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크래시

사회 2021. 7. 31. 19:37

- 팬데믹이 유발한 불황의 엄혹함은 적어도 어느 정 도 지구 경제에 이미 존재하던 취약성의 결과다. 성장이 정 체되고 부채 수준이 급증하며 불평등이 늘어난 10년을 겪 은 뒤의 우리는 새 불황에 대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경기 회복의 주된 특징은 임금, 생산성, 투자의 침체였다. 많은 부유한 국가들은 노동소득분배율의 감소를 경험했다. 금융이라는 지구화의 날개가 어려움에 처한 탓에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지구화가 후퇴했다. 국가 간 자본 이동은 2007~2016년에 65퍼센트 감소했다. 전 지구적 성장을 떠받친 것은 믿기 힘들 정도로 저렴한 융자와 남반구 개발도상국들이 시행한 공공 투자뿐이었다. 중앙은행들은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를 통해 경제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주어야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느슨한 통화정책을 통해서도 민간부문의 고정자본 투자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오히려 저금리의 주된 효과는 부채 거품을 지구 총GDP의 3배 규모로 팽창시킨 것이었다.
문제는 분명했다. 자본주의는 모멘텀을 완전히 상 실했다. 많은 경제학자는 2022년경 불황이 미국, 영국, 그리 고 유로존을 덮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만기가 서로 다른 미국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 곡선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뒤집혔다. 이는 단기 국채 수익률이 장기 국채 수익률보다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렇게 뒤집힌 수익률 곡선은 언제나 심각한 불황의 전조였다. 결국 불황은 예상보다도 더 일찍 찾아왔고, 상상을 초월하는 타격을 입혔다.
- 금융은 산업이나 상업과는 완전히 다른 축적 양식 을 의미한다. 금융가들은 그들의 자본을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거래하는 데 사용하지 않으며 금융 자산을 창출하 거나 거래하는 데 사용한다. 비록 이들 자산이 궁극적으로 지구 경제 곳곳에서 이뤄지는 생산에 의존하지만 말이다. 이 러한 자산은 미래 어느 시점에 일정액의 자본을 상환하기로 약속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면 주식은 기업의 미래 수입에 대한 일정한 청구권을 뜻한다. 따라서 주된 금융 행위는 대출, 투자, 투기이며 이 셋은 긴밀히 얽히 는 경우가 많다. 금융화란 소수 금융 엘리트의 이득을 위해 근로 대중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경제 활동의 전 영역에 금융 의 논리, 즉 대출, 투기, 투자의 논리를 침투시키는 과정이다.
- 금융화된 자본주의는 유례없이 추출적인 extractive** 경제 조직화 방식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금융화가 아니었 더라면 건전했을 모델이 금융화 때문에 타락했다는 이야기 는 아니다. 오히려 이는 자본주의 자체의 논리에 따라 전개 된 과정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윤은 자연스럽게 임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불평등은 늘어났으며, 많은 자본풀 pool 이 소수 부유층의 손에 축적되었다. 한편 전에 없던 규모로 생산 활동이 벌어지게 되면서 생산적 자본가들은 은행과 투자자들의 외부 자본에 훨씬 더 크게 의존하게 됐다. 이러한 금융을 제공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이윤을 관리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이윤을 생산에 재투자해 자본가들을 지원하거나 투기 혹은 비생산적 투자에 활용했다. 이렇게 자본풀이 성장할수록 금융가들의 권력은 막강해졌다. 특히 은행가들은 대부를 통해 새로운 화폐를 창조할 수 있게 됐고, 투자자들은 가까스로 자본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들의 이익은 다른 경제 주체 (국가 및 가계의 이익과 통합되어갔다. 이런 점에서 금융화는 현대 경제의 구성 요소인 가계, 기업, 국가 모두에 영향을 끼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소비자 지출을 연료로 삼았던 각국 경제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전부터 발전한 사유화된 케인스주의 체 제가 위기 이후 10년 동안 더욱 강화됐다. 가계는 빚을 너무 많이 진 상태여서 새로운 위기를 피하려면 계속 낮은 금리가 유지되어야 했지만 이는 부채 수준을 높일 뿐이었다. 일본과 영미권에서 가장 익숙한 이 모델은 지난 12년 동안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에서는 팬데믹 이전에 가계 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경상수지 적자 급증의 결합 등 익숙한 일련의 과제가 대두했다. 남반구, 특히 중국에서도 가계 부채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 이윤이 낮은 상황에서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았 고 임금도 올리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스스로 창출할 수 있 는 수익과 저렴하게 늘릴 수 있는 부채를 이용해서 주주에게 줄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다른 기업을 인수 혹은 합병했고, 심지어 구글과 아마존은 다른 기업의 부채를 매수했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은행처럼 행동한 것이다. 생산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는데도 늘어난 기업 부채는 현재와 미래 경제 성장에 보다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 마르크스가 쓴 것처럼 “자본은 어느 한 곳에서 단일하게 집 중된 채로 거대하게 자라난다. 이는 다른 곳에서 그만큼 잃 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르크스는 자본 집 중이 “자본주의 생산 자체의 내재적 법칙” 가운데 하나라고 인식했다. 생산이 자본 주도적 성격을 띨수록 기업의 경쟁 력은 새로운 기계와 기술에 투자하는 소유주의 능력에 더 의존하게 된다.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대기업은 규모가 작 은 경쟁자들을 잡아먹고, 그 결과 시장이 집중된다. 이러한 집중은 신용 제도의 진화를 통해 강화된다. 즉 거대 기업은 더 많은 신용에 접근할 수 있고 그 덕분에 기술 투자를 통해 경쟁자들을 앞지를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이 도산하면 이들의 자산은 덩치가 더 큰 대기업에 최저가로 매입되는 경향이 있다.
- 마르크스는 관리자의 역할에 대해 “자본의 이름 아래 노동 과정 전반을 지휘 하는 특권적 노동자라고 평했다. 이러한 노동자들은 고용주와 맺 는 관계에 착취의 자취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이익을 뒷받침하는 일에 의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데, 이들의 고임금과 사회적 지위가 이들보다 아래에 있는 노동자의 고착취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과 미국 같은 유럽과 북 미의 많은 국가에서는 1980년대 이후 주로 금융과 전문직 서비스에 고용된 전문직 관리직 계급이 대거 등장했다. 전문직-관리직 계급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는 생산 과정을 관리하며 거대 다국적기업 본사에서 일하거나, 세계 곳곳에서 창출되는 잉여가치에 투자하는 투자은행에서 중개업자로 일하거나 아니면 세계 곳곳에서 창출되는 잉여가치를 실현하 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기업에 조언하는 광고 전문가로 일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관리자 국가에는 억압적 국가기구와 감시 기술을 통해 조종되는 십수 개의 고착취 노동자 국가가 딸려 있다.
- 남반구 국가들은 워싱턴 컨센서스 기구들(IMF와 세계은행)이 제시하는 처방을 준수하기만 하면 북반구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약속을 듣고 또 들었다. 그러나 사실은 돈 세탁과 조세 회피를 통해 세계 최빈국들에서 빠져나가는 막 대한 자금은 말할 것도 없고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에 신식민 주의 · 제국주의적 관계가 지속되기 때문에 남반구의 대다수 국가들은 북반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북반구 에서 테크 독점기업들이 성장하는 바람에 이는 더욱 난제가 됐다5 워싱턴 컨센서스의 광신도들은 국제 자본의 이윤을 늘리려고 자국 노동자의 건강과 행복을 희생시켰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발전국가들은 국제 금융기구의 충고를 무시하고 국가 주도 발전에 집중함으로써 신식민주의와 종속의 함정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예외 사례다.
- 우익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사기업을 공공 소유로 만들거나 공적 자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역 동성에 토대를 제공하는 슘페터적 힘(창조적 파괴)을 방해한 다.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거나 신기술을 연 구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저렴한 대출을 제공하 면 이러한 기업들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인센티브가 제거된다. 이들은 국가 담당자와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부패와 후견주의에 빠져들게 되면서 기업 지배구조가 손상될 것이다. 관료는 국가가 후원하는 민간 대기업 내의 동조자와 함께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할 것이다. 자유시장 이데올로그들에 따르 면 그린 뉴딜은 환경 파괴를 더욱 악화하는 부패와 비효율성을 초래할 뿐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현실에 존재하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증거를 통해 반박된다. 이미 자본 주의 시스템은 국제 독점기업들과 국가 및 국제기구 깊숙한 곳에 포진한 그들의 고객 사이의 뿌리 깊은 결탁을 특징으로 하며, 이는 온갖 부채와 비효율성을 낳고 있다. 금융, 기업, 정치 엘리트들은 경제 활동을 계획하기 위해 협력한다. 그러 나 이들은 대중의 이익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정부는 격랑 속에서 더 작은 경쟁자들을 흡수하고 환경 및 노동 규제를 비웃으며 조세를 회피함으로써 경제 전 체에서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기업들에 다시 보조금과 저렴한 대출 그리고 상당한 규모의 전면적 구제책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중앙은행은 경제 전체에 자본을 어떻게 할당할지에 대해 계획하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목적은 자산 가격을 부풀리고 용처가 어디든 아랑곳하지 않고 민간부문 전체에 저렴한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화석 연료업체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으려는 로비에 여념이 없으며 공해 유발 기업들은 쉽게 저금리 대출을 받고 있다. 쓸모없는, 아니 더 나아가 해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들 대다수는 그 공급 방식 역시 매우 비효율적이다)도 국가의 아낌없는 지원 덕택에 부도의 운명을 벗어나 살아남았다. 이것이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현실이다.
- 영국과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그들이 선 포한 비상 대응 태세를 어떤 방식으로 해제하게 될까? 그리 고 이러한 지원은 어떻게 남반구로 확대되어야 할까? 코로 나19의 장기간의 부정적 수요 충격에 대한 최적의 해법은 전 지구적 그린 뉴딜이다. 이는 민주적으로 결정된 공적 우선순 위를 중심으로 구축된 거대한 국가 투자 패키지로서 민주적 공공 소유의 확장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계획은 오늘날 경 기 침체의 영향을 흡수하면서 장기적으로 경제의 지속 가능 성을 높일 것이다. 중심부 나라들에서는 국가가 이러한 투자를 자력으로 추진하겠지만 남반구에서 동일한 과제를 수행 하려면 북반구의 기술과 자원의 이전이 필요하다. 극단적 기상 현상, 사막화, 기온 상승의 위험이 가장 높은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국제개발은행을 설립할 수도 있다. 워싱턴 컨센서스와 결합된 규칙·규범과 단절한다면 국제기구들의신뢰를 재구축하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전 지구적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탄소세를 부과하거나 소박한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대신에 근로 대중은 오염 유발 행위에 대한 금지를 강화 하고 투자 촉진으로 탄소집약부문의 일자리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재활용, 에너지 절약형 전구, 플라스틱 빨대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람들이 기후 붕괴를 개인의 수준에서 사고하게 함으로써 국가를 압박하는 운동이 등장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결과를 낳는다. 마찬 가지로 탈성장 같은 현학적 유행어는 희소성과 빈곤의 이 미지를 떠올리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기후 행동에 나서지 못하게 방해한다. 기후 붕괴에 대처하려면 자연 환경을 착취할 뿐만 아니라 인간 또한 착취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반격할 수 있는 대중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린 뉴딜은 전 지구적이어야 한다. 또한 현존 국제기구들의 바깥에서 근로 대중 사이의 협력을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 전 지구적 그린 뉴딜은 기후 붕괴의 지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금융 지구화를 떠받치는 제국주의 체제와 대결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자본  동은 2008년 금융 위기가 일어나는 데 한몫했을 뿐만 아니라 남반구의 자금을 빨아들여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런던의 시티 같은 금융 소용돌이에 풀어놓았다. 현재 자본의 흐름 은 전 지구적인 팬데믹 가운데 있는 수십억 인구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는 각국 정부의 지불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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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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