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개조

경영 2020. 6. 12. 12:43

- 프로 경영자의 정의
1. 어떤 상황에 놓인 회사에 가더라도 단기간에 '문제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
2. 그것을 간부나 사원들에게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
3. 이를 통해 간부나 사원의 마음과 행동을 하나로 묶어' 조직의 전진을 꾀할 수 있는 사람.
4. 그리고 당연히 최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
카리스마로 유명한 경영자라 해서 모두 '프로 경영자'인 것은 아니다. 한 회사만을 경험했다면 그 회사의 경영자'에 불과하며, 그곳에서만 통용되는 경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프로 경영자 는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5. 업종, 규모, 조직 문화 등의 차이를 초월해 어느 기업에서나 통용되는 범용적인 경영 기법, 전략 수립 능력, 기업가 마인드를 축적해야 한다.
6. 그러기 위해서는 아수라장을 포함한 풍부한 경영의 경험'을거쳐야 한다. 프로 경영자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도 이 것은 '언젠가 걸었던 길’, ‘언젠가 본 풍경'이라며 태연하게 대응한다.
그렇기에 프로 경영자들은 평범한 경영자보다 높은 급여를 받 는다. 프로 야구선수나 축구선수와 마찬가지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조직으로 이적해도 첫날부터 높은 기량을 보여준다.
7. 프로에게는 자연히 '능력에 걸맞은 높은 급여'가 따라온다.
- 사업의 시너지 : 사업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사업 및 상품 간에 연 관성이 있다.
2. 공통된 기술을 사용한다.
3. 시장 혹은 고객이 겹친다.
4. 판매 채널이 겹친다.
5.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이용할 수 있다.
6. 경쟁 상대가 같 아서 전략상 연동 효과가 있다.
7. 승리에 이르는 중요한 경쟁 요인이 같으며, 새로 시도하는 사업은 그 경쟁에 유리하다.
8. 필요한 사내 조직의 강점이 같으며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
- 벤처 사업의 경우,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나면 그때부터 자신만만해져서 장밋빛 전망에 부푸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벤처 경영의 핵심은 돈이 아니라 전략이다. 경영 리터러시가 빈약한 사람은 위기가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금만 손에 넣으면 금세 사기가 충천해서 무서운 기세로 일에 뛰어든 다. 월급을 받는 평범한 회사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열 의에 차 있다. 그야말로 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그러나 '돈'과 '노 력' 이외에 다른 의지할 무기가 없다면 언젠가는 결국 한계가 찾 아온다.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돈과 노력이 바닥을 드 러내는 순간, 그 사업과 인연도 끊어진다.물론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창업 초기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 는 특히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력만으로는 장기 레이스를 거 쳐 진정한 승리를 손에 넣을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사 업 전략이다. 사업 전략만 있다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강점' 을 구축할 수 있다. 이것이 없으면 벤처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요컨대 일정 규모까지는 클 수 있지만 그 시점에서 성장이 멈추고 만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면 당장은 규모 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사업에는 성공의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 다. 그 타이밍이 지나가면 이윽고 쇠퇴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운 명이다. 경쟁 상대가 앞서 나가서 우리의 전투 능력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는 경영자는 해당 분야의 약자로 출발 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약자 나름의 전략'을 구사한다. 이것이 '전략 능력'이다.
- 세상에는 은퇴를 선언한 창업자가 막후 실세로 군림하며 회사 내부에서 양두정치를 펼치는 경우가 흔하다. 사에구사도 과거에 그런 사례를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런 노령 의 경영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시기와 의심이 강해져서 항상 사내 의 누군가를 악당으로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공통된 성향을 보인다. 이번 미스미의 경우에도, 사내에서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였던 창업 사장이 은퇴하는 형식만 취한 뒤 외부에서 온 신임 사장과 양두정치를 시작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회사 내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 개혁의 첫 번째 페이지 : 기본적으로 개혁의 성패는 '첫 번째 페이지'에서 결정된다. 이 첫 번째 페이 지는 현실 직시, 문제의 본질, 강렬한 반성론을 모두 포함한다. 다시 말해, 분수령은 개혁을 시작하자마자 찾아오는 것이다. 간부나 사원들은 최고경영자 가 제시하는 첫 번째 페이지가 본질에 접근했는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파악 한다. 만약 첫 번째 페이지가 허술하면 여기에서 도출되는 두 번째 페이지, 즉 "개혁 시나리오' 역시 엉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혁을 실행하더라도 효과 는 거의 기대할 수 없다.
- 전면전 피하기 : 사업 개혁을 시도할 때는 대상을 좁힐 필요가 있다. 자칫 사원들의 동요를 유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면전을 벌이고 나서서 불안정한 심리를 사내에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 이는 개혁자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다. 먼저 한 가지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다음, 그 수법을 수평 전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 '어디부터 손을 댈 것인가?'는 회사를 개혁할 때 상당히 중요한 전략에 해당한다. 역사는 오래되었는데 현재 활력을 잃은 부문을 살펴보면 방어적인 사람들이 주류를 차지하고서 정치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는 일단 그곳을 피해 다루기 쉬운 '변방'부터 접근해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편이 효과적이다. 그 부문을 사내에 본보기로 삼는 것이다. 이때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조건이 있는데, 개혁을 맡아서추진할 강한 리더가 없는 조직은 결코 개혁의 대상으로 선택해서 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역사의 아웃사이더 : 외부에서 온 개혁자는 과거의 경영 방침이나 전략에 연대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따라서 과거에 발목이 잡히는 일 없이 변혁을 추진할 수 있다. 사내에 서 개혁자가 나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변경에 머물렀다는 등의 이 유로 '역사의 아웃사이더'로 간주되는 이들은 개혁을 추진할 때 과거의 속박 을 받지 않아 거침없이 속도를 낼 수 있다.
- 하나하나 파고들기 : 첫 번째 페이지에서 원인을 정리할 때는 하나하나 자세히 파고들어 문제 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까지 쪼갤 때 비로소 실효성 있는 반성을 하게 된다. 대분류, 소분류 단위로 합산된 수치를 재료로 삼아서는 안 된다. 각각 의 상품이나 고객, 행동 양상에 주목하면서 '왜'를 반복한다. 수수께끼를 풀 때는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최선이다.
-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창업자 브루스 헨더슨(Bruce Henderson)이 정 립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PM) 이론'은 1970년대를 '전략의 시대'로 만들 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다. 전략론의 역사에서는 이 이론이 '고전'으로 통할 정도다. 그러나 그 후 PPM은 실제 경영현장에서 거의 사라졌다. 여러 비판이 있지만, 내 해석은 이렇다. 기업의 승패'나 '경쟁 우위는 상당히 복잡한 개념일 텐데, PPM은 그 메커니즘을 성장률'과 '시장점유율'이라는 두 축만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이론'이라는 견해가 어느 순간 확산된 듯하다. 요컨대 전략 콘셉트로서 너무 협소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1980년대에 들어서자 수많은 컨설턴트와 학자들이 PPM의 단순함을 넘어서고자 시도했다. 애초에 경쟁 우위란 무엇인가?', '우 위를 구축하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같은 시점에서 새 로운 전략론을 차례차례 만들어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5가지 경쟁 요인'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경쟁 우위'의 메커니즘을 다원적으로 설명하는 모델이다.
- 전략이란 무엇인가? 누군가가 그 정의를 물어보면 사에구사는 이렇게 대답 한다. 전략이란 (1) 전장 · 적의 움직임을 (2)큰 시각에서 '통찰하고 (3)자신의 강점과 약점으로부터 (4)승부의 열쇠 및 (5) 선택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더불어 (6) 리스크의 균형'을 꾀하면서 (7) 선택과 집중'을 통해 (8) 일정한 시간축 안에서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한 (9)논리다. 그리고 (10) 그 전략의 실행 순서를 (11) 장기 시나리오'로서 (12)조직 내에 제시하는 것이다. 아직 실행하지 않은 전략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며 그 좋고 나쁨, 즉 이기는 싸움을 할 가능성이 높은가 낮은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논리의 강력함'이다.
- 개혁에 담긴 드라마 : 성공하는 개혁안은 일단 논리적으로 옳아야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 이 바로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는 스토리, 혹은 드라마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스토리에는 반드시 선역과 악역이 등장하고, 고통스러운 장 벽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예상 밖의 장애물도 튀 어나온다. 경영 기량을 높이려면 그런 드라마의 각본을 직접 쓰고 자신의 입 으로 이야기하며, 스스로 실행해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 사 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가 아니면 조직의 문화나 직원 전체의 행동을 바꿀수 없다.
- 헨더슨은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두 컨설턴트 조지 스토크(GeorgeStalk)와 토머스 하우트(Thomas Hout)에게 일본에 가서 도요타 생산방식의 수수께끼를 풀어 오도록 지시했다. 내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몸담았을 때 동료였던 이들이다. 일본의 경제에 정통했던 그들은 2년에 걸쳐 도요타 생산 방식의 본질을 파헤쳤고, 그 결과 당시 미국은 물론 일본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다. “도요타 생산 방식(간판방식)은 단순한 재고 절감 수법이 아니다. 일본기업은 '시간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시간'이라는 새로운 전략 요소를 추구한다면 기업은 또다른 경쟁 우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전략에서 '시간'이 중요한 무기가 됨을 갈파한 것이다. 1990년에 출판된 그들의 저서 《타임베이스 경쟁 전략(Competing Against Time)》은 이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난폭한 인사 : '난폭한 인사'란 잠재력과 자기 발전 욕구가 충분한 사원에게 현재의 능력 을 뛰어넘는 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때 그 사람의 성장 한계를 고려한 키에 맞는 점프를 시키면 성공률이 높지만, 성장 한계를 오판해 키에 맞지 않는 점프'가 되면 실패의 리스크가 커진다. 난폭한 인사는 경영 리더를 최단 기간에 육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법이다. 여기에는 사내의 질투가 쏟아진 다는 단점도 따른다. 이 인사를 단행한 임명자가 담당자를 마지막까지 끈기 있게 지켜줄 수 있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 사장의 전략 논리
· 수면 밑의 경쟁을 유발하는 사전 노출'은 가급적 늦춘다.
· 노출을 시작했으면 단숨에 몰아치는 '일기가성'의 승부를 건다.
· 이를 위해 필요한 사내의 전투태세를 사전에 완전히 갖춰놓 고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첫 싸움에서 단번에 유의미한 시장지위를 확보한다.
- 미스미에서는 실무자가 직접 전략을 만드는 것이 절대 조건이다. 이기는 싸움'의 스토리를 만 든다는 것은 조직론이나 인재 육성론과도 연계된다. 만약 자신이 형 편없는 전략밖에 생각해내지 못해서 경쟁에 진다면, 책임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사업 전략의 핵심은 수치가 아니라 '전략 스토리' 이다.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그 요소에 관한 자사 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이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경영 리더로서 어떤 사업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
- 회사의 '위기'와 사원이 품는 '위기감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 다. 오히려 반비례 관계라 하는 편이 옳다. 요컨대 사원들의 실적이 떨어져 위기감이 높아야 할 회사일수록 사내 분위기는 해이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실적이 좋아 위기와는 거리가 먼 듯한 기업일수록 사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경쟁에 민감한 성장하는 기업의 사원들 은 고객의 생각이나 경쟁 상대의 움직임, 세계의 신기술 동향 등 회 사 '외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 싸움에서 뒤 처지면 직원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고통을 느낀다. 한편 구제불 능인 회사에서는 사원들이 '내부의 논리대로 움직인다. 나 또한 30대에 세 회사를 경영하면서 이를 깨달았고 이후 사내에서 '위기의식'이나 풍토 개혁’ 같은 말을 꺼내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먼저 철저한 계산을 통해 전략적인 접근법을 도출하고, 구체적인 행동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비난과 저항을 받아낼 각오로, 본인이 선봉에 서서 기존의 조직과 가치관을 무너뜨려야 한다.
- 인사는 상위 직급부터 : 역동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조직은 위부터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당장 급한 대로 조직 하부의 인사를 먼저 결정해버리면 상사도 그 수준에 맞춰서 선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먼저 상위 직급의 우수한 인재를 선정하고, 그가 자신의 수준에 맞는 하위 직급을 택하도록 해야 한다.
- 이렇게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박은 세 개 중 하나만 인정되었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2심 판결이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연방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2001년은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빌 클린턴 Bill Clinton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George W. Bush로 바뀐해였다. 소송의 칼을 쥔 법무부의 수장이 모두 교체됐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정책도 바뀌게 되었다.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에 합쳐 팔기 시작한 지 5년 만에 적어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독점법을 위반' 했다는 사실은 명확히 드러났다. 하지만 넷스케이프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진 지 오래였고, 나머지 90퍼센트의 사람들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이용하였다.
-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와 경쟁하던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은 리얼 프레이어 Real Player였다. 1990년대에 컴퓨터를 사용한 사람이라면 기억날 RM 확장자를 가진 파일로 스트리밍에서 자주 보던 1 모양의 로고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리얼 플레이어는 결국 사라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웹브라우저처럼 미디어 플레이어도 윈도와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4년 유럽연합집행위원회 EU Commission는 이러한 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끼워 팔기에 대해 5억 유로(약7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였다.
- 우리나라에서는 윈도를 설치하면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와 함께 자 동으로 깔리는 MSN 메신저도 문제가 되었다. 2000년대 초반, 아직 모바일시대가 오기 전에 회사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영화 「빅 히어 로」의 캐릭터 베이맥스처럼 생긴 동글동글한 두 명의 연두색 사람이 그려진 귀여운 아이콘의 MSN 메신저로 회사 동료나 친구와 잡담을 나눴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마다 MSN 메신저 이용을 막 으면서 귀여운 눈이 달린 말풍선 아이콘, 네이트온으로 이용자가 대거 이동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반독점(공정거 래법 위반) 조사는 네이트온(SK커뮤니케이션즈)이 신고인, MSN 메신저(마이크로소프트)가 피신고인이었다. 조사 끝에,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는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 가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와 MSN 메신저를 윈도에 결합해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명령하고 과징금 330억 원을 부과했다. 요즘에야 수천억 원 또는 조 단위의 과징금이 가끔 보도되지만, 당시로는 엄청난 액수였 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언제나 당당했다.
“이용자에게 더 좋다.”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와 MSN 메신저가 윈도와 함께 제공되는 것 이 이용자에게 더 좋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몇 년의 법정 공방 동안 현 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런 주장에 화를 내기도 어렵게 되었다. 리얼플레이어나 애플의 퀵타임 같은 라이벌 동영상 플레이어는 어느새 표준 경쟁에서 탈락해서 이용자들이 쓰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MSN 메신저와 경쟁하던 국내 메신저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밀려 이용자가 크게 줄었다. 이렇게 대다수의 이용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쓰게 된 이상, 윈도에 원래 설치된 것이 더 좋지 않느냐고 묻는 마이크 로소프트에게 '이용자'로서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 반독점법의 핵심 가치는 '오직 가격과 품질로 경쟁하라'는 것이다. 3M은 분명 상품 여러 개를 묶어서 '더 싸게 판 것인데, 이것은 가격으로 경쟁한 것이 아니란 말인가? 물론 가격으로 경쟁한 것은 맞다. 하지만 브랜드 없는 새로운 저가 테이프만의 가격으로 르파쥬와 경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것이 미국 법원의 결론이었다. 이렇게 혁신적인 회사라고 해도, 획기적인 기술로 작은 시장을 독점 했다고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또다시 제로에서 시작하는 경쟁에서 이겨야 했고, 원래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한 작은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경쟁자도 끊임없이 막아 내야 했다. 끼워 팔기도 하고, 거래 거절도 하고, 리베이트도 주고, 이렇게 기업은 독점의 힘을 지렛대 삼아 조금 쉽고 편하게 다른 시장에도 진출하고 경쟁자도 막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반독점법의 철퇴를 맞곤 했다. 법은 시장에 뛰어드는 선수들 간의 경쟁을 채찍질했다. 그것이 야말로 다수의 소비자를 위한 좋은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 1등 회사인 필립 모리스는 저가 담배의 가격 경쟁에 서 빠져나오기 위해 최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말보로의 가격 파괴라는 폭탄 같은 전략을 던졌다. 그러자 2등, 3등 회사는 필립 모리스에 항 복한다는 듯한 말을 언론을 통해 전달했다. 그리고 필립 모리스는 말 보로와 함께 저가 담배의 가격을 올리되 미리 언론을 통해 정보를 흘 렸다. 그리고 다른 담배 회사도 순순히 그런 가격 인상을 따랐다. 서로 합의하지도, 연락하지도 않았지만 무언가 암묵적인 합의하에 같은 행 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담합이 아니었다. 이것을 법적 용어로 '의식적 병행행위 conscious parallelism'라고 한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비슷하게 행동했다는 뜻이다. 1등이 강한 가격 후려치기로 힘을 보여준 후, 다시 수익성 회복을 위해 가격을 올리면, 2등과 3등의 선택은 무엇일까? 또다시 가격 경쟁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냥 1등을 따라 가격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담배 시장 전체의 가격이 몇 년 동안 하나의 회사처럼 똑같이 움직였다. 하지만 법은 이들을 처벌하지 않았다. 법이 전략적 행동까지 처벌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10여 년 뒤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의 라면 시장에서도 반복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1,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 담합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반독점법에서 가장 흔한 주제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반독점법, 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반 이상이 담합이다. 그리고 과징금이나 벌금이 가장 많이 부과되는 것도 담합 사건이다. 담합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볼 수도 있다. 13세기 십자군 전쟁에서 베네치아 상인은 동방무역을 독점하며 담합했고, 15세기 아랍 상인은 향신료 무역을 담합했다. 18세기 박지원의『열하일기』에도 청나라 상품 수입 상인 사이의 담합이 기록돼 있다.
- 보통은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파는 것을 '좋은 일이 라고 보는 반독점법도 독점기업이 가격을 '너무 낮게 정하는 것은 경계했다. 싸게 파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주장과 싸게 팔아서 경쟁자를 죽이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런데 1993년, 앞에 서 본 하얀 담배 판결에서 큰 원칙이 세워졌다. 대법관 9명이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6 대 3으로 판단한 결과였다.
“경쟁자의 저가 정책을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하려면, 하나, 가격이 비용 이하여야 하고, 둘, 그렇게 팔아서 입은 손해를 나중에 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전망이 있어야 한다.”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증거도 없는데, 합리적인 전망 이라니, 법원의 판결에서 왜 이런 요건이 나온 것일까? 판결은 누군가 제소를 해야 나온다. 그런데 반독점 소송이란 경쟁자 가 시장에서 쫓겨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법원에 호소하는 것이다. 만약 경쟁자가 이미 죽어버렸다면 소송도 없고 판결도 없다. 법이 만들어지 지 않는다. 그러니 아직 살아 있는 경쟁자가 제소한 소송 사건에서는 밟아 죽이기 가격 정책을 시도한 상대방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앞서 보았듯, 하얀 담배 사건에서는 리게트를 밟아 죽이려고 했던 브라운이 이겼다.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도 받았다. 그런데 사실 브라 운은 리게트를 시장에서 내쫓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 전쟁을 했던 것이 맞다. 리게트가 중간에 꼬리를 내리고 전쟁을 중단했을 뿐이다. 미국에서는 판례에 의해서 새로운 법이 만들어진다. 반독점법의 조 문도 사실 두 가지가 전부다. 그러니 미국에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는 것은 비슷한 경우에 관한 법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 1993년에 나온 하얀 담배 판결은 밟아 죽이기 가격 정책에 관한 그동안의 논의를 집대성한 기본 판결이고, 지금도 유효한 살아 있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판결과 같은 법이 아마존 같은 회사에게는 엄청난 편안 함을 주었다. 판결, 그러니까 판례법에 따르면, 아무리 적자를 감수하 는 싼 가격으로 경쟁자를 죽이고 다른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서 독점기업이 되어도, 나중에 손해를 메꿀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면 반독점법의 칼날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제프 베이조스가 소비자가 왕, 언제나 최저가!"를 외치고 실행한다. 면, 오히려 반독점법의 가치와 맞는 말이어서 더는 할 말조차 없게 된 다. 초기업 아마존은 분명히 경쟁자를 모두 가격으로 밟아 죽이고 있 는데, 반독점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현실, 과연 우리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적극 지지해야 하는 걸까? '소비자'를 두고 아마존과 애플이 맞붙었던 다음 사건을 보면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 한국의 이커머스 회사가 아마존의 뒤를 따를 수 있 을까? 초기에 이익을 보지 않고, 무조건 고객부터 확보하고, 이익이 생 겨도 쌓아 놓지 않고 다른 분야로 계속 확장하는 것이 아마존이라면,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중 한두 곳은 아마존과 같은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고객만 확보한 것이 아니다. 아마존은 압도 적인 신뢰까지 확보했다.
결제가 안전하다, 내 지갑을 털어가지 않는다!!
→ 내가 결제한 바로 그 물건을 실제로 받을 수 있다.
→ 물건이 잘못됐을 때 쉽게 환불받을 수 있다.
이같이 아마존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시장'에서 수천 년 동안 쌓아 온 기초적인 신뢰를 온라인에서 가장 먼저 구현했다.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번 돈은 오직 신뢰를 강화하고 알리는 데 썼다. 소비자는 신뢰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사이트에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줄 필요가 없다. 그리고 믿을 만한 사이트의 값도 가장 싸다면, 다른 사이트는 정말 필요 없다. 판매자는 이용자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방문하는 사이트에서 물건을 파는 게 유리하다. 그러니 가장 믿을만한 사이트로의 쏠림 현상이 생긴다. 그렇지 못한 사이트는 빠르게 도태된다. 인터넷 포털이나 SNS와 같이, 이커머스도 이렇게 원래 네 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커머스에는 이런 쏠림 현상이 없다. 공인인증 서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준 기본적인 신뢰 효과에, 대기업 계열 이커 머스의 강한 자금력까지 합쳐지면서 과점도 아닌 수많은 브랜드 간의 완전 경쟁에 가까운 경쟁이 계속되는 중이다. '한국의 아마존'이 나오려면 이커머스 하나가 독보적으로 잘되어야 겠지만, 그건 나머지가 모두 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가 한 국의 아마존을 외치지만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아마존이 미국 시장에서 홀로 가진 기본적인 신뢰를 한국 이커머스는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독점기업은 처음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소비자를 사로잡 고 신뢰를 쌓는다. 이렇게 쌓인 신뢰와 브랜드는 후발주자가 좀처럼 따라가기 힘든 장벽이 되곤 한다. 그런데 한국 IT 산업에서는 많은 분 야에서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빠르게 따라잡았다. 다음과 네이버도 그렇고, 이커머스에서 인터파크와 옥션, 그리고 지마켓과 다른 기업도 그렇다. 시장이 작아서 선두 기업이 규모를 크게 키워 막강한 자본력 을 쌓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경쟁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음 사항 역시 이것과 연결돼 있다.
* IT 인프라가 기본적으로 아주 탄탄해서 소프트웨어의 작은 기술력 차이는 소비자가 잘 느끼지 못한다.
* 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규제가 먼저 생겨서 소비자에게 어떤 회
사가 더 믿을 만한지는 중요한 쟁점이 되지 못한다.
* 특허나 상표는 물론 영업 비밀이나 부정 경쟁 방지 등 독창적으로 시작한 부분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그리 강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후발 기업이 외부의 자금력으로 작은 시장을 독점한 선발 기업을 뛰어넘는 경우가 자주 보이는 것은,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섞인 결과이다.
- 대법원 판결 이후 4년이 지난 2019년, 라면 시장은 꽤 재미있게 바 뀌어 가고 있다. 신라면은 계속 조금씩 가격을 올린 반면에, 진라면은 더 이상 따라가지 않고 2008년의 판매 가격인 750원을 11년째 고수 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갔다. 그리고 결국 신라면을 따라잡았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다섯 개 묶음의 가격은 더욱 차이가 나서 신라면은 개당 670원이 넘지만, 진라면은 550원 정도다. 라면의 종류와 가격은 다양해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담합이 아니라고 나왔지만, 어쨌든 이런 경쟁은 시장을 흔든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세금으로 낸 과징금 환급이자 156억 정도의 가치는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때론 착한 일 따위는 제쳐 두어라. (존 록펠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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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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