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2.06.12 숭고

숭고

예술 2022. 6. 12. 19:09

이 책은 여류조각가 조숙의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다. 작가가 어린시절에 그림을 접하게 되는 과정부터, 입시준비도 없이 대학에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 그 이후 조각가로 활동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게 되는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풀어놓고 있다.
1955년 출생한 조숙의 작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조각가이다. 특히 맨발 가르켈 수도회 영성센터의 '청동문'으로 유명하신 분이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보면 말 못할 사연과 고민이 있게 마련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우리 모두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것 처럼 보여도 깊은 내면에 해결되지 않은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예술은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과 갈등을 필연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화해의 길을 모색하며 경작되는 것이라는 진리를 말하고자 한다.

우리는 흔히 예술가라고 하면, 평상시에는 멍하니 지내거나, 빈둥빈둥 거리다가 갑자기 어떤 영감이 떠올라 작품활동에 매진하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린다. 글을 쓰는 작가들에 대해서도 술과 담배에 찌들어서 지내다가,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 몇날 며칠을 잠도 안 자면서 글을 쓰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영감은 천천히 조금씩 다가오는 것이며, 그 조금씩 천천히라는 것도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물들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각고의 노력끝에 간신히 얻어지는 것이다.

조숙의 작가의 작품들은 주로 인물을 다루고 있는데, 특히나 흙이라는 재료로 생명력을 표현하고 불어넣는다. 특히 카톨릭 신자로서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의 서간을 읽으면서 작품에 대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병인박해 당시 순교자들은 모욕과 경멸을 당하면서도 그 시련을 하느님의 손에 맡기는 겸손함을 보였다. 조숙의 작가는 이런 순교자들의 영적인 가치를 살리는 의미에서 순교자들을 기리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조숙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리고 조숙의 작가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었던 외국작가의 작품을 통해 숭고한 인간의 영혼이 창조주를 찬미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작가의 작품들이 사진으로 담겨 있어서, 에세이를 더욱 충만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션 색을 입다  (0) 2023.05.05
방구석 뮤지컬  (0) 2022.10.02
그림을 보는 기술  (0) 2022.04.16
디자인 레시피  (0) 2021.08.12
과학자의 미술관  (0) 2021.06.13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