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버지니아 울프라는 소설가는 그녀의 작품보다는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최후와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에 나오는 구절때문에 유명하다. 바로 "한 잔의 술을 마시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난 속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라는 서두의 구절이다. 또한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서도 그녀의 작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새로 출판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세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것 같다.'라는 구절이다.

영국 소설가이나 평론가 버지니아 울프는 제임스 조이스와 더불어 '의식의 흐름'이라는 소설기법의 개척자로 평가된다. 의식의 흐름이란 특별한 줄거리 없이, 등장인물의 의식, 즉 두서없이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이며 느낌을 고스란히 서술하는 기법이다. 지금은 오히려 버지니아의 소설을 지루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기법을 처음 도입한 버지니아의 대표작들은 당시에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큰 성공을 거두었다. 

버지니아는 처녀시절부터 신문에 에세이를 기고했으며, 결혼 후에도 타임즈 문예면에 서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출항, 밤과 낮, 제이콥의 방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도 이름을 알린다. 1920년대 들어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올랜도 등의 작품이 계속해서 주목을 받으며 명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삶에서 영광과 행복이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가뜩이나 신경이 예민해서 명성이 높아지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큰 고통을 겪게 된다. 1939년 2차대전이 터지자 울프 부부는 런던을 떠나 우즈강 근처 별장에서 지내기로 한다. 전원생활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불안증세는 점점 심해졌는데, 1941년 3월 산책을 나갔다가 행방불명 되었는데, 강가에 울프의 지팡이와 발자국이 있었고, 서재에는 남편과 언니에게 남기는 유서가 있었다. 자살의 원인으로 허탈감과 환청, 어린시절 의붓오빠들로부터 받은 성적 학대, 정신이상 발작에 대한 공포심 등으로 추정된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13가지 대표작 중에서 뽑아낸 문장들을 담고 있다. 그녀의 글 속에는 여러번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이 많다. 여러가지 물상, 자연현상의 의식적 표현 등 버지니아의 글은 난해하게 읽히고 독자에게 좌절감을 주기도 한다. 어쩌면 그녀의 문장들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녀는 자신만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소설을 썼으며, 그녀가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을 그저 글로 옮겨내었기 때문이다.

혹여 어렵게 다가오더라도 그 문장들은 의식의 저편 너머로 그저 관조해 보는 것이 좋다. 그녀의 문장들을 통해 버지니아의 생애를 바라보고 그 흐름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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