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고과를 매기는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변계량은 벼슬한 햇수,즉 연차에 따라 승진을 결정하는 방식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사 발령을 낼때 벼슬한 햇수를 고려하는 건 옛날부터 내려온 제도입니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어진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 할 것 없이 싸잡아 등용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마땅히 인재의 실상을 따져 우수한 사람은 햇수에 구애받지말아야 합니다. 그리되면 어진 사람은 더욱 권장되고 어리석은 사람은 저절로 도태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인사의 기본 정신은 훌륭한 인재를 등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평가자의 편의를 위해 연차를 기준으로 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는 인사의 도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많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으니 마땅히 철페해야 한다는 것이다.

- 법의 폐단을 예방하고 다스리는 근본은 반드시 적임자를얻어 임무를 맡기는 데 달려 있으니, 적합한 인재가 있는데도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말을 따르지 않거나 말을 따르더라도 마음을 다하지 않는다면 비록 법을 하루에 백번 바꾼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법이나 제도, 정책은 언제든 폐단을 낳을 수 있다. 내재한 한계 때문이기도 하고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폐단이 생길 때마다 바꿔버리는 건 해결책이 될 수없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
폐단을 이유로 기존의 법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법제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 전에 먼저 기본 원칙을 지켰는지 입법 취지를 계승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법제를 올바르게 운용할 인재가 배치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전제된다면 폐단의 상당수는 자연히 예방될 것이고, 이 세 가지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생명력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신숙주)

- 출해야 할때와 처해야 할때
어중간한 시대가 있다. 임금과 신하의 수준이 무난하고 세상도 그럭저럭 돌아간다. 하지만 현실에 만족한 채 개선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원대한 뜻을 품은 선비가 출사해 뭔가를 이루긴 힘들다. 이럴 땐 힘을 낭비하기보단 물러나 학문을 연마하고도를 닦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 학문을 닦아 얻은 깨우침을 후세에 전해주는게세상에 더큰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극단적인 위기가 닥친 시대도 있다. 출사했다간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자신을 남김없이
노력했는데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외면하면 백성은 큰 고통을 겪는다. 이럴 땐 고난을 각오하고 출사해 할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염계와 강절, 구산과 회암의 출처에 차이가 생긴 이유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송금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마주해 어길 수 없는 게 시대고 행해 놓쳐선 안 되는 게 의리입니다. 군자가 진실로 시대를 살펴보고 의리를 행한다면 출처가 잘못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인물들의 출처는 모두 그러한 시대에 맞취' 행해진 것이기 때문에 의리에 부합했고 올바름을 잃지 않았다. 그러므로 출처를 잘하기 위해선 원칙과 신념을 지키되 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무엇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선택인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출처의 도리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자리에 취임하고 퇴임할 때, 역할을 맡고 물러날 때, 자리나 역할 자체를 사양할 때, 상황과 역량 그리고 올바름의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명예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내가 생각하는 최선을 택해야 신념을 지킬 수 있고 타인에게도 떳떳할수 있다. 아울러 '출'해야 할 때와 '처'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시대에 맞는 의리를 행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때를 알아야 한디는 건 세상의 흐름을 읽으라는 것이다. 정해진 격식이나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말고 능동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성공적으로 나아가고 물러날 수 있다는 게 송검의 대책이 주는 교훈이다.

- 양사언은 '선비를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자 아침저녁으로 배움에 힘쓸 것' 현자를 얻어 교육을 담당하게 할 것' 뛰어나고 어진 사람을 등용해 보좌를 말길 것' '선비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있어 품계에 구애받지말고 근무한 세월을 따지지 말 것' '끝없는 용기와 흔들리지 않는 지혜로 굳게 지켜나갈 것' 등을 건의했다.
종합하면 인재가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인재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리더는 관성에 물들고 나태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비의 기상이 융성해지기 위해선 선비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임금의 책임이 막중하다는게 양사언이 전하고 싶은 당부다.

- 우수한 병사가 있고 훌륭한 무기가 있더라도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지휘관이 없다면 있으나 마나다. 사자가 지휘하는 양떼가 양이 지휘하는 사자 무리를 이긴다는 말처럼 장수의 역량은 불리함을 극복하고 단점을 상쇄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남과 북으로 강성한 적들을 마주하고 있으면서 장수가 없는 걸 걱정할 줄 모른다."라는 게 정두경의 진단이다. 그나마 있는 장수들도 "어느 한 사람도 나라를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은 채 분발했다는 자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기름진 음식을 끊고 병사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고생을 함께해 그들로부터 사력을 다할 마음을 얻은 자가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라는 것이다.
이에 정두경은 임금이 책임지고 좋은 장수를 찾아내 등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금께서 성심을 다해 찾아 구하지 않으신다면 그런 사람은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이처럼 승리를 쟁취하려면 반드시 좋은 장수를 얻어야 하는데, 장수를 얻는 근본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참으로 우리 전하께 있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뛰어난 장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수를 발굴해 임명하는 건 바로 임금이므로 임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임금은 장수들의 장수다. 장수가 병사의 잠재력을끄집어내듯 임금은 장수의 잠재력을 끌어낸다. 정두경은 장수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것, 이 역시 임금의 중요한 책무라고 봤다.

-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정두경이 올린 상소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병법에 이르길 적이 쳐들어오지 않을 거라 믿지 말고 내게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음을 믿으라. 적이 공격해 오지 않을거라 기대하지 말고 내게 공격해 오지 못하게 할 힘이 있음을 의지하라'고 했습니다. 한데 지금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믿을 만한 형세가 없으면서 오랑캐가 쳐들어오지 않을거라 믿고 있고, 공격당할 만한 위치에 있으면서 오랑캐가 공격해 오지 않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경에 별다른 소식이 없으면 게으르게 편안함만을 쫓고, 국경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가장 가소로운 건 이처럼 위급한 때 병사들의 군적을 정리하는 것보다시급한 게 없는데,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유념하지않고 겉치레만 하는 것입니다. 하는 짓을 보면 나라가 보전된것만도 다행입니다.
정두경이 청의 침입에 대비해야 한다고 간곡히 건의했지만, 인조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알고있는 대로다.
지금 우리도 비단 국가안보와 관련한 일이 니더라도,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진 않은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 권이진이 보기에 숙종의 정치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백성을 보호하겠다면서도 항산을 마련해주지 않아 집집마다 지아비가 아내와 자식을 이끌고 고향을 떠나 살길을 찾아 떠돌고 있습니다. 토지를 측량하는 건 경계를 바로잡고자 함인데 부호의 토지 검병이 더욱 불어났습니다. 체납한 세금을 탕감해 은혜를 베풀고자 했으나 서민들의 집에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대동법을 밝혀 세금을 덜어주고자 하나 관청들은 창고가 비었다고 아우성칩니다. (.) 불을 태우면 연기가 나고 물이 흐르면 홈이 젖는 법이니, 일을 하고도 공이 없거나 복무해 수고했는데도 효과가 없는 일은 없습니다. 한데 전하께서 하신 일에 공효가 없음이 이와 같은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된 일이겠습니까?
조치를 하긴 했는데 성과를 거두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졌다는 것이다. 권이진은 그 이유가 임금이 자기만 똑똑한 줄 알기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숙종이 신하들을 두고 고루하고 원리원칙만 따진다며 비웃고 자신만이 현실을 잘 살펴 시의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자만한디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숙종은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 때라며 움직이나, 시기라고 생각했던 게 적기가 아니어서 어그러지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군주로서 주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편견과 오만에 사로잡혀 있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숙종의 정치는 "시의 효
에 부합하고자 힘쓰나 끝내 허투루 돌아가며, 비록 사무에 적합해지고자 힘쓰나 끝내 헛치레에 지나지 않는 일이" 잦은데, 이는 숙종이 기준을 세우거나 원칙을 지키지 않고 그때그때 땜질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려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인사
정약용의 답변이다. 그는 "농정관을 자주 바꾸므로 세입이 얼마나 많고경비가 얼마나 적은지 알지 못하며, 병조를 자주 바꾸므로 병사의 일중에 무엇을 먼저 처리해야 하고 무관 중에누가쓸 만한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전임 관리에게서 결정된 재판이 후임 관리에게서 번복되는 건 형조가 자주 바뀌기 때문으로 옥송 원망이 많고, 규례에 어두운건 예조가 자주 바뀌기 때문으로 의례를 고증할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세심한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관직을 자주 교체하므로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국정이 어지러워지고그 피해가 고스란히 정책 대상자인 백성을 향한다는 게 정약용의 진단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무조건 한자리에 오래 두자는 건아니다. 정약용 또한 하급 관리가 다양한 직무를 경험해 시야를 넓히는 것에 동의한다. 오늘날 기업에서 임원이 되고 최고경영자가 되려면 기획, 마케팅, 영업, 생산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야하듯이, 관리자가 되려면 한분야의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가령 예조의 담당 업무가 교육, 의례, 외교인데 참판이나 판서등 관리자가 되려면 세 분야의 업무를 모두 알아야 한다. 따라서 정약용은 일반 관리는 보직을 계속 순환시키되 문무반의 관장 즉, 각 관청의 장관이나 책임자는 '구임' 업무를 오래 맡기자고 주장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일반 공무원은 순환보직을 시키고, 물론 당연히 원칙 없이 자주 전보하는 건 지양하되 대신 각 부 장차관의 임기를 길게 하자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오랜 경험을 가진 장관의 임기가 늘어나면, 자연히 업무 전문성과 행정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약용의 판단이다. 장관이 부처의 인사를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순환보직에 따른 공백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약용은 감사와 수령 중에도 명성과 치적이 있는 사람의 임기를 늘리고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는 전담해 맡게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리되면 오래도록 승진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만이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부분은 관직과 품계를 분리해 적용하면 된다. 예컨대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역임했던 관직인 전라좌도수군절도사는 정3품이고 삼도수군통제사는 종2품이다. 그런데 이순신이 전공을 세우면서 정2품 품계의 하계인 자헌대부, 상계인 자헌대부가 차례로 내려졌다. 즉 해당 보직을 계속 맡기더라도 품계를 높여줌으로써 승진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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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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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블루

IT 2025. 10. 10. 16:22

- 방적기 때문에 해고된 노동자들이 밤에 공장에 잠입해 방적\기를 때려부순 운동이어서 흔히 러다이트 운동을 '기계 파괴 운동'으로 부르기도 한다. 실상은 다르다. SF 작가 테드 창은 2023년 <뉴요커>에 기고한 칼럼에서 러다이트를 단순한 반기술 운동이 아니라 경제 정의를 위한 사회 운동으로 소개한다
러다이트는 기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지 않았고, 기계의 소유주가 노동자에게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면 기계를 내버려 두었습니다. 러다이트는 기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정의를 윈했습니다. 그들은 공장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계를 파괴했습니다. '러다이트'라는 단어가 비이성적이고 무지한 사람을 부르는 모욕적인 표현으로 사용되는 것은 자본의 세력에 의한 명예훼손 캠페인의 결과입니다.

- 가장 먼저택시의 외관을 보면, 전에는 없던 광고판이 택시의 천장 위에 올라가 있다. 이러한 광고판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광고판 본연의 기능대로 광고를 송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광고판 내부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주변의 길거리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미세먼지 농도,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 수, 특정시간대의 조도 같은 데이터를 센서로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데이
터를 AI 기술을 통해 정제하여 서버에 저장한다.
택시 내부에는 뒷좌석에서 잘 보일 수 있도록 태블릿PC가 부착되어 있다. 이 중 특정 제조사의 태블릿PC는 승객이 탑승했는지를 인식하고, 승객을 인식하여 성별에 따라 맞춤형 광고 혹은 영상 등을 노출한다. 그 외에도 택시를 부르는 일들도 AI 배차 시스템을 이용한다. AI 배차 시스템은 입 사용자가 택시 호출 버튼을 누르면 AI가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택시 기사를 추천하고, AI를 통해 추천된 기사군에 사용자가 보낸 콜을 보내 기사의 수락 여부를 확인하는 형태로 설계되었다.
택시에 적용된 AI 기술들을 살펴보면 이 기술들이 기업이 소비자에 대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경유지로서 작동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AI 배차 시스템은 객관적인 듯하지만 궁극적으로 택시 기사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이용된다. 수락률이 높은 택시기사들이 추천군에 올라가므로 택시기사들은 콜수락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기보다 일단 수락할 수 밖에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택시 기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I 알고리즘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상하게" 하면 콜수가 줄어든다는 하소연을 쉽게 접할수있다.

- 물론 개개인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AI도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자체 AI인 코파일럿을 노트북에 탑재한 코파일럿플러스PC를 선보였다. MS의 노트북 브랜드인 서피스(Surface)에서만이 아니라 삼성과 델 등 기타 제조사에서 내놓은 노트북 중에서도 코파일럿이 접목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노트북에서는 "어제 내가 보낸 메일 찾아줘"처럼 두루뭉술한 질문을 던져도 원하는 메일을 손쉽게 찾아준다고 한다. 파일명이 생각나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는 일이 없도록, 그 모든 것을 AI가 대신 기록하고 저장하여 발견하기 쉽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양면성이 있다. 코파일럿플러스PC가 그런 기능을 수 있는 이유는 사용자가 노트북에서 취하는 모든 액션을 전부 데이터로 기록하기 때문이니까. 실제로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기능 때문에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코파일럿품러스PC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 물론 AI가 모든 업무 현장에 딱 맞는 퍼즐 조각인 건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에서는 2024년 6월, 생성형 AI를 사용했던 응답자들이 기대치 대비 실제 성과가 어떠했는지 응답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영업, 고객 응대 등 몇몇 분야에서는 AI 서비스를 업무에 사용하는 것이 기대보다 더 좋았다고 응답했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도 많았다. 특히 조직 운영, 인사(HR), 법률 관련 직무에서는 유난히 서비스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기대치와 성과 사이의 격차도 매우 큰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결과에는 직무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조직 운영, 인사, 법률 관련 직무의 구체적인 특징은 조직원 혹은 고객, 특정한 사건처럼 구체적인 대상과 그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해야 하는 직무다. 인사만 보더라도 어떤 사람을 어떤 팀에 배치할지, 어떤 팀장과 팀원을 매칭했을 때 가장 성과가 좋을 것 같은지 파악해야 하는데 이런 업무를 AI가 하려면 해당 인원들의 특징과 성격 등을 자세히 알아야만 한다. 무엇보다 조직원을 그러한 데이터로 치환하는 일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생성형 AI 서비스는 일반론적인 차원에서 가장 적합해 보이는 대답을 곧잘 생성하지만 개개인의 특정하고 구체적인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분야는 .에러메시지와 그 해결에 대한 것들이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규칙성에 따르고, 그렇기 때문에 생성형 AI에 대한 도입 효과가 다른 것보다 더 나은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 만화, 소설 같은 서사 작품 안에서 종종 기술은 마법으로 비유되곤 한다. 한번은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다가 마법사 하울이 마법에 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 무릎을 탁 쳤다.
하울은 이렇게 말한다.
"마법 덕분에 이 왕궁에는 적군의 포탄이 떨어지지 않아.그 폭탄은 대신 옆 마을에 떨어지지. 마법이란 그런 거야."
여기'가 안전한 대신 '저기'가 위험해지는 것. IT 전반이 아니라 오로지 AI만 보더라도 이와 같은 일들을 금세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타임>에서 2023년 1월 보도한 기사에서는 첫GPT가 사용자들에게 친절하고 매너 있는 메시지를 내보내기 위해 케냐, 우간다 등지의 노동자들이 시간당 2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폭력적인 메시지를 걸러내는 작업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첫
GPT가 내밸는 폭력적인 텍스트들을 빠짐없이 읽고 검수했던 노동자 중 한 명은 인터뷰에서 그 작업은 그야말로 고문이었다고 언급했다. 챗GPT를 사용하는 이들의 장소가 안전한 대신 일하는 이들이 대신 위험에 처하는 상황, 하율이 말하는 마법 그 자체다.

- AI 기술이라고 하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기술을 전반을 이야기한다. 아서 새뮤얼에 의하면 머신러닝은 '사람이 하나하나 코드를 작성하여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아도 대량의 데이터 속에서 폐턴율 학습하여 실행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그중에서도 딥러닝 기술이 알파고 이후 점차 확산되어 다른 머신러닝 알고리즘이나 AI 기술을 개발하던 분야들이 모두 딥러닝 방법
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개발 방법론을 활용하던 분야들에도 AI 기술이 도입되는 사례 또한 늘어났다.
바꾸어 말하면 기존에 다루어온 방법론이나 접근론 자체가 바뀌는 경험을 공통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변화는 핑장히 이질적이다. 어느 분야든 각 학문의 체계에 따라 발전해 온 연구 방법론이 존재하는데 한순간에 특정한 방향으로 인접 학문의 모든 방법론이 집중되는 것은 평장히 특이한 현상이라고 볼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질 좋은 교육 과정을 설계하
고 자격을 갖추기는 어려운 일이다.

- 언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2018년은 특별한 해로 기억된다. 오픈AI가 GPT-1을 처음으로 공개한 해이면서, 현재의 첫GPT 시대를 만든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태동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챗GPT의 T, 트랜스포머(Transfomcr)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보다 빠른 2017년 6월에 공개되면서 이 황금기의 서막을 열었다. '어텐션이 전부다'라는 패기 넘치는 제목을 단 논문은 구글의 딥러닝 기반 번역기에 사용된 알고리즘을 세상에 알렸다.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어텐션 합수를 이용한 트랜스포
머 구조는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거대 언어 모델의 신호탄이 되었다. 이 논문은 2025년 1월 기준으로 15만 회 가까이 인용되면서, AI 기술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성경처럼 읽히고 있다.
2018년 2월, 엘모라는 언어 모델이 사전 학습된 언어 모델을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돌풍을 일으켰다. 사전 학습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의 기계 학습 알고리즘은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그 문제만을 위한 학습을 진행했다. 요약을 하는 모델은 요약만 할 수 있고 번역을 하는 모델은 번역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전학습 모델은 사전에 엄청나게 큰 모델을 한번 학습한 뒤에 풀고자 하는 문제를 위한 추가 학습을 시키면 하나의 모델이 번역도 하고 요약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 번 학습을 하여 하나의 모델을 만드는 데 상당히 많은 자원이 들기 때문에 이를 절약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 AI 산업은 태생적으로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 실험적으로 모델을 한번 학습하는 비용만 적게는 몇 백만 원에서는 많게는 몇백억 원이든다. 모델을 학습하기 위해서 필요한 컴퓨팅 자원이 고가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많은 양의 계산을 동시에 수행할수 있는 GPU가 필수적인 장비인데,GPU 시장의 98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의GPU 제품 중H100은 한대에 최대6천만 원이고 보통 여덟 대를 묶어서 하나의 서버로 사용한다.서버를 만드는 데는 GPU뿐 아니라 다른고성능 컴퓨팅 장비가 필요하다. 서버 하나를 갖추는 데 4-5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러한 서버를 수천 대 구축하여 몇 주간 가동해서 모델을 만든다. 이렇게 대규모 장비를 가동하는 데는 그만큼 큰 서버를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는 전기, 여기 드는 돈도 막대하다. 한 번 학습해서 성공적인 모델이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여러 번 학습을 거치면 쉽게 1억 원 넘는 비용이 사라진다. 장비를 직접 구입하지 않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대여해서 사용하는 경우라면 시간당 과금을 기반으로 요금이 부여되기 때문에 계약된 기간 동안 실시간으로 비용이 타고 있다'는 압박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모델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테스트를 하다 보면 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만 몇억에서 수십억 원이 예사로 들어간다. 책GPT를 개발한 오픈AI는 2020년 신경망 언어 모델의 확장 법칙 '이라는 논문을 공개했다. 이 논문을 통해 모델 크기, 데이터셋 크기, 계산량을 증가시킬수록 모델의 성능이 향상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태워가면서 모델과 데이터셋을 키우는 데 투자하는 것은 무모해 보였다. 기술은 모델의 크기를 줄여서 학습이나 추론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도 발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크기를 줄이면 당연히 성능이 하락했고, 그 중간 지점을 찾아가면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모두 도전적인 과제였다. 모델의 발전은 계속 일어나고 있으나 이를 서비스화 하는 작업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과연 언어 모델이 상용 가능할까?' 내 안에서 이런 의문이 생겨나고 있을 때 겠GPT가 공개되었다. 셋GPT는 확신을 가지고 모델 구조는 변경하지 않은 채 순수하게 데이터와 모델의 크기를 키워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를 목도한 AI를 다루는 회사들은 모두 모델의 크기를 키우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 이러한 현상의 핵심에도 역시 '더크면 더 좋다'라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믿음이 자리 잡고있다. 더큰모델은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더복잡한 패턴을 인식할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수 있기 때문이다. 챗GPT가 보여준성공은이러한 믿음을 더욱 강화했고,기업들은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더큰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오픈AI의 대항마인 앤트로픽의 CEO는 모델 훈련 비용이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공개된 모델은 1억달러가 들었고, 현재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모델은 열 배인 10억달러까지 훈련 비용이 치숯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GPU가 3만개 이상 들어간 GPT-4도 1억 달러 이상 비용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xAI의 CEO 일론 머스크는 2025년까지 10만 개의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가 새로 공개될 때마다 개당 3-4만 달러대에서 판매되며 시장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의 가격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웬만한 기업은 GPU를 확보할 예산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비대해지는 모델의 크기는 아주 극소수의 플레이어만 이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된다. 실패에 대한 비용이 커질수록 도전이 어려워지고, 도전이 어려워지면 당연히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는 어럽다.

- 이렇게 파워풀한 성능을 보여주는 모델은 사실 엄청나게 단순한 방식으로 답변을 생성한다. 텍스트나 이미지가 입력되면, 입력된 정보는 모델이 이해하고 계산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된다. 그리고 그 입력을 바탕으로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 확률이 높은지를 계산해서 출력한다. 이 작업을 단순히 반복해가는 방식으로 답변을 생성한다. 이 때문에 전 구글 연구원인 팀닛 게브루sms GPT -3 같은 언어 모델을 '확률적 앵무새'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따라하지만 그 뜻을 모르는 것과 같이 언어 모델도 실제 이해를 바탕으로 문장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단어를 연속하여 생성할 뿐이라는 의미다. 이 단순한 방식에도 불구하고 모델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커지자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발화를 생성했다. 문법적으로 자연스러운 문장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서서 유용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한 텍스트를 만들어냈다.

- 민지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디자인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정하거나 새로운 콘셉트를 제안하는 등의 '기획', 두 번째는 기존에 게티이미지뱅크같은 유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구매하여 사용하던 이미지를 만들어 쓸 수 있는 '재료'. 기획의 영역에서는 챗GPT와 미드저니를 모두 사용했다.
먼저 챗GPT에게 개발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개요를 전달하고, 그 서비스에 적합한 디자인 레퍼런스를 검색하거나 검색한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를 짜보라고 한다. 그리고 선정한 디자인 콘셉트를 기반으로 미드저니에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도록 미드저니 프롬프트에 넣을 명령어까지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AI를 통해 또 다른 AI 서비스의 명령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특정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챗GPT한테 얘기하는 거죠. 그리고 콘셉트를 만들어보라고요. 그러면 겠GPT가 콘셉트를 여러 개 제시하는데, 그중 몇 가지를 골라서 다시 기획을 더 발전시켜보라고해요.그렇게 하나를 선택한 후미드저니 명령어까지 만들어
달라고 하면 콘셉트에 적합한 이미지가 생성돼요."
콘셉트를 만드는 방식은 꽤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디자인의 재료가 되는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디자이너의 부담이 경감된다고 보기 어려웠다. 전에는 적합한 이미지를 찾는 게 일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들기만 하면 되는데도 시간은더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기존에 스톡 이미지를 많이 썼거든요. 주로 게티이미지뱅크 같은 곳에서 구매했어요. 그런데 이제 필요한 이미지를 찾고 구매하느라 시간을 들이는 대신 이미지 생성 AI로 필요한 이미지를 만들어서 쓰는 거죠. 기존 유료 이미지 사이트에서는 원하는 이미지를 딱 찾기 어려우니까 원하는 걸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데.... 이게 엄청나게 효율이 좋은가 하면 또 그렇다고 말하기가 애매한 게, 원하는 대로 잘 나오진 않거든요. 구글에서 검색하면 한두 시간이면 찾을 거를 이미지 생성 AI를 서너 시간씩 붙잡고 이미지를 계속 만들고 수정하게 되더라고요."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그림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그래서 이들은 생성형 AI를 통한 이미지 제작 작업을 말할 때 이미지를 '뽑는다'고 말한다), 지시한 방향과 다른 결과가 계속해서 도출되었기에 일러스트를 미세하게 수정하는 데서 민지는 난항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AI만으로 백 퍼센트 작업을 하는 전 무리가 있었어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아직 사람이 후반 작업에 좀더 투입되어야 하기도 하고, 당장 실무에 쓸 수 있는 그래픽이 적기도 했고요. 3D 이미지는 정말 잘 만들더라고요. 그런데 아이콘은 디테일이 너무 떨어지고 글자도 다 뭉개져서 다시 새로 작업을 해야 돼요."
디자인 영역에서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는 퀄리티만이 아니라 여러 난관이 남아 있었다.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일관된 디자인 톤을 유지해야 하는 UI/UX 디자인 특성상 새로운 디자인요소를 만들려면 기존 디자인을 참고하여 전체적인 통일감이 깨지지 않도록 작업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AI 서비스로 수행하려면 기존 디자인 작업물을 참고 이미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AI 서
비스에 업로드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디자인 작업물 보안이 침범될 수 있다.
"실제로 작업하는 서비스를 AI에 넣는 건 불가능했어요. 보안 이슈가 켰거든요. 이 이미지들을 AI에 올리면 그쪽(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서버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는 거니까요."

- 국내 개발자 커뮤니티 중 하나인 프로그래머스에서 개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경력 개발자 69.2퍼센트가 '스스로의 전문성 부족을가장큰 고민으로 꼽았다고 한다. 이미 경력이 있는 데다 계속 현업 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개발자들의 고민이 전문성 부족'이라는 건어쩐지 의미심장하다 개발, 그러니까 현업의 일 그자체만으로는 개발자의 전문성이 보장되지않는다는뜻이니까.
사실 현장에서는 기술력 그자체보다 눈앞의 일을 당장 처리할수있는 능력을 더 요구한다 난도가 높은 알고리즘을 짜거나 최신 개발 언어를 사용하는 일말고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코드를 짬짬이 고치는 일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자들은 자신의 기술력이 하락한다고느낀다. 그래서 대다수 개발자들이 퇴근후자신의 전문성'을 위해 높이기 다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전문성이란 애를 써도 결코 닿을수 없는 먼 하늘의 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개발에서의 전문성이란 더 복잡한 면면을 고려해야 한다. 개발에도 '구독형 서비스'가 상당히 많이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데이터베이스를 하나 구축하려면 서버를 직접 구매/ 대여해서 데이터베이스를 설치하고, 일일이 설정을 해주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데이터베이스도 '클라우드'에 있다. 구글 드라이브를 월 결제하여 서비스를 구독하듯, 데이터
베이스도 파이어베이스 같은 서비스를 돈을 내고 사용하면 된다.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어떤 설정이 필요한지 알지 못하더라도 서비스와 연동하는 법만 잘 이해하면 데이터베이스를 뚝딱 만들어 쓸 수 있다. 이전에는 개발자의 기술에 기대야 했던 '전문성'이 이제 돈으로 지불하면 그만인 서비스가 된 것이다.

- 사람들은 이제 스택오버플로우가 아니라 챗GPT에게 물어본다. 이제 오류가 났을 때 메시지를 붙여넣는 곳은 구글 검색창이 아니라 챗GPT의 프롬프트다. 우리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는지 실제로 켓GPT 출시 이후 스택오버플로우의 게시물 감소량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약6년간의 감소폭이 챗GPT가 등장한 후 단 6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한다." 사용량이 급감한 스택오버플로우에서도 위기감을 느꼈는지 부랴부랴 오버플로우 AI를 출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택오버플로우의 위기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지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바뀐 것 뿐이라고 이해할 수만은 없다. 스텍오버플로우에 게시된 질문과 답변은 다른 사용자들도 누구나 열람할 수 있지만 켓GPT에 남긴 질문은 사용자가 아니라면 아무도 볼 수 없다. 이전에는 나와 같은 오류에서 헤매던 누군가의 기록을 볼 수도 있고 그 아래 달린 답변과 논의를 보면서 뜻밖의 심화 학습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공론장을 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전에는 우리가 묻고 답한 것들이 데이터로 남아 누구든 볼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러한 질답 데이터가 모두 AI 개발사의 소유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지식이 쌓이고 모이는 열린 공론장이
사라진다면, 짓GPT 역시 학습할 데이터를 찾지 못해 곤란에 빠질 것이라 지적한다. 실제로 챗GPT 출시후 스택오버플로우의 사용량 감소치를 주의 깊게 연구한 논문에서는 결론부에서 다음과 같이 쓰기도 했다.
"언어 모델이 오픈 데이터 생성을 방해한다면, 그들은 미래의 학습 데이터와 효율성 측면에서 그들 자신의 미래마저 제한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스택오버플로우로 돌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챗GPT에 물어보면 1초 만에 받을 수 있는 답변을 스택오버플로우에서는 몇 날 며칠이고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챗GPT가 늘 옳은 답변을 내는 건 아니다. 그 때문에 오히려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를 돌아가는 일도 생긴다. 스스로 제한될 미래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게 가장 빠른 해결책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결국 챗GPT에 접속하고야 만다.

- 전쟁 무기에 AI가 적용되는 사례는 비단 드론에 그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전쟁과 관련한 여러 분야에 AI 기술을 훨씬 이른 시기부터 접목하여 사용하고 있다. 2020년 11월 이란의 수석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총격으로 사망했다. 그를 조준한 건 다름 아닌 이스라엘 정보기관 과사드의 원격 AI 로봇 기관총이었다. 당시 파크리자데는 부인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AI 로봇 기관총이 1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의 얼굴을 인식해 그에게만 정확하게 총격을 가했다고 한다. 조수석에 탄 그의 부인은 무사했으며, 암살을 마친 후 해당 로봇 기관총이 설치되어 있던 트럭은 자동 폭파되었다.
이후로도 이스라엘은 이 AI 로봇 기관총을 민간인들이 지나는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검문소에 설치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로봇 기관총이 핵과학자 암살에 쓰인 것이 2020년, 검문소에 설치된 것이 2022년이다. 첫GPT 서비스가 시작된 게 2022년 10월이니 AI 기술은 일반인들이 일상 속 업무 파트너로 만나기 전부터 이미 전쟁과 국방 영역에서 실제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수 있다.
2023년 촉발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는 로봇 기관총뿐 아니라 휠씬 더 많은 AI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독립 언론지 <+927 매거진> 보도에 따르면 2023년이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은 AI로 포격 대상을 탐지하고 추천하는 '라벤더', 표적이 된 개인을 추적해 그가 주거지로 들어왔을 때 신호를 보내는 '웨어이스대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오탐지율이 10퍼센트에 달하는 이런 무기들을 이스라엘군에 속한 '인간 지휘관'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승인하며, 이 때문에 이번 전쟁에서 민간인 사상 비율이 이전에 비해 급증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다. 심지어 포격을 할때 민간인 희생치 수준을 '설정'할 수 있다. 하마스 하급 대원 한 명을 죽일 때 설
정된 민간인 희생치는 15-20명, 하마스 상급 대원 한 명을 죽일때의 희생치는 100명 이상이다."
실제로 20세기 가자 지구 분쟁에서 민간인 사망 비율이 40퍼센트였는데 2023년 10월가자 지구 보복 공습 첫 3주간 민간인사망 비율은 61퍼센트였다." AI를 동원한 전쟁에서 전쟁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  데이터센터는 한정된 수자원을 퍼다 쓰는 주범이자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의 윈인으로도 지목된다. 2023년 <한겨레>에서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챗GPT에 질문을한 번할 때마다 500밀리리터의 물이 소비된다고 적혀 있었다. 2024년 9월 <가디언>이 내보낸 기사에서는 데이터
센터의 급증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증대하고 있으며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이 공식적으로 신고한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실제 배출량이 662퍼센트가량 더 높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식 발표 수치와 실제 배출량이 이토록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co)에 근거한다. 신재생에너지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인증서가 있으면 공식 배출량을 계산하는 데 그만큼을 감하여 발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테크 업계에서도 이 문제점을 잘 안다. AI기술을 위해 물과 전기가 어마어마하게 소비되는 만큼 업계에서도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여긴다. 실제로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진행중인 '나틱 프로젝트'다.이 프로젝트는 데이터센터를 아예 바다에 집어넣는 방안을 실험하고 있다.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테스트한 결과 냉각수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풍력과 태양열만으로도 전기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데이터센터가 바다에 들어갔을 때 해양 생물이나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발표된 바 없다.

- 오픈AI와 구글이 1, 2위를 다투는 것처럼 보이던 초거대 언어모델 시장에서 메타가 선택한 전략도 오픈소스 전략이다. 오픈AI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자 구글은 기존과는 다르게 비공개 전략을 택했다. 반면 메타는 자사에서 개발한 초거대 언어 모델 라마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챗GPT가 독주할 것으로 보이던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초거대 언어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리더보드에 라마를 기반으로 한 모델들이 높은 순위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수십, 수백억 원의 자본을 투입할 수 없는 개인 또는 작은 조직도 공개된 라마 모델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소수의 골리앗이 독점할 것으로 보이던 시장에 다윗들이 힘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라마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오픈소스: AI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글을 공개했다. 오픈소스는 전 세계의 더 많은 사람이 I의 혜택과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하고, 소수의 기업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기술이 보다 균등하고 안전하게 배포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저커버그의 설명이다." 모텔에 접근하고 사용하는 권한에 비용을 정구하는 오픈AI나 앤트로픽과 달리 메타는 이를 이익창출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는 먼저 누구에게나 접근권한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악용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딥페이크나 사이버 공격에 이용될 수도 있고, 테러리스트나 범죄조직이 이 기술을 사용해서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다. 첫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일리야 수츠케버는 이러한 점 때문에 AI 기술이 고도로 개발될수록 사람들에게 덜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일론 머스크와 주고받은 메일에서 그는 오픈AI의 '오픈'은 기술 자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효용을 모든 사람이 나누겠다는 의미라고 적었다. 이러한 논의끝에 오픈AI의 산출물은 '오픈'이라는 사명과 달리 폐쇄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는 모델을 페쇄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그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경쟁 우위를 지켜내기 위한 전략임을 짐작할 수 있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개발한 모델을 무료로 공개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 비용을 모두 회수하기 전에 후발주자에게 너무 손쉬운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이와같은 폐쇄형 모델 전략은2025년 돌풍처럼 나타난 중국발저비용 AI모델 딥시크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오픈소스 모델로 어마어마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딥시크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오픈소스 모델이 폐쇄형 모델을 넘어섰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전히 오픈소스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문을 열것인가, 닫을 것인가 어떤 선택이 기업,사회, 나아가 인류 전체에 더도움이 되는 방향인가.

- 2023년 한겨레포럼에서 스탠퍼드대학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의 설립자이기도 한 제임스 랜데이 부소장이 연사로 나섰다. 당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지난 10년간 자율주행 기술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공적자금이 투자금을 쏟아부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러한 투자가 썩 옳은 방향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으로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란 자동차에 앉아 편하게 않아 책도 읽고 잠도 자면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모습이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이미 그것을 할 수 있다. 대중교통 인프라를 통해서. 물론 대중교통으로도 접근 불가능한 곳들이 있지만 지금까지 자율주행에 쏟았던 막대한 공적 자금을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에 집중했다면 우리는 지금 대중교통을 통해 못 가는 곳이 없었으리라는 말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을 달성하기 위해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건 아니며, 문제 의식의 방향만
바꾸면 우리가 지금 보유한 기술로도 충분히 달성할수 있으리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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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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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배당금 즉마감 기한을 코앞에 둘 때의 높은 생산성이나 블루베리 빈자가 누리는 정확성의 점은 결핍이 정신을 사로잡는다'는 우리 이론의 핵심적인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여기에서 사로잡는다capture '라는 단어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인간이 의식적으로 통제할수 있는 범위를 초월해서, 즉 불가피하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결핍은 사람이 자의적으로는 쉽게 할수 없는 어떤 것을 할 수있게 해 준다.

- 결핍 상태에 놓여 있지 않으면서 결핍 상태에 놓인 것처럼 꾸미기란 매우 어렵다. 집중배당금이 발생하는 것은 결핍이 자기 스스로를 우리에게 부과함으로써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여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개인의 의식적인 통제 범위를 초월해서 ( 수천 분의 1초라는 짧은 순간에) 일어난다는 것은 앞서도 확인했었다. 마감 기한이 임박했을 때 우리가 유혹이나 잡생각을 즉각 떨쳐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마감 시간 그 자체가 유흑과 잡생각을 떨쳐 낸다.) 자기 자신을 간지럽히기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실제로는 마감 기한이 없는데 마감 기한이 설정된 것처럼 스스로를 속여서 자기를 더욱 열심히 일하게 하기란 매우 어럽다. 상상의
마감 기한은 그냥 상상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실제 마감 기한만큼 사람의 정신을 사로잡지는 못한다.
이런 자료들은 결됩이 여러 가지 다양한 시간 규모 차원에서 주의를 사로잡음을 보여 준다. 우리는 앞서 서문에서 배고픈 사람이 케이크'라는 단어를 인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수백, 수천 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결핍이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앵그리 블루베리즈 게임에서는 결핍이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는 시간이 분 단위였고, 대학생활을 보다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한 대학교 졸업반 학생의 경우에는 몇 주 혹은 몇 달 단위였다. 수천 분의 1초에서부터 시작되는 결핍의 영향력은 여러 행동으로 축적되며, 이 행동은 그보다 휠씬 긴 시간 단위로 확대된다. 아울러 이것은 결핍이, 우리가 잠재의식에 따라 행동할 때와 의식적으로 행동할 때 모두, 우리 정신을 어떻게 사로잡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말하는 것처럼 결핍은 우리가 빠르게 생각할 때나 느리게 생각할때나 항상 우리의 정신을 사로잡는다.

- 목표 억제는 터널링에 내재하는 기제(메커니즘)이다. 결핍은 어떤 강력한 목표(현재의 급박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표)를 생성하고, 이 목표는 다른 목표들이나 고려해야 할 것들을 억제한다. 소방관은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진다. 화재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는 것이다. 이 목표가 다른 생각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이것은 좋을수도있다. 저녁 메뉴나 연금 저축 따위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조금 뒤에 맞닥뜨릴 화재 사건만 생각할 수 있게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나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안전벨트처럼, 그 임박한 목표와 관련이 없는 것들은 머리에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령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고 하더라도 보다 긴급한 관심사가 그 생각을 찍어누른다. 안전벨트나 사고의 위험이 무시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있다.
억제는 결핍이 가져다주는 편익(집중배당금)의 이유인 동시에 결핍이 주는 비용의 이유이기도 하다. 잡생각을 억제하면 집중이 가능해진다.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왜 사람들은 마감 기한의 압박 속에서 그토록 생산적이었을까? 잡생각으로 산만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보냈을 이메일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으며, 설령 떠오른다하더라도 금방 사라진다. 목표 억제 덕에 사람은 덜 산만해진다. 해당 장의 원고를 끝내야 한다는 기본적인 목표가 우리의 정신을 사로잡았다. 그 목표가 느슨함을 유발할 수 있는 이메일, 비디오 게임, 간식 등의 다른 모든 잡생각들을 억제했다. 하지만 그 목표는 우리가 당연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들, 예를 들면 운동을 하러 가는 것이나 중요한 전화를 하는 것까지도 억제했다.

- 어떤 사람이 결핍을 느낄 때는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서 IQ 접수를 적게 기록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다. 자동차 수리비가 소액일 때 빈자는 부자와 동일하게 반영하는데, 이때는 결됩이 빈자의 정신을 사로잡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이러한 현상은 타고난 인지 능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프로그램들이 가동되고 있을 때 컴퓨터의 프로세서가 버벅대는 것과 마찬가지로, 빈자는 자기가 확보하고 있는 대역폭이 다른 곳에서 소비되는 탓에 IQ 테스트에서는 낮은 점수밖에 기록하지 못한다.

- 우리가 저항하려는 일이 마시멜로나 케이크를 먹는 일이든, 하면 안 되는 말을 하는 일이든 간에, 대역쪽에 부과된 세금은 충동을 조절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결필은 대역쪽에 세금을 부과하므로, 이 결핍이 유동성 지능을 낮출 뿐만 아니라 자기 절제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래서 호주 백인 학생들이 중국식 닭발 음식에 불평을 하고, 어떤 회사의 입원이 당장 급하게 준비해야하는 프레젠테이션 때문에 중요한 경기를 앞둔 딸에게 짜증을 내고, 또 연체된 청구서에 대해 생각하던 패스트푸드 가게의 저임금 노동자가 손님의 기분 나쁜 태도를 그냥 넘기지 못하고 퉁명스럽게 대하는 것이다.

- 시간이든 돈이든 칼로리든 간에 결됩되어 있는어떤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결핍의 물리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 놀기에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지출하기에 돈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역폭 세금이라는 발상을 전제로 한다면, 또 하나의 부족함, 어쩌면 보다 더 중요한 부족함이 있다. 우리는 지금 더 낮은 정신 자원으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 결필은 싶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돈을 빌리게 만들거나 필요한 투자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결핍은 삶의 다른 측면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을 덧씩운다.
결핍은 우리를 멍청이로 만든다. 우리를 보다 더 충동적으로 만든다. 우리는 휠씬 낮은 정신 능력과 보다 낮은 유동성 지능, 그리고 더욱 위축된 실행 제어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한다. 삶은 그만큼 더 힘들어졌다.

- 큰 가방은 큰 가방대로, 작은 가방은 작은 가방대로 용량의 제한은 따른다. 가방의 크기가 어느 정도이든 간에 쓸모 있는 물건을 모두 다 가방 안에 넣을 수는 없다. 두 가방 모두 챙길 물건과 두고 갈 물건을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심리적으로 보면 어쩐지 큰 가방은 괜찮은데 작은 가방만 문제인 것처럼 느껴진다. 큰 가방은 평소하던 대로 아무령게나 짐을 싸도 되지만 작은 가방은 꼼꼼하게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짐을 싸야 한다.
이것은 인생에서 사람들이 부뒷치는 많은 문제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시간의 가방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이 가방에 각자 일하는 시간과 여가 시간 그리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챙겨 넣어야 한다. 또 우리는 주거비나 의료비 등 모든 지출비용을 챙겨 넣어야 할 돈가방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각자 음식을 챙길 칼로리 가방도 가지고 있다.
이런 비유가 일러 주듯이 결핍이 우리를 사로잡는 순간 결핍은 우리가 그 가방에 짐을 넣는 방식까지도 바꾸어 놓는다. 한 푼, 한 시간 혹은 1칼로리의 열량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커다란 가방이라면 물건을 아무렇게나 넣어도 여유 공간이 남는다. 그러나 작은 가방이라면 신경을 써서 빽빽하게 싸야 한다. 짐 싸기에서의 이런 차이를 이해하면 어떻게 결됩이 더 많은결핍을 낳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벌꿀과 마찬가지로 말벌의 한 종류인 나나니벌 역시 훌륭한 건축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흙으로 집을 만든다. 그런 다음에 거미를 쏘아서 잡은 뒤에 스무 마리 넘게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 다음 여기에 알을 낳고 봉한다. 알에서 깬 애벌레는 어미가 잡아 놓은 거미를 먹이로 삼아 밀폐된 집 안에서 겨울을 난다. 그런데 나나니벌은 꿀벌과 다르게 빼어난 건축가는 아니다. 집 안의 각 방들은 원통형이지만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으며, 여기에서는 꿀벌의 집에서볼 수 있는 정확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꿀벌은 그토록 정밀한 건축물을 만드는데 나나니벌은 그토록 엉성한 집을 만들까? 이유는 바로 결핍에 있다. 나나니벌은 흔해 빠진 소재인 진흙으로 집을 짓는다. 이에 비해서 꿀벌은 귀하디귀한 소재인 밀랍으로 집을 짓는다. 꿀벌의 밀랍은 (작은 가방 속의 귀중한 수납 공간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의 귀중한 몇 달러처럼) 아껴 써야만 한다. 대충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이 귀중한 밀랍을 낭비하는 것이다. 재료 사용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집을 잘 지어야만 한다. 이에 비해서 나나니벌의 건축 소재는 사방에 널려 있어 값싸게 구할 수 있다. 그러니 낭비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서 나나니벌은 느슨함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꿀벌은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없는데, 이들의 건축 소재는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 느슨함은 선택의 부담을 회피하는 손쉬운 방법을 제공한다. 강연과 영화 사이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는 주어진 시간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만일 시간 여유가 있다면, 즉 느슨함을 가지고 있다면, 둘 다 할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이 쇼핑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두 개 있으면, 돈을 아껴야 하므로 그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는데 마음에 드는맛이 두 가지가 있다면, 칼로리를 생각해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게 돈이든 시간이든 혹은 칼로리든 간에 느슨함은 언제나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사치를 누릴 수 있도록 허용한다. 느슨함은 당신이 '둘 다 주세요.'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느슨함은 우리에게, '선택할 자유'가 선택하지 않을 자유를 제공한다.

- 넉넉한 부는 유혹을 (얼마든지 쉽게 누릴 수 있는) 사치로 바꾸어 준다. 동일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가난한 사람에게는 실수가 되지만 부유한 사람에게는 하지 말았어야 할 쓸데없는 짓 즉, 사치밖에 되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다이어트를 하지않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먹는 음식을 의식적으로 피해야 한다. 바쁜 사람은 바쁘지 않은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행위, 예를 들면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행위를 피함으로써 산만함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결핍은 실수에 따른 비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실수할 가능성,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을 더 많이 제공한다. 일을 정확하게 하는 게 어려워진다. 많은 항목들이 (바쁜 사람에게는 시간이. 그리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비용이) 제한된 예산 안에 꼭 맞게 들어가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저글링은 사람들이 충분히 예측할수 있는 일을 갑작스러운 충격처럼 받아들이는 현상을 잘설명해 준다. 저글링을 할때는 여러개의 공 가운데서 지금 떨어지려고 하는공 하나에만 집중을 하고 다른 공들은 무시한다. 그런데 올라가던 공이 '갑자기' 떨어질 때 저글링을 하던 사람에게 그 현상은 갑작스러운 충격이 된다. 다른 사람이 저글링을 하는 걸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올라가던 공이 다시 내려오는 건 뻔히 예상되는 일이지만 저글링을 하는 당사자로서는 언제나 갑작스러운 충격의 연속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미 오래전에 예고되어 있던 학교 등록금도 저글링의 떨어지는 공처럼 임박한 순간에 가서야 실질적인 위협으로 갑작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결핍에 대처하다 보면 대차대조표는 엉망진창 누더기가 되고 만다. 가장 급박한 문제에 근시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런 상황이 장기간에 걸쳐서 지속되면 이런 미봉책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서 자산과 부채가 뒤죽박죽이 된다. 바쁜 사람들에게 이것은, 서문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과 이중으로 잡은 약속들이 높이 쌓이고 쌓여서 이제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다고 묘사했던 바로 그 상황을 의미한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것은 경제적인 문제가 실타래처럼 엉켜 복잡하기 짝이 없어지는 삶을 의미한다.

- 느슨함의 가치를 과소평가하지 말 것
세인트존스병원의 사례는 결핍의 덫에 관한 본질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병원이 겪었던 수술실 부족은 사실 느슨함의 부족이었다. 많은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느슨함이 필요하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지만 에전의 릴투릴 테이프 녹음기에서는 여분의 테이프 분량이 반드시 필요했다. 커피 그라인더도 원두를 가득 채우면 잘 돌아가지 않는다. 도로도 교통량이 전체 수용 용량의 70퍼센트 이하일 때 원활하게 돌아간다. 도로의 교통 정체는 느슨함이 부족해서일어난다. 윈칙적으로 만일 어떤 도로의 교통량이 수용 용량의 85퍼센트이고 모든 차량이 동일한 속도로 주행한다면, 모든 차량은 일정한 차량 간격을 유지하면서 달릴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어떤 운전자가 속도를 조금이라도 더 낸다고 치자. 하지만 이 운전자는 금방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뒤를 따르던 차랑들도 연이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체 도로의 주행 속도는 낮아진다. 그리고 이미 확인된 사실이지만, 도로에서 평균 주행 속도가 떨어지기는 쉬워도 다시 올라가기는 어럽다. 어떤 운전자 한 사람이 무심코 엑셀을 밟았다가 곧 브레이크를 밟는 이 사소한 충격이 전체 도로의교통 흐름을 늦추는 엄청난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몇 개의 충격이 더 보태지면, 도로는 완전히 주차장이 되어 버린다.어떤 도로의 교통량이 수용 용량의 85퍼센트일 때차량은 도로를 원활하게 주행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주 작은 충격을 흡수할수 있을 정도의 여유, 즉느슨함이 한치도 없다.

- 차입 매수의 논리는 단순했다. 이 기업들을 사들여 빚더미에 짓눌리게 만들으로써 압박을 가하는 것이었다. 다시말해, 풍족함이라는 환경에서 결됩이라는 환경으로 몰아넣는 것이었다. 빚에 따른 규제(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결필에서 비롯되는 집중)가 경영 성과를 개선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보다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일 것이고, 더욱 신중하게 지출할 것이며, 또한 보다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이다.
사실 다수의 논문이, 차입 매수가 다른 면에서는 몰라도 해당기업의 성과만큼은 개선했음을 입증했다. 한 가지 이유는 '기업의 군살'이 경영진의 인센티브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점이었다. '군살'은 남의 돈이기에 경영진은 돈을 형편없이 썼다. 눈먼 돈이나 다름없는 '군살'은 경영진이야 마음것 즐길 수 있지만 주주가 보기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치로 소비되는 돈이다. 그러므로 부채를 늘리고 군살을 줄임으로써 경영자는 예산을 보다 현명하게 쓸 수 있게 된다.
또한 차입은 결핍의 심리에 따른 효과를 생성했다. 기업들은 마감 기한이 생산성을 높이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사람이 특정 구간의 택시 요금을 더 잘 아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군살을 빼고 날씬'해졌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조금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경영자로 살아가려면 엄청난 양의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협력업체들과는 끊임없이 협상을 해야 하고 또 어떤 비용이 발생할 때는 이 지출을 결정하기 전에 모든 항목을 세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 이 집중력은 결됩이라는 환경 아래에서 발휘하기는 한결 쉽지만, 반
대로 풍족합이라는 환경 아래에서 발휘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어떤 '사치'를 하든 어차피 사장이 자기 돈을 쓰는 셈인 사기업에서조차도, 현금이 넘처 날 때는 '군살'을 불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앞서도 살펴봤듯 느슨함은 한편으로는 낭비이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유익하다. 진짜 낭비와 유익한 느슨합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또 실제로 차입 매수된 많은 기업이 파산의 벼랑끝으로 몰렸다.? 이런 급박한 현실 속에서 그 기업들은 터널링 상태에 빠졌다. 1980년대가 군살 제거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알려 줬다면, 2000년대는 경영진이 근시안에 빠지면 어떤 위험이 생길수있는지 알려 줬다. 어쩌면 이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군살, 다시 말해 느슨함을 지나치게 많이 없애면, 이런 회사의경영진은 오늘의 빚을 깊으려고 미래의 빚을 당겨다 쓰게 된다.

- 세인트존스병원과 나사 모두 급한 불 끄기의 덧에 빠졌었다. 조직 연구자들인 로저 본과 람찬드란 자이쿠마르가 지적하듯이, 급한 불 끄기에 매달리는 조직들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풀어야 할 문제는 많은데 주어진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둘째, 긴급한 문제들은 해결하지만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긴급하지 않은 문제들은 미룬다. 
셋째, 그 결과 반드시 해야 할 일의 양이 급격히 늘어난다. 간단히 말하면, 주어진 시간의 부분은 이미 일어난 붙을 끄는 데 쓰이지만, 불이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는 시간을 쓰지 않는 바람에 새로운 불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세인트존스병원의 의사들은 지금 당장 진료를 해야 할 자를 감당하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전체 환자들의 상태와 대기 환자 및 웅급 환자의 구성 비율을 살펴볼 여유가 었다. 나사의 엔지니어들은 각 부품의 마감 시간을 지키느라 너무 쁜 나머지 이 부품들이 제대로 결합됐는지 점검할 여유가 없었다.
급한 불 끄기는 결핍의 덫 중 특별한 유형이다.

- 급한 불 끄기 덫은 엄청난 저글링을 해야 한다는 시련을 포함하고 있다. 코앞에 닥친 마감 기한에 집중해서 어떤 일을 끝내고 나면, 어느 새 다른 과제의 마감 기한이 코앞에 닥쳐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느 시점에선가 이런 게 바로 자기 모습임을 깨닫고, 결핍이 덫이 되는 이유와 같은 이유 때문에 급한 불 끄기도 덫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누구든 급한 불을 끄기 시작하면, 이 과정에서 다치지 않고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여러 팀이 이미 끝마쳤어야 하는 어떤 프로젝트에 미친 듯이 달라붙어 있다면 다음 순서로 예정되어 있던 프로젝트 착수에 늦을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런 악순환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없다.
결핍과 느슨함의 논리를 이해하면 급한 불 끄기 덧에 빠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터널링이 다른 중요한 고려 사항을 무시하게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적어도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해법이 하나 있다면 느슨함을 노골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은행들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시도해 온 방식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은행들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수익에만 집중하는 터널링 상태에서는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가 잘 보여 주었듯 결코 과장이 아니다. 보다 최근에는 많은 은행들이 '리스크 담당 최고 책임자Chicf Risk ofice'라는 직책을 도입했는데, 이 사람들은 다른 경영진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CEO에게 직접 보고를 한다. 또 이들은 금융 상품, 대출 그리고 그 밖의 거래들을 리스크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검토하고 승인해야 한다. 가장 매력적인 거래와 거대한 수익 및 매출 목표에 집중하는 (그래서 터널링에 빠져 있는) 다른 관리자들과 다르게 이 사람들은 오로지 리스크 관련 사항만 주시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조직에서 군살을 빼는 일이 진행되는 동시에 느슨함도 확보해야 할 때, 이 조직은 현재의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는 문제에 매몰되어 있지 않은 내부자를 필요로 한다. 일상적인 터널링에서 면제된 이 사람이 하는 일은 조직에 충분한 느슨함이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오늘 당장 완수해야 할 일이 아니라, 내일 일어날지도 모르는 어떤 충격이 뒤집어 놓을 상황에 집중한다. 현재의 긴급한 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이 미래의 프로젝트에 할당된 시간이나 돈을 빌려 와 조직이 확보하고 있는 느슨함을 고갈시키고, 나아가 조직을 미래의 대역폭 블랙홀에 밀어 넣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누군가는 이를 감시하고 차단해야 한다. 세인트존스병원의 수술실 부족 문제를 해결한 자문관이 수술실 배정 문제를 둘러싼 온갓 격렬한 갈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른길
진정으로 효율적인 노동자는 자신의 하루를 온갖 일로 빽빽하게 채우지 않으며 편안하고 여유로운 일을느긋하게 하는사람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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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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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의 뇌과학

심리 2025. 10. 10. 16:19

- 5가지 회복탄력성 리셋 버튼은 다음과 같다.
1. 가장중요한 것을 명확히 파악하라. 이 리셋 버튼은 올바른 마인드셋을길러서 당신의 뇌와 몸을 재구성하도록 도울 것이다.
2. 시끄러운 세상에서 평정을 찾아라. 당신은외부 영향을 최소화해 정신적역량을 보호하는기법을 배울 것이다.
3. 뇌와 몸을 동기화하라라 이 리셋 버튼 덕분에, 당신은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뇌와 몸이 더 잘 작동하도록 도와줄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기법에 집중할것이다.
4. 뇌를쉬게 하라. 당신은 일상생활의 제약속에서 새로운 지혜를 강화할실용적이고 실천가능한 기법을 배울것이다.
5. 최고의 자아를 전면에 내세워라. 뇌와 스트레스가 맺은 관계를 재정립하도록강력한 언어를 새로 알려줄 것이다.

-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당신의 뇌는 편도체amygdala가 주도한다. 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콩알 크기의 구조물로, '파충류 뇌' 또는 '도마뱀 뇌'로도 알려져 있다. 인간은 진화했으나 뇌의 이 영역은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도체는 동굴 거주자 모드로 태초부터 우리와 함께 해왔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편도체는 생존과 자기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두려움 반응을 담당한다. 위협을 감지하면 투쟁-도피 반응이라고 불리는 스트레스 반응을 활성화한다. 편도체는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같은 다른 뇌 영역을 동원해 코르
티솔 호르몬을 생성한다. 코르티솔은 부신을 활성화해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하는데, 이 호르몬은 위협에 맞서 싸우거나 위협으로부터 도망치는 데 도움을 준다.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와 부신은 우리가 HPA 축이라고 부르는 것을 형성하는 데, 이는 체내 스트레스의 주요 경로다.
HPA 경로에서 편도체가 운전대를 잡으면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당신의 정신을 지배한다. 심장이 더 빨리 뛰고 호흡이 더 가빠지면서 극도로 예민해진다. 이러한 투쟁-도피 반응은 동굴 거주자들이 포식자의 치명적 공격을 피할 때 매우 유용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요즘 당신이 마주하는 포식자는, 가령 관계 갈등, 직업 기대치, 청구서, 가족의 압력, 마감일 등 절대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들이다. 그러니 당신의 편도체는 계속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한다. 편도체는 논리적 뇌가 아니라 감성적 뇌다. 따라서 당신은 업무 마감일이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편도체는 그차이를 알아차리지못한다.
마감일이 닥쳐 극심한 공포에 협싸여 있을 때, 절망과 우울감에 빠져서 "이 일을 끝내지 못하면 상사가 나를 죽일 거야"라고 혼잣말을 한다면, 이는 편도체가 지껄이는 것이다.

- 스트레스에 대한 감각 경험이 무엇이든 스트레스의 원인은 같은 곳, 즉 뇌에서 시작된다. 예일대학교 과학자들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구체적으로 뇌의 변연게에 있는 헤마에서 시작된다. 변연계는 감정 중추이고 해마는 학습과 기억을 담당한다. 학습과 기억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장소에서 스트레스가 생성된다면, 스트레스도 학습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학습된 반응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도 더 나은 방식으로 다시 학습되고 다시 훈련될 수 있다. 이것이 당신의 뇌가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재구성되는 첫 번째 전제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도록 뇌를 재구성하는 두 번째 과학적 원리는 뇌과학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인 신경가소성에 토대를 둔다.
뇌는 끊임없이 바뀌는 삶의 조건에 따라 성장하고 변화하는 근육으로 밝혀졌다. 이는 뇌의 다양한 부분, 뇌 영역 간의 연결, 심지어 개별 뇌세포 사이에도 적용된다. 

- 뇌가 삶의 긍정적인 변화까지 스트레스로 인식한다는 사실은1960년대 두 연구자에 의해 밝혀졌다. 정신과 의사였던 토마스 홈즈와 리처드 라헤는 삶의 변화가 스트레스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 그들은 환자 5,000명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43가지 사건을 골라, 각 사건이 스트레스로 이어졌는지 조사했다. 생애 사건으로는 졸업식, 이직, 주택구입, 탁월한 목표 달성, 결혼, 출산, 이혼. 은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 다양했다. 힘겨운 사건이든 즐거운 사건이든 각각 특정 점수가 부여되었다. 이러한 사건을 많이 겪을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병에 걸릴 가능성도 커졌다.
이 획기적 연구는 삶의 스트레스와 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해주었다. 즉, "긍정적인 삶의 변화도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노력이 필요하며", 그에 따라 부정적인 스트레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내가 환자를 대하는 방식은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더 좋은 방향의 변화조차도 뇌와 몸에는 스트레스로 인식될 수있다.

-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의 뇌 스캔 결과, 감정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보여주었을 때 푹 쉰 사람들의 뇌와 비교해 편도체의 반응성이 60퍼센트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당신이 수면 부족을 겪을 때 경험하는 짜증, 기분 저하, 감정 조절 장애와 일치할 것이다. 다음에 누군가에게 잠을 설처서 기분이 안 좋아"라고 말할 때, 그것이 모두 과잉 반응하는 당신의 편도체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두라.
수면 부족은 뇌에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이와 상관없이 몸 전체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수면 부족과 고혈압, 비정상적인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병의 전조인 인슐린 저항성 간에 연관성이 드러났다. 잠이 부족한 성인은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30퍼센트 더 높다. 당신이 얼마나 잘 자는지, 또는 얼마나 못 하는지는 미래의 정신건강을 예측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 5초밖에 걸리지 않지만 '멈추고 호흡하고 머무르는' 기법은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이 기법이 심신 연결을 활성화하는 이유는, 당신이 평소처럼 무심코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바로 그 순간 당신의 뇌가 몸과 신체 감각, 그리고 생각과 감정에 주목하도록 훈련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잠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고, 또 호흡을 통해 신경계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조절할수 있다. '멈추고 호흡하고 머무르는' 동안 복잡한 생물학적 현상이작용한다.
호흡은 유일하게 수의적 조절과 불수의적 조절이 모두 가능한 생리적 신체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당신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식으로 호흡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지만, 당신이 호흡에 신경쓰지 않을 때는 몸이 대신 무의식적으로 조절해준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심장 박동, 소화, 뇌의 사고 환동 등 다른 어떤 신체 기능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이 놀라운 신체 기능 덕분에 호흡은 심신 연결을 탐구하는 관문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호흡 패턴은 감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미주신경을 통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미주신경은 호흡과 소화 심지어 이완 능력을 관리하는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진작부터 코르티솔과 미주신경이 호흡과 감정을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최근에 한 새로운 연구가 이러한 기조를 바꿔놓았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일단의 과학자가 호흡과 감정 상태를 연결하는 뇌의 작은 세포 집단을 발견해 호흡 조율 'pacemaker for breathing 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중요한 발견 덕분에 당신이 깊게 숨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호흡이 해로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어떻게 도입을 줄 수 있는지 세포 수준으로 월씬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뇌의 호흡 조율기는 심신연결의 중심이고, 호흡은 그연결에 접근하는 관문이다.

-  급성 스트레스 중에 경험하는 빠른 심장 박동이나 빠른 호흡 같은 여러 감각은 운동할 때도 정상적인 생리 작용의 일환으로 발생한다. 매일 걷는 습관을 기르면, 당신은 통제되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이런 감각에 더 익숙해질 수 있다. 따라서 예측할 수 없는 스트레스의 순간에 그와 같은 감각이 발생하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있다. 그러한 감각에 대한 두려움도 덜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이 책에 나온 여러 기법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스트레스 반응을 늦추도록 침착함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매일 걷는 습관은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 중에 당신의 심장과 폐가 겪을 만한 감각에 익숙해진다.  20분 산책은 머릿속 생각에서 벗어나 몸에 집중할 완벽한 기회라 할 수있다.

- 점점 늘어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은 조만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강력한 관문으로 여겨질 것 같다. 내 초기 멘토중 한분은 이런 말씀을 자주 했다.
"우리는 스트레스와 관련해 뇌를 지나치게 찬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도 중요하다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장에서 온갖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그 교수님은 우리 몸의 세로토닌 중 95퍼센트가 장에서 발견되며. 뇌보다 장에 세로토닌 수용체가 세 배에서 다섯 배까지 더 많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세로토닌은 신경전달물질로도 알려진 뇌 화학물질로, 기분을 관리하는 데 부분적으로 기여한다. 아마도 프로작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는 약물군과 관련해 세로토닌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프로작은 기분을 개선하고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세로토닌이 대부분 장에서 발견되는데도 우리는 이를 뇌 화학물질로 부른다는 사실이 홍미롭지 않은가? 장은 정말로 제2의 뇌다!

- 지중해식 식단에서 중요한 또 다른 부분은 프리바이오틱 식품Prebiotic foods 과 프로바이오틱 식품Probiotic loods 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인데, 이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수 세기 동안 식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 2가지 식품은 장뇌 연결을 강화하도록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리바이오틱 식품에는 통곡물, 귀리, 사과, 바나나, 양파, 아티초크, 마늘, 아스파라거스, 심지어 코코아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식품은 마이크로바이옴에 있는 건강한 장 박테리아를 먹이는 데 도움을 준다. 프로바이오틱 식품은 보통 발효 식품으로, 요구르트와 사우어크라우트, 케피어ke(염소, 양, 소의 젖을 발효시킨 유제품), 콤부차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식품은 마이크로바이 몸에 건강한 박테리아를 돌려준다.

- 골디락스 원리는더 빨리, 열심히,더오래 일해야만 생산성이 더 향상된다는 허슬 문화의 생산성 신화를 깨뜨리는 데도움이 된다. 모두 과학적 오류이며,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뇌는 새로운 작업을 처리할 때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휴식을 취할 시간이 있으면 더욱 그렇다. 휴식을 존중하면 단기적으로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휴식은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당신이 하고 있던 업무에서 물러나는 순간, 뇌와신경 경로는 응고화과정을 거치게 된다. 신경 응고화는 머릿속에서 떠다니던 새로운 학습과 정보가 미래에 사용할 경로와 회로로 굳어질 때 일어난다. 한 연구에서 건강한 성인27명의뇌 스캔을 분석했는데, 10초 정도의 짧은 휴식도 응고화를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이뇌스캔을 비교했을 때, 학습 시간보다 휴식 시간에 뇌가 더 많이변한다는사실을 알아냈다.

-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경우, 우리는 포모도로 기법Pomodoro Technique을 활용해 다음과 같은 일정을 고안했다. 이 기법은 1980년대 후반에 시간 관리를 위해 개발되었는데, 산만하고 지치고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이나 중압감 때문에 미루거나 동시에 너무 많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타이머를 사용해 25분 동안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한다. 포모도로는 '토마토'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이 기법을 개발한 사람이 학생 때 토마토 모양의 주방용 타이머를 사용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타이머를 설정했다가 25분 후에 울리면, 멈추고 5분 동안 과제에서 벗어난다. 그런 다음, 두 번째 과제로 넘어가 25 분 후에 멈추고 5분 동안 쉬는 과정을 반복한다. 포
모도로 기법으로 네 가지 과제를 수행한 후에는 30분을 더 쉰다.

- 모노태스킹 습관이 굳어지자 45분짜리 시간이 지나면서 타임 블록에 10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당신은 이와 다를 수 있다. 번아웃 수준이 높고 온갓 방해 요소 속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왔다면, 일단 방해받지 않는 타임 블록을 점진적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방해받지 않는 10분짜리 타임 블록으로 천천히 시작하라. 타이머를 설정하라. 핸드폰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각종 알림과 슬랙 채널Slack channel(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인스턴트 메신저 및 프로젝트 관리용 협업 툴)을 끄고 업무에 몰두하라. 타임 블록을 완료하면 놓친
부분을 따라잡을 수 있다. 매주 방해받지 않고 25~30분 동안 편안하게 일할 수 있을 때까지 5분씩 타임 블록을 늘리도록 하라.
나는 의대를 다닐 때부터 이 전략을 사용했고 지금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내 타임 블록은 이제 50분이다. 더 오래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서서히 키워온 덕분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포모도로 기법에서 제안한 25분 단위로 시작했다. 실제로 나는 타임 블록 기법을 활용해 이 책을 썼다.

- 뇌에 감사의 언어를 가르치면, 스트레스의 영향에서 뇌를 보호할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열심히 하면 내면의 비판자에게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분명히 말하지만, 감사는 허울뿐인 긍정이 아니다. '다 괜찮아'라는 폴리애나식 접근법(폴리애나는 미국의 엘리너 포터가 1913년에 발표한 동화의 여주인공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옮긴이)이 아니다. 당신은 스트레스와 정신 건강 문제로 힘들어하면서도 삶의 어떤 면에서는 감사할 수 있다. 실제로 3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감사는 스트레스와 정신 건강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정신 건강의 유익한 변화를 두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진다는 뜻으로 '긍정적인 눈덩이 효과'라고 묘사했다. "감사의 정신건강 혜택은 즉시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축적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 건강상의 차이는 글쓰기 활동을 시작하고 12주가 지나면서 휠씬 더 커졌습니다."

- 하루 동안 평생을 산다고 하는 것이 단순히 24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접근 방식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허슬 문화의 해독제로서 속도를 늦추는 것을 뜻한다. 가령 어린 시절, 일, 휴가, 공동체, 고독, 은퇴 등길고 의미 있는 삶의 궤적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요소를 통합해 '단 하루 동안'에 담아내는 것이다. 하루 동안 평생을 사는 법을 실천함으로써, 당신은 가장 소중하고 위태로운 자산인 시간 감각을 새롭고 따뜻한 방식으로 서서히 다시 정의할 수 있다. 하루 동안 평생을 산다면 날이 저물 때마다 당신은 충만한 만족감을 선물로 받을수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빌려온 시간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평생을 살려면 여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는 단순히 있으면 좋은 것들이 아니라 임상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 타당한 의미가 있다. 이 여섯 가지 인생 단계를 단 하루 동안에 담아내도록 하라.

- 자신을 너그럽게 대하라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신에게 느끼는 연민은 순식간에 길러지는 쉬운 감정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연민이 당신의 스트레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신을 조금 더 너그럽게 대하려는 노력은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여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경로 중 하나다. 5가지 회복탄력성 리셋 버튼의 거의 모든 기법은 자기 연민의 렌즈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더 효과적이다. 연민이 스트레스에 대한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뇌와 몸을 바꾸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자기 연민은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힘든 일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며, 정신 건강을 보호해 스트레스를 개선하도록 도울 수 있다. 연민은 편도체처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특정 뇌영역에도 작용할 수 있다. 40명의 뇌 스캔 영상을 조사한 연구에서 자기 비판적일 때는 편도체의 활동이 더 한발하고 연민 어린 자기 확신을 실천할 때는 덜 활발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4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자기 연민 수준이 높은 여성은 지각된 스트레스 수준이 더 낮았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자기 연민을 베풀지 못하고자기 비판적으로 변하기가 훨씬더 쉽다. 우리는 왜가장 필요한 순간에 자신을 응원하는 대신,가장 신랄한 비판자가 되는것일까?
자기 연민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와 크리스
토퍼거머는 이렇게 썼다.
"우리는 자기비판에 너무 익숙해져 있으며, 어떤 점에서는 고통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 연민의 동기는 사랑에서 비롯되는 반면, 자기비판의 동기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환자에게 흔히 스트레스와 두려움은 함께 나타난다. 우리 뇌가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같은 영역인 편도체에서 처리하기에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5가지 회복탄력성 리셋 버튼에서 제안하는 여러 기법과 함께 자기 연민의 렌즈를 통해 본다면,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새롭게 구성해 정신 건강을 위한 더 밝은 미래로 바꿀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느 기법과 마찬가지로, 자기 연민은 다행히 뇌의 놀라운 신경가소성 덕분에 배우고 익히고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네프와 거머에 따르면,"자신을 진정으로 아낀다면, 우리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등 행복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이다."
과감히 도전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5가지 회복탄력성 리셋 버튼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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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과 공존

사회 2025. 10. 10. 16:18

- 논쟁은 그래머리를 사용하며 던진 질문과는차원이 다릅니다. 로이리와 닐 산무감이 공동 설립한 클루리는 회의나 면접 등에서 화면과 오디오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오직 사용자에게만 정보가 보이고, 이를 화면 건너편에 있는 상대방은 알지 못합니다. 무려 70억 원의 시드투자를 받았고, 회사에 따르면 연간 반복매출은 이미 40억 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창업자가 직접 클루리를 사용하여 아마존 면접에 합격하는 과정을 공개한 일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현실의 질서에 균열을 냈으니까요. 로이 리는 "몇 초 만에 시 모델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왜 뭔가를 외우고 코드를 작성하고 연구를 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했고, 예상대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아마존은 합격을 취소했지만, 이 사건은 '기존의 채용 절차와 인재 평가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로이리는 "기술이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 때마다 세상은 당황한다. 그러다 적응하고, 잊어버리고, 갑자기그것이 정상화된다"고 말합니다. 너무 과감한 선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AI 기술이 우리가 익숙했던 개념, 윤리, 문화를 재정의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제 생각과 믿음이 변하는 속도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못하는 것이 아닌지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기술은도구가 아니라 문화다'라는 세계관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 페인트 튜브는 단순한 발명품을 넘어 '예술 혁명의 촉매제' 였습니다. 화가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고, 이는 새로운 세계관과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새로운 세계관
: 튜브 물감이 선물한 이동의 자유는 화가들에게 미술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을 선물했고, 이를 통해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예술 사조가 탄생했습니다.
* 역량에 대한 재정의
: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빠르게 포착하는 능력, 다양한 튜브 물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법 등 새로운 기술과 감각이 화가들에게요구되었습니다.
* 새로운 윤리적 질문
: 자연안료뿐 아니라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화학안료가 사용되면서, 화가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윤리적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19세기 예술을 뒤흔든 페인트 튜브는 오늘날 우리 시대의 AI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AI는 페인트 튜브가 과거에 일으켰던 변화들을 고스란히, 아니 그 이상의 규모와 속도로 사회 전반에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과거에 조직의 신입이나 주니어는 주로 실행 중심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떨까요? 처음부터 '리더 같은 세계관을 갖춘 신입사원'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과거에는 임원급이나 시니어들이 주로 담당했던 문제 정의, 방향 설정, 구조설계와 같은 역할을 이제는 커리어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어진 문제를 빨리 푸는 훈련보다, 어떤 문제가 정말 중요한 문제인지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역량이 휠씬 더 중요해진 것이죠. 어쩌면 우리가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방식, 그리고 개인이 지향해야 할 성장 모델에 대한 세계관 자체에 커다란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 역시 전통적인 조직 체계로 일하는 디자이너 조직을 '팀장-팀원'이 아닌 모두가 개별적인 1인 리터인 비주얼 디렉터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신입 디자이너도 이제 '디렉터'의 세계관과 역량으로 일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 제가 건설업계 CEO분들께 강연할 기회가 있었을 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드디어 여러분의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애플이나 구글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판매하며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건설업은 주로 다리나 건물과 같은 '하드웨어'를 판매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리라는 하드웨어를 건설하면서 동시에 그 다리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예측하는 AI '소프트웨어'솔루션을 함께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건설업도 플랫폼 비즈니스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다른 성공적인 플랫폼 기업들이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지 배워야 하고,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계를 넘어 소통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는 '뉴턴이 분광학을 통해 무지개를 해부했고, 이로 인해 과학이 낭만을 소멸시켰다'는 내용의 시를 남겼습니다. '과학자의 서재J를 쓴 세계적인 학자 최재천 교수는 이렇게 비유했죠.
"거칠게 말하면 이래요. 달나라에 계수나무가 있고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줄 알았는데, 우주선을 타고 가보니 황폐하기 짝이 없단 말이죠. 토끼도 나무도 없고요. 그러니 낭만이 깨졌다고들 해요. 그러나 정말 그런가요? 과학이 드디어 인간의 상상을 우주 공간까지 확장했다고 볼 순 없을까요? 그건 낭만이죠.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훨씬 더 기막힌 낭만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돼요. 즉 과학은 낭만과 상상을 결코 죽이지 않아요. 더 큰 경지의 낭만과 상상을 선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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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질서

사회 2025. 10. 10. 16:16

- "단 하나의 완벽하고 지배적인 지능에 도달하기 위한 경쟁"이 이미 진행 중이라면, 우리는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 저자들은 여섯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1. 인류는 안보 딜레마에 같힌 복수의 주체들이 벌이는 존재론적 경쟁에 통제력을 잃게 될 것이다
2. 이제까지 최소한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필요했던 '견제와 균형'이라는 제약을 받지 않는 승자가 휘두르는 절대적인 패권에 고통받을 것이다.
3. 이 세상에 단 하나의 뛰어난 AI가 아니라 복수의 우수한 지능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4. AI를 소유하고 개발하는 기업들이 사회적.경제적.군사적.정치적 위력을 전부 축적하게 될 것이다
5. AI는 국가 체계보다도 증교 체계에 가장 적합하게 자리 잡아 널리 지속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6. 이 신기술이 통제되지 않은 채 오픈소스로 확산되면 표준이하지만 상당한 AI 역량을 갖춘 소규모 불온 집단이나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어느 것도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다. 키신저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염려했고 이를 막으려는 그의 노력은 이 책의 집필로 끝나지 않았다. 그가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결과를 피하고자 미국과 중국의 AI 무기 제한 회담을 출범하는 데에 생의 마지막 시간을 쏟아부었다는 것은 기지의 사실이다. 그
바람에 100세 생일을 맞이하고 몇 개월 만에 남아 있던 기력을 모두 소진해버렸다.

- 새로운 질서의 결론은 철저히 키신저답다.
일각에서는 AI를 폭풍 속에서 우리를 지탱해줄 닻으로 보지만, 혹자는 우리를 묶고 가둘 목줄로 보기도 한다. AI 개발을 인간 잠재력의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로 칭송하는가 하면, 성급하게 심연으로 뛰어드는 일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각자의 본능에 따라 서로 다르게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즉 모든 당사자가 긋는 주관적인 선이 갈등의 도화선이 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찾아온다. 잠재적 승자'와 패자의의두드러진 입장 차이는 이러한 상황이 주는 압박감을 키울 것이다. 두려운 자는 자기AI의 개발을 늦추고 타인의 개
발도 방해한다. 과신하는 자는 그위력을 비밀리에 숨기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위기가 종래의 인간 경험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금세 위기에 휩싸일 것이며, 우리의 생존 여부나 방법은 불명확하다.

- AI는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다.
이제껏 인간이 만든 발명품들이 인간에게 힘을 실어준 이유는 새로운 도구가 아무리 강력해도 그것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것은 항상 우리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칼과 폭탄은 누구를 죽일지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 반면 AI는 스스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따라서 인간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유발하라리)

- 물리학자 존 폰 노이만은 훗날 가장 위대한 박식가로 여겨질 인물이며, "물리적 세상을 이용하고 길들이는" 인간 정신력에 대한 20세기의 믿음을 특징적으로 잘 보여준 공로로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세기의 인물'로 선정됐다. 실제로 폰 노이만은 수학 이론, 원자폭탄, 가장 중요하게는 컴퓨터의 발명이
라는 핵심 과제에 열정적으로 헌신했다. 원자폭탄과 컴퓨터는 20세기의 마지막 비약적인 발명이자 인간이 컴퓨터의 도움 없이 홀로 구상하고 생산해야 했던 마지막 발명품이다.
폰 노이만과 같은 탁월한 지성 덕분에 인류는 순수한 인간 지성의 정점에 도달하여 지적인 지평을 확장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한 분야의 기초를 통달하는 데 일반적으로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박식은 특허 드물다. 박식가가 되려는 사람이 한 분야를 통달할 무렵이면 또 다른 분야를 통달할 시간이 없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오늘날 혁신은 이미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뛰어난 통찰을 갖춘 1인의 천재보다 복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팀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 사람에게서 나온 지식을 통합하는 일은 어렵다. 특히 최고의 지성들 중에서는 협업자의 수가 매우 적어 소통으로 시너지가 발생하기 힘들 수 있다.
이와 반대로 AI는 최고의 박식가가 될 것이다. AI는 인간지식의 최전방을 탐색하며 무서운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고 대량의 정보에서 의미를 생산할 수 있다. 무수한 차원과 분야에서 패턴을 동시에 찾아내어 유례없는 연결성을 만들어낸다. 또한 월등히 효율적이어서 많은 지적 탐구를 결합하여 인간발견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다.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E.0. 윌슨의 표현대로 새로운 "지식의 통합"을 해내는 데에 성공할 거라 기대될 정도다.

- 과학 발전에 엔진이 되어줄 유능한 박식가의 수가 더 미래사회에 주된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 엔진은 규모도 작고 일관되게 작동하지도 않는다. 인류의 잠재력은 더는 우리가 배출한 마젤란이나 테슬라의 절대적인 수로 정해지지 않을 것이다. AI를 만들고 최대한 이용할수 있는 한,세계최강국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같은 가장 뛰어난 천재를 가진 국가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국력을 측정하는 주된 기준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수세기 동안 국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영토에서 자원,자본, 인적 자본, 현재는 컴퓨팅 자본으로 옮겨왔다.
아울러 학습 기계가 스스로 개선하는 기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후의 박식한 발명인 컴퓨팅은 종래의 어떤 기계와도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 정신력을 증폭했고, 수십년후 AI의 비약적인 발전을 촉진할 것이다. 

- AI는 프로그래밍되지 않고 학습하여 세상을 이해한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서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은 기계에게 입력값을 출력값으로 바꾸는 법을 가르친다. 이와 반대로 머신러닝에서는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이 기계에게 스스로 개선하는 법만 가르쳐서, 기계는 입력값-출력값을 전환하는방법을 스스로 설계한다. 기계는 사전 실험, 실패, 조정을 무수하게 반복하여 '학습'하면서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데이터 안에서발견'한 패턴과 관계를 적용하는 방식을 반복해서 재설계한다.
인간 교육자는 정기적으로 기계에게 출력값의 정확도와 품질을 피드백한다. 그러면 기계는 역전파back-propagation'를 거쳐 수정 사항을 받아들인다. 역전파란 교육자가 제시한 수정사항의 영향이 기계가 이미 형성한 수학적 관계를 통해 역으로 확산되게 하여 모델의 전반적인 성능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어떤 모델이든 인간은 입력값과 출력값의 작은 하위 집합에만 피드백을 제공한다. 특정 모델이 많은 훈련 테스트를 거치며 일정 수준의 성능을 보이면, 개발자들은 해당모델이 모든 입력 정보에, 심지어 예상치 못한 입력 정보에도 안전하고 정확한 답을 생성하여 높은 성공률을 보이리라 믿는다.
이러한 각각의 방식으로 AI는 인간 지식의 영역을 이미 확장하고 있으며 한층 더 확장할 것이다. 하지만 AI는 인간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과정으로 그렇게 하며, 우리는 그 결과로 도출된 지식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 간단히 말헤 머신러닝으로 훈련된 모델은 인간이 새로운 발견(모델의 출력갔)을 알게 해주지만 그 발견이 이루어진 방법(모델의 내부 과정)을 이해하게 허용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인간의 지식과 인간의 이해가 다른 시대의 인류였다면 생경했을 방식으로 분리된다. 인간은 직관과 결과물로 이해(현대적인 의미에서)한다. 이는 의식적.주관적 경험, 개별적인 논리 검토, 결과를 재생산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지식을 획득하는 이런 방법은 전형적인 인문주의적 충동,즉 "만일 이것을 할 수 없다면 나는 이것을 이해할 수 없어. 이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 이것진실인지 알 수 없어"라는 발상에서 왔다.
계몽주의 시대에 출현한 방법에 따르면 개인의 역량, 주관적인 이해, 객관적인 진리라는 핵심 요소들은 모두 함께 움직였다. 반대로 AI가 생산하는 진리는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인간의 방법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기계의 추론은 인간의 주관적인 경험 너머에, 역량 밖에 있다. 인간
은 기계의 내부 과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계몽주의적 추론에 따르면, 이러한 사실들을 고려할 때 기계의 출력값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초기 AI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한 수백만 인류는 이미 AI출력값 대부분이 진실이라고 받아들였다. 물론 일부 앞서가는 사용자들은 실제로 머신러닝의 메타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계의 출력값이 객관적인 진리일 거라는 인간의 신뢰는 기계의 논리와 그 개발자의 권위가 타당하리라는 소망적 믿음에서 왔음이 분명하다.
객관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방법으로 인정되는 그러한 신뢰는 그 자체로 현대 인간의 사고가 변화했음을 나타낸다. 기계는 분명 의식이나 주관성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AI 모델은 세상을 인간의 방식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 해도 AI는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인간 세상을 분석하여 새롭고 정확한 결론을 도출하는 객관적인 능력을 지녔다. 이는 지난 5세기동안 우리가 꾸준히 추구하고 의존해온 과학적 방법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인간만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 현재 AI 모델은 처음 발명되었을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기량을 갖추었다. 지금까지 AI에게 적용된 규모의 법칙scaling laws (오래된 예를 들자면, 사물의 길이를 늘릴 때 면적은 제곱으로 비례해 늘어나는 법칙)은 진실로 보이지만, 우리는 매개변수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모델이 정확히 얼마나 기량을 끌어올릴지 알 수없다. 특정 수준의 연산 능력과 복잡성에 도달할 때 특정 기량이 출현하는 과학적인 이유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국에서 신체 크기 대비 뇌의 크기 비율은 지능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다. 예를 들어 돌고래, 코끼리 그리고 몇몇 고래 모두 뇌가 인간의 뇌보다 칠씬 비율이 크다.하지만 초기 과학에 따르면 크기는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역할을 한다.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감안할 때, 우리는 뇌에 '규모의 법칙'을 시험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AI는 사전에 정해진 물리적 규모 없이 세상에 등장했다. 우리가 크기를 식별할 수 있는 물리적 그릇 안에 담기지 않기 때문에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AI 모델의 물리적 호스트(중심)인 칩과 데이터센터는 아직까지 관찰 가능한 한계 없이 클러스터화되고 연결될 수있다. 달리 말해 규모의 법칙은 인간에게는 한번도 검증된적 없는 방식으로 AI에 분명히 검증될 것이다. 그리고 규모의 법칙이 AI에 통한다고 검증되면, 과학적 사고의 역사내내 인간이해의 범위를 제약했던 규모는 인간 뇌와 AI 모델을 차별화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밝혀질 수있다.

- AI를 기술적으로 100퍼센트 통제할 수 있는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 100 퍼센트든9펴센트든,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나 아플로 프로젝트에 비천할 수준으로 연구에 투자해야만 한다. 문제는 누구도 AI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오슈아벤지)

- 이성의 통치
AI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결정까지 내리기 시작하면, 새로운 질문들이 제기되어 전통적인 정치적 지혜는 생소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정치과학은 심지어 그러한 변화를 헤쳐 나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침조차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AI가 그러한 결정을 내리면서 사용한 논리를 해석조차 못하면서 AI가 내린 전략적 결정의 '우수성'을 한낱 구경꾼이 어떻게 평가할까? 당연히 그 결정의 결과는 우리가 AI를 평가할 때 사용할 한 가지 지표다. 하지만 특히 사학자들의 눈에는 행동 원칙 이 적혀 있지 않은 상황에서 뭔가 중요한 사항이 빠진 듯보일 것이다.
미래에 십중팔구 인간은 AI가 세운 계획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현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AI가 내린 결정의 근거가 인간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특히 당연하게도 우리는 인간이 기계의 의사결정 과정을 일시적으로 통제(간섭)할 뿐만 아니라 사후에그 과정을 논리적으로 해(해석)할 능력을 잃는 결과를 예방하거나 지연시키길 바랄것이다.
인간과 AI가 함께하는 리더십이 국정을 운영하는 문제에서 불협화음을 낸다면, 어느 쪽의 판단을 따라야 할까? 만일 인간의 조언보다 AI의 안내가 먼 미래에 있을 인간의 종말을 더 효과적으로 고려하므로 장기적으로 더 이롭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질까?

- 인간의 정치는 삶을 다스리는 개인의 활동과 질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칭송받기도 하고 비난받기도 한다. 나폴레옹은 유럽을 길들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아내 조세핀의 마음을 길들일 수는 없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의 정치적 경쟁은 우리의 형제간 다툼만큼이나 익숙하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역사적 사건들을 다루는 동시에 그런 사건들 속에 사는 개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서기 15세기 열아흡의 잔다르크를 따라 전장에 나섰던 사람들은, 기원전 324년 당시 알려진 세상을 거의 다 정복한 알렉산더대왕에게 항거하여 도시 오피스에서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와 개인의 삶을 오가며 현실은 허구와 융합되고, 역사적 사실은 서사시와 융합된다.
기계의 정치에는 그런 서사적 긴장이 없다.경쟁자를 처형하는 일도, 숙적과 화해하는 일도, 갑자기 권력을 얻거나 빠르게 추락하는 일도 없이, 국정운영은 공감대와 재미를 잃고 심지어 지루해진다. 비극과 희극 사이에 구분이 사라져 제국의 궁정에서 드라마와 음모가 사라질 것이다.
아니면 AI라는 등장인물의 출현은 인간 정치에서 새로운 막을 여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익숙한 인간 전형들의 성격을, 그리고 그들 사이의 역동을 바꾼다. 하지만 몇몇 부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인간의 유한한 수명은 우리의 서사적 부침을, 흥망성쇠를 보장한다. 아울러 인간의 진화된 사회적
본성이 우리의 사랑.야심.도덕성을 결정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정치의 불완전한 특성을 보존해야 하며, 결국 이를 AI 시스템의 완벽함과 결합해 AI를 보완적인 파트너로 만들어야 한다. 인간 정신에서 발견되는 비일관성이 없기에 AI는 제약받지 않을 것이다. 좋든 나쁘든 인간의 변덕은 우리의 잠재력을 억제하는 동시에 우리가 품은 악을 제한하는
믿음직한 특성이기도 하다.
오늘날 인간의 통치는 역사적 우연성을 오랫동안 겪어온 인간의 경험에 의존한다. 통치에서 AI의 가치는 잠재적으로 AI가 제시할 완벽한 지식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인간 지도자는 AI의 장점과 필요성을 때때로 인정하고 활용하되 전적으로의지하지는 않도록 균형을 찾는 난제에 직면한 최초의 통치자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아울러 독재와 무정부주의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적절한 중간 지점을 찾고 인간의 의지, 기계의 지식, 역사의 지혜를 잘 통합해야 한다.

- AI는 인간 심리의 약점을 대규모로 조작하는 고유한 능력을 갖춰 경쟁국의 매체를 장악할 수도 있다. 대대적인 허위정보를 유포해서 그 나라 대중이 큰 충격을 받아 AI의 기량을 더 발전시키는 활동에 반대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아니면 다른 나라의 AI 개발을 총괄하는 과학자의 소통을 조작해 그가 느낄 슬픔을 극대화하여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역량을 저하할 수도 있다.
경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상태를 평가하기는 한층 더 어려울 것이다. 이미 가장 큰 AI 모델이 인터넷의 다른 부분들과 연결되지 않은 보안 네트워크에서 훈련되고 있다. 몇몇 실무자는 조만간 슈퍼컴퓨터가 핵반응로를 통해 동력을 공급받는 무적의 벙커 안에서 AI 개발이 이루어질 거라 믿는다. 데이터센
터는 심지어 해저에 건설되고 있다. 조만간 지구 주변 궤도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기업이나 국가는 (공개적으로 표방하듯이) 악의적인 주체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을 피하고 (내부에서 의도한 대로) 개발 속도를 알리지 않기 위해, AI 연구에 관한 발표를 중단하며 '비밀주의'로 선회할 수 있다. 발전 속도의 진짜 그림을 왜곡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심지어 현실을 호도하는 연구를 고의로 발표하고, 그 과정에서 AI는 그럴듯한 거짓 정보를 만드는 데에 일조할 수 있다.

- 방어용 AI 시스템이 가령 현재 취약한 소프트웨어와 여타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거나, 경쟁 프로그램들을 감시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서 기능하여 적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A가 작동하는 생화학무기, 갑작스러운 핵 확산 혹은 인간의 의도와 달리 작동하는 AI와 같은 새로운 위협들이 사전에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빠르게 조용히 출현하여 사회를 대대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그러한 순간에 들어서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돌입하지 않을 수 있지만, AI 시대의 존재론적 경쟁과 그에 따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부차적이지만 상당한 힘을 가진 단호하거나 절박한 주체라면 다른 주체의 우수한 AI 개발을 경계할 것이다. 만일 지배적인 주체가 결국 모든 역량을 손에 넣었다고 그러한 부차적인 주체가 인식하면, 설령 그것이 착각이라도, AI를 이용한 물리적 선제공격을 가하여 폭력이 상상도 못할 만큼 격화하고 계속해서 응징하는 주기가 시작되어 상호파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적어도 오늘날 희망의 불씨는 우리의 불확실성에 있다. 모호성은 대화의 씨앗을 더욱 키우는 비옥한 땅이 된다. 어느 한국가나 단체가 오늘날 내려진 AI 관련 결정으로 이익을 얻거나 불이익을 당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 지도자들이 인류 모두의 생존을 위한 논의에 참여할 기회가 열려 있다.

- 한가지 가능성은 AI를 소유하고 개발하는 기업들이 사회적 경제군사적-정치적 위력을 전부 축적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정부들은 민간 기업들의 대변인이자 지지자라는 어려운 입장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군사력,외교 자원, 경제적 영향력을 기업에 빌려준다. 동시에 기업의 독점욕과 비밀주의를 의심하는 평범한 국민을 지지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러한 입장은 버티기 힘든 모순으로 증명될 수있다. 아울러 앞서 상세히 설명했듯이 AI의 출현은 기존의 모든 제도에 의한 통치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한편 기업들은 그들이 가진 이미 상당한 힘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동맹을 맺을 수 있다. 그러한 동맹은 상호보완적인 이점과 통합이 주는 이익, 아니면 AI 시스템의 개발과 배치에 관하여 공유된 철학을 토대로 한다. 이러한 기업의 동맹이 전통적인 민족국가처럼 기능할 수 있다. 물론 영토의 경계를 정하고 확장하는 대신, 분산형 디지털 네트워크의 영역을 구축할것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가 있다. 통제되지 않은, 오픈소스로 인한 분산은 표준 이하지만 상당한 AI 역량을 갖춘 소규모 범죄조직이나 부족의 출현을 야기할 수 있다. 이들이 가진 역량은 제한적이나마 스스로를 관리하고 지원하며 방어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또 기존의 권위를 거부하고 분산된 금융.통신.통치를 선호하는인간 집단 사이에서 원시적 무정부주의가 확산될 수 있다. 아니면 그러한 집단들이 아마도 앞 장에서 살펴본 AI와 신성에 관한 개념 가운데 하나에 주도되어 종교적 색채를 띨 수 있다. 사실 기독교.이슬람교∙힌두교 모두 역사상 어느 국가보다 그 세력의 범위가 넓고 규모가 크며 더 오래 지속되었다. 다가올 시대에는 국가 시민권보다 종파가 정체성과 충성심의 더 유의미한 원천으로 증명될 수 있다.
기업 동맹이 지배하든 느슨한 종교 집단으로 분산되든, 미래에 각 집단이 제 것이라 주장하고 다물 새로운 '영토'는 토지가 아니라 개별 사용자의 충성도를 나타내는 디지털 기기가 될 것이다. AI는 전통적인 중앙집중식 정부의 지위에 복잡하게 작용하고, 개별 사용자들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일에 영향을
주며, 시민권의 전통적인 개념을 뒤엎을 것이다. 아울러 주체들 간의 합의는 일반적인 동맹과 다른 모습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동맹은 개별 지도자들이 맺었고 전쟁 발발 시 한 국가의 힘을 증강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이와 반대로 평화로운 시기에 시민권과 동맹은 일반 국민들의 의견, 믿음, 주관적인 정체성을 중심으로 형성되는데, 그러한 시민권과 동맹의 전망은(그리고 아마도 정복이나 원정의 전망은) 새로운(또는
아주 오래된) '제국'의 개념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만일 그러한 동맹이 AI가 편재할 우리의 미래에 존재한다면, 동맹을 천명하며 짊어질 의무와 탈퇴에 따른 비용을 재평가해야만 한다.

- AI 시대에 풍요가 넘쳐흐른다면, 우리는 모든 인간이 새로운 잉여가 주는 편익을 조금이라도 확실하게 누리도록 어떻게 보장할까? 물물교환제도의 불편함을 덜어준 최초의 통화부터 이후 지폐와 동전, 신용카드, 계좌이체, 모바일 뱅킹과 같은 디지털 발명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이미 가치의 분배 방식에
서 큰 발전을 이뤘다. 이러한 수단들은 가치가 공간을 초월하여 효율적으로 이동하도록 촉진했지만, 공급이 불안한 탓에 시간이 흐르며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다. 현대에 들어 통화 프로젝트는 가치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효율적으로 이동하기를 추구한다.
현대 경제는 여전히 재화의 생산과 용역의 공급으로 돌아가며 간접적이고 추상적인 대리물에 의존하지 않는다. 돈은 시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돈은 자원을 어떻게 할당할지 정리한 데이터베이스의 항목 하나에 불과하며, 그 안에서 돈의 가치는 의미가 없다. 정보이론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오늘날 돈은
인터넷 연결과 매우 흡사하다. 어떻게 사용되든 관계적 맥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돈의 기술적 속성을 최적화하는 법을 찾는 일은 철학적:기술적으로 매우 시급한 과제다. 아마도 세계는 가치의 일관된 저장고이자 교환의 편리한 수단으로서 돈이 갖는 전통적인 기능들의 균형을 잡아줄 새로운 유형의 금융 네트워크가 필요할 것이다.

- 상호작용하는 종들의 유전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에게 반응하며 변화한다. 예를 들어 길고 가느다란 벌새의 부리와 특정 꽃의 긴 깔때기와 닮은 꽃잎 및 꽃받침은 서로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함께 극단적인 모습으로 진화했다. 다윈의 시대에종교 지도자들은 그러한 맞춤형 적응이 신이 세상을 설계한 증거라고 믿었지만, 다윈은 이를공진화의 증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공진화는 지구에 사는 종만이 지닌 특징이 아닐 수 있다. 우주물리학에서 몇몇 이론은 우주 전체의 확장이 공진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블랙홀과 은하계가 벌새와 꽃의 공진화와 다르지 않은 상호 의존적인 방식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복수의 당사자가 서로 반응하며 새로운 내적 메커니즘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공진화는 인간의 결혼, 정당의 강령, 국가 간 관계와 유사하다. 가령 냉전 시대에는 공격과 방어의 진화가 핵무기의 역동성을 안정시켰다.
그렇다면 아마도 공진화가 보편적인 규칙이고 정체는 예외일까? 만일 그렇다면, AI가 탄생했음에도 인간종이 그다지 변하지 않은 상황이 과연 자연스러운지 물어야 한다. 만일 아니라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진화라는 개념에 대한 충성심에서든 진화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에서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더욱 서둘러 인간의 진보를 추구해야 할까?

- 우리에게 AI의 도래는 논리와 진실을 향한 탐사이자 인간 정신을 탐구하려 나서는 첫걸음이다. 이성에만 의존해서는 비인간인 지성체와 공존하고 공진화할 방법을 고민도, 준비도 할수 없다. 그 이성이 기계의 것이든 사람의 것이든 결론은 마찬가지다. 이성 이상의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무언가가
요구된다.
우주가 체스와 유사하다는 가설이 오랫동안 제기되었다. 즉 이 세상은 현재 관찰 가능한 현실보다 더 오래되고 더 큰 주체들이 끊임없이 수행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체스판 위 말들의 움직임을 오래 관찰할수록, 결국 규칙 한 두 가지를 이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충분히 오래 관찰하면 아예 게임을 직
접 하게 될 수도 있다. 수동적인 관찰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참여로 나아가는 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원칙을 행동으로 전환할 때는 언제나 믿음이 필요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게 종교적 믿음에 관해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많은 언어로 집필된 무수한 책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가는 어런아이와 같습니다. 이 아이는 누군가가 그 책들을 썼다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썼는지는 모릅니다. 쓰인 언어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는 책들이 명확한 계획에 따라 배치되었음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신비로운 순서로 배치되었음을 알아차립니다.
제 눈에는 바로 이 아이의 관점이 신을 향한 인간의 태도입니다. 가장 위대하교 교양 있는 인간 정신일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우주가 어떤 법칙을 따라 신비롭게 배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법칙을 어렴풋하게만 이해할 뿐입니다. 인간의 한정된 마음으로는 별들을 좌지우지하는 신비스러운 힘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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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생각하는 기계

IT 2025. 10. 10. 16:14

- AMD에서 그는 마이크로칩 설계도를 직접 종이에 그렸다. 설계도는 칩의 레이어를 한장씩 따로 그렸다. 맨아래 장에는 트랜지스터를, 그위 장에는 복잡하게 연결된 배선구조를 그렸다. 젠슨은 각각의 레이어를 완성한 다음 사무실 뒤쪽 제작부서로 가져갔다. 거기에서 설계도는 투명 셀로판지로 옮겨졌고, 이 셀로판지를 바탕으로 포토마스크가 제작되었다. 그런 다음, 포토마스크는 반도체 제조시설로 보내졌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AMD의 포토마스크 제작 담당 직원들은 모두 중국계 여성이었다. 그들은 작업대에 않아 색색의 셀로판지를 정밀하게 배열하는 일을 했다. 그 여성들은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고, 젠슨은 집에서 대만 방언인 호키엔을 썼기 때문에 중국 표준어 만다린을 하지 못했다. 호키엔과 만다린은 독일어와 영어만큼이나 서로 다른 언어였다. 하지만 젠슨은 포토마스크 제작팀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차 만다린을 배웠다. "그냥 발음을 듣고 대화를 나누며 익혔어요." 그는 말했다. 

- 80년대 중반이 되자 엔지니어들은 수십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침에 집적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종이 위에 회로를 설계하는 방식은 한계에 부뒷혔다. 이 작업은 마치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테니스 코트 위에 미로를 만드는 것과 같았다.
LSI 로직의 '대규모 집적' 프로세스는 회로 설계에서 낮은 단계의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이 더높은 수준의 아키텍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동화된 설계 룰은 '초대규모 집적' 로 진화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이 VISI를 기본 툴로 사용하여 반도체 설계를 시작하며, 회로 설계는 개별 트랜지스터가 있었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집적도가 높아졌다. 이제 수작업으로 마이크로칩을 설계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건 젠슨과 몇몇 베테랑 엔지니어들뿐이다.

- 젠슨은 끝없는 노력으로 SPICESimulation Program vith Integrated Circuit Emphasis 라는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익혔다. SPICE는 회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엔지니어가 명령어 줄에 회로 구성 요소의 목록을 입력하면 전압 데이터가 텍스트 형태로 출력되었다. 당시 SPICE는 주로 학술 연구용으로 여겨졌지만, 젠슨은 이를 활용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회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고객들이 새로운 기능을 요구하면, 대다수 설계자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젠슨은 달랐다. "한번 해 볼게요." 그는 시뮬레이터를 가지고 몇 시간씩 씨름하며,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회로 구성 요소의 배열을 끊임없이 조정했다. 이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컬러 모니터조차 없는 환경에서 진행된 일이었기에 매우 고된 작업이었다

-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소비자용 PC 비디오게임 하드웨어를 다루는 시장에 진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로리의 이전 직장이자 3D그래픽 업계의 선두주자인 실리콘 그래픽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실리콘 그래픽스 직원들은 <쥬라기 공원>의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 공룡을 애니메이션화하는 작업으로 바짜다.) 주요 업제들이 PC게임에 투자하지 않은 결과로 시장에는 커다란 공백이 생겼고, 이 틈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이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었다.
그래픽 가속기는 원래 비행기와 공룡의 와이어 프레임 스켈레톤을 그리는 데 사용되던 하드웨어를 활용해 3D 게임에서 조작 가능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실행하려면 저렴하고 효율적인 회로를 대량 생산해야 했고, 동시에 게임 프로그래머들이 하드웨어의 컴퓨팅 구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위에 얇은 소프트웨어 층을 추가해야 했다. 완성된 제품은 그래픽칩을 핵심으로 하는 주변기기용 회로기판이었다. 설치는 컴퓨터의 외장 금속 케이스를풀고, 메인보드의 지정된 슬롯에 이 회로기판을 끼워 넣기만 하면 되었다.
이런 그래픽 가속기를 만들려는 회사는 최소 35개가 경쟁하고 있었고, 젠슨은 36번째 경쟁자가 진입할 자리가 있을지 격정했다. 젠슨은 컴퓨터 그래픽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존 페디에게 시장 상황을 묻기 위해 연락했다. 그는 이 분야의 교과서를 여러 권 집필한 이였다. 두 사람은 곧 친구가 되었고, 젠슨은 밤늦게까지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질문을 던졌다. 존 페디는 젠슨에게 이 시장은 이미 너무 많은 경쟁자가 있고, 최고의 엔지니어들은 이미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 말라고 조언했죠." 존 페디는 말했다. "그건 그가 따르지 않은 조언 중 최고의 것이었어요."

- 에뮬레이션은 위험한 도박이었다. 곧 출시될 NV3 칩에 들어간수백만 개의 트랜지스터 중 하나라도 배열이 틀렸다면, 실제 양산단계에서 실패하고, 회사가 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젠슨은 새로운 리스크의 세계로 스스로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학창 시절 공부부터 운동, 회사 생활에 이르기까지 늘 1등을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꼴찌가 주는 색다른 자유를 누릴 차례였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앞서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젠슨은 꼴찌가 되는 것도 꽤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중간하게 중간에 머무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꼴찌 기업이라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다른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지름길로 갈 수도 있었다. 물론 에뮬레이터작업을 맡은 사람들에게는 꼴찌 자리가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당시 비디오게임들은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대략 초당 30프레임을 렌더링했다. 그런데 에물레이터는 이 비율을 거꾸로 뒤집어, 30초마다 한 프레임씩만 렌더링했다. 이를 보면서는 동영상을 떠올릴 수 없었고, 게임 플레이도 불가능했다. 드와이트 디어크스의 지휘 아래 엔지니어들은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재생되는 데모 영상을 꼼꼼히 살펴봤다.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지루한 검증 과정은 몇주간 이어졌다. 그러나 에뮬레이터는 서서히 진가를 드러냈다. 보통 12개월가량 걸리는 개발 주기를 약3개월로 단축했다

- 절박해야 이긴다
리바128이 성공을 거둔 이후, 젠슨은 에물레이터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물리적 프로토타입 제작을 완전히 포기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까지도 에뮬레이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회사는 엔비디아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실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것은 일견 필수적이고 당연한 일로 보였다. 충돌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자동차가 판매된다면 어떻겠는가. 프로토타입 제작은 합리적이고, 어른스러운 사람들이 택하는 실질적인 방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밤낮없이 일하면서 직원들의 게임기까지 압수한 젠슨은 정작 그 어른들이 오히려 충분히 위험을 감수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업계의 모범적인 설계 방식과 절차를 따른 NV1은 실패로 끝났지만, 광적일정도로 즉흥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낸 NV3라는 짝퉁 제품은 성공을 거두었다. 때로는 무모한 도박이 필요했다.
이경험은 젠슨에게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승리의 어머니는영감이 아니라 절박함이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리바 개발 당시의 위기감을 잊지 말고, 회사가 파산 직전에 있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독려했다. 회사가 막대한 이윤을 내고 있을 때조차도 이런 기조는 유지되었고, 이후 수년간 젠슨은사내 발표를 시작할 때마다 "우리 회사는 앞으로 30일 후면파산합니다" 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 말은 오늘날까지도 엔비디아의 모토로 자리 잡고 있다.

- 인텔의 집은 표준적인 직렬 처리 방식을 사용해 한 번에 한 가지 연산만 수행했지만,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훗날 인텔의 CEO가 되는 고든 무어가 1965년 처음 예측한 바'를 따른 것이다. 약 18개월마다 처리 능력이 2배로 증가한다는 그의 예측은 여러 차례 검증되며 '무어의 법칙으로 불리게 되었다. 날씨 예측이나 고에너지 물리학과 같은 특수 기술 분야를 제외하면, 무어의 법칙 덕분에 단일 프로세서(모든 것을 담당하는 CPU)만으로도 가장 까다로운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병렬 컴퓨팅 전문가 빌 델리메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소프트웨어가 더 빠르게 실행되길 원한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어요. 병렬 컴퓨터로 옮기고 100만 줄의 코드를 다시 작성하든가, 아니면 그냥 2년 후에 CPU가 2배로 빨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었죠."
무어의 법칙은 이미 엔비디아가 처음 진출한 애드온카드시장도 삼켜버렸다. 1993년 3D 그래픽 가속기가 처음 구상되었을 때는 사운드카드, 네트워킹카드, 프린터카드 등과 함께 여러슬롯형 확장 카드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인텔은 사운드, 네트워킹, 프린팅 기능을 모두 메인보드에 통합했다. 유일하게 3D 그래픽카드만 살아남았다. 파괴된 생태계의 고립된 생존자였다. 그래픽카드 업체들은 이후 탐욕적으로 모든 것을 흡수했다. 사용 가능한 모든 컴퓨팅 용량을 빨아들인 후에도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멀티미디어 PC의 다른 기기에는 요구되는 성능의 상한이 있었다. 예를 들어 오디오를 CD와 동일한 품질로 처리하면 추가 컴퓨팅 파워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3D 그래픽의 경우 수요의 한계가 없었다. 3D 그래픽에 완성이란 없었고, 우리가 영화 매트릭스 안에 살게 되는 순간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한스 모제스만은 이렇게 분석했다. "인텔이 간과한 점은 그래픽 회사들이 얼마나 더 멀리 가야 하는지였어요. 그 분야에서의 처리 능력에 대한 수요는 사실상 무한했어요.'
CPU는 3D 렌더링의 가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배로 빨라지는 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았다.

- 1994년에 프레드릭 달은 젤리피시를 공개했다. 이는 대중에게 판매된 최초의 신경망 기반 프로그램이었다. 젤리피시는 수백만번의 백개먼 게임을 치루며 훈련받았지만, 이 방대한 연산 과정을 거친 결과물은 3.5인치 플로피 디스크에 담길 정도로 용량이 작았다. 프레드릭은 젤리피시를 자신의 원시적인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했다.
이때 AI의 두 가지 주요 단계, 즉 훈련 단계training stage와 추론 단계inference stage 사이의 중요한 구분이 확립되었다. 첫째, 훈련 단계는 컴퓨터가 학습하는 과정으로 번거롭고 느리게 진행된다. 둘째, 추론 단계는 컴퓨터가 학습한 지식을 활용해 결정을 내리는 과정으로 전 단계에 비해 휠씬 저렴하고 효율적이었다. 인간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추론을 담당하는 인간의 뇌는 고작 무게 3파운드(1.4키로그램)인데, 이를 훈련시킨 것은 수억 년에 걸친 진화적 조건화이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달은 신경망의 이 같은 생물학적 유사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프로그램 이름을 젤리피시로 정한 것은 해파리가 지구 생물 중 초기에 출현한 해양 자포동물로서 자극과 반응 체계를 제어하는 신경망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프레드릭은 "이 프로그램은 약 100개의 뇌세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해파리와 비슷한 수준이죠."라고 말했다. 이것이 신경망 구조의 힘이었다. 백개먼을 정복하거나, 위험한 해양 생태계에서 5억 년 동안 살아남거나, 어쩌면 소련군의 침공을 막아내는 데에도, 단 100개의 작은 신경세포만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 경쟁 위협은 모든 자본주의 기업이라면 피할 수 없는 요소이지만, 반도체 산업에서의 위협은 전혀 다른 수준이었다. 코카콜라 같은 기업의 경우. 일단 성공적인 레시피를 개발하면 그 제품은 저절로 팔렸다. 회사가 해야 할 일은 성공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패션업계와 더 비슷했다. 오늘의 제품이 어제의 제품과 비슷하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모든 것이 몇 년마다 처음부터 다시 재창조되었다. 이는 칩 설계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툴, 칩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자외선 포토리소그래피, 칩의 아키텍처도 해당되었다. 엔비디아의 첫 번째 칩에는 100만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었다. 하지만 2000년이 되자 엔비디아의 칩에는 그 20배에 달하는 2,000만 개의 트렌지스터가 집적되었다. 이칩들은 고속팬으로 냉각되고, 절반 크기의 패키지에 담겼다. 자본주의의 초기 관찰자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고체는 녹아 공중으로 사라진다." 몇 년 뒤에 앤디 그로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모두 변화의 바람에 스스로를 노출시켜야 한다."

- 젠슨은 지금까지 경쟁사들보다 앞서 나가는 데 성공했지만, 엔비디아는 자산 경량화 방식의 머천트 사업 모델은 본질적으로 실리콘밸리 사무실에 않아 있는 엔지니어들로 이루어진 집합체에 불과했다. 만약 이 엔지니어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복제하기 어려운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아시아의 제조업체들이 엔비디아의 칩을 모방하기 시작할 것이고, 엔비디아는 존재하지않게 될 것이었다.
젠슨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컴퓨터 그래픽스를 재창조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를 재창조하지 않으면, 이 프로세서로 할 수 있는 것들의 캔버스를 열지 않으면, 우리는 상품 경쟁에서 도태되고 말 겁니다."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었다.

- 이런방식으로 회로를 병렬 구조로 재설계하는 것은 하위 구조부터 상위 구조까지 모든 것을 바뀌버리는 근본적인 변화였다. 이것이 병렬 컴퓨팅의 도전 과제였다. 복잡한 안무를 다루기 위해서는 정확한 조율이 필요했고, 그렇게 하려면 프로그래머는 문제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인텔의 CPU에 명령을 입력하는 것은 쉬웠다. 그것은 한번에 하나의 패키지를 배달하는 배송 트럭처럼 작동했기 때문이다. 트럭은 느릴지 몰라도 프로그래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배달할 패키지가 있는가? 그냥 트럭에 던져 넣으면 된다!
엔비디아의 병렬 GPU는 마치 도시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오토바이 배달윈처럼 작동했다. 운전자들은 모든 소포를 거의 동시에 배달했고, 전체 과정은 약 30분 만에 완료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병렬 방식은 빠른 반면 실행하기가 월씬 더 어려있다. 더 많은 운전자에 더 많은 기계를 제공해야 하고, 더 복잡한 물류 시스템을 갖취야 한다. 즉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창고를 끊임없이 드나드는 상황에서 각 소포가 정확한 차량에 할당되어야 하고, 정확히 목적지로
배달될 수 있도록 경로를 정밀하게 설정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프로그래머들은 트럭 방식을 선호했다. 그러나 존 니콜스가 예측한 대로, 이제 트럭은 전자기학적 물리 한계에 도달하면서 교통 체증에 같히게 되었다. 그 순간이 오면, 프로그래머들도 더는 어쩌지 못하고, 오토바이 배달원 무리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할 것이었다. 사실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반드시 배워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 아무도 믿지 않은 쿠다의 가치
쿠다는 2006년 말 공식 출시되었다. 이 소프트웨어 패키지는 무료였지만, 엔비디아 하드웨어에서만 작동했다. 2007년 한 해 동안의 다운로드 수는고작1만3,000건에 불과했다. 전세계 지포스사용자 수억명 중 자신의 게임용 하드웨어를 슈퍼컴퓨터로 변환하는 기능을 사용해 보려고 한비율이 0.01%밖에 되지 않은 것이었다.
회의적인 투자자들은 이 기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월스트리트는 쿠다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오히려 가치를 떨어트리는 기술이라고 봤어요." 당시 상황을 잘아는 한 직원은 말했다.

-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쿠다의 사용을 어려워했다. GPU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프로그래머들은 큰 작업을 수백 개의 작은 하위 작업인 스레드threads로 나눠야 했다. 그런 다음 스레드들을 매우 신중하게 쿠다 코어에 투입해야 했다. 이는 숨겨진 합정이 많은 까다로운 과정이었다. 프로그래머들은 여러 개의 메모리 뱅크를 혼동 없이 관리해야 했고,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타이밍 불일치를 피해야 했다. 병렬 프로그래밍의 학습 곡선은 완만했고, 고급 컴퓨터 과학 개념을 기반으로 했다. 물리학이나 의학 같은 다른 분야에서 훈련받은 학자들은 쿠다를 제대로 활용할 만큼의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춘 경우가 드물었다.
데이비드 커크는 셰이더 기술로 거둔 성공을 반복하고자 했다. 그래서 컴퓨터 과학자 원메이 후와 함께 교재 <대규모 병렬 프로세서 프로그래밍Programming Massively Parall Processors)을 집필했다. 그는 이 교재를 가지고 쿠다를 홍보하려고 했다. 서문에서 저자들은 컴퓨터 아키텍처가 헝가리 출신의 천재 존 폰 노이만이 1945년에 기본 개념을 정립한 이후로 진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이렇게 썼다. "컴퓨터 사용자들은 새로운 세대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나올 때마다 프로그램이 점점 더 빠르게 실행되리라고 기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기대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바람과 달리 교재를 강의에 도입한 교수는 거의 없었다. 그것은 이단적이었고, 신성 모독이었으며 존 폰 노이만의 권위에 대한 의심이었기 때문이었다.

- 지금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출발하라
기술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황의 비전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어떤 기술 사업가들은 명확한 비전을 품고 있었다. 예컨대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화성 표면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출발했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역으로 개발해 나갔다. 젠슨은 정반대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는 눈앞에 놓인 회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한 후 예상할 수 있는 한계까지 전망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그 지점에 도달한 뒤에야 비로소 한 걸음 더 내디뎌 불확실한 직관의 영역으로 나아갔다. 젠슨과 오랜 시간 함께 옌스
한 호르스트만은 이렇게 말했다. 젠슨이 하는 일은 단순한 집중을 넘어서요. 나는 그것을 공명 Resonance이라고 부르고싶어요."
이 공명을 이루기 위해 젠슨 황은 고객 그리고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콘퍼런스에서는 기자들을 뒷자리에 배치했고, 과학자들을 맨 앞에 앉혔다. 발표에서도 언론보다 과학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또한 그가 일선 직원들과 자주 만난 것도 단순히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손끝으로 회사의 맥박을 직접 느끼기 위해서였다. LSI에서 일할 때, 우리는 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고객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엔스는 말했다. "병렬 컴퓨팅도 마찬가지였어요. 젠슨은 고객,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공명을 감지할 수 있었어요. 그는 그 순간이 왔다는 걸 알아차린 겁니다."
돌파구가 다가오고 있었다. 젠슨은 그것을 감지했다. 연구자들과의 대화에서, 그리고 엔비디아의 기술이 가능하게 만든 속도 향상에 놀라는 그들의 반응에서 그것을 알아차렸다. 빌 델리, 존 니콜스, 이안 벅 같은 뛰어난 직원들의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통해서도 그것을 감지했다. 이처럼 젠슨은 이 모든 것을 충분히 감지하고 확신했기 때문에 수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쿠다에 올인했다. 너무나 확실했기 때문에 핵심 제품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결정을 내렸고, 자신의 자리를 걸었다.
그 돌파구가 팅와이 추 같은 양자 물리학자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젠슨은 확신했다. 어딘가에 쿠다가 옳았다는것을 증명해 줄괴짜 과학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어딘가에 연구비 신청의 번거로운 절차를 건너뛰고, 주거 보조금으로 엔비디아GPU를 사서 혁명을 일으킬 대학원생이 있을 것이라고. 어딘가에 과학의 소외된 한분야가 쿠다의 연산 능력을 활용해 기존 패러다임을 깨뜨릴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다만, 젠슨 황은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했다.

- 가시화되는 AI 혁명
상황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들 실리콘밸리로 몰려들고 있었다. 딥러닝 스타트업 DNN리서치를 구글에 매각한 후 알렉스 크리제브스키, 제프리 힌턴, 일리야 수츠케버는 마운틴뷰로 이주하여 본격적인 병렬 컴퓨팅 혁명을 일으켰다. 구글은 알렉스에게 구글의 방대한 CPU 클러스터를 사용하도록 제안했지만, 그는 이를 거절했다. 대신에 일반 PC와 소매용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몇 개 구입해 사무실 옷장에 설치했다. 곧이어 구글의 다른 연구원들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 컴퓨터 네트워크 중 하나인 구글의 거대 데이터
센터에서 벗어나 책상 아래에 게임용 하드웨어를 설치하고 실험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카탄자로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했고, 엔비디아에 더 많은 자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의 요청은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섬세한 성격에, 인문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그가 엔비디아에 딱 맞는 이상적인 직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했다. "엔비디아에서 내 성과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어요. 연봉도 별로 좋지 않았고요." 그러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혼자서 풀타임으로 cuDNN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는 쿠다플랫폼에서 신경망 개발을 가속하는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였다.
처음에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브라이언은 연구자였지만 실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경험이 전무했다. 게다가 넷째 아이가 막 태어난 직후여서, 집에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건강 문제도 있었고, 복용 중인 약 때문에 늘 머리가 멍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마침내 2013년 초, CuDNN의 프로토타입을 엔비디아 소프트웨어팀에 선보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혹평이 쏟아졌고, 그는 자신감을 잃기 시작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엔비디아의 악명 높은 평가 등
급인, RI개선 필요)'를 떠올렸다. 그가 말했다. "내 상사들은 제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뭔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기분이었습니다."
브라이언은 결국 직접 젠슨 황에게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머신러닝 기술은 젠슨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2013년 열린 GTC에서 젠슨은 날씨 예측 모델링과 모바일 그래픽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신경망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가죽 재킷을 착용했다. 투박하고 볼품없는 디자인이었지만 그의 스타일이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젠슨은 브라이언의 이야기에 즉각 흥미를 보였다. 첫 회의 이후 젠슨은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AI 관련 자료를 읽는 데 주말을 할애했다. AI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 분야를 직접 공부하기로 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회의를 했고. 브라이언 카탄자로는 놀라운 상황을 마주했다. 젠슨이 이제 신경망에 대해 자신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쿠다에 대한 젠슨의 도박은 회사를 미지의 바다로 깊숙이 이끌었다. 지난 10년 동안 뱃머리에 서서 새로운 땅을 찾으려 애써온 그는 마침내 아틀란티스를 발견한 듯했다. 젠슨은 연구와 전화회의에 몰두했고, 배울수록 홍분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2013년 중반이 되자 거의 광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젠슨은 브라이언을 사무실로 쓰는 회의실로 불렀다. 그러고는 이렇게 선언했다. "cuDNN은 엔비디아의 20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다." 벽에 붙어 있던 화이트보드에서 기존의 다이어그램이 모두 지워져 있었다. 그 자리에 젠슨의 완벽한 필체로 적힌 수수께끼 같은 하나의 문구만 남아 있었다. `O.I.A.L.O.' 젠슨은 'Once in a Lifetime Opportunity(일생일대의 기회)'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놀란 브라이언에게 젠슨은 사고실험 하나를 제안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모든 직원 8,000명을 주차장으로 불러 모았다고 가정해보라고 했어요. 그러더니 그중 원하는 누구라도 제 팀에 합류시킬수 있다고 했죠."

-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컴퓨팅 파워를 수도나 전기와 마찬가지로 공공재처럼 판매했다. 데이터센터들은 전 세계 곳곳의 별 특징이 없는 산업용 창고에 자리 잡고 있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에어락 설비를 지나, 온도와 습도의 조절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데이터센터 내부로 들어가면, 도서관의 책장처럼 줄지어 서 있는 높이 7피트(2.1m) 높이의 랙이 보였다. 각 랙에는 여러 개의 수평형 트레이가 놓여 있고, 각 트레이에는 1~2개의 GPU가 장
착되어 있다. 트레이는 모듈식으로 설계되어 있어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전체 시스템은 케이블로 연결되어 수백 개의 GPU가 하나의 컴퓨터처럼 작동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소규모의 CPU 코어가 시스템을 관리하고, 굵은 광섬유 케이블이 이를 외부세계와 연결한다.
엔비디아는 직접 랙이나 트레이를 만들지 않았고, 데이터센터 자체를 구축하지도 않았다.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것은 오직 칩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엔비디아는 이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침 아키텍처에 유명한 과학자들의 이름을 붙였다. 큐리 와 테슬라Tesla, 페르, 케플러, 맥스웰, 파스칼, 튜링Turing, 볼타, 암페어, 러브레이스Lovelace, 호퍼, 블랙웰Backwell 등이었다. 이들 중 후기에 출시된 칩셋들은 AI 연산을 위한 전용 회로를 포함했고,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트레이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엔비디아 칩의 업그레이드 주기인 6개월마다 머신러닝 선도 기업들에게 칩을 공급하는 업
체들 사이에서 경쟁적인 패닉바잉(공황 구매) "이 발생했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요금을 'GPU 1개당, 시간당달러'로 책정했다. 최신 엔비디아 칩셋을 사용할 경우 요금은 시간당 3달러까지 치솟았다. 비슷한 성능의 인텔 CPU 사용료는 몇센트에 불과했다. 이요금 체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알렉스넷의 곤충수준 뇌를 학습시키는 데약 500달러가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제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진 모델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신경망을 학습시키기 위한 비용은 수백만 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학습이었지만 결과를 제대로 활용하면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구글이었다. 구글은 신경망을 이용해 서버 네트워크의 전력 소비를 최적화함으로써 연간 전기료를 수억 달러 절감했다. AI 투자 비용을 거의 즉각적으로 회수한 셈이었다. 구글은 또한 AI 이미지 인식기술을 사진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헤 사용자 사진에 자동 태깅 기능을 제공했고, 검색 엔진의 품질을 높이는 데에도 활용했다.
다른 거대 테크기업들도 자사 제품에 AI를 통합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설미디어 플랫폼은 사용자 피드를 알고리즘적으로 정렬하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적 정렬이란 머신러닝을 이용해 사용자 참여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완곡하게 표현한것이다. 이런 전략은 효과적이면서도 착취적이었다. 소셜미디어의 자동화된 콘텐츠 큐레이션 시스템은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이 부정적인 콘텐츠를 보는 둠스크
롤링을 몇 시간이고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다. AI 투자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기업의 이익을 창출했고, 젠슨은 소매업의 오래된 마케팅 전략 중 하나를 부활시켰다. `더 많이 살수록 더 많이 절약할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상어 지느러미 형태의 트랜지스터 덕분에 설계자들은 전기 흐름을 휠씬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의 트랜지스터는 마치 정원용 호스처럼 여기저기서 전기가 새어 나갔고, 출력량은 대략적으로만 조절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트랜지스터는 누설 전류가 없었고, 마치 최첨단 노즐이 장착된 것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분사를 조절할 수 있었다. 핀FET는 칩 설계자들이 오
랫동안 염원해 온 정밀성과 효율성, 제어력을 동시에 제어하는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런 혁신은 대중으로부터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이는 트랜지스터, 즉 컴퓨터에서 1970년대 이후 나타난 가장 중요한 물리적 업그레이드였지만, 그 의미를 알거나 관심을 갖는 사람은 100명중 한 명도 되지 않았다. 마치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문 스포츠팀처럼,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반도체 산업의 놀라운 성과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고, 심지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조차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컴퓨터는 언제나 더 좋아지는 것이라는 게 기본값이었다. 그렇게 되지 않을 기능성은 상상조차할 필요가 없었다.

- 클라우드와 렌털 경제에서 포착한 가능성
2017년 한해 동안 쿠다 소프트웨어 패키지는 270만 번 다운로드되었다. 이는 전년 대비 거의3배에 가까운 숫자였고, 2012년과 비교하면 15배에 달하는 횟수였다. 일부 다운로드는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것이었지만, 대부분은AI 개발을 위한 것이었다. 특히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2017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강의는'CS229: 딥러닝 입문'이었다.
쿠다를 활용하는 개발자들은 암호화폐 채굴자들과 달리 반드시 엔비디아 하드웨어를 직접 구매할 필요가 없었다. 많은 개발자들이 가상머신을 임대해 쿠다를 실행했고, 자신의 스타트업 전체를 클라우드에서 운영하기도 했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막대한 수익원이 되었다. 시장을 지배한 회사는 아마존 웹 서비스로 50%의 점유 율을 기록했다. 업황이 좋은 해에는 아마존의 방대한 이커머스 사업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 뒤를 추격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로, 마이크로소프트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CEO 사티아나델리의 리더십 아래 급성장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기타 클라우드 업체들의 대규모 구매 수요 덕분에 엔비디아
의 데이터센터용 칩 판매량은 1년 만에 2배 증가했다.
젠슨은 가상 컴퓨팅 장비 임대가 물리적 하드웨어 판매보다 더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2017년에 직접 두가지 임대 플랫폼을 도입했다. 첫 번째는 지포스 나우로 가상 그래픽카드를 대여해 게이머들이 저사양 노트북이나 일반 PC에서도 고사양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물론 여전히 지포스 게이밍 그래픽카드의 실물 판매가 엔비디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하드웨어 애호가들은 자신의 시스템을 자랑하는 것을 즐겼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이 미래가 될 것이 분명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보편화되면서 게이머들에게 모니터와 안정적인 초고속 인터넷만 있으면 충분한 시대가 열릴 것이었다. 젠슨은 지포스 나우를 통해 25년간 엔비디아의 핵심 사업이었던 GPU판매를 언젠가 직접 없앨 준비를 미리 하고 있었다. 그의 논리는 단순했다. 자신이 먼저 죽이지 않으면,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대신 그 일을 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 두 번째 플랫폼은 휠씬 더 기묘했다. 젠슨은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연구원 예브겐 체보타르vevgen Chebotar가 로봇 팔을 훈련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예브겐 체보타르는 강화 학습 기법을 적용해 로봇 팔이 하키 스틱으로 오렌지색 공을쳐서 골을 넣도록 훈련 중이었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 로봇 팔이 언젠가 전설적인 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에 필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구 방식이었다. 예브겐과 연구원들은 공을 스틱 앞에 놓는 작업을 수천 번 반복해야 했다. 젠슨 황은 이것이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고, 그 순간 아이디어를 떠울렸다. 하키의 물리적 법칙을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하는 편이 더 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시뮬레이션의 힘은 젠슨의 경력 전반에서 반복되는 주제였다. 그는 시물레이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했고, 그 결과는 늘 혁신적인 제품과 수익으로 이어졌다. 이제 단순히 하나의 개별적인 사물을 시물레이션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모든 것을 시뮬레이션해야했다. 젠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제 대체 우주를 만들어야 합니다."
로봇 훈련을 위한 대체 우주에서 예브겐은 공을 직접 다시 세팅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강화 학습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고, 로봇 팔은 같은 시간 동안 10억 개의 공을 칠 수 있었다. 제럴드 테사우로는 수백만 번의 주사위 굴리기를 시물레이션해 백개먼 게임을 훈련시켰다. 젠슨은 코드를 통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며 하키 경기를 시뮬레이션하려 했다.

- 트랜스포머는 문장에서 다음으로 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어를 정확히 예측할수 있었던 것처럼, 교향곡에서 다음 음표나, 그림속다음 픽셀도 예측할 수 있었다. 곧 트랜스포머는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번에 한걸음씩 나아가는 가장 단순한 개념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이 우아한 아키텍처는 AI를 위한 마스터키 같았다. 팀은2017년에 이 연구 결과를 신경정보처리시스템 학회 저널에 발표했다. 이 저널은 알렉스넷의 연구 결과가 게재된 매체였다. 논문 제목을 지을 때 라이온 존스는 비틀스를 떠올렸고 Attention Is All You Need(당신이 필요한 모든 것은 관심)'"라는 아이디어를 즉홍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그저 농담으로 던진 이 제목을 팀이 채택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그는 이 문장을 팔에 문신으로 새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인 2017년 7월, 노암 샤지어와 우카시 카이저는 한 가지 실험을 시도했다. 트랜스포머에게 기존의 텍스트를 번역하도록 요청하는 대신, 위키피디아 문서 수백만 개를 학습하도록 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텍스트를 생성하도록 한 것이다. 그들은 단 하나의 요청을 입력했다. "트랜스포머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라."
그러자 일본 뉴웨이브 펑크 밴드 트랜스포머에 대한 1,000단어 짜리 설명이 흘러나왔다. 물론 그런 밴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완전히 환각이었다. 그런데도 문장은 매끄럽고 자신감 있게 쓰였으며, 게다가 조작된 각주까지 포합하고 있었다.
에이든 고메즈는 이 모습을 보고 예상보다 기술 발전이 휠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모델이 겨우 철자를 맞추는 수준이었어요. 우리는 설득력 있는 영어를 쓰는 모델이 나오려면 몇십 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그게 눈앞에 나타난 거죠!"
트랜스포머팀은 구글이 이 기술을 소비자용 제품으로 발전시킬 것이라 기대했지만, 경영진은 이상하게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팀원들은 구글이 검색에서 독점적 지위를 얻으면서 비대하고, 관료적인 조직을 만들어버렸고, 결과적으로 더 이상 모험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느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일리야 폴로수킨은 이렇게 말했다. "경영진은 '검색 창에 들어맞지 않는 것은 출시할 수 없다'는 식이었어요. 15년 전만 해도 우리는 완성도가 낮
아도 그냥 출시했어요. 그러고 나서 반복하고, 배우고, 계속해서 개선해 결국에는 정말 좋은 걸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그런 사고방식을 잃어버렸어요"

- 연구자들은 모델의 크기를 개별 가중치, 즉 파라미터의 수로 표현한다. 각 파라미터는 대략 생물학적 뇌에서 하나의 시냅스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GPT-1은 약 1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어 곤충 수준의 뇌이다. GPT -2는 15억 개로 작은 도마뱀 수준의 규모였다. 일리야는 다음 모델에서 1,000억 개의 파라미터를 목표로 삼았는데, 이는 설치류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 신경망 구조를 훈련하는 데는 전례 없는 수준의 연산 능력이 필요했다. 전기 요금만 해도 인공지능 역사상 가장 비싼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되었고, 이는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신호였다.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기부금만으로는 일리야 수츠케버의 꿈을 실현시킬 만큼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2019년 오픈시I가 수익 제한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 구조에서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수익은 100배로 제한된다.
보도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에 담겨 있었다.
"오픈AI 글로벌 LL.C에 대한 투자는 일종의 기부로 간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AGI 이후의 세계에서 돈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기부자 중 가장 큰 금액을 내놓은 건 마이크로소프트였다. 그들은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리고 최대 1,000억 달러가 될 수 있는 소소한 수익률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어쩌면 돈을 초월한 세계가울 수도 있겠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계속해서 돈을 벌어들일 것이다.) 이 투자는 7년 전 알렉스 크리제브스키와 일리야 수츠케버가 지포스 2개를 사느라 쓴 1,000달러와 비교하면 100만 배 커진 규모였다. 그러나 이 정도로도 일리야 수츠케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인간의 뇌는 약 200조 개의 시냅스를 가
지고 있다. AGI 여부를 떠나, 오픈시I는 이를 넘어설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엔비디아도 이미 이를 실현하기 위한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젠슨 황은 그것을 슈퍼컴퓨터나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AI 팩토리라고 불렀다.

- 엔비디아는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높은 가격을 책정할수 있었고, AI 칩의 총이익률은 90%를 넘기도 했다. 이런 수익 구조는 상어 떼를 끌어들이듯 새로운 경쟁자들을 불러 모았다. 구글과 테슬라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적으로 AI 훈련용 하드웨어를 개발했고, 여러 스타트업들도 이 시장을 노렸다. 그중 하나인 세레브라스는 디너 접시만 한 '메가칩'을 제작했
다. 세레브라스의 CEO 앤드류 펠드먼은 엔비디아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들이 고객을 착취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소리 내 말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AMD와 인텔은 쿠다의 오픈소스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고 있었고, 이는 고객들이 엔비디아 하드웨어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며, 수십억 달러를 절감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실제로 AMD나 인텔의 제품을 사용하는 AI 연구자는 거의 없었다.
왜 그럴까?
나는 이 질문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던졌고, 다양한 답변을 들었다.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쿠다에서 벗어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간단해서, 경우에 따라 몇 줄의 코드만 수정하면 되는 수준이었다. 또 다른 오해는 기업의 하드웨어 구매 담당자들이 안전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었다. 한스 모제스만은 과거 IBM을 두고 했던 말을 빌려 "엔비디아를 사서 해고당한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하드웨어 구매 담당자와
인터뷰를 해본 결과 그들은 경쟁 제품을 꾸준히 테스트해 보고 있으며, 값싼 대체재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는 엔비디아의 컴퓨팅 스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이거, 개같이 비싸요."

- 전속력으로 달려 최초가 되는 것
엔비디아가 성공한 이유는 회로의 성능이 더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핵심은 소프트웨어였다. 더 이상 성능 향상을 위해 트랜지스터를 더많이 집적하는 고전적인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무어의 법칙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나머지 성능 향상은 빌 밀리, 이안 벅, 그리고 엔비디아 과학자들이 수학적 마법을 이용해 행렬 곱셈을 가속한 덕분이었다.
엔비디아 엔지니어들은 GPU에 새로운 명령어를 가르쳐, 마치 루빅스 큐브를 순식간에 풀어내는 방식으로 연산 속도를 높였다. 프로세서가 원래 사용하는 정교한 데이터 표현 방식 대신, 덜 정교하지만 더 빠른 로우파이 데이터 타입으로 바이다. 비유하면 서예대신 속기로 쓰는 것과 비슷하다. 또 뉴런 네트워크에서 쓸모없는 정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죽은' 시냅스를 행렬에서 잘라냈다. 이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망각 기계'처럼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는 과정과 유사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엔비디아는 단일 칩의 AI추론 성능을 무려 1,000배나 향상시켰다. 이는 무어의 법칙이 예즉한 것보다 휠씬 빠른 속도였다. 그런데 트랜지스터 증가로 인한 성능 향상은 겨우 2.5배에 불과했고, 나머지 400배는 전적으로 엔비디아의 수학적 기술 덕분이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디렉터인 아르준 프라부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AMD도 우리만큼 훌륭한 칩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산 속도를 이렇게까지 끌어올릴 수는 없죠."

- 이 강력한 엔진 위에 엔비디아는 특정 분야의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영역별 도구를 구축했다. 자동차 연구를 위한 '드라이브Drive', 신약 개발을 위한 '바이오네모BioNeMo'와 의료 영상 분석을 위한 클라라, 사이버 보안을 위한 '모르페우스 Morpheus', <포트나이트>에서 결정적인 킬샷을 자동 캡처해 주는 '하이라이트 Higthlights' 등이 있다. 2020년대에 접어들며 엔비디아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행성 과학. 기후학, 수학. 물리학, 금융, 생화학, 양자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거의 300개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툴킷을 제공했다.
소프트웨어 패키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고, 라이선스 비용도 없었다. 젠슨은 이 률킷들을 마치 할머니가 음식을 한 접시 더 챙겨주듯 과학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눠주었고, 이 도구들을 내 보물들'이라고 불렀다.
물론 젠슨이 자선 사업가여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의 장기적인 전략은 이 무료 소프트웨어를 통해 연구자들을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주기에 묶어두는 것이었다. 칼텍 데이터센터의 한 관리자는 2024년 초에 학교에서 구매한 H100 칩을 받기까지 대기 시간이 거의 18개월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교수들에게 다른 공급업체로 전환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받아들이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교수들은
쿠다를 포기하느니 하드웨어를 기다리겠다고 하더군요."
엔비디아의 경쟁 우위는 바로 이 모든 코드 덕분에 만들어졌다.

-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제품들은 항상 아름답거나 사용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고, 일부 툴킷의 인터페이스는 10년은 뒤처진 상태였다. 그러나 드와이트는 외관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오직 '최초'가 되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 어떤 과학 분야이든 새로운 프론티어가 열릴 기미가 보이면, 그는 가장 먼저 그곳에 도달해서 투박하지만 효과적인 최신 소프트웨어 불킷을 배포했다. 경쟁자가 나중에 더 세련되고 운영 비용이 저렴한 제품을 들고 나타날 수도 있었지만, 그때쯤이면 이미 너무 늦었다. 업계 표준이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빌 들리는 내게 엔비디아가 오픈소스 경쟁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항상 그들보다 두 세대는 앞서 있어요."

- 집에 머물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반도체 회사를 운영하던 젠슨은 자신과 현장 직원들과의 접점이 끊어지고 있다고 걱정하게되었다. 엔비디아는 너무 커져서 그가 직접 모든 상황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업무 위임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조직과의 공명을 유지하려면 최전선에 있는 직원들과 직접 소통해야 했다.
2020년경 젠슨은 전 직원에게 매주 자신이 진행 중인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업무 목록을 제출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날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그는 2만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간결하게 작성해 달라고 권장했고, 젠슨은 받은 이메일 중 일부를 무작위로 골라 늦은 밤까지 읽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장을 직접 보냈다. 하루 수백 통의 이메일을 썩는 데 대부분 몇 단어 정도로 짧았다. 한 임원은 그의 이메일을 하이쿠와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몸값 요구서 같다고 했다. 그의 응답 속도는 거의 초인적이있다. 빌 달리는 이렇게 말했다. "새벽 2시에 이메일을 보내면 2시 5분에 답장이 읍니다. 그리고 다시 새벽 6시에 이메일을 보내면 6시 5분에 또 답장이 와요."
젠슨 황은 바로 이메일을 통해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오픈시I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서버에서 거대한 훈련 작업을 돌리고 있는데, GPU 1,000개를 무려 한 달 넘게 점유했고, 비용은 약 500만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이 모델은 새로운 형태의 언어 모델이었는데, 사람들은 이를 '대규모 언어 모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모델이 기존에 배포된 어떤 모델보다 100배 이상 큰 규모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었다.
젠슨 황은 트랜스포머 전용 률킷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바스 아르츠에게 현재 사용 중인 순환 신경망 컴파일러를 휴지통으로 끌어다 놓고 즉시 트랜스포머 컴파일러 작업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바스 아르츠는 이 전환을 오히려 기삐했다. 그는 순환신경망의 장기.단기 기억 구조가 쓸데없이 복잡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RNN은 프로그래밍하기도 어럽고, 컴파일하기는 더더욱 어려웠어요 . 트랜스포머가 모든 면에서 휠씬 더 적합했죠"

- 소비자용 AI 제품들은 눈에 띄고 화려했다. 하지만 AI분야 관련자들은 진정한 발전은 본래 보이지 않는 제품군에서 일어난 다고 믿었다. 산업 분야에서 AI가 도입되면서 전럭망이 더 효율적으로 관리되었고, 항공편 스케줄이 더 빠르게 조정되었으며, 배송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이 외에도 작지만 실질적인 개선이 수없이 많이 이뤄졌다. 이런 각각의 개선은 전문가들 외에는 눈치채지
못한 채 후방 인프라에 흡수되었지만, 이러한 개선이 모여서 전 세계 생산성이 계속해서 대규모로 업드레이드 되었다.
또한 인간 활동의 마지막 개척지라고 할 수 있는 영역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바로 AI를 활용해 A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딥마인드는 2022년 행렬 곱셈을 빠르게 수행하기 위한 신경망을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2년 후 생성형 AI를 사용해 실리콘 마이크로칩의 패턴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런 자기 증식형 AI는 아직까지는 인간의 통제 안에 머몰러 있다. 하지만 이 상태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 대규모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들의 연간 전력 요구량은 기가와트 단위에 이른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한 기의 출력량과 맞먹으며, 미니애폴리스 도시 전체를 가동할 수 있는 규모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 칩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면서 구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년간 50% 증가했다. 이는 전력망의 효율성 향상을 감안한 수치이며,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나온 수치이다. (구글 대변인은 2024년 AI 전력 소모가 '쉽지 않은 과제'임을 인정하면서도 탄소 중립에 대한 구글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고가의 오픈AI 모델을 학습하고 배치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에서도 탄소 배출량이 3분의 1 가까이 증가했다.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은 심지어 사용하고 있지 않은 암호화폐 채굴 시설을 사들이려고도 했다.

- 경영학자들은 CEO가 직접 보고를 받는 임윈이 8명에서 12명 정도인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젠슨은 무려 55명에게서 직접 보고를 받고 있다. 그에게는 오른팔 역할을 해줄 사람도, 비서실장도 없으며, 명령 체계도 없다. 후계자 역시 정해져 있지 않다. 엔비디아가 성장할수록 경영진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에 실수에 대한 희생양도 없었다. 이사회 멤버들은 젠슨의 대체 불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아니었으면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말조차 과언이 아니었다. 엔비디아의 성장 과정에서 미국 주식 시장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크게 앞질렀고, 그 성과는 대부분 AI 덕분이었으며, 그 핵심에는 엔비디아가 있다. 3조 달러에 달하는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겉으로는 앞으로 엔비디아가 벌어들일 이익에 대한 기대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61세 남자의 능력에 대한 기대에 걸린 도박,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베팅과도 같았다.

- 그는 여전히 다소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와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조심해야 했다. 젠슨은 내게 흥미로운 일화를 많이 들려주었지만, 그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바뀌었다. 나는 그를 직접 인용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무언가를 말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믿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젠슨의 말은 어디로 될지 흐름이 불규칙했다. 개와 구토에 대한 기괴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남성 패션, 데니스 레스토랑의 계란 품질, 또는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어떤 주제로든지 빠질 수 있었다.
그에게서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종종 심사숙고한 의견처럼 보이거나 간결한 격언처럼 들리는 말조차도, 그가 즉석에서 생각해낸 것이거나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니었으며, 나중에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젠슨은 자주 스스로의 말을 모순되게 만들었고 때로는 한 번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상반된 관점을 동시에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가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자처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단지 아이디어를 양쪽에서 모두 공격하기를 좋아했을 뿐이었다. 옌스 호르스트만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치인이 되려는 게 아닙니다.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것도 아니고요. 그는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정보들을 처리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일시적으로라도 모순된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겁니다." 겉보기에는 확고한
선언처럼 보이는 말도, 사실은 젠슨이 그저 자신의 생각을 소리 내 정리하고 있는 것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그가 같은 말을 반복하기 시작하면 주의 깊게 들어야 했다. 어떤 아이디어가 진정으로 젠슨에게 와닿으면, 그것은 며칠, 때른는 몇 주에 걸쳐 서서히 힘을 키워갔다. 그 아이디어는 그의 어휘에 스며들었고, 회의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만든 모델인 '클로드caude'는 여러 기준에서 GPT-40에 필적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보여주었다. 각국 정부는 민감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맡기지 않으려 대규모 자체 AI훈련 센터를 건설하고 있었다. 일론 머스크의 xAI 이니셔티브는 오라클의 GPU 서버를 임대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에 그가 표현했던 AI에 대한 실존적 우려는 이제 일론 머스크에게서 사라진 듯했다.) 가장 큰 투자는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에서 나왔다.
메타는 300억 달러를 투입해 엔비디아 칩 100만 개를 구매하고, 이를 가동할 전용 원자력 발전소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 법안이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순진하게 주 정부의 힘을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왔다. 엔비디아 GPU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도 함께 높아졌다. 실리콘밸리의 산업 거물들은 이미 베팅을 마쳤고, 그들의 수익 상한선을 제한한다는 것은 주식 시장을 붕괴시킨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의미였다. 이를 막을 만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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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0

Quote of the day 2025. 10. 1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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