수에서도 발견되듯, 인간은 자궁 속 에서 이미 글루탐산염에 노출된다. 태어난 뒤에는 모유로 다량 의 글루탐산염을 섭취한다. 실제로 인간의 모유에는 젖소의 젖 보다 글루탐산염이 열 배나 많이 함유돼 있다.
- 맥도날드 치킨 너깃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성분들을 잠시 살 펴보자. 뼈 없는 흰 닭고기, 물, 식물성 오일(카놀라유, 옥수수유, 대 두유, 수소화 대두유), 강화 밀가루(표백 밀가루, 나이아신, 환원철, 티아민 모노니트레이트, 리보플라빈, 엽산), 표백 밀가루, 황옥수수가루, 식물 성 전분(변성 옥수수, 밀, 쌀, 완두콩, 옥수수), 소금, 발효제(베이킹소다, 알루미늄 인산나트륨, 산성피로인산나트륨, 젖산칼슘, 인산일칼슘), 향신료, 효모 추출물, 레몬즙 고형분, 포도당, 천연 조미료 등. “100퍼센 트 닭고기로 만들며 인위적 색소나 조미료,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맥도날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치킨 너깃에는 닭 외에도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는 듯하다.
문제는 식품인류학자 비 윌슨(Bee Wilson)이 설명한 대로 맛과 향미증진제가 풍부한 식품은 많이 먹을수록 더 갈망하게 된 다는 데 있다. "먹는 법을 배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 니다. 태어나면서 숨 쉬는 법을 터득하듯 먹는 법도 선천적으 로 아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 니다. 먹는 것은 유아기 이후 쉼 없이 배우는 매우 복잡한 기술 의 연속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법을 배우는 주된 방식은 노출을 통해서입니다. 과학자들이 이미 오 래전부터 알았듯, 우리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대부분 그동 안 우리가 노출되어온 특정 향미들이 기능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 고기가 맛있는 이유, 마이야르 반응과 지방의 산화
과학자들은 맛을 증진시키고 향미를 강화하기 위해 육즙만 짜내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식물성 가공식품도 이들이 주목하 는 대상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리를 매 료시키는 육류만의 특별한 향미는 어떤 것일까?
맛과 관련된 이 질문의 해답을 구하는 길은 다양하지만, 그 모든 길은 먼저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le Maillard)라는 프랑스 의사이자 화학자를 거쳐야 한다. 마이야르는 육류가 아니라 요소 대사와 신장 장애 연구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는 설탕과 아미노산을 함께 가열하면 그 혼합물이 갈색으로 변한 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군인들이 갈색 음식이 맛없다고 불평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마이야르 반응과 향미 사이의 관계를 깨닫기 시작했다. 결국 과학자들은 입에 당기지 않는 맛과 색깔의 변화가 마이야르 반응 때문이라 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에는 이 반응을 방지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는데, 머지않아 향미증진제(조미료)로서의 가능성을 발견 하게 된다.
아미노산과 단당류의 전위를 연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꽤 복잡하지만 그 결과는 아주 단순하다. 우리가 맛 있다고 느끼는 독특한 '고기 맛' 향미가 만들어진다. 이 향미는 일반적으로 섭씨 140도 이상에서 발생하는 마이야르 반응에서 생성된 1000여 개 이상의 새로운 분자들에서 비롯되며, 이 과 정이 없으면 고기 맛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이미 여러 실험에서 입증됐듯이,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쥐와 침팬지 같은 동물들도 일관되게 날고기보다는 익힌 고기를 선택하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마이야르 반응은 팝콘과 초콜릿, 맥주 같은 다른 음식들의 전체적인 향미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하지 만, 무엇보다 강력한 효과는 두말할 것도 없이 육류에서 일어난 다. 부드러운 스테이크, 육즙이 풍부한 구운 햄버거, 노릇노릇하게 튀긴 치킨 윙 등에 우리가 매료되는 이유 중 하나도 마이야르 반응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칠 경우 아크릴아미드, 푸란 같 은 발암성 물질을 포함한 위험한 화합물을 만들어내 음식이 건 강에 매우 해로워질 수도 있다.
육류가 맛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방 의 특별한 조합에 있다. 익힌 육류의 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 한 요소들이 밝혀졌지만, 과학자들은 다른 성분들 중에서도 지 방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방은 단백질과 탄 수화물에 비해 그램당 두 배 이상의 열량을 지녀 인간의 진화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지방의 조합과 그에 따른 맛은 여러 요인들에 따라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소, 닭, 돼지 등 육류의 종과 곡물이냐 풀이냐 등 먹이가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런 차이를 차치하더라도 결과는 동일하다.
고기를 조리하면 마이야르 반응 외에도 지방이 산화하기 시 작하면서 맛있는 향을 배출한다. 고기 맛을 결정하는 데는 자연 적으로 만들어지는 글루탐산염뿐만 아니라 작지만 매우 다양 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다른 식 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으로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하 는 감각적 경험이 이뤄지는 것이다. 소금과 설탕, 지방, 감칠맛 을 유발하는 인자에다 자연에서 추출했든, 실험실에서 합성했 든 다양한 조미료가 더해지면 우리가 고기를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산업형 축산으로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거북이, 비버, 뱀장어 등은 한때 북아메리카 식단에서 사랑받던 식재료였지만 지금은 요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 우리가 선호하는 소, 돼지, 닭 등의 육류에 대해 서도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애써 키운 가축들이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먹거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산업형 축산업계는 영리한 광고와 맛 조작을 넘어 진실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 산업형 축산업계의 홍보 전략은 매우 다양하며, 그 수법은 정 치, 법, 교육 제도의 가장 근간에 자리 잡고 있다. 산업형 축산업 계는 대중을 겨냥한 정통 마케팅 및 홍보 캠페인을 시행하는 것 은 물론 전략적 로비에 나서거나 제휴 관계를 맺는 데 이르기까 지 온갖 활동을 하면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 신들에게 방해가 되는 잠재적 장애물들을 교묘하게 제거함으로 써 어떤 제품이든 본격적으로 판매하기에 앞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다. 핵심은 분명하다. 산업형 축산업계는 우리가 고기로 부터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언어조차도 고기는 강하고 식물은 약하다는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면 근육이 '발달한다(feefing)'고 표현한다. 집에서 소파에 누워 TV를 보면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가 될 거라고 한다. 신체적으로 강 인함을 표현할 때는 '육체미 (beefcake, 건장한 체격)'라는 표현을 쓰 고, 무기력해 보이는 사람은 '식물인간(vegetable)'이라고 부른다.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나는 수많은 바 비큐 파티에 참석했다. 공휴일은 불을 피우고 친구들을 초대하 기 위한 핑곗거리나 다름없었다. 우리 집에서 고기를 굽는다면 그릴 앞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우리 아버지였다. 친구 집이라면 당연히 친구 아버지가 그 주인공이었다. 어디를 가든 남성들은 항상 그릴 주변에 모여 있고, 여성들은 브라우니나 토핑, 음료 등을 준비했다.
- 그릴 구이는 남성들과 어울린다는 말과 동의어였다. "그릴은 맥주를 든 채 그 주변으로 모이는 남성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다. 풋볼이 한창일 때의 대화면 TV와 마찬가지다. 캐설리가 부연설명한 것처럼, 그릴 구이는 20세기 미국의 독특한 관습이 다. 다른 나라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익히는 일은 주로 여성들 의 몫이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를 거치며 미국인들, 주로 백 인들이 교외로 이주하면서 뒷마당 바비큐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그와 더불어 주말에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 기 위해 그릴을 손보는 성실한 남성의 이미지가 탄생한 것이다. 성별과 육식의 관계에 대한 기념비적 저술로는 캐럴 J. 애덤 스(Carol J. Adams)의 《육식의 성정치(The Sexual Politics of Meat)>를 꼽 을 수 있다. 1990년 출간된 이 책은 우리가 먹는 음식, 즉 가축 은 주로 가부장적 정치학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애덤스는 모든 끼니의 이면에는 '부재(absence)'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가 섭취하는 고기를 내준 동물의 죽음 말이다. 이 부재 의 지시 대상(absent referent)은 “육식에 내재하는 폭력을 은폐하 고",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떤 존재였던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그 고기가 한때 동물이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이와 비슷하게 애덤스는 인간 사회에서는 여성의 존재를 그 존엄성에서 분리하는 동시에 신체의 일부로 격하한다 고 주장했다.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팔, 허벅지, 가슴 등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메뉴를 고르는 것인지 아니면 여성의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여성의 신체 부위에 집착 하는 가부장적 사회는 이와 비슷하게 육식에도 집착하는 모습 을 보인다.

- 빵, 치즈, 버터, 차, 우유, 단단한 뿌리채소 등으로 이뤄진 1700년대 유럽 농장 노동자들의 전형적인 식단을 생각해보자. 저녁식사 접시라도 고기가 담겨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반 면에 귀족들은 매일 3파운드(약 1.3킬로그램)의 육류와 생선을 먹 어치웠다. 20세기 이전까지 거의 모든 사회에서는 음식이 그 사 람의 사회경제적 계층을 상징했다. 그만큼 육류는 모든 이가 열 망하는 대상이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 적어도 미국에서는 산 업형 축산업 덕분에 육류가 풍부해져 매우 저렴하게 공급됐다. 오늘날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것에는 다른 화려한 것들이 많 지만,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여전히 부유 층보다 육류를 더욱 강하게 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 유진 챈(Eugene Chan) 박사와 나탈리나 즐라테프스카(Natalina Zlatevska) 박사는 피실험자들에게 고기 패티와 채소 패티를 보여 주고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 묻는 실험을 했다. 모든 경우에서 상대적으로 덜 부유한 사람들은 고기 패티를 강하게 선호했다. 즐라테프스카 박사는 계층 규범이 이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고 추측했다. "육식과 힘, 권력과 남성미 사이에는 상징적 연관 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육류는 손님을 위해서 차리거나 축하 행 사의 중심에 등장하는 상류층 음식이었다."
- 결국 우수 육류에 대한 찬반은 '생명의 박탈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도덕적 문제로 귀결된다. 동물의 죽음을 완전히 거부하는 사람들은 도축이라는 명백한 목적을 가진 채 사육되는 동물은 아예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주장하며, 우수 육류에도 단호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반면 우수 육류를 옹호하는 사람들 은 동물을 도축하는 것은 정당한 일일 뿐 아니라, 마지막 순간 까지 자연스러운 삶을 살게 했다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 결론은 이렇다. 우수 육류는 가능할지라도 현실화하기는 결 코 쉽지 않다. 당신이 구입하는 모든 고기가 환경친화적이자 인 도적으로 생산된 것임을 확인하려면 굳은 의지와 경계심이 필 요하다. 비동물성 육류와 우수 육류 중 무엇이 더 이상적이든, 후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여전히 고기를 먹고 싶어 하며, 따라서 좋든 싫든 산업형 육류보다 나 은 방식으로 육류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식물성 육류는 정말 더 건강한 먹거리인가
식물성 육류 가격이 동물성 육류와 비슷해진다 하더라도 식 물성 육류를 선택하기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식물성 육류가 과연 몸에 더 좋을까? 식물성 육류가 소금과 포화지방으로 가득한 경우도 더러 있다. '핫 이탈리안 비욘드 소시지'를 예로 들어보자. 이 제품에는 분리 완두콩 단백질, 정제 코코넛 오일, 해바라기 오일, 천연 향료, 쌀 단백질, 파바콩 단백질, 감자 전 분, 소금, 과일즙, 채소즙, 사과 섬유질, 메틸셀룰로오스, 감귤 추 출물, 알긴산 칼슘 등 온갖 성분들이 포함돼 있다. 영양 정보를 보면, 조리된 소시지 한 토막에 500밀리그램의 나트륨과 5그램 의 포화지방이 들어 있으며, 이것은 각각 하루 권장치의 21퍼센 트와 25퍼센트에 이르는 양이다.
농무부 장관을 지낸 댄 글릭먼(Dan Glickman)은 비욘드 미트 제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게 반드시 좋을 거라고 자신할 수는 없어요. 우리도 잘 모르거든요." 임파서블 버거의 나 트륨 함량은 패티당 370밀리그램으로 비욘드 소시지보다 적지 만 포화지방은 8그램으로 더 많다. 식품저널리스트 로렌 웍스 (Lauren Wicks)의 글을 보자. “식당 메뉴판에서 임파서블 버거를 보는 것은 채식주의자에게 신이 내린 은총처럼 느껴질 수도 있 지만, 이 버거 역시 건강한 성인이 평범한 치즈 버거를 대할 때 와 동일한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괜찮은 경우도 있겠지만, 임파서블 버거 또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간주 해서는 안 된다.
- 비욘드 미트는 유명 브랜드 돼지고기 소시지에 비해 포화지방이 38퍼센트 적고 "호르몬과 아질산염, 질산염, 대두 또는 글 루텐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 주장을 뒷받 침하기 위해 스탠퍼드대학 의대 연구원들이 2020년 시행한 연 구에서 동물성 육류를 섭취한 피실험자들과 비교했을 때 식물 성 육류를 섭취한 피실험자들의 TMAP (심혈관질환 위험과 관련된 분 자) 수치가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배추만큼 건강에 유익 하지는 않을지라도 식물성 육류가 여러 측면에서 동물성 육류 보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용한 근거들은 꽤 많다.
식물성 육류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이런 제품들이 보기보다 환경친화적이지 않다는 점도 지적한다. 실제로 식물성 육류의 일부 성분은 단일재배(토양의 생물 다양성을 해칠 수 있는 단일 작물만 재배하는 농법)로 얻어진다. 단일재배는 매우 효율적이지만, 한가지 작물만 경작하다 보면 식물에 치명적인 질병을 초래하거나 토양의 영양소가 고갈되는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식품 전문 저술가 알리시아 케네디(Alicia Kennedy)는 <인 디즈 타 임스(In These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단순히 쇠고기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는 기 후 변화, 생물 다양성 상실, 자원 고갈 등 우리가 직면한 광범위 한 생태학적 위기에 충분히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임파서블 푸 드의 버거는 대두, 비욘드 미트의 버거는 완두콩 단백질로 만들 어집니다. 이 버거를 저렴하게 대량 생산하기 위해 이 회사들은 다양한 작물보다는 단일재배에 치중하는 식물성 식품 체계를 고집합니다. 작물의 다양화는 토양과 건강한 자연뿐 아니라 소 규모 농가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작물의 다양화는 또한 탄소를 격리하고, 영양소의 순환을 효율화하고, 토양이 더 많은 물을 저장하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이 모두가 더해질 때 농장은 기후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대두와 완두콩 에 의존하는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는 유해한 생산 체계 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식물성 육류 옹호자들은 산업형 육류 의존도를 줄 임으로써 얻는 긍정적 효과가 단일재배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압도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공장식 농장들은 비용을 절감하 려고 이미 단일재배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런 관행은 가축이 아닌 사람을 먹일 목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바꾸어 말해, 동물을 활용하지 않고도 식물성 육류의 환경 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 인간의 의식주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 소모 비용을 토지 면적으로 환산한 지수 - 옮긴이)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세포배양육이 재생농업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이를 '환경친화적'이라고 간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한 예로 지속가능 농업 트러스트(Sustainable Farming Trust)의 정책이사 리처드 영(Richard Young)은 세포배양육을 황철석(fool's gold, 금처럼 보이는 이황화철광물 - 옮긴이)'에 비유하면 서 필요 에너지량의 관점에서 아직 완전히 무르익지 않은 기술 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말도 틀리지 않다.
2019년 옥스퍼드대학이 세포배양육을 분석한 결과, 단기적으 로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산업형 육류보다 기후 변화를 더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연구의 공저자들은 이 모델에서 미심쩍은 두 가지 가 정을 전제했다. 첫째는 세포배양육이 현재와 동일한 동력 생산 방식, 즉 화석연료를 이용해 계속 생산될 것이며, 둘째는 이 방 식이 이어지는 1000년 동안 계속되리라는 가정이다.
이 두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미래에 세포배양육 을 생산하는 데 있어 지금처럼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한다. 저널리스트이며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Billion Dollar Burger)》의 저자인 체이스 퍼디(Chase Purdy)는 <쿼츠>에 기고한 글에서 어떤 세포배양육 회사도 아직 완전히 가동되는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서 "세포배양 육을 대량 생산하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지는 누구 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세포배 양육이 현재 전 세계 담수 소비량의 20~33퍼센트, 농경지 사용 면적의 80퍼센트,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18퍼센트를 차 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산업용 육류보다 더 심각하게 환경을 파괴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 세상의 모든 신기술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며, 잠재적 유 해성은 그것이 얼마나 우려스럽든 간에 잠재적 이점과 견주어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문명과 식량(The Big Ratchet)》의 저자 루 스 디프리스(Ruth DeFries)의 말이 떠오른다. "인간이 개발한 모든 기술적 해법은 천재적이면서도 또 다른 종류의 문제들로 이어 집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의 기술을 면밀히 살펴보고 반작 용을 최소화할 해법을 구상하는 것입니다." 체르노빌과 후쿠 시마 같은 재앙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화석연료 의존도 를 낮출 방편으로 여전히 원자력 에너지 개발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이 문제와 관련,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포배양육 옹호자들은, 세포배양육 회사 설립자들이 사명감 에 불타는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자체 기술을 무책임하 게 사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하지만 이런 장밋 빛 감성만으로는 기술이 홀로 조용히 존재할 리 없다고 주장하 는 많은 세포배양육 비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어렵다.
- 등유를 개발해서 고래를 구하고(고래의 지방에서 기름을 추출할 필 요가 없어졌으므로), 펜을 개발해서 거위를 구하고(펜대로 사용할 깃털을 뽑을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박테리아 속 인슐린을 처리해서 돼지 를 도운(돼지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뽑아낼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사례들이 있다. 이것은 다양한 유형의 기술을 활용해 하나의 환경에서 한가지 동물에 대한 착취를 종식시켰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이 밖의 영역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거나 새로이 등장할 또 다른 유형의 억압을 우리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공장식 축산도 다르 지 않다. 공장식 축산이 존속되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동물에 게 해를 끼치지 않을 동물 윤리를 아직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이 다. 노예제도가 기술 발전 덕분에 종식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노예제도에 대한 도덕적 고려에서 초래된 남북전쟁이 없었더라 면, 미국인들은 이 사악한 제도에 정면으로 맞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제품을 만들기 위해 타인을 착취하 는 것과 관련된 도덕적 해악은 희생당하는 타인의 위치에서 도 덕적으로 계산해보지 않아도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착취적 대안을 찾아낼 때 비로소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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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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