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함과 진심

경영 2020. 1. 27. 08:28

-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전혀 다른 길을 갔다. 10대 연습생이 많았지만 이들에게 별도의 규제를 하지 않았다. 연습시간을 정해놓고 강제하는 관행은 아예 없앴다. 멤버 스스로 하고 싶을 때 연습하도록 했다. 과제가 있기는 했지만 강압적으로 검사를 하거나 처벌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 과제를 해왔을 때 전문가들이 보완해주거나 평가를 해주면서 BTS 멤버드리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빅히트 역할을 정립. 다른 활동은 최대한 자율성을 존중했줬다. 휴대전화도 자유롭게 사용하게 했다. 소셜미디어도 욕설이나 사회통념에 위배되는 행동이 아니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
- 분석은 많은 한계가 있다.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과 각종 인지적 편향, 그리고 정보수집의 한계 등으로 완벽한 분석은 애초부터 불가능함. 이미 97년 SWOT 같은 분석에 기반한 방법론이 현실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며 실제 효과도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제기된 바 있다. 또 거의 완벽에 가까운 분석을 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만약 분석을 통해 좋은 전랴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해당 분야의 모든 기업이 거의 유사한 전략을 수립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분석이 이뤄진다면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한국기업들이 한때 대체에너지 등 거의 비슷한 신사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적이 있다. 분석을 기반으로 신사업전략을 수립하다보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렇게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출혈경쟁은 불가피하다. 분석에 기초한 전략을 기계적으로 수립하는 기업들이 양산되면 업계 전체가 공멸한 가능성만 높아진다.
- 분석과 다른 두가지 접근, 즉 불편이나 불만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전략이나, 경영자의 내면에서 나온 전략은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적 방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분석에 전략을 의탁하는 것은, 분석을 잘하는 컨설턴트나 경영 전문가에게 전략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설령 내가 분석을 한다 하더라도 분석 툴과 방법론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맡기는 셈이다. 한마디로 나만의 고유한 개성과 영혼을 반영할 수 없는 전략수립 방법론이다. 반면, 불편이나 불만을 토대로 수립된 전략은 창업자나 창업기업의 고유한 문제인식과 극복의지를 담아낼 수 있다. 내면의 철학이나 사명감 등에서 나온 전략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창업가의 영혼을 담고 있다.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과거 영혼이 없이 만들어진 전략이 통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시장에서 공급초과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영혼이 없는 전략은 기껏해야 시장 평균정도의 성과만 낼 것이다.
- 극도로 포화상태인데다 수없이 많은 아이돌이 쏟아져 나오는 치열한 레드오션 시장인 연예 산업에서 창업자와 아티스트의 영혼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 BTS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방시혁대표와 방탄소년단은 두번째 방법, 즉 내면에서 하고 싶은 것을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했다. 멤버 스스로 결정한 학교 컨셉의 앨범을 발표했고, 청춘의 방황과 고뇌 희망을 메시지로 담은 것도 시장의 트렌드 분석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이전까지 K팝이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한 글로벌 팬덤의 원천이 됐다. 좋은 전략은 내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 리더십을 발휘할 때 많은 사람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아여 주도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리더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그러나 이런 리더들은 소통부재 등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곤 함. 다행히 카리스마적 리더가 전략방향을 잘 설정하면 문제가 없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에는 주위에서 누구도 문제를 지적하거나 반론을 펴지 않기 때문에 조직이 순식간에 몰락할 위험도 있음. 반면, 자신의 취약점을 공개하는 리더는 조직원들의 진심어린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HBR에 소개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줌.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부하직원들에게 신뢰를 잃었던 한 리더는 다면평가를 통해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후 자신의 스타일을 점검하며 문제점을 파악했다. 이 리더는 조용히 자신의 스타일을 고치는 방법도 있었지만, 공개 석상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했고 이후 진심으로 조직원들이 리더를 도와줘 조직의 성과는 극적으로 향상쇘다고 한다.
- 카테고리적 사고를 통해 우리는 빠른 판단을 하여 인지적 부단을 줄이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실제로 현실에서 카테고리의 위력은 대단하다. 주식시장에 대한 연구결과, 업종별로 구분되어 있는 애널리스트의 전문 영역분류에 포함되지 못해 카테고리 분류가 애매한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주가가 체계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카테고리 정당성의 강력한 힘 덕분이다. 실제 대학교 교수 임용과정에서 기존 학제 카테고리 중 하나에 확실하게 편입되는 경우가 임용확률이 높다. 최신 융합 학문분야에서 기존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거나, 두 가지 영역을 모두 포괄하는 전공을 한 학자들 가운데 임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 개별 스토리 하나로 승부하는 것에 비해, 세계관을 토대로 개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접근 방식은 확실한 장점이 있다. 우선 스토리에 대한 고객들의 몰입도가 훨씬 높아진다. 개별 이야기가 전체 세계관의 일부이기 때문에 개별 이야기를 이해하고 난 고객들은 전체 스토리 속에서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더 강한 몰입감을 갖고 고객들은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려 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 고객들 스스로 이야기의 해석과 관련한 더 큰 자율권을 얻게 된다. 개별 이야기 구조 속에서 이뤄지는 스토리에 대한 해석에 비해, 전체 세계관과의 연계 속에서 이뤄지는 해석은 확장 가능성과 자율성이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이 과정에서 세계관을 해석하고 나름의 관점을 덧붙인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세계관을 해석하고 나름의 관점을 덧붙인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이런 컨텐츠들은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고객의 유입을 촉진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다. 특히 개별 스토리와 세계관은 상화작용을 하면서 발전해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특정 스토리는 아무리 확산되더라도 정점을 지나면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관 속에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면 고객들은 새로운 스토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런 접근은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우선 신작 콘텐츠의 연착륙이 가능. 스토리 라인이 연계되는 연작소솔이 고객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듯, 이전 대작들과 연계된 신작 컨텐츠에 대해 고객들에게 훨씬 높은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고, 과거 이용자들을 비교적 손쉽게 새 콘텐츠의 이용자로 끌어올 수도 있다. 또한 신작 콘텐츠에 관심을 가진 신규 고객은 세계관으로 연계된 과거 콘텐츠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서로가 상호보완적으로 고객의 충성도와 몰입도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관속에서 정교한 스토리라인이 구축되면 다른 사업영역으로의 확장도 용이해짐. 실제 블리나드는 오버워치를 소설과 영화로도 제작해 게임을 통해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고객들과 접점을 형성했다.
- 기업들은 무경계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무경계 미디어 전담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칼이다. 전담조직을 만들면 이전보다 무경계 미디어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이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 숫자가 늘어나는 등 일부 성과도 낼 것이다. 하지만 전담부서는 오히려 뭔가를 하긴 했다는 안도감을 심어주면서 경영자를 전담부서의 덫에 빠지게 만든다. 전담부서의 덫이란 조직 전체가 참여해야 하는 변화를 추진할때 전담부소를 만들면, 오히려 해당과제에 대한 책임이 특정부서로 떠넘겨져 오히려 근본적인 변화에 걸림돌이 되는 현상. 이런 사례는 많다. 조직문화 전담조직을 만들었다고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는다. 윤리경영실을 만들었다고 윤리문화가 쉽게 정착되지 않는다. 공유가치창출 전담부서를 둔다고 조직이 변하지는 않는다. 조직문화, 윤리경영, CSV 등 전 조직원이 과거와 다른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과제다. 조직은 고도화된 유기체로 단순한 기계와 다름. 극도로 상호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전 조직원이 참여해야 하는 과제를 부서 하나가 해결할 수 없다. 전담부서를 두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볼 수 없지만, 전담부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 무경계 미디어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3가지 새로운 전략 대안을 제시한다. 진심으로 고객을 케어하고, 가치를 주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이라는 게 방탄이라는 사례가 주는 통찰이다. 모두가 콘텐츠를 만들고, 변형하고, 편집하고, 큐레이션하며, 유통하는 시대에 공식적인 마케팅 메시지만 들고 고객과 접점을 형성하는 것은 조직의 성장가능성에 큰 제약을 가져올 것이다. 진심으로 고객들을 케어하고,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접점을 확보하는 게 성장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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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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