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우리나라에는 장수기업이 이토록 적을까??
가장 큰 이유는 산업화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기업활동이 힘들었던 일제강점기를 제외하고 한국전쟁 이후를 출발점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산업화 역사는 60년 정도로, 해외 주요국보다 훨씬 짧다. 더구나 한국은 짧은 역사 안에서 압축 성장을 했다. 경제발전을 이끈 국가의 주요 성장산업 역시 빠르게 바뀌었다. 경공업 → 중공업 → 전자산업→ IT 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면서 변신에 실패한 많은 기업이 자연스레 도태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기업 역사가 짧은 이유는 구체적으로는 다음 3가지를 찾을 수 있다.
첫째, 6·25전쟁을 겪었다. 일제강점기를 걸쳐 해방을 하자마자 6·25전쟁 반발로 전국이 초토화되어 그나마 남은 가게들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둘째, 작은 것보다 큰 것을 선호했다. 어렵게 살다가 이제 살 만하니까 작고 오래된 것의 가치를 등한시 했다. 소형차보다 중대형차, 적은 평수보다 큰 평수 아파트를 선호했 다. 작은 가게를 대기업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셋째, 상업을 천시하는 유교적 사회문화가 깔려 있었다. ‘개같이 멀어서 정승같이 쓰자', 내 자식만큼은 블루칼라 직업보 다는 의사나 판사 같은 전문직이나 화이트칼라 직업을 가지게 하자 는 것이 부모들의 의지였다.
- 아리 드 호이스Arie De Geus의 《살아있는 기업The Living Company》에 의하면 “기업들이 사라진 이유는 경영자들이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경제활동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며 자신들이 속한 조직의 진 정한 본질이 인간 공동체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에 서 비롯되는 것” 이라고 한다. 기업도 인간도 장수를 염원한다. 분명히 세상에는 오랜 기간 살아 남아 번영을 누리고 있는 상당수의 장수 기업들이 존재한다. 스웨덴의 스토라 사는 700년, 일본의 스미토모 그룹은 300년 이상 살아남 아 번영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장수 기업들이 보유한 '회춘' 의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탁월 한 변신 능력을 들 수 있겠다. 기업의 활력이 떨어져 수명이 다하기 전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끊임없이 바꿔 달고 있다는 말이다.
- 대한민국에서 기업의 평균수명은 약 15년이며, 창업 후 30년 이내에 기업의 80%가 사라진다 (한국경제연구원, 2010).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뤄낸 기업들은 우리나라에는 그리 많지 않 다. 삼성1938년 삼성상회, SK1939년 선경직물, LG 1947년 락희화학공업, 한화 1952년 한국화약, 그 밖에 섬유 업체인 경방, 조선일보, 동아일보, 메리 츠화재구 조선화재, 삼양사구 삼수사, 하이트진로조선맥주 등은 곧 100년 을 앞두고 있는 90년 이상의 장수기업이라 할 수 있다.다. 두산122년, 1896년 박승직상점, 동화약품121년, 1897년 동화약방, 신한은 행 121년, 1897년 한성은행, 우리은행 119년, 1899년 대한천일은행, 몽고식품113년, 1905년, 광장107년, 1911년 광장주식회사, 보진재 107년, 1911년 광장주식회사, 성창기업지주102년, 1916년 성창상점, KR모터스101년, 1917년 대전피혁공업이다.
-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
- 108년 역사의 로얄더치셸에서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하며 오래된 기업을 연구한 아리드 호이스는 《살아있는 기업 100년 기업이라는 책에서 장수기업의 생존 비결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 장수기업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를 계속 변화시켜 왔다. 1805년에 설립된 핀란드 노키아는 휴대폰 제조회사로 원래 고무장 화, 비옷, 타이어, 케이블, 텔레비전, 전기 발전 등의 상품으로 진화하여 왔다. 이성당도 밀가루 빵에다 쌀가루를 입혀 베스트셀러 단팥빵 를 만들어 성장하였다. 부산 백구당의 옥수수로 만든 크로이존빵은 전설 그 자체다.
두 번째, 포용적인 문화를 조성했다. 특이한 생각을 가진 직원을 수용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장려했다. 이성당은 직원들로 하여금 일정 자율권을 부여하여 단골고객에게 아낌없이 빵을 선사하는 '1+1' 마케팅 권한을 부여하여 새로운 원동력을 만들고 있다.
세 번째, 내부 결속이 강하다. 성심당은 전 매장의 교육은 반드시 대전 성심당 본사에서 함께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성당은 서울 잠실에 이어 천안 직영점을 개점할 때에도 통일된 고객서비스와 조직시스템 적용을 위하여 'ONE VOICE’ 교육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교육 훈련을 통해 이성당의 기업문화를 습득하게 하는 전략을 구사하여 내부 결속을 강화해 왔다.
네 번째, 보수적인 재무 관리이다. 가족 기업의 경우엔 신뢰와 화합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질에 맞지 않는 대규모 사업투자보다는 시간은 걸리지만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장수기업이 되는 것에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서울 태극당, 목포의 코롬방 제과, 부산의 백구당, 순천의 화월당, 대전의 성심당, 전주의 풍년제과, 군산의 이성당의 경우에도 장사가 잘 된다고 갑작스럽고 사업장을 옮기거나 새 건물로 증축하거나 가게를 넓히는 것 등에 매우 보수적으로 하고 있어 장수기업으로서 조건을 갖추었다.
- 장수 빵가게들은 대부분 구도심에 위치한다. 특히 군산은 옛것이 고스란히 남겨진 시간이 멈춘 도시다. 이 중심에 이성당이 있다. 어려웠던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먹었던 단팥빵과 야채빵의 추억이 시 간이 멈춘 건물에 그대로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이성당은 복고 마케 팅' 의 원칙이 구현된 가게다. 복고 열풍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때 활성화된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증가하여 예전의 소박한 맛과 디자인을 선호하고, 공연이나 영화, 음악뿐만 아니라 요식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1974년 6월 출시된 가공우유시장 대표 브랜드로 바나나가 귀하던 시절 출시돼 시장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평가 받는 독특한 항아리 모양 용기가 지금까지도 똑같은 모습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루 판매량이 80만개에 달하여 빙그레의 단일상품 중 최다매출을 기록하였다 2010년 1,300억원, 2012년 6월에는 국내 유제품 최초로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사히 음료 '미쓰야사이다' 를 1969년 레시피를 기본으로 당시의 맛을 재현하여 2012년 15만 상자 목표를 세워 판매했다. 후지필름 X시리즈'는 전통 필름카메라와 유사한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인기가 높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노출정보 등 카메라의 기본 기능을 다이얼로 조작하지만 기술은 최첨단을 달린다. 일반 디지털카메라의 3배를 호가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히트 쳤다. 복고 트렌드의 이면에는 고령화 인구 증가에도 그 원인이 있다. 미 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계층이 고령화 인구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여행을 통해 소비를 할 수 있는 소비층이 아무래도 조금은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여행과 복고' 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내년을 생각하면 돈을 남기고, 10년 후를 생각하면 땅을 남기고, 100년 후를 생각하면 사람을 남겨라" 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100년 이상 된 기업을 시니세老鋪라 하며 “전의 사람이 하고 있던 것을 동 일하게 한다는 의미” 로 선조의 가업을 지속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장수기업이 많다. 2008년 8월 일본 도쿄 상공 리서치에 따르면 창업 100년을 넘는 기 업은 전국에 2만1,066개, 창업 1000년을 넘는 회사는 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200년 이상 된 기업의 약 45%가 일본에 있다. 그 중 98% 이상이 중소기업이었다.일본 장수기업은 매출액 1조 원 이상의 대기업도 적지 않지만 소매 업 중심의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들 일본 강소기업들의 힘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모노즈쿠리 장인정신' 에서 찾을 수 있다. 모노즈쿠리는 물건을 의미하는 모노 와 만들기를 의미하는 '즈쿠리 가 합쳐진 말로 물건 만들기' 를 뜻한다. 후지모토 다카히로 동경대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제조업에 강한 일본기업의 특징을 이 용어에서 찾 는다. 최근에는 모든 산업 분야와 공정에 모노즈쿠리를 접목한 '열린 모노즈쿠리' 로 진화하고 있다.
- 왜 일본에는 유독 장수하는 중소기업이 많을까?
첫째, 업(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명문대학을 나왔지만 잠시 대기업이나 관료 생활을 하다가 과감하 게 포기하고 가업을 이어가는 일본인들이 많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가업을 잇게 하고, 그게 이어져서 장수기업으로 발전했다. 창업자 후손들이 가업의 계승과 기업이념의 실현을 목표 로 경영해왔다. 즉 가족으로 이어지는 후계 경영자들이 창업자의 경 영철학과 기업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 장수기업이 된 가장 큰 이유다.
둘째, 고객들과의 약속을 소중히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 콘고구미剛組는 우리나라에도 자주 소개되었는데, 백제에서 초청된 장인 유중광이라는 기술자에 의해 578년에 설립되어 약 14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서, "철저한 장인정신과 이를 인정해 준 고객들과의 신뢰관계”가 비결이라고 한다.
셋째, 기술을 중시한다. 일본에선 자손들이 가업을 물려받으며 성장해온 소규모 장수기업 을 뜻하는 '시니세老鋪는 보통 직원수 10명 이하로, 일본을 기술 중심의 중소기업 고유의 전문분야에서 다른 업체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창의적 기술 개발로 성공을 거두는 것이 비결인 것이다.
넷째, 전통의 계승' 과 혁신' 을 동시에 추구한다. 전통이라는 것은 고객제일주의, 품질본위, 종업원을 소중히 여기 는 정신, 지역사회 공헌 등 근본적인 가치를 말한다. 혁신은 시대와 고객의 니즈에 맞는 신상품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 신시장 개척, 신사업 진출 등을 말한다. 즉 정신적인 부분은 100년이 넘도록 지켜 오면서 생산 기술, 시장 개발, 상품 개발 등의 물리적, 기술적 부분은 끊임없이 혁신해온 것이다. 예를 들어 이시카와현에 있는 150년 전통의 가가후후모로야란 기업은 요정이나 시장에 밀기울을 도매로 판매해 오다가 40여 년 전부 터는 아예 관광객들을 위해 밀기울 요리 전문점으로 개점하였다.'전통이란 혁신의 연속' 이라는 선대로부터의 가훈은 경영학에 도입해도 부끄러울 것 없는 명언이다. 기업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한 우물을 파면서도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서 개발과 혁신을 멈 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이야말로 장수기업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사람 중심 경영이다. 예부터 일본 상인들은 '돈을 남기는 것은 하이고, 가게를 남기는 것은 중이며, 사람을 남기는 것은 상上' 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고 한다. 눈앞의 이익보다 사람을 더 중시해 온 일본의 기업문화와 경영 철학이 일본 경제의 근간이 되면서 세계 경제 중심국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그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 동안 최 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을 키웠기 때문일 것이다.
-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독일을 녹슨 전차' 에서 우등생으로 끌어올린 것은 독일 경제의 핵인 300만 미텔슈탄트Mittelstand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을 뜻하는 미텔슈탄트는 독일 내 총고용의 60.8%, 국내총생산 GDP의 51.8%를 창출한다. 독일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는 중견·중소기업, 제조업, 기술, 무역, 서비스 분야의 기업과 자영업 자, 자유직업자의사, 법조인, 예술가 등, 농민을 모두 포함한다. 이들 기업 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초토화된 독일 경제를 부흥시키는 데 주도 적인 역할을 해 왔다. 인지도는 낮지만 40억 달러 매출을 올리며 세 계 시장 1~3위를 차치하는 '히든 챔피언' 의 절대 다수도 미텔슈탄트 이다. 독일의 중견기업이 장수하는 비결은 “코끼리가 춤추는 곳에서 춤 추지 말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노는 곳에서 놀면 안된다는 의미. 장수하는 독일 기업의 경우, 기술력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한다.
- 독일의 미텔슈탄트가 우량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세기 독일 남부 농민들은 소규모의 토지를 소 유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이 중산층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당시 독일에서는 재산소유자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졌으므로 농민 들은 도시로 떠나 노동자가 되기를 기피했다. 이들은 독일 남부 농촌 에서 하나의 집단을 이루며 유휴노동력으로 중소제조업에 뛰어들었다. 19세기에는 영국에서 산업혁명으로 저가 대량생산 제품이 쏟아 지던 시기였다. 독일의 미텔슈탄트들은 영국산 제품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고가의 맞춤형 제품 생산이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미텔슈탄트는 한우물 파기' 전략과 더불어, 기업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성공했다. 2013년 현재 독일은 전국에 327개의 산업 클러스터 가 존재하고 있으며, 독일 기계산업의 메카 슈투트가르트 자동차 클 러스터의 경우 벤츠, 아우디, 다임러, 보쉬, 포르쉐 등 소수 대기업과 다수의 미텔슈탄트들이 부품협력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기업 간 임금 수준이 유사하기 때문에 인력이동이 적어 숙련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직업훈련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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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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