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확하고 즉각적인 피드백
두 가지 예시를 통해 토스가 제공하는 명확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의 중요성을 살펴보자.
첫째, 사용자가 앱 내에서 특정 액션을 취했을 때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좋은 사용자 경험을 느낄 수 없다. 예 를 들어 어떤 앱에서 회원 탈퇴를 신청했는데 한참 동안 아무 반응이 없다면 사용자는 탈퇴에 성공했는지 알 수 없다. 액션 에 대한 빠른 피드백은 사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 므로 매우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토스는 액션에 대 한 피드백이 무척 빠르고 명확한 앱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오류가 발생했을 때 또는 사용자의 특정 액션이 불 이익을 초래할 수 있을 때 이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적시에 띄 우지 못하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실수로 계좌 삭제 버튼을 눌렀는데 어떤 절차도 없이 계좌가 곧 바로 삭제된다면 그로 인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다. 이 경우 토스는 팝업창을 띄워 진짜 삭제할 것인지 한 번 더 확인하면 서 삭제 후 사용자가 받을 불이익(예를 들면 계좌에 연결된 자동이 체도 함께 삭제된다는 정보)까지 자세히 안내한다.
- 다음은 정지 신호 부재와 관련된 흥미로운 심리학 실험이다. 행동 경제학자인 브라이언 완싱크Brian Wansink 박사는 인 간의 식욕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로 무한 수프 실험을 진 행했다. 먼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그들에게 각각 일반 수프 그릇과 무한 수프 그릇을 제공했다. 무한 수프 그 릇은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어 그 구멍을 통해 수프가 계속 채워지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참가자들의 평소 수프 섭취 량과 수프가 무한히 보충될 때의 섭취량이 다른지 관찰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놀랍게도 무한 수프 그릇을 사용한 참가자 가 일반 수프 그릇으로 먹은 참가자보다 평균 73% 더 많은 양을 섭취했다.
이러한 심리 메커니즘은 UX를 설계할 때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SNS나 핀터레스트 등에서 볼 수 있는 무한 스크롤이 있다. 사용자는 피드를 스크롤하며 새로 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한다. 과거에는 스크롤을 내리면 화면 하단에 '더 보기' 버튼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버 튼을 클릭하면 새로운 콘텐츠가 나타나고 스크롤을 내리면 다시 버튼이 나타났다. 그런데 무한 스크롤은 새로운 콘텐츠 를 끊임없이 제공하기 때문에 자칫 일상생활에서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성공이나 아름다운 이미지에 무한정 노출되면 자존감이 저하되거나 불안감이 생기는 등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틱톡 같은 숏폼 영상 플랫폼의 무한 스와이프나 애플 뮤 직, 스포티파이의 자동 음악 재생도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으 로 디자인되었다. 특히 자동 재생 기능은 다음 콘텐츠를 연속 으로 재생하면서 사용자에게 이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포모 fear of missing out, FOMO 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 생각해보면 별점은 우리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비교 수단으로 존재해왔다. 그 이유는 상 품의 품질과 가격, 배송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사용자 만족 도를 시각적으로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였기 때 문이다.
쿠팡을 생각하면 가성비 좋은 생필품을 판매하는 곳이라 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따라서 미리 구매할 상품을 정해놓고 앱을 실행한 뒤 싼 제품을 최대한 빠르게 구매하는 경우가 많 다. 이때 별점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반면 컬리는 전문가들이 엄선한 제품을 구매하고 싶을 때 이용한다. 집단 지성이 아닌 전문가의 의견을 신뢰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으므로 다른 사용자가 평가한 별점은 크게 중 요하지 않다.
나는 컬리에서 제품 구매 시 전문가의 의견이 담긴 상세 이미지 설명, 제품에 들어 있는 성분, 생산 유통 과정을 읽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쿠팡보다 컬리 에 체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이는 내가 두 서비스에 서 얻고자 하는 가치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오는 차이라고 할 수 있다.
- 소셜 프루프social proof는 대상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거나 스스로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애매할 때 다른 사람이 이미 내린 의견을 근거로 결정하는 것 을 말한다. 로버트 치알디니 Robert Cialdini라는 심리학자가 설 득의 심리학』 (21세기북스, 2023)에서 처음 거론했으며 한국어로 는 '사회적 증거'로 번역되기도 한다.
소셜 프루프는 디지털 세상에서 강력한 힘을 갖는다. 특히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그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소셜 프루프에는 부작용도 있다. 물건을 구매할 때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로 판단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무조 건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 이를 허드 효과herd effect라고 하는데, 다른 사람 의견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이 허위 정보나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를 사용하 면 사용자는 그 진위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다. 기업이 제시한 데이터가 거짓이라는 게 발각되면 소비자에게 신뢰를 잃고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므로 서비스 담당 자는 사실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고 사실이 아닌 정보는 노출 하지 말아야 한다.
- 워터폴은 다음과 같이 순차적으로 한 단계 한 단계씩 진 행한다. 우선 프로젝트 목표에 해당하는 요구 사항을 분석 requirements analysis 해 문서화하고 디자인과 시스템 전반을 설 계design한다. 이후 코드를 작성하여 구현 development 하고 완성 된 제품이 요구 사항에 맞는지 확인하는 테스트testing 단계를 거친다. 테스트를 통과하면 사용자에게 제품이 제공되는데, 이를 배포deployment라고 하며 이후에 버그를 수정하고 새로 운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단계를 유지·보수 maintenance라고 한다.
이 방식은 생각보다 큰 위험을 내포한다. 시장에 나가보지 않은 모든 디자인 콘셉트는 가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디자이너의 가설만으로 시장의 모든 요구 사항과 디자인을 완벽하게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디자이너의 역할이 많이 바뀌는 추세다. 예전처럼 디자이너의 감에만 의지해 산 출물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데이터 전문가와 긴밀히 협업하 거나 때로는 사용자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기도 한다. 자신의 디자인을 뒷받침할 탄탄한 논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유능 한 동료들을 설득하는 것 역시 무척 어려워졌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린Lean UX라는 개념이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국내에서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반면 워터폴 프로세스는 점점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린 UX는 린스타트업과 UX의 합성어로, 시장에서 가설을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 MVPminimum viable product(최소 기능 제품) 를 만들어 반복 학습하며 점진적으로 실체화해 나가는 방법 론이다. 사격을 예로 들면 아주 오래 조준한 뒤 목표물을 쏘 는 것이 아니라, 일단 빠르게 한 발 쏜 뒤 영점을 조정해 가능 성을 높여 다음 사격을 계속 이어나가는 방식이다.
- 린 UX는 산업 디자인, 인쇄물 디자인과 같이 공정이 명확한 영역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환경에 주로 사용된다. 또한 린 UX는 공장을 가동해 인쇄하는 것처럼 물리적 시공 간이 필요한 방식이 아니라, 개발 완료 후 스토어에 업로드하 면 언제든지 출시할 수 있는 디지털 프로덕트의 특성을 잘 고 려한 방법론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잦은 업 데이트, 신속한 시장 반응 수집, 학습을 통한 반복 개선과 같 은 작업에 익숙할 것이다. 린 UX는 이러한 스타트업의 작업 방식에 대응하고자 디자인 사고,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 법론, 린스타트업이라는 세 가지 토대로 성립되었다.
-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명한 스포티파이sportify에서 는 특정 미션을 가진 융합 팀을 스쿼드squad라고 부른다. 스쿼 드는 시기별로 집중해야 하는 미션에 따라 유기적인 형태로 팀의 규모를 늘리거나 줄인다. 스쿼드는 이제 한국 스타트업 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서 중요한 부분은 완성도 높은 '산출물'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성과 검증'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이는 린 UX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용자'가 존재하기 때문인데, 워 터폴 프로세스에서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에게 산출물을 납 품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방식이다. 시장에서의 성과는 측정 가능한 수치로 관리되며 학습으로 이어진다.
- 퍼실리테이터로서의 디자이너
그동안의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라는 가치에 갇혀 조 형 전문가 혹은 시각 요소를 다루는 메이커라는 인식이 강했 다. 나는 우리가 오랫동안 숭상한 크리에이티브라는 가치 자 체에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디자이 너가 골방에 틀어박혔다가 고뇌한 끝에 세상이 깜짝 놀랄 만 한 창작물을 가지고 나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이미지 가 들어 있다. 하지만 각 시대에는 그 시기적 환경에 적합한 창조성이 요구되며 이에 따라 디자이너도 여러 모습으로 변 화를 요구받는다.
앞으로의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한 것이 아닌 퍼실리테 이션Facilitation 측면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퍼 실리테이터 facilitator로서의 디자이너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서 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 그 자체를 디자인한다. 이때 디자이너는 이해관 계자들의 관점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이나 토 론 세션을 열고, 때로는 의견을 받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 다. 그리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러한 역할을 무한히 반 복한다. 골방에서 아름답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몰래 만든 후 다른 팀원들을 놀라게 하는 천재적인 예술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린 UX에서는 가설이 검증되지도 않았는 데 아름다운 결과물만으로 설득하려는 디자이너를 경계해야 한다.
높은 미학적 완성도는 가끔 모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데, 이는 아름다움 자체에 이미 강한 설득력이 존재하기 때문 이다. 따라서 퍼실리테이터로서의 디자이너는 아름다운 디 자인이 가진 강력한 힘을 미리 인지하고 이 힘이 발휘되는 시 점을 적절히 지연시킬 필요도 있다.
- 핍진성이란
핍진성 verisimilitude 은 문학에서 온 용어다. '그럴듯한' 혹은 '있 음직한'이라는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말이다. 영화처럼 진 실과 거짓의 구분이 모호한 서사 예술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를 뜻한다. 특정 세계관에 충분 히 스며들어 이해하는 정도라고도 할 수 있다.
- 브랜드와 핍진성
브랜드나 서비스가 세상에 막 출시되었다면 소비자에게 받아 들여질 만한 현실성 있는 맥락이 필요하다. 이 맥락은 브랜드 가 현실에 첫발을 내딛는 역할을 한다. 만약 기존에 없던 새 로운 개념의 서비스라면 다른 영역에서 사용되는 맥락을 빌 려와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 것이 좋다.
- 브랜드에 세월이 축적되면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샤넬, 닥터마틴, 리바이스, 코카콜라 같은 브랜드 를 떠올리면 오랜 문화와 시간을 통해 형성된 헤리티지 heritage 가 자연스레 느껴진다. 헤리티지는 오랜 세월 동안 한 브랜드 가 만들어낸 브랜드의 고유 정신이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브 랜드가 행하는 시도에는 자연스레 무게감이 실린다.
그러나 세상에 갓 등장한 브랜드는 당장 헤리티지를 구축 하기가 쉽지 않다. 브랜드 로고에 빈티지한 색감을 애써 입히 더라도 헤리티지를 느끼기는 힘들다.
- 단순함은 좋은 가치다. 본질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 다. 하지만 언제나 단순함 자체가 목표일 필요는 없다.
피아노 건반은 88개나 있다. 모든 건반을 활용해 연주하 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건반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 하는 사람은 드물다. 비행기 조종실이 복잡한 데에도 역시 이 유가 있다. 조종사는 뚜렷한 정보 체계와 명확한 구조를 통해 그 복잡함을 이해한다. 심리학에서 종종 거론되는 테슬러의 법칙Tesler's Law 에서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모든 시스템에는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일정 수준의 복잡함이 존재한다.
이를 내재된 복잡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카 카오톡을 떠올려보자. 최소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존재해야 하며 메시지를 입력하는 키보드도 꼭 필요 하다. 이메일 역시 단순화하기 위해 수신자나 제목 등을 제거 한다면 큰 불편함이 따를 것이다. 테슬러의 이론을 곰곰이 들 여다보면 복잡함은 완벽히 제거할 수 없는 세상의 일부처럼 보인다. 어떤 사람의 지저분한 책상에도 그 사람이 부여한 임 의의 질서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 UIX의 창시자로 알려진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은 「디자인과 인간 심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복잡함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제거해야 할 대상은 바로 혼란스러움이다.
노먼의 말에 따르면 디자이너는 맹목적으로 덜 복잡함을 좇는 사람이 아니라 혼란스러움을 다스리는 사람에 가깝다. 즉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할 때 단순함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 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비스에 남길 최소한의 기능이 무엇인 지 고려한 뒤 혼란스러움을 야기하는 요소를 하나 둘 제거해 나가면 자연스럽게 단순함이라는 가치를 만날 수 있다.
- 2021년 한국소비자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상용되는 100개의 앱 중 97개에서 1개 이상의 다크 넛지가 발견됐다.
국내에는 아직 다크 넛지에 관한 규정이 미흡하다. UX 차 원에서 사용자에게 구매나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므로 마케 팅과 위법의 경계에 있는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설계하는 사 람 역시 명확히 다크 넛지와 아닌 것들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 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다크 넛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 러한 혼란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다크 넛지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소비자가 독립적인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존의 마케팅 기법과 차이가 있다.
- 화이트 넛지를 추구하는 이면에는 매출 하락이라는 공포가 존재한다. 때문에 커머셜 영역에서는 '윤리 추구가 암묵적인 금지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앱 무료 체험판 기간이 끝나는 상황을 정확히 알려줄 경우 해지율은 일시적 으로 상승하지만 잔존하는 사용자들에게 얻는 신뢰도는 오 히려 증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용자는 '아, 이 앱은 사용자 를 기만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일종의 안도감을 얻 는다. 이런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일종의 화폐처럼 차곡 차곡 쌓이는 속성이 있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앱은 사용자를 속이는 다크 넛지를 지양한다'라는 슬로건의 브랜드 캠페인도 가능하지 않을까?
최근 AI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나 브랜드의 과대 광고 등으 로 기업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하는 사태가 종종 있었다. 소 비자는 더 이상 윤리적 문제를 간과하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 에 화이트 넛지 추구가 상식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 예상한다.
- 동네 중국집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지만 배달 앱의 성장은 예측이 어렵다. 마찬가지로 중고 옷가게의 성장은 예측이 가 능하지만 중고 거래 플랫폼의 성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즉 스 타트업 성공의 크기는 가설이 가진 잠재력과 비례하며 검증 의 연속과 직결된다. 본질적으로 실패하기 쉽다는 뜻이며 혁 신성이 클수록 실패 확률도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따라서 아 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실패 확률을 줄이 는 프리토타입pretotype 작업이 사전에 필요하다. 프리토타입 에서 실패의 동의어는 '학습'이다.
- 프리토타입이란
프리토타입과 비교할 수 있는 모델이 프로토타입 prototype이 다.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프로토타입 모델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거쳐 시제품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를 거듭한다. 반면 프리토타입은 프로토타입을 만들 기 전에 더 적은 비용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인 척'하는 형태 라고 할 수 있다.
프리토타입을 개념화한 사람은 구글 출신의 알베르토 사 보이아Alberto Savoia다. 그는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인플루엔셜, 2020)에서 OPD other people's data 와 YODAyour own data의 차이에 대해 OPD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고 YODA는 내가 직접 쌓은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프리 토타입은 YODA를 지향하는 개념이다.
프리토타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서비스에 호응한 실제 사람들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프로 토타입으로는 몇 달에 걸쳐 알아낸 사실을 단 며칠 만에 알아 냄으로써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 한 가지 뼈아픈 사실은 프로젝트 초기의 경우 기능상 디 테일을 그렇게까지 챙기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 가설이 대 부분이라는 점이다. 초기 단계에 있는 팀이 스파게티 코드 나 예쁘지 않아도 핵심 경험이 살아있는 UX를 지향해야 하 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런데 각 분야 전문가와 이러한 합의점을 찾는 것 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초기 기능들은 가설이 검증되지 않거나 사용자에게 외면받으면 사라질 가능성이 무척 높다. 검증도 안 된 기능을 위해 처음부터 최고급 코드나 UX는 구축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실 이 단계에서 가장 좋은 상황은 개발 리 소스 없이 프리토타입이나 주변인들과 나누는 인터뷰만으로 어느 정도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경우다.
- 트리거 trigger란 어떤 행동을 발생시키기 위한 촉매제를 의미한다. 습관 형성을 위해서는 내부 트리거와 외부 트리거가 필 요하다.
기상을 위한 시끄러운 자명종이나 휴가 시즌에 맞춰 노출 되는 여행 특가 배너 등이 외부 트리거에 해당한다. 그중에서 도 강력한 외부 트리거는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의 추천이 다. 지인의 신뢰를 얻은 서비스는 단번에 엄청난 외부 트리거 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내부 트리거는 어떤 것일까? 내부 트리거는 인 간의 감정과 관련이 깊다. 예를 들어 나는 배고플 때는 배달 의민족 앱 아이콘이 생각나고 외로울 때는 페이스북이 생각 난다. 빨래 바구니가 넘칠 때는 런드리고가 생각나며 불쾌한 향이 가득한 곳에 있을 때는 이솝 매장에 가고 싶다. 이런 앱 과 브랜드들은 이미 내 특정 감정과 연결돼 내부 트리거로 자리 잡은 셈이다. 즉 트리거는 사용자의 무의식에 어떤 구조를 만든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내부 트리거는 외로움이나 심심 함, 짜증, 괴로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깊이 연결된다는 것이다. SNS가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인간 의 외로움 때문이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사진에 댓글을 달고 내가 태그되는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의 사회적 필요성과 중 요도를 재확인한다. 누군가 인스타그램이 인류의 거대한 감 정과 욕망의 회고록이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내가 운영하는 서비스의 핵심 기능을 인간의 부 정적 감정과 연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의 표면적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 제작이 아니라 사용자가 부정적인 감 정을 느끼는 일상의 지점을 핀셋으로 정교하게 집어내는 작 업 말이다.
- 주지화 intellectualization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을 잊기 위해 지식으로 상황을 이해하 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의사에게 암이라는 말을 듣고 병의 원인이나 증상과 관련된 지식에 몰두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어떻게 보면 절망적인 상황에서 낙담하지 않고 문 제에 집착하는 주지화에서 긍정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의 어려운 순간에 충분히 느끼고 지나가야 할 슬 픔이나 낙담 같은 감정까지 인위적으로 억누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만 대처하는 것은 마음에 지층을 만들어 부작용을 낳는다. 지식이 자신의 불안감을 완벽히 없애줄 것이라고 착 각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주지화는 주로 교육 수준이 높고 지 적인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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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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