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나 조직은 목적을 갖고 행동하다가 영향을 줄 수 있는 불확실한 무엇을 마주했을 때 '영향'이 좋은 것이라면 키우고 나 쁜 것이라면 곧바로 피한다. 그 영향을 키우거나 피하는 수단을 찾는 것을 '리스크 매니지먼트'라고 부른다. 리스크의 발생 시기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며 실제로 발생했을 경우에는 미리 정한 방식으로 대응한다. 특히 악영향이 우려되는 긴급 사태가 발생했다면 사업 계속 계획을 포함한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를 시행한다.
- 오픈화란 사람, 조직, 국가, 사회가 개방되고 연결되어 왕래가 자유로워지는 경향을 두루 일컫는다. 시장과 공급망이 세계를 무대로 오픈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발전했다. 이렇듯 오픈화는 전 세계에 혜택을 주었지만, 한편으로 그 영향력을 꺼리는 세력은 원점으로 되돌아가려 압력을 넣고 있다. 오픈화의 영향 중 하나는 급변하는 룰'이다. 연결된 세계에서는 새로운 세력이 새로운 룰을 들고 나오면 순식간에 퍼진다. 오픈화에 대한 반동으로, 전 세계에 통용되던 상거래 룰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국가도 있다. 미국 아마존닷컴이 어떤 분야의 시장에 뛰어들면 그 시장의 룰이 바뀌고 기존 플레이어가 쫓겨난다는 이른바 아마존 이펙트는 전 세계 소비자와 생산자가 인터넷으로 연결됨으로써 벌어진 현상이다. 아마존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서점과 음반 매장, 완구점과 의류 매장 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제 아마존은 약국에 이어 금융 서비스까지 발을 들일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도 오픈화에 대한 반동의 사례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은 다국간 무역 협정을 경시하는 것을 비롯해 전 세계가 연결되기 위해 오랫동안 지켜온 룰을 하나하나 뒤집고 있다. 룰을 자의적으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 세계의 관심을 끈 미중 무역전쟁이다. 간단하게 짚어보면,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적자는 2017년에 3756억 달러였다. 이는 1990년 무역 적자의 30배며, 2017년 미국의 무역 적자 총액인 8112억 달러의 46.3퍼센트에 이른다.
- 해외 진출의 문제점을 인프라 수출에 수반되는 정치 리스크’와 '이중과세'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자. 일본 기업은 1990년대부터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활발하게 인프라를 수출했다. 발전소 같은 에너지 사업에서 시작해 철도와 도로 등의 운수 기반 시설, 수도와 해수 담수화 등의 수력 설비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일본의 인프라 기업에 유망한 시장으로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가 꼽히며 향후에는 몽골과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방글라데시 또한 유망한 시장이 될 전망이다. 이들 신흥국에 인프라를 수출할 때 걸림돌이 되는 것은 외환 거래, 제도 및 인허가 조건의 변경, 자산 접수, 정치 폭력, 정부와 기관의 계약위반 같은 정치 리스크다. 여기에서도 룰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증가하고 있는 사례가 계약 위반이다. 예를 들어, 인도에 진출한 기업 대부분이 토지 수용과 관련해 계약 위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인도 당국이 토지 수용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해서 계약을 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막상 땅 주인이 퇴거를 요구해 기업이 직접 설득하거나 땅 주인이 이전할 거주지와 직장마저 찾아준 사례가 있었다. 공장이 완공된 후에 전에 살던 거주민이 돌아와 판잣집을 짓고 다시 살기 시작한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런 사태의 배경에는 빈곤이 깔려 있으므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통과 운수 사업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현지 정부 가 장밋빛 사업 계획을 앞세워 모든 리스크를 당국이 감당하겠다는 내용으로 계약을 했으나, 실제로 리스크가 발생하면 기업에 그 부담 을 떠넘겨 사업이 파탄 나는 경우다. 공항 사업권을 따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물거품이 되거나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의 거부 운동을 정부가 막지 못해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
- 어떤 기업은 현지 정부가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지 못하도록 계약 조건을 엄격히 하는 조약을 내걸기도 하고 만약을 대비해 보험에도 가입한다. 하지만 분쟁으로 치닿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 원인으로는 정권 교체 때마다 현 정권이 전 정 권의 실적을 부정하는 경향, 만연한 비리, 관리들의 계약 개념과 실 무 능력이 결여된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대개 그 지역 에서 오랫동안 반복됐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기업이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이중과세다. 일본 제조사가 중국에 현지 법인을 만들어 공장을 짓고 일본 모 회사의 기술과 부품으로 제품을 생산한 뒤 해외 시장에 판매해 이익 을 얻었다고 치자. 이럴 때 기업이 이익률을 3퍼센트로 계산해 중국 과 일본의 세무 당국에 세금을 내도, 중국 세무 당국이 이전 가격 세제를 적용해 이익률을 5퍼센트로 추징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전 가격 세제란 관련 기업 간 거래(이를테면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 간 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해당 거래가 통상의 제삼자와 거래할 때와 같은 가격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소득을 다시 계산해서 신고한 내용과 차이가 있으면 과세한다. 이 제도는 원래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이 해당 국가에서 얻은 이익을 조세 회피처로 돌려 탈세를 꾀하는 데 대항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적정하게 거래를 하는 기업마저 터무니없는 세금을 내도록 강요받으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 IT 산업의 역사는 승자 교체의 역사다. 극강의 승자가 등장하고 승자에게 비난이 집중되면 독과점 금지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제로 승자가 교체되는 계기는 여론의 비난이나 독과점 금지법의 영향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서 다른 승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로써 이 전 세대의 승자는 무너진다. 컴퓨터 제조업계에서 2위 기업의 총 매출액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뒀던 1위 기업 IBM을 무너뜨린 것은 경쟁사가 아닌 PC를 활용해 정보화를 이끈 마이크로소프트였다. 그리고 한때 마이크로소프트를 흔들었던 것은 정보를 PC가 아닌 클라우드상에서 처리하는 새로운 트렌드며 이를 주도한 것이 GAFA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전성기에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듯 막강해 보였다. GAFA도 마찬가지다. GAFA를 승자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다음의 승자는 지금은 보이지 않는 새로운 트렌드를 타고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IBM은 기업의 사무 처리 데이터를 장악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문서 작성 등 개인정보 처리 데이터를 장악한 덕분에 막강해질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 GAFA 중에서 애플을 제외한 3사는 이용자의 온라인 이용 정보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는 변덕스러워서 다른 인터넷 서비스로 쉽게 갈아탄다. GAFA는 위협인 동시에 일종의 경제권을 구성해 많은 기업에 혜택을 주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고, 아마존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광고하는 등 GAFA에 기대어 성장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GAFA의 몰락이 가시화되면 이들이 구성한 경제권 안에 있던 기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 자가 소비와 에너지 지산지소가 확산되면 멀리서부터 전기를 실어 나르는 송전선의 가동률이 낮아진다. 그 영향으로 송전선 유지비 에 관한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경우에 따라 전기 요금의 인상이라는 방식으로 수요자의 부담이 늘어나거나 추가 투자가 이루 어지지 않을 때는 송전선의 유지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먼 곳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비용이 상승하면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산업은 입지 전략을 다시 검토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에 섞인 불순 물을 걸러내는 정련 산업은 전기세가 높은 지역에서는 존속할 수 없고 브라질처럼 저비용 수력발전 설비가 구축된 지역에 집약되기 마련인데 다른 산업도 이처럼 재편될 수 있다. 국내외에서 송전 인프라의 유지가 문제가 된 사례는 이미 가시화 되고 있다. 주택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보급 중인 미국에서는 수년 전 부터 송배전망 유지의 위기가 지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네트 에너지 미터링net energy metering 제도 덕분에 많은 지역에 주택 태양광발전 설비가 보급돼 있다. 이는 소비자가 신재생 발전 설비로 전력을 직접생산 및 소비하고 남은 전기를 전력 회사에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 전력 회사는 입장에서는 직접 전기를 생산하게 된 소비자가 늘어 전력 회사의 전기가 적게 사용되면 더 이상 전기 요금을 통해 송배전망을 관리하는 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 송배전망의 관리라는 관점에서 본 이 상황을 데스 스파이럴eath spiral 이라고 한다. 만일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전력 회사는 송배전망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지 못하는 수요자는 여전히 존재할 테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송배전망이 여전히 필요하다. 따라서 주택 태양광 설비와 송전 인프라를 어떻게 양립시킬지가 제도 설계의 관건이 된다. 일본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고정 가격 매입제를 바탕으로 도입된 재생에너지는 매입 기간이 종료되는 20년 뒤에는 감가상각이 끝나므로 일부 시설만 손을 보면 연료비를 전혀 들이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에너지 지산지소를 목표로 인근 수요자에게 전기를 팔고 싶을 때는 전국 어느 지역으로는 고정적인 운송로로 전력회사의 송배전망을 이용해 전기를 보낼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력 회사가 판매하는 전기 요금과 차이가 없다. 에너지 지산지소를 추진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가까운 곳에 전기를 보낼 때는 운송료를 할인해야 한다는 수요지 근접 할인'을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할인 제도가 도입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가까운 지역의 운송료를 할인해주면 그만큼 먼 거리에 보내는 운송 료를 인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살펴본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는 전제가 있다. 자가 소비와 에너지 지산지소가 이루어진다 해도 '송전선은 사회 인프라로서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전제다.
- 소비 행동의 시간이 바뀌면 제조뿐 아니라 유통과 서비스도 변화한다. 편의점과 홈쇼핑의 보급은 24시간 구매가 가능한 소비 행동에 대응한 것이다. 요즘은 24시간 영업하는 피트니스 클럽이 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소비할지 점점 예측할 수 없게 변하고 있다. 무엇을 살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런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덕후화다. 소비자는 생필품 외의 소비재를 선택할 때만큼은 취미와 기호에 따른다. 혼자 산다면 소비에 대해 잔소리하거나 말리는 동거인도 없고, 정보화가 진전되고 온라인 판매가 진보한 덕분에 선택지까지 넓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이미 변화의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ZF는 자율주 행 전기 자동차를 개발하는 벤처 기업 이고모바일과 도시형 자율주행차량을 제조하는 합작 법인 이고무브를 설립해 생 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합작사가 노리는 것은 과거의 소비자와 기업이 아니다.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에 참여하고 싶으나 차량을 제조하는 기술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 팔려는 것이다. 이고무브는 연간 수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ZF는 5~7년 이내에 이 런 차량에 대한 수요가 100만 대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메가 서플라이어는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에게 자율주행 차량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일본의 완성차 제조사도 이를 검토 중이다. 서비스 제공자용 차량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 부품 제조사와 완성차 제조사가 동등하게 경쟁하는 전에 없던 시장 구도가 나타날 전망이다. ESS의 비용이 낮아지면, 전력 회사의 송배전망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완전자립형 자가 소비 모델'이나 독립적인 전원을 사용한 마이크로그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전기 사용자가 전력 회사의 송배전망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현실화될 경우, 더는 전기 요금을 통해 송배전망의 유지 비용을 확보할 수 없다. 그렇게 되었을 때 진정한 의미의 데스 스파이럴이 시작돼 전국의 송전 인프라는 엄청난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은 '소액화, 시간적 분산화, 덕후화로 요약된다. ‘소액화'는 말 그대로 가구당 소비량이 줄어드는 경향이다. 슈퍼에서 양배추를 판매하는 경우를 들여다보자. 7인 가구 시절에는 양배추를 통째로 팔았으나, 4인 가구 시절에는 절반으로 잘라 팔았고, 1인 가구가 대세인 요즘은 4분의 1 혹은 그보다 작게 나눠야 팔린다. 그러니 슈퍼의 매출은 감소하고 생산자의 비용은 증가한다. '시간적 분산화'는 소비 행동이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옛 시절을 그린 애니매니션 속 사자에 씨네 일곱 식구들은 저녁이 되면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하지만, 혼자 살면 언제 어디에서 먹어도 상관없으므로 누군가의 형편에 맞출 필요가 없다. 소비 행동이 일어나는 시간의 변화는 상품 기획에 영향을 미친 다. 세탁기를 예로 들어보자. 대가족의 빨래를 전업주부가 담당하는 라이프 스타일에서는 건조 시간을 고려해 아침부터 점심 사이에 세 탁이 이뤄진다. 얼룩이 많은 아이의 옷을 빨려면 세정력이 강해야 할 테고, 세탁량이 많은 만큼 절수 기능이 있거나 적은 세제로도 세탁이 가능하면 좋을 것이다. 이에 비해 도시에서 일하는 독신 여성의 라이 프 스타일에서는 세정력이 강하거나 대용량을 세탁할 수 있는 기능 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퇴근 후 세탁기를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 을 고려할 때 차라리 소음이 적은 제품이 더 선호될 것이다.
- 소비 행동의 시간이 바뀌면 제조뿐 아니라 유통과 서비스도 변화한다. 편의점과 홈쇼핑의 보급은 24시간 구매가 가능한 소비 행동에 대응한 것이다. 요즘은 24시간 영업하는 피트니스 클럽이 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소비할지 점점 예측할 수 없게 변하고 있다. 무엇을 살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런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덕후화다. 소비자는 생필품 외의 소비재를 선택할 때만큼은 취미와 기호에 따른다. 혼자 산다면 소비에 대해 잔소리하거나 말리는 동거인도 없고, 정보화가 진전되고 온라인 판매가 진보한 덕분에 선택지까지 넓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초기 대응을 잘못하면 지킬 수 있던 것도 지키지 못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특히 사안을 축소하는 태도는 잘못된 대응이다. 불미스러운 사태에 직면했을 때 기업은 “별일 아니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반응하며 정보 공개에 소홀하기 쉽다. 그러나 사태를 판단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사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여러 기업에서 벌어진 품질 데이터 조작, 이물질 혼입, 정보 누설, 부정 회계 등의 불미스러운 일과 법률 위반 사례가 눈에 띈다. 리스크가 실제로 발생한 경우에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에서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적절한 홍보 다. 여기에 서툴면 브랜드 가치가 현저하게 훼손되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사례가 고베제강神戶製調의 가와사키 히로야(博也 회장 겸 사장이 데이터 조작 사건을 계기로 사임한 사건이다. 2017년 11월, 알루미늄 청동 부재의 품질 검사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 됐다.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의 홍보 측면에서 보면 여러 가지를 지 적할 수 있다. 우선 고베제강의 최고 경영진이 비리를 파악하고 입장 문을 발표하기까지 한 달 넘게 걸렸을 뿐 아니라, 언론 추궁에 못 이기는 척 찔끔찔끔 정보를 공개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심지어 이 문제는 고객과의 계약상 일일 뿐 법률 위반은 아니라는 태도를 취했던 탓에 사태 진화에 실패했다.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 홍보는 새로운 경영 과제다. 2000년 유키지루시유업(현재는 '유키지루시메그밀크EN)이 집단 식중독 사건을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보자. 당시 유키지루시유업의 사장은 제품 회수와 기자 회견을 뒷전으로 미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결국 기자 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나도 놀고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말해 더 큰 비난을 불러왔다.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 홍보를 둘러싸고 변화가 생기고 있으므로 기업은 이에 대응해야 한다. 이에 대해경제홍보센터의 사쿠와 도
르佐 상무이사 겸 국내홍보부장은 다음처럼 말했다. “사회 환경이대화하면서 위기는 더 다양화해졌으므로 보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뜻밖의 사건이 증가하고 있어 과거의 노하우가 통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첫 번째 변화는 유출 문제다. 앞서 살펴봤던 폭로가 여기에 해당한다. 종신 고용제가 흔들리고 기업에 대한 직원의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다. 기업은 정보를 관리하는 데 어 려움을 겪고 있다.두 번째 변화는 SNS의 발달이다. 악플 문제는 이미 언급했다. 과 거에 기업의 홍보 대상은 이해관계자였지만, SNS가 보급되면서 직접 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인도 홍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 번째 변화는 법률에 대한 사회의식의 변화다. 과거에는 당연 하게 여겨졌던 관습이나 통념이 언제까지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사쿠와 부장은 이에 대해 “예전 같으면 과자 한 상자 들고 찾아가사과하면 해결됐을 고객 불만이 지금은 자칫 중대한 위기로 닥칠 수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 홍보컨설턴트인 오모리 아사히大森朝日는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크라이시스 매니지먼트 홍보의 핵심은 사건의 중대성을 신속하고정확하게 판단해 사회가 납득할 만한 착지점을 찾아 사태를 수습하
- 인터넷의 등장은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 과거에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하는 수단은 텔레비전이나 신문 광고 등 매스컴을 통한 간접적인 수단이 주였다. 그러나 인터넷이 보급된 뒤에는 기업이 웹사이트나 메일 등 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직접 정보를 전달하게 되었고, 기업과 소비자 간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측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발신하는 관계에서 쌍방향성 관계로 달라졌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등장으 로 기업과 소비자 간 커뮤니케이션의 쌍방향성은 더욱 강해져 상시 접속 상태가 됐다. 인터넷 사회에서는 웹사이트나 기업 SNS 등 스스로 정보를 전달 할 수 있는 이른바 오운드 미디어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동 시에 이전에 없던 악플 사태가 빈발하게 됐다. 악플이 심해지면 발신 한 정보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비난이나 비판이 쇄도해 수습이 어렵 다. 기업의 경우, 인터넷 악플 탓에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고 경우 에 따라서는 경영에 타격을 입게 된다.
- 지금까지 일본은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성능을 중요하게 보지 않았다. 파리 기후 협정을 지키기 위해 건물에 대한 에너지 절약 의무 가 마련된 것이 2017년 4월이다. 당장은 총면적 2천 제곱미터 이상인 주택 건물이 그 대상이며 2020년까지 모든 신축 건물에 적용된다. 이 로써 일본에도 에너지 절약 건축이 보급될 것이다. 21세기 후반까지 온실가스의 인위적 배출과 삼림 흡수 배출 간에 균형을 이루게 해 실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탈탄소' 대처도 시 작됐다. 그리고 연간 1차 에너지 소비량을 0으로 하는 친환경 주택인 네트 제로 에너지 하우스(Net Zero Energy House, 이하 'ZEH)'는 2020년 까지 신축 공공건물에, 2030년까지 신축 건물의 전체에 적용된다. 머지않아 제로 에너지 빌딩(Zero Energy Building, 이하 'ZEB')과 ZEH가 당연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때는 에너지 절약 성능의 우열이 부동산 가치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에너지 성능이 높은 건물은 가격, 임대료, 입주율이 높은 그린 프 리미엄이 붙어 가만히 있어도 가치가 오르는 고등 자산이 되고, 에너지 성능이 낮은 건물은 가격, 임대료, 입주율이 낮은 브라운 디스카운트가 된다.앞으로 ZEB나 ZEH가 보급돼 평균적인 에너지 절약 성능이 향상되면 기존 건물을 중심으로 브라운 디스카운트를 받는 빌딩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난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 만히 있어도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좌초자산"이 되고 만다. 일본에서는 부동산의 내진 성능이 1981년 5월 이전의 구식 내진설계를 따르는지, 같은 해 6월 이후에 실시된 신식 내진 설계를 따르는지에 따라 그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구식으로 내진 설계가 된 건 물은 보강을 통해 내진 성능을 확보하지 않으면 브라운 디스카운트 를 피할 수 없다.
- 자율주행 기술이 보급됨에 따라 자동차 산업의 구조는 큰 변화를 피할 수 없다. 주로 지목되는 것이 메가 서플라이어(대형 부품 공급사)'라 불리는 자동차 부품 제조사다. 메가 서플라이어가 득세하면서 완성차 제조사와 입지가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있다. 역할이 나뉘 어 메가 서플라이어가 자동차의 대부분을 만들고, 완성차 제조사는 마지막 단계에서 양념만 치게 될 것이라는 견해다.
- 밀레니얼 세대는 충만한 사생활과 일을 병행하고 싶어 한다. 이 들은 시간에 제약을 두지 않고 일하는 관리직의 커맨드 앤드 컨트롤 사고방식에 진저리를 치며, 이것이 업무에 대한 불만과 의욕 저하로이어진다. 이런 상황이 갤럽의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이다. 과거에는 워크 라이프 컨플릭트라고 하면 주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위해 고민하는 소수의 여직원만 경험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직원이 회사 내 다수를 차지한다. 경영자는 이를 이해해야 한다. 워크 라이프 컨플릭트를 겪는 직원은 생활의 질이 저하돼 업무에 의욕적으로 임하지 못하는 등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면 이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토시 교수는 채에서 '기업이 인력을 활용할 때, 직원의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지지하고 워크 라이프 컨플릭트를 해소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사회 면에서는 여성의 채용에 주목하는 투자가가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의결권 자문 회사인 미국 글래스루이스 Glass Lewis는 2019 년부터 일본의 주요 상장 기업에 여성 임원의 발탁을 요구한다는 방 침을 세웠다. 이 회사는 기업에 여성 대표이사나 감사가 없을 때는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선임 의안에 반대표를 낼 것을 권하기도 한다. 해외의 기관 투자자들은 의결권 자문 회사의 조언을 그대로 수용하 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들이 간과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중장기 자금을 조달할 때 은행이 큰 역할을 해왔으나, 1990년대 버블 붕괴를 계기로 은행 대출이 감소하기 시작 해 현재는 은행의 기업 자금 조달 비율이 5퍼센트 이하다. 은행 대신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 30퍼센트를 웃도는 외국인 투자자다. 주 주총회에서 경영 총수를 선임하지 못하면 해외의 기관 투자자는 투 자를 철회할 수 있다.지배 구조 면에서는 기업의 고문 제도에 대해 엄격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자. 기업의 고문 제도는 종신 고용을 전제로 한 인사 제도의 종착점이자, 일본적 경영의 상징이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의 눈에는 별다른 기여가 없는 사람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처럼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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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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