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에는 생산의 증대가 굶주린 사람에게 식량을, 추운 사람에게 옷을, 집 없는 사람에게 주거를 제공하는 것을 뜻했다. 그런데 오늘날 생산증대란 더 우아한 고급 자동차와 색다른 음식, 멋진 옷, 세련된 오락 등... 한마디로 감각적이고 사치스러운 현대의 모든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을 뜻한다. (풍요한 사회, 갤브레이스)
- 수없이 많은 제품이 실제로는 그다지 쓸모가 없는데도 절박하게 소비되고 있다. 광고와 마케팅 기법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욕망을 만들기 때문이다. 현대 기업전략에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지출만큰 중요한 것이 제품의 수요를 만들기 위한 지출이다. 즉, 기업은 재화의 생산뿐만 아니라 욕망의 생산자 역할까지 맡고 있다. ...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현대의 욕구창조를 외면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렇다. 고전경제학자들은 생산은 소비자들의 무한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므로 생산이 늘어나고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곧 소비자들의 욕구가 충족되는 것, 즉 행복이 증진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갤브레이스는 기업이 쓸모없는 제품, 심지어 해로운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의 욕망을 창조하면 팔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생산과 소비의 증가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풍요한 사회가 사실은 풍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말로 표현될 수 없는 정보가 많이 필요함. 우리는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을 타고났지만 그것을 일일이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 얼굴에 대한 기억을 말로 표현하는 순간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정보에는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언어가 그늘을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생각을 설명하게 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사실이 이후 많은 후속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목소리를 말로 설명하게 했더니 원래 목소리를 찾아내는 비율이 떨어졌고, 언어화가 미각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모두 언어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비언어적 정보가 머릿속에서 생략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 이처럼 세상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다.
- 아인슈타인에게 생각은 말의 형태로 오지 않았다. 그는 언어의 형태로 사고하지 않았다고 함. 생각이 먼저 자리잡고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말로 풀어서 쓴 것 뿐이다. 창의적 통찰이 언어로 변환되기 전에 먼저 떠오른다는 의미. 우리가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이토록 소중한 부분이 사라진다.
- 경영대학원이 처음 생겼을 때는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대기업의 은퇴한 공장장이 실무기술을 가르치는 형태의 수업이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2차대전 이후 경제부흥기에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대부분의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보다 체계화하고자 과학적인 방법론을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직업교육의 특징이 완전히 사라지고 현재와 같이 학문적 부분만을 강조하는 형태로 바뀜. 전문교육이 되어야 할 경영학이 이론분과가 되었다는 사실은 전문분과인 법학이나 의학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음. 법학전문대학원은 판결을 정리하고 새로운 이론을 만드는 학자들도 높이 평가하지만 훌륭한 법조인을 양성하는 교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학전문대학원도 생리학적 연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동시에 교수들은 대부분 의사로서 실무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경영대학원 교수들은 물리학이나 경제학처럼 자신들의 학문분야에서 업적을 쌓는 것 말고 다른 데에는 관심이 없다.
- 과학적 경영기법이 이렇게 급속도로 확산된 것도 어쩌면 사업의 성패에 대한 불안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경영자들에게 안도감을 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름. 복잡한 모델을 활용해 명확한 수치로 의사결정을 유도하는과학적 방법론들은 경영자들에게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준다. 그러나 정작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소비자들의 감성이 다양해지는 파괴소비시대에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위험이다.
- 트로피, 메달, 돈 등은 성공의 척도가 아니다. 성공이란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오는 마음의 평안이다. (전설적 농구코치 존 우든) 그는 우승하려고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많은 위대한 선수와 감독들이 한 목소리로 말한다. "우승하려고 할 수록 우승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심리적 부담이 스포츠 선수의 몸과 플레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심리학에서 밝혀냈다. 공을 차거나 라켓으로 공을 받아치는 방법을 배울 때 처음에는 머리로 일일이 동작을 생각하며 익힌다. 의식적인 사고에 따라 몸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동작을 구사하게 된다. 이때 동작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이 달라진다. 그래서 마치 몸이 움직임을 기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그 동작을 구사하게 되는 이유는 몸동작에 일일이 명령을 내리는 의식적인 뇌가 아니라 본능적 욕구와 관계된 뇌의 영역에서 그런 움직임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매일 수천 번 포핸드 스트로크를 연습하면 점차 동작을 의식하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생각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공을 받아넘기게 된다. 스트로크가 거의 본능이 된 것이다. 그런데 승리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심리적 압박이 크면 플레이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본능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의식이 동작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본능에서 의식의 영역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이 순간 베테랑 선수가 초보자가 된다.
- 지금 대부분의 한국기업은 성과주의를 적용해 직원들을 평가하고 보상한다. 성과주의는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기업에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당시 한국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이나 낮은 생산성이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이런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에서 개발된 다양한 성과주의 경영제도가 도입되었다. 연봉제나 성과급, 하위인력 구조조정 등이 단행되었고 실제로 한국기업의 경영수준을 높이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괴소비시대에는 성과주의 경영을 다시 수술대에 올려놓아야 함. 금전적 보상이나 처벌에 의존하는 성과주의는 인간의 기본욕구에 기반한 메커니즘. 즉, 돈이나 처벌에 의해 사람들을 강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시스템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하지는 못한다.
- 스스로 결정하고 계획하고 일하는 셈코 사람들. 브라질 기업 셈코는 수천 명의 직원이 자유롭게 출퇴근하고 스스로 업무계획을 짠다. 규칙도 없고, 계급도 없다. 신입 말단직원이라도 회사의 기밀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전직원의 투표로 의사결정을 한다. CEO가 10년째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다며 축하파티를 열 정도로 괴짜기업이다. 또 셈코는 사업영역을 정의할 수 없다. 그만큼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말이다. 셈코는 우선 제조업 전통을 갖고 있음. 선박용 펌프, 공업용 믹서, 믹싱 설비 등 기계제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기계뿐만 아니라 냉각탑 같은 설비도 생산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난 제조업체임. 한편으로는 병원, 공항, 호텔, 대규모 공장 등의 시설을 관리하는 세계적 기업이기도 함. 또 환경 사업에 관한 컨설팅도 하고 있으며, 인터넷과 벤처사업도 한다.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인력 아웃소싱을 담당하는 회사도 운영하고 있으며, 재고관리도 대행함. 원래 셈코는 52년 스위스 출신 안토니오 커트 세믈러에 의해 설립된 기계제작업체였는데, 80년 그의 아들 리카르도 세믈러가 회사를 물려받은 후 다양한 분야로 진출. 현재는 매출의 80% 이상이 서비스업에서 발생하므로 제조업체라 할 수도 없다. 사업분야가 서로 별 관계가 없고, 사업간 시너지도 미약해 보임. 더욱이 모두 셈코의 자회사로 독립한 법인임. 특이한 점은 이 회사를 이렇게 만든 것이 바로 직원들이라는 사실. 즉, 셈코가 이처럼 다양한 사업을 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사업화했기 때문이다. 셈코는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 직원들의 행동에 따라 전략이 만들어진다. 직원들이 비즈니스를 하는 과정에서 기회를 발견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자고 제안한다. 이런 일이 셈코에서는 일상적이다. 결국 그들에게 맡긴 사업들이 성공해 '사업영역을 정의할 수 없는' 회사가 된 것이다.
-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을 어린아이로 가정하고 경영시스템을 구축한다. 금전적 보상이나 처벌로 사람들의 행동을 강제하려는 생각 자체가 직원들을 자율적인 의사결정권과 능력이 없는 어린아이로 보는 것이다. 세믈러는 이런 생각에 반대한다. 셈코는 이처럼 괴짜경영을 하지만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세믈러가 아버지에게 회사를 물려받은 80년 당시에는 100명의 직원에 400만불의 매출이었음. 하지만 03년 셈코의 매출으 2.1억불을 넘어섰고, 매년 20% 이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 6시그마는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기업에도 활발하게 도입되었다. 지난 10여연가 대부분의 제조업체에서 이 방법론을 활용해 생산성 개선에 힘썼다. 한국 기업의 생산성이 선진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영혁신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되었고, 또 몇몇 기업이 6시그마를 도입해 효과를 보자 금세 수많은 기업으로 확산되었다. 한국기업의 경영프로세스는 그만큼 개선할 것이 많았기 때문에, 6시그마에 의한 비용절감이 가시적 성과로 즉각 나타났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6시그마는 다양성이 증가하는 앞으로의 환경에서는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오랜기간 경영혁신을 연구해온 마이클 투시먼과 메리 베너 교수가 6시그마를 도입한 기업을 대상으로 그 효과를 분석. 20년간 사진 관련 회사들의 특허를 연구한 결과, 6시그마 같은 효율화 작업이 점진적 개선에는 효과가 있어지만, 획기적 혁신에는 부정적 기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회사에서는 효율성이나 생산성 개선운동을 하고 나면, 기존 기술 관련 특허는 많이 나오지만 다른 영역의 새로운 기술과 관련된 특허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 6시그마가 기업의 다양성을 감소시켜 오히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약화시켰다는 의미다. 6시그마가 체질을 약화시키는 이유
(1) 효율화는 업무프로세스에서 성과가 나지 않는 절차를 제거해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표준화한다. 그리고 일ㄴ 프로세스를 회사 전체에 확산시키다보니 자연스레 회사의 다양성이나 변동성은 감소됨 직원들의 생각이 효율화기법의 틀에 지배받을 수밖에 없어서, 변화를 그대로 느끼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다양한 활동에서 비롯되는 혁신은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혁신역량이 떨어지게 된다. 기업을 길게 관찰해보면 이같은 현상이 실제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투시먼과 베너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탁월한 프로세스 개선능력을 인정받아 맬컴볼드리지상을 수상한 기업들을 보면, 장기적으로 재정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상을 받은 모토로라, 캐딜락, 페더럴익스프레스 등은 모두 경영위기에 처했죠. 그래서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맬컴볼드리지상을 받은 기업들의 주식을 팔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2) 6시그마 같은 기법은 기존 데이터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에 대한 분석이 불가능하다. 쉽게 말해서 6시그마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최고로 잘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역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투시먼과 베너 교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효율성 개선이나 프로세스 관리기법은 자동차산업에서는 큰 성과를 창출했다. 그러나 컴퓨터 산업에서는 역효과를 났다. 자동차 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컴퓨터산업은 변화가 심하고 예측불가능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결국 효율성 개선활동은 변화가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분야에서 주로 효과가 있다. 예상치 못한 환경변화가 일어나는 분야에서 효율성 개선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롭다." 파괴소비 시대의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을 생각해보면 매우 의미있는 지적임. 앞으로는 컴퓨터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환경도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6시그마 같은 경영기법이 기업의 체질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 모토로라 위기 또한 6시그마 때문일 수 있다. 6시그마에 대한 강조가 모토로라의 다양성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6시그마 기법을 중시하다보니 효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해보지 않게 된 것이다. 실제로 6시그마 프로세스로 인해 모토로라에서는마케팅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촉이나 직관이 중요한 상품기획과 마케팅의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평가받기 시작하면서 획일적으로 변해버린 것. 모토로라는 6시그마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20년 동안 170억불의 비용을 절감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한 해에 170억불의 기회를 날렸을지도 모른다. 요컨대 다양성이 증가하는 파괴소비시대에는 하나만 선택해 온 힘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나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최고로 잘 하는 방법인 효율성 혁신은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렵다. 다양한 것을 실험하고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보도록 장려하면서 촉을 넓히는 기업이 미래를 이끌어 갈 것이다.
- 혁신은 숫자게임입니다. 비즈니스 하나를 성공시키는 데 5000개 이상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검토해야 합니다. 그런데 6시그마는 처음부터 쓰레기 같은 아이디어는 버리고 성과를 낼 아니디어에만 집중하자고 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중요한 아이디어를 애초에 뿌리뽑아 버리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아프 프라이)
- 사람들은 생각한 후에 행동하기도 하고 행동하면서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하기도 한다. 사전에 계획을 세워서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천해나가면서 상황에 따라 계획을 수정하는 사람도 있다. 랭글리 박사와 라이트 형제도 이처럼 비행기 개발에 다르게 접근했다. 랭글리는 계획과 이론에 다라 행동하는 방식을 택했고, 라이트 형제는 행동하면서 이론을 구체화해나갔다. 랭글리 박사는 비행기 개발에서 엔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그가 비행이라는 행위를 머리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비행은 땅에서 떠서 하늘을 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단 땅에서 떠야 하늘에서 움직일 수 있다. 랭글리는 일단 땅에서 뜨는 것에 집중했다. 이에 비해 라이트 형제는 하늘에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에 집중했다. 그래서 비행기 설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날 수 있다면 뜨는 것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본 것이다. 랭글리 박사는 이륙 즉 뜨는 것에 집중해 가볍고 동력이 센 엔진개발에 몰두한 반면, 라이트 형제는 비행, 즉 나는데 집중해 공중에서 조종하기 수월한 기체의 설계에 몰두했다. 이런 시각의 차이는 과학과 이론에 바탕을 둔 논리적 계획과, 기술과 현실에 바탕을 둔 실천 가능한 행동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하느냐의 차이다. 그래서 랭글리 박사는 하우스보트 위에서 마치 우주왕복선을 발사하듯 비행체를 하늘로 쏘아올렸고, 라이트 형제는 높은 언덕위에서 바람의 힘에 의해 비행기를 띄우는 방식을 선택. 오늘날 대부분의 비행기는 이륙할때 라이트 형제의 방식대로 바람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 활주로에서 충분히 질주한다. 그러나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랭글리의 방식이 더 논리적이었다. 초기 비행기 발명가들이 참고할 수 있었던 것은 새나 당시 발명된 비행선 정도였다. 새가 나는 것을 보아도 땅에서 뜨기 위해서는 많은 힘을 들여 날개를 퍼덕이고, 비행선도 공기를 데우기 위해 많은 열을 발생시켜야 한다. 랭글리는 당시 이용가능한 모든 정보를 통합하고 비행이라는 행위를 논리적으로 분석해 가장 적하반 이론을 만들어낸 것이다. 랭글리 박사가 무인비행을 성공시킨 후 7년간 엔진제작에만 몰두하는 동안, 라이트 형제는 불완전하나마 비행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실험을 계속했다. 이 점에서 일단 비행기를 띄우기만 하면 안전하게 날 것으로 생각한 랭글리 박사와 달랐다.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가 자전거가 균형을 잡고 굴러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처럼 비행기도 조종하지 않으면 하늘에서 안전하게 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그래서 실험을 거듭한 끝에 날개 끝을 조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방향키를 만들었다. 천 번이 넘게 실험을 한 것도 이때문이었다.
- 노키아는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빨리 대응했기에 어려워졌다. 1등이라는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에 몰두했음에도 위기에 빠졌다. 노키아의 위기는 변화나 혁신과는 관련이 없다. 다만 그들은 너무 계획에 의존하고 있었다. 완벽에 가까운 플랫폼 전략 때문에 위험해진 것. (플랫폼 전략이 조금만 더 허술했더라도 고쳐가면서 시장변화에 대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키아 사람들은 아무리 치밀한 계획도 현실화되면서 쉽게 어그러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계획경영을 선봉했다.
- 장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는 순간을 잘 모릅니다. 새로운 것을 안 하기 때문이지요. 장사란 새로운 수료를 창출해서 비즈니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진짜 장사에서 성공하려면 열 번 중 한번만 승리해도 됩니다. 뒤집어 말해, 아홉번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라는 이야기지요. 1승 9패라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서 최종적으로 손님의 요구에 맞는 업태, 상품, 매장을 만든다면 그건 성공입니다. 유니클로는 그렇게 실패를 통해 지금의 성공을 이룬 것임. 촉을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경험과 실패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1승 9패면 충분하다는 철학은 자신감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 패스트패션업체처럼 먼저 행동하고 상황에 따라 계획을 수정해나가는 기업들의 밑바탕에는 자신감과 자기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이겨낼 수 없다.
- 자전거포를 운영하던 라이트 형제가 당대 최고 과학자인 랭글리 박사를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유니클로처럼 실패에서 배웠기 때문. 형제는 1900년부터 키티호크해변에서 비행실험을 했는데, 첫해에는 줄이 달린 커다란 글라이더 형태였다. 1901년에는 줄을 뗀 글라이더 모양이었고, 다음 해에는 글라이더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꼬리날개를 달아서 실험했다. 한번 키티호트에 갈 때마다 수백 번 이상 글라이더를 타 보았다. 그리고 고치고 또 고쳤다. 윌버 라이트는 지인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들의 성공은 재능의 결과가 아니라 행운이었다고 이야기했다. "플라이어호의 성공에는 수천가지 다른 요인이 결합되어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런 영향력이 우리의 정신적 능력이나 창조력보다 열배나 강하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만약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우리가 했던 일을 다시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놀라운 것은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짧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시 있을 수 없는 상황의 특이한 조합이었습니다. ... 세상은 똑똑한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무수히 많은 사소한 것들이 영향을 미쳐 끝장을 보지 못합니다. 나는 아주 객관적인 자세로 이야힐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성공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확률의 문제였습니다." 윌버는 행운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실패가 모여 성공가능성을 점점 높여주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1903년 키티호크 해변에 갈 때 라이트 형제는 자신들의 성공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 밀그램은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면서, 권위에 복종하는 성향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필연적 결과라고 분석. "우리는 조류, 양서류, 포유류에서 지배구조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인간에게서는 상징을 통해 기능하는 권력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위계구조를 가진 집단은 물리적 환경의 위험, 경쟁종의 위협, 내부의 잠재적 분열에 대처할 때 큰 이점을 갖는다. 무질서한 군중에 비해 훈련을 잘 받은 군대는 개인들이 방향없이 행동하지 않도록 방지해주는 이점이 있다." 밀그램은 또 외적인 위협에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내적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좋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회조직의 또 다른 장점은 집단구성원 사이의 관계에 안정과 조화를 부여한다는 점. 각 구성원의 신분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그들 사이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늑대떼가 먹이를 사냥한 경우, 우두머리 늑대가 첫번째 특권을 누리고 두번째 늑대가 그 뒤를 잇는 식으로 서열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같은 원리가 인간사회에도 적용된다." 특히 현대사회의 관료제는 가능한 한 역할을 세분화시켜놓았기 때문에 더 쉽게 사람들의 복종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밀그램은 앞의 실험에서 조건을 변경해 도우미를 한 사람 더 투입했다. 그의 역할은 전기충격 스위치를 올리는 것이다. 이로써 실험 참가자와 희생자의 거리가 멀어졌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93%가 부당한 권위에 복종했다. 밀그램은 이는 관료주의의 전형이라고 설명. 가장 냉담하고 둔감한 사람을 직접적인 폭력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잔인한 행위와 멀리 떨어져서 그에 필요한 지원활동을 하도록 한다. 그러면 보통 사람들도 별다른 긴장이나 거부감없이 일을 수행하게 된다. 그들은 서류를 정리하고 탄환을 장전함으로써 파괴적인 결과에 일조하지만 그들의 눈과 마음은 여기에서 멀어져 있다.
- 사실 그는 고어사를 어떤 회사로 키우겠다고 구체적으로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명확한 비전 없이 그저 테프론으로 만든 케이블에 엄청난 기회가 있을 거라 직감했고, 일단 회사를 창업해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다 보니 세계 최고의 소재기업이 된 것뿐이었다. 빌은 분위기가 전혀 다른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듀폰에서 경험한 것처럼,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그런 조직과는 다른 회사로 키워가고 싶었다. 구성원들이 조직의 피라미드 구조와 명령체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꿈꾼 것이다. 그는 듀폰에서 사람들이 창의성을 가장 잘 발휘하는 순간은 카풀할 때라는 것을 발견했다. 상사와 부하관계라고 해도 동료들의 차에 함께 타고 출퇴근할 때 오히려 생산적인 대화가 많이 오고갔다. 특히 부가직원들이 회의 때는 전혀 나오지 않을 법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에너지도 넘쳐났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능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직급체계와 수직적 구조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열정과 헌신으로 일하는 또 다른 순간은 회사가 위기에 빠져서 태스크포스를 조직했을 때였다. 태스크포스에서 일하게 되면 직급과 명령체계를 떠나 모든 팀원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 존중해주었다. 일시적으로 조직된 팀이라서 회사의 복잡한 규칙과 상하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밑바탕 위에서 고어사가 만들어졌다. 직급과 상하관계가 없는 조직을 만들면 구성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것이고, 과제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면 사람들의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고어와 동료들로 지은 것이다. 이 회사에는 공식적으로 직급이나 직함이 없다. CEO나 재무담당자처럼 공식적 직함을 가진 사람이 몇 명 있지만, 이는 회사법에서 규정한 요건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만든 것이다. CEO도 동료로 불린다. 그래서 고어사에는 보스가 없다. 사업을 맡는 사람도 CEO가 임명하지 않는다. 그 사럽부의 구성원들이 가장 많이 따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이들도 사업부장이 아니라 리더라 불림. 또 직원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소속된 부서도 없다. 그래서 직책도 없다. 섬유사업부에서 영업을 하다가 인사부서에서 일하는 등 직무순환이 자유롭다. 빌은 직원들이 그야말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일하는 회사를 만든 것이다. 어느날 직급이 있어야 편하다는 여직원에게 빌은 "그럼, 최고사령관이라 부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 실제로 이 여성은 명함에 최고사령관이라 새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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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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