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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신세계

역사 2014. 10. 13. 20:31

 


오래된 신세계

저자
숀 윌리엄 밀러 지음
출판사
너머북스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무한한 발전을 뒤쫓는 이들에게는 당신 또한 사라져도 상관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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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우리는 1492년에 아메리카 인구가 4천~7천만이었고 그 대부분은 지금의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살았다고 믿음.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에는 총 2400만명 가량이 살았을지도 모름. 남아메리카도 엇비슷했을 것임. 카리브 제도에만 300~700만이 살았음. 멕시코를 뺀 북미 땅에는 200~300만뿐이었음. 불행히도 우리는 북아메리카 쪽에서, 그것도 뒤늦게 나온 이야기를 자주 들었음. 북아메리카가 처녀지였다는 전설은 나중에 온 유럽인 정착민들의 증언에 따른 것인데, 사실 그 땅은 유럽인들이 생각한 것처럼 아무도 살지 않은 땅이 아니라 사람이 사라진 땅이었음. 적어도 이 사실만큼은 분명함. 정복 이전에 빈 땅이란 없었음. 정복 이전에는 어디에나 수많은 문명과 부족들이 밀고 당기며 살고 있었음. 북아메리카에서 정복자들은 텅 빈 변경을 만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낸 것임.
- 안데스 지방은 문명을 일으키기 쉽지 않은 곳임. 안데스 지방에서는 가뭄과 홍수와 느닷없는 서리로 3년마다 흉년이 들었음. 잉카 사람들은 이런 예측가능한 자연재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임. 그들은 창고에 남는 곡식을 저장하고, 힘을 모아 눈부시게 훌륭한 기반시설과 밭을 만들고, 자신들의 공동체와 친족들을 매우 다양한 고도와 기후대에 퍼뜨려 자연재해에 맞섬. 자연을 바꿀 수 없는 곳에서는 자연의 한계에 자신들을 맞추었음. 물론 기술에 지나지 않는 계단밭, 치남파, 검은 흙, 화전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중앙아메리카와 페루 사람들이 세계 나머지 지역과 자기들끼리도 별개로 농업과 문명을 발명했으며 그러한 발명은 지난 1000년 사이에 한 것이 아니라 4000년도 더 지난 옛날에 했다는 점.
- 옥수수에는 필수 아미노산 8가지 가운데 7가지 성분이 있음. 아미노산 일곱가지 가운데 트립토판은 옥수수에 매우 단단히 붙어 있어 소화가 잘 안되지만 중앙아메리카 여성들은 옥수수를 석회에 불려 트립토판을 사람이 흡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문명에 기여. 옥수수에 모자란 것은 리신뿐인데, 이것은 콩에 많이 함유됨. 여러 전통 음식이 그렇듯 옥수수와 콩을 같이 먹으면 필요한 모든 단백질을 충분히 얻을 수 있어서 고기를 따로 먹지 않아도 됨. 고기를 못 얻거나 아주 작게 얻은 아스텍 사람들도 채소만 먹으면서도 그 지역에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었던 셈. 단백질 때문이 아니라면 왜 서로 잡아먹었는가? 투피족은 복수하려고 전쟁포로를 먹었음. 기본적 종교관념이라 할 수 있음.
- 유럽인과 원주민의 자연관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자연의 앞날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을 것임. 원주민은 자연재해를 막고 이 땅위의 삶터를 영원히 지키고자 신에게 빌고 희생제물을 바쳤음. 유럽 사람들은 세기말의 대격변이 찾아오길 빌었음. 그래서 이 세상의 삶을 끝내고 구원받아 하늘로 가고싶어 했음. 유럽 사람들은 자연에 구원받을 가치가 없다고 보고 자연 그 자체가 파괴되기를 바랐음.
- 원주민 문화에서 땔나무, 연료, 물, 흙의 양분을 마구 써댔다는 증거는 차고 넘침. 때로 그 소비속도는 자연자원이 다시 쌓이는 속도보다 더 빨랐음. 그러나 환경을 마구잡이로 다룬 것 때문에 어떤 특정 문화가 망했다거나 적어도 그런 잘못이 멸망원인 중 하나였다는 것을 확증할 증거는 없음. 정치, 군사, 사회, 경제 문제만으로도 아메리카의 옛 문화의 폐허들을 설명할 수 있을 것임. 문명의 쇠락 이야기, 즉 사람이 잘못해서 자연이 망가졌고 문화도 망했따는 설명은 참으로 매력적임. 우리가 잘못했다는 것을 받아들일수도 있음. 하지만 이런 설명이 정말로 주장하는 점은 우리가 뉘우치고 다르게 행동하기만 한다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 마치 모든 일이 사람의 뜻과 움직임에 달려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때때로 손도 댈 수 없는 엄청난 자연재해로 문화가 멸망하기도 함. 어떤 문화가 망하는 데 자연이 분명하게 얽혀 있다해도 그것이 사람이 잘못해서 물욕을 부려서 환경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는 설명은 말도 안됨. 때로는 문화와 자연의 관계와는 아무 상관없는 자연재해도 일어남.
- 이베리아 사람들이 전쟁에 성공한 핵심원인이 질병에 있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님. 천연두나 다른 유라시아 질병이 없었다 해도 이베리아 사람들이 칼, 갑오, 총, 말만으로도 원주민 제국을 뒤엎고 아메리카의 새 지배자가 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함. 하지만 질병이 없었다면 아메리카 정복의 결과는 달라졌을 것임. 어쩌면 이베리아인들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와 더 비슷한 경험을 했을지도 모름. 그곳에서 유럽인은 해안무역과 다른 자질구레한 일을 하는 소수 지배층으로 남았음. 그리고 그 지역문화는 거의 멀정하게 비교적 바뀐 것 없이 살아남았음. 아메리카가 유럽제국의 정치체가 뻗어나간 것 그 이상이 된 이유는 질병 때문임. 마침내 아메리카는 신세계가 된 것임.
- 설탕자원은 자원소비가 매우 큰 농업임. 재배지를 만드는 데 숲을 태우고 땅의 양분이 바닥나는 것은 다른 작물재배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 하지만 설탕 농업은 땔감을 많이 쓰다보니 농장에서 한참 떨어진 숲까지도 파괴됨. 사실 브라질이 식민지로서 성공을 거둔 것은 설탕의 유별한 강탈능력 덕분이었음. 대서양 섬들 가운데 마데이라처럼 사람이 한번도 살지 않았던 섬으로 기름진 처녀지와 빽빽한 숲이 있었음.
- 정복이 낳은 결과와 콜럼버스의 교환 또한 신세계 경제활동의 특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침. 원주민 수백만명이 죽으면서 농업이 뻗어나갈 넓은 개척지가 열림. 유럽과 정복이전의 아메리카에서 사람들은 땅을 조심해서 다뤄야만 했음. 농부가 부모한테서 물려받은 땅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 땅으로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했기 때문. 그때는 개척할 땅이 없었지만 정복 이후 아메리카에는 빈 땅이 엄청나게 많았음. 눈앞에 널린 게 옥토였으니 한곳의 비옥도를 유지하려고 비료를 주고 윤작하는 데 노력과 비용을 들이는 일이 의미없을 정도였음. 게다가 새 식량과 가축이 들어오고 열대 농업의 생산성까지 높아지자 갑자기 식량이 넉넉해진 농부들은 단일 작물 재배를 위험을 무릅쓰고 해볼만한 일로 받아들임. 땅과 식량이 귀한 곳에서는 단일작물 재배는 설사 그것이 식량작물이라 해도 위험한 시도임. 하나뿐인 작물이 흉작을 겪으면 굶주림에 시달리게 됨. 여러 작물을 기르는 것은 먹을 거리를 확보하려는 전략이었음. 그러나 식량이 많을 때는 단일작물 재배도 바보짓이 아닌 잘 계산된 투자로 보일 수 있음. 그 작물이 비록 식량작물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임.
- 식민지 시기의 거의 모든 독점체계는 몇 안되는 사람의 배만 불리며 나머지 사람들을 가난하게 하는 데 한 몫함. 그러나 뜻밖에 독점이 자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 것도 사실. 에스파냐의 식민주의가 무너지고 산업자본주의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브라질 나무나 고래처럼 계속 생겨나는 자원을 거둬들이는 일은 이기적이고 엄격한 제한 덕분에 영원히 지속가능했을지도 모름
- 40년대 말 과테말라 사람들은 대부분 땅이 없었음. 그런데 연합 청과물회사는 콰테말라 국토안에 엄청난 넓이의 토지를 쓰지도 않고 놀려둠. 연합청과물 회사가 경작하는 땅은 과테말라에서 회사가 가진 전체 땅의 5%에 지나지 않았음. 과테말라 사람들은 회사의 행태에 항의하기 시작. 52년 하코보 아르벤스 구스만 대통령은 연합청과물회사에 쓰지 않는 땅을 과테말라에 돌려줄 것을 요구. 그러면 정부는 회사가 최근 소득신고에서 신고한 부동산 가치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었음. 과테말라 민족주의자들은 농민들에게 땅을 주고 과테말라를 풍요롭게 하고자 그 조치를 정당화함. 안 쓰는 땅에서는 수출품도 안나오고 먹을 것도 나오지 않음. 과테말라는 먹을거리도 상당부분 수입하고 있었음. 이에 연합청과물회사는 항의하고, 저항하고, 공산주의라 외쳐댔음. 53년 아르벤스 대통력은 결국 토지계획을 밀어붙임. 연합청과물회사가 안 쓰던 땅 1700평방 킬로미터가 과테말라 국민에게 돌아옴. 물론 연합청과물회사는 과테말라 정부에서 영향력을 꽤 잃은 상태였음. 그러나 미국 행정부에는 회사의 친구들이 권력자로 남아있었음. 54년 미 중앙정보국이 조직하고 미공군이 지원하는 반란군이 과테말라 시를 폭격하고 아르벤스를 끌어내림. 그리고 그 자리에 한 독재자를 앉힘. 독재자는 연합청과물회사에 이전의 모든 땅과 특권을 돌려줌.
- 인류역사에는 1만년전의 정착농경 확립, 17세기의 윤작법, 20세기의 작물 육종학 및 유전자 조작 작물 같은 농업혁명이 있었음. 새똥과 함께 시작된 근대 비료 혁명은 그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 구아노 전에도 비료를 썼으나 그 비료들은 효과도 적고 일손도 많이 가는 것이었음. 이 방식으로 19세기까지 세계 농업은 수백만명의 배를 채울 수 있었음. 하지만 농민들이 수십억명을 먹여 살리게 된 것은 구아노와 그 뒤를 이은 질산염과 다른 화학비료 덕분. 꾸역꾸역 늘어나는 인구만큼 음식이라는 연료도 늘어나야 하지만 19세기까지 땅심은 음식생산을 제한하는 요소였음. 농업은 윤작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어 농업 생산량이 두배로 늘어난 일도 많았음. 구아노는 그 자체 힘만으로도 수확량을 두배 더 올렸음. 더 중요한 사실은 구아노를 쓰는 농부는 원하는 작물을 원하는 곳에 윤작도 안하고 휴한지도 없이 심을 수 있다는 점이었음. 농부들은 구아노로 해마다 풍작을 누릴 수 있었음. 구아노 덕에 옛날에는 거의 수확이 없었던 곳에도 작물을 기를 수 있었음. 그러나 문화는 구아노를 높이 평가하기를 꺼림. 파종기, 조면기를 발명한 사람들, 쇠 쟁기와 트랙터를 설계한 사람들, 작물이나 재배법을 개발한 이들처럼 사람이 부리는 재주와 기술발전을 칭송하는 편을 더 좋아함.
- 라틴아메리카만큼 수력 에너지에 의존을 많이 하는 지역도 없음. 멕시코 전력의 30%가 댐에서 나오고, 칠레는 전력의 60를 수력으로 얻음. 콜롬비아는 75%, 브라질은 95%임. 반면 미국은 전기를 대부분 석탄으로 생산하여 댐으로 얻는 전력은 13%뿐임. 댐은 확실한 이익을 가져다 주었음. 어떤 나라에서는 70년부터 지금까지 한 사람이 쓰는 전기량이 네배 증가. 덕분에 몇백만명이 더 건강하고 편하게 살게 됨. 댐덕분에 라틴 아메리카는 석유를 많이 수입할 필요가 없음. 그러나 1세기도 지나지 않아 라틴 아메리카는 대형 댐에 따르는 대가를 깨닫기 시작. 이른바 라틴아메리카의 하얀 석유는 깨끗하고 재생가능한 자원이라고들 함. 라틴아메리카 정부들은 댐 건설 계획에 앞서 댐 건설에 따르는 이익이 손해보다 더 큰지 정확하게 계산해보려 하지 않았음. 계산을 하더라도 건설 후 수십년을 내다 보았음.
- 일부 댐이 측정가능한 이익을 가져왔다 하더라도 댐의 수명문제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큰 걱정을 불러 일으킴. 유달리 지진이 많은 지역에서는 댐 자체가 완전히 무너질수도 있음. 그렇지 않더라도 문제는 남음.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싸고 큰 건축물인 댐은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가 바라는 일을 해줄 것인가? 댐 옹호자들은 순진하게도 이 거대 건축물이 피라미드만큼이나 영원할 것이라 생각함. 하지만 시간은 댐하고 친하지 않음. 퇴적작용은 심각하게 댐을 위협. 게다가 여러 라틴아메리카 강처럼 토사가 많은 강이나 인간활동으로 풍화작용이 심해진 지역에서는 그 위협이 커짐. 정부는 댐을 만드는 데 수십억 달러를 펑펑 쓰면서도 저수지 상류의 분수령과 숲과 땅을 지키는 데 한푼도 안쓰거나 아주 조금 씀. 처음에는 대서양변의 숲 한가운데 있던 빌링스 저수지가 지금은 비대해진 상파울루 시가지에 둘러싸이고 물에는 토사가 쌓여 지저분할 뿐만 아니라 깊이마저 얕아지고 있음. 56년에 농민들을 쫓아낸 아이티의 댐은 86년에 문을 닫았음. 침적물이 너무 많이 쌓여 저수지를 쓸 수 없었기 때문. 발전과 홍수조절 20년을 하려고 그렇게 많은 돈과 일손을 댐 건설에 쏟았단 말인가? 높이 196미터, 길이 7.7킬로, 전기 1만 2500메가 와트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타이푸 댐은 건설비용으로 180억 달러가 들었음.
- 문화는 20세기에 들어 힘이 매우 세졌고 인간은 자연 앞에서 훨씬 쉽게 성공을 누릴 수 있었음.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때보다 인구가 많고, 부유하고, 건강하고, 안전함. 그러나 사람들은 에너지에 중독되었고, 에너지는 여전히 문화의 만병통치약으로 기능함. 석유와 댐과 원자력 발전소와 에탄올을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지으면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지레짐작함. 그래서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나랏돈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음. 그에 견주어 에너지수요를 줄이면서 오늘날 삶의 질을 더 끌어올리거나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술에 쓰는 돈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우리는 에너지에 굶주린 과학기술로 만들어낸 도구사용을 끊임없이 늘려가며 오늘날 우리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음. 내연기관, 합성질소비료, 콘크리트 댑, 포장고속도로, 농약 사용 가운데 하나라도 내던져 보라. 그러면 오늘날 당연하게 여기는 것 상당수가 무너져 내릴 것임. 우리는 도구 가짓수를 늘리거나 유지하기 위해 끝없는 탐욕을 부리기보다는 더 슬기롭게 살기 위해 힘써야 할 것임.
- 우리는 먼 조상들은 석유도, 화학비료도, 살충제도 쓸 수 없었으니 밥거리를 어디서 얻을지 알 수 없었다고 생각함. 이것 또한 현대인들의 오만에서 나온 거짓말임. 먼 옛날에도 아메리카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았음. 재난만 발생하지 않으면 될 일이었음. 또한 이 사람들은 대개 농사를 직접 지었고, 밥거리가 어디서 오는지 정확하게 알았음. 현대인들은 완전히 다름. 우리 중에 방금 먹은 밥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아는 이는 매우 드물다. 오늘날 우리는 사람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들을 모름. 먹을 것이 어디서 오고, 환경에 어떤 대가를 치르며,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모름 석유의 힘은 우리를 샌존의 가장 밑뿌리에서 떼어놓아 얼마나 피해가 크고 미래가 얼마나 위협받는지를 깨닫지 못하게 했음. 우리는 슈퍼마켓과 식당에서 언제까지나 푸짐하고 다양한 식사를 할 수 있으리라 믿음. 먹을거리가 하늘에서 내려주는 만나 같은 마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역사상 그 어느 미신보다 더 꽉 막힌 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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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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