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을 지휘하라

경영 2019. 12. 27. 16:56

- 한다, 하지 않는다, 둘뿐이다. 해본다는 말은 없어. (조지 루카스)
- 데밍의 품질관리 이론은 '모든 직원은 먼저 허락받지 않은 채,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라는 민주적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음. 도요타는 수직적 직급구조를 지닌 조직이지만 이런 민주적 원칙을 충실히 실천한 결과, 결함이 적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 잡스와 나는 점차 함께 일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자는 잡스가 픽사를 설립하기 직전, 그와 나 사이에 분쟁이 생길 경우 어떻게 해소할 지 물었던 적이 있다. 그의 답변은 내가 이해할 때까지 자신이 옳은 이유를 계속 설명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답변이 우스울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내가 잡스에게 사용한 전술이 됐다. 잡스와 의견이 어긋나면, 나는 내 입장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두뇌 회전이 나보다 훨씬 바른 잡스는 내 주장에 곧장 반박했다. 그러면 일주일간 내 주장을 다듬은 후 다시 그를 찾아가 설득했다. 그래도 그가 내 의 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만, 나는 다음 세가지 중 한가지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잡스를 찾아갔다.
첫째, 그가 '오케이, 알겠네'라고 말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
둘째, 내가 잡스에게 설득당하고 포기하는 것,
셋째, 논쟁이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잡스에게 허가받지 않고 내가 제안한 일을 그냥 시행하는 것.
이 세가지 경우가 벌어지는 확률은 각각 비슷했는데, 세번째 경우에도 잡스는 나를 문책하지 않았다. 그가 자기 주장이 굉장히 강했지만 상대방의 열정을 존중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정도의 일이라면 잘못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토이스토리2 제작과정에서 우리는 몇가지 핵심적 교훈을 얻었다. 이 작품의 핵심 플롯(집과 박물관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디)은 브레인트러스트가 개입하기 전에도 같았다. 하지만 브레인트러스크가 수정한 스토리는 관객에게 깊은 간동을 주었다. 재능있는 시나리오 작가들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게 스토리라인을 다듬은 덕분이었음. 나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평범한 팀에게 맡기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온다. 반면 평범한 아이디어를 탁월한 팀에게 맡기면 그들은 아이디어를 수정하든 폐기하든 해서 더 나은 결과를 내놓는다. 적합한 팀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는 선결조건임. 재능 있는 인재들을 원한다고 말하기는 쉽고, 경영자들 또한 재능있는 인재들을 원하지만, 정말로 핵심관건은 이런 인재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아무리 영리한 사람들을 모아놓아도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 비효율적인 팀이 된다. 경영자가 직원 개개인의 재능이 아니라 팀이 돌아가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는 뜻. 좋은 팀은 서로 보완해주는 사람들로 구성됨.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원리가 있다. 업무에 적합한 인재들이 상성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중요하다.
- 사람을 우선하는 경영은 에드워드 데밍이 일본기업에 도입한 품질관리 경영과 일맥상통한다. 픽사는 조립라인이 있는 전통적 제조업체가 아니지만, 픽사의 작품도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순서대로 조립되는 전통적 제품처럼 각 제조 공정 팀이 아이디어나 영상물을 처리해 다음 제조공정으로 넘기는 과정을 순서대로 거치면서 완성된다. 질 높은 작품을 완성하려면 모든 팀의 모든 구성원이 문제를 발견하는 즉시, 제작라인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기업문화를 창조하기 위해선 각 직원에게 제작라인 중지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 경영진이 효율을 높이자고 말할 때 의도하는 진짜 목표를 품질이라고 직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픽사 경영진은 단순히 말로만 사람을 우선한다고 강조한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함으로써 직원들이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참여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할 수 있었다.
- 낡고 무거운 여행가방의 손잡이가 실 몇 가닥에 의존해 가방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프로세스를 신뢰하라', '스토리가 왕이다'란 문구는 이 가방 손잡이에 비유할 수 있다. 많은 의미를 지닌 듯 보이는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구다. 이 문구에 담긴 의미(경험, 깊은 통찰력, 고생하면서 깨달은 진실)는 가방에 비유할 수 있다. 사람들은 너무나 자주 가방 손잡이를 잡고 걸어나가지만, 가방이 손잡이에서 떨어져 나간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설상가상, 자신이 가방을 떨어뜨린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가방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손잡이만 들고 다니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 앤드류 스탠튼은 작품을 제작할 때마다 공식적인 브레인트러스트와는 별개로 소규모 브레인트러스트를 조직해 활용한다. "내가 선발하느 브레인트러스트 회의 참석자의 자격은 많은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경비든 인턴이든 보좌관이든 상관하지 않고 브레인트러스트 회의에 참석하게 하죠.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회의 석상에 앉혀야 합니다." 직원들이 회의실보다 복도에서 더 솔직하게 소통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경영자는 없다. 이런 기업으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는 최고의 백신은 무엇일까? 사실을 털어놓으려는 직원들을 찾아나서고, 이런 직원들을 자주 만나는 것이다.
- 픽사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독려하는 시행착오 반복은 최대한 빨리 틀려 학습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접근법이다. 모든 가능성과 결과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성공확률을 높이는 접근법을 쓰는 경영자도 있다. 그러나 창의적 제품을 생산하려는 기업에서 모든 문제에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영자는 자기기만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 집착하면, 과거에 성공한 제품이나 방식을 복제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세밀하고 완벽하게 계획을 세운 뒤에 일을 추진하려는 경영자는 독창적이지 않은 제품을 생산할 확률이 높다. 아니, 무엇보다도 문제해결방법을 미리 계획하기란 불가능하다. 계획은 중요하다. 픽사 임직원들도 많이 계획한다. 하지만 창의적 제품을 만들려면 통제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아 해법을 미리 계획할 수 없다.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접근 방식을 오래 고민하고 선뜻 행동에 나서길 주저하는 사람이 오류를 저지를 확률은 빨리 뛰어들어 일하는 사람과 비슷했다. 지나치게 계획하는 사람은 실패확률을 낮추지 못한다. 실패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이다. 더군다나 계획에 시간을 들일수록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착하기 십상. 현재의 접근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두뇌가 다른 접근방식을 생각하지 못함.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행동은 바로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창의적 제품을 만들려는 기업이 실패확률을 낮추는 데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실패를 부르게 마련이다.
- 실패의 의미와 실패가 초래하는 파급효과를 논의하는 것은 학자만의 일이 아님. 경영자의 일이기도 한다. 경영자는 이런 논의를 통해 문제를 더 선명하게 이해하고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해 일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음. 직원들의 창의성 발휘를 박는 중요한 장애물 중 하나는 공포다. 창의성이 필요한 일을 하면서 실패를 겪는 것은 불가피한 과정임. 이에 공포를 느껴야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실패와 공포를 분리하는 것임. 직원들이 실수를 저질러도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는 근로환경을 조성해야 함.
- 경영자는 직원들이 영리하다고 믿어야 함. 애초에 영리하다고 봤기 때문에 뽑은 직원들 아닌가. 직원들을 영리한 동료로 대우하라. 경영자가 진정성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면 직원들은 금세 알아챈다. 경영자가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계획을 설명하면, 직원들은 진짜 의도가 무언지 궁금해 한다. 설령 숨은 의도가 없을지라도 직원들은 숨은 의도가 있을 거라 의심한다. 경영자가 직원들과의 논의고정을 거치는 이유는 직원들에게 경영자들의 의도를 의심할 여지를 남기지 않고 이들이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은 정직한 경영자를 금세 알아본다.
- 경영자는 직원들의 실책을 모두 예방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직원들이 좋은 의도로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고 가정하고 이를 용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함.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직언들이 실수를 저지르도록 허용하고, 스스로 실수를 해결하게 허용하라. 직원들이 공포를 느끼면 공포의 원인을 찾아내 해소하라. 이것이 경영자의 임무다. 경영자의 임무는 리스크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회복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 나는 프로덕션 단계 이전에 각본을 완성하는 것이 여전히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작품을 만들다보니 이런 목표가 비실용적일 뿐 아니라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작품의 진로를 성급하게 미리 확정짓는 것은 작품이 파멸의 길로 들어설 확률을 높일 뿐이었다. 제작공정을 개선해 더 빠르고 더 적은 비용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픽사 경영진이 지금도 계속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지만, 이것이 목표일수는 없음.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함. 나는 이와 유사한 사례를 다른 기업들에서 수없이 발견했다. 직원들이 제작공정의 효율을 높이거나 산출량을 늘리는 것을 궁긍적인 목표로 삼고 자신이 제대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업의 진정한 목표에서 멀어지고 있을 뿐인 경우가 많다. 기업이 작업과정의 효율성과 일관성만 추구하다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호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됨. 이런 기업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고, 설령 나와도 기각되기 마련. 이런 환경에서는 그저 기업을 굴러가게 할 돈을 벌기 위해 기존의 성공작을 모방하는 안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쉽다. 직원들이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일하는 기업에서는 독창적이지 않고 예측 가능한 아이디어만 나오기 십상
-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본성이 있다. 변화에 대한 공포는 이성으로 억누르기 어렵고,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침. 변화에 대한 공포에 전염된 직원들은 의자 뺏기 놀이를 할 때와 비슷한 심리상태를 보임. 즉,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장소에 계속 머물려고 하고, 다음에도 안전한 장소에 앉을 것 같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으려 한다
- 문제를 처음 마주쳤을 때는 얼마나 큰 문제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작은 문제일수도 있고 치명적 문제일 수도 있다. 문제를 작은 문제와 큰 문제로 분류해 각기 다른 태도로 대응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사람들은 크기와 중요성에 따라 문제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작은 문제들은 흔하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음. 하지만 문제의 해결권을 모든 직급의 직원들에게 넘기면, 직원들은 큰 문제든 작은 문제든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함. 픽사 사장인 나는 픽사 직원들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일일이 알 수 없는 데, 이는 좋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알맞은 대응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비상사태에서 한 가지 긍정적 측면이 있다. 바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기업이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알려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 우리는 작품 구상 단계에서 결함들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구상함으로써 픽사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작품의 질이라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각인시킨다
- 일단 과거의 경험에서 지혜를 얻었으면, 과거의 경험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뜨거운 난로 위에 앉은 고양이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 뜨거운 난로에 덴 고양이는 뜨거운 난로는 물론 차가운 난로에도 앉지 않으려 한다. (마크 트웨인)
- 미래예측과 과거회상은 비슷한 점이 있다. 사람들은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할 때, 입수할 수 있는 최선의 정보를 분석한 뒤 행동방향을 선택함. 과거를 돌아볼 때는 자신의 패턴 형성 취향에 따라 과거의 일을 무의미한 일, 유의미한 일로 분류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만 선별적으로 기억함. 이런 분류와 선택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님.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 즉 자신의 과거에 대한 모형을 구축하려고 애씀.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이용해 자신의 제한된 기억이 맞는지 검증함. 그렇더라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과거는 현실 그대로가 아닌, 제한된 기억으로 재구성한 모형일 뿐이다.
- 인간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의 40%만이 눈을 통해 두뇌로 들어온 정보임. 자신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의 60%는 과거의 경험으로 재구성한 기억이나 패턴이다.
- 픽사의 이점 중 하나는, 픽사가 처음부터 기술, 예술,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경영진의 지휘아래 성장했다는 점. 픽사에서 애드 캣멀은 기술부문을, 존 래스터는 창작부문을,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 부문을 총괄. 픽사는 세 경영자의 열정적 노력 덕분에 무너지지 않고 성장해내갈 수 있었다. 픽사의 비즈니스 모델, 영화제작방식, 기술은 계속 변했지만 예술, 기술, 비즈니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덕에 어느 한 부문도 엇나가지 않고 세발 의자의 다리처럼 픽사를 지탱했다. 픽사에서 예술, 기술, 비즈니스는 서로 혁신시키는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 예술은 기술에 도전하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존 래스터)
-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격언이 있는데, 이는 냉정히 따져보면 말이 안되는 것이다. 미지의 영역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모르는 사람이 한 말임에 틀림없다. 경영자가 관리하는 부분은 대개 명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영자는 뜻하지 않은 재앙을 부름. 데이터만 있으면 현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무시하다간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측정하고, 측정한 것은 평가하고, 내가 하는 일 중 대부분을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그리고 최소한 가끔은 한 걸음 물러서서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 창의적인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번뜩이는 영감으로 비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헌신하고 고생한 끝에 비전을 발견하고 실현한다.
-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능력과 우월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은 '인지 영역과 미지 영역 사이에 독창성이 발생하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안다.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이 지점에 머누는 것이 창의적인 일을 해내기 위한 관건이다.
- 창조적인 조직문화를 계속 활성화하기 위해 경영자는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항상 변하는 날씨를 받아들이듯,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불확실성과 변화는 변수가 아니라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상수다. 불확실성과 변화가 있기에 인생이 재미있는 것이다.
- 픽사 건물의 모든 요소는 사람들이 섞이고 만나고 소통하도록 유도하고, 직원들의 협업능력을 증진해 영화제작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 . 잡스는 중앙 아트리움의 아치형 철제 교량 디자인부터 영사실의 의자형태까지 본사 건물 디자인의 모든 세부사항에 개입. 그는 직원들이 건물을 드나들 때 장벽을 느끼길 원하지 않았기에 계단을 개방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구조로 설계. 또한 모든 직원이 건물에 들어올 때 서로를 볼 수 있도록 건물 출입구는 하나만 만들려 했다. 아트리움 중앙에는 회의실과 화장실들, 우편물실 하나, 극장 셋, 게임공간, 식사공간을 배치. 이런 건물 디자인은 직원들의 의사소통을 유도. 직원들은 다른 직원과 우연히 마주칠 확률이 높아졌고, 하루종일 다른 직원들과 만나게 됐으며, 그 결과 사내소통이 원활해졌다. 건물 안에 있으면 직원들의 약동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잡스는 철학자의 통찰과 장인의 용의주도함으로 본사건물 건설을 지휘. 그는 철과 유리같은 단순한 재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아는 건축 디자인의 달인이었다. 그는 모든 철제 구조물에 페인트칠을 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고, 건물 벽과 문을 유리로 만들었다. 4년간의 계획과 건설과정을 거쳐 2000년 가을 픽사 본사 건물이 완공됐을 때, 픽사 직원들은 이 건물을 스티브의 작품(Steve's movie)라 불렀다.
- 잡스는 누군가와 논쟁해서 상대방의 견해에 설득되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굽혔다. 잡스는 한때 자신이 그럴듯하다고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지지 않았다. 그는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는 전력을 쏟았지만, 아이디어를 관철하는 일에 자존심을 걸지는 않았다. 그는 픽사감독들도 그렇다는 데 동질감을 느꼈다. 잡스처럼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제안하는 사람은 자칫 다른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을 제약할 수 있다. 회의 때 잡스처럼 자아가 강한 사람이 있으면 다른 참석자들은 위축돼 면전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의의 초점을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이 아닌 아이디어 자체에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사람들은 누가 그 아이디어를 냈는지에 따라 아이디어를 수용하거나 비평을 피하는 경우가 많음. 하지만 잡스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얻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고 허공에 아이디어들을 막 던졌다. 만약 아이디어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통하지 않는 것 같으면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잡스의 이런 아이디어 전개방식은 아이디어를 규정학 아이디어에 관해 소통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스토리텔링 기법 같은 효과를 냈다. 잡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가 아이디어들을 열정적으로 제시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고 황소처럼 밀어붙이는 독재자 같다고 오해했다.
- 잡스를 스토리텔러라고 묘사한 글은 지금까지 별로 없었고, 그 역시 자신은 영화제작 실무에 무지하다고 늘 말했다. 하지만 그는 관객의 호응을 얻는 스토리를 구축하는 것이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었기에 감독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잡스는 애플 신제품 발표회에서도 이런 스토리텔링 기술을 사용. 그는 청중앞에서 어떻게 말해야 더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 이해했다. 그의 발표회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정교하게 계획해서 발표하는지 알 수 있었다.
- 잡스는 픽사 감독들이 스토리를 구상하는 과정에도 참가. 나는 잡스가 이런 경험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믿는다. 그는 영화에서 관객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방법을 궁리하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픽사의 성공이 관객이 얼마나 공감하는 작품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됐다. 잡스의 공격적인 성격을 묘사하는 일화를 접한 독자는 그가 감독들에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에 미숙했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감독들에게 건설적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에 능숙해졌다. 피트 닥터는 언젠가 잡스가 다음 생애는 픽사 감독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잡스가 다시 태어난다면 최고의 감독이 되리라 믿는다.
- 영화제작 프로젝트들이 한 두 차례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는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영화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을 했다. 그는 조언할 때 언제나 같은 말로 시작했다. "난 사실 영화제작자가 아니니 내 말을 모두 무시해도 상관없지만,..."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으나, 놀라운 효율로 문제를 정확히 진단했다. 영화 제작자들이 아니라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그의 비평은 더더욱 강력했다. 개인을 공격하는 비평은 기각되기 쉽다. 하지만 잡스의 비평은 영화제작자 개인을 공격하지 않았기에 기각될 수 없었다. 그가 논평한 모든 작품이 그의 통찰에 혜택을 입었다.
- 초기에 그의 표현은 과격하고 퉁명스러웠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표현이 명료해지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배려하게 됨. 그는 좌중의 분위기를 읽는 법,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기술을 배웠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유해졌다고 평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그에게 일어난 변화를 정확히 표현하는 말은 아님.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유해졌다는 표현은 마치 뭔가를 내려놓은 것처럼 수동적인 느낌이 든다. 잡스의 변화는 능동적 선택의 결과였다. 그는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법을 바꿨을 뿐이다. 사람들은 잡스가 불가능한 일을 기어코 밀어붙이고자 '현실왜곡장'을 사용했다고 회고. 잡스의 공식전기작가 윌터 아이작슨은 전기의 한 장을 할애해 현실왜곡장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이 장에서 애플 매킨토시 프로그래머 앤디 허츠펠드의 말을 인용. "현실왜곡장은 카리스카가 있는 달면, 불굴의 의지, 눈앞의 목적에 맞게 현실마저 왜곡시키려는 열의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뒤섞인 것이다." 나는 픽사에서도 이 문구가 사용되는 것을 종종 들었다. 픽사 직원들은 잡스의 이야기를 들을 당시에는 새로운 수준의 통찰에 도달했다고 느꼈지만, 막상 나중에 그의 추론대로 일을 해보려고 하면 잘되지 않아 머리를 긁었다. 마치 귀신에 홀린 기분이 든 직원들은 잡스가 현실왜곡장을 사용했다고 표현.
- 나는 현실왜곡장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표현은 잡스가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고생할지 아랑곳하지 않고 변덕스레 허황된 이야기를 한다는 의밀로 들린다. 잡스는 규칙(현실)을 따르기를 거부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그는 자동차에 번호판을 달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측면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중요한 점을 놓침. 그는 여라가지 규칙이 임의로 설정된 것임을 인식했다. 그는 규칙의 한계를 시험하고 때때로 선을 넘었다. 이런 행동은 반사회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음. 하지만 이런 행동으로 세상을 바꾸면 비전이 있다며 칭송받는다. 사람들은 한계를 넘으려고 몰아붙인다는 개념을 이론적으로 옹호하지만, 이를 실천할 때 따르는 문제들은 무시한다.
* 직원들이 회의실보다 복도에서 진실을 이야기한다면, 경영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 문제를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보고받지 않거나 회의 중에 처음으로 알게 된 경우,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많다. 경영자는 이런 착각을 버려야 한다
* 문제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축소하려는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정직하지 못하거나, 거짓을 믿거나, 무지하거나, 무신경한 경영자로 보인다. 경영자가 문제를 직워들과 공유하는 것은 직원들이 기업의 소중한 구성원이라고 느끼게 하는 포용행위다.
* 오류를 예방하면 고쳐야 할 오류가 없을 것이란 착각에 빠지지 말라. 현실에서는 오류를 예방하려고 들이는 비용이 오류를 고치는 비용보다 훨씬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 경영자의 임무는 리스크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자의 임무는 직원들이 리스크를 감수해도 괜찮도록 하는 것이다.
* 실패는 필요악이 아니다. 사실, 실패는 전혀 나쁘지 않다. 실패는 새로운 일을 할 때 반드시 따르는 결과다
* 신뢰란 직원들이 일을 망치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것이 아니다. 신뢰란 직원들이 일을 망칠 때조차도 직원들을 믿는 것이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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