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영수 씨(29)는 지난 한 달간 ‘고지저탄(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약 10㎏을 감량했다. 김 씨는 매일 삼겹살과 양배추 두 가지로만 하루 세 끼를 먹고 있다. 간식으로는 아몬드와 호두, 마카다미아를 챙겨 먹는다. 김 씨는 “탄수화물은 거의 먹지 않다 보니 공허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참지 못할 때에만 카카오 99% 초콜릿을 소량 먹는다”고 말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사람들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고지저탄 식단의 핵심은 극소량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버터 같은 고지방 음식을 듬뿍 먹으면 오히려 살이 빠진다는 것. 전체 칼로리의 50% 이상(70% 권장)을 지방으로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15%(50g) 이내로 제한한다.
고지저탄 식단이 체중 감량으로 이어지는 원리는 이렇다. 몸속 지방을 축적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슐린.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인슐린 분비가 줄어든다. 인슐린이 나오지 않으면 지방이 축적되지 않는다.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풍부하게 먹어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살이 빠지게 되는 원리다.
하지만 이 같은 식단은 장기적으로 볼 때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일부 논문으로 발표되기는 했지만 세계 어느 기관, 학회, 정부도 고지방 식이요법을 정식으로 추천하는 곳은 없다”면서 “특히 지방 비중을 70%까지 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고지저탄식은 버터, 돼지기름, 붉은 고기 등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에 관대하다. 하지만 포화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우리 몸속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해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혈관 손상,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임 교수는 “물론 지방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올리브오일, 견과류, 생선 등에 많은 불포화지방산을 여유 있게 섭취하는 것은 권장한다. 하지만 삼겹살에는 불포화지방산보다 포화지방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대장암 등 소화기질환에 대한 걱정도 따른다. 국내에서 대장암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대장암을 막는 식습관 중 첫째가 육식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도훈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고기 위주 식단은 대장에 용종을 발생시키기 쉽다. 대장암은 99%가 용종을 거쳐 대장암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일시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해도 이후 요요 현상으로 더 괴로울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허양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지저탄도 일종의 원푸드 다이어트다. 다른 것 신경 쓸 필요 없이 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쉽게 느껴지고, 또 하나만 먹다 보면 그만큼 먹는 양이 줄어서 처음에는 살이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오래 지속할 수도 없을 뿐더러, 중단하면 이전보다 더 많이 먹게 되고 체중이 불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체중 감량 등 비만 예방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반길 일이다. 다만 다이어트에 대한 바른 관점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 날씬해지고 싶은 욕구 때문에 다이어트 관련 사술이 난무한다. 일시적인 방식으로 효과를 보려는 것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김도훈 교수의 당부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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