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학이 학문으로서 독자적인 지위를 갖게 된 이유는 데이터로부터 정보와 지식을 얻는 이론과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 빅데이터의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데이터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다고 해서 인간이 세계를 그만큼 더 잘 이해하고 더 깊이 통찰할 수 있게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두뇌를 모델로 삼을 때 흉내내고 싶은 것은 뇌의 기억용량이 아니라 기억하고 있는 데이터들을 뇌 속의 신경세포들이 연결해서 묶어내는 능력, 즉 구슬을 꿰는 능력일 테다.
-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크게 나누었을 때 계산주의와 연결주의라는 서로 다른 두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계산주의는 인간의 뇌가 개념과 정보를 기호로 저장한 다음 마치 방정식을 풀듯이 이들을 조작하여 문제를 풀고 사고를 진행한다고 보는 관점. 만일 수학적, 논리적 계산만 하는 인공지능이라면 이 관점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계산주의 관점만으로는 수학이나 논리 바깥의 문제까지 다루는 데 그리 적절하지 못함. 이십여년 전 바둑보다 단순한 체스시합에서 인간을 이긴 딥블루의 알고리즘은 계산주의에 가까움. 한편 연결주의는 인간의 뇌가 뉴런들의 연결에 의해 작동하므로 인공지능 알고리즘 역시 이를 모델로 해야 한다고 보는 생물학적 관점. 따라서 연결주의 관점에서 분다면 인공지능은 뉴런들의 복잡한 연결망을 재현해야 함. 이를 인공신경망이라 부르는데, 딥러닝이 이런 신경망을 이용한 대표적 알고리즘이다.
- 16세기에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던 두 여신 가운데 사피엔시아가 포르투나에게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19세기초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것의 운동부터 가장 가벼운 원자의 운동까지 하나의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라플라스의 선언은 과학적 결정론의 입장을 잘 표현한 것이었따. 이에 따르면 우연이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서, 인간의 무지로 인해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을 일컬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이 되자 분위기가 크게 바뀜. 대표적 사례로 물리학에서 우연의 존재를 그 자체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즉 확률과 통계학의 역사는 포르투나가 사피엔시아에 의해 길들여지는 과정이었던 한편, 사피엔시아가 지닌 확실성이라는 토대를 포르투나가 허물어버리는 역사이기도 했던 셈이다. 여지껏 포르투나가 돌리는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과학의 중요한 역할이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연을 원인으로 대체해야 했다. 반면 포르투나는 확실성 대신 확률과 통계학의 제국을 만들어냄으로써 과학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 프랑스 심리학자인 제롬 펠리시에 따르면 16세기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는 30세가 넘은 사람을 노인으로 보았고, 17세기 사람들은 40세가 넘은 사람을 노인취급했으며, 50년에는 60세 이상, 2000년에는 65세 이상이면 노인으로 본다. 이처럼 기준연령은 변했지만 그 연령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정도로 일정. 즉 절대연령이 아니라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노인의 기준이 달라짐. 펠리시에는 그런 식으로 계산해보면 2060년에 인구의 16% 선은 75세 정도로 추산되므로 노인의 기준은 75세가 될 것임
- 정치권력에 대한 홉스의 기계적 기술이 현대 정치사상의 탄생을 알렸듯이, 한 나라의 부를 수학적으로 기술하기 위한 윌리엄 페티의 노력은 현대 정치경제학의 기초를 제공했다. 사회현상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까지도 가치를 숫자로 바꾸려는 그의 시도는 지식과 불편부당성을 향상시키려는 순수한 노력인 것처럼 제시되었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지배 엘리트의 이해에 복무하는 것이었으며 지배의 도구로 널리 도입되었다. 그리고 이는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 성과를 측정하는 모든 작업들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 사회조사에서든 자연과학 연구에서든 데이터들이 조사자나 연구자가 계획하거나 기대했던 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조사자나 연구자들은 데이터에 손을 대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심지어 사회조사 분야에서는 curbstoning이란 단어가 있는데 curbstone란 차도와 보도를 구분해주는 돌을 말한다. 조사자가 일일이 가정을 방문해서 사람을 만나 조사하는 대신 길가에 주저 앉아 혼자서 마음대로 조사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curbstoning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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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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