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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탄생

인문 2014. 11. 6. 22:16

 

 

 

- 바다코끼리나 바다사지 등 기각류에서 가젤 등 소과동물 및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유류에서 성적 단형성은 일부일처제와 연관이 있고 성적 이형성은 일부다처제와 연관이 있음. 어느 종에서든 체구의 성적 이형성이 보편적으로 나타남. 만약 수컷이 번식기회를 획득하기 위해 피튀기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면 암컷에 비해 수컷의 체구가 훨씬 더 크지는 성적 이형성이 나타나는 방향으로 성선택이 이루어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경우 여성의 체구는 언제나 비슷했던 반면 남성의 체구는 꾸준히 커져 성적 이형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음. 이 사실에서 우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일부다처제 생활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음. 이 점을 근거로 고릴라의 행동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행동을 유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함. 짐작하건대 인간의 조상도 고릴라처럼 씨를 뿌리는 남성이 그 씨받이인 여러명의 성인여성에게 둘러싸여 살아갔을 것임. 만약 그렇다면 인간의 조상 역시 아버지의 보살핌을 베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음. 설령 보살핌을 베풀었다 해도 자식을 그저 지켜보며 보호하는 수준 이상은 아니었을 것임.

- 인간은 평소 섭취하는 음식의 질적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비슷한 체구의 유인원에 비해 위장의 크기가 작은편. 이런 맥락에서 초기 호모가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면서부터 위장의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에너지원은 크기가 늘어난 뇌 쪽으로 자유롭게 흘러들어 갔을 것임. 실제로, 침팬지의 뇌는 크기가 작아서 신진대사에 필요한 에너지중 8%만을 소비하지만, 성인인간은 20%가량을 소비

- 영장류에 대한 비교 연구 데이터를 통해 추정하면, 약 60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 침팬지 및 보노보와 갈라질 당시만해도 아비의 보살핌은 존재하지 않았음. 따라서 아버지의 보살핌 같은 아버지 행동은 인류가 진화해오는 가운데 새롭게 생성되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음. 또 포유류의 일반적 짝짓기 방식과 아비의 보살핌에 비춰볼 때 인간의 일부일처제는 남성의 배우자 보호에서 처음 비롯됨. 그 과정은 약 2백만년 전의 초기 호모/호모에렉투스 시대에 시작되었고, 약 50만년 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시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진행됨. 호모가 땅 위에서 두발로 걷는데 완전히 적응하고 사냥한 고기를 식량으로 삼는 비율을 늘려감에 따라 그 집단의 크기도 점차 커졌음. 이 과정에서 지위가 낮은 남성은 각자 마음에 드는 여성을 정해 배우자 보호를 베풀자는 약속을 하며 굳게 연대했을 것임. 번식기회를 독점하던 기존의 우두머리 남성은 물론 그 배우자로 지내던 여러 여성에게는 당연히 유리할 게 없는 행동이었음. 하지만 인간은 평등지향적 행동을 하는 속성이 있음. 수렵채집 사회나 소규모 대면 사회의 우두머리 남성을 보더라도 침팬지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에 비해 그다지 독재적이지 않은 편. 따라서 먼 옛날에도 지위가 낮은 남성은 서로 연대하면서 평등하게 짝짓기를 하겠다는 결집된 의지를 우두머리 남성에게 강요했다면, 이요구는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큼. 결국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졌고 지위가 낮은 남성도 점찍은 여성과 강제로라도 성관계를 맺으려고 했을 것임. 여성은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남성에게 저항해도 소용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순순히 따랐을 것임. 이런 식으로 강제적 성관계 후의 배우자 보호는 차츰 일부일처제로 발전되어 갔고, 곧 이어 아버지의 보살핌도 등장. 간단히 정리하자면 인류의 조상은 다수의 남성과 다수의 여성으로 구성된 사회집단 속에서 일부일처제라는 장기적 부부관계를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서 전면적 아버지의 보살핌의 싹을 키워나갔음.

- 아버지의 보살핌은 어쩌면 인간만의 독특한 특징임. 자식을 돌보는데서 수컷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포유류 종은 극히 소수임. 호미닌의 오랜 진화과정에 비추어볼 때 아버지의 보살핌이 이루어진 역사는 사실 길지 않은 편. 인류의 조상에게서 아버지의 보살핌이라는 중대한 변화가 나타난 시점은 약 15만년전 아프리카에 현생인류가 출현할 무렵이라는 주장도 있고, 약 50만년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시대였다는 주장도 있는데, 데이터가 제한된 까닭에 둘다 유력한 주장으로 인정받고 있음.

- 수렵채집사회의 아버지는 원예농업사회나 농경사회의 아버지에 비해 젖먹이 자식에게 직접적 보살핌을 베푸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음. 이와는 정반대로 유목사회의 아버지는 젖먹이 자식에게 직접적 보살핌을 거의 베풀지 않음. 또 젖먹이 나이를 넘긴 아동기의 자식에 대한 직접적 보살핌의 경우에도 수렵채집사회의 아버지는 다른 사회의 아버지를 한참 앞서나감. 아버지의 직접적 보살핌의 차이를 낳은 요인으로는 해당 사회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냐의 여부임. 일부다처제 성격이 짙은 사회일수록 아버지가 직접적 보살핌을 베푸는 경우는 드뭄. 그리고 남성사이의 유대가 강조되느냐의 여부임. 다른 부족과의 전쟁 등을 위해 남성들이 똘똘 뭉쳐 공격성을 길러야 하는 사회에서도 아버지가 직접적 보살핌을 베풀 가능성은 낮아짐.

- 장자상속은 장남에게는 결혼과 자식출산 전망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되나, 그 외의 아들들에게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 그래서인지 서구사회의 역사를 봐도 장남이 아닌 아들이 유명한 종교지도자가 된 사례가 많았음. 더구나 지금도 형이 얼마나 많은가는 남성의 동성애적 성향을 알려주는 최고의 예측변수로 여겨지기도 함. 아무튼 나중에 태어나는 아들은 자궁안에서 시작해 어린시절을 거쳐 성인이 된 이후까지 부모에게서 자원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한 격렬한 경쟁에 시달릴수록 배우자를 얻기 힘듬

- 남성의 식량조달 공헌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자식의 출산간격이 촘촘해졌고 영아사망률이 낮아졌으며 자식수도 더 많음. 남성이 여성에게 원활하게 자원을 조달해줄 때 여성의 출산능력과 자식의 생존능력이 높아졌고, 가족 전체의 건강이 향상됨.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여성은 자원조달능력이 뛰어난 남성에게 더 매력을 느낄 수 있음.

- 지난 수백년 동안 인간과 짐승을 구별하려는 여러 기준이 제시됨. 그중 대다수는 인간에게만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는 증거가 속속 제시되면서 기각됨. 예컨대, 인간만이 도구를 만들거나 사용줄 아는 종, 서로 협력하면서 사냥을 하는 종, 먹을거리를 나누어 먹는 종, 그리고 거울로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볼줄 아는 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임. 이제 인간과 짐승을 나누는 설득력 있는 기준으로서 새삼스럽게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인간만이 부모의 관계가 청산된 후에도 아버지가 자식에게 계속 투자하는 유일한 종이라는 사실.

- 예비아버지인 남성은 아내의 임신말기에 예상치 못한 체중의 증가를 겪은 사례가 많음. 위스콘신주 국립 영장류센터의 시설에 집단으로 수용된 비단원숭이와 솜머리비단원숭이 역시 예비아버지는 체중의 증가를 보임. 이들 두 원숭이 수컷이 장기적 짝짓기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마치 새끼에 대한 보살핌을 단단히 각오라도 한 듯 체중을 늘린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음. 결국 틈만나면 TV를 보는 예비아버니, 자식의 출산을 앞두고 시합참가횟수를 줄이는 운동선수 아버지를 비난만 할 수 없음. 체중이 몇 킬로그램이라도 늘어나야 아버지로서 갓 태어난 자식을 안고 다니거나 보살피는 등 많은 활동에 에너지를 쏟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

- 여러 인지기능 중에서도 충동조절과 사회적 평가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인 전전두 피질은 10대에는 완전히 발달하지 않고, 20대의 나이에 이를 때까지 계속 발달함. 심리학적 데이터 역시 10대 아버지는 산후 우울증 위험과 같은 아버지로서 겪어야 하는 정신건강상의 문제에 취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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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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