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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19 커피가 돌고, 세계사가 돌고

 


커피가 돌고 세계사가 돌고

저자
우스이 류이치로 지음
출판사
도서출판북북서 | 2008-11-14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이슬람의 종교적 관념이 빚어낸 커피와 커피문화는 서아시아 지방에...
가격비교

- 네덜란드 상인이 예전처럼 커피를 아라비아 상인에게 최대한 싸게 산 뒤에 다른 상인들과 경쟁하면서 가능한 비싸게 팔던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커피를 생산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커피는 유럽의 식민지주의 역사를 검게 물들이는 상품이 되었고, 문자 그대로 지구상의 자연과 인간을 개조하는 근대의 대표적 상품의 길을 걷기 시작.
- 17세기 전형적 자본주의 국가 네덜란드의 수단은 철저하고 또 합리적이었음.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자바의 지배세력을 폭력으로 제압하지 않았음. 아니 오히려 그들과 결탁하는 형태로 그들에게서 커피재배에 필요한 모든 권리를 현금으로 사들임. 자바의 지배세력은 어느정도의 독립적 권력을 인정받았고, 그 권력을 이용하여 자바주민들에게 네덜란드를 위한 커피재배를 강요. 네덜란드의 식민지 지배는 현지의 지배층에게도 큰 이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이었음. 자바의 농민은 커피 플랜테이션에서 무보수로 일하던가, 아니면 자신의 농지 일부를 커피를 재배하는데 제공할 것을 강요당함.
- 커피는 결코 자연적 음료가 아님. 그냥 두어도 개나 고양이가 마시는 그런 음료가 아님. 창고에 쌓아둔 커피콩은 뒤도 거들떠 보지 않음.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수피들의 특수한 인간적, 정신적 욕구가 그것을 필요로 했기 때문. 아이들이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처음부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음. 그런 커피가 이렇게 대량으로 소비되려면, 상업자본은 인간에게 커피에 대한 자연적이고 정신적인 내적 욕구를 만들어내야 했음. 상업자본주의는 인간과 자연을 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장치임. 커피라는 신종 음료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 재력을 갖춘 상인들은 호화로운 커피의 집을 만들었고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내적 자연에 가공을 덧붙여 커피에 대한 욕구를 정착시켜 나갔음. 그렇게 해서 일단 사람들 사이에 내적 욕구로 정착된 상품이 이번에는 외적 자연에 손을 대기 시작. 새롭게 생겨난 인간의 욕구는 커져가지만 외적 자연은 저절로 대응해주지 않음. 따라서 외적자연이 원생림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작물을 위한 밭이었는지는 상관없이, 커피생산을 위해 재편성되어야 했음. 커피문명의 발전은 선진자본주의 제국에서 조달된 무슈자본과 ,서인도 제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의 마담 대지가 결합하여 인간과 자연의 개조를 추진하게 됨
- 상업자본은 국내 모직물산업의 육성을 모색해야 함. 하지만 상업자본가에게는 가격격차가 생명임. 제품가격을 최저로 억제해야 함. 반대로 이것은 산업자본가에게는 불만사항임. 17세기의 영국은 산업자본이 상업자본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마침내 우위에 서게 되는 시대였음. 산업자본이 왕권과 깊은 관련을 맺은 거대 독점 상업자본을 상대로 벌인 투쟁의 특수성은, 커피하우스의 특수성을 잘 설명해줌. 왕권과 거대상업자본이 기존의 공적세계를 점유하고 있었던 데 비해, 산업자본가는 민간인 이었으며, 공권력 행사를 허락받지 못한 인간, 그런 의미에서는 개인이었음. 결국은 아직도 제로의 제3계급이었음. 그런 그들이 왕권과 상업자본에 대해 투쟁을 전개하고 산업자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적세계와는 다른 공적 세계에 호소할 수 밖에 없었음. 말하잠녀 중세저긴 공중목욕탕의 온탕에 몸을 담그고 내몰려서는, 왕이나 정부의 공권력에 대항하는 근대적 권력팩터로 동원된 것. 하지만 그들을 동원하려 해도 영국은 아직 아무것도 없었음. 신문, 라디오, TV, 전화 아무것도 없다. 상업자본과 산업자본의 이데올로기적 대결은 팸플릿과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권력팩터가 되어가고 있는, 판단하고 비판하는 대중을 어떻게 자기편으로 끌어들일지에 달려 있었음. 바로 그때, 새로운 공적제도인 커피하우스가 생겨난 것.
- 청교도 혁명과 뒤이은 왕정복고 시대의 영국에 확립된 커피하우스라는 근대시민사회의 공공적 제도와 커피라는 상품의 이미지는, 근엄한 청교도의 이데올로기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음. 이슬람 수피즘의 정신적 비호속에 탄생한 커피는 저 독특한 깨어있는 도취감이 특징. 커피의 그러한 상품적 특성은 적어도 자본주의의 기본적 윤리의 한 부분을 형성하는, 냉정하게 깨인 종교로서의 청교도주의와 어울리는 것이었음.
- 커피하우스는 새로운 것을 잉태하는 구유였음. 근대시민사회의 여러 제도들이 그곳에서 준비됨. 또한 커피하우스는 그곳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근대시민사회에 맞게 개조해주는 장소이기도 했음. 커피는 사람을 깨어있게 하고, 이성적으로 만들어주고, 수다를 떨게 하는 액체로 각인됨. 진지하게 인과관계를 따져보면, 사람을 끌어모은 것은 커피라 불리는 검고 쓴 음료자체라기 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공공장소의 매력이었고, 진정한 상품은 커피가 아니라 정보임. 여하튼, 오후 6시가 되면 커피하우스는 사람들로 넘쳤음. 사람들을 만나고, 수다떨고, 대화를 나누고, 비즈니스를 마무리 짓고, 무엇보다 정치적 뉴스를 듣고, 중요한 사건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고자 커피하우스로 몰려듬.
- 약 반세기에 걸쳐 런던 시민생활의 중심을 차지한 커피하우스는 어찌된 일인지 18세기 중반이 되면서 급격히 쇠락. 1714년 약 8000곳을 헤아렸던 커피하우스가 1739년에는 551곳으로 줄었음. 커피하우스가 쇠락한 원인인 여러가지로 언급되지만, 그중 하나는 커피하우스의 사회적 기능을 다했다는 것. 커피하우스가 자유롭고 데모크라틱한 분위기였다고는 해도, 긴 안목으로 보면 클럽으로 가는 가교역할을 한 것에 불과. 공개지향적인 커피하우스가 각각 특수한 고정고객층을 확보하면서 폐쇄적인 클럽으로 변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음.
- 노예무역이 프랑스 혁명의 혁명적 이념을 지지하는 부르주아지의 경제적 기반을 형성했다는 것은 역사의 짓궂은 아이러니이기도 함. 하지만 노예무역을 축젇된 낭트와 보르도의 풍요는, 부르주아지로 하여금 자유를 추구하고 해방을 부르짖는 자부심을 갖게 했으며, 제3계급에게는 아직은 제로다 하고 외칠 수 있는 자기주장의 터전을 마련해주었음.
- 상품 페티시즘과 자연과 인간사이의 착취와는 같은 메달의 양면과 같음. 지구를 한개의 메달로 치면, 커피는 화려한 페티시즘과 음산한 착취를 반복하면서 확산된 근대의 전형적 상품임. 유럽이 커피생산지에 강요한 것은 극단적 모노컬처였음. 그런 결과로, 이들 나라는 커피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됨. 그 예로 79년 아프리카 제국을 살펴보면 커피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우간다 98%, 부룬디 82%, 에티오피아 75%, 르완다 71%의 극단적 수치를 보임. 커피문명의 세계사적 결과는 적도 근처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른바 커피벨트를 형성하는 커피산출국과 주로 북반구에 위치한 커피소비국과는 지리적 대조를 이룸. 서로 멀리 떨어진 커피생산지와 커피소비지를 이어주기 위해 커피를 실은 배들이 세계의 바다를 오갔음. 연간수출총액 120억불, 커피는 세계 무역 전체에 원유에 뒤이어 2위를 차지. 둘다 시커먼 액체지만, 원유와 커피의 차이는 확연함. 모터리제이션이 일반화된 현대산업사회에서 석유는 없어서는 안될 원료임. 그에 반해 커피는 사치품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기호식품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음. 바로 이점이 석유 산출국들은 과거의 식민지 지배국에 대한 강력한 대항력을 발휘하고 있는 데 반해, 커피산출국은 여전히 커피소비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함. 문제는 정치적 부분에만 그치지 않음. 커피 모노컬처의 부자연스러운 생산시스템은 해당 국가의 생태계를 무너뜨렸음. 커피라는 상품생산의 역사는 행복한 아라비아 예멘 이래로 무슈자본과 마담대지의 결혼의 역사였지만, 이들이 반드시 행복한 부부는 아니었음. 레비스틀스의 슬픈열대는 한편으로는 슬픈 커피벨트의 기록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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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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