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경우, 판막에 생긴 이상이 크지 않으면 증상이 전혀 없거나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다. 하지만 판막 이상이 심각하 면 탈출한 판막 때문에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 현기증, 피 로,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을 해야 한 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판막 이상을 치료하거나 대체하려면 복잡 한 개흉수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심장으로 삽입하는 심도관법이 크게 발전하여 아주 좁은 부위만 국소 적으로 절개하거나, 절개를 전혀 하지 않고도 판막을 교체할 수 있다.
- 대표적인 수축성 단백질로 심장 근육을 포함한 인간의 근육에서 발 견되는 액틴과 미오신이 있다. 이 단백질에 에너지가 적절히 공급되 면, 서로 반대쪽에서 가운데를 향해 마주 보는 방향으로 힘이 작용하 면서 액틴이 미오신 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수백만 개의 액틴과 미오신 분자가 동시에 작용하면, 이 분자들이 들어 있는 세포와 그 세 포를 둘러싼 구조 물질까지 동시에 수축한다. 수축성 단백질이 제자리 로 돌아가면, 세포도 이완되어 수축되기 전의 길이로 돌아간다.
물론 500만 년 전에 처음 등장했던 수축 세포는 지금 우리의 근육세포보다 훨씬 단순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당시에 존재했던 동물들 에게는 혈액도 없었고 혈액을 운반하는 데 필요한 혈관도 없었을 것 이다. 물질이 유기체의 밖에서 안으로, 또는 안에서 밖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아마도 물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정상적인 체세포 내 부에서 수축성 단백질이 발견되는데, 이 단백질들은 세포의 내부 운 반 시스템에서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과학자들은 고대의 일부 생명체에서 수축성 단백질을 지닌 세포가 튜브 형태로 축적되면서 원시적인 순환계를 형성했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이 수축성 단백질이 훨씬 더 커진 생명체의 몸 안에서 물과 그 물 안에 들어있던 물질 그리고 아주 긴 시간 후에는 혈액을 이동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수축성 순환계 같은 혁신적인 진화가 자리를 잡은 뒤에는, 새로운 생명 물질 덩어리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환형동물, 연체동물 그리고 나중에는 척삭동물 등 다양한 형태의 동물로 갈라져 나갔을 것이다. 척삭동물은 이 책의 주요 독자들인 척추동물의 한 부분집합이다.
- 이렇게 적응에 성공한 생명체들은 비슷한 기관을 갖지 못한 다른 생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김으로써 그들을 멸종으로 내몰았다. 하지 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산호 해파리 그리고 빗해파리와 같은 자포동물 등은 진화의 과정에서 근육으로 분화되는 중배엽이 나타나 기 전에 무척추동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 이 동물들은 조상으로부터 근육조직을 물려받지는 못했지만, 독극물과 침세포 같이 천적을 물리 칠 수 있는 그들 나름의 무기를 개발했다. 또한 근육세포처럼 활동하 는 수축성 상피세포도 진화시켰다. 이 상피세포 덕분에 자포동물들은 살아남아 번성할 수 있었다.

- 아가미를 통하는 폐를 통하든, 산소를 충전할 때 여러 동물이 지닌 폐쇄순환계의 공통점은, 혈액이 언제나 닫힌 고리 안에 갇혀 있다 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척추동물은 그렇지 않다. 투구게도 마 찬가지다. 개방순환계에서는 혈액이 아니라 혈림프라 불리는 체액 이 심장에서 나갈 때 동맥을 지난다. 그러나 림프는 모세혈관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혈관 밖으로 흘러나가 체벽과 내장 사이의 빈 공간인 체강 안으로 들어간다. 개방순환계를 지닌 동물의 경우 이렇게 심장에서 피가 흘러나가는 몸 안의 모든 부분을 혈강이 라고 한다. 혈림프는 혈강에서 만나는 장기기관, 조직, 세포에 영양 분을 전해주고 동시에 거기서 나오는 노폐물을 받아 운반한다. 이러 한 개방순환계에서도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난다.
- 투구게와 두족류, 대합조개, 바닷가재, 전갈, 타란툴라거미 등이 지 닌 피가 파란색을 띠는 이유는 구리 성분이 들어 있는 헤모시아닌이 라는 단백질 때문이다. 혈림프에 용해되어 있는 헤모시아닌은 산소를 만나면 강하게 결합하고, 이때 헤모시아닌 안의 구리가 산화되면서 푸른색으로 변한다. 자유의 여신상의 청동 표면을 아름다운 청녹색으 로 만든 바로 그 화학작용을 통해 파란색으로 변한 혈림프가 아가미 를 떠난다.
이제 이쯤에서, 사람을 포함한 다른 척추동물들의 피는 왜 파란색이 아닌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그 답은 몸의 크기와 산소 운반 효율 에서 찾을 수 있다. 몸집이 큰 동물에게는 산소가 더 많이 필요하고, 산소를 더 많이 운반하기에는 헤모시아닌보다는 헤모글로빈이 훨씬 효율적이다. 헤모글로빈 분자 하나가 산소 분자 네 개를 운반하는 반 면, 헤모시아닌은 산소 분자 하나밖에 운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러므로 헤모글로빈이 함유된 혈액이 흐르는 동물은 헤모시아닌이 흐르는 동물에 비해 몸집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었다.
- 헤모글로빈은 철을 함유하고 있어, 산소가 철과 결합한다. 또 헤모 시아닌과는 달리, 헤모글로빈은 혈액 안을 자유로이 떠다니지 않는 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라는 세포에 의해 운반되는데, 적혈구의 수 명은 대략 4개월이다. 또한 헤모글로빈의 중요한 구성 성분은 구리 가 아니라 철이기 때문에, 혈액은 산화되어도 파란색을 띠지 않는다. 산소와 결합하는 분자의 색깔 변화는 우리 환경에서도 흔히 볼 수 있 다. 경계나 출입제한을 표시하기 위해 설치된 철조망이 공기 중의 산 소와 결합하면 붉게 녹이 스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 순환계와 호흡기계의 절친한 관계를 알고 난 다음에 무척추동물, 특히 곤충의 순환계는 산소나 이산화탄소를 운반하지 않는다는 사실 을 알면 깜짝 놀라게 된다. 곤충의 몸에서는 순환계 대신 기문이라는 아주 작은 구멍을 통해 산소가 풍부한 공기를 유입한 다음, 점점 더 작아지는 기관과 모세기관을 통해 구석구석의 조직까지 공기를 운반 한다. 공기가 체외로 배출될 때는 그 역순으로 이동한다. 이번에는 산 소 대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옮기는데, 몸에 산소를 공급하거나 몸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이 모두 확산을 통해서 일어난다.
곤충의 기관계는 곤충이 다른 동물이 지닌 순환계와 호흡기계 없 이도 그토록 활동적으로, 때로는 지나칠 정도만큼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하지만 곤충들도 먼 과거의 언젠가는 순 환계와 호흡기계 사이의 연결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 롭다. 강도래stonefly 같은 일부 곤충 종은 혈림프 안에 산소를 운반하는색소인 헤모시아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로 미루어 보아 고대 곤충 중 일부 종, 흔히 기저집단이라 부르는 종의 조상은 혈액을 기반으로 한 가스교환 메커니즘을 갖고 있었지만, 진화하는 과정에서 기문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어 기존의 가스교환 메커니즘이 완전히 퇴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가설에 대한 또 하나의 증거는 구리를 함유한 안토시아닌이 메뚜기 배아의 혈림프에서는 발견되지 만, 그보다 나중 발달 단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곤충의 순환계가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나는 매우 독특한 기관이라는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곤충에게는 심장이 없다!
- 곤충, 지렁이, 오징어 등의 순환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하고 의미 있는 변형을 보면,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더 낫다는 식으로 분류하거나 동물이 가 진 시스템은 인간이 가진 것보다 열등하다고 단정 짓기 쉽다. 20세기 중반까지는 많은 과학자들도 곧잘 저질렀던 오류였다. 이런 오류의 영향으로, 옛날의 과학 문헌에는 사람이 "승리자”이며 모든 논점에서 “정점에 있는” 존재라는 주장이 허황되고 과장된 미사여구로 나열되 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사람 이외의 동물이 가진 순환계를 2류 또는 불완전한 구조로 보는 관점은 크나큰 오류다. 저마다 사는 환경 조건에 맞게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며 가스를 교환할 수 있도록 수억 년에 걸쳐 진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동물의 순환계도 인간의 순환계와 기능적으로는 동등하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다.
- 어떤 동물의 기관계도 완벽하지 않다. 동물의 기관계는 대 부분 과거에 존재하던 구조에서 조금씩 발전된 형태이며, 때로는 새 로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두 부분이 협력하기도 한다. 진화의 과정 에서는 무에서 유가 창조되지 않는다. 이미 있던 것을 살짝 바꿔서, 있 던 구조를 조금씩 손보고 새로운 목적에 맞도록 고친다. 이 점을 염두 에 두고 보면, 어떤 동물의 순환계가 다른 동물의 순환계에 비해 상대 적으로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가지고 자랑을 삼거나 다른 동물을 비 하할 권리는 없다. 어떤 순환계든 모두 제 할 몫을 다 하고 있기 때문 이다. 중요한 것은 그뿐이다.
그러나 개방순환계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어떤 동물이든 기본적인 물리학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고, 그 법칙에 따른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진화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줄 수는 없 다. 소처럼 생긴 동물이 하늘을 날 수 없는 이유는 하늘을 나는 동물에 게 적용되는 공기역학의 법칙 때문이다. 개방혈관계를 지닌 동물들의 한계는 크기와 관련이 있다. 독수리만 한 크기의 집파리가 없고, 골프 카트만 한 크기의 투구게가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몸집이 큰 동물은 개방순환계로 모든 것을 원활히 공 급, 배출시키기에는 세포의 수가 너무 많다. 개방순환계는 확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폐쇄순환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모세혈관이 촘촘히 얽혀 있어서 그 표면적이 엄청나다. 모세혈관의 표면적은 혈액과 체조 직 사이의 가스교환, 영양 공급과 노폐물 배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 나기에 충분할 만큼 넓다. 개방혈관계에는 그런 것이 없다. 이미 보았 듯이, 개방혈관계에서는 방처럼 생긴 강에서 가스교환, 영양 공급, 노폐물 배출이 일어난다. 매머드처럼 큰 몸집을 갖고 싶어 하는 투구 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혈강벽의 면적은 조 단위의 세포 로 이루어진 겹겹의 조직에 그 모든 일을 해줄 수 있을 만큼 넓지 않다.
- 무척추동물의 신비한 순환계와 달리, 척추동물은 진화의 경로를 추적 하기가 훨씬 쉽다. 연구할 순환계 모델의 수가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 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류, 양서류와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사 이에서 진행된 변이를 밝혀줄 화석 기록도 비교적 명확하다. 무엇보 다도, 현존하는 척추동물의 종수는 고작 6만 5,000종으로, 딱정벌레 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물론 척추동물도 수중에서 육지로 서식 환경 이 달라지면서 서로 매우 다른 변이가 일어났다. 척추동물은 밤처럼 어두운 바닷속에서부터 해발 수백 미터의 고지에 이르기까지 서식지 를 이동해가며 살아왔다. 척추동물에게 일어난 적응을 살펴보면, 척 추동물이 마주했던 제약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절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진화론적 관점에서, 육상 생활에 중점을 둔 파충류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수중에서는 짝짓기를 하거나 알을 낳기 적당한, 또는 올 챙이 같은 유생을 기르기에 적당한 수역을 찾는 데 상당한 노고가 들 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충류의 일생에는 올챙이로 지내는 시기 가 없었다. 덕분에 파충류는 수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서식지로 이 동할 수 있었고, 포식자와 맞닥뜨릴 위험을 줄이면서 새로운 종류의 먹이를 찾을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파충류는 조 상들이 갖고 있던 축축한 피부를 잃었다. 수분을 증발시키지 않고 체 내에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파충류의 피부 는 건조해졌을 뿐만 아니라 비늘로 덮인 종도 나타났으며 아주 드물 게는 피부호흡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조직을 가진 종도 생겨났다.
-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극빙어의 조상이 처음으로 헤모글로빈이 없는 피를 갖게 된 것은 자연의 실수, 즉 약 500만 년 전에 일어난 유전 자 돌연변이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 돌연변이가 남극빙어의 멸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브 라이언에 따르면, 이 돌연변이는 남극빙어의 심혈관계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이렇게 진화에 유익한 돌연변이의 결과, 남극빙어는 비슷한 크기의 “빨간 피" 물고기에 비해 혈액의 양은 네 배, 혈관의 직 경은 세 배나 커졌고, 심장은 다섯 배나 커졌다. 결국 남극빙어는 혈압 도 낮고 심장박동도 느리지만, 한 번 수축할 때마다 심장에서 뿜어내 는 혈액의 양은 매우 많다. 한 가지 더, 남극빙어의 모세혈관그물은 극 도로 조밀해서 혈액이 근육과 각 기관에 도달했을 때 가스교환 효율 이 매우 높다. 마지막으로, 이 역시 진화에 유익한 변이인데, 남극빙어 의 몸에는 비늘이 없다. 따라서 아가미뿐만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직접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
애초에 남극빙어의 조상들이 행운의 서식지에서 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그 후손들은 현존하는 다른 모든 척추동물의 혈액에 들어 있으며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산소를 운반해주는 헤모글로빈이 없는 몸으로도 지금까지 훌륭하게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 심장이 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동물이 있을까
남극빙어는 부동단백질로 자기 몸이 얼어붙을 위험을 피해 살아가 지만, 반대로 스스로를 꽁꽁 얼려버리는 방법으로 살아남는 동물이 있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 북미 송장개구리Rana sytvatica는 한 번에 몇 주 동안이나 심장박동을 멈춘 채 지낼 수 있다. 이 개구리는 간 같은 주요 장기와 온몸이 꽁꽁 언 채로 겨울을 난다. 봄이 오고 기온이 올라가면, 심장과 몸을 스스로 해동시키고 얼어붙기 이전의 맥박을 회복한다.
- "송장개구리는 추위를 느끼면, 스스로 어는점 이하로 체온을 낮춰버립니다. 나무가 많은 삼림지대에서 사는 개구리이다보니, 숲속에 서 나뭇잎 밑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고, 숲에 겨울이 오면 사 방이 얼음이라 결국에는 이 얼음 결정이 개구리의 축축한 피부를 통 해 스며들게 됩니다." 콘스탄조가 설명했다.
콘스탄조는 액체 상태인 물의 동결은 발열 반응임을 상기시켰다. 물이 얼 때는 열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얼기 시작해서 처음 몇 시간 동안 개구리의 체온은 급격하게 올라간다. 심박수도 급격하게 올라가서, 동결방지 물질이 심장 밖으로 방출되는 동안에는 평소의 두 배까지 빠르게 뛴다. 동결 방지 물질은 남극빙어 혈액 속의 부동단 백질처럼 조직이 어는 것을 중단시키거나 세포가 얼면서 손상되는 것 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 이런 동결 방지 물질 중의 하나가 바로 포도당이다. 포도당은 에너 지가 높은 당분으로, 간에 의해서 순환계로 유입된다. 송장개구리의 몸이 어는 동안, 간은 전분 형태로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 해하기 시작한다. 이때 간이 글리코겐을 분해하는 속도는 어마어마하 게 빠르기 때문에, 평소에 순환계로 내보내는 당분의 양보다 80배나 많은 포도당이 빠져나간다. 이렇게 포도당의 홍수가 일어나면 우리에 게 익숙한 또 다른 형태의 확산, 이름하여 "삼투압을 통해 세포의 수분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 세포 안에서 얼음이 생기지 않는다. 물은 세포 안에 모여 있다가, 당분이 포화 상태가 된 세포의 주변으로 이동 한다. 이렇게 되면 세포가 어는 과정에서도 붓거나 파열되지 않는다.
- 동물학자 켄 스토리는 포도당 방출이 신체의 과장된 "투쟁-도피"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투쟁-도피 반응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간에게 포도당을 순환계로 빨리 방출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고에너지 포도당 분자는 싸우든 줄행랑을 치든 긴급할 때 에너지원으 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송장개구리가 동면개구리로 변신할 때도 이와 비슷한 경고 메시지가 발신되는 것이 분명하다.
최근에 콘스탄조와 동료들은 또 다른 동결방지제인 질소와 송장개 구리의 장 속 박테리아 일부가 송장개구리의 동결 이후에도 활동성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는 연구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다. 이 박테리아는 송장개구리의 몸속에 남아 있던 소변으로부터 질소를 해방시키는 효소를 분비한다. 포도당처럼 질소도 동결 및 해동 과정에서 조직과 세 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질소는 매우 낮은 온도 (섭씨 영하 210도)에서 얼기 때문이다.
콘스탄조에 따르면, 앞에서 언급한 모든 과정이 송장개구리의 몸이 동결되는 과정의 첫 번째 단계에서 일어난다. 동결이 시작되고 몇 시 간이 지나면, 급격히 올라갔던 체온은 서서히 낮아지면서 다시 냉각 되기 시작한다. 최종적으로 심장의 박동이 멈추고 혈관 속의 혈액도 얼어붙는다. 송장개구리는 동결 기간의 대부분을 이런 상태로 보내는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무렵에는 짧게 반나절 정도, 남극대륙에 서식하는 경우에는 수 개월에 이르는 동절기 동안 계속된다.

- 겸상세포는 겸상적혈구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복제본을 두 벌 가지 고 있을 때만 문제가 된다. 그런데 이 유전자를 한 벌씩 지닌 사람이 매우 흔한 인종 집단이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8퍼센트가 겸상 세포 기질을 갖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중 어느 한쪽으로부터 돌연 변이 헤모글로빈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뜻이다. 이 돌연변이 유전자 의 “보유자”는 대개 별 다른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돌연변이 헤모글로빈 유전자를 두 벌 모두 가진 사람의 혈 액에서는 헤모글로빈S라 불리는 비정상적인 형태의 헤모글로빈이 생성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정상적인 헤모글로빈과는 달리, 헤모글로빈S는 긴 섬유를 형성해서 이 헤모글로빈 을 가진 적혈구가 반달 모양 혹은 낫 모양으로 뒤틀리게 만든다. 이 겸 상세포는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을 가진 적혈구보다 산소를 적게 운반 한다. 따라서 조직에도 산소가 적게 전달된다.
겸상세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상적인 적혈구처럼 가느다란 모 세혈관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유연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모세혈 관으로 들어가지 못한 겸상세포는 모세혈관을 막아버린다. 이렇게 되면 사지말단 같은 부위에 혈액을 공급할 수 없다. 겸상세포는 또한 우리 몸에서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경고하는 통증수용기를 자극한다. 결과적으로 겸상세포 때문에 모세혈관이 막히면 우리 몸의 기관들, 특히 신장 같은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이 올 수 있다.
해부학과 생리학 강의를 하다보면 학생들로부터 "왜 자연선택은 오랜 세월 동안 돌연변이 헤모글로빈 유전자를 걸러내지 못했느냐" 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학생들의 논리는 이렇다. 지금처럼 의학이 발 달하기 이전에 돌연변이 헤모글로빈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성인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낮았고, 따라서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다음 대에 물 려줄 확률도 적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돌연변이 유전자는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라지지 않았는가?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진화의 가장 극단적인 트레이드오프와 관련이 있다.
그 첫 번째 단서는 겸상적혈구병이 아프리카, 아라비아반도, 지중 해, 중남미에서 온 사람들의 후예에게서 흔히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들 지역은 말라리아 발병률이 높은 곳이다. 그런데 겸상적혈구 보유 자들은 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보다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 따라서 모기가 옮기는 이 치명적인 질병이 사람 의 생명에 가장 큰 위협 요소인 지역에서 돌연변이 헤모글로빈 유전자를 한 벌 가진 사람은 번식적합성이 높아진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말라리아로 죽지 않고 그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줄 확 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헤모글로빈 돌연변이 유전자 풀 pool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특별한 혜택에 대한 대가로 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두 벌 모두 가진 사람은 겸상적혈구병이라는 치명적인 병을 얻는다.
자연의 트레이드오프란 이런 것이다.
- 동면이 가져오는 뜻밖의 효과도 있다. 흥미롭게도, 동면하는 동물 은 더 오래 살고 더 천천히 늙는다. 박쥐는 야생에서 대략 20년을 사 는데, 박쥐와 비슷한 몸집을 가진 동물들의 절대다수는 수명이 매우 짧다. 특히 몸무게가 5~6그램에 불과한 꼬마뒤쥐 Sorex minutus의 평균수 명은 겨우 18개월에 불과하여 과잉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 분주하고 짧은 삶을 살다가 죽는다.
- 우리가 아는 것을 모두 합해도 지금도 우리가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윌리엄 하비,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

- 1901년,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의 ABO식 혈액형 발견으로 수혈에 혁명이 일어났다. 다른 세포들처럼 적혈구도 세포막에 항원이라 불리는 특정한 표면 단백질이 붙어 있는데, 이 항원이 A형과 B형의 두 그룹으로 나뉜다. 공여자 혈액의 적혈 구가 수혈자 혈액의 표면 단백질과 맞지 않으면, 수혈자의 면역계가 공여 혈액을 공격한다. 이렇게 되면 앞에서 언급한 적 있었던 용혈(쉽 게 말해 "혈액 분쇄)이 일어난다. 부적합 수혈을 하면 신장을 중심으로 한 비뇨기계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적혈구가 뭉쳐서 응집되는 위 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적혈구가 응집되면 가느다란 혈관이 막혀 뇌 졸중이나 기관의 기능 손상 등 의학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17 세기에 송아지의 피를 수혈받았던 사람들이 극심한 통증을 겪었던 것 처럼, 부적합 수혈을 받은 환자가 신장 통증을 경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질산아밀과 마찬가지로 니트로글리세린도 여전히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요즘에는 경피흡수 패치제와 정맥주사로 투여되며, 가 장 흔히 쓰이는 형태는 설하정이다. 설하정은 활성 성분이 직접, 빠 르게 흡수되도록 혀 아래나 잇몸과 뺨 사이에 넣어 복용하는 알약이 다. 협심증 증상이 처음 느껴질 때 축축하게 젖어 있으면서 모세혈관 이 밀집된 혀 아래나 잇몸과 뺨 사이에 재빨리 이 알약을 넣어주면 약 성분이 신속하게 순환계로 흘러 들어간다. 경구 복용하면 약이 깨져 서 효과가 떨어지거나, 소화관을 통해 내려가는 동안 활성 성분이 감 소하거나, 간에 의해 비활성 대사산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약물일 경우 설하정으로 복용하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설하정으로 복용 하는 또 다른 약으로는 항고혈압제인 니페디핀이 있다." 모르핀 같은 진통제를 삼킬 수조차 없는 호스피스 병동 환자나 위궤양 또는 오심 때문에 경구 복용이 힘든 환자에게도 종종 설하정을 처방한다.
- 사람의 심근세포가 분열 능력을 잃어버린 사건은 진화론적 관점에 서도 완벽한 적응이다. 우리의 먼 조상들은 지금의 우리처럼 조잡한 패스트푸드나 비만, 흡연, 그 외에도 심장 건강에 해로운 나쁜 습관에 물들어 심장에 부담을 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포유류 심 장의 적응은 우리의 장기가 지금과는 매우 다른 시기에 어떻게 진화 했는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입 큰 포식자의 먹잇감으로 딱 좋 은 작은 크기의 잉엇과 물고기(또는 0.5리터 크기의 빨간 점박이 도롱뇽)라 면 다친 심장을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은 매우 큰 장점이었을 테니, 척 추동물의 특별한 규칙에서 벗어난 이 능력은 아마도 유익한 돌연변이 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진화의 경로와 상관없이, 자가 치유 능력이 없는 현재 인간 심장의 상태는 종종 인간을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한다. 과학자들은 이에 맞설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몇 가지 방 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중에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작용 을 하는 화학물질을 식별해내는 방법이 있다. 이미 성숙한 심근세포 를 분열하도록 자극하는 화학물질, 섬유아세포 같은 형질전환세포가 심근세포로 전환되도록 자극하는 화학물질, 심장줄기세포가 심근세 포로 분화하도록 자극하는 화학물질 등을 찾아내는 것이 그들의 목표 다. 무엇을 찾아 나서든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특히 심혈관의 성질 이나 작용까지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까다롭다. 새로 생겨난 근육조직도 결국은 혈액 공급을 통해 조직을 수리하는 성 분과 영양분 그리고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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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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