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시

etc 2023. 11. 19. 11:14

- 의사들(그리고 현대 의학)은 일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만 현대 의학이 이루어낸 성과의 상당 부분이 실제보다 더 부각되어 있다는 사실에 여러분은 놀랄지도 모른다. 지난 200여 년에 걸쳐 건강과 기대 수명 면에서 보인 주된 발전은 현대 의학 덕분이 아 니라 깨끗한 물 공급, 상하수도 분리, 충분한 식량 확보, 전쟁 억 제 등 공중보건과 정치 및 산업의 성취 덕분이다. 공중보건 조치 가 엄청난 혜택을 가져왔는데도 우리 사회는 건강에 훨씬 더 긍 정적인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공중보건 프로그램과 기타 예방 전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대부분의 자원을 개별화된 의료, 곧 기술 발전과 고가의 치료에 사용한다. 이를테면 비만은 제2형 당뇨, 심장 질환, 암, 관절염 등 여러 질환과 연관성을 보여 건강을 해치고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주범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식품 관 련 규제와 유인책을 수정하거나 비만 예방을 위한 대중 교육을 시행하고 '비만 유발' 문화를 바꾸는 식으로 비만을 공중보건의 문제로 대응하기보다는, 대중도, 의사도, 그리고 다른 의료 제공 자들도 고위험, 고비용의 의학적 치료에 초점을 맞춘다.
의료가 보편적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건강이나 삶의 질을 개선한 것은 아니다. 물론 많은 생명을 구한 소아 백혈병 항암 치 료라든가 고관절 치환술과 백내장 수술처럼 수백만 명의 삶의 질 을 향상한 대단히 성공적인 의학적 치료들도 있다. 하지만 그 밖 의 많은 의료 개입은 효과가 없고 심지어 해로운 것으로 입증되었 는데도 여전히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놀랍게도, 의료의 약 3분 의 1은 가치가 없고, 별도로 10퍼센트는 오히려 해롭다고 추정된다.

- 의사가 도움이 될 수 없다면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 (히포크라테스)

- 주요 의학 학술지에 2001년부터 2010년까지 게재된 의학 치료의 효과를 다룬 논문 2000편 이상을 검토한 연구가 2013년에 발표되었다. 표준 진료로 간주되는 것을 검증한 논문 363편 가운데 40퍼센트에서 표준 진료가 효과적이지 않음이 드 러났다. 효과가 없다고 밝혀진 그 치료법들은 전부 널리 사용되었 으며(다수는 여전히 사용됨)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완경(폐 경)이 된 건강한 여성에게 심장 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행하는 경우, 실제로는 심장 질환의 위험성이 상승하며 특히 치료 첫해에 그러하다. 또 다른 예로 당뇨 환자에게 심장마 비와 뇌졸중 위험을 줄여주려고 혈당을 고강도로 제어하는 경우 가 있는데, 그렇게 조절해도 사망률이나 심혈관계 예후가 개선되 지 않았고, 적어도 2건의 연구에서는 그보다 느슨하게 혈당을 제어한 사례에 비해 사망 위험성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음이 밝혀졌다.
- 불필요한 치료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도보다 훨씬 많이 행해진다. 결코 작지 않은 문제다. 미국의학연구소는 미국에 서 의료에 지출되는 비용 1달러당 30센트가 불필요한 치료에 쓰 이며 이는 연간 총 7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 외 여러 선진국의 경우도 비슷할 것이다. 병원 내 의료 과오의 가장 흔한 원인이 약물 이상 반응과 수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부분에서 만이라도 과잉 치료(불필요한 치료)가 일어날 여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예방 불가능한 많은 합병증을 예방 가능한 합병증 으로 전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 에게 불필요한 심장 스텐트를 삽입하는 일, 건강한 사람에게 전신 종합검진을 실시하는 일, 편도 절제술, 다양한 암 선별검사 등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면 거기서 발생하는 합병증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수백 년 동안 의사들은 자궁이 몸 속을 돌아다니면서 증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여겼다. 심지어 히포크라테스도 이에 대 해 기록했다. 실제로 '히스테리아'('자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hystera에 서 유래)라는 명칭을 보면 그 증상(불안, 숨가쁨, 실신, 불면증, 과민성, 초 조합, 성적 방종)이 '방황하는 자궁에서 왔음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진단을 내린 사람이 남성이었다는 점을 언급할 필 요는 없을 듯하다. 히스테리가 있는 불운한 환자는 그 치료로 자궁 절제술을 받았다. 이 시술은 오늘날에도 흔히 행해진다. 각기 다른 사유에서, 하지만 때로는 자궁내막증과 같이 여전히 의심이 가는 이유로 말이다. 1952년이 되어서야 미국정신의학회는 '히스 테리아'라는 용어를 삭제했다.
- 의사로서 필자들은 모든 통증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일상적인 관행에 미치는 영향을 목격해왔다. 부상 등으로 인한 급성 통증으로 아편유사제를 처방받고 그 뒤로도 계속 처방받는 의사로서 필자들은 모든 통증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일상적인 관행에 미치는 영향을 목격해왔다. 부상 등으로 인한 급성 통증으로 아편유사제를 처방받고 그 뒤로도 계속 처방받는 환자를 자주 본다. 이 환자는 머지않아, 약을 끊으면 쉽게 짜증이 나고 통증은 더 심해지며 종종 메스껍고 잠을 잘 못 잔다는 걸 알 게 되는데, 의사는 그런 증상이 원래의 부상 탓이 아니라 아편 유 사제 탓이라는 것을 모르고 약을 계속 처방한다. 역설적이게도 아 편 유사제는 문제의 원인이자 치료제이므로 계속 처방된다. 우리 는 환자에게 이러한 점을 설명하고 약을 끊게 하기가 얼마나 어려 운지 증언할 수 있다. 추가로 처방전을 써주는 것이 훨씬 쉽다.
이러한 아편유사제 이야기에서 가장 큰 반전은, 이 약물 이 애초부터 비암성 통증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비 마약성 진통제에 비해 통증을 더 완화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잦고 아편유사제 대다수가 사람들에게 신체적(아주 흔하게는 졸음과 변비), 심리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 의사들은 왜 이렇게 그릇된 행동을 할까? 힘들게 얻은 과학의 성과를 왜 존중하지 않을까? 첫째 이유로는, 이해하지 못하 는 대상은 불신하거나 의심해 묵살하기 쉬워서다. 과학적 방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연구가 다른 연구 혹은 자신의 경 험보다 진실을 알려줄 가능성이 더 높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연구를 묵살하고 경험과 전통의 익숙함으로 회귀하기 쉽다. 늘 해오던 대로, 남들 모두가 하는 대로 계속하기가 더 쉬운 것이다.
의학에서 비판적 평가와 문제 해결을 포함한 과학적 원리를 가르치는 것은 제대로 강조되지 않는다. 스스로 이러한 것을 찾아 배우는 의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전통적으로 임상 의료 훈련은 도제 제도가 그렇듯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모방 함으로써 배우는 과정이었다. 이는 병력 청취, 신체 진찰, 혈액 채 취, 정맥주사로 확보 등의 기술을 익히는 데 필수적이지만, 반면 에 자신이 하는 행위와 그걸 왜 하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법을 배우는 일은 덜 강조돼왔다. 정보에 즉각적으로 접 속할 수 있는 오늘날, 특정한 증상에 대해 가능성 있는 수많은 진 단명이나 정확한 약물 용량을 의대생이 배울 필요성은 줄어들었 다. 그러나 양질의 정보와 저질 정보를 구별하는 능력은 훨씬 더 중요해졌다. 새로 나온 정보가 이용 가능해졌을 때 그것을 찾고 평가하는 것을 평생 실천해야 한다.
의사가 최신 증거를 파악하고 임상 행위를 변경해야 하는 지 여부를 결정할 때는 반드시 과학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그 기술의 교육과 강화가 의학 교육에서 누락되어 있으며 많은 전문과에서 거의 논외로 취급된다. 과학 기반 진료의 역사가 풍성한 종양내과 같은 여러 전문과에서는 표준 교육에 속하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훨씬 뒤처져 있다. 모든 의학 분야에 걸쳐, 비판 적 평가 기술(연구 설계, 통계, 기타 연구 방법을 다루는 지식 등)은 좋은 의 료에 있어 필수적이다.
- 의료를 수행하는 현대적인 방법을 '증거 기반' 의학이라고 한다. 증거 기반 의학은 임상 경험과 환자의 가치관을 최선의 증 거와 합쳐 환자 개개인이 자신이 받는 치료에 대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다. 현대 의학은 과학에 대한 더 큰 존중을 요 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전통적인' 의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순히 임상 경험과 전통에 대한 신뢰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 상 충분하지 않다. 의사들은 임상 경험에 의존한 결과 종종 오류 에 빠졌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다. 처음 적용했을 때 '기적'처럼 보이던 새로운 치료법이, 더 엄격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기적이 아니라고 밝혀지는 경우는 흔하다.
이쯤 되면 여러분은 사실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 보이 는 치료법에 대해 사람들이 더 회의적일 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른 다. 그러나 전 세계의 환자들은 효과가 없다고 증명된 치료로 계 속해를 입고 있다(그게 아니라도 도움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 과학을 이해하면 어떻게 척추성형술이 초기에 그렇게나 기적처럼 보였는지도 알 수 있다. 평가하려는 결과변수가 환자의 판단(통증, 기능, 수면의 질)에 근거할 때 참가자와 연구자를 맹검 처리하지 않는 연구에서는 치료의 이점이 평균 25퍼센트 정도 과대 평가된다. 이는 척추성형술에 대한 초기 연구 결과가 위장 시술 대조 임상시험 결과와 완전히 일치함을 의미한다. 초기 연구에서 추정된 치료 이점이 위장 시술 대조 임상시험보다 평균적으로 약 25퍼센트 더 컸기 때문이다.
- 사람들은 관찰에서 나온 증거가 매우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치료 효과를 '알기' 때문에 더 객관적이고 실험에 의한 연구 가 필요하지 않다고 의사들은 흔히 주장한다. 그러나 실험에서 증 거가 도출되었을 때 그 결과는 종종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앞서 언급한, 괴혈병 치료를 위해 감귤류 과일을 쓴 유명한 연구에서 괴혈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다른 많은 치료법 (황산, 해수, 식초사 용)과 감귤류를 비교했다.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집단을 직접 비교한 연구가 필요 했다.
또한 테니스 엘보, 두통, 인플루엔자와 같은 많은 건강 문 제는 자기 제한적 self-limiting, 즉 치료를 전혀 하지 않아도 시간이 가면 호전되는데, 이에 속은 의사와 환자는 치료 효과가 있었다고 믿어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질병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질병의 '자연사然'라고 한다. 감기라든가 심각하지 않은 급성 요통 등에 대한 각종 치료가 효과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겉모습(관찰)은 과학실험 연구)에 의 해 드러나고 설명될 수 있는 환상이다. 그러한 상태에 있는 사람 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고 치료는 그와 무관하다.
사람들은 보통 증상이 가장 심할 때 의학적 도움을 구한 다. 예를 들어, 반복적이고 증상이 오락가락하는 무릎 통증이 있 는 경우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병원에 갈 것이다. 증상이 항상 최악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음에 병원에 갔을 때는 호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평균으로의 회귀', 곧 극단적인 것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균으로 돌아가는 경향이라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맥락' 효과라고도 하는 위약 효과이다. 일 부 임상시험에서는, 관찰된 이점의 최대 60퍼센트를 맥락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맥락 효과란,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와 그 치료를 믿으며 처방하는 의료인이 있는 것 등에 의해 결과 의 해석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맥락 효과란, 치료가 효과를 발 휘하는 쪽에 더 많은 것을 걸었을 때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치료를 받기 위해 큰돈을 썼다면 더 기꺼이 효과가 있다고 믿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주사나 수술과 같은 침습 치료가 알약 복용보다 훨씬 더 큰 위약 효과를 나타낸다.
-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위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위약 효과의 혜택을 얻을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요통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포르투갈의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참가자 의 절반에게 위약을 주었다. 그 사람들은 그것이 위약이라 들었고 위약이란 치유력이 전혀 없는 약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위약 을 알고 먹은 군에서 약을 먹지 않은 군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연구가 끝난 후 몇 사람은 어디에서 그 위약을 살 수 있는 지 알고 싶어했다.
- 치료 허무주의에서 과잉 치료까지
어떤 질환을 치료할 때든, 전부 다 효과가 있다고 믿고 따 라서 과잉 치료하는 것과 아무것도 효과가 없다고 여기는 치료 허 무주의 사이에 '최적의 지점이 있다. 지금의 의학은 이 스펙트럼 의 '과잉 치료' 쪽 극단에 가 있지만 항상 그랬던 건 아니다. 19세 기까지만 해도 의학이 이로움보다 해를 더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 많았다. 그들은 몸이 스스로 치유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강력 한 치료법이라고 믿었다. 저명한 회의론자인 볼테르가 한 말, "의 술은 자연이 질병을 치료하는 동안 환자를 즐겁게 하는 것이다"는 잘 알려져 있다. 치료법들이 대체로 효과가 없었던 그 당시에도 그것을 확고하게 믿는 사람들은 의사들을 높게 평가했다.
- 괴혈병에서의 비타민C, 구루병에서의 비타민D, 급성 감염에서의 항생제, 당뇨병에서의 인슐린과 같은 효과적인 치료법 이 더 많이 등장함에 따라 20세기에 치료 허무주의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그러나 이 개념은 20세기 후반 철학자이자 사회비평 가인 이반 일리치 같은 사람들의 글에 다시 등장했다. 일리치는 1975년 저서 《의학의 한계》(국내에는 《병원이 병을 만든다》로 번역 출간 됨-옮긴이)에서 건강과 기대 수명의 향상은 주로 위생, 영양, 공중 보건 사업 덕분이며 의사들이 제공한 치료를 모아보면 최종적으로는 피해를 초래했고 “의료 제도는 건강에 주요 위협으로 작용했 다"고 주장했다.
일리치는 통증, 고통, 죽음은 삶의 일부이며 의학이 삶의 이러한 측면을 통제해 사람들의 대처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했다. 그는 정상적인 삶을 의료화하는 과정에서 의료 자체가 야기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가리키는 '의인' 피해라는 용 어를 만들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우리가 목도한 기대 수명의 크나큰 향 상이 개인에게 적용되는 의료의 개선 덕분이 아니라 사회적·정치 적 변화에 기인했다는 견해에는 취할 점이 있다. 대규모 공공 정 책과 산업 혁명을 통해 깨끗한 식수, 상하수도 분리 및 하수처리, 농업 개선을 통한 식량 가용성 향상, 취사법 및 냉장을 포함한 보 관법 개선, 전쟁 및 빈곤율 감소 등의 성과가 나타난 것이 사실이 기 때문이다.
- 관상동맥 질환과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게 스텐트를 삽입하는 것이 가치 있는가를 놓고 꾸준히 벌여온 논쟁은 몇 가지 흥 미로운 전개를 보였다. 미국 정부는 국내 여러 병원과 의사가 불 필요한 치료에 든 비용을 메디케어 Medicare (미국 정부가 65세 이상 고 령자 등에게 시행하는 공공 의료보험옮긴이)에 청구해 정부를 속였다 며 소송을 걸었고, 결국 해당 병원과 의사들은 부정청구법False Claims Act으로 처벌받았다. 이런 일은 의료계에서 매우 드물지만, 이 법에 따라 조사받은 병원이 사기 혐의로 기소되지 않은 유사한 병원들에 비해 스텐트 시술을 더 큰 폭으로 줄였다는 점은 주목 할 만하다. 그러나 이 모든 증거와 처벌에도 불구하고, 고가에 도 움도 안 되는 심장 스텐트 시술의 시행 비율은 세계적으로 여전히 높다.
- 엑스선과 CT 검사 등 일부 검사는 환자를 방사선에 노출하며 혈액 채취조차 국소적인 혈종(멍)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검 사 자체가 직접적으로 신체에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검사를 통해 발견한 것이 해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는 정상인데 '비정상'으로 나오거나(즉 '위양성' 결과 발견할 필요가 없 는 전혀 무해한 것이 발견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서는 가정의 (일차진료의)가 수행한 임상병리검사의 절반 이 상에서 위양성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비율은 엄청 나게 높아 보이지만 설명이 가능하다.
- 대부분의 임상병리 검사에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특정한 값이 아니라 '정상 범위 내에 있다고 간주되는 값의 범위가 있으며 이는 검사 수행 방식뿐 아니라 연령, 성별, 인구 집단에 따 라 다를 수 있다. 전신에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 속 물질인 헤모 글로빈(혈색소)의 정상 수준을 생각해보자. 호주 적십자사에 따르 면 호주에서 정상 범위는 남성의 경우 130~180g/L, 여성의 경우 120~160g/L이다. 건강한 인구 집단에서 혈색소의 분포를 파악 한 후 대다수 사람들(95퍼센트)이 보이는 수준을 정상 범위로 결정 한다. 따라서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의 5퍼센트는 아무 문제 가 없더라도 정상 범위보다 높거나 낮다는 수치를 받게 된다. 다 시 말해 건강한 사람 100명을 검사하면 그중 5명은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결과를 얻게 된다.
건강한 사람들에게 검사를 더 많이 하면 할수록 위양성은 더 나올 것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 때만 검 사를 하면, 즉 검사 대상자를 더 까다롭게 선택하면 위양성 검사 결과의 발생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 법칙은 영상 검사에도 적용된 다. 영상 검사에도 몇 가지 '정상' 범위가 있다. 비정상으로 간주될 경우 암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추가 검사를 해야 하는 폐의 종괴 크기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 영상 검사의 가장 큰 문제는 '우 발종'(우연히 incidental 발견된 무해한 종괴-oma를 의학 용어처럼 들리게 만든 신조어옮긴이)이라는 이상 소견이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우발 좋은 나이를 감안하면 정상일 가능성이 높고, 위양성은 아니지만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는 상태이다.
앞의 두 경우 모두, 즉 위양성 결과를 받거나 실제로는 무 해한 '어떤 것'(즉 아무것도 아닌 것)을 발견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 수 있고 불필요한 불안과 심리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존재 하지 않는 질병을 치료하면 이후 상당한 신체 피해가 생길 수 있다.
- 예를 들면 CT나 MRI 검사에서 추간판 돌출이 나타날 있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면 추간판이 돌출되고 이는 통증과 전혀 무관할 수 있으므로 이 진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의사는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강력한 진통제를 처방하거 나 환자를 외과의사에게 의뢰하고 외과의사는 환자에게 수술을 제안할 수 있다. 영상 검사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상이 발견될 가 능성이 높아지므로 아무런 이득 없이 과잉 치료를 받을 가능성 역 시 높아진다. 요통으로 처음 병원을 찾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미국 에서 수행한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절반은 MRI 검사를, 나머지 절반은 엑스선 검사를 무작위로 받았다. 12개월 후 두 군 모두 정 확히 동일한 결과를 보였지만 MRI 검사를 받은 군은 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았다.
- 과잉 검사와 과잉 진단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다음에서 설명하듯 과잉 검사 없이도 과잉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검사를 많이 받을수록 과 잉 진단을 받거나 불필요한 진단을 받을 위험성이 커진다. 바로 종합적인 전신 건강 검진(이하 종합검진)을 받을 때 이런 일이 벌어 질 가능성이 있다.
-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합검진을 받는 사람들 대부분은 몸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않는다. 보통은 종합검진을 통해 심각 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고 건강을 관리하고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점에 설득된다. 안타깝게도 이는 헛된 약속이다. 종합검진 은 유익하지 않을뿐더러 무수한 잠재적 피해를 수반한다. 심각한 질병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 그릇된 확신을 줄 수 있다. 흡연자들이 건강하다는 말을 듣는다고 상상해보자. 그들은 금연하지 않 아도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검사 자체가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일 례로 2019년 호주에서 건강한 여성이 고용주가 권한 심장 정밀영 상검사를 받으려고 조영제를 주입받았다가 급성중증과민증(아나 필락시스)이 나타나 사망하고 말았다.
더 놀라운 것은 '숨은 문제'를 찾아낼 우려가 있다는 사실 이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종합검진을 제공하는 업체 중 하나인 헬스스크린HealthScreen은 '현재까지 의사들이 모든 환자에게서 숨은 문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광범위한 검진일수록 이것 은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숨은 문제는 대개 과잉진단된 소견들 로 해로운 심리적 영향, 불필요한 추가 검사 및 불필요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 맞춤의학
이제 자신의 유전 물질을 분석할 수 있다는 개념이 대중에게 팔리고 있다. 의사가 우리의 유전적 구성을 알면 조기에 이상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으며, 그 치료는 '맞춤형'이라는 개념이다.
‘맞춤 의학’(또는 ‘정밀' 의학)은 1990년대 후반에 인간 유전 체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온 결론으로 인식된다. 2000년에 사람들은 개인의 유전적 구성을 알아내면 많 은 질병을 예측, 진단, 치료할 수 있고 10~20년 안에 의료 방식에 혁명이 일어나리라고 예측했다. 다른 많은 검사보다 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인간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 만, 적극 홍보했던 그 혜택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일 유전자 변이로 설명되지 않는다. 질병은 훨 씬 더 복잡하며, 대다수 많은 유전자와 환경 간 복합적인 상호 작 용의 결과다. 즉, 대체적으로 특정 질병이 발생할 위험성이나 치 료에 대한 반응을 그렇게 '정밀하게 알아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맞춤 의료 사업은 과대 광고, 그것이 효과가 있기를 바라는 우리의 열망, 그리고 그 단순한 모델의 매력에 힘입어 번성해왔다. 건강한 사람들에게 주는 명확한 이점이 없는데도 인기를 끌었다.
- 과잉 진단
사람들이 병원에 가는 주된 이유는 자신이 느끼는 문제의 원인이 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설명을 듣기 위해서, 그리고 최선의 관리법은 뭔지 조언을 얻기 위해서이다. 의사는 환자의 병 력과 신체 검사, 때로는 혈액 검사나 엑스선 촬영, 정밀영상검사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 다음 진단을 내리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적절한 치료를 제안한다. 그러나 종종 의사들은 환자 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해를 끼칠 수 있는 불필요한 진단을 내린 다. 이것이 바로 '과잉 진단'이다. 불필요한 진단은 '과잉 검사'를 하든 하지 않든 나올 수 있다.
과잉 진단과 오진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진은 잘못 된 진단이다. 예컨대 암이 없는데 암으로 진단하는 것이다. 반면에 과잉 진단의 경우 진단 자체는 옳다. 암이 실제로 있기는 한데, 너 무 작거나 느리게 자라서 평생 동안 모르고 살 수 있었을 암이다. 과잉 진단에서는 진단과 그에 따른 의학적 개입이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지 않는다.
암이 아닌 질환에서는 과잉 진단과 오진의 구별이 다소 까 다롭다. 이론상으로는 더 좋게 들리는, 민감도가 높은 검사는 오 히려 오진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로포닌(심장이 손상되었을 때 혈류로 누출되는 심장 근육 효소)에 극도로 민감한 검사에서는 정상 인도 많은 경우 트로포닌 수치 상승을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심장마비를 겪었다는 의미로 잘못 해석될 수 있다. 또 이런 검사는 과잉 진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해상도 CT 혈관 조영술은 아주 작은 폐동맥에서 조그만 색전(혈전)을 감지할 수 있다. 이 혈전은 너무 작아서 어떤 경우가 문제가 될 수 있고 어떤 것이 '정상' 범위 내에 있는지를 두고 영상의학 전문의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다. 현재 이런 혈전이 더 많이 발견되는데, 그것이 해를 끼치지 않 을지라도 의사는 (내출혈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혈액 희석제로 환자를 치료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 한국에서는 여러 암에 대한 국가 암 검진 사업이 1999년에 시작되었는데, 갑상선암은 해당 목록에 없었지만 비용을 약간 만 더 지불하면 검사를 받을 수 있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
었다.
그에 따라 많은 환자들이 갑상선암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처방하고 대개 자기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는 일차진료 의사들에게 좋은 일이었다. 그 밖에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는 다른 사 람들과 더 비싼 검사(MRI 및 더 비싼 PET)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반 가운 일이었다. 검진을 홍보하고 치료비를 받는 병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갑상선 제거로 돈을 버는 외과의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갑상선암 발생률을 조사해보니, 1993년에서 2011년 사이에 15배 증가했다. 특히 정부가 암 검진을 강화한 후 급격히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공격적으로 검사를 했느냐 에 따라 지역별로 암 발생률이 달랐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갑상 선암 '유행'이 실제로 암 발생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검진 으로 발견되는 건수가 증가해서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달리 말 하면, 검진으로 발견된 암은 이전 같았으면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 고, 그중 많은 암은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 상황은 더욱 이상하게 돌아가서 갑상선암이 한국에서 발생률 1위인 암이 되었다. 매년 4만 명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고,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이었으며, 젊은 여성한테서 지나치게 많이 진단되었다. 참고로 다른 나라에서는 갑상선암이 가장 흔한 암 근 처에도 못 간다. 그렇게 진단받은 사람들은 진단만으로는 부족하 다는 듯이, 거의 모두가 갑상선 절제술(갑상선 전체를 외과적으로 제거 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자체의 합병증은 차치하더라도, 그 사람 들에게는 더 이상 갑상선이 없고 모든 사람은 살기 위해 갑상선 이 분비하는 호르몬이 필요한 까닭에, 이들은 평생 갑상선 호르몬 제를 먹게 된다. 다른 합병증으로는 말하는 능력을 저해하는 성대 마비가 수술받은 환자의 2퍼센트에서 나타나고, 부갑상선 호르몬소실(갑상선을 제거하다가 실수로 조그만 부갑상선들을 제거해 발생)이 11퍼 센트에서 나타난다. 부갑상선 호르몬은 칼슘과 뼈의 강도 조절에 필수적이다. 부갑상선이 제거되면 모니터링을 면밀히 해야 하고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갑상선암을 찾아내려 들면 이러한 현상은 생기기 마련이 다. 모든 사람의 약 3분의 1이 작은 갑상선암을 지니고 있다는 사 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며, 그중 대부분은 결코 치명적이 지 않고 다른 문제도 전혀 일으키지 않을 만한 것이다. 갑상선암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의 갑상선을 보면 평생 동안 발견되 지 않은 갑상선암이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 도 이미 알려진 지 오래다.
- 비정상적으로 높은 전립선특이항원PSA 혈중 수치는 전립선암의 존재를 시사할 수 있지만, 의학에서 대체로 그러하듯 암으 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전립선암이 없는 사람도 PSA 수치가 높을 수 있으며 많은 남성이 나이가 들수록 더 흔하게 전립선암을 가 지고 있다. 갑상선암과 마찬가지로 평생 전립선 관련 문제를 겪지 않았던 남성 사망 후 부검해보면 전립선암이 매우 흔하게 발견 된다.
PSA 검사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크게 유행했고 그 결과 더 많은 남성들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그중 다수가 수 술(전립선 절제술)로 암을 제거했지만 매년 전립선암으로 사망한 사 람의 수는 비슷했다. 암을 더 많이 진단해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한 것은 아니란 뜻이다. 전립선암에 걸린 남성을 더 일찍, 더 많이 발 견해서 치료하면 사망자 수가 줄어들 거라 예상했을 것이다. 의사 들은 이제 전립선 절제술이 지나치게 많이 시행되었음을 안다. 그 래서 오늘날 외과의는 수술 대상을 훨씬 더 까다롭게 선택한다.

- 의학에는 과학뿐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이 있음을, 온정과 공감과 이해심이 외과의사의 칼이나 약사의 약을 능가할 수 있음을 명심하겠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 때로 치유하고, 자주 치료하며, 항상 위로하라. (히포크라테스)
- 과학이 없는 돌봄은 선의의 친절이기는 하나 의료는 아니다. 반면 돌봄이 없는 과학은 의료에서 치유를 내쫓고 먼 옛날부터 이어온 이 직업의 위대한 잠재력을 부정한다. 과학과 돌봄은 서로를 보완하며 의사의 기술에 필수적이다.  버나드 라운(미국의 심장 전문의)

- 의사들이 공감을 발휘하지 않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이 문제는 질병을 순전히 물리적으로 식별 가능한 단일 원인에 의한 결과로 보는 질병-질환 패러다임에서 비롯한, 매우 기계적 이고 '환원주의적'으로 의료에 접근하는 방식에 기인한다. 이 방 식에서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정수까지 파고들어 진단을 내 리고 그 진단을 겨냥한 특정한 치료 수행에 초점을 맞춘다. 의학 교육에서는 돌봄의 비특이적이고 대인 관계적인 측면보다 이러 한 측면에 더 방점을 찍는다. 즉 환자가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해 주고, 환자의 두려움에 근거가 없다면 그렇다고 보장해주며 환자 의 불안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측면보다 기계적 인 치료의 측면을 강조한다는 얘기다.
- 의사는 진단할 때부터 말로서 환자의 두려움을 아주 쉽게 끌어올릴 수 있다. 관상동맥이 좁아진 환자에게는 '가슴에 시한폭 탄이 있다'고, 척추에 정상적인 퇴행성 변화가 있는 환자에게는 '척추에 디스크가 여러 개 파열됐다'거나 '엉망진창이다'라는 식 으로 말할 수 있다. 환자에게 불확실성을 심어주거나 부풀리는 데 에도 언어를 이용할 수 있다. 즉 '어느 쪽이든 될 수 있습니다' 또 는 '우린 알 수 없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며 환자를 가장 가까이 존 재하는 확실성, 바로 치료로 유도한다.
말로 드러나지 않은 것은 더 은밀하게 영향을 준다. 혈관 조영술이나 MRI의 결과지를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경험 이 될 수 있다. 그 결과지에는 '좌측 주관상동맥 50퍼센트 협착’ 또는 '여러 위치에서 추간판 변성'과 같은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의 사가 이러한 소견의 의미, 즉 대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한, 환자는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고 두려 워하게 마련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밀영상검사 결과지에 의 학 전문 용어를 쓰면 환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자신의 상태를 더 심각하다고 인식해서 더 침습적인 치료와 추가 검사로 기울게 된 다. 한 연구에서는 MRI 결과지에 나온 무해한 변화를 설명할 때 더 명확하고 덜 '감정을 자극하는 언어를 사용하면 환자의 걱정 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치료 선택지를 제시할 때 의사는 자기가 하는 치료가 실 제보다 더 좋고 덜 해롭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언어가 의사 본인에게는 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언어 는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형외과의사는 환자에게 골절 을 '고정하는fix' 수술과 그냥 놔두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함으 로써, 수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불분명하더라도 골절 수술을 쉽 게 받아들이도록 만들 수 있다. 외과의사는 선반을 벽에 고정하는 (또는 붙이는) 것처럼 나사와 지지판을 사용해 뼈를 안정화시키거 나 고정하는 외과적 맥락에서 '고정x'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 러나 환자는 이 단어를 '고치다' 또는 '좋게 하다'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놔두는 것'을 환자는 부정적인 관점에서 '방치'로 해석할 수 있는 반면, 외과의사 입장에서는 수술만 하지 않을 뿐, 팔걸이나 붕대나 깁스(석고 고정)를 적용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의사가 치유와 기능 회복의 측면에서 두 치료법이 비슷하다는 점 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수술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말로 드러나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스텐 트가 막힌 동맥을 '뚫는다'는 말 자체는 그것이 가장 이득이 되는지 어떤지에 대해 환자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이 말은 뚫는 시술은 좋은 것이고 뚫지 않는 것보다 나음을 암시한다. "다행히 내일 비는 시간이 하나 있으니 바로 할 수 있겠네요"처럼 긴박함을 조 장하는 말 또한 환자를 치료 쪽으로 밀어붙인다.
- 또한 의사는 치료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설득력 있는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제시한 치료법이 '가장 최신', '지금 다들 하고 있는 것', '특별히 환자분의 질병을 표적으로 한 다', '현재 매우 안전하다'라고 하는데, 이런 말이 그 효과나 실제 안전성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또한 '현재 이 치료법에 대한 연구 가 꽤 많이 나와 있다'는 말 역시 그 연구가 이 치료법을 지지하는 지 여부는 알려주지 않으며, 그저 환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게끔 한 다. 의사는 영업 사원과 마찬가지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의사 결정 을 안내하는 데 시간을 들인다. 이런 말을 거듭하다 보면 자신이 바라는 바를 환자에게 투사하기가 수월해진다.
- 물론 의사는 긍정적인 방식으로도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MRI에 나타난 변화가 환자의 연령대에서는 정상이며 증상과 무 관하고 예후가 좋으니, 간단한 비수술적 치료를 하는 편이 좋고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이렇게 해 환자를 안심 시키고 스트레스 수준을 낮춘다. 의사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 면서 진정성 있는 관심과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 '모른다'고 말하기를 수치스러워하지 않겠습니다. 환자의 회복을 위해 다른 의사의 솜씨가 필요할 때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좋은 치료이다. (히포크라테스)
- 치유 과정의 증거와 관련해 ・・・비교할 기준으로서 질병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는 사람은 없다. (찰스 다윈)

- 통증은 흔한 증상이며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관심사이다. 그러나 예견되거나 '정상적인' 통증까지 포함해 통증을 과도하게 치료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해가 되기도 했다. 지금의 아편유사제 유행은 통증을 근절해야 하는 질병 또는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취 급하는 것에 근본 원인이 있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의료에서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그리 간단하지 않으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흔히 나타난다. 의사들은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통증이 만연하다고만 생각했지, 통증을 과도하게 치료했을 때 발생할 역설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통증은 해로운 자극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으로, 건강 유 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주 뜨거운 난로에 손을 올려놓는 것 과 같은 피해를 미리 회피하게 해주는 명백한 이점 말고도 통증 에는 이점이 있다. 수술 후에는 통증 덕분에 수술 상처를 더 의식 하게 되고 보호하려고 애쓰게 된다. 그런 통증을 지나치게 억제하 면 상처를 덜 의식하게 될뿐더러 호흡 기능이 저하되어 음식이 잘못 넘어가거나 토할 수 있고 폐를 적절하게 팽창시키거나 비워내 지 못하다가 아예 호흡이 멈출 수도 있다. 수술 후 통증 조절을 너 무 많이 받아서 사망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수술을 받고 일반 병 동에서 치료 중인, 수술 받은 걸 제외하면 건강한 사람들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다. 잠자는 동안 잠깐씩 호흡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증 과 같은 질환으로 호흡 문제가 일어나기 쉬운 사람들의 경우 특히 문제가 된다. 호흡 기능을 떨어뜨릴 정도로 통증을 억제하는 것은 아편 유사제가 사망을 유발하는 방식이다. 통증을 '비정상'으로 보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난다.
- 사고방식을 질병-질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문제를 관리하는 더 건설적인 방법으로 전환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증 명되었다. 건설적인 방법이란 통증이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확 신을 주고, 삶의 정상적인 부분임을 받아들이며, 회복력과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다. 질병질환 패러다임은 '환원주의적 접근 방식 에 기반한 행동 방침을 취하도록 의사를 압박한다. 즉 의사는 단 일한 진단 또는 원인을 찾아, 가능한 모든 원인들에서부터 좁혀 들어간다. 사람이 요통을 호소할 때 그 원인으로 몇 가지 심각한 질환을 분명 고려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심각한 질환이 원인인 경 우는 드물고 (1퍼센트 미만) 임상적으로 철저하게 조사해보면 대부 분은 원인이 쉽게 발견되거나 심각한 게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 요통은 너무나 흔해서 많은 사람들이 매일 통증을 느껴도 진단이나 치료를 구하지 않는다. 절반 이상은 병원에 한 번도 가 지 않는다. 그런데 사소한 증상 변화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그의 미를 끝없이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증상이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한다. 그들의 삶은 통증 때문에, 정확히는 통증을 해석하고 그에 반응하느라 멈춰버릴 수 있다.
요통이 있는 사람들은 움직이기를 흔히 겁낸다. 움직이면 통증이 악화되거나 허리에 다시 손상이 가지 않을까 염려하고 나 아가 분명 문제가 악화될 거라 여기기도 한다. 이런 믿음을 비롯 해 우울증, 낮은 직업 만족도 같은 비신체적 요인을 보면 요통 때 문에 무력해질 가능성을 상당히 예측할 수 있다.
- 우리 사회는 심각하지 않거나 '비특이적'인 요통 진단에 정착하지 못하고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가 만연해 있으며 이는 산 업과 직결된다. 제약 회사, 약사, 영상의학 전문의, 병원 소유주, 수술 장비 제조업체, 다양한 유형의 의사와 물리치료사, 카이로프 랙틱 치료사, 심리학자 등 많은 의료 종사자와 의료업체에서 요통 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그 작동 방식은 이러하다. 요통이 생겼고 그것이 걱정되는 사람이 의사나 기타 의료 전문가를 찾아간다. 그 의료인은 '모르 겠다'고 말하지 않고 검사를 추천한다. 과거에는 이 검사가 대개 일반 엑스선 검사였지만 요즘에는 CT나 MRI 검사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검사 결과지에는 연령에 따른 정상적인 변화 소 견이 다수 언급되며, 보기에는 걱정스럽지만 요통과는 무관할 수 있는 의학 용어도 많다. 결국 그 용어들 때문에 추가 검사를 받거 나 전문의에게 의뢰된다.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은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모 른다고 말하기가 불편할 것이다. 그런 말 대신 본인 분야나 전문 과에서 선호하는 진단명을 줄 수도 있다. 카이로프랙틱 치료사는 척추 부정렬 문제로, 물리치료사는 약한 몸 중심 근육의 문제로 진단할지 모른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후관절 관절염으로, 통증 의학 전문의는 신경병성 통증으로, 외과의는 퇴행성 디스크로 인 한 불안정성 또는 신경 압박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당연히 이러한 진단에는 해당 의료 분야마다 맞춤 치료법 이 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증상을 개선하지 못한다는 것이 엄격한 과학적 시험을 통해 입증되었거나 아직 엄격한 시험 을 거치지 않았다. 진단명이 붙는 것만으로도 처리해야 할 '문제' 가 있다는 생각이 강화된다.
- 두통 역시 의사가 모른다고 말하는 편이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 흔한 증상이다. 요통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두통에는 식별 가능한 원인이 없으며 대부분 일시적이다. 두통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증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한다. 그리고 의사들은 자기 역할이 두통에 대해 설명하는 것, 또는 적어도 그 두통이 일 차진료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두통의 약 0.1퍼센트에서 발견되는 유해한 원인에 기인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환자는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라는 매우 유사한 일방통 행 경로로 갈 가능성이 높다.
목 엑스선, 뇌 정밀영상검사, 혈액 검사, 부비동 정밀영상 검사, 안과 검사, 정신과 검사 등에서 발견되는 많은 것들로 두통 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에서 보이는 많은 소견은 두통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대개 의사들은 그 소견이 두통의 원인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을 그저 치료한다.
- 불필요한 치료를 피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를 치료하지 않는다고 돌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의사들 이 치료하지 않는 쪽보다 하는 쪽으로 기우는 흔한 이유는 치료하 지 않는 것을 선택지에 넣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가 선호하는 치료 법이 효과가 없다는 말을 들으면 일반적으로 의사는 “그게 아니라 면 우리가 무엇을 하길 바라나? 우리는 뭔가 해야 한다"라고 대답 할 것이다.
의사들은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대안을 못 볼 때가 많다. 아예 선택지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점과 해로움을 저울질해 치료를 결정한다면 선택지 중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선택 지가 포함된다. 다른 치료 선택지와 마찬가지로 치료하지 않는 것 에도 따져볼 만한 잠재적인 이점과 피해가 있다. 그리고 이점과 피해의 용어를 써서 환자에게 설명하고 가까운 장래에 상황을 재 평가할 수 있음을 연민과 자신감을 담아 전할 때, 치료를 하지 않 는 것은 환자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치료하지 않는 것은 실패가 아닌 성공일 수 있다. 건강 관리를 잘하는 것일 수 있으며, 환자를 불필요한 해로움에 노출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 내가 태어난 스코틀랜드에서는 죽음을 임박한 것으로, 내가 교육받은 캐나다에서는 죽음을 불가피한 것으로, 지금 사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죽음을 선택적인 것으로 여긴다. (이언 모리슨(미래학자))
- 환자의 사생활을 존중하겠습니다.
환자의 비밀을 세상이 알게 된다면 환자는 내게 그것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생사 문제에 각별히 신중해야 합니다. 생명을 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사할 뿐입니다. 생명을 앗아갈 힘이 내 능력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극히 겸허하게 자신의 나약함을 의식하면서 이 막중한 책임을 대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신 놀음을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 태아곤란증 모니터링
분만 중에 심박-자궁 수축 감시 장치 cardiotocograph, CTG 라고 하는 전자식 태아 감시기를 사용해 태아의 '곤란증'을 모니 터링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실시간으로 태아의 심장 박동과 자궁 수축을 알려주므로, 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태아곤란증을 감지하 기에 유용하며 태아에게 발생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연 구에 따르면 불필요하게 사용하면 태아 사망 위험성은 줄이지 못 하고 제왕절개 가능성만 높일 수 있다. 객관적인 과학 연구에서 개입하지 말라고 말하건만 의사들은 왜 개입하는 경향이 있을까? 불확실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완벽하지 않은 임상 결과와 소송을 겁내기 때문에 개입을 한다. 의료 패러다임은 위험 회피적이므로 개입할 계기나 이유를 찾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 미숙아에게 산소공급하기
최근까지 만연했던 시술 중에 조산에서 흔한 문제인 혈중 산소 농도가 낮은 신생아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시술이 있다. 이론 적으로는 호흡 문제가 있는 아기를 돕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산 소를 공급받은 신생아와 보통의 실내 공기를 공급받은 신생아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산소를 공급받은 아기의 경우에 실명과 같 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과 사망 위험성이 더 높다. 이제는 그보 다 더 심각한 경우에만 산소를 공급하며, 산소 공급량이 과다하면 해로울 수 있으므로 면밀하게 조절한다. 이 경우는 좋은 의도만으 로 도입된 의료 개입의 사례로, 증거의 뒷받침도 없이 도움이 될 거라 추정되었고 의도하지 않은 유해한 결과를 초래했다.
- 제왕절개율의 증가는 비만율 증가, 임신부의 연령 증가등 여러 이유로 정당화되었지만 대부분은 그것으로 설명되지 않 는다. 태아 둔위(태아의 머리가 아닌 엉덩이나 발이 자궁 출구 쪽에 위치한 경 우), 분만 진행 부전, 이전의 제왕절개 등 더 전통적인 이유도 반드 시 맞는 것은 아니다. 둔위 출산은 우선 질식분만 vaginal delivery으 로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다. '분만 진행 부전'은 과잉 진단 되고 있다. '한 번 제왕절개면 계속 제왕절개'라는 격언은 제왕절개가 3배로 증가한 1970년대에 나왔는데, 높은 출혈 위험성 등과 같이 설득력 있는 이유가 없어서 문제시된 지 오래다. 그러나 제왕절개 가 여전히 흔하게 권장되는 것은 소송 비율의 증가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 제왕절개 남용을 왜 우려할까? 분명 제왕절개술은 안전하고, 또 조금이라도 의심이 든다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제왕절개 를 해야 하지 않을까? 늘 그렇듯, 그 피해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 제왕절개는 예전보다 훨씬 안전하지만 위험성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제왕절개는 엄연히 수술로서 마취 합병증, 수술 상 처 감염과 파열, 혈전 등 모든 수술에 따르는 일반적인 위험성을 다 갖고 있다. 더 구체적인 합병증으로는 출혈 과다, 자궁 감염, 요 로 감염, 요관(신장과 방광을 연결하는 관)이나 방광 등의 주변부 손상 이 있다. 드문 경우지만 합병증으로 자궁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자 궁절제술)이 생길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당사자인 여성이 향후 임 신을 계획 중인 경우 치명적이다. 호주에서 2003~2014년에 출 산한 여성 1만 명 중 6명이 제왕절개술과 자궁 절제술을 같은 입원 기간에 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발생하는 합병증은 자주 경시된다. 엄마와 아기가 퇴원해 의사를 만날 필요가 없어진 이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발생한다. 우선, 제왕절개로 인한 자궁 반흔(흉터) 은 이후 출산 1000건 중 5~7건에서 자궁 파열로 인한 심각한 합 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앞서 제왕절개로 출산한 경우 다음번에도 제왕절개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며, 그 결과이기도 하다. 즉 눈덩이 효과인 것이다. 전치태반(자궁 하부에 위치한 태반)과 유착 태 반(태반이 자궁벽 속으로 자라며 분리되지 않음) 모두 출혈을 일으킬 수 있 으며 후자는 종종 수술이 필요하다. 자궁 반흔 문제는 후속 제왕절개술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따라서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또 한 수술 부위의 지속적인 통증, 절개부 자궁내막증(제왕절개 흉터에 서 자궁내막이 증식), 자궁벽의 비후, 수술 흉터로 인한 장폐색 및 흉 터 주변 감각 저하 등이 생길 수 있다.
산모에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외에 아기에게도 부작용 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면역 기능 저하, 비만, 호흡 곤란, 엄마와 아기 간 유대감 부족, 모유 수유의 어려움 등이다. 덧붙여, 비용적인 부분도 문제인데 제왕절개가 질식 분만보다 비싸다.
- 유도 분만
현재 호주에서 대부분의 출산에 여러 의학적 개입이 이루어진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제왕절개 출산을 제외하고, 분만의 약 절반은 어떤 방식으로든 유도된다. 한 예로 의사들은 출산에 임박하면 자궁경부가 시간당 1센티미터씩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출산에 관한 실 무지침 (의료화의 또 다른 예)을 적용하는데, 조사 결과 자궁경부 확 장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괜찮은 것으로 밝혀졌다.
분만유도 역시 과도하게 행해진다. 2004년에서 2018년 사이 호주에서는 20~34세 초산부 중 아기의 출생시 재태연령 이 37~41주인 경우의 약 43퍼센트가 유도 분만을 했다. 분만 유 도는 출산 예정일이 훨씬 지났을 때만 유익할 텐데 모든 분만에서 흔히 사용되며 대부분 불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게 해가 될 까? 그렇다. 그런데 아마도 가장 중대한 피해는 분만 유도가 흔히 제왕절개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의료 개입이 또 다른 개입을 부르는 사례다.
출산 과정에 의학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산모와 신생아의 생존과 건강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하나씩 따로 놓고 보면 도움이 아닌 해를 입힌 경우도 있다. 더 광범위한 연구에 따르면 의학적 개입이 수반된 출산에서 산모와 신생아의 합병증 발생률 이 더 높았으며, 심지어 산모 중 일부는 애초에 상태가 더 안 좋았 다는 사실을 분석에 반영해도 그러했다.

- 모든 사람은 죽는다. 이것은 인생에서 유일하게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망을 의료화하는 것은 사망을 질병이나 부상 탓 으로 돌리고 치료로 예방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문제 다. 이렇게 되면 의사들은 죽음을 실패로 여긴다. 죽음의 불가피 성이 의학적 치료 모델에 항상 반영되지는 않는다. 잘 반영되지 않는 사항에는 환자의 바람도 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기가 환 자와 같은 상황이라면 원했을 수준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치료를 말기 환자들에게 제공한다고 말한다. 말기 질환을 앓는 의사들은 본인이 환자들에게 해주었던 것보다 치료에 시간을 적게 들이고 병원에 더 짧은 기간 입원한다.
- 불치의 암에 걸린 환자에게 공격적인 치료를 하는 이면에는, 항암 화학요법 (받는 동안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음)에 드는 시간만큼 수명이 연장된다면(수명의 양적 증가) 그렇게 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 이 깔려 있다. 분명 어려운 결정이지만 그 전제가 언제나 옳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는 환자가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놓고 이야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환자에게 더 좋고 사회에도 좋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임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암 환자의 죽음의 질이 향상되고 무모한 집중 치료가 크게 감소하 며, 따라서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환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의견을 묻지 않으면 환자는 자신의 임종을 관리할 책임을 의사에게 넘기는 경향이 있는데, 의사도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항상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은 결국 다른 질병을 치료하듯 죽음에 대처하게 된 다. 즉, 죽음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 두려워하고, 물리치고, 통제해야 할 적으로 대한다. 의사는 죽음에 이르도록 그냥 두는 것을 환자 돌봄에 실패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 만 죽음과 임종은 삶의 일부이지 삶의 반대가 아니며 좋은 죽음은 좋은 삶의 일부이다.

- 내가 발열 차트나 악성 신생물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가족과 경제적 안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있음을 명심하겠습니다. 아픈 이들을 제대로 돌보려 한다면 질병에 관련된 이러한 문제들도 나의 책임하에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알프레드 코르집스키(폴란드·미국 철학자))

- 콜레스테롤을 측정하는 혈액 검사나 뼈가 얼마나 성긴지 측정하는 골밀도 검사와 같이 많은 위험 인자는 검사에서 도출되 고숫자로 표현된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나 고혈압은 심장마비 와 뇌졸중의 위험 인자이지만, 이러한 위험 인자를 치료한다고 해 서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완전히 예방되거나, 그 치료가 다른 문제 를 일으키지 않으리라고 추정해서는 안 된다.
환자가 아닌 숫자를 치료할 경우 우리는 두 가지 난제에 봉착한다. 첫 번째 난제로, 치료 효과를 판단하는 데 더 중요한 결 과 지표보다 대리 지표를 사용할 위험성이 있다. 통상적인 진료에 서 이를테면 환자는 사망했는데 골절은 나았다거나 환자의 증상 은 호전되지 않았는데 수술은 성공했다고 의사가 말하는 것과 같 다. 임상시험에서는 중요한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연구자가 더 빨리 측정할 수 있는 대리 결과변수를 대신 선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자는 대리 결과와 더 중요한 최 종 결과 사이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고 가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두 번째 난제는 질병이 없는데 위험 인자를 치료할 때 발생한다.
많은 검사에서 '정상'은 해당 통계 기법상의 한계 또는 전 문가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임의적으로 정의될 때가 많다. 그렇더 라도 정상 범위는 개인마다 상당히 다르며, 사람에 따라서는 평균 인구의 정상 범위 밖이어도 정상일 수 있다. 동일인을 반복적으 로 검사해도 퍽 다양한 수치가 나올 수 있다. 가령 혈압 수치는 집 에서 측정했는지 병원에서 측정했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혈압 등 많은 생리적 척도는 하루 중 언제 측정했는지, 또 음식이나 음 료 섭취, 운동과 스트레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같은 환경에서 5분 후에 다시 측정해도 다른 혈압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이 점은 혈액 검사도 마찬가지라서 판독기나 검사실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검사 측정에 사용되는 기계의 오차 때문에도 바뀔 수 있다.
- 전립선암에 대한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 역시 이와 비슷한 위험 신호를 발한다. PSA 수치 상승을 통 해 발견된 일부 전립선암 환자가 수술을 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검사가 더 나은 결과의 가능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애 초에 검사를 받지 말아야 한다. 전립선 제거 즉 전립선 절제술의 이점은 보통 전립선암 사망률이 더 낮은 것으로 또는 전립선암 생 존율이 높은 것으로 측정된다. 그러나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에 우 리는 전립선암으로부터 생명을 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데 맞춰야 한다. 그게 다다.
- 좁아진 동맥을 넓히거나 우회하는 시술은 환자가 아닌 대리 결과를 치료하는 전형적인 예다. 뇌로 가는 동맥인 경동맥이 좁아지면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뇌졸중이 생길 수 있다. 1970년 대에 개발된 동맥 우회술은 뇌졸중을 앓았거나 좁아진 경동맥으 로 뇌졸중 발생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한동안 널리 사용되었다. 초기 연구에서는 동맥의 혈류 및 뇌파검사electroencephalo- gram, EEG로 측정한 뇌의 전기 활동과 같은 여러 대리 결과변수에 근거해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몇 년이 지나서야 수준 높은 무작 위 임상시험에서 우회술과 좁아진 혈관을 그대로 두는 것을 비교했다. 이 연구를 통해 해당 수술이 중요한 결과인 사망과 뇌졸중 중 어느 것도 개선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몇 집 단은 수술을 받고 상태가 더 나빠졌고 대체적으로 수술을 받은 집 단이 더 일찍 사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의사들은 환자를 도우려는 간절한 마음에서 대리 척도를 사용한 증거에 의존했고, 그에 따라 많은 환자들이 해가 될 수도 있고 실질적인 이득은 없는 치료를 받았다. 이러한 결과는 3장에서 살펴본,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게 시행한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의 경우와 유사하다.
- 상의 남성에게 권장된다. 골다공증은 젊은 여성의 평균 골밀도보다 2.5 단위 (표준 편차) 이상 낮은 골밀도로 정의된다. 의료 재원 조 달 주체는 이 기준점을 이용해 골다공증 판정을 해서 해당 치료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 기준점 아래로 한 단위씩 골밀도가 떨어지면 골절 위험 은 약 2배씩 증가하지만, 낮은 골밀도는 여타 몇 가지 요인과 비 교했을 때 골절과 강한 상관관계는 보이지 않는다. 골절이 일어나 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연령 증가, 최소외상성골절의 과거력, 자 꾸 넘어지는 경향이다. 골밀도가 낮은 많은 사람들이 골절을 겪지 않는 반면, 골밀도가 정상인 많은 사람들이 골절을 겪는다. 골밀 도를 문제 삼고 거기에 집중하면(따라서 성긴 뼈에 대해서만 대응하면) 낙상을 줄이는, 즉 애초에 낙상을 예방하는 것과 같은 진짜 쟁점 을 가려버릴 수 있다. 낙상 예방은 카펫 · 전선 · 가구재배치, 조명 개선, 백내장 치료, 안경 착용, 약물 조정, 신체 균형과 근육 및 뼈 강도를 향상하는 운동 실천과 같은 간단한 조치로 가능하다. 측 정 가능한 숫자 치료에 집중한다는 것은, 골다공증 치료가 골밀도 를 올리는 값비싼, 때로 유해한 약물에만 집중됨을 종종 의미한다

- 가능한 한 질병을 예방하겠습니다. 예방이 치료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 모든 사람에게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절한 영양과 운동을 제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건강으로 가는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은 셈이다. (히포크라테스)
- 질병을 치유하는 사람이 가장 능숙할 수 있지만, 질병을 예방하는 사람이 가장 안전한 의사이다. (토머스 풀러(17~18세기 영국 의사))

- 가령 심장마비를 생각해보자. 심장마비는 한때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원인으로 꼽혔지만 1970년대 이후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속적으로 줄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 감소 요인이 관상동맥 우회술이나 스텐트 삽입술과 같은 현대 의료의 개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대부분 의 스텐트 시술은 사망률을 낮추지 않으며 스텐트 시술과 비교해 관상동맥 우회술 후 사망률도 차이가 거의 없다. 더욱이 심장마비 로 인한 사망은 이러한 치료법이 널리 보급되기 전에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심장마비 사망 감소의 원인일까? 대부분 은 흡연 감소, 식습관 개선과 운동 증가 등 사회 변화나 생활 방식 의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
- 필자들은 예방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겪는 주된 문제는 질병 치료가 의료사업 모델에 훨씬 더 적합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한 다. 예방은 대규모로 이루어지며 일반적으로 정부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조차 원천적으로 질병을 예방하 는 것보다 비만의 결과로 필요해진 개별 치료(평생 당뇨 관리, 신장 투 석, 족부 궤양 치료, 심장 스텐트 삽입, 관절 치환, 위 우회술)에 비용을 지불하 는 편이 더 쉬워 보일 수 있다. 식이와 운동을 기반으로 한 모델에 자금을 지원하기는 어려운 반면 시술에 지원하기는 훨씬 쉽다. 의 료 산업은 예방보다 발병 후 단계에 치료하는 쪽을 선호하며 병원 소유주, 의사, 약품 및 기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모두가 거기서 이득을 얻는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질병 예방보다는 이러한 형태 의 의료가 예측이나 보험료 산정에 더 용이하다.

- 내가 병약한 사람에 대해서뿐 아니라 건전한 정신과 육체를 지닌 모든 동료에 대해 특별한 의무가 있는 사회의 일원임을 명심하겠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 가장 훌륭한 약은 사람들에게 약이 필요 없도록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어서 곧 우리 중 누구도 건강하지 못할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

- 우울증의 의료화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호전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의료 대 상이 되어 치료를 받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항우울제는 세계에 서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몇 가지 약물 중 하나다(호주 성인 8명 중약 1명). 많은 항우울제가 매년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블록버 스터 약물인데, 대중적인 항우울제 중 일부는 전혀 효과가 없거나 복용자 대다수에게 효과가 없고 심리적·신체적으로 해로운 영향 을 끼친다.
우울증의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를 증명한 자료는 많다. 대표적인 첫 번째 증거로, 제약 회사들이 자사 약물에 유리한 연 구만 발표하고 부정적인 연구는 저지해서 비효과적인 약물을 효 과적인 것처럼 보이게 한 경우가 있다. 다음으로, 해당 약물이 효 과가 없다는 양질의 증거가 있는 데다 10대 청소년 그룹에서 자 살 사고思考 위험성이 증가했는데도 10대들에게 그 약물이 어떻 게 사용되었는지 밝힌 사례가 있다. 또, 진단 기준을 정하는 패널 에 참여한 의사들과 업계 간의 관계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보 여준 사례도 있다.
-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고혈압의 정의는 현재 모든 성인의 40퍼센트가 고혈압 또는 '고혈압 전단계'라고 할 정도로 확대되었 다. 45~75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제 비정상적으로 높은 혈압의 정의를 충족한다. 그러나 '비정상'으로 정의된 사람 수가 인구의 절반 이상, 즉 '정상'인 수보다 많다면 그건 뭔가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진단과 치료 증가의 결과로 사망률 감소 또는 심혈관 질환 감소와 같은 이점이 따라온다면 이러한 점이 용인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고혈압 전단계로 진단받은 건강한 사람들을 치료 하는 것은 개인이나 사회에 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사실 이어도 의사들은 치료를 중단하지 않았다.
- 새로운 정의를 적용해 혈압을 치료한 임상시험을 검토해보니 아무런 이점이 없었고 오히려 부작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 났다. 혈압을 새로운 '정상'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사람들은 한 종 류 이상의 약물을 복용해야 했고 따라서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결론은 이 경우에서 의료화가 과잉 진단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질병 기준을 낮춰 수백만 명을 정상인에서 환자로 바꿔버리 는 것에는 이점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치료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와 꼬리표 붙이기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만 증가시킬 뿐이다. 설상 가상으로, 경미한 고혈압 환자의 약물 치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체중 감량이나 운동과 같은 더 안전하고 저렴하며 더 좋은 치료법 이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었다.
- 골감소증 역시 무증상에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 속하는 상태다. 골감소증은 정상보다 낮은 골밀도로 정의되지만 어떤 것을 정상이라고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의 내리기가 까다 롭다. 보통 골감소증을 말할 때 '정상'은 비슷한 연령 (또는 같은 성별 이나 민족)의 사람의 골밀도가 아닌, 건강한 젊은 사람의 골밀도이 다. 골감소증은 정상적인 젊은 성인보다 한 '표준편차'만큼 낮은 것으로 정의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수치가 정상보다 2.5 표준편 차 이하로 떨어지면 골다공증이라고 한다. 이 정의대로라면 완경 후 여성 대다수, 그리고 같은 연령대의 남성이 이미 골감소증이거 나 곧 그리 된다고 나올 것이다.
- 특정한 위험 인자 또는 측정 가능한 특정한 수치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은 종종 과잉 치료와 피해를 유발할 뿐 아니라 '기 회비용'도 유발한다. 특정 위험 인자에 시간과 돈을 쓰면, 그와 동 등하거나 더 중요한 다른 인자에는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는다.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의 경우, 낙상 예방에 두어야 할 초점이 다른 방향으로 가버렸다.
- 진단 점동
이렇게 질병의 정의가 점차 바뀌는 것을 '진단 점동'이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질병 진단 기준은 언제나 한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즉, 정의를 좁히는 게 아닌) 넓히는 쪽 으로, (더 적은 쪽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질병에 걸렸다고 진단 하는 쪽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권고를 뒷받침할 증거는 거의 없으 며 피해는 제대로 고려되지 않기 일쑤라는 것은 이미 다루었다.
왜 이렇게 되는 걸까? 대개는 더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개 선하기 위해 진단을 변경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진단명 중 많은 경 우는 생활 방식을 바꾸는 등 다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해당 권고안이 약품 판매 증가에도 일조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제약 회사와 권고안을 만드는 사람들 간에 연결 고리가 있을까? 질병 정의에 관한 진단 지침을 확대하려는 권고안을 검토연구한 결과, 그 권고안을 만드는 패널에 들어간 전문가의 4분의 3이 제 약 회사와 재정적으로 연계돼 있었고 그들 중 절반은 각자 최소 7개 회사와 관련이 있었다.
- 의료화된 꼬리표를 받은 사람들 중 애초에 증상을 호소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꼬리표를 붙여서 발생 한 피해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요즘에는 '이상 있는 당사자가 아 닌 다른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생겼다. 이를테면 부모가 자녀를 걱정해서 식습관의 사소한 변화로 섭식장애 진단을 받아 내기도 한다. 폭식장애는 2시간 이내에 대다수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 비슷한 시간에 먹는 것보다 명백히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정의가 도움이 되지 않다 보니 진단을 내리는 것 자체는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 이 선서를 어기지 않는다면 나는 삶과 기술을 향유하고 살아 있는 동안 존경받으며 이후에는 애정을 담아 기억되게 하소서. 항상 나의 소명에 담긴 훌륭한 전통을 보존토록 행동하게 하시고 나의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기쁨을 오래도록 누리게 하소서. (히포크라테스 선서)
- 의술이 사랑받는 곳이면 어디에나 인류애도 있다. (히포크라테스)

- 의료에서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줄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목소리 중 하나인 '호주 현명한 선택 Choosing Wisely Australia'은
이 중요한 질문을 5개로 나눈 다음과 같은 질문을 권장한다.
*이 검사나 치료, 시술이 정말 필요한가? (즉, 가능한 이점은 무엇인가?)
*위험성은 무엇인가? (즉, 가능한 피해는 무엇인가?)
*더 간단하고 안전한 선택지가 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비용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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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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