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과거 전염병은 스페인독감이다. 코로나19처럼 폐에 치명적 손상을 주면서 팬데믹을 일으켰고 바이러스 종류도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스페인독감의 최초 발병지는 1918년 3월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인 캔자스주 해스켈 이었다. 2만 6천 명 규모의 군사 훈련소가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서 훈련받은 군인들이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유럽으로 파 병되어 전장에서 스페인독감을 퍼뜨렸다. 발병 초기에는 사망률 도 낮았고 곧 여름이 되면서 전파력도 잠시 약화되었다. 전쟁이 끝날 무렵 본국 귀환을 앞둔 각국 군인들이 임시 캠프지에서 다 시 모이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캠프지에서 3일 열병'이라고 불리는 증상이 유행했고, 단순 감기로 판정받은 군인들이 귀향하면서 전 세계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발병 전체 기간은 제1차 세계대전 말부터 종전 직후인 1918~ 1919년까지였고, 원인은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의 변형체인 H1N1 바이러스였다. 정식 명칭은 1918년 인플루엔자'다. 발병 초기에는 세계대전 중이어서 주요 국가들에서는 언론보도를 강 하게 통제했다. 중립국으로 언론보도가 자유로웠던 스페인에서 집중적으로 신종인플루엔자를 보도했고, 스페인 내 발병 시작 후 3개월 만에 800만 명 감염자를 내고, 알폰소 스페인 국왕마저 감염으로 사망하면서 스페인독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이어서 소금물로 입을 헹구고 열이 내리기를 마냥 기다렸다. 천운에 기대는 것이 개인으로선 최선의 대응이었다. 스페인독감도 신분고하나 빈부격차를 가리지 않았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 영국 총리 로이드 조지도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유명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 르 미국 사업가 프레더릭 트럼프,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 와 구스타프 클림드 등이 스페인독감으로 사망했다. 스페인독감을 분석한 다양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스페인독감의 활동을 멈춘 힘은 인구의 50~60%가 감염되는 '집단 면역 Herd Immunity' 이었다. 집단 면역 체계가 만들어지면서 대재앙을 멈출 수 있었지만 피해는 엄청났다. 스페인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 900만 명보다 최대 11배 많은 5천만~1억 명의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19에 대해서 임페리 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이 발표한 최악의 시뮬레이션(각국이 강력한 공중보건 대응책을 조기 실행하지 않고 늦춘 상황)에 의하면 누적 확진자 24억 명, 사망자 1,045만 명이었다.
- 노르웨이 사학자 올레 요르겐 베네딕토ole Jorgan Benedictow는 페스트로 인한 농노의 지위 향상과 소득 증대가 소비를 촉진시켜, 페 스트가 자본주의 탄생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미국 MIT 피터 테민 Peter Temin 교수는 페스트가 제1차 산업혁명에도 영향을 미 쳤다고 주장한다.
상인과 기술전문가가 경제의 중심으로 부각하자 기술혁명도 빨라졌다. 과거에는 일일이 대규모 수작업에 의존했던 일들이 노 동력 감소로 더 이상 같은 방법으로 유지하기 힘들어지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기계 장치의 발명과 식민지 개척이었다.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기술을 비롯해서 다양한 기계장치가 개발되면서 기존 산업의 생산방식을 바꾸었다.
식민지 개척 붐이 일어나면서 항해에 필요한 기술과 제품이 발 명되었고, 대규모 무역과 식민지 개척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 해 주식회사를 비롯해서 다양한 금융 혁신도 일어났다.
페스트라는 재앙적 사건은 문학과 예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염병을 피해 시골 별장에 모인 10명의 남녀가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서로 들려주는, 중세 최초의 소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도 페스트가 배경이다.
전염병이 무섭게 창궐하고 수많은 사망자를 내고 나면 인류는 그런 공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치료법 발견에도 매진한다. 그 과정에서 위험한 치료법이 활개치는 부작용도 발생하지만 의학과 생화학 분야의 발전도 일으킨다.
- 전염병이 전쟁을 막거나 빨리 끝냈던 적도 있다. 서울대 동양 사학과 구범진 교수는 병자호란이 남한산성에서 최후의 결전 없이 두 달 만에 조기 협상으로 짧게 끝난 것은 당시 조선에 널리 퍼진 천연두 때문이라는 가설을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구 범진 교수는 청나라 기록인 《청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여러 기 록을 근거로 이 같은 논문을 발표했다. 청나라는 만주족 시절부 터 수많은 왕과 왕족이 천연두로 죽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명나라 군대의 배후 위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에 천연두 가 창궐하자 서둘러 군대를 돌려 본국으로 귀환했다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도 비슷한 현상을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필리핀 정부와 공산 반군, 리비아 정부군 과 반군도 휴전을 선언했다.
- 코로나19 이후, 기업이나 국가에 주어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 약 2년 동안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가 될 것이다. 늦어 도 2년 후인 2022년 후반~2023년 초반에는 전 세계 경기가 되살 아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나 중앙은행이 헬리콥터 머니, 유 동성 바주카포를 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기업이 생존할 가 능성이 높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 지나고 나면 선별적 지원과 글로벌 리세션이 동시에 진행된다.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는 이 기간 동안 정해진다. 리바운드 시간에 이루어지는 전략과 성과는 그때까지 죽지 않고 버티느냐 마느냐를 판가름하는 1차 관문이 될 것이다.
- 한국의 경우는 기술의 상당수가 대기업이 아니라 협력업체나 중소기업에 있다. 이들은 경제위기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대 기업보다 버티는 여력은 적다. 대기업이 3개월을 버틸 현금이 없 는 상태다. 대기업은 현금이 부족하면 부동산 등 자산을 팔거나 부가가치가 적거나 그룹의 미래 방향과 맞지 않는 계열사를 매각 하는 방식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작은 기업들은 셧다운 3개월 이면 파산이다. 팔 수 있는 자산도 없다. 회사 그 자체가 자신이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회사 지분이나 기술을 매각해야 한다.
유럽도 대형기업이나 미래 산업의 핵심 자산은 국가 단위에서 봉쇄할 수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민간 제조업, 호텔, 항공사를 비 롯해서 코로나19로 큰 충격을 받은 유수의 스포츠팀들은 외국 자 본의 기업 사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최대 민간 투자회사 푸싱그룹은 프랑스 보석 브랜드 줄라 지분 55.4%를 3천만 달러(약 366억 원)에 인수했다.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빼앗기면 미래에 국가의 부가가치 를 만들어낼 풀뿌리가 사라진다. 중국 자본만 코로나19 이후를 노리는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큰 손으로 통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국이나 러시아 등 석유 부국도 기업 사냥꾼으로 돌변 한다.
코로나19의 대규모 감염 진원지로 크루즈 선박이 주목받았다. 대중이 피하고 언론이 공격하는 사이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 드IF는 세계 최대 크루즈 기업 카니발의 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회사 경영에 참여할 절호의 기회를 잡고 있다.53 석유나 천연가스 로 먹고 살던 중동이나 러시아 등은 화석연료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를 준비 중이다. 사막에 스키장을 만들고 바이오 의료 등 미래 산업을 육성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없다.
- 중국을 압박하는 데는 미국 정치권이 모두 한마음이다. 월가와 군수산업 등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중국과 전쟁만 하지 않으면 미·중 간의 대립과 긴장감 상승은 미국 군수산업에 호재다. 중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월가는 큰돈을 번다. 2008년 금융위기의 헬리콥터 머니, 2019년 코로나로 달러 바 주카포를 쏘면서 무제한 돈을 퍼부은 미국이다. 오래전부터 누적 된 막대한 재정 적자, 슈퍼 부양책, 2020년 재선 승리를 위해 쏟 아낸 포퓰리즘 정책 뒷수습을 하려면,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내 대 규모 국채 발행을 해야 한다. 금값은 치솟고 달러 가치 폭락 우려가 스멀스멀 흘러나온다.
달러 가치 폭락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글로벌 경제위기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중국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믿을 것은 미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2008년 대형사고를 친 것은 미국이었다. 자산 대폭락의 진원지가 미국이었다. 하지만 미국 국채는 발행하는 족족 시장에서 소화되었고 달러 가치는 상승했다. 글로 벌 대폭락장에서 다른 나라들은 주식시장이 70~75% 대폭락할 때 미국 주식시장은 사고의 진원지임에도 50% 폭락으로 선전했다. 대폭락 후 가장 큰 규모로 상승한 곳도 미국이다.
- 분명한 것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 지의 옛 성장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한국 기업과 국가의 번영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낙관론이다. 위기감을 떨어뜨려서 변화의 시기를 놓치게 하는 착각이다. 덧붙 여 코로나19 이후 탈중국과 글로벌 밸류체인의 재조정이 시작되 면서 해외에 나가 있던 수많은 회사와 공장이 스스로 알아서 한 국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생각도 환상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 다르다. 추가 위기가 한국 기업에게 몰 려올 것이다. 필자가 앞에서 분석했듯이, 이미 한국은 소수 대기 업을 제외하고는 7~8년 전부터 정체기에 진입했다. 그동안 잘 버텼던 소수의 대기업도 코로나19로 치명타를 입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지나간다. 하지만 막대한 빚으로 생명을 유지했던 좀비 기업의 절반 이상이 파산하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 앨릭스파트너스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 국 내 좀비 기업(한계 기업) 비율은 2014년 4분기(10~12월) 11%에 서 2016년 2분기(4~6월)에는 15%로 상승했다. 코로나19로 비율 은 더욱 상승했을 것이다. 한국의 좀비 기업 비율은 다른 나라들 보다 유독 높다. 2016년 기준,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의 좀비 기업 비율은 7%, 미국은 5%, 일본이 2%다. 한국이 이들보다 높은 이 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간 저성장을 거치면서 좀비 기업의 80~90%가 파산해 정리되었다.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좀비 기업의 60~70%가 정리되었다. 아프리카는 경제성장이 막 시작되었기 때문에 좀비 기업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단계다.
좀비 기업이 되는 근본 이유는 경쟁력 하락이다. 경쟁력이 하락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하락을 거듭하는데 부채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코로나19로 이런 기업들의 부채는 더욱 늘었다. 글로벌 리세션 기간이 길어지거나 한국에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시기가 오면 대부분 파산할 것이다. 한국은 리쇼어링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상태다. 오히려 이런 위험에 처한 기업들이 생명을 조금이나마 연장하려면 인건비가 높은 한국을 빠져나가야 한다.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가 제1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한 이래 현재까지 달러 폭망설로 불리는 달러화 위기는 1970년대 말~ 1980년 초,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후반 등 3번 정도 있었다. 원인은 2가지다. 달러 통화량 증가와 미국 경제성장률 대하락이다.
- 2020년 코로나19에서도 달러 폭망설이 재등장했다. 지난 3번의 달러 폭망설이 나왔을 때에도 달러는 휴지조각이 되지 않았다. 미국도 망하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2가지다.
첫째, 미국 경제가 대충격을 받아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미국보다 더 하락한다.  둘째, 미국 연준은 달러 가치가 대폭락해서 통화 가치 수호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가의 보도를 꺼내든다. 바로 기준금리 인상이 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밖에서 떠도는 달러가 빠 르게 미국 내로 흡수된다. 미국 밖에는 달러가 줄어든다. 제1기축 통화인 달러가 말라버리면 외환시장에 거대한 태풍이 일어난다. 신흥국을 비롯해서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하락한다. 달러와 연동되어 움직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달러로 갚아야 하고 해외에서 수출하는 에너지를 비롯해서 다양한 원자재와 상품 수입 대금 지불을 달러로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언제 폭망설이 돌았느냐는 듯 달러 가치는 순식간에 상승한다. 2020년 코로나19 이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달러 가치의 평균점이 낮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이후 달러 가치의 평균점은 좀더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당장 달러 폭망, 미국 파산은 없다.
- 한국 독자들이 신흥국의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신흥국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한국 기업 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다른 하나는 신흥국 금융위기 는 간접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IMF 와 세계은행이 2021년까지 최빈국의 국가채무 상환 연기나 부채 경감 논의를 서두른 것은 신흥국 연쇄 파산으로 위기가 전이될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신흥국 금융위기는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 성을 높인다. 한국은 막대한 가계 부채, 역사상 최고점에 이른 부 동산 가격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을 넘어서는 좀비 기업 비율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기업 부채가 인류 역사상 최고다. 부동산 버블도 엄청난다. 필자는 신흥국 금융위기 혹은 외환위기의 시점과 규모가 한국과 중국 금융위기 향배를 결정하는 미래 징후a future signal로 여기고 세심하게 모니터링한다. 부채가 막대한 규모에 이르더라도 스스 로는 불이 붙지는 않는다. 무엇에 의해서든 불이 당겨져야 한다. 방아쇠를 당겨야 장전된 총이 발사되듯 말이다. 신흥국 금융위기 는 한국 금융위기를 직접 촉발하는 방아쇠는 아니다. 간접 변수 일 뿐이다.
하지만 신흥국 금융위기는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높인다. 혹은 신흥국 금융위기 규모가 커지고 오래 지속되면 그 자체가 한국이나 중국 금융위기의 방아쇠로 변할 수 도 있다. 그래서 신흥국 금융위기 혹은 외환위기의 방아쇠로 작 용하는 사건이나 힘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 거대 정부가 귀환하면 심각한 부작용 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정부가 위기 극복의 최전선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는 말 뒤에 몰래 숨어서 따라오는 위험이다.
바로 독재자의 귀환이다. 혹은 독재의 귀환이다. 거대 정부의 필요성이 증가할수록 독재자에 대한 대중의 우려는 줄어든다. 시장이 망가지고, 실업률이 폭발하고, 물가가 서민을 괴롭히면 현재 고통은 깊어지고 미래 불안은 커진다.
현재 상태를 만든 기존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은 그만큼 커진다. 독재는 우파는 좌파는 가리지 않는다. 대중이 우파를 원하면 우파 독재가 나오고, 좌파를 원하면 좌파 독재가 출현한다. 미국의 작가 업튼 싱클레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에게 무언가를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약, 그 사람이 받는 봉급이 그 '이해하지 못할 것'에서 나오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내 월급을 지켜주 기만 한다면, 좌우는 중요치 않다. 대부분의 부작용도 참아줄 수 있다는 묘한 분위기가 사회에 스며든다.
경제위기로 기존의 독재자가 물러나도 새로운 권력이 새로운 스타일의 독재를 할 가능성이 높다. 혼란이 커졌기 때문에 혼란을 잠재우고 무너진 경제를 빠른 시간에 재건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초법적이거나 초의회적인 통치가 다시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독재자는 발언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원시원한 행보를 한다. 독재자 특유의 강한 신념은 위기 시에 대중을 사로잡는 중요한 무기다. 독재자는 자기 신념의 정당성을 위해 대중이 증오하는 적을 재빠르게 간파하여, 적과 아군의 피하를 분명하게 분 리한다. 기존 정치 집단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대중을 등에 업 어야 하기 때문에 포퓰리즘 성향도 강하다. 이들은 내부의 정치 세력을 비롯해서 다른 나라와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면서 경제적 피해를 입은 대중을 유혹한다. 이런 경향은 국가 경제가 허약할수록 더 강해진다.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경기침체에 빠지지만 경제적 약소국은 침체 기간이 훨씬 더 길다. 실업률도 더 높아진다. 그만큼 독재자 혹은 독재 권력의 활동 범위와 기간이 넓어진다.
- 코로나19가 발발하자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디지털화폐에 대한 논의가 더욱 빨라졌다. 중국 정부는 대놓고 이렇게 말한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central Bank Digital Curreney 개발이 최우선 과제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 연구를 시작하여 기본 기능 개발을 완료했고, 2020년 안에 공식 발행을 목표로 선전, 쑤저우, 청두 등에서 시험 가동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디지털 법정화폐(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하면 미국도 반드 시 해야 한다. 물리적 법정화폐의 제1기축통화는 미국이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 법정화폐의 제1기축통화를 중국에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전 세계의 디지털 법정화폐 발행 시기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브라질, 우르과이 등 신흥국 대부분도 디지털 법정화폐 발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모두 비슷한 속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디 지털 법정화폐 발행 속도를 높이자 한국은행도 계획을 앞당길 태 세다. 한국은행처럼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내 놓 으면 그 가치는 다르다. 기존 암호화폐들 중 하나가 아니다. 중앙 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곧바로 국가 차원의 법정화폐가 된다.
겁 없이 법정화폐 지위를 넘보려 했던 페이스북은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반대에 부딪히자 자사 발행 암호화폐 리브라의 독자 생존을 버리고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달러와 유로(법정화폐)에 연동하여 화폐 가치를 안정시킨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 '통화 바스켓'에 담아둔 후, 이것을 담보로 한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 코인'을 만들어 정부의 견제를 피하는 전략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분석했던, 디지털화폐가 살아남는 전략을 대부분 수용한 모습이다. 이 전략이 정부에게 허가를 받는다면 아마존, 애플, 구글, 테슬라 등 수많은 IT 기업을 비롯해서 대형 은행과 투자회사들이 페이스북 방식을 기본 틀로 하고 자사만의 독특성을 가미한 디지털화폐 발행을 서두를 것이다. 이런 화폐들이 속속 나오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기존 암호화폐들은 경쟁력이 급 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참고로, 미래에 살아남은 암호화폐는 6가지 특징을 가질 것이다. 가상, 분권화, 오픈 소스 기반의 자생성, 익명성, 네트워크, 탈국경, 탈국가 화폐다. '분권화'는 기존 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처럼 통제적 권력이나 통제적 금융 기관의 개입을 받지 않고 화폐 주조 및 발행, 유통, 관리 등이 서로 분리된 권한을 갖는 민간 주체들이나 혹은 참여 자들 모두에 의해서 행해진다. '오픈 소스 기반의 자생적 화폐는 미래에 살아남아 사용되는 암호화폐는 화폐 주조 및 관리 소스들이 오픈 소스로 공개되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사람이 자발적 참여와 관리를 하면서 신뢰성 을 높인다.
'익명성'이란 현금을 사용할 때처럼 미래 화폐는 익명성 보장이 강화된다. 네트워크 화폐라는 것은 P2P peer-to-peer 기반의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화폐 주조 및 발 행, 유통, 관리 등이 운영된다는 말이다. 탈국경이란 금융기관을 거치지도 않고 국가 통제도 받지 않아서 화폐를 사용하는 회원들 간에는 환율 수수료 없이 이메일이나 SNS 문자를 보내듯이 국경 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용될 수 있다. 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먼 미래에는 현실 국가보다 가상 공동체 중심 연합 체가 자신들이 지향하는 사회 및 경제 철학에 따라 운용되는 다양한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도 있다.
- 필자는 오래전부터 3가지의 대규모 경제위기 가능성을 예측하고 경고했었다.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 한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 중국의 상업 영역발 금융위기였다. 3가지 중 첫 번째는 2020년 코로나19 전염병이 방아쇠를 당겨서 현실이 되었다. 하 지만 나머지 2가지 경제위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고 남아 있다.
필자는 2019년 말에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 발발로 가는 첫 문턱 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초저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필자의 예측보 다 늦어지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발발도 머지않은 미 래에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가 경고했던 3가지 위기는 근본적으로 원인이 같다. 막대한 부채다.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은 에너지 기업들을 포함한 하이일드 채권의 부실과 기타 회사채시장 및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 시장 등을 강타하는 미국 기업들의 막대한 부채가 근본 원인이다. 코로나19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골디락스라고 불리던 이전 몇 년 동안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막대한 부채를 발행해서 소비를 늘리 고,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면서 쌓인 버블이 붕괴된 사건이었다. 위기가 터지자, 미국은 부채로 만들어진 위기를 해결하는 해법 으로 또 다른 부채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8년 이전에는 부동산에 가장 많은 부채가 쏠렸다면, 2008년 이후에는 기업 영역에서 가장 빠르고 큰 부채가 쌓였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후 위기는 다시 찾아왔다. 코로나19 전염병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부채 문제가 없다면 코로나19는 일시적 충격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 문제가 실물과 금융권의 위기를 극대화시켰기 때문에 전 세계는 코로나19가 주는 충격이 끝나도 깊은 침체에 빠질 것이다.
한국의 금융위기를 불러올 근본적 구조도 같다. 근본 요인은 막대한 가계 부채와 부동산 버블, 그리고 상장기업의 15~17% 정도 되는 한계 기업(좀비 기업)의 부채다. 중국의 제1차 금융위기는 (1997년 한국처럼) 상업 영역의 막대한 부채와 부동산 1차 버블이 금융권 전반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막대한 부채는 반드시 금융 문제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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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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