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의 벽

etc 2023. 7. 14. 12:24

- '암에 걸리지 않으려고 식사를 제한하고 좋아하는 술이 나 담배를 삼가는 분위기가 있는데, 여든이 넘으면 몸속에 이미 암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암에 걸리지 않으 려고 참는 행위는 의미가 없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술을 먹 고 마시는 편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겁게 사는 방 법이다.
실제로 암을 무리하게 절제하여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기 보다, 원하는 일을 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는 편이 면역 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 부검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암과 마찬가지 로 85세가 넘은 거의 모든 고령자의 뇌에서 이상이 발견되었 다는 점이다. 대부분 알츠하이머형 뇌 변성이다. 즉, 인지장 애는 병이라기보다 '노화 현상'에 가까워서 나이가 들면 누 구에게나 생기는 증상이다. 근력이 쇠약해져서 운동 능력이 떨어지거나, 피부에 주름이 잡히고 흰머리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인지장애 증상이 발현되는 나이'를 조사한 데이터를 보면 한층 확실해진다.
60대에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은 1~2퍼센트에 불과하지 만, 70대 전반에는 3~4퍼센트에 이르고, 70대 후반에는 10퍼센트 정도가 된다. 80대 전반에는 20퍼센트가 넘는데, 이때부터 단숨에 큰 폭으로 증가한다. 80대 후반에는 40퍼 센트, 90세에 60퍼센트, 95세에는 80퍼센트 정도가 인지장애를 겪는다.
"죽을 때까지 인지장애를 겪지 않았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은 인지장애가 발현되기 전에 사망했을 뿐이다. 좀 더 오래 살았다면 틀림없이 증상이 나타났을 것 이다.
이 사실이 알려주는 정답은 역시 하나이다. 바로 지금, 마 음껏 원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기이다. 변화가 없는 따분한 일상은 뇌의 활동을 둔화시킨다. 또한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도 뇌에 손상을 준다. 반대로 새로운 일이나 좋아 하는 일을 하면 뇌는 자극을 받아 활성화된다. 이를 통해 인 지장애의 발현을 늦출 수 있다.
- 일반적으로 대학병원 등지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검사의 수치만 보고 환자는 보지 않는다. 눈앞의 환자 몸에서 일어 나는 현상보다는 정해진 수치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 런 의사에게 진단받고 치료받는다면 어떨까? 불행한 일이 아닐까?
오랫동안 노년의료 현장에 종사한 경험으로 볼 때, 특히 80세 이상의 고령자에게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수치를 정상에 맞추려고 약을 먹다가 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잔존능력을 잃거나 수명을 단축하는 사람까지도 있다.
- '의사의 불섭생'이라는 말이 있다. 의사가 자기 건강이나 신체에는 무관심하다는 뜻이다. 거짓말 같은 참말로, 많은 의사들은 환자에게는 약이나 검진을 권하지만 정작 본인은 원하지 않는다. 아마도 약이나 검진으로 수명이 크게 늘어나 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 면서 그들은 환자에게 '혈압이 높다'거나 '간 수치가 나쁘다' 며 다량의 약을 처방하고, '작은 암이 발견되었다'며 수술을 권한다.
결과는 어떨까? 환자는 약에 치이거나 작은 암과 함께 장 기의 일부를 절제하게 될 수도 있는데, 젊을 때는 그래도 상 관없다. 하지만 80세 이후에는 이런 치료가 도리어 컨디션 난조나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과연 여러분이 바라는 행복한 노후인가
- 필자가 80세를 맞이하는 고령자에게 권하는 바는 투병이 아니라 '병과 함께'이다. 병과 싸우기가 아니라, 병을 받아들 이고 함께 살아가기이다. 암으로 변한 세포를 약물이나 수 술적 치료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길들이며 살아가는' 선택 이다. '병인 줄 알면서도 싸우지 않는 것은 적 앞에서 도망치 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고를 전환 해보면 어떨까. '도망이 상책'이라고 말이다.
언론은 배우들의 '투병 생활'을 미담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도 싸워보자' 하는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든이 넘은 고령자에게 필요한 것은 '용맹함'보다는 '평온함'이다. '암에 맞서 싸워줄 의사'가 아니라 '암의 고통을 덜기 위해 함께 고민해줄 의사이다.
- 동맥경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압이나 혈당치, 콜레스 테롤 수치를 낮추는 치료가 이루어진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러한 방법이 동맥경화를 예방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예방적 치료를 행한다 해도 노화는 거스를 수 없다. 필자가 근무하던 요쿠후카이 병원의 부검 결과에서 도 80세 이후에 동맥경화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는 없었다. 동맥경화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위와 같은 예방적 치료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혈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에서 혈압을 떨어뜨려 혈류의 세기를 둔화시키면 혈액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혈액 내의 산소나 영양성분이 전신의 세 포에 다다를 수 없다.
가장 손상이 심한 부위는 뇌이다. 산소나 당분이 도달하지 못해서 저산소, 저혈당 상태를 일으킨다. 그 결과 머리가 멍하고 의식이 몽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인지장애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동맥경화가 발생한 후 에는 오히려 혈압이나 혈당치를 약간 높게 조절해야만 건강 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높은 혈압, 높은 혈당, 높은 콜레스테롤, 이 세 가지는 현 대 의료에서 '삼대 악'이라 불린다. 앞서 말했듯이 심근경색 이나 뇌경색, 뇌졸중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약을 먹고 수 치를 떨어뜨릴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몸이 나른해지고 머 리가 멍해지는 역효과도 생긴다. 또한 면역 기능이 떨어져서 다양한 병에 노출되기도 쉽다. 그런데도 약으로 혈압, 혈당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고만 한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또 하나 생각해주길 바라는 문제가 있다. 바로 혈압이나 혈당치를 낮추어도 암의 위험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 줄어들기는커녕, 면역 기능이 떨어져서 암의 위험성은 오 히려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콜레스테롤은 면역세포의 원료가 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쉽게 암 에 걸리지 않는다는 조사 데이터도 있다.
- 그런데 왜 의사들은 혈압이나 혈당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리려고만 할까? 바로 미국식 의료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 이다.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심근경색이기 때문에 혈압 이나 혈당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리는 치료가 장수로 직 결된다. 그러나 일본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으로, 미국과는 상황도 다르고 병의 구조도 다르다. 그런데도 구태여 미국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 역시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이 일본 의료의 현실이다
- 결과적으로 말해서 혈압이나 혈당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동맥경화에는 효과적이지만 신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암의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 약을 먹고 기운 없는 80대가 될 것인가, 약을 먹지 않고 지금의 생활을 유지할 것인가. 혈 압, 혈당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리는 약을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며 사는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 80세가 넘어서도 문제없이 사는 사람은 그 자체가 건강하 다는 증거이다. 다시 말해, '정상'이라는 증거이다. 그런데 의 사가 환자를 보지 않고 수치만 보고서 진단을 내린다면 어 떻게 될까? 정상치에 맞추도록 지도하고 약을 처방한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명확하다. 환자는 지금의 건강과 기력을 잃게 된다.
- 예전에는 혈압이 150 정도만 되어도 혈관이 파열되는 예가 있었지만, 이는 일본인의 영양 상태가 나빴던 1950~1960년 대의 이야기이다. 영양 상태가 좋아진 오늘날에는 동맥류가 없는 한 혈압이 200이 되더라도 파열되는 일은 없다. 80세가 넘은 고령자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70~80대는 전후에 탈지분유 등을 배급받은 세대라서 그런지 혈관은 튼튼하다. 하지만 이 또한 개인차가 있다. 만약 혈압이 180인데 두통 이나 울렁거림, 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180은 높은 수치이다. 이럴 때는 혈압을 낮추는 약을 처방 받도록 하자.
수치만 보고 '비정상'이라고 판단하여 약을 지속해서 복용 하는 것은 옳지 않다. 80세 이후에는 자기 몸 상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 확실히 60대 정도까지는 지나친 염분 섭취나 과다한 체중 이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80세를 앞두 고 있다면 이러한 상식은 일단 접어두자. '먹고 싶은 음식을 참으며 체중 조절하기'는 스스로 수명을 깎는 행위이다. 영 양부족은 노화를 촉진하는 분명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억지로 섭취할 필요는 없지만, '먹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면 참지 말고 먹도록 하자.
'자기 몸의 솔직한 목소리 듣기'는 80세가 넘은 고령자에게는 최고의 건강법이다. 사람의 몸은 생각보다 만듦새가 좋 으니 자기 몸을 믿어보자.
- 보람 있는 삶은 행복하지만, 지나치게 매달리게 되면 사라 졌을 때 반동이 크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낸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흥미 있는 일에 도전하자. 평온한 마음으로 충실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80세의 벽을 넘는 방법이다.
- 과거의 싫었던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그 기억을 잊 고 싶어 하지만, 잊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한 나머지 오히려 그 기억에 의식이 집중되어 점점 더 괴로워진다. 이럴 때는 너무 잊으려고 애쓰지 말고 다른 일에 시선을 돌리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즉,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으 로 덧씌우는 것이다. 눈앞의 재미있는 일에 의식을 집중하다 보면 싫었던 기억은 저절로 사라진다.
- 인지장애에 관한 터무니없는 선입견은 더 있다. 그중 하나가 '치매에 걸리면 거리를 배회한다'는 편견이다. 하지만 이 역시 조금만 생각해도 잘못된 정보임을 바로 알 수 있다. 현재 일본에는 600만 명 정도의 인지장애 환자가 있다. 국 민 20명당 한 명꼴이다. 모든 인지장애 환자가 거리를 배회 한다면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일본 도쿄의 시부야역 앞에 있는 대각선 횡단보도 사람이 많이 오가는 장소로 유명하다-옮긴이) 는 인지장애 환자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러나 인지장애는 기본적으로 노화 현상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조금씩 온순해지는 성향을 보이며, 밖으로 나가기보다 집 안에 틀어박히는 사람이 훨씬 많다.
- "나는 스스로 인정할 만한 만족스러운 인생을 누리고 싶으므로 약은 먹지 않겠다. 상태가 나빠지면 병원에는 가겠지 만 검사는 하지 않겠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동안은 좋아하 는 음식을 먹겠다. 술도 마시겠다. 담배도 피우겠다. 내 인생 이고, 이제껏 사느라 애썼으니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존엄사라고 생각한다.
- '존엄사'란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과도한 연명치료를 하 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면서 눈을 감는다는 뜻이 다. 이 단계의 환자는 이미 스스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체로 가족의 뜻을 따르게 된다. 그렇다면 당사자는 이때 어떤 상태일까?
'아마도'라는 표현을 써야 하겠지만, '죽음'은 괴로움이나 고통보다는 그저 의식이 사라지는 상태가 아닐까 추측한다. 즉, 잠에서 깨지 않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죽음' 그 자체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투병보다는 병과 함께 '재택 돌봄'이라는 선택지도 있다
조금 심각한 이야기를 해보자. '재택 돌봄'이란 암처럼 사 망 시기를 예견할 수 있는 환자가 남은 시간을 집에 머무는 채로 좋아하는 일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도 먹으면서 마지막 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즉, 투병이 아니라 병과 함께'이다. 기간은 수개월에서 일 년 정도인데, 환자가 거의 마지막까지 신변정리나 대화를 할 수 있으므로 가족의 부담이 비교적 덜하다. 물론 몸 상태가 급변할 때를 생각하면 병원에 머무 는 편이 더 안심이겠지만, 남은 시간을 자기답게 보낼 수 있 다는 장점이 있다.
- 겉치레는 필요 없다. 있는 대로 산다
'지금 가진 능력을 소중히 하고, 남아 있는 능력으로 살아 간다.' 이때 중요한 자세가 겉치레하지 않기이다. 예를 들면, 보조기구가 있으면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지팡이를 짚으면 모양새가 나지 않아” 혹은 “보행기는 꼴불견이다"라면서 걷 기를 포기해버린다면 머지않아서 완전히 걷지 못하게 될 것 이다. 이것이 80대의 무서움이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미는 일이 겉치레이다. 80세의 벽을 넘어서는 비결은 '없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을 소중히 하는 자세이다.
- 알츠하이머가 있다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지금 할 수 있 는 일들을 한다. 고혈압이 있다면 약으로 혈압을 낮춰서 생 활의 질을 떨어뜨리기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여서 비록 혈압 은 높더라도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심근경색 후유증이나 심부전 경향이 있다면 이를 받아들여서 제한된 운동 능력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한다. 뇌 기 능이 노쇠하여 쉽게 화가 난다면 이를 받아들여서 언성을 높이지 않도록 브레이크 성능을 높이고 감정이 욱하면 심호 흡을 한다.
80세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처럼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With로 살기'는 인생을 누리는 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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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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