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먼저 움직인다

경영 2021. 9. 12. 13:05

- ESG 투자의 급작스러운 성장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걱정은 ESG 성과의 기준이 결국 낮아지고 ESG 투자가 선택하는 기업이나 자산이 그외의 자산과 본질적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1년 2월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미국의 ETF 운용사 트루마크 인베스트먼트(TrueMark Investments)의 최고투자책임자 조던 왈 드레프(Jordan Waldrep)는 140억 달러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ESG ETF펀드(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가 투자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이들 기업은 온실가스 밀도를 25퍼센트 줄였다고 밝혔다. 꽤 괜찮은 성과 같지만, 같은 시기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심각한 기업 55개만 제외하면, S&P 500 지수의 온실가스 밀도 감축률은 36퍼센트 수준이라고 한다. 가장 인기 있는 ESG ETF들이 주식을 보유한 기 업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S&P 500에 속하는 기업 대부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 ESG 투자는 ESG 측면에서 부정적 성과를 보이는 기업들을 배제하거나 (negative screening) 긍정적 성과를 보이는 기업들을 선별 하는(positive screening) 느슨한 형태에서부터 투자 전략 안에 ESG 요소들을 결합하여 총합적 판단을 내리는(ESG integration) 형태까 지 그 강도와 방식에 따라 갈래가 나뉜다.
그중에서도 임팩트 투자는 ESG 투자의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비즈니스를 통해 환경적·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곳 에 투자한다. 환경과 사회를 바라보는 렌즈로 시장 기회를 포착 하고, 다양성과 포용의 관점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임팩트 투자의 기저에 깔린 철학이자 전략 그 자체다. 공격 이 최고의 방어라는 말처럼 ESG를 비용이 아니라 기회로 만드는 곳이 게임에서 결국 이길 것이다. 임팩트 투자의 접근법이 그 방 법이 될 수 있다.
- 임팩트 비즈니스가 영화 한 편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에서 출 한다면,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요구를 읽는 데서 출발한다. 임팩트 투자는 개인적인 것들이 사회적 요구가 되고, 곧이어 시장의 흐름이 되는 순간을 한 발 앞서 포착하려는 시도다. 어느 지점 어 떤 순간에 자본을 투입해야, 그 시장의 기회를 한 발 앞서 잡을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은 다음의 질문과 다르지 않다. 어떤 사회 적 요구에 언제 힘을 실어야 가장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 어떤 사람들의 가장 개인적인 욕구는 사회적 바람의 풍향계 가 되어준다. 그 바람이 너무 거세져 돛을 세울 수 없게 되기 전에 큰 돛을 지어 좋은 배에 달아주는 일이 임팩트 투자다.
- “우리의 책임과 금융 부채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본 어느 날, 나는 사업가이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업가로 남게 될 것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이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업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한 상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평범 한 사업 규칙을 따라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항 공사 잡지 광고에서 본 양복을 입은 창백한 얼굴의 시체들과는 가능한 한 거리를 두고 싶었다. 사업가가 되어야만 한다면 나만 의 방식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이본 쉬나드가 마지못해 사업가의 책임을 받아들인 지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파타고니아는 추정컨대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기업이자,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파타고니아의 특별함은 기업의 철학에서 나온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 특별한 철학이 모든 사업 활동에서 일관적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데서 온다. 파타고니아의 경영 철학이 담긴 우리의 가치관이라는 문서를 일부 옮기자면 이렇다.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위태로운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전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제 생존 가능성은 점점 대중의 관 심을 지배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 가장 문제가 되는 기업 가 치관은 사세 확장이나 단기적인 수익 창출을 품질, 지속 가능성, 자연환경, 인간의 건강, 성공적인 공동체 등의 고려 사항들보다 우선시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의 근본적인 목표는 위와 같은 상황을 온전히 인식하여 기업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인간과 환경 모두에 이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 '패스트’ 패션을 누린 대가는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운석처럼 빠르게 돌아왔다.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는 지인이 “과격하게 말 하면 쓰레기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며 자조적으로 털어놓았던 것처럼, 패션산업은 현재 석유산업 못지않은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패션산업은 글로벌 탄소 배출의 10퍼센트가량을 차지한다. 게다가 산업용수 사용에서 패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퍼센트나 된다. 옷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칵테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종류의 유해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것도 문제다. 이런 유해 물질들이 토지와 수질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그 모든 공정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 의류 생산은 기술 혁신이 더딘 분야로, 여전히 전 세계 의류 생산의 대부분이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 등지에서 노동집약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 소고기 못지않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식품이 있다. 바로 새우다. 해산물 중 가장 많이 소비되는 새우의 경우, 양식을 통해 공급되는 양이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쯤을 차지한다. 특히 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양식이 전 세계 양식의 70~80퍼센트를 차지한다. 지난 30~40년간 동남아시아 지역의 대규모 맹그로브 숲이 벌목되었고, 특히 태국의 경우 전체 맹그로브의 55퍼센트가 사라졌는데 이중 32퍼센트에 새우 양식장이 지어졌다고 한다. 해안가습지는 소를 먹이기 위해 잘려나가는 열대우림에 못지않은 기후의 보호막이다. 여기에 더해 단일 개체를 고밀도로 양식할 때 흔히 나타나는 질병에 대한 취약성, 이로 인한 항생제 남용의 문제는 육류 생산의 양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
- 맥킨지 보고서 (기후 계산법: 1.5도 상승으로 가는 길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섭식의 전환으로 (1) 반추동물 고기의 섭취를 줄이고, (2) 현대식 농법을 저탄소 농법으로 전환하는 일과 더불어, (3) 식품 쓰레기 배출을 대폭 줄이는 일을 꼽는다.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의 3분의 1이 버려지는데, 기온 상승을 15도 내로 방어하려면 이 비중을 5분 의 1 이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 쓰레기 배출 감소는 필요 생산량 을 줄여 생산과 가공, 운송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뿐 더러, 음식 쓰레기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줄인다. 온실가스 배출만이 문제는 아니다. 먹지 않을 식품을 재배하는 데 중국 영토보다도 더 큰 면적의 땅과, 전 세계 깨끗한 물의 25퍼 센트가 소모된다. 우리에게 올리오 같은 기업이 더 많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히 식품 폐기물을 줄이는 것으로 사업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올리오 말고도 많다.
미국의 스타트업 어필사이언스(Apeel Sciences)는 식물 유기물 에서 유래한 성분의 식용 코팅제를 개발했다. 이를 과일이나 채 소 표면에 코팅 처리해 신선도를 연장시킨다. 이렇게 코팅된 과 일과 채소는 자체 실험 결과 유통기한을 두 배가량 늘리는 것으 로 나타났다. 어필사이언스의 코팅 처리가 적용된 아보카도는 현 재 코스트코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비슷한 접근을 한 모리(Mori) 라는 스타트업은 물과 소금만을 써서 생사(silk)에서 추출해낸 단백질로 식품 코팅제를 개발했다. 어필사이언스의 코팅제는 과일 이나 채소에 활용할 수 있는 데 반해, 모리의 코팅제는 육류나 해 산물을 포함해 모든 식품 종류의 80퍼센트 가까이에 폭넓게 적용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나노 촉매 기술을 통해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솔루션을 만들어낸 퓨어스페이 스(Pure Space)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어필사이언스와 모리가 식품 에 직접 코팅하는 방식을 쓴다면, 퓨어스페이스는 저장 공간 내 별도 기계를 설치해 신선식품이 산화하며 배출하는 에틸렌 가스, 곰팡이와 세균을 분해한다.
- 인디펜던트 워커의 증가는 멀티커리어이즘(multi-careerism) 현 상과 맞물린다. 유연한 부업노동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이 점을 뒷받침한다. 무려 2012년에 〈포브스> 칼럼에서 라리사 포(Larissa Faw)가 밀레니얼 세대의 멀티커리어이즘 현상을 소개한 바 있다. 그는 비아콤(Viacom)의 혁신사업부 로스 마틴(Ross Martin)의 말을 인용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저 1루수이거나 좌익수이거나 하지 않아요. 그들은 '운동선수'죠. 그들의 외장 하 드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끔 어디에든 연결될 수 있 어요.” 라리사 포는 이런 현상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의 멀티커리어이즘이라고 설명한다.
-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즈음부터 in잡러'라는 신조어가 생겨 나 멀티커리어이즘 현상을 대변하고 있는데, 프리랜서와는 다른, 여러 소속과 정체성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멀티커리어이즘이나 n잡러는 단순히 수입원을 다변화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직업, 한 곳의 직장으로 충족되지 않는 다 양한 자기발현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또는 조금 더 안전하게 직업 전환의 가능성을 실험해보기 위해서 인디펜던트 워크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 인디펜던트 워커의 대부분이 소득의 불안정성과 정규직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사회 보장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는 각 개인이 인식하는 것보다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의 여파로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내몰림으로 인디펜던트 워커가 증가할 때 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청년 실업률 의 증가에서 볼 수 있듯이 취업의 장벽 역시 점점 더 높아지고 있 다. 이로 인해 커리어 초기부터 어쩔 수 없이 인디펜던트 워커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층이 스스로 경험의 축적을 통한 성장과 이를 딛고 소득 상승을 이뤄내야 하는 현실 또한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두기 어려운 문제다. 이 문제는 청년층 대부분의 자기효능감과 미래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출산율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결과로 인구 노령화가 더욱 심화된 미래에서 인디펜던트 워커의 소득 불안정성, 특히 은퇴 이후의 상황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인디펜던트 워크를 둘러싼 거래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다. 인디펜던트 워크를 구입하는 쪽에서는 구입하는 서비스의 범위와 질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직면한다. 인디펜던트 워커는 일의 범위에 대한 합의가 모호하고, 업무종결의 시점을 규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거듭 맞닥뜨린다. 약속된 대가를 정확히 지불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인디펜던트 워커가 겪는 고질적인 문제다. 신뢰도와 안정성을 둘러싼 이 같은 문제들은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업체가 주목해야 할 영역이다. 운전이나 배달과 같은 단순한 서비스를 다룰 때에 비해 거래되는 서비스가 복잡해지고 고도화될수록 이런 문제들은 점점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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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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