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미술관

예술 2021. 6. 13. 08:50

- 렘브란트가 많이 사용한 색 중에 선홍색의 버밀리온은 황화 수은(HgS)으로 황을 포함하는 대표적인 색이다. 그림이 검게 변하는 '흑변 현상'은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57년경에 그려졌던 밀레Jean Francois Millet, 1814-1875 의 〈만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만종〉은 황혼을 표현한 그림이 라 좀 어둡기는 하겠지만 그림이 막 그려졌을 당시에는 지금처럼 탁하고 칙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경)이건 〈만종>이건, 산업혁명으로 도시 공해가 심해지면서 대기 중의 황산화물(SOx)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그림의 색채가 검어지고 그림의 주제가 퇴색하면서 야경이라 는 이상한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둡고 칙칙한 느낌을 오래된 그림이라 중후한 매력을 풍긴다며 그냥 넘겨야 할지는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 1965년경 사회학자 길필란5.C. Gilfillan은 “로마제국은 납 중독으로 멸망했다”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로마인들은 납의 지나친 애용가들이었다. 그들은 음식을 담는 그릇은 물론, 물을 연결하는 배수관과 화장품, 염료 등에 이르기까지 납 성분을 활용했다. 무엇보다 끔 찍한 일은 로마인들이 납설탕'이라는 감미료를 즐겨 먹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로마인들이 즐겨 마셨던 와인은 천연효소를 사용하여 주조하였기 때문에 신맛이 강했다. 그들은 신맛을 없애기 위해 납으로 만든 주전자에 포도즙을 넣고 끓여 사파(sapa)라고 하는 단맛이 나는 초산납(납설탕)을 만들 어 와인에 섞어 마셨다. 당시 사파는 와인뿐 아니라 다른 식품에도 감미료 로 사용되었다. 심각한 납중독을 일이키는 사파는 뇌 손상, 불임, 뼈 훼손, 신장 장애 등을 야기하면서 로마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납이 미백 화장품의 주요 성분으로 사용되면서 동서고금을 막론 하고 수많은 여성들을 괴롭혔다. 클레오파트라 Cleopatra VI, BC69-BC30는 황화안 티몬을 주원료로 하는 '콜(khol)'이라고 하는 검은 가루로 그 특유의 눈 화장을 했다. 그녀는 콜로 인해 안질에 시달렸다. 수많은 초상화의 모델이 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 Elizabeth1, 1533~1603 은 '베니스분'이라는, 납 성 분을 함유한 백분으로 천연두 자국과 거친 피부를 가렸다. 다소 창백하게 표현된 그녀의 얼굴에서 베니스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납이 든 화장품은 동양의 여성에게도 치명적이었다. 최근 일본 산업의 과대학이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막부시대 무사 계급의 후손들의 골 격에서 다량의 납 성분이 발견되었다는 흥미로운 자료가 눈에 띈다. 실제 로 무로마치부터 에도시대의 풍속화 우키요에 속 여성들은 납 성분 화장 품을 바른, 유난히 하얀 얼굴로 묘사된다. 당시 일본 무사들의 아내들이 사용했던 화장품은 후대에 치명적인 납 중독을 일으키면서, 불임과 함께 기형아, 장애아, 저능아 출산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 화장품으로 인한 납 부작용은 20세기 초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쌀가루로 만든 백분에 접착력이 뛰어난 납가루를 혼합하여 '박가분(家)' 이라 불리는 화장품이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였다. 물론 박가분을 사용한 여성들의 얼굴이 온전할 리 없었다. 수많은 여성들이 심각한 피부질환에 시달렸으며 일부 여성은 납중독 증상이 심해지면서 정신장애까지 앓기도 했다.
- 연금술이 실패한 과학이 아니라면 원래 무엇이었다는 말인가? 연금술 사들은 온 우주와 만물을 변화시키고 운행하는 어떤 원동력이 있는데 그 것이 보편 정신'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있어 만물을 창조하고 모든 물질의 근원이 되며 생명의 토대가 된다고 믿었다. 말하자 면 연금술은 기술이나 과학을 넘어서 철학이고 신학이었다. 그 보편 정신 이 바로 '신의 정신' 이며 이것을 구체화, 형상화한 것이 '현자의 돌'이라고 보았다. 그러니까 연금술사들의 진정한 목표는 금을 만드는 것이 아니 라 신의 정신을 파악하여 만물 창조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현자의 돌'은 모든 불순하고 불완전한 금속을 정화하고 정신을 온전케하여 종국에는 육체의 만병도 치료할 수 있는 불사의 영약이었다. 그들은 ‘신의 정신'을 병에 담길 원했다. 연금술의 상징이 된 펠리컨은 바로 이 병을 나타내며 실제 이들이 만들어 쓴 유리병의 모양은 펠리컨을 닮았다. 펠리컨이란 새는 자기 심장을 쪼아서 나오는 피를 죽은 새끼에게 먹여서 살리는 영험 있는 새로 믿어졌는데 연금술사는 펠리컨처럼 생긴 유리병으로 비밀스러운 반응을 시도하는 펠리컨과 같은 생명의 수호자였다.
- 선과 색이 만나 회화가 탄생하지만 미술관에 걸린 명화들처럼 둘의 관계는 그리 조화롭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선과 색의 싸움은 회화의 역사에서 가장 치열하고 가장 오래된 싸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것은 선과 색의 논쟁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니 수학과 화학이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조형요소는 선이고 색은 단지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선우위론자들의 얘기부터 들어 보자. 회화는 소묘(드로잉) 없이 어떠한 형상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반면, 색채는 빛에 의해 변해 버리는 우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르네상스시대 미술가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완벽한 균형과 조화는 선을 통해서 이뤄졌다. 선이 없다면 당연히 원근법과 대칭법, 이상적 인체 비례 등도 고안할 수 없으며, 이는 수학적 사고와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이에 맞선 색우위론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술의 궁극적 목적이 자연의 모방이라면, 회화의 목적은 색 없이 달성될 수 없다. 소묘는 채색 을 위한 준비에 지나지 않는다. 선이 이성이라면 색은 감성인데, 감성이 결여된 이성만으로는 예술이 성립할 수 없다. 색의 본질과 변화는 화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회화의 주재료인 물감이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결국 선과 색의 논쟁을 통해 회화에 수학과 화학 원리가 담겨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 유기물질을 태우면 탄소만 남고 그것이 검은색을 띤다. 이런 변화를 탄 화(炭化)라고 한다. 색 이름에서도 무엇을 태워서 만든 검정인지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가장 오래전부터 써 온 검정으로 아이보리 블랙(ivory black)이 유명하다. 이것은 아이보리, 즉 상아를 태워서 만든 검정이다. 물론 요즘은 상아로 만들지는 않는다. 색 이름이 아이보리 블랙이라 해도 지금 제품은 일반 소뼈나 기타 동물의 뼈 를 사용하여 만든다. 그래서 본 블랙(bone black)이라 부르기도 한다.
- 나무를 태워서 만들 수도 있는데 어떤 종류의 나무를 태워서 만드는가 에 따라 다른 검정이 만들어지고 이름도 달라진다. 원료 나무의 종류에 따라서 색상이 약간씩 차이가 나는데, 화가들은 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한다. 푸른 끼가 도는 검정도 있고, 붉은 끼가 도는 검정도 있으며, 노란 끼가 보이는 검정도 있다. 바인 블랙(wine black)은 포도나무 가지를 태워 만들고, 피치 블랙(peach black)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태워 만든다.
동양화에서 많이 쓰는 송연묵(松煙墨)은 소나무를 태워 만든 것이다. 동 양화의 유연묵(油煙墨)은 기름을 태운 것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식물성 기 름을 태워 만든 것을 베지터블 블랙(vegetable black)이라고 한다.
- 한편, 우리가 연필로 사용하는 흑연(黑鉛)은 잘못된 이름이다. 검은 납이 란 의미로 서양의 'lead black'을 그대로 차용한 것인데, 납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흑연은 그래파이트(graphite)가 맞으며, 탄소만으로 이루어진 판 상 결정이다. 글을 쓰다'라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 그라페인(Graphein)에서 유래했다.
이밖에 유일한 무기물 검정인 마르스 블랙(mars black)은 산화철이 주성분이어서 아이언 블랙(iron black)이라고도 부른다. 약간 갈색이 돌아 따뜻 한 느낌이 난다. 최근에는 유기화학의 발달로 실험실에서 합성한 유기물 검정도 있다. 아닐린 블랙(aniline black)이 그것인데, 색이 매우 진하고 검정 외에 어떤 색도 띠지 않는 정말 '깜깜한 블랙'이다. 색이 아름다워서 다이아몬드 블랙(diamond black)이라 부르기도 한다.
- 풍경화가들은 대개 야외에서 본 풍경을 화실로 들어와서 그렸다. 그런데 컨스터블은 야외에서 채색까지 병행하는 '오일(유화) 스케치'로 자연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자 했고, 이를 바탕으로 화실에서 채색을 마무리했 다. 컨스터블의 이러한 작업 방식은 훗날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야외에서 작품을 완성하는 단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컨스터블은 자연에서 관찰한 초록색 나뭇잎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같 은 나무에 달린 잎들이지만 색이 모두 다르고 어느 하루도 서로 같은 날 이 없이 시시각각 변한다.” 나뭇잎을 눈으로 보고 그 형색을 머리에 담아 화실로 들어와 캔버스 앞에 앉으면 같은 초록색 나뭇잎이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로 빛에 따라 변하는 나뭇잎은 매번 다양한 초록색을 연출함을 컨스터블은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그가 표현하는 초록색은 훨씬 생동감 넘치며 자연과 닮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실재(實在)하는 풍경을 강조했던 컨스터블은 가까운 대상은 갈 색 톤으로, 먼 배경은 푸른색 톤으로 채색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다 양한 초록색으로 숲을 재현했다.
- 작은 금속 입자로 인해 유리 색깔이 바뀌는 기술은 무려 4세기경 고대 로마 시대 작품 '리쿠르고스의 컵(Lycurgus Cup)'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컵에 는 리쿠르고스라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왕을 조각해 덧붙여 놨다. 디오니소스(그리스 신화 속 포도주와 풍요의 신)가 자신을 박해하는 리쿠르고스를 포도 주를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든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리쿠르고스 컵은 평소에는 녹색에 가까운 색으로 보이지만(왼쪽), 컵 안 에 빛을 쪼이면 붉은색 혹은 마젠타 빛깔로 변한다(오른쪽). 컵의 비밀은 오 랜 시간 봉인되어 있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 미세한 나노입자를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이 개발되면서 풀렸다.
컵 안에 특별한 조명이 따로 없을 때, 컵은 외부의 산란된 빛을 통해 우 리 눈에 보인다. 대게 푸른색-녹색 계열의 빛이 산란효율이 높으므로 컵 은 녹색 계통으로 보인다. 그러나 컵 안에 조명이 있으면, 조명 빛은 컵을 투과해 우리 눈에 들어온다. 즉 빛은 컵 속의 금속 나노입자와 상호작용 하면서 투과한다. 이때 금속입자의 크기가 점점 작아짐에 따라 전체 부피 대비 표면적 비율이 증가하게 된다. 금속 나노입자의 경우 부피 대비 표 면적 비율이 매우 높다.
이때 나노입자 표면에는 금속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유전자(진공 또는 물 질 내부를 자유로이 운동하는 전자)가 높은 밀도로 분포하게 된다. 표면에 구름처 럼 존재하는 자유전자들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진동한다. 이 진동수와 같은 진동수(혹은 파장)의 빛을 만나면 자유전자들은 그 빛을 강하게 흡수 하고 약간 긴 파장의 빛을 다시 방출하게 된다. 이를 표면 플라즈몬 공명이라 한다. 수십 나노미터 크기를 가진 금 나노입자는 고유 파장대가 560나노미터 (노란빛)이다. 금 나노입자가 빛을 만나면 먼저 표면 플라즈몬 공명이 일어나고, 공명 파장보다 약간 긴 파장의 붉은색 빛을 방출한다. 그래서 컵 안에 빛을 비추면 컵이 붉은색으로 보이 는 것이다.
로마인들은 인지하 지는 못했지만, 금과 은을 모래 알갱이보다 수백 배 작게 즉 나노입자 크기로 연마하는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리쿠르고스 컵 제조 기법은 12세기 이후 유럽 전역에서 발전한 스테인드글라스 기술의 근간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스테인드글라 스는 다채로운 색을 내기 위해 구리, 철, 망간과 같은 여러 가지 금속화합 물을 이용했으며, 제작 과정 중간에 금이나 니켈 같은 금속을 첨가했다.
표면 플라즈몬 공명 효과에 의한 빛의 산란은 금속 나노입자 크기나 모 양에 따라 다르게 일어난다. 입자 크기나 모양이 다르면, 공명하는 빛의 고유 진동수(주파수) 혹은 파장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빛이 산란되어 보이는 색도 달라진다.
- 산타페 하늘이 유독 물감을 풀어놓은 듯 맑고 파란 이유는 '빛의 산란 때문이다. 공기는 산소, 질소, 수증기, 먼지 등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 다. 태양빛이 대기를 통과하면 공기 중의 알갱이들과 부딪혀 사방으로 흩 어진다. 이런 현상을 빛의 산란이라고 한다. 산소와 질소같이 크기가 작 은 기체 분자들은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을 더 잘 산란한다.
노을도 빛이 산란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낮에는 해가 머리 위에 있어 태양빛의 이동 거리가 비교적 짧다. 해 질 무렵에는 태양빛이 지구에 도 달하는 거리가 낮보다 훨씬 길어진다. 파장이 짧은 파란빛은 쉽게 산란 되지만 멀리 못 가는 특징이 있다. 반면 파장이 긴 붉은빛은 산란은 덜 되지만 잘 회절(回折, 파동이 장애물 뒤쪽으로 돌아들어 가는 현상)’ 되어 먼 거리까지 도달한다. 해 질 무렵 파장이 짧은 보라색, 파란색 빛은 우리 눈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산란해 사라지고, 파장이 긴 빨간색 빛이 대기층에 많이 남아 우리 눈 속에 들어온다. 그래서 해 질 녘 하늘은 붉게 보인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19세기 영국 물리학자 레일리 John William Struit Rayleigh, 1842-1919가 처음으로 설명했다. 빛의 파장보다 훨씬 더 작은 입자에 의한 산란은 그의 이름을 따서 '레일리 산란(Raylegn scattering)' 이라고 부른다.
레일리 산란과 반대로 빛의 파장과 크기가 비슷한 입자에 의한 빛의 산 란 현상은 '미 산란(Mie scattering)'이라고 한다. 미 산란은 독일 물리학자 구스 타브 미Gustay Mie, 1868~1957가 제시했다. 기체 분자보다 상대적으로 크고 균일하지 않은 물방울(구름)이나 먼지, 연기, 얼음의 경우 미 산란을 일으킨다.
구름이 하얗게 보이는 이유는 미 산란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구름은 다양한 크기의 물방울로 이루어져 있다. 크기가 다른 물방울들은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산란한다. 큰 물방울은 파장이 긴 빨간색 빛을, 작은 물방울 은 파장이 짧은 보라색이나 파란색 빛을 산란한다.
그 결과 모든 빛을 산란해 구름이 하얗게 보인다(모든 색의 빛을 합하면 흰색이 된다). 안개가 꼈을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것 도 미 산란으로 설명할 수 있다. 
- 특히 뉴멕시코 지역은 사막 기후여서, 평균 습도가 10~40%로 매우 건조하다. 건조한 날씨에는 수증기나 공기 중에 물방울이 상대적으로 적어 물방울이나 수증기에 의한 미 산란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맑고 건조한 날은 낮 동안 하늘이 더욱 깊고 파랗게, 저녁에는 노을이 훨씬 붉고 선명하게 보인다.
뉴멕시코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 '샌디 아산(Sandia Mountain)'이다. 샌디아는 스페인어로 '수박' 이라는 뜻이다. 저녁노을에 반사되어 붉게 보이는 산이 어찌나 선명하게 빨갛던지, 수박을 반으로 갈라놓은 것 같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1909년 <수련> 연작을 계획하면서 모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지치고 고단한 사람들에게 연꽃이 흐드러진 고요한 연못을 바라보며 평온하게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안식의 공간을 선사하고 싶다.”
모네는 진정 태양을 그리고 싶어 했던 화가였다. 그는 수면이라는 캔버스 위로 빛이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의 작품이 있어 우리는 화폭에 담긴 불멸의 순간 속에서 안식을 찾는다.
- 옵아트는 '빛을 이용한 망막의 미술(Retinal art)', '지각적 추상(Perceptual abstraction)'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상 미술은 관람자의 눈에서 출발해 회 로와도 같이 복잡한 연산과 재구성 과정을 거친 후에 뇌에서 인지되는 것 이다. 그래서 미술은 일종의 '시각'과 '지각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회화 또는 미술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이 사진처럼 사실적이거나 때로 과장되어 있더라도 최소한 어떤 형상이 있지만, 옵아트는 형상을 재현하지 않는다. 옵아트는 형상을 표현하기보다는 시각적인 효과'에 집중한다.
- 1935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슈뢰딩거 Erwin Schrodingers, 1887~1961는 코펜하겐 해석을 부정하고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보여주기 위해 슈뢰딩거의 고 양이(schrodinger's Cat)'라는 사고 실험을 고안했다. 상자 속에 반감기가 한 시간인 방사성 물질과 청산가리가 든 병, 고양이가 들어 있다. 방사성 물 질이 붕괴하면 연결된 방사능 검출 계수기가 작동하면서 망치가 청산가 리가 들어 있는 병을 깨고, 고양이는 청산가리를 흡입해 죽게 될 것이다. 방사성 물질은 50% 확률로 붕괴되도록 세팅되어 있다.
한 시간 뒤 고양이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어 떤 물질의 상태는 그 상태를 관측하면 변한다. 즉 고양이는 상자를 열어 관찰하기 전까지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으며, 상자를 열어 우리가 관찰하는 순간 살았거나 죽은 상태 가운데 한 상태로 확정된다.
슈뢰딩거는 이것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고양이는 우리가 상자를 여는 행위(관찰)와 상관없이 살아 있거나 죽어 있으며, 단지 상자 밖에 있는 우리가 이 사실을 모를 뿐이라고 했다. 원자나 전자처럼 작은 미시세계가 아닌 거시세계, 즉 우리의 현실에 불확정성 원리와 코펜하겐 해석을 적용한다면 얼마나 이상하게 느껴지는지, 슈뢰딩거는 이 사고 실험을 통해 역설하고자 했다.
- 르네상스시대까지 회화의 방식이나 주제 의식은 큰 틀에서 상당히 비 슷했다. 그러다 빛을 직접 묘사하고, 회화 기법에 빛을 반영한 인상주의 를 시작으로 새로운 미술 사조가 하나둘 등장했다. 하나의 사조가 일정 시간 부흥하다가 다시 반대 사조가 나타나고, 다시 이 사조를 부정하는 정반합(正反合) 과정을 반복하며 진화해 미술계는 오늘날과 같은 다양함에 이르게 되었다.
놀랍게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미술계 상황은 빛의 정체와 특성 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하고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이론이 끊임없이 등장해 증명과 반박을 거듭하며 이루어낸 현대물리학의 발전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분야, 미술과 물리학이 '빛'이라는 공통의 화두를 놓고 고민하고 논쟁하며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패턴의 풍 파를 겪으며 발전해 왔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빛에 관한 과학 이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탄생한 신인상주의도 있었으니, 예술과 과학이 오래전부터 서로 공생 관계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회화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공통된 대명제를 놓고 철학적인 고민을 거듭하며 성장해 왔다. 그 고민의 궤가 물리학과 상당히 닮아 있다.
- 빛은 화가의 가난 때문에 또는 실전처럼 반복된 연습 때문에 세상에 영 원히 나오지 못했을 뻔했던 그림을 보여 줬다. 고흐는 평생 동생 테오에 게 경제적 지원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리지 않고 그림만 그렸 다. 제대로 된 물감을 살 수 없어 싼 안료를 사용했다. 덕분에 고흐 그림은 색이 날아가거나 점차 변색되고 있다. 태양처럼 영원히 이글거릴 것 같던 해바라기도 차츰 시들고 있다 (19쪽 참조). 〈카페에서, 르 탱부랭의 아고스 티나 세가토리>를 엑스선으로 촬영한 그림은 화가가 가난과 힘겹게 싸웠 던 시간을 오롯이 보여 준다.
- 몬드리안은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나는 부분을 적절하게 배치하면 감상자가 편안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믿었다. 〈빨강, 검정, 파 랑, 노랑, 회색의 구성>은 무질서한 요소를 배제한, 수학적이고 건축적인 균형을 미술로 이뤄 내고자 한 몬드리안의 이론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언뜻 보면 대부분 비슷해 보이는 몬드리안의 작품들은 색과 선, 면 등 이 하나하나 치밀하게 계산되어 완성되었다. 〈빨강, 검정, 파랑, 노랑, 회색의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자. 흰 바탕에 검정색 선을 경계로 3원색을 칠한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흰 바탕과 검정색 선은 정확하게 나누어진 부분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로 색을 채워 넣은 것이다.
몬드리안은 자신의 창작 기본 원리에서 밝혔듯이, 화면 안에 있는 모 든 직사각형들이 대칭이 되는 것을 피했다. 그리고, 그림 속 검정 수직선 과 수평선은 서로 교차하며 사각형의 격자 구조를 이룬다. 이 격자 구조에 사용된 황금비율 1.618은 몬드리안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 몬드리안은 가장 단순한 요소인 직선과 원색으로 그림을 완성하고자 했다. 그는 우주의 객관적인 법칙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명료하고 절도 있는 회화를 그리길 열망했다. 몬드리안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으로 보이는 형태들 속에 감춰진 불변하는 실재(實在)를 예술로 밝혀내려고 노력했다.
몬드리안은 몇 개 되지 않는 형태와 색채를 결합하여 그것들이 잘 어울 려 보일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나갔다. 몬드리안의 작품세계를 알게 되면, 단순한 선과 면 분할 및 채색만으로 완성되는 작품일수록 깊은 사고와 성찰이 요구됨을 깨닫게 된다.
몬드리안은 직선과 반듯한 면 그리고 몇 가지 컬러로만 이루어진 대단히 금욕적인(!) 작품들처럼 수도자에 비유되는 검소한 삶을 살았다. 세계 적인 예술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일부러 재산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삶 의 본질을 궁구(窮究)하는 데 몰두했다. 이러한 몬드리안의 삶의 철학은 그 의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평소 그가 되뇌었던 금언(金言)은 이를 방증한다. “미술이란 자연과 인간을 점차적으로 소거(去) 해 나가는 것이다”
-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물상을 조각할 때나 그림을 그릴 때, 작품 속의 사람이 몸무게를 한쪽 다리에 신고 다른 쪽 다리는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있는 자세를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이런 자세를 하면 몸무게가 이동함 에 따라 둔부 · 어깨 · 머리는 신체 내부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듯 이 기울어지게 된다. 이와 같이 몸의 무게 중심을 한쪽 다리에 두면 몸은 S자 곡선을 그리게 되는데, 이 곡선을 가리켜 인간의 신체를 가장 아름답 게 표현한다는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라고 부른다.
미술사에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화가들이 콘트라포스토를 그렸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을 꼽는다면 독일의 화가 뒤러Albrecht Drer, 1471~1528가 1504년에 제작한 아담과 이브>가 아닐까 싶다.
- 뒤러는 이 작품에서 키의 반은 다리 길이가 되고, 상반신의 반에는 젖꼭지, 하반신의 반에는 무릎이 오도록 하였다. 또 키는 머리 길이의 8배가 되고, 키 전체를 3:5로 나누는 위치에 사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배꼽 을 그렸다. 이것은 뒤러가 그림 속의 두 주인공을 황금비인 1:1.6을 만족 하는 8등신이 되도록 그린 것이다. 또 아담과 이브의 몸무게 중심이 한쪽 다리에 있게 함으로써 전체 몸이 S자 곡선을 이루도록 그렸다.
아담 옆의 나뭇가지에 조그마한 명판이 달려 있는데, 알브레히트 뒤러 가 1504년에 완성했다' 라고 서명되어 있다. 뒤러는 이전 시대 화가들과 달리 자신의 작품에 서명을 남겼는데, 그만큼 그는 화가로서 자의식이 강 했다. 뒤러의 서명이 전범이 되어 후대 화가들도 자신의 작품에 서명을 남겼다.
- '그런데 사과를 비롯한 거의 모든 과일은 왜 둥근 모양일까?' 자연은 항상 뛰어난 수학자이다. 자연이라는 수학자는 과일이 과육에 품고 있는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할지를 알 고 있었다. 어떤 물체의 수분 손실은 그 물체의 겉넓이에 비례한다. 즉, 물 체를 덮고 있는 표피가 넓으면 넓을수록 증발로 인해 더 많은 수분을 빼 앗긴다. 따라서 모든 과일은 번식을 위하여 과육의 부피를 최대로 하며 겉넓이를 가장 작게 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 답이 바로 지금과 같은 둥 근 공 모양의 과일이다. 이 문제를 우리는 '디도의 문제(Dido's Problem)'라고 한다. 
- 디도 이야기는 지금부터 약 2800년 전 고대 그리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니키아의 폭군 피그말리온의 여동생 디도는 오빠의 폭정을 피해 자신의 추종 자와 몇몇 원로원 의원을 데리고 북아프리카의 해안에 도착한다. 디도는 그곳 원주민의 통치자였던 얍(Yarb)에게 자신이 가져온 황금을 줄 테니 땅을 팔라고 요청한다. 얍은 땅을 팔 생각이 없었지만 디도의 설득에 넘어가 황소 한 마리의 가죽으로 최대한 둘러쌀 수 있는 만큼만 팔겠다고 한다. 디도는 언덕을 둘러쌀 수 있도록 가늘게 쇠가죽을 잘라 영역을 정하였고, 이 언덕은 가죽이라는 뜻의 '비르사(Byrsa)'라고 불리게 되었다. 디도는 비르사에 요새를 만들고 백성들을 잘 다스려 조그마한 지역을 도시로 번성시켰다. 나중에 이 도시는 '카르타고'라고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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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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