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장기민씨의 이력은 평범하지 않다. 산업디자인 전공이후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챕터마다 들어 있는 삽화도 직접 그렸다. 이력도 특이한데,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각종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도 하고, 공공기관 객원기자도 하고 있다.

이 책은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한 디자인경제를 주제로 하고 있다. 디자인이 들어간다고 해서 미술과 관련된 책이라고 오해하면 안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디자인이란 단어를 포괄적으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고, 사업의 성공을 위하는 모든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책의 구성도 첫번째 챕터에서는 디자인경제의 접근법을 논하고, 이후의 챕터에서 각각 나라, 생활, 관계, 소득, 생각, 동네, 비즈니스를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각의 챕터 안에는 몇개의 소주제를 가지고 짤막한 칼럼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평이하고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다.

책 제목인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와 관련된 주제가 첫번째 챕터의 첫번째 글이다. 이 토막글의 소주제는 인식경제학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다.
"디자인경제학의 인식경제에서는 사물이나 관계에 대한 명시나 규정 보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에 따른 결과가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만약 친구들과 잠실에 놀러 간다면 롯데월드가 먼저 떠오르고, 용인에 놀러 간다고 하면 에버랜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듯이 경제효과는 인식 속에서 먼저 시작되어 개별적 경영활동을 통해 다듬어진다. 누군가 홍대 앞에 흥미로운 큰 상점을 차린 뒤 핫플레이스가 되기위한 노력을 한다면 그건 개별적 경영활동이 된다. 하지만 그 이후 누군 가는 홍대 앞에 이런 흥미로운 상점이 있다.'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인식을 통해 골목 경제가 발전하고 지역경제가 발전하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책의 구성이 신문이나 잡지에 실렸던 칼럼을 모아놓은 구성이어서, 어디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생활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에 숨겨진 경제학적 의미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경제학에 문외한인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디자인경제학의 인식경제에서는 사물이나 관계에 대한 명시나 규정 보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에 따른 결과가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만약 친구들과 잠실에 놀러 간다면 롯데월드가 먼저 떠오르고, 용인에 놀러 간다고 하면 에버랜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듯이 경제효과는 인식 속에서 먼저 시작되어 개별적 경영활동을 통해 다듬어진다. 누군가 홍대 앞에 흥미로운 큰 상점을 차린 뒤 핫플레이스가 되기위한 노력을 한다면 그건 개별적 경영활동이 된다. 하지만 그 이후 누군 가는 홍대 앞에 이런 흥미로운 상점이 있다.'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인식을 통해 골목 경제가 발전하고 지역경제가 발전하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 문화경제학 개념이 태동한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러스킨에 의해서다. 이를 통해 예술이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높아졌다. 더불어 문화경제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례로 항공기 내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내식을 비행기 밖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까지 생겨났다.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는 실제 기내에 제공되는 도시락과 스낵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세계 최초로 문을 열었다. 이는 문화경제의 한 패턴을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얻었다. 삼성전자도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브라운과 협업해 '갤럭시 Z플립-톰 브라운 에디션'을 출시했다. 패션 디자인에 대한 문화적 수요와 관심을 첨단기술에 담아구축하고자 하는 디자인경제모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 대한민국의 디자인 열풍은 산업마다 디자인을 접목한 디자인 경영을 실현케 했다. 그 덕분에 성공한 여러 디자인 경영 기업을 탄생시켰다. 불황 속에서도 세계 4대 디자인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웅진코웨이, 음식 물 처리기를 주방 인테리어 소품으로 승화시킨 루펜리, 밋밋한 카드와 냉장고 표면을 화려하게 수놓은 입체영상표면 미래코 등이다. 이외의 기업들도 디자인 경영에 반응하여 여러 개인과 기업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돈을 쓰게 만드는 디자인 경영에만 관심을 둘뿐 그것 때문에 돈을 쓰는 개인(자신)의 경제활동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 디자인이라는 용어의 정의는 마치 '사랑'이라는 단어의 정의처럼 모호할 때가 많다. 이는 저마다의 인식과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디자인을 단순히 외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코레이션 정도의 개념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디자인의 개념은 '의미 부여' 이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여 디자인했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판매하는 저렴한가방과 백화점의 명품백은 서로 다른 가치를 나타낸다. 심지어 두 가방이 동일한 크기와 재질, 비슷한 외형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렇다.
- 살면서 위기는 늘 예측하지 못한 상태로 다가온다. 코로나19 발생 전 드라이브 스루는 편리했고, 코로나19 발생 후 드라이브 스루는 감염의 확산을 막아주는 안전한 방법으로 활용되었다. 단순히 시간을 단축하 고 편리함만을 제공하던 드라이브 스루의 아이디어는 위기상황이 되자 편리함을 넘어서 생명의 위협을 막는 보호 장치로 발전했다. 이렇듯 우리 경제에도 범용성 높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일상적인 행동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순간 매우 단순하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 공유경제에 대한 기본교육을 어려서부터 시키는 미국은 자녀가 자라면서 쓸모없게 된 장난감을 필요한 가정에 대가 없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내 아이도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아 사용했듯이 누군가에게 다시 물려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학교 수업에 사용되는 교과서도 대부분 학교로부터 빌려서 사용한다. 학년이 끝나 면 빌린 상태 그대로 다시 반납한다. 교과서에 자기 이름을 크게 적어 공식적인 소유권을 확보한 뒤,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를 하는 우리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렇게 학습된 공유에 대한 인식 덕분에 미국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질적 수준도 우리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편이다.
-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하버트 사이먼교수는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 “기존의 조건이 더 나은 것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라고 정의 내린 바있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그저 표면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디자인은 본질적인 부분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질이 바뀌면 표면도 점차 달라진다. 복잡한 경제 현상에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디자인경제학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상적 기반의 경제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있도록 경제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 요즘 기업은 창의적 경영활동을 위해 디자인 씽킹을 도입해 시스템을구축해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론에 의한 전략이 아닌 경험을 기반으로 전략을 디자인해나가는 과정이다. 경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빅데이터로 저장되어 다른 선택이 가능하도록 다시 디자인된다. 선진화된 시스템을 꿈꾸며 기업이 선택한 결정을 통해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은 개인 경제활동의 변화를 가져온다. 더불어 국가 경제시스템의 디자인도 조금씩 변형시킨다.
- 필름카메라로 유명한 코닥은 디지털카메라가 중심이 되어가는 세계의 흐름에서 “세계 인류는 필름카메라를 버리지 못할 것이다.”라는 예측을 하며 필름을 계속 생산하겠다는 선택을 했다. 안철수는 경영자 대신 정치인이 되겠다는 선택을 했다. 그 결과 그를 통해 하나로 뭉쳤던 지지자들이 양분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 우리의 이미지나 모습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디자인에 얼마만큼 민감하며, 얼마나 경제성 있는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 날 또 미래의 우리 모습이 변한다. 이것이 선택의 순간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 숭고함이란 폭풍우를 멀리서 보는 것처럼 공포와 즐거움이 섞인 감정이다. (버크, 영국 철학자)
- 댄 애리얼리는 "지금 우리가 사는 상업적 세상은 당장 무엇을 하라고 강요한다."라고 말했다. 당장 돈을 쓰라는 유혹에 둘러싸인 채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소비의 대상이 돈이 아닌 감정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에 대한 올바른 분석 없이 오늘도 우리는 많은 감정을 소비하며 지내고 있다. 친구와 주고받는 문자에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거래처와의 이메일에서, 눈앞의 고객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진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았을 뿐 엄청난 감정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 감정은 분명 소비된다. 누군가의 소비를 통해 내게 전달된 감정에만 집중하기보다 나의 감정을 어떻게 잘 소비하며 지내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자. 똑같은 연봉을 받지만 어떻게 쓰며 지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돈을 잘 쓰며 지내야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감정도 잘 소비해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누군가 보내온 이모티콘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는 우리는 이런 감정의 경제에 약하다. 감정도 단련해야 한다.
- 발터 슈미트의 '공간의 심리학'이란 책에는 시간을 가늠하는 햇빛이 없을 때 사람의 생활리듬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1960년대 행동생리학자인 위르겐 아쇼프는 햇빛이 들지 않는 수면실에 사람들을 격리하고 관찰했다. 그 결과 햇빛이 없는 환경에서는 25시간의 생활 리듬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시간을 조금씩 늦게 인식하고 행동했다. 햇빛이 인간의 생활 리듬을 조절하는 데 많은 부분을 기여하고 있다는 근거가 된다. 그동안 햇빛이 들지 않던 백화점은 하루를 25시간으로 늘려주는 쇼핑 판타지 공간이었던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외부 세계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 판타지를 경험하며 백화점 매출을 증대시키는 데 기여해왔다. 지금까지 창문이 없는 건축양식이 백화점의 전형적인 패턴이었다면, 이제는 유리창이 있는 백화점이 생겨났으니 업계에서는 창문이 있고 없는 두 부류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한다. 그동안 백화점이 창문을 만들지 않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텐데, 굳이 무리한 도전을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말이다.
- 스타벅스는 분명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지만, 그들의 경영철학과 전략에 '커피'는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스타벅스라는 매장의 공간을 더 의미 있게 구성할까에 초점을 맞춘다. 고객은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스타벅스를 찾지만, 무의식중에 스타벅스라는 공간을 방문하고자 했던 것이다. 핵심가치에 집중하여 전략을 세우면 비즈니스가 의외로 잘 풀린다. 스타벅스에서는 고객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커피가 제조된 것 같
다.” 라든지, “커피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의 컴플레인을 제기했을 경우, 커피 원가나 노동력을 계산하지 않고 손님이 원하는 대로 다시 만들어준다. 만약 스타벅스의 경영전략이 '공간'이 아닌 '커피'였다면 바리스타들은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손님과 대치했을지도 모른다.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0) 2020.08.11
성과지표의 배신  (0) 2020.08.07
플랫폼 승자의 법칙  (0) 2020.07.30
성공한 기업은 1원도 아낀다  (0) 2020.07.27
이상한 놈들이 온다  (0) 2020.07.27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