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은 계획하지 않고, 쓸모 없는 것을 무수히 만들며, 미래에 대해 완전히 무지함. 하지만 자연은 오늘 여기에 이로운 것을 정확하고도 무자비하게 선택함. 그리고 인간 역시 당연히 창조의 정점이 아니며, 동물세계는 인간의 목적을 위해 발달한 것이 아님. 자연은 수백만년에 걸쳐 수입억의 유인원 가운데 적, 경쟁자, 맹수, 곤충, 기생충, 난관을 가장 잘 극복할 수 있는 개체를 골라냈음.
- 사냥은 성의 구성과 역할을 정했음. 거의 2백만년 동안 오로지 남자들만 사냥을 했으며, 같은 기간동안 여자보다 많은 근육과 땀샘 그리고 더 적은 피하지방을 갖게 됨. 케냐의 인류학자 리처드 리키는 남성들의 지배성이 사냥 독접권에서 왔다고 주장. 그는 고기야말로 강력한 통화라고 했음. 영양가가 가장 좋은 음식을 얻고 또 분배하는 사람은 권력과 존경을 받았음. 그래서 당시에는 도살장이 없었다. 집단전술과 죽일 의도를 가지고 달리는 동물에게 자연이 선택적으로 선사한 것은 죽이고자 하는 욕망, 교활성, 독, 그리고 갈아먹는 이빨 등임. 다윈이 한숨을 쉬며 인정했던 생존투쟁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다른 모든 종을 최대한 위험에 빠뜨리는 기술임
- 인간의 경우 성적으로 성숙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모든 동물에 비해 긴데, 그것은 다음 두가지를 의미.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지식을 쌓을 기회가 오랫동안 있으며, 어른들에게는 따뜻하고 안전한 둥지를 짓고 방어해야 할 의무가 있음. 마침내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생기는데, 이런 관계로부터 유명한 노래와 시, 어머니의 날, 심지어 몇가지 영웅적 행동들이 나옴. 많은 위대한 남자들이 지닌 동력 중에는 의심할 바 없이 어머니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음. 그런데 남자들은 침팬지 수컷처럼 하루종일 늘어져 있는 대신 왜 그렇게 많은 의무를 짊어질까? 물론 자신에게 보답이 생기기 때문. 모든 동물들의 경우 암컷은 특정한 짝짓기 시기에만 교미를 원하고 허락하는 데 반해, 여자는 언제나 섹스의 준비가 되어 있음. 방황하는 사냥꾼에게 자신을 연결하고, 그에게 지속적 쾌락을 제공하는 대가로 그를 부모로서의 역할에 참여시키는 것은 모든 여자들에게 최고의 성공임. 이에 반해 동물적 리듬에 따라 뜨거워지는 여자들은 보호자를 찾을 가능성이 낮고, 따라서 자기아이의 생존가능성도 작아짐. 따라서 섹슈얼리티는 이미 수십만년 전부터 아기를 낳는 일뿐만 아니라 짝을 맺고 아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음. 그에 대해 카톨릭 교회가 오늘날까지 내켜하지 않아도 어쩔수 없는 사실임
- 로마는 제국을 거의 발로 정복했지만, 제국을 유지하는 것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음. 기원후 2세기의 로마제국은 아르메니아에서 포르투갈 그리고 이집트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5천킬로미터에 걸쳐 있었으며, 8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도로로 연결되어 있었음. 이것이 당시까지 인간이 다스릴 수 있는 최대의 조직력이었음. 로마의 도로는 1미터 이상 판뒤 포석과 자갈을 깔아 날씨와 상관없이 토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음. 도로 폭은 알프스 지역은 2미터, 평지는 8미터였으며 갓돌과 이정표, 그리고 말을 교환하고 숙박할 수 있는 역들이 갖추어져 있었음. 아우구스투스 시대부터 도로에는 대부분 지붕이 없는 파발 마차가 정기적으로 다님. 비상시에는 부대가 도로를 통해 이동했는데 보통 하루에 80~100킬로를 이동할 수 있었고, 급한 경우에는 180킬로까지도 가능. 파발꾼은 하루에 몇차례나 말을 교환하면서 3백킬로를 이동. (칭기즈칸의 전령은 4백킬로까지 달렸다고 전해짐) 철도가 승리의 행진을 하기 전까지 이 거리와 시간은 오랫동안 극복되지 않았음.
-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유럽인들이 상륙하지 전까지 말과 바퀴가 알려져 있지 않았음. 따라서 길을 닦을 때도 탈것과 말을 생각할 수 없었고, 도로는 흔히 계단과 좁은 현수교로 이어짐. 두세개의 역마다 가족과 함께 오두막에 사는 전령들이 있었고, 오두막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인 몇 킬로 간격으로 국도에 따라 세워졌음. 그들은 철도가 놓였을 때부터 있던 건널목지기처럼 항상 준비된 상태로 살았음. 이웃전령이 다가오면 그에게 다가가 물건을 건네받거나, 아니면 함께 뛰면서 입으로 하는 이야기를 듣거나, 또는 색실 매듭을 이용한 잉카의 메시지 방식을 전달 받음. "전령은 왕에게 충실해야 했으며, 게을러서는 안되고 사슴과 매처럼 빨라야 했음. 그들의 아내와 아들들은 비밀을 지켜야 했음. 또한 그들은 밤이고 낮이고 간에 쉬지 못했음."라고 17세기에 기록된 스페인 연대기는 전하고 있음. 그들은 정말 비밀을 잘 지킴. 스페인 정복자들은 뇌물과 고문으로도 비밀을 캐내지 못하였으며, 이는 시스템의 승리였음
- 관광산업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그 시초 또한 아주 미약했다는 것을 우리는 거의 잊고 살아감. 과거에는 여행이라고 하면 병력의 이동이나 출정을 의미했고, 여행하는 사람이란 기마용병을 말함. 20세기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인류는 자의든 타의든 출정에 참여할 때에야 비로소 고향을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2차대전이 끝난 후에도 미군은 군대에 와서 세계를 경험하라는 표어로 병사를 모짐. 군인과 해적, 선원과 순례자와 용감한 상인들만 먼 나라를 경험하는 이들이었음. 괴테처럼 세번이나 스위스를 여행하고 이탈리아를 한번 기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극히 일부 상류계층에 부여된 특권이었고 그마저도 모험심이 강해야만 가능한 일이었음. 이런 여행은 꽤나 거창하게 이루어지기 일쑤여서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1816년 마차 세대와 수십명의 하인 그리고 살아 있는 닭으로 가득찬 닭장을 대동한 채 제네바 호수로 향했음. 관광산업의 시작은 여행을 즐기는 영국인들의 습성과 영국적 스포츠 정신의 산물이었음. 동시에 저 황막하고 수천년전부터 악명높은 알프스 산맥을 아름답게 느낄수도 있고 그곳에서 휴가를 보낼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과 맥을 같이함. 알프스 산맥은 오늘날 전 세계 관광산업의 25%정도를 차지. 알프스가 아름답다는 해괴한 주장을 펴면서 이목을 끈 것은 루소였음. 스위스의 발레주를 여행하면서 강한 인상을 받은 루소는 1761년 출간되어 18세기 프랑스 문단의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신엘로이즈에서 알프스의 신비로운 장관에 현혹된 나머지 "빛나는 정상들이 빚어내는 빛의 향연"이 정신과 감각을 황홀하게 만든다고 적었음.
- 크루즈 여행은 사실 평화적 방법으로 진행되는 제국주의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음.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 쳐들어가 서구의 생활양식을 퍼뜨리고 배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시중을 받음. 모든 허드렛일은 아시아인들의 차지로, 그들은 박봉을 받으며 주 7일 근무를 함. 본국의 각종 노동법과 세법을 피하는 것이 사업수완의 일부이고, 불법으로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서슴지 않음. 대다수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궁핍한 현지 여행지에 도착하면 상인과 걸인, 아이들이 선박과 관광버스 사이에서 관광객들에게 달려듬. 여행객들이 그곳에 남기고 가는 것은 두가지, 바로 돈과 지구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 고기 1킬로 그램의 칼로리와 단백질 함유량을 채우려면 가축에게는 그것의 최소한 세배, 평균적으로 일곱배, 많게는 10배 정도에 해당하는 사료를 먹여야 하는 경우도 흔치 않음. 물론 대부분의 영양소는 동물들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사용함. 이런 상황에서 지구상에서 기아게 허덕이는 수십억 인구의 배를 채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육류 과소비 문화에 회의를 품는 것은 당연함. 소의 자연식단인 풀은 인류가 사육하는 전 세계 15억 마리가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함. 결국 소들은 대개 곡물사료를 먹게 되는데 이는 발육기간을 단축한다는 한가지 이점이 있지만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를 낳음. 첫째, 소의 소화기는 곡물을 처리하게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투입되는 항생제가 먹이사슬 체계에 편입됨. 둘째 전세계 곡물수확량의 절반정도가 가축사료로 사용되는데, 이는 전 세계 농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임. 셋째, 가축 사료용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특히 브라질에선 벌목이 횡행하고 있음. 넷째, 과도한 양우 수로 인해 농축사료를 수입해야 하는 나라들 (독일이 대표적이며 네덜란드의 양우산업도 급속히 팽창하고 있음)은 사료 생산을 위한 땅뿐만 아니라 가축의 배설물을 처리할 땅 또한 부족한 실정. 마지막으롤 유엔 식량 농업기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축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이의 25%를 차지하며 이는 교통으로 발생하는 양보다 많음. 61년부터 07년 사이에 인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두배로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동안 인구가 두배이상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육류소비량은 네배 이상 증가한 셈.
- 이제껏 폭염보다는 한파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더 많다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임. 더위로 인한 사망률은 열대 지역의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가뭄과 풍토병, 일사병을 동반할 경우 더 높아질 수도 있음. 하지만 1400년부터 1900년 사이의 유럽을 보면 한파의 영향이 얼마나 지속적인지 알수 있음. 이 기간동안 지구 기온은 평균 섭씨 1~1.5도 내려갔는데 학자들은 이를 소빙하기라 부름. 이때에는 빙하의 면적이 증가했고 식물 새장기도 6주 짧아졌음. 그 결과는 흉장, 가축몰사, 기아, 전염병, 인구감소로 이어짐. 이런 배경에서는 유럽이 다시 따뜻해지기 시작한 사실에 대해 기뻐하는 것도 그리 잘못된 일은 아닐 것임. 즉, 앞으로 다가올 온도상승도 부담없이 바라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음.
- 전 세계를 포괄하는 세계화의 단계
(1) 탐험과 발견 :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지구가 구일 것이라 추측했고, 세계에 대한 정학한 정보도 없던 당시에 이미 1494년 토르데시야스 조약을 통해 세계를 양분했음. 지구가 구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콜럼버스였고 이를 증명한 것은 마젤란 이었음
(2) 경제력을 통한 지배 : 이 역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처음 시도했고,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이 그 뒤를 이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견해에 따르면, 이미 1848년에 세계 시장이 형성되었음. 부르주아 계급은 형성된지 1백년도 안 되어 과거 모든 시대를 합친 것보다 더 거대한 생산력을 창조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음. 그들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야만적인 나라들을 문명권으롤 끌어들인다는 것
(3) 개발원조 : 잘사는 몇몇 국가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품으려는 시도로서 다면적이고 문제점이 있으며, 간단히 다루기에는 매우 복잡한 사안임
(4) 군사력을 통한 지배 : 다루어진 적이 별로 없고, 세계사에서 새로운 점이라고 할 수 있음.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02년 발표한 국가안보 전략의 목적이 바로 군사력을 통한 세계 지배임. 미국은 그들이 적합하다고 간주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입지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보고 있음. 여기에는 예방전쟁도 포함됨
(5) 경제적, 문화적 상호교류 : 이는 최근 25년간의 경향으로, 오늘날의 의미에서 세계화란 다른 어느것보다도 빠르고 전방위적이며 비교적 정부의 개입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함. 경제와 문화권 간의 상호교류는 마찬가지로 서양의 거대권력과 기타 세계 사이에서 시작되었지만 무게 중심은 변하고 있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선진국, 특히 미국의 문화적 우월성임. 세계화가 아니라 미국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
- 인간은 평화를 사랑하는 존재가 아님. 인간은 늘 이웃부족과 종족을 향해 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고, 개인의 공격욕구와 집단의 공격욕구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선이 없음.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분쟁과 전쟁을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음. 그러나 호모사피엔스에겐 이런 생물학에 맞서는 문화적 진화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생물학적 진보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점은 그 과정이 수천년이 아니라 수백년, 아니 수십년 만에 이루어진다는 것. 인류는 하늘을 날기 위해 새들이나 곤충들처럼 수백만년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음. 오토릴리엔탈의 첫 활공 이후 달 착륙까지 불과 78년밖에 걸리지 않았음. 1912년 타이타닉호에 승선했던 상류계측 남성들이 군소리 없이 가난한 여성들을 보트에 태워 보낸 것은 그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 자신의 권력본능과 우월본눙을 억누를 수 있었기 때문. 오늘날에는 결투가 더 이상 19세기처럼 어느 한쪽의 죽음으롤 끝나지 않고, 테니스 경기에서처럼 승자를 짓밞아 버리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패자가 승자에게 악수를 청하는 것만 보더라도 문화가 자연에 대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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