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4'에 해당되는 글 3건

  1. 07:08:26 이탈리아 가정식
  2. 07:06:45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3. 07:03:53 20251014

이탈리아 가정식

etc 2025. 10. 14. 07:08

- 로즈메리 Rosmarino
로즈메리란 이름은 라틴어로 바다의 이슬'이란 뜻입니다. 지중해 해안가에서 많이 자라는 민트계열의 허브로, 고기 요리나 감자 요리에 주로 쓰입니다. 특유의 청량감 도는 향이 요리의 맛을 한흥 고급스럽게 만들어주죠.

- 프레제몰로 Prezemolo
프레제몰로는 이탈리아의 파슬리로 쓴맛이 적고 풍미가 좋아 생선 요리, 해물 요리에 많이 사용합니다.파스타나 리소토에 고명처럼 즐겨 뿌려 먹고, 스튜나 소스에도 풍미를 더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 페페론치노 peperoncino
흔히 이탈리아 고추라고 알려져 있는 작은 고추입니다. 한국 고추와 달리 크기가 아주 작고 단맛이 없는 따끔한 매운맛을 갖고 있어요. 이탈리아 남부지방에서 추로 많이 사용하지만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페페론치노의 매운맛을 즐기죠. 생고추, 마른 고추, 고추가루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됩니다.

- 바질 Basilico
허브의 왕'이라 할 만큼 .진한 향을 자랑하는 바질은 토마토와 특히 잘 어울리는 허브입니다. 파스타, 피자, 고기 요리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지요. 제노바 지방의유명한 페스토 소스를 통해 더 널리 알려지게
된 바질은 지중해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허브입니다. 매일의 이탈리아 식탁에서 사랑받고 있지요.

- 월계수 잎 Alloro
옛날부터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면 월계수잎 끓인 물을 마시는 민간요법이 있었다죠. 월계수잎은 채수, 육수를 만들 때 기본으로 들어가는 향신료예요. 또한 토마토소스, 생선 요리, 고기 요리에도 두루쓰입니다.

- 살비아 salvia
독특한 항이 좋아 잎 자체를 뒤겨 먹기도 하고, 고기요리에 향신료로 많이 사용합니다.

- 양젖치즈 Pecorino
지역마다 숙성시키는 방법이 달라서 그 맛이 어떻다고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이 이탈리아 양젓치즈의 특징입니다. 로마 지방의 양젓치즈, 토스카나 양젓치즈, 사르데냐 양젓치즈처럼 지역색이 강해서 역시 지역색이 강한 음식에 많이 들어는 편입니다.

- 모차렐라 Mozzarella
피자에 올려 먹는 치즈로 익숙한 모차렐라는 크게 젖소의 우유로 만든 젓. 물소의 우유로 만든 것(부팔라)으로 구분됩니다. 발효시키지 않은 치즈로, 토마토와 함께 곁들이면 유명한 카프레제가 됩니다.

- 리코타 Ricotta
치즈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재활용해 만든 것으로 부드럽고 신선한 맛이 좋은 치즈입니다. 샐러드로도 좋지만 일반적으로 라비올리나 음식의 속 재료,케이크, 후식을 만들 때 많이 쓰입니다.

- 파르미자노 Parmigiano resgiano
'치즈의 왕'이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대표 치즈 파르미자노 레자노입니다. 18개월, 24개월, 36개월의 자연 숙성 방식을 통해 완성된 깊은발효의 맛이 일품입니다.

- 스카모르차 scamorza
치즈의 윗부분을 끈으로 묶어 숙성시킨 모양이 목을 맨사람 같다 하여 '목이 잘린'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치즈입니다. 숙성시킨 모차렐라 스타일의 치즈로, 뜨거운 열기에 쭉 늘어나죠. 훈제하지 않은 하얀 치즈와 훈제한 갈색 치즈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식감은 비슷하지만 맛은 확연히 다릅니다.

- 고르곤졸라 Gorgonzola
밀라노 근교에 위치한 '고르곤졸라'라는 작은 동네에서 생산되는 치즈로, 800년대 중반부터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블루 치즈로 부드러운 맛, 묵직하고 강한 맛의 두가지로 발효되고 있어요. 크림 상태의 질감이어서 빵이나 채소에 발라 먹기도 하고, 북부에서 생산된 치즈답게 리소토, 폴렌타에도 많이 넣어 먹고 파스타에도 곧잘 넣어 먹는 치즈죠.

- 폴렌타는여러가지 요리와 함께 먹는답니다. 햄을 곁들여 먹기도하고 고르곤졸라 치즈를 뜨거운 폴렌타에 올려먹기도하고, 라구소스를 올려 먹거나버섯을 볶아 함께 먹기도해요. 다음날 굳은 폴렌타를 팬에 구워먹거나, 치즈를 올려 오븐에넣어 그라탱으로먹기도하죠. 생파스타면을 만들때 반죽에 으깨어 넣기도 하고, 토마토와 치즈를 올려 피자처럼 먹기도 해요. 고기요리, 치즈요리, 그리고 채소와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폴렌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하는 속깊은 조연같은  요리랍니다.

- 나폴리 피자가 르네상스 시대에 기원을 두고 있는 한편, 피자는 흔히 '납작하게 구운 빵'이라는 뜻으로 통용되어왔다. 다양한 방식으로 간을 맞추어 먹던 이 보편적인 음식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음식인 빵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던 메뉴일것이다. 틀림없이 이와 비슷한 음식을 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도 즐겨 먹었던 듯하다. 아니 먹었다기보다는 사용했다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에 기록한 바에 따르면, 당시의 피자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음식을 올려놓는 접시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 배가 고픈 트로이 사람들은 접시까지 먹어치운다. "아이네스와 아스카니우스와 장군들은 높은키의 나무 밑에 몸을 눕혔다. 사람들은 음식을 준비했고 통보리로 만든 커다란 포카차를 마치 테이블이라도 되는양 잔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 잡곡으로 만든 둥그런 접시 위에 과일과 음식을 듬북 올렸다. 식사를 다마친 뒤에도 여전히 배가 고팠던 이들은 얇은 포카차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때 아스카니우스가 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아,우리 우리의 접시까지 먹어야 하는구나!"
여기서 우리는 나폴리 피자와 로마냐식 피아디나가 모두 포카차에 기원을 두고 있었으리라 추측할수 있다.

- 피자가 그리스어 '피타'에서유래했으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피타는 밀가루 빵으로 피자와 상당히 비슷한 모양새를 지니며, 한때 비잔틴제국의 일부였던 지중해 연안에서 주식으로 사용되었다. 인도식 난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자라는 단어가 나폴리 방언에서 이탈리아어로 정착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1800년대까지만해도 이 용어가 표준어가 아닌 방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탈릭체 혹은 따옴표를 사용해서 표기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문헌들이 존재한다. 한편 이 피자라는 말에서 핀자가 유래한다. 핀자는 베네토와 프리율리, 그리고 트렌티노 지역 일부에서 크리스마스 기간에
만들어 먹는, 마른 무화과 열매와 건포도가 들어간 케이크를 일컫는다. 볼로냐에서도 똑같이 크리스마스에 만들어 먹지만 볼로냐의 핀자는 건포도와 아몬드, 호두, 잣 그리고 사과와 자두 잼을 넣고 말아 만든 일종의 파이에 가깝다(두 가지 모두 스카피가 제안했던 피자와 상당히 비슷하다). 반면에 트리에스테와 이스트라 반도의 핀자는 일종의 포카차로, 효모를 사용해서 달게 만들어 부활절 기간에 먹는다.

- 피자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식으로 변한 것은 니폴리에서였다. 그리고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토마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토마토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17세기 말과 18세기 초사이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피자, 즉 모든 피자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전통적인 나폴리 피자"9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 피자를 오늘날 우리는 바로 마리나라 marinan(마늘, 올리브기름, 토마토, 오레가노를 가미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마늘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들어간다. 마늘 한 통을 전부 짓이겨서 반죽에 바르고 그 위에 토마토 두 스푼과 약간의 오레가노를 뿌린 뒤 화덕에 집어넣는다)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피자에는 원래 껍질을 벗긴 토마토나 농축 토마토 혹은 액상 토마토 같은 것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피자에는 자연산 토마토가 필요하다. 여름에 수확한 것을 어떤 공간이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주렁주렁 매달아 보관해두었다가 하나둘씩 떼어내서 깨끗이 셋은 뒤 적당한 용기에 담아 껍질째 짓이긴다. 좋은 계절에 햇별을 받아 숙성된 토마토에서는 시큼한 향기가 난다." 이뿐만 아니라 소금도 가는 소금 대신 "각진" 소금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해 굵은소금을 병이나 망치로 두들겨서 너무 잘지 않게 부순 다음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화덕은 둥근 지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을음이 끼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니까. 화덕에 불을 지필 때는 장작이 아닌 나무 부스러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장작을 사용하다가 이따금씩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피자를 구울 땔감을 구하기 위해 공동묘지에서 관을 파내어 화덕용 부스러기로 둔갑시키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때 나폴리 지방검찰청에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피자에 그만큼 커다란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나폴리 사람들이 "피자 한판 먹자"라는 말은 절대로 쓰지 않고 대신에 피자 한판 하자"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후자의 표현은 그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뜻한다. 또한 명히 성적인 면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 가장 단순한 형태의 피자는 우리가 포카차라고 부르는 것과 똑같았다. 포카차는 다진 마늘과 오레가노,그리고 소금과 기름으로만 간을 한 피자다(여기에 토마토를 얹으면 마리나라가 된다). 간단히 만들수 있는 또 다른 피자로 포르타 산 젠나로라는 이름의 피자를 들 수 있다. 기름을 전혀 넣지 않고 다진 프레체몰로', 바질, 소금과 얇게 썬 신선한 토마토를 없은 뒤에 구워내는 피자다. 어떻게 보면 우리 시대의 다이어트 전문가가 고안해낸 음식 같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은 둥글고 넓게 펼친 반죽에 먼저 토마토소스를 바르지만 19세기의 조리법을 설명해놓은 문헌들을 살펴보면 반죽에 먼저 식재료(치즈, 모짜렐라, 바질, 정어리, 조개, 프로슈토 등)를 올리고 그 위에 토마토소스를 한두 숟가락 뿌렸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소스가 모든 식재료들을 뒤덮었다는 애기다. 식재료를 올려놓는 순서가 언제 뒤바뀌었는지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피자는 프로방스의 피살라디에르처럼 납작할 수도, 시칠리아의 스핀추니처럼 두꺼울 수도 있다. 부활절에 먹는 피자(라치오주와 마르케주, 움브리아주, 토스카나주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는 케이크 모양으
로, 밀가루 반죽에 달갈과 상당한 양의 페코리노 치즈를 가미해서 만든다. 나폴리 피자는 주로 1800년대 말부터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라파엘레 에스포지토는 틀림없이 19세기 말 최고의 피자이올로였고 여왕으로 하여금 자신의 피자에 폭 빠지게 만들어, 결국에는 그 피자가 여왕의 이름으로 불리도록 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마르게리타 피자를 그가 고안해냈던 것은 아니다. 1858년에 출판된 프란체스코 드 부카르의 <글과 삽화를 통해 보는 나폴리의 관습과 문화)를 보면, 나폴리가 아직 양시칠리아왕국의 수도였던 시절부터(나폴리가 이탈리아의 도시로 합병되는 것은 1860년이다) 사람들이 만들어 먹던, 모짜렐라 치즈와 바질을 곁들인 피자 이야기가 나온다. "돼지기름을 바르고 분말 치즈를 뿌린 뒤에 바질 잎 몇 개과 얇게 썬 모짜렐라 치즈를 위에 올려 만드는 피자도 있다." 토마토는 선택 사항이다. "가
끔씩은 토마토를 함께 없기도 한다." 그러니까 라파엘레 에스포지토는 이미 존재하던, 세 가지 재료로 만든 피자를 여왕에게 선보였을 뿐이다. 그에게 천재적인 면이 있었다면 그것은 피자 색깔이 이탈리아 국기 색깔과 똑같다는 것을 깨닫고(바질의 녹색, 모짜렐라의 흰색, 토마토의 빨간색) 그 이름을 묻는 여왕에게 마르게리타(여왕의 이름)라고 대답한 그의 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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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요리에 대헤 쓴 짤막한 글들을 코덱스 로마노프라는 소책자에 모아두었다. 레오나르도는 그가 살았던 그 시대의 모든 요리를 다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가 접할 수 있었던 요리 중에서 특별히 관심이 가는 요리를 최대한 많이 다루고 있다. 물론 레오나르도가 직접 요리법을 개발하고 음식을 만들지는 않았다. 요리는 전문 요리사들이 담당하고 그는 요리에 대한 주석을 달았을 뿐이다. 하지만 주방. 조리기구, 요리법, 식이요법 등에 관한 레오나르도의 세심한 관찰은 전문 요리사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식도락가로서 레오나르도의 천재적인 면모는 새로운 요리법을 제안하고 기존의 조리기구를 개선하는 면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신의 노트에 요리에 대한 생각을 꼼꼼하게 정리하던 시기(1481~-1500)의 밀라노를 포함한 이탈리아 전역의 요리는 그야말로 끔찍한 것이었다. 종달새 혓바닥. 타조 알 스크램블, 순대와 살아있는 개똥지빠귀가 가득한 돼지 요리 등이 그 시대를 풍미했다. 화려했던 로마제국의 진수성찬은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당시의 먹거리는 풍요 속의 빈곤이었다. 부자들은 네발 달린 짐승이나 날개 가진 짐승의 고기를 시도 때도 없이 즐길 수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폴렌타(죽의 일종) 따위의 희멀건 죽으로 겨우 허기를 때우는 상황이었다.
거의 모든 요리에는 양념을 하거나 야채를 곁들였다. 많은 채소와 풀과 뿌리 등을 먹거리로 이용했지만 감자와 토마토 등 신대륙에서 발견된 야채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신대륙에서 발견된 야채류는 17세기에 이르러서야 유럽 전역에 퍼졌던 것이다. 소금, 후추. 향신료는 있었다. 치즈와 빵도 있었지만 눈송이처럼 새하얀 빵은 보기 힘들었다. 달콤한 맛을 내는 데는 꿀이 최고였다. 시칠리아 지역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긴 했지만 진짜 설탕이라고할 만한 것은 아직 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포도주는 물이나 설탕 또는 그 둘과 함께 혼합하여 마셨다. 마실 물도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마실 물을 구하려면 수로로 나가거나 물장수를 불러야 했다. 브랜디는 페스트 환자 치료제로 사용되었으며 약제사들이 만들어 배급해주었다. 차도 커피도 초콜릿도 없었다.
주방기구라고는 근육질 팔과 절구통이 고작이었다. 고기, 생선, 조류는 부드러운 반죽처럼 될 때까지 다진 후 체로 걸러 원 부풀도록 꿀과 쌀을 넣어 반죽했다. 음식은 도마 위에 놓은 채로 그냥 먹거나 얇은 빵위에 놓고 먹은 후 빵까지 알뜰하게 먹어치있다. 부잣집에서는 받침으로 쓰인 빵을 강아지한테 던져주거나 가난한 사람에게 선심 쓰기도 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하루에 한 끼를 정오쯤에 에있다. 부자들은 오전 아흡시에서 열시 사이에 가볍게 한술 뜨고 늦은 오후에 성대한 만찬을 베풀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지중해에 가득한 철갑상어 덕택에 캐비어는 수시로 즐길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 노트를 작성할 당시 그는 스포르차 가문의 궁정 연회담당자로서 부잣집 요리라면 유감없이 음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따라서 당시에 서민 음식이었던 캐비어 요리는 당연히 그의 노트에 등장하지 않는다. 레오나르도는 캐비어 요리를 폴렌타보다 더 못한 요리로 보았던 것이다.

- 언제 어디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프랑스왕은 식도락가로서의 레오나르도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에 부응하느라 레오나르도는 스파게티를 발명했다. 그야말로 콜럼버스의 달갈이었다. 200년도 전에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스파게티와 비슷하게 생긴 것을 가져왔다. 바로 국수였다. 마르코 폴로는 국수가 먹거리라는 사실을 빼먹고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수를 식탁 장식용으로 사용해오던 중이었다. 우리가 지금 파스타로 알고 있는 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나폴리와 이탈리아남부 지방에 알려져 있었다. 물론 요즘처럼 국숫발이 가는 것이 아니라 빈대떡처럼 넓적한 것이었다. 레오나르도는 단지 모양새를 조금 바꾼 것이다. 자신이 고안한 기계를 이용해 반죽을 실처럼 길게 뽑아 적당한 길이로 잘라 끓는 물에 삶는다. 바로 스파게티다. 레오나르도가 붙인 이름이 재미있다. 스파고만지아빌레, 즉 먹을 수 있는 끈이다.
그러나 별로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국수를 삶아 접시에 담다 보면 온통 엉클어지는 바람에 나이프로 가지런히 정리해서 먹기가 여간 까탈스러운게 아니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레오나르도는 일명 삼지창(이가 세 개 달린 포크)을 발명해냈다. 당시 호화저택에는 포크라는 것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가 달린 커다란 것으로 주방에서나 사용하는 것이었다. 포크를 발명했음에도 스파게티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재주 없는 목수 연장 탓만 한다고, 사람들은 도무지 불편한 것을 싫어했다. 그렇다고 입에다 떠먹여줄 수는 없는 노릇. 레오나르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파게티와 국수 뽑는 기계에 너무나 애착을 가진 나머지 그 도안을 노트에 잘 갈무리해두고 평생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 1516년, 레오나르도는 연속되는 실패와 고난 속에서 시들어갔다. 프랑스왕 루이 12세의 뒤를 이은 청년 왕 앙리는 예술 웅호자로서 이름을 떨치고자 했다. 앙리는 레오나르도라는 인물에 대해 애기를 듣고 곧바로 '먹을 수 있는 끈에 매혹되었다. 레오나르도의 연봉은 대폭 인상되었고, 살림집으로 자그마한 성채도 하나 주어졌다. 레오나르도에게는 더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이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주방'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괄시받았던 레오나르도는 당장 프랑스 왕을 따라나섰다. 레오나르도는 짐을 몽땅 꾸려 나귀 등에 심고 알프스를 넘었다. 레오나르도는 다시는 새로 그림을 그린다거나 요리에 대해 토를 단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모아왔던 것을 백과사전으로 정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일이 수월하제 풀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프랑스 왕은 대단한 식도락가였다. 왕은 자신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레오나르도를 이용해 먹었다. 왕은 왕궁과 레오나르도의 집을 연결하는 땅굴을 팠다. 왕은 날이면 날마다 레오나르도를 찾아왔다. 그러고는 둘만의 은밀한 만찬을 즐겼다. 방방곡곡에서 요리 재료를 들여왔고, 레오나르도 자신이 손수 덧발을 일구기도 했다. 지금까지 작업을 찬찬히 정리하려 했던 레오나르도로서는 한심한 노릇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평생 꿈꾸어왔던 삶을 누리기는 했다.
레오나르도가 프랑스 왕의 요청을 거절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왕은 수차에 걸쳐 스파게티의 비밀을 캐내려고 했다. 그러나 레오나르도의 저항은 완강했다. 왕은 스파게티를 프랑스 국민 요리로 삼을 속셈이었지만 레오나르도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레오나르도는 스파게티를 자신이 전인류를 위해 베푸는 최고의 선물로 간주했기 때문에 프랑스 사람들만 즐기도록 허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레오나르도는 스파게티에 관해서는 무덤에 갈 때까지 입(그러니까 노트)을 열지 않았다.

- 담백한 음식에 대해
우리 루도비코 어르신의 식탁에 놓인 음식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수 밖에 없다. 요리마다 잡탕인데다가 그 양 또한 어마어마하다. 원시 야만족이나 이렇게 먹을 것이다. 도저히 납득시킬 방도가 없다. 기껏 양배추 새순으로 우아하게 차려놓으면 고개를 저으시고, 예쁜 당근을 곁들인 말린 매실이라면 상에 올리지도 못하게 하신다. 양배추 새순이 홀로 않은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우며, 자그마한 당근이 풍기는 자태는 또 얼마나 우아한가?
살코기와 달걀이 넘쳐나는 금쟁반 열두 개로도 양배추의 아름다움과 당근의 우아함을 따르지 못한다. 늙은 매실의 그 감미로움, 강낭콩 두 알이 빛어내는 그 영양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우리 어르신께 설득시킬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어르신께서는 담백한 식사의 이점을 반드시 아셔야 한다. 우리 어르신뿐만 아니라 이 나라 사람 모두가 알아야 한다.
롬바르디아 사람들이 토끼고기 케이크를 만들 때 어떤 짓을 하는지 보라. 네 가지 다른 살코기. 열두 가지나 되는 채소, 스무 가지가 넘는 과일을 뒤섞다 보니 토끼고기 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 케이크는 '토끼고기 케이크라고 할 것도 없다. 종다리 케이크, 개똥지빠귀 케이크, 돼지고기 케이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토디 사람들이 자기들 말로 개구리 요리라고 내놓는 요리를 보면 개구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개구리는 고작 10분의 1뿐이고 나머지는 온통 돼지고기 수프, 채소, 기름, 크림, 시들어빠진 과일, 맛이 간 버섯따위로 채워진다. 도대체가 돼지고기 요리인지 개구리 요리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린 후 급기야 말라비틀어진 폴렌타로 옷까지 두텁게 입혀버린다.
마치 토디 사람들은 자기들 요리에 죄책감을 느껴 대접하는 손님들에게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것 같은 느낌이다.

- 개구리를 대접하려거든 개구리처럼 보이게 만들어 개구리인 것을 알게 하라. 토끼를 대접하려거든 토끼처럼 보이게 만들어 토끼인 것을 알게 하라는 애기다. 우리 루도비코 어르신께도 마찬가지다. 어르신께서 뼈다귀를 곁들인살코기 요리를 원하시면 살코기와 뼈다귀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만들어 바치면 된다. 헤어나지 못할 소스 국물에 푹 잠겨무엇인지도 모를 진탕으로 만들지 말고, 살코기를 모양 나게 썰어 반듯하게 올려놓고 그 옆을 뼈다귀로 멋있게 장식하라는 말이다.
우리 어르신의 주방은 원재료와 생김새와 맛을 없애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심지어 우리 어르신의 주방은 저 무식한 야만인들의 자손들이 온통 차지하고 있다. 언젠가는 때가 오리라. 나는 그들의 요리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일깨워주고야 말 것이다. 아무것도 섞지 않은 양배추 새순, 당근, 겉멋을 부리지 않은 뼈다귀 요리의 우아함을 그들의 머리에 반드시 주입시킬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 어르신의 주방은 계속해서 오늘과 같은 난잡한 꼴을 면치못할 것이다.

- 살라이의 임무
* 자신이 어질러놓은 일은 스스로 정리하기.
* 내가 사랑하는 개구리에게 밥주기.
* 내게 돈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갈티에리라는 친구 따돌리기.
* 자신이 부러뜨린 내 책상 다리 수선하기.
* 바쁘게 설치고 다닐 때 손마디에서 시끄러운 소리 안나게 하기.

- 나는 요즘 소 아래턱 고기를 빵 두 조각 사이에 끼워 먹는 방법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고민 중이다. 그 반대가 아니라 말이다. 이렇게 만들떤 우리 루도비코 어르신 식탁에 전대미문의 요리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말이지만, 소는 모든 부위를 빵두조각 사이에 끼워 먹을 수 있다. 젓가습살, 간과 창자. 귀때기, 꼬리. 기타 등등 모두 같은 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식술들은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몰라 궁금증에 못이겨 칼을 들고 달려들어 속을 파헤질 테니. 이 또한 깜짝쇼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 요리에 어떤 이름이 어울릴 것인가? '깜짝쇼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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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of the day 2025. 10. 1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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