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에 해당되는 글 505건

  1. 2014.10.06 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
  2. 2014.10.06 신이 사라진 세상
  3. 2014.10.03 딥씽킹
  4. 2014.10.03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
  5. 2014.10.02 이미지 인문학1

 


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

저자
한재훈 지음
출판사
갈라파고스 | 2014-03-1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21세기 훈장 한재훈이 전해주는 생생한 서당공부의 풍경 옛공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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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아이가 글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이 아이가 세상을 인식하는 틀을 제공해줄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것을 뜻함. 지식은 많이 축적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전에 올바른 방향을 먼저 정립하는 것이 중요. 왜냐하면 방향이 그릇된 지식은 높게 쌓고 날카롭게 벼를수록 위험한 것으로 변질되기 때문. 또한 아이는 글공부에서 배운 내용을 옳음으로 수용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몸에 새기게 됨. 그리고 그렇게 새겨진 방식에 따라 움직일 때 자연스러움을 느낌. 그것이 이른바 습관임. 글공부의 시작은 앞으로 쌓아갈 지식의 올바른 방향을 잡고, 몸이 올바른 방식을 자연스러워하도록 습관을 들이는 첫걸음임. 그런 점에서 사자소학은 관계윤리를 중시하는 전통교육의 마중물로서 제격이라 할 것임
- 서당의 아침공부는 선생님께 그날 공부할 새로운 글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됨. 제자들은 선생님께 수업할 내용을 그전날 저녁에 예습해 놓았다가 아침에 점검을 받고 설명을 들음. 전날의 예습은 가자 내일 새로 배울 글의 분량을 스스로 정한 다음, 글자 하나하나에서 글의 내용과 그 속에 담긴 의미까지 스스로 찾아보고 해석하면서 미리 준비함. 이런 예습과정을 서당에서는 토를 뗀다는 말로 표현. 토는 한문을 읽을 때 쉽게 이해하도록 그 구절끝에 붙여 놓은 우리말 부분을 가리킴.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토를 단다고 해야 옳지만 서당에서는 구절단위로 끊어져 있지 않은 한문문장을 구절단위로 끊고 거기에 토를 다는 것을 아울로 토를 뗀다고 표현
- 수업은 낮은 과정에 있는 어린 제자들부터 시작하는데, 선생님의 수업방식은 수업을 받는 제자의 수준과 상황에 따라 달라짐. 사자소학이나 추구 등을 배우는 제자들은 선생님 앞에 가서 글자를 읽음. 그러면 선생님은 제자가 알아온 글자를 바탕으로 음과 새김을 읽는 법을 알려줌. 물론 이런 기초적 수업은 경우에 따라 선생님께서 직접 하시지 않고, 제자들 중에서 수제자쯤 되는 제자가 대행하기도 함. 그보다 조금 높은 단계인 소학 정도의 과정에 있는 제자들은 이미 토가 달려 있는 책을 가지고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수업을 진행하게 됨. 즉 제자는 자신이 전날 준비해두었던 새김을 선생님 앞에서 읽으면서 자신의 준비가 어떤지를 점검받음. 이렇게 낮은 과정에 있는 제자들은 배우는 분량 또한 많지 않고 글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글자 하나하나부터 글을 해석하는 방법에 이르기가지 세세하게 지도함. 한편 사서삼경을 배우는 높은 과정에 있는 제자들은 토가 달려 있지 않은 책을 갖고 배움. 이 정도가 되면 토가 달려 있는 책은 곧잘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토가 달려 있지 않은 글의 구절을 나누고 토를 다는 훈련을 하게 되는 것. 따라서 제자들은 선생님 앞에 와서 자신이 구절을 나누고 토를 단 글의 음을 읽게 됨. 선생님은 제자가 음을 읽는 것만 들어보면 굳이 해석하는 것을 듣지 않아도 이 글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음.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은 제자가 떼어온 토가 잘못되었으면 이를 수정해줌으로써 잘못을 바로잡음. 예를 들면 제자가 '학이시습지요 불역열호아'라고 읽었다면 선생님은 '요'라는 토를 '면'으로 잡아주기만 한다는 것. 그러면 제자도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글을 잘못 해석한 것인지 알게 됨. 또한 이런 수준의 제자들은 배우는 분량도 많고 이미 글에 대한 이해도 높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제자가 잘못 보았거나 놓친 부분만을 바로잡아 주시고 제자가 묻는 내용에 대해 답해주시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 서당에서는 제자 한 사람 한사람이 모두 다른 책을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 특별한 경우에는 비슷한 과정에 있는 제자들을 묶어서 진도를 맞추기도 하지만 대체로 수학능력이 다른 제자들은 이내 각자의 능력에 따라 다시 나뉘기 마련. 그렇기 때문에 서당에서 공부하는 제자들의 수는 10명 내외의 소수지만, 선생님은 제자들 숫자만큼의 수업을 하시게 됨. 그래서 제자들이 15명 이상이 되면 새벽부터 시작된 수업은 점심을 넘어서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음. 이런 이유때문이라도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도들의 숫자는 웬만하면 15명 이상을 넘지 않음
- 글을 외우기 위해 서당에서는 적어도 100번 이상 그 글을 읽어야 한다고 말함. 그러다 보면 자연히 그 글이 입에 오르게 됨. 입에 오른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입에서 줄줄 외울 수 있게 되는 상태를 말함. 어제 외운 글을 일과로 쓰는 것은 입에 오르도록 읽어서 외운 글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음. 한문에는 음은 같지만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도 많고, 또 여러줄의 글을 외우다 보면 어떤 구절을 간혹 빼먹고 외우는 경우도 있음. 아직 한문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 학동들의 경우 이런 것들이 소리로만 외워서는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붓글시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
- 서당에서의 글 읽기는 소리내어 읽는 이른바 성독을 원칙으로 함. 글을 눈으로만 읽는 것을 묵독이라고 한다면 성독은 소리내어 읽는 것. 하지만 무작정 소리를 내서 읽는 것을 성독이라고 하지 않으며, 그렇게 읽어서는 도저히 100번을 읽을 수 없음. 성독은 글 읽는 이의 소리와 장단과 강약이 들어간 가락을 띠면서 읽는 것. 이처럼 성독은 가락의 장단과 강약이 중요한데, 이러한 것들은 음표로 정해져 있지 않고, 해당 글을 읽는 이가 글을 읽을 때 느끼는 감정의 흐름이 소리로 드러나는 것. 즉 성독은 해당 글을 읽는 이가 그 글을 읽어가면서 그 글의 의미와 소통하면서 갖게 되는 흥취의 정도를 소리에 실어 표현한 것. 그래서 한 사람이 같은 내용의 글을 같은 자리에서 읽더라도 그 글의 내용을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면 성독하는 소리는 매번 다를 수밖에 없음. 하물며 같은 글이라 해도 읽는 사람이 다르다면 성독하는 방식과 느낌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함. 한 선생님 밑에서 글공부를 한 사람들마다 성독하는 것이 다르고, 더 나아가 서당마다 성독하는 것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음
- 원숭이와 팬더를 같은 동물이라고 범주화한 것은 원숭이나 팬더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지만, 원숭이가 바나나를 좋아한다고 보는 것은 우리들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원숭이와 바나나 사이에 실제로 형성된 관계에 주목한 것. 이를 조금 더 나아가 해석하자면 그들 스스로는 전혀 동질성을 느끼지 못하는 원숭이와 팬더를 동물이라는 범주로 묶어버리고 이를 당연히 생각하는 우리의 관점은 어쩌면 폭력적인 시선으로 해석될 수 있음. 하지만 원숭이가 바나나를 좋아한다는 데 주목하는 관점은 그들의 관계에 공감하고 그들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겸손하고 친절한 시선을 느낄 수 있음
- 공감능력과 실천의지 등은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님. 어려서부터 이를 가능케 하는 환경 속에서 가르침을 받고 길러짐으로써 차근차근 갖추어나가게 되는 것. 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환경적 요소는 인간관계를 쉽게 생각할 수 없는 환경속에서 생활하는 것. 인간관계를 쉽게 생각할 수 없는 환경이란 인간관계가 내맘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뜻함. 인간관계는 하고싶을 때 접속만 하면 언제든 할 수 있고, 싫증나거나 불리하다 싶으면 곧장 끝내버릴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이 아님. 컴퓨터 게임은 그 시작과 중단과 종결이 오로지 게임을 하는 사람에 맞추도록 설계되어 일방적 성격을 갖지만, 인간관계란 동등한 권리와 상이한 입장을 가진 주체들끼리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는 쌍방적 성격을 가짐. 그러니 누군가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와 그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함께 고려할 줄 아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그러한 환경에서 생활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런 점에서 보면 매일매일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공부해야 하는, 그리고 학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도 모른채 지금의 관계를 유지해가야 하는 서당은 곰삭은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직접 느끼고 그러한 정서가 자신의 관계인지망 속에 오래도록 입력되게 하는 중요한 환경을 제공해줌. 학교처럼 방과후에 단절되었다가 이튿날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서당은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함께 생활하는 생활공동체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거나 무시해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됨. 또한 학교처럼 관계의 유효기간이 이미 1년 단위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당은 애당초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관계를 맺기 대문에 적당한 위선이나 가식으로는 그 긴 시간을 배겨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 오로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성실 그리고 인내와 존중이라는 효소로 자신들의 관계를 숙성시켜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관계 속에서 생활할 때 서로가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서당에서는 자연스레 체화하게 됨
- 옛 사람들이 어린 새의 날기 연습과정을 본따서 '습'이라는 글자를 만들고 이 글자에 익힘이라는 뜻을 담았을 때, 어쩌면 다음과 같은 물음도 함께 담아두었는지 모름. '왜 어린 새는 편안한 둥지를 버리고 몸을 던져서 죽기 살기로 몸부림치며 날갯짓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당연히 날기 위해서임. 날지 못하는 새가 나는 새로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해서임. 옛사람들이 준비한 물음은 또 이어짐. '그렇다면 알지 못하고 경험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당연하게도 어린 새처럼 낯설고 위험한 상황에 기꺼이 몸을 던지는 용기와 죽기살기로 몸부림치는 절실함을 가져야 함. 그런 용기와 절실함 없이 그저 바라기만 해서는 결코 변화와 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음. 지금의 나의 상황이 뭔가 부족하고 결핍되어 있음을 알아차리는 성찰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변화와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실질적 노력이 필요. 그것은 새로움과의 만남을 통해 중요한 계기를 맞지만, 만남이 곧 변화와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음. 참으로 변화하고 곧 변화와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삶의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을 기꺼이 내 삶으로 받아들이고 내 것이 되게 하려는 노력이 더해져야 함. 그 과정은 새가 익숙하고 편안한 둥지를 버리고 낯설고 위험한 둥지 밖으로 몸을 던지는 것만큼 힘들고 어려운 과정.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변화와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음. 이런 점에서 옛사람들이 어린새가 날기 연습하는 모습을 통해 익힘이라는 뜻을 전달하려 한 것은 기막힌 탁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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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라진 세상

인문 2014. 10. 6. 16:10

 


신이 사라진 세상

저자
로널드 드워킨 지음
출판사
블루엘리펀트 | 2014-02-1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탁월한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영미 법철학계의 거목,로널드 드워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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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엇, 최고의 지혜와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스스로를 드러내지만 우리의 우둔한 머리로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만 이해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실제로 존재함을 아는 것. 이 지식, 이 느낌이야말로 진정한 종교의 핵심이다. (아인슈타인)
- 전통적인 유신론 종교의 가치영역은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고, 또 어떤 것을 가치있게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신념을 부여함. 이런 신념 중 일부는 신에 대한 책무를 담고 있음. 이것은 신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책무임. 신에 대한 신념은 숭배, 기도 그리고 해당 종교가 지지하는 신에게 복종할 의무를 요구함. 하지만 다른 종교적 가치들은 이런 식으로 신과 얽혀 있지 않음.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그 어떤 신과도 독립적임. 두가지 패러다임의 종교적 가치는 이렇드 서로 독립적임. 종교적 무신론자들은 신을 믿지 않기 대문에 전통적 종교의 과학영역 그리고 의식을 통한 숭배의무와 같은 신에 대한 책무를 거부함. 하지만 이들에게도 어떤 인생을 사는가의 문제는 객관적으로 중요함. 따라서 모든 사람은 주어진 환경안에서 최선을 다해 잘살아야 할, 빼앗을 수 없는 윤리적 책임감을 안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함. 이들은 자연이 그저 우주라는 무대에서 오랫동안 함께 뒹굴어온 입자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 본질적인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라고 받아들인다.
- 많은 학자들이 스피노자를 범신론자라고 설명함. 그가 세상만물에서 신을 발견했다는 의미. 철학자들 사이에서는 범신론의 정의를 두고 견해가 엇갈림. 스피노자를 연구하는 학자인 스티븐 내들러는 스피노자를 범신론자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 스티븐 내들러의 관점에서 보면 범신론자들은 자연이 신을 체화한 존재라 여기기 때문에 자연을 숭배하는 태도를 취하는데, 스피노자는 그런 태도가 부적절하다며 부정했기 때문.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좀 신중할 필요가 있음. 아인슈타인은 스피노자가 자신의 전임자라고 자주 칭했음. 심지어 스피노자의 신이 곧 자신의 신이라는 말까지 했음. 아인슈타인은 인격적인 신을 믿지 않았지만 자연을 숭배했음. 그는 자연을 경외감 어린 태도로 바라보아쓰며, 자신을 비롯한 다른 과학자들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앞에서는 겸손해져야 한다고 생각. 즉, 자연에 대해서 종교적 믿음을 나타낸 것임. 반면 스피노자는 우주를 아름답다 생각하지 않았음. 그는 자연이 아름답다거나 추하다는 생각을 강력하게 거부. 그는 자연이 심미적으로는 불활성 상태에 있다고 생각. 하지만 윤리적, 도덕적으로도 불활성 상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음. 그는 자연의 근본법칙에 대한 지식을 쌓으려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가장 올바르게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 또한 자연이야말로 정의의 진정한 기반이며, 그가 지지했던 자유주의적, 개인적, 정치적 도덕성의 기반이라고 믿었음. 스피노자 연구의 저명한 권위자인 스튜어트 햄프셔는 스피노자의 종교적 태도를 이렇게 설명했음. "도덕적 진리를 진리로 만들어주는 근거는 기독교 전설에서 상징하는 신과 그 아들의 권위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실재의 구조와 그 안에서의 인간 위치에서 찾아야만 한다. 도덕적 진리의 근거는 실재에 대한 영속적 구조 안에서 부분이 결합하여 전체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발견해야 한다. 따라서 개개의 사람들이 결합해서 응집력과 안정성이라는 보편적 조건에 부합하게 전체적인 사회를 만들어내는 영속적인 구조방식을 찾아야 한다."
- 자연주의자는 전체로서의 우주는 기체와 에너지가 만들어낸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규모의 우연이라고 생각함. 반면 종교에서는 심오하고 복잡한 질서가 아름다움과 함께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함. 이러한 신념은 아주 오래된 것임. 이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철학자, 신학자, 과학자들의 확고한 믿음이었음. 예를 들면,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틸리히, 아인슈타인 등이다. 유신론자들에게는 우주가 숭고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똑같은 신념에 대해 종교적 무신론자는 어떤 이유를 댈 수 있을지 물어볼 차례다. 종교적 무신론자는 과학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들은 신학이 아니라 물리학과 우주론에 의지해야 한다. 과학은 종교적 무신론자에게 적어도 아름다움과 맞아떨어지는 우주의 모습을 살짝이라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신념은 그 자체로는 과학이 아니다. 암흑물질과 은하계, 광자와 쿼크 등 물리학이 그 무엇을 밝혀낸다 한들, 종교적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부분들로 구성된 우주는 어떻게 해서 아름다운가? 내 생각으로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우주론과 입자물리학은 극적인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맞아 떨어지는 우주를 아직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물리학은 실제로 이해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가진 우주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따라서 종교적 신념이 과학보다 한발 앞서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종교적 두 갈래, 즉 유신론과 무신론은 하나로 모인다. 즉 양쪽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믿음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 우주가 위대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믿는 물리학자들은 또한 우주의 근본적인 통일성도 믿음. 이들은 인간이 발견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우주에 대한 포괄적이며 간단하고 통일된 설명이 존재한다고 추정. 그리고 그 설명이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고, 거대한 은하계에서 작디작은 소립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우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말해줄 거라고 믿음. 와인버그는 그런 근본적 설명에 대한 연구를 일컬어 최종이론의 꿈이라고 묘사했음. 현대의 물리학이 해결하지 못한 미스터리와 불확실성이 실로 막대하다는 걸 생각하면, 물리학자들 중에 이런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놀라운 면이 없지 않음.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님. 예를 들어 마르셀로 글레이서 같은 사람은 자신의 책 최종이론은 없다에서 자신의 의구심을 밝힘. 그는 우주가 결국에는 통일되기 보다는 오히려 지저분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음. 따라서 그는 우주가 아름답다는 관점을 공유하지 않음. 오히려 죽어 있는 우주가 아니라 인간의 삶만이 본질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 그러므로 우리 삶과 우리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에는 아름다움이 있지만, 의식이 없는 은하계나 원자에는 아름다움이 없다고 생각. 그리고 인간은 경이로운 존재이지만, 통일이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주 그 자체에는 경이로움이 없다고 주장
- 세상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 때문에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할 뿐이고, 따라서 과학은 결국에 가서는 설명없이 그저 손가락을 현사을 가리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그럴듯하게 여기는 위대한 철학자와 물리학자들이 있었음. 버트런드 러셀은 "우주는 그냥 존재한다. 그게 전부다"라고 단언. 아인슈타인 이후로 가장 중요한 물리학자라 불리는 리처드 파인만은 "나는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작동하는 이유까지 설명할 수 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라고 말함. 그는 우리는 그저 대자연을 있는 모습 그대로, 즉 불합리한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음. 일반적인 상식은 라이프니츠의 생각과 맞아떨어짐. 우주가 어떻게 생겼든지 간에 우주가 그렇게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존재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움. 만약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빅뱅 당시에 사물이 어떻게 존재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분명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더 나은 설명이 존재할 것임. 그냥 이 이론은 아주 작은 사물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말로 그 상태 그대로 방치해둘 수는 없음. 유신론자들 또한 당연히 만물에 대한 설명이 존재한다고 믿음. 그것이 바로 라이프니츠의 설명임. 우주가 지금의 모습인 것은 신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무신론자가 그 이유에 대한 추가적 설명 없이 우주가 그냥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러셀처럼 우주란 그저 설명할 수 없는 영원한 우주적 우연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해야만 한다. 이런 설명은 대단히 불만족 스러움. 사실 우리는 어떤 맥락에서는 추론과정을 일단락지어버리는 해답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또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음. 만약 당신이 내게 왜 아몬드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런 식을 재치있게 대답할 수 있다. "그냥!" 물론 어딘가에는 그보다 더 구체적인 해답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 해답이 무엇인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유전학이나 심리학 같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이 원하는 해답은 아니다. 당신이 알고 싶은 것은 그 동기이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없다. 심지어는 내가 왜 할 말이 없는지도 설명할 수 없다. 동기와 관련된 설명은 어디쯤에선가는 막다른 길에 부딪히기 마련이고, 내 경우에는 여기가 바로 그 막다른 길이다. 하지만 물리학은 모든 설명의 끝이라 여겨지고 있다. 우주의 탄생과 역사에 대한 설명이 물리학에 없다면, 다른 어디에도 없다.
- 다중우주 가설은 신이 존재한다는 주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 유신론에서는 이렇게 말함. 우리 우주는 생명이 그 안에서 존재할 수 있도록 아주 정밀하게 조정되어 있다.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만 차이가 있었더라도, 예를 들어 은하계들 사이의 중력을 상쇄해서 우주가 팽창할 수 있게 해준 힘의 강도가 눈곱만큼이라도 지금과 달랐더라도, 이 우주에는 어떤 형태의 생명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원리라고도 불리는 이 사실은 신이 존재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자주 사용됨. 우주가 생명을 위해 이토록 세심하게 조정되어 있는 것이 그냥 우연일리가 없다는 것. 그게 우연일 가능성은 너무나 희박함. 이것을 설명할 다른 설명이 반드시 존재하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은 바로 신에 의한 창조임. 다중 우주 가설은 이런 주장에 반박하고 있음. 우리 우주가 생명이 존재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조정되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지만, 또한 인류원리를 설명해줄 창조주 신도 필요치 않다. 엄청나게 많은 우주가 지속적으로 태어나고, 또 죽고 있다면, 적어도 그중 하나에서는 지금 우리 우주를 지배하는 자연의 법칙과 똑같은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우주가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런 우주가 적어도 하나쯤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은 너무나 희박하다.
- 올바른 삶을 살겠다는 욕구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이 존재한다는 신념이다.
- 로널드 드워킨은 종교의 본질이 신이 아닌 그보다 더욱 심오한 신념이라 보고, 그런 신념 속에서 유신론자와 무신론자가 서로 만날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종교적 무신론이라는, 역설인듯 역설이 아닌 접점을 찾아냄. 그는 종교적 태도야말로 양쪽이 공유하는 본질적 공통점이라 판단하고, 철학, 과학, 법학 등의 영역에서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쳐나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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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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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씽킹

인문 2014. 10. 3. 11:36

 


딥씽킹 Deep Thinking

저자
성열홍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4-05-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휴머니즘 상실의 시대, 인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최신 스마트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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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 모바일 기술은 이미 차세대 혁신을 넘어 인류의 생물학적 특징마저 바꾸어 놓고 있음. 모바일 정보기기의 발전은 우리를 더 빨리 걷고 더 빨리 일하는 인류로 탈바꿈시켜 놓았음.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보행속도는 90년대를 거치면서 10% 이상 빨라졌다고 함. 더욱 놀라운 것은 극동아시아의 변화가 더 크다는 사실. 중국 광저우는 20%, 싱가포르는 30% 이상 더 빨라진 변화를 겪고 있음. 정보기술이 사회이 리듬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
- 디지털 시대 권력변동에 주목하고 있는 미래학자 니코 멜레는 거대권력의 종말에서 디지털 농노주의를 우려. "아마추어 창작자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투브 같은 사이트에 현혹되어 자신보다는 미디어 플랫폼에 이득을 가져다 주는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돈과 시간, 에너지를 쏟아부음. 이들 창작자는 중세시대 농노처럼 정작 자신들이 농사짓고 거주하는 땅을 소유하고 있지 않음. 그 땅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텀블러 등 다른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다." 라고 말함. 현대인들은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야 안심이 되고 사이버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는 청중이 많을수록 뿌듯함을 느끼는 세상 속에 이음.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은 자신들과 연결된 수많은 사람의 속성을 파악하여 비즈니스를 키워나감. 이제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접속과 연결의 개념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되었음.
- 봉건주의는 뜻밖의 작은 물건으로부터 시작. 바로 등자의 개발로 부터 비롯됨. 안장만 가지고는 전쟁에서 개인이 혁혁한 공을 세우기가 어려워 기사계급이 생길 수 없었음. 그런데 등자가 발명된 후 비로소 말과 사람이 한 몸이 되어 높은 전투력을 갖추게 되었고 기사계급이 탄생할 수 있었음. 프랑크 왕국의 재상을 지낸 카를 마르텔은 교회의 영지를 몰수해서 전쟁에서 공을 세운 기사들에게 나눠 주었고, 이것이 봉건제도의 시작이 되었음.
- 동국대 황태현 교수는 세종때부터 이어온 조선의 발전은 18세기에 이르러 세계 최고의 경제부국이자 교육 및 문화복지국가를 일구었다고 주장. 1800년대까지 중국과 동아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영국과 유럽을 앞질렀다고 함. 경작 면적 기준으로 서기 1800년의 총요소생산성을 비교한 결과 잉글랜드가 100이라면 조선은 134였고 중국은 191이었음. 그러나 중국은 일부 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므로 중국 전체는 잉글랜드보다 높았으나 조선과는 대등한 수준이었음. 그리고 1820년 1인당 GDP를 비교해보면 중국과 조선이 각각 600달러로 분석되고 있음. 조선의 생활수준은 18세기 영/정조 시대 중국을 초월했으나 그후 하락하기 시작하여 다시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함. 1983년 일본 도쿄대 연구진이 편찬한 과학사기술사 사전에 따르면 1400~1450년 세계 과학기술 주요 업적으로 올라온 기술건수가 중국 5건, 일본 0건, 동아시아 이외 전지역 28건이 기록되어 있는데 한국은 29건을 기록해 가장 많았음
- 인류최초의 문명인 수메르인은 5000년전 이미 문자를 발명하여 쓰고 있었고 세계 최초로 인쇄도 했음. 수메르인의 10대 발명품으로 바퀴, 무자, 범선, 달력, 족집게, 비누, 운하, 도시, 화폐, 농기구를 꼽고 있음. 그들은 바닥에 아스팔트를 깔아 어떤 수레도 지나갈 수 있게 했고 지금의 수도와 같은 배관시설을 각 가정에 갖추었음. 의사도 내과, 외과, 치과의사로 구분됨. 인류 4대문명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유역에 살던 수메르인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발전된 문명을 누림. 당시 수메르인들은 그림문자를 개량하여 만든 세계 최초의 문자를 점토판에 갈대로 찍어 썼는데 이것이 쐐기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설형문자라고 불림. 이 설형문자는 사람들의 힘과 지혜를 모으고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함. 문자를 통해 마을간 농업기술이 전파되면서 거대 농업혁명이 일어났고 건축기술, 공예가 발달하게 됨. 또한 신화, 종교, 역사, 법률, 교육 등 정신문명 역시 문자 덕분이었음. 그리고 이는 오늘날 서구문명의 뿌리가 됨
-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근처인 그란체스터에 오차드 티 가든이 있음. 사과나무 가든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1900년대 초반 시인 루퍼트 브룩과 함께 영국의 지식인들이 차를 마시며 지적 교류를 하는 공간이었음. 거기에서 경제학자 케인즈, 작가 버지니아 울프,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 비트겐슈타인, 시인 바이런 등이 그란체스터 그룹을 이루고 새로운 문화와 역사를 만들었음. 오차드 티 가든은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70명 가까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더 나아가 영국이 경제강국에서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한 지적 터전이었음. 서로 다른 장르와 문화가 섞이고 서로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서 교류하고 놀게 하는 것이야말로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길임. 오차드 티 가든은 그런 경계이자 혁신의 공간이었음.
- 킴 비센티는 호모파베르의 불행한 진화에서 첨단기술이 오히려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데 이는 마법사 같은 개발자들이 세상의 나머지 사람들이 평소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잊어버린 탓이라고 날카롭게 지적. 그는 03년 출시된 BMW시리즈를 예로 들고 있음. 전자계기판에는 각종 수치를 알려주는 기능들이 무려 700~800개나 됨. 각종 제어기능과 성능은 대단히 뛰어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조작의 복잡성 또한 대단함. 자동차 전문잡지의 편집자들조차 이 자동차의 시동거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10분이 걸렸다는 비난을 들어야 할 정도임
- 과거 시대로부터 기술결정론에 의해 사회가 발전했다는 증거는 많음. 먼저 등자에 의한 봉건제 발전을 들 수 있음. 쟁기에 의한 장원제와 도시의 발전도 그 사례. 무거운 쟁기 발명 덕분에 충적토를 개간할 수 있게 됨. 쟁기 덕에 농업 생산력이 높아져 잉여생상물이 생겼고, 이를 통해 물건을 사고 파는 상업이 발전. 상업이 성행하다 보니 도시가 형성됨. 기술결정론에 대해 모든 학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님. 기술이 진보의 중심일 수 있는 경우는 사회적 진보와 맥락을 같이 할 때라는 반론도 있음. 예를 들어 등자는 유럽에서만 도입된 게 아니기 때문에 등자의 조입이 중세 봉건제를 낳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 특히 프랑크 왕국과 비슷한 시기에 등자를 도입한 나라 중 앵글로 색슨 족은 봉건제가 확립되지 않았음을 예로 들고 있음. 서양뿐 아니라 동양에도 봉건제가 존재했음. 특히 중국의 주나라때 봉건제는 등자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음. 등자는 주나라 후에 등장했기 때문. 서양에서의 인쇄술은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을 일으켰지만, 동양에서의 인쇄술은 서양과 같은 혁명을 가져오지 않았음.
- 디지털 치매와 같은 폐해 중 하나로 팝콘 브레인 현상이 있음. 이 말은 팝콘 처럼 톡톡 튀는 상상력이나 창의성을 의미하는 것이면 좋겠지만 그와는 정반대임.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것에는 반응하지만 느리게 변화하는 실제 현실에는 무감각해진 뇌를 의미함.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활용한 멀티태스킹에 익숙해지면, 뇌의 생각중추인 회백질의 크기가 줄어들어 팝콘 브레인과 같은 뇌로 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음. 즉, 사람의 뇌가 눈앞의 자극적인 영상에는 반응하지만, 현실의 돌발상황에는 반응하지 않는 증세를 말함. 스마트폰이나 인터넷과 같이 빨리빨리 변화하는 영상에만 길든 뇌는 차분하게 책을 읽고 대화하거나 무엇인가를 기다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짐. 특히 스마트폰에 많이 노출된 어린이들의 뇌가 감정과 표현을 잃은 팝콘 브레인으로 쉽게 변할 수 잇음. 그들은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지지 않으면 집중하지 못함.
- 감자가 유럽의 시각에 오르는 역사의 과정에서도 고정관념의 타성을 살펴볼 수 있음. 보통 새로운 작물이 사람들에게 맛을 보인 뒤 200~30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주식으로 식탁에 오름. 감자의 경우 더욱 그러했음. 1539년 스페인사람들이 감자를 페루에서 처음 보앗고, 스페인으로 들여옴. 그러나 이상한 생김새 때문에 유럽인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식품이었음. 감자는 주로 말 사료료 쓰였고 아주 허기질때만 식용으로 사용되었음. 또한 감자를 먹으면 한센병에 걸린다는 헛소문도 감자가 식용으로 대중화되는 것을 가로막음. 더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이 전쟁의 기아 속에서도 감자를 잘 먹지 않았던 이유가 식사는 반드시 빵으로 해야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음. 글루텐 성분이 없어 빵을 만들 수 없는 감자이므로 감자는 밀가루를 대체하여 식탁에 오를 수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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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필립 코틀러, 스튜어트 프리드먼, 권터 슈미트, 러셀 버만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14-07-04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필립 코틀러, 귄터 슈미트, 스튜어트 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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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 이유가 된다. 영원성, 생명, 현실의 놀라운 구조를 숙고하는 사람은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매일 이러한 비밀의 실타래를 한가닥씩 푸는 것으로 족하다. 신성한 호기심을 절대 잃지 마라. (아인슈타인)
- Why am I doing this?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 Would you like to be able to take herotic action when faced with a challenging situation? (긴박한 상황에 닥쳤을 때, 영웅적 행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필립 짐바르도)
- How do you know whether to continue pursuing a problem or career plan, or to switch to something else in the hope that you will have more success with a different approach or a difficult career?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면 성공하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반대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려 한다면, 그게 더 나은 성공을 위한 것임을 또 어떻게 알 수 있는가?, Saul Levmore)
- If you could commit yourself to becoming an expert in one new skill, what would that skill be? (Philip Kotler)
- Am I doing what I most need to be doing right now? Am I being who I most want to be right now? (Peter Bregman)
- What choices do you eally need in life to improve your situation? What choices are trivial such that you should stop making them? (Sheena Ivengar)
- Suppose someone gave you enough money to accomplish anything you have the desire and ability to accomplish. What would that be? (Robert Root-Bernstein)
- Who was the most important teacher in your life? (Laurence Steinberg)
- What one small change can you make now, without asking permission of anyone? (Steward D. Friedman)
- Did I act responsible related to one other person or to several other persons to overcome their difficulties? (Gunther Schmid)
- If everyone else jumped off a bridge, would? (Chris Guillebeau)
- How do you treat those that can do nothing for you? 9Joe Navarro)
- Am I getting the most hapiness out of spending this money? (Michael Norton)
- If my life were about to end, what would be my best memories? (Marvin L. Cohen)
- Do you hold any beliefs that are so sacred, nothing could induce you to renounce them? (매우 신성하다고 믿기 때문에 아예 비판조차 불가능한 믿음을 갖고 있는가?, Harvey Whitehouse)
- Why is it important to control anger and stop yourself from doing something mean to another person? (Temple Grandin)
- Have you spent enough time thinking through your big question? (Tom Hulme)
- What is your super-power? (George Church)
- What would the costs be if it did not work out? And could I tolerate those costs? (Oliver Burkeman)
- How often are you working out of your current zone? (Liz Wiseman)
- What rule do I want break today? (Andrea Kuszewski)
- When's th last time you took a break from tour routine and allowed your brain to truly, completely refresh? (Danah Boyd)
- Am I doing this? If not, how can I position myself so that I can be doing this? (이 일을 하고 있나? 안하면 어떻게 될까? 이 이을 하려면, 나는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까?, Yoky Matsuoka)
- How do I know that it is really true? What is the evidence? (Judith Rich Harris)
- Do you know what you really want? (Hermann Simon)
- Ask tourself if you are trying out new things that make you uncomfortable often enough. What have you recently tried that you way beyond your comfort zone? (Alexander Ostwalder)
- Can you make right decisions that can chage your life and gave you true freedom? (Peter Arvai)
- Did the people around you today teach you anything meaningful? (Edward Glaeser)
- Rather than regret your past, ask yourself: Why did I make that choice at that time I made it? (Gary Cox)
- Have I done anything today that was really not for myself, but rather to improve someone else's life? Have I had any original, 'outside the box' thought today? (Mario Livio)
- What would make me uncomfortable to attemt right now? (Chris Brogan)
- What is the best way to mentally handle a failure, setback or severe disappointment? (실패, 퇴보, 또는 심각한 절망을 정신적으로 다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Mark Goulstone)
- If you could wave a magic wand and achieve any one goal within 24 hours, which one goal would have the greast positive impact on your life? (Brian Tracy)
- How does one lose oneself and find something in today's world? (현대사회에서 자시자신에게 몰입하여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Simon Critchley)
- Are you deliberating between too narrow a group of choices, simply for ease of comparison? (Rory Sutherland)
- What would the other person say? How would the other person descrobe it to their friends? (Sam Gosling)
- What is that inner voice saying to me? (Geoff Colvin)
- I'm unhappy because I want something I can't get. What part of this problem is beyond my control, and what part is within my control? (내가 불행한 것은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이고,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William Duggan)
- What are my biggest regret in life? (Michelle Rhee)
- How have you set aside time today/this week/this month to invest in yourself? (Charlene Li)
- Why look to such a question from other people when you need to find it within yourself? (Henry Mintzberg)
- Does the work you are doing make you happy? (Catherine Mohr)
- What's the real challenge here for you? (Michael Bungay Stanier)
- Do you feel like you have enough time in your day? (Kelvin L. Keller)
- Is there anything I'm doing, that I have not chosen to do? (John Mather)
- When you attempt to do something and don't get the result you want, do you consider it a faulure? (Michael Michalko)
- Are my dreams of important contrubutions to the good of others stopping me from taking steps now? (Steven Hayes)
- Do you believe that many of the obstacles you face have, in a sense, been created by you in order to challenge you and take you into successively higher orbits of performance, achievements and inner contentment? (Anand Mahindra)
- What do you want to know about yourself? What questions would you ask? (Manfred F.R.Kets de Vries)
- When is the alast time that you deliberately reflected (Babara Kelleman)
- What story do you hope people will tell about you? (Gaary Klein)
- What did I dou today to improve the world? (Russell Berman)
- When you are going to depart this life, what you will tell yourself that you have left the world with? (삶을 거두며 함께 가지고 가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Shai Reshef)
- What is your deepst fantasy of what you'd to be doing in this world? (David Allen)
- What should you finish important takes early? (Alfred Reman Mele)
- If you were going to die tomorrow, what would you do today? (Daniel Will-Harris)
- Do I know everything that I could have known about this deal? (나는 이 거래에 관한 모든 사항을 알고 있는가? Vikas Swarup)
- Do you refrain from undertaking projects because you think they won't matter in 1000 years? (John Allen Paulos)
- Imagine that you can create an eternal consciousness playlist' for life after death. (지금 이순간을 죽고 난 다음에도 기억하고 싶을까? Thomas Metz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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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인문학1

인문 2014. 10. 2. 17:18

 


이미지 인문학. 1

저자
진중권 지음
출판사
천년의상상 | 2014-06-0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진중권의 이미지 인문학 프로젝트디지털 이미지 속에 감추어진 섬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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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철학은 진지를 정신과 실재의 일치로 규정. 하지만 일치해야 할 정신과 실재는 성격이 다름. 즉 자연은 연속적이나 숫자는 단절적임. 따라서 수를 자연에 들이대면 자연은 수와 수 사이의 빈틈으로 빠져나오게 됨. 17세기의 과학자들이 자연의 수학화를 시도했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가 바로 이것임. 자연을 인식하려면 먼저 이 연속과 불연속의 모순부터 극복해야 함. 이 '근대의 패러독스'는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손으로 해결된다. 그들은 미적분으로 숫자들 사이의 간극을 채움으로써 자연의 모든 것을 형식화할 수 있었다. 이로써 우리는 전지하고 전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그저 이론적 가능성일뿐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미분방정식은 곧 현실에는 응용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난다. 실생활에서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은 대부분 너무 복잡하여 인간의 계산능력으로는 풀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인간은 아직 지식을 권력으로 전화할 수 없었다. 전지하나 전능하지는 못한 이 답답한 상태가 해결되려면 계산기가 필요했다. 17세기에 계산기 제작붐이 일어난 것은 이와 관련되리라. 라이프니츠 자신도 1670년경부터 모두 다섯개의 모델을 고안한 바 있다. 적어도 계산이라는 면에서 기계는 인간보다 우월하다. 17세기의 계산기들은 모두 십진법에 기초한 것이었지만, 당시 라이프니츠는 기계적 계산에 적합한 언어는 이진코드라는 인식을 이미 갖고 있었음. 하지만 이진법에 기초한 계산이라는 그의 이상이 실현되기까지는 230여년을 더 기다려야 했음. 38년 독일의 공학자 콘라드 추제는 디지털 원리로 작동하는 계산기 Z1을 인류 최초로 제작함. 이진코드로 짧은 시간에 무수히 많은 연산을 수행하는 컴퓨터와 더불어 17세기 이후 그저 이론적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던 자연의 정복이 비로소 실천적 가능성으로 전화됨
- 고대인의 상상력이 주술적 상상력이라면 현대인의 상상력은 기술적 상상력임. 인간이 세계를 표상하는 상징형식의 변화를 플루서는 이렇게 요약함. "먼저 인간은 생활세계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그것을 상상한다. 이어서 그는 상상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그것을 기술한다. 그 다음에 그는 선형적 문자로 쓰인 비판으로부터 물러나 그것을 분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상상력에 힘입어 그 분석을 통해 얻은 합성 이미지를 투사한다."
- 오늘날 우리가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은 대부분 미디어를 통해 매개된 것.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남이 본 것을 보고, 남이 들은 것을 듣는다. 반면 미디어에 매개되지 않은 체험은 대부분 사회적 의미가 없는 사소한 것이 되고 말았다. 귄터 안더스는 이 매개된 체험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사실이라 부르는 것의 어원은 만들어진 것(faktum)이라는 라틴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국 우리가 사실로 알고 있는 것이 실은 이미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 디지털 가상이 아날로그 세계를 그대로 베끼는 것은 적어도 한가지 장점을 갖는다. 인터페이스에 관한 별도 학습 없이도 대중이 운영체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디지털 기기의 인터페이스는 아날로그 현실과 디지털 가상이 봉합선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보임. 디지털 대중도 전자책의 책장을 넘길 때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고 싶어함. 그래서 디지털 문화는 탈육체화에서 재육체화로, 비물질화에서 재물질화로 나아가고 있음. 산업혁명의 인터페이스는 기계를 상수로 놓고 인간을 변수로 간주해 인간을 기계에 꿰맞추려는 경향이 있었음. 그때 인간은 기계를 지향했음. 20세기 모더니즘 예술을 지배했던 무기물의 미학, 즉 추상과 몽타주는 그런 기계화의 예술적 반영이리라. 반면 정보혁명의 인터페이스는 인간을 상수로 놓고 기계를 변수로 놓는다. 여기서 디지털 가상마저도 아날로그 현실과 똑같이 디자인하려는, 이른바 디지로그의 복고적 경향이 발생한다. 오늘날 예술에서 유기체의 미학이 부활하는 것은 이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대중의 의식에 일어나는 변화다. 그것이 가상현실이든 증강현실이든, 오늘날의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가상과 현실을 봉합선 없이 중첩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런 인터페이스에 이미 익숙한 대중은 가짜마저 진짜처럼 대하는 파타피지컬한 태도를 자연스레 갖게 된다. 디지털 대중은 가상과 현실, 관념과 실재의 구별을 괄호 안에 집어넣어버리는 현상학적 판단중지, 즉 존재론적 중립의 태도를 취하려 한다. 이것이 디지털 대중의 새로운 세계감정이다.
- 제이 데이비드 볼터와 리처드 그루신에 따르면 미디어의 발전은 뉴미디어가 올드미디어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가 공존하면서 상대의 전략을 차용하는 식으로 이루어짐. 이를 재매개라 부름. 이를테면 윈도우가 아날로그의 은유(오피스, 폴더, 파일, 휴지통)를 사용하는 것은 과도기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미디어의 발전에서 쉽게 발견되는 일반적 현상이라는 것. 칼라TV의 중계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방송이라는 올드미디어가 게임이라는 뉴미디어 전략을 차용한 재매개 현상이라는 것. 중계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채팅창 혹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시청자 견해가 올라왔음. 네티즌들은 방송으로 지켜본 상황에 대한 코멘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촬영팀에게 전달되었음. 이를테면 광화문에서 시민들을 인터뷰하다가 "시위대가 사직터너에서 경찰의 저지선을 뚫으려 한다"는 제보가 들어오면 방송팀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감. 카메라로 비친 영상을 보고, 지금 도로에 스티로폼으로 연단을 쌓는 이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봐달라고 구체적 지시를 하는 경우도 있었음.
- 방송이 게임의 포맷을 차용했따는 사실의 바탕에는 더 중요한 것이 있음. 기실 방송의 보도는 진지한 현실에 관한 것이고 게임은 허구속에서 이루어지는 놀이일 뿐이다. 하지만 촛불집회 현장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정치와 오락을 가르던 뚜렷한 경계가 사라졌다는 것. 현장에서는 불과 100미터 거리를 두고 치열한 투쟁과 즐거운 놀이가 공존했다. 촛불시위 속에서 저개발의 정치, 즉 투쟁의 정치는 과개발의 정치, 즉 놀이의 정치와 하나가 되었다. 서사학과 유희학은 앞으로 정치학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다. 저개발의 정치에서 과개발의 정치로 이행하는 데는 당연히 물질적 근거가 바탕에 깔려 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오면서 노동과 오락의 경계는 희미해진다. 정보사회에서는 생산의 수단과 여가의 수단이 서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중은 컴퓨터로 노동하고 컴퓨터로 놀이한다. 노동과 여가가 시각적으로 구별되지 않는 것이 종종 노동을 감시해야 할 자본에는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노동자들이 클릭 한번에 근무모드에서 오락모드로 넘어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종종 외부로 연결되는 인터넷을 제한하거나 아예 차단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 구술문화에서는 로고스보다는 뮈토스가 중요. 거기에는 객관적 기술보다는 주관적 상상이, 논증의 정합성보다는 플롯의 개연성이, 이성적 비판보다는 정서적 공감이 더 잘 어울림. 구술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태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제공하는 능력이 아니라 현실의 복잡한 사태를 영웅적 스토리로 압축, 변환하는 능력임. 토론토 학파 학자들이 지적하는 대로 전자매체는 문자문화가 무너뜨린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는 경향이 있음. 실제로 나꼼수 청취자들은 버스나 전철에서 독특한 손동작으로 같은 상상의 공동체에 속한다는 무언의 교감을 낯선 이들과 나누곤 했음.
- 인쇄술로 무장한 문자문화는 한때 구술문화의 비논리를 비웃었음. 새로운 구술문화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무장하고 나타나 마치 복수라도 하듯이 문자문화의 논리를 비웃음. 서구사회가 오랜시간에 걸쳐 비교적 탄탄한 문자문화를 형성해왔다면 한국에서는 문자문화의 역사가 매우 짧았음. 공동체적 구술문화의 전통이 강고하다는 점은 인터넷이나 SNS위에 가상공동체가 형성되는데 유리한 조건이 되어줌. 하지만 그것이 문자문화의 비판적 이성으로 뒷받침되지 못할 때 그 발달한 테크놀러지를 들고 1차 구술문화로 함몰하기 쉽다.
- 나꼼수는 탈정치화한 디지털 세계에서 내면에 숨은 정치적 욕망을 발견하고 끌어냈으며, 네트워크로 연결된 개인들의 연대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디지털 참여민주주의의 가능성도 보여주었음. 나아가 유저가 제작하는 콘텐츠가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기존 언론을 능가할 수 있음을 입증했고, 기능전환으로 테크놀러지를 정치적 목적에 전유하는 탁월한 예를 제시하며 정치의식에 유희정신을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정치적 주체들을 낳았음. 나꼼수의 한계는 우리 사회의 의식이 아직 테크놀로지가 제공하는 진보적 잠재성을 올바로 활용할만큼 성숙하지 못했음을 의미함
- 차별을 당하는 자들이 왜 타인을 차별하려고 할까? 이유가 있다. 메이지 유신 당시 일본에서 신분체 철폐에 가장 반대한 것은 외려 상민들이었음. 신분제가 철폐되면 천민을 차별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 사무라이로부터 받는 차별의 수모를 견디게 해준 것은 그들이 마음놓고 차별할 수 있는 천민계층의 존재였음. 일베의 심리도 다르지 않음. 현실에서는 차별의 대상이지만 적어도 일베에서 그들은 차별의 주체가 될 수 있음. 일베의 고학력 인증 사태도 이와 관련됨. 그것은 학력으로 차별받는 이들이 차별에 항의하는 대신 타인의 고학력을 내세워 차별하는 위치에 서보고 싶은 욕망의 산물이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회원들이 굳이 학력을 인증할 필요를 못느낄 것이다. 일베에서는 다르다. 거기서 그것은 실재계를 가리는 스크린 역할을 한다. 즉 자신을 소수 고학력 회원들과 동일시함으로써 자기가 학벌사회의 루저라는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차별받는 현실을 잊으려고 차별하는 권력에 동승할 때 병신게임의 무정부주의적 해학은 곧바로 파시스트적 공격으로 전화하게 됨. 자신을 병신이라 부르려면 보통은 존재의 여유가 필요하다. 자신이 병신이 아니라 믿는 이들만이 자신을 병신이라 부르는 놀이를 허락할 수 있다. 그러나 일베회원들은 다르다. 그들은 무의식 깊은 곳에서 자신을 병신으로 여긴다. 그들이 자신을 병신이라 부를 때 거기에는 놀이의 여유가 아니라 실존의 절박함이 묻어 있다. 이것이 그들이 인정하기 싫은 실재계다. 이를 공격적으로 망각하려고 억지로 차별대상을 만들어보지만 그런다고 실재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충족되지 않은 욕망은 반복적으로 표출되기 마련, 그래서 혐오발언을 마치 오토마톤처럼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기억은 항상적이지 않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주체가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기억된다. 역사라는 이름의 집단적 기억도 마찬가지이다. 역사학은 그저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작업이 아니다. 집단의 기억을 끊임없이 재조직 하는 것이야말로 역사학이 할 일이고, 또 이제까지 해왔던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집단의 것이든 개인의 것이든, 과거의 기억을 다시 조직하는 것은 그리 신기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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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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