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

경영 2020. 6. 19. 11:58

- 2000년대 초반에 티보TiVo는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시 청하다가 광고가 나오면 빨리 감기기능을 사용해 건너뛸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를 출시하며 시장에 파괴적 혼란 을 일으켰다. 사실상 티보는 광고 보기와 TV 프로그램 시청하기를 분리한 것이다. 그로부터 15년 뒤 에어리오Aereo라는 벤처 기업이 DVR을 구입하지 않고도 TV 프로그램과 광고를 분리할 수 있게 해주 겠다는 야심 찬 사업 아이템을 들고 시장에 등장했다. 이제 고객들 은 에어리오 서비스를 신청하면 어디서나 광고 없이 원하는 프로그 램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디커플링은 자동차 업계도 쪼개놓았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자동 차 영업소에 찾아가 GM 같은 자동차 회사에서 나온 차량을 구매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가 자동차 업계의 디커플링 1세대 로 차량 공유 회사 집카Zipcar가 등장했다. 집카는 차량을 구매·유지하거나 대여를 위해 매번 사인해야 하는 운전자의 수고를 덜어주 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집카는 도시 곳곳에 회사 소유의 차량을 비치해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회원은 연료나 유지, 보험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이용 시간에 따라 요금을 결제하면 끝이었다. 집카는 차량 구매하기와 운전하기를 연결하는 사슬, 차량 운전하기와 유지하기 사이의 연결고리를 깨트린다. 한편 운전해줄 사람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서는 우버Uber, 리프트Lyft, 중국의 디디추싱 Didi Chuxing 같은 라이드 헤일링ride hailing(전화나 앱 호출을 통해 이동을 희망하는 고객과 차량을 보유한 사업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옮긴이) 서비스가 유용했다. 이들은 차로 이동하 는 것과 차를 소유·운전하는 것을 분리해냈다. 직접 운전을 하든 운 전해줄 사람을 찾는, 차량을 구매하고 보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 들의 입맛에 맞춘 디커플러decoupler가 존재하는 것이다.
- 혁신적인 슈퍼마켓은 두 가지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했다. 전통적인 슈퍼마켓 체인과 마찬가지로 원스톱 쇼핑과 저렴한 가격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제조 업체에게 (예전부터 인기가 높았던 제품 판매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별도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전에 없던 가치도 창출했다. 슈퍼마켓은 구 매자뿐 아니라 공급 업자에게서도 가치를 확보해낸 것이다. 베스트바이도 쇼루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 슷한 조치를 취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월마트를 제외하고 미 국 내 슈퍼마켓 체인에서 가장 큰 수입원은 매장 위치에 따라 제품 진열 비용을 달리 책정해 광고비를 받는 입점 수수료다. 상품 판매 에서 나오는 이윤은 수입원 중 네 번째에 불과하다. 그러니 다음에 슈퍼마켓에 갈 일이 있거든 너무 놀라지 말기를 바란다. 슈퍼마켓은 그저 식료품을 들여와 중간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업체가 아니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끌고 그런 관심을 판다는 측면에서 보면 소매 업체보다는 미디어 회사에 더 가깝다
- 현재까지 인터넷에서는 세 번의 큰 물결이 닥쳤다.
첫 번째 파도는 언번들링unbundling(업계에 따라 묶음 해체, 분해, 개별화 서비스, 개별 가격 매기기, 망 세분화로 부르기도 함)이다. 이는 1990년대 중반 에 시작됐고 학자들의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은 디지 털 매체이기 때문에 처음 인터넷에 뛰어든 기업들은 대개 텍스트, 이미지, 음악, 광고, 미디어 콘텐츠 등 디지털화된 콘텐츠를 판매하 는 회사였다. 전통적으로 미디어 회사는 콘텐츠를 번들링 또는 묶음 판매 방식으로, 고객이 각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구입할 때 드는 비용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해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소비자가 묶음에 포함된 제품을 모두 사용 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는 번들 링을 통해 가치를 확보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같은 종이 신문도 과거에는 뉴스 기 사, 광고, 레스토랑 평가를 포함하는 콘텐츠 묶음이었다. 인터넷은 구글,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옐프 같은 기업이 각 유형의 콘텐츠 를 전문화할 수 있게 했고, 따라서 신문을 분리할 수 있게 됐다.24 케 이블 TV 역시 채널 묶음을 판매한 경우다. 그러다 묶음 해체라는 첫 번째 물결을 타고 훌루Hulu, 소니, HBO가 케이블 채널 패키지를 단일 텔레비전 채널 또는 시리즈로 번들을 해체했으며, 애플Apple의 아이튠즈iTunes는 TV 시리즈를 한 번에 하나씩 구매하고 소비할 수 있 는 단일 에피소드로 분리했다. 인터넷 덕분에 자유를 얻은 언번들링은 신문과 케이블 TV에만 머 무르지 않았다. 음악 업계에서는 EMI 같은 회사가 여러 노래를 CD 에 담아 판매함으로써 오랫동안 콘텐츠 접근을 통제하고 있었다.25 아이튠즈 같은 디지털 서비스는 소비자가 노래를 개별적으로 구입 하게 함으로써 CD를 분해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출판사 맥그로 힐McGraw-Hill은 학생들이 개별 장만 읽고 싶어하는데도 전체 교 과서를 구매하게 만들었다. 아마존은 사용자가 전자책 단말기 킨들 Kindle을 통해 필요한 장을 하나씩 구입할 수 있게 해 교과서 묶음을 해체했다.
- 두 번째 물결, 탈중개화 : 1990년대 후반에 이르자 언번들링을 통해 수익성 확보가 가능했 던 온라인 콘텐츠는 대부분 해체되거나 분해되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첫 번째 물결인 언번들링은 새로운 물결, 즉 재화와 서비스 의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에 길을 내주기 시작했다. 언번들링은 소비자에게 일대일 맞춤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했고, 이는 콘텐츠 제작자와 배포자가 개별 콘텐츠를 최종 소비자에게 직 접 판매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을 조성했다. 콘텐츠뿐 아니라 다양 한 산업 분야에서 서비스 제공 업체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인 터넷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는 통로 로서의 잠재력이 있음을 알게 됐고, 더더욱 중개인을 거래에서 제외시켰다.
- 세 번째 물결, 디커플링 : 그런데 파괴적 혼란이 또다시 닥쳐오고 있다. 2012년 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세 번째 물결이 곧 밀려들 것을 알았다. 가장 혁신적 인 회사들은 더 이상 제품의 묶음 해체나 서비스의 탈중개화를 통해 고객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식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고객이 평소 쇼핑 중에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특정 활동들을 '분리' 하는 식 으로 고객을 빼앗아가고 있었다. 1장에서 보았듯이 버치박스는 제 품 테스트 활동을 구매 활동에서 분리했다. 아마존은 제품 구매와 탐색을 분리했다. 투로는 자동차 구매와 자동차 사용을 분리했다. 이 최신 유형의 물결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 외에도 미용 제품, 전자 제품, 자동차 같은 물리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 에도 피해를 입히고 있었기 때문에 이 파도의 파괴력은 어쩌면 이 전의 파도보다 훨씬 더 컸다. 세 번째 디지털 물결은 고객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파괴적 혼란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이전의 두 물결과 달랐다. 첫 번째 물결인 언번들링은 주로 제품 수준에서 그리고 소비 단계에서 발생했다. 예를 들자면 일부 소비자는 신문 기사만 읽고 다른 소비자는 광고만 봤다. 두 번째 물결인 탈중개화는 공급 사슬 내에서 발생했다(예를 들어 제지업체를 우회해서 펄프를 신문사에 직접 판매하는 셀룰로오스 회사), 디커플링 역시 중요한 연결고리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제품이나 공급 사슬 단계가 아닌 고객 활동 단계를 무너
뜨린다는 점에서 달랐다.
-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주요 자동차 회사를 대표하는 현지 딜러로부터 개인 자동차를 구입했다. 운전자는 자동차 구입 비용 외에도 유지 보수, 연료, 보험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한편 자동차 딜러들은 반짝이는 신형 자동차를 원가에 마진을 더한 가격으로 판매해 큰 이윤을 남겼다. 1999년 기준, 미국의 자동차 딜러는 평균적으로 신차를 판매해 수익의 40퍼센트를 벌어들였다.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자동차 딜러는 자동차 판매로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한다. 자동차 판매에서 얻는 수익은 전체 순이익의 10 퍼센트 미만에 불과하다. 오히려 순이익의 67퍼센트를 차지하는 금융, 보험, 추가 보증, 유지 보수 판매에서 수익을 낸다. 자동차 딜러 시스템은 진화했다. 현재는 자동차 판매점이 아니라 금융 서비스를 판매하는 은행과 훨씬 더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2014년부터 개인이 소유한 대형 미국 자동차 딜러 회사들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 투자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동차 딜러는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핏에게는 자동차 딜 러의 수익성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역 및 전국의 자동차금융은행auto financing banks(예를 들면 버크셔 해서웨이 오토모티브Berkshire Hathaway Automotive), 보험회사(예를 들면 제이코Geico), 자동차 보증 보험(예를 들면 어플라이드 언더라이터즈Applied Underwriters)에 투자하 고 있는 버핏은 자신이 거느린 다른 회사들을 위해 또 다른 판매 통로를 확보할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버핏 본인이 직접 관리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 딜러 업계의 혁신이 자신에게 안좋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란 사실을 예상할 만큼 영리했다고 할 수 있다.
- 알아야 하는 것은, 신생 기업이 대단한 제품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고객을 가로채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물 론 소규모에다 경험도 없고 자금도 부족하며 잘 알려지지도 않은 신생 기업이 기존 기업보다 훨씬 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일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미시건 대학교 연구 원 앨런 아푸아의 주장에 따르면 가장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주요 제품 사이에는 관련성이 거의 없다. 기술이나 제품 혁 신으로 이익을 얻고자 해도 여전히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는 2000년대 초반 파리에서 시작됐다. 파 리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주로 호텔에서 머물기를 원했다. 하지만 출장이나 여행으로 여러 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 일부 는 여행사를 통해 괜찮은 동네에 민박 같은 숙박시설을 구해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가족 여러 명과 여행하는 사람들 역시 다 같이 머물 수 있는 적당한 곳을 찾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실과 다이닝룸이 갖춰진 구조를 전통적인 호텔에서는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를 감지한 건 포시즌스만이 아니었다. 다른 호텔 체인들 도 변화를 알아챘다. 가장 귀한 고객(온 가족이 함께 세계를 여행하는 부유한 고객)을 잃을 수 있음을 자각한 호텔 체인은 한 공간에 여러 개 침실이 있길 원하는 고객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실행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 혁신으로 서로 붙어 있는 방을 함께 묶어 제공하는 시스템을 내놓았다. 일부 호텔 체인은 객실과 객실 사이에 문 을 설치해 복도를 통하지 않고도 옆방을 드나들 수 있게 연결한 커넥팅룸을 추가했다. 한 방에는 부부가, 옆방에는 아이들 또는 부모가 머물 수 있게 한 것이다. 2000년대 후반, 호텔 체인들은 런던의 나이츠브리지나 하이드파 크, 상하이의 푸둥 부근 등, 좀 더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지역 에 새로이 호텔을 개장하기 시작했다. 상류층 고객을 위해 포시즌 스는 콘도를 모방한 침실 2, 3, 4개짜리 펜트하우스 스위트룸을 만 들었다. 파리 포시즌스 조르주 생크 호텔Four Seasons George V에 있는 엠파이어 스위트룸은 마스터 베드룸, 욕실 2개, 개방형 거실 및 다이닝룸, 서재, 주방 그리고 에펠탑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를 갖추었다. 하지만 포시즌스를 비롯한 대형 호텔 체인은 파리 같은 도시의 주거 지역에서 여러 개 방으로 이루어진 스위트룸을 고객들이 왜 원하는지, 그 진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객이 그런 공간 을 찾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여행하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진짜 이유는 빛의 도시 파리로 열 번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일반 관광객과는 다른 경험을 원했기 때문이다. 고객 설문조사에서 고객의 이런 욕구가 그대로 드러났고 여행사들도 이 결과에 동조했다. 미국 여행사협회US Tour Operator Association 회장은 이 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여행자들은 방문하는 지역의 사람들, 전통 및 풍습과 더 밀접해지기를 원하며 이런 경험은 여행의 의미와 추억을 더해준다.
- 고객은 침실이 아닌 가족 공간을 원한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사실을 간파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호 텔, 항공사, 레스토랑, 관광 명소 모든 면에서 여행자에게 현지 생활 에 깊이 파고들거나 빠져들 기회를 제공해야 함을 깨달았다. 호텔에 서 머무는 사람은 얻을 수 없는 기회였다.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들 은 여행지에 도착해 특색 없는 식사를 하고 객실로 들어간다. 여기 저기 여행하며 구경하기도 하지만 현지 생활방식을 경험할 기회가 별로 없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달랐다. 이 숙박 공유 플랫폼의 본래 명칭Air Bed and Breakfast은 돈 없는 대학생들이 자기 집을 빌려 주면서 손님에게 에어베드air bed와 아침식사breakfast를 내줬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방을 개별적으로 대여하다가, 그다음에는 아파트나 주 택을 통째 대여할 수 있게 했다.
- 화장품 업계에서 세포라는 고객의 구매 단계를 통합하는 방식을 유지하면 서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세포라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 는 한 자리에서 여러 화장품을 확인하고 발라본 다음에 매장 내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다음에도 언제든 매장에 들러 립스틱이나 마 스카라를 추가 구입할 수 있다. 파괴자들은 화장품 고객 가치사슬의 각 단계 사이에 전문화의 힘 을 증가시켜 세포라에게서 고객을 빼앗아왔다. 버치박스는 회원들 에게 화장품 샘플을 담은 상자를 보내 고객이 세포라에서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뷰티 제품을 집에서 편안하게 테스트해볼 수 있게 한다. 아마존은 정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해 소비자를 유혹한다. 고객이 세포라 매장이나 버치박스를 통해 샘플을 확인하되 구매는 아마존에서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뷰티 업계의 거인 로레알의 계열사 키엘은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에게 회원 가입을 통해 특정 크림이 나 일부 제품을 정기 배송' 받게 했다. 고객은 제품당 비용을 지불 하는 것이 아니라 회비를 지불한다. 키엘은 정기적인 우편배송으로 해당 제품이 떨어지기 전에 보충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래도 세포라를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첫 구매는 세포라에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제품 보충을 확실히 하기 위해 키엘의 서비스를 신청하게 된다. 다시 말해 키엘은 화장품 보충 활동을 분리함으로써 세포라에게서 제품을 재구매하는 고객들을 빼앗아온 것이다.
- 기억하길 바란다. 당신이 어떤 사업을 하든 고객은 항상 세 가지 '화폐'를 부담한다. 돈, 시간, 그리고 노력이다.
- 고객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물어라. 고객이 구매 결정을 내릴 때 신경 쓰는 비용, 한두 가지가 아니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든 비용에 대해 알아보라. 구매를 위해 투자하는 돈, 시간, 노력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고급 자동차 구매자는 평판이 중 요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반면 저가 자동차 구매자는 차량의 안전성 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돈 많은 은행 고객은 자신만을 위한 서비스를 찾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고객은 쉽고 편하게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돈, 시간, 노력을 넘어서는 추가적인 비용을 평가할 때는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추가 비용이 정말로 고객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당신과 파괴자가 발생시키는 추가 비용을 반드시 비교해보라. 마지막으로 주의할 것은 이중으로 계산하지 않는 것이다. 추가 비용은 여기에서 논의된 세 가지, 즉 돈, 시간, 노력 중 어느 것과도 중복되어서는 안 된다.
- 패기 넘치는 디커플러라면 다른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서 고객 가치사슬 활동 중 하나 이상을 낚아챌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할 일은 유사한 욕구를 가진 특정 고객 그룹, 즉 타깃 세그먼트target segment를 파악하고 그들이 전형적인 고객 가치사슬에서 벌이는 활동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다. 디커플러는 종종 이 단계에서 두 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첫째, CVC를 지나치게 일반적으로 그려낸다. 자동차 회사 임원들은 자동 차 구매 과정을 주로 이렇게 설명한다. 구매 필요성 인식하기 → 자 동차 브랜드 파악하기 → 브랜드에 대한 관심 높이기 → 딜러 방문하 기 → 차량 구입하기. 그런데 이는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 디커플러라면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람들은 실제로 언제 새 차를 필요로 하는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자동차 브랜드를 파악하는가?
어 떻게 특정 제품이나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되는가?
이런 식으로 여러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식, 관심, 욕망, 구매 과정을 일반적이고 엉성 하게 생각하면 구체성이 떨어져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또한 가치사슬의 관련 단계를 제대로 식별해내지 못해 허둥대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구매 과정을 좀 더 잘 설명하려면 다음처럼 할 수 있다. 자동차 리스가 한 달 후에 만기라는 사실 인식하기 → 신차구입의 필요성 느끼기 → 자동차 광고에 관심 갖기 → 자동차 제조사 웹사이트 방문하기 → 마음이 끌리는 브랜드 두세 개 정하기 →다른 자동차 웹사이트 방문하기 → 동일한 범주에 있는 자동차들 옵션 비 교하기 →모델 선택하기 → 온라인으로 최저 가격 확인하기 → 선택 한 모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까운 딜러 방문하기 → 온라인 가 격보다 좋은 가격에 판매하는지 확인하기 → 자동차 시승하기 → 자 동차 금융, 보증 기간 및 기타 추가 사항 확인하기 → 최종 가격 협상 하기 → 계약 체결하기 → 차량 인수하기 → 사용하기 →다시 리스 만기 기다리기. 이처럼 새 리스 차량을 찾는 경우에 구매 과정은 총 18 가지에 이른다.
- 면도기 면도날 비즈니스 모델은 두가지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첫째, 근시안적인 소비자가 장 기간의 비용을 감내하고 단기적 상황에 초점을 맞출 때 효과가 있 다. 이 소비자는 값싼 질레트 면도기 본체나 렉스마크Lexmark 프린 터를 구입하지만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교체용 면도날이나 잉크 값을 터무니없이 많이 지불하고 만다. 물론 조나단은 이런 소비자가 아니었다. 그는 아버지의 경우를 통해 질레트가 내놓은 비즈니스 모델이 장기간에 걸쳐 얼마나 큰 비용을 요구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DSC가 등장하기 전에는 이 면도기 면도날 모델이 다른 선택사항들(전기면도기와 값싼 일회용 면도기는 제외)을 대체하면서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 폭을 줄여버렸다. 조나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면도기와 면도날 모델이 잘 작동하는 두 번째 조건이 바로 이렇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수백만 명의 다른 소비자들처럼 조나단 역시 유사한 품질의 대체품이 부족한 상황을 견뎌낼 수 밖에 없었다.
- 디커플링은 산업 전반에 걸쳐 패턴화된 방식으로 펼쳐진다. 기존 기업이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소비 활동을 고객에게 전달한 다음, 그런 연계된 활동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상황에서 디커플링은 발생한다. 묶음 상품과 달리 연계된 활동은 적어도 두 개로 분리된다. 예를 들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TV 프로그램 시청하기, 친구와 전화 통화하기, 적절한 제품을 찾기 위해 매장 둘러보기) 그리고 회사가 가치에 대해 대가를 부과하는 활동(시청자들에게 광고를 보게 하거나 구독료 내게 하기, 모바일 네트워크에 연결하게 하기, 선반에 있는 제품 구입하게 하기)으로 분리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신규 진입 기업이 두 가지 활동을 분리해서 가치에 대한 대가를 부과하는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가치 창출 활동을 제공하려 할 때, 그리고 그 디커플러가 고객이 아닌 다른 대상(예를 들면 광고주, 소매업자, 헤비유저)에게 요금을 부과하거나 고객에게 요금을 적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 기존 기업은 심 각한 위협에 직면한다. 살아남으려면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대부분의 기존 기업은 다음의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통해 대응하려 한다. 신규 진입 기업을 따라 하거나 인수해버리거나 가격을 대폭 낮춰 상대를 질식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설사 성공하더라도 조직 여기저기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먼저 스타트업을 모방하는 기업은 이윤이 크게 줄어들 수 있 다. 소규모 신생 기업은 기존 기업보다 수익이 적고 디커플링을 통 해 남기는 이윤이 적어도 충분히 운영 가능하다. 하지만 NBC, 텔레 포니카, 질레트 같은 거대 조직들의 비용 구조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다음으로 신생 기업, 즉 파괴자를 인수하는 데도 위험이 따른다. 기업 인수로 현금 보유액이 잠식되는 상황도 문제지만, 기존 기업이 자사 비즈니스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통합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많은 기술 회사가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가 아픔을 경 험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타임워너Time Warner의 AOL 인수(990 억 달러 결손 처리), HP의 오토노미Autonomy 인수(88억 달러 결손 처리),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인수(76억 달러 결손 처리)를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괴자를 질식시키기 위해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방 법 또한 수익에 영향을 미치며, 만약 미국 법무부가 이를 반경쟁적 관행으로 인식한다면 기존 기업은 법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 에어비앤비의 성공 스토리가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그들의 성공 이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수요를 끌어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홈어웨이, VRBO, 카우치서핑Couchsurfing 등 여러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이미 단기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 다. 그럼에도 에어비앤비만이 맨주먹에서 천 명, 그다음은 백만 명 까지 사용자층을 급속히 성장시켰다. 이는 첫 고객을 양성해낸 에어 비앤비의 기량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당신이 기업가라면 에어비앤비의 초기 고객 유치 과정에서, 나아가 엣시와 우버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무 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에어비앤비의 성공 사례를 통해 우리는 다음의 일곱 가지 원칙이 작용함을 확인할 수 있다.
- 원칙1 : 고객을 대량으로 확보하라. 고객을 한 명 한 명 유치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에어비앤비가 호텔방이 부족했던 콘퍼런 스 기간을 이용하고 크레이그리스트 사용자들을 활용했듯 소규모 스타트업은 고객을 대량으로 유치해야 한다. 우버와 엣시는 일찍이 이 전략을 사용했다. 우버는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가 끝나고 한꺼번 에 몰려나오는 고객들을 겨냥했다. 엣시 설립자들은 대규모 공예 품 전시회에 직접 찾아가 자사의 사이트를 홍보했으며 한 번 갈 때 마다 전시회에 참가한 모든 공예가들을 사이트에 등록시켰다.
- 원칙 2: 경쟁 기업과 정면으로 맞서지 마라.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의 표적 내지는 공격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기존 기업의 고객을 노리 지 마라. 대신에 기존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거나 제공하지 않을 고객들을 찾아 나서라. 콘서트가 끝나면 수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오고 택시 회사는 그 사람들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전당대회 등 주요 행사로 사람들이 몰려들면 호텔 방을 잡 기가 힘들어진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스타트업들은 이때 과잉 수요를 낚아채는 방법으로 기존 기업들의 '감시 대상' 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이들이 시장에 발판을 마련했을 즈음에는 반대로 기존 기업이 이들을 따라잡아야 할 것이다.
- 원칙 3: 비확장형 방식을 채택하라. 대형 기술 회사들은 인터넷 기술 등을 활용하는 확장형 전술scalable tactics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수천 혹은 수백만 명의 고객들에게 통하지 않는 전략은 실패로 받아들인다. 전문가들은 종종 스타트업도 그와 비슷한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권한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대형 기술 회사는 필요한 것, 바라는 것이 서로 다르다. 스타트업은 첫 고객 열 명이 절실하지 만 대기업은 이미 확보한 고객층에 열 명이 추가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에어비앤비처럼 과감하게 사람들 집을 찾아다니고 전문 사진사 를 고용해 집 사진을 대신 찍어주거나 엣시처럼 전시회에 직접 사 람들을 보내는 방법 등을 활용함으로써 신생 마켓플레이스는 새로 합류한 사람들이 빠르게 내부 문화를 익히고 적응하게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효과가 없어 보이더라도 통한다 싶은 전술, 고객의 욕 구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제공하는 전술에 집중하라. 규모 확장은 기업의 라이프사이클 후반에나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사업 초기 에 고객을 충분히 유치하지 못하면 나중에 규모 확장 자체가 불가 능해진다.
- 원칙 4: 초기 고객들을 키워라(그리고 공급 업자부터 확보하라), 스타트 업의 초기 고객은 해당 기업에 엄청난 도움을 주지만 실상 둘 사이 의 관계는 극도로 취약하다. 한 번의 실수로도 고객들은 사라진다. 우버, 에어비앤비, 엣시의 경우처럼 고객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 머 무른다면 이들은 스스로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면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 강력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낸다. 수요와 공급, 양쪽을 끌어들여야 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경우 수요측을 공략하기 전에 먼저 공급 측 고객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길 권 한다. 그리고 당신이 수익성을 바라보든 확장성이 뛰어난 방법을 생각하든 관계 없이, 모든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런 초기 투자는 나중에 배당금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곧 알게 되겠 지만 당신의 첫 번째 고객들은 당신의 사업이 돌아갈 수 있게 돈을 지불하는 역할뿐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이다.
- 원칙 5: 간단하고 단순한 기술, 오프라인 도구를 활용하라. 기술 스타 트업들은 이벤트 조직하기,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 만들 기, 사용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아는 사람들에게 알리도록 장려하기 등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방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이런 오프라인 고객 유치 수단을 적극 활용해 초기 성장을 가속화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방법은 시간이 지나 사업 성장률이 어느 정도 안정된 후에 사용한다.
- 원칙 6: 처음에는 기술보다 활동을 장려하라. 기술은 비즈니스 프로 세스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술 자체만 으로는 사업을 순조롭게 시작할 수 없다. 파괴적인 사업을 구축하 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간단한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는 수요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비즈니스 초기에는 기 술만으로 이 어려운 일을 해낼 거라 기대해선 안 된다. 우버는 첫 번 째 운전자를 등록시키기 위해 집집마다 찾아다녔다. 에어비앤비도 임대주를 구하기 위해 똑같은 일을 했다. 그리고 설득당한 임대주가 방이나 집을 등록하면 에어비앤비 직원들이 그 공간을 빌릴 사람들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플랫폼 매니저는 반드시 구매자와 거 래가 이루어질 수 있게끔 공급자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매자와 공급자가 연계되지 않을 수 있고, 그렇게 한 번 플랫폼을 떠난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한 번에 하나씩 고객에게 어필해야 한다. 그 단계가 지난 후에야 기술의 도움을 받아 과정 을 가속화할 수 있다.
원칙 7: 고객의 눈으로 당신의 비즈니스를 보라. 지금까지 나는 고객 의 눈을 통해 파괴를 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해왔다. 이는 서로 다 른 두 유형의 고객 그룹, 즉 공급자와 수요자를 상대하는 온라인 마 켓플레이스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경영자들은 구매자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알아보고 경험하기 위해 정 기적으로 자사의 서비스를 직접 이용했다. 그들은 또한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집을 임대해봄으로써 공급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파악했다.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라면 누구나 온전히 고객 입장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하며, 두 유형의 고객이 지불하는 노력, 시간, 금전 비용을 낮추기 위해 사업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 인접 영역 접근방식이 가지는 함정 : 우버가 핵심 역량을 토대로 삼아 인접 시장으로 확장해가는 방식 이 급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할지 여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물론 이 방식을 택해 효과를 본 기업은 많다. 하지만 여기에는 부정적 인 면도 따른다. 인접 비즈니스로 진출한다는 말은 단순하지 않다. 여기에는 당신의 현재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 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완전히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수도 있단 얘기다. 2006년 코카콜라 본사는 빠르게 성장하는 커피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커피 맛 청량음료를 출시했다. 새로운 음료는 고객 입맛을 만 족시키지 못했고, 코카콜라는 1년 만에 커피 맛 음료 생산을 중단했 다. 콜게이트Colgate 도 구강관리 분야에서 확보한 핵심 역량을 기반 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냉동식품 분야에 도전했다. 1982년 콜게이트 브랜드를 단 냉동식품들이 출시됐지만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들마저 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신의 고객에게 물어보라. 브랜드 관리자 입장인 당신은 고객들 이 당신 생각보다 브랜드 범위를 훨씬 더 좁게 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당신이 아주 인접해 있다고 생각하는 영역을 고객들은 아주 멀리 떨어진 영역으로 볼 수 있다.
- 성장의 핵심은 고객 CVC 인접 영역에 있다. 방향의 전환: 기업의 시너지가 아닌 고객의 시너지. 인접 영역 말고도 급속한 성장을 향해 나아갈 다른 방법, 더 확실 한 방법이 있다. 디커플링 이론에 뿌리를 둔 방법이다. 기존 방식은 기업의 성장을 회사가 얻을 시너지 측면에서 생각한다. 이런 식이 다. 어떻게 하면 나의 강력한 브랜드, 광대한 유통망, 마케팅 능력, 생산 능력, 지적 재산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질문을 고객 입장에서 던질 수도 있다. 고객 이 자신의 CVC에서 하나의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 제품을 구매 하고 있을 때 CVC 상에서 그 활동과 인접한 다른 활동까지 우리와 하고 싶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고객이 기존 기업을 통해 두 가지 이상의 활동을 하거나 별도의 여러 기업을 통해 하나씩 활동할 때보다 우리를 통해 두 가지 활 동 가능하면 더 많은 활동을 하면서 비용을 더 줄이려면 우리는 추가 로 무엇을 더 제공해야 할까?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 고객측 시너지customer-side synergies 를 찾아낼 수 있다.
- 알리바바의 확장 전략은 고객 측 시너지 효과와 CVC 인접 활동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6년에는 온라인 쇼핑의 약 50퍼센 트가 휴대전화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나머지는 노트북, 데스크톱, 태블릿에서 이루어졌다. 온라인 쇼핑을 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먼저 어떤 장치, 즉 어떤 운영체제와 브라우저 조합을 사용해 인터넷 에 접속할지 결정해야 했다. 그런 다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브라 우저를 열고 웹사이트에 들어가 통신 서비스, 이메일, 소셜네트워크, 채팅 앱 등에 접속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 구매할 게 생각 나면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예를 들어 구글이나 바이두) 안팎에서 검색 을 실행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자기에게 적합한 전자상거래 사이트 가 어디인지 알게 된다. 중국에서 비즈니스 고객들은 알리바바를 찾 았다. 하지만 개인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에게서 제품을 찾을 때는 타오바오를 이용했고, 소매 업자에게서 물건을 찾을 때는 티몰로 갔다. 구매자는 더 많은 제품 정보를 얻고 가격을 흥정하기 위해 중국 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행) 주로 채팅 앱을 통해 판매자들과 연락을 주 고받았다. 그다음은 소비자가 구입비용을 지불하고 물류 사업자가 제품을 배송해주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것이 전형적인 온라인 쇼핑 객의 고객 가치사슬 활동의 범위였다. 이 CVC를 분석해보면 명확한 패턴이 발견된다. 원칙적으로 고객 은 결국 각각의 관련 활동을 알리바바의 여러 회사 중 한 곳에서 수 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메이주는 전화기를 생산하고, 알리윤Aliyun은 운영체제다. 구매 과정을 시작한 고객은 알리바바 소유의 야후차이나 콘텐츠 사이트 이용을 시작으로 에타오 검색엔 진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 다음 알리바바의 온라인 매장들, 즉 알리 바바와 타오바오, 티몰 중 하나를 선택하고 알리왕왕을 통해 판매자 와 소통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는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차이냐오를 통해 상품을 받는다. 알리바바는 알리바바 웹사이트로 쇼핑객 CVC의 한 단계에 집중 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에 다른 고객 활동들을 확보하고 자 나섰다. 업계의 인접 영역으로 나가는 전통적 접근방식이 아니라 (결제, 모바일폰, 물류는 인접 업계가 아니다), 인접한 CVC 활동들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2019년에 이르러 알리바바는 CVC 활동 의 대부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알리바바가 기업 측 시너 지 효과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범위의 경제 덕분일지도 모른다.
- 업계에 관계 없이 자원 중심적 사고가 만연한 기업이 많다. 전통적인 소매 업체들은 매장을 수입의 핵심 동인으로 인식한다. 매장을 많이 추가하면 수익이 증가한다고 본다. 통신사들은 네트워크로 연 결된 집들을 수익의 원천으로 인식한다. 더 많은 집을 추가하면 수 익이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은행들은 지역 내에 있는 지점이 수익을 만들어낸다고 본다. 지점을 더 추가하면 수익이 증가한다고 이해하 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존 기업은 자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 성장의 직접적인 결과가 수익 증가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자원이 돈을 지불하는 고객을 끌어들이고, 기업은 이 고객들로부터 최대한 뽑아먹는다. 기존 기업이 돈을 버는 방식이 그렇다. 기존 기업의 임원이 결정을 내릴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를 보면 이들의 사고방식이 드 러난다. 소매 업계는 매장 면적의 평방피트당 매출을 기준으로 삼고, 소매 은행은 지점당 계좌 수나 수익을 보며, 텔레콤 회사는 광섬 유 케이블 마일당 수입을 따진다. 이들에게는 고객을 끌어들일 의미 있는 자원이 결여되어 있기 때 문에 이들과 다른 마음자세를 지닌 파괴자들이 접근한다. 우버는 차가 없었다. 에어비앤비는 호텔 객실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넷플릭 스는 매장이 없었다. 파괴자가 보기에 매출 증가는 오직 고객 유치라는 한 지점에서만 발생한다. 고객을 인수하는 데 자산이 필요하다면 그들은 직접 자산을 구축하거나 다른 사람에게서 빌린다. 그렇다고 해서 파괴자들은 자산 구축을 최종 단계로 보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 자원을 확보하든 상관없이 파괴자는 고객에게서 뽑아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뿐이다. 파괴자의 사고방식은 자원 중심적이 아니라 순전히 고객 중심적 이다. 스타트업이 흔히 사용하는 기준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사용자당 평균 수익average revenue per user, 일정한 구매 주기 내에서 지속적인 구매가 계속되거나 구매 가능성이 높은 활성 고객당 수익revenue per active customer을 기준으로 삼는다.
* 자원 중심: 특정 기업이 소유한 자원이 가장 귀중한 재산이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의사결정은 이 자원을 확장하고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 고객 중심: 고객이 가장 귀중한 재산이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의사결정은 고객 수를 늘리고 고객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 Shell의 CEO 벤 반 뷰어든Ben van Beurden은 2018년에 이 렇게 말했다. “현재 어려운 점은 미래가 어디로 갈지 더 이상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셸의 가이 아우텐Guy Outen 전략담당 부사장은 장 기간 안정을 유지했던 에너지 산업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복잡한 상태complicated에서 복합적인 상태complex” 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대비해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현재 여타 많은 산업에서도 느끼듯이 상당히 어렵고 다소 헛된 일이기까지 하 다. 그런 이유로 경영진이 먼저 미래를 살펴보고, 회사가 어떤 위치를 목표로 하는지를 결정한 다음, 그에 필요한 전략적 자산을 결정 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연구해야 하는 장기적인 계획 접근방식은 거의 효과가 없다. 경영진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확실하다. 아니면 정확한 전략적 계획을 세우기에는 미래에 대한 세부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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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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