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사람들

심리 2017. 12. 2. 05:58

- 사람들 대다수는 강박장애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으나, 어떤 병인지는 잘 모름. 그래서 흔히 들 기이한 행동 쯤으로 본다. 사실 강박장애는 매우 심각하고 치명적인 병으로, 반복해서 손을 씻는 물리적 행동뿐만 아니라 기이한 생각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정신적 고통으로도 정의할 수 있음.
- 80년대까지만 해도 정신과 의사들은 임상에서 강박적 사고와 행동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2%에서 3%의 사람들이 강박장애를 경험한다고 추정. 영국에서는 100만명 이상이, 미국은 500만명 이상이 강박장애를 경험. 강박장애는 3대 정신질환인 우울증, 약물남용, 불안장애에 이어 네번째로 흔한 정신장애이며, 자폐증이나 정신분열증보다 두배나 더 많음. 세계보건기구는 강박장애를 열번째로 고통스런 병으로 규정. 강박장애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당뇨병보다 크다고 한다
- 마음속 불안의 대상은 대부분 합리적인 것들. 그리고 일반적으로 우울증으로 인한 암울한 생각들 역시 마찬가지. 외부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끊임없이 반추하고, 과거의 결정과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등... 극심한 슬픔이나 히스테리 등도 상실에 대한 합리적 감각이다. 강박의 재료가 되는 원치 않는 침투적 사고는 이와는 다름.
- 마음속 불안의 대상은 대부분 합리적인 것들. 그리고 일반적으로 우울증으로 인한 암울한 생각들 역시 마찬가지. 외부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끊임없이 반추하고, 과거의 결정과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등...극심한 슬픔이나 히스테리 등도 상실에 대한 합리적 감각임. 강박의 재료가 되는 원치 않는 침투적 사고는 이와는 다름. 이들은 비합리적이다. 정신적 불화를 일으킴. 이들은 자아 이질적임. 이들은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남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과 충돌을 일으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
- 강박장애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인지적 아이디어 생성기가 있어서 대부분은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찾으려면, 두뇌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때, 즉시 검열하지 않는 것이 중요. 이는 기업에서 하는 브레인스토밍과 비슷한 원리. 아무리 말이 되지 않는 아이디어라도 매출을 높이고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써서 열정적인 관리자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인지적 아이디어 생성기가 현실에 기반을 둘 필요는 없다. 침투적 사고는 '그래, 하지만'보다는 '그래, 그리고'라고 말할 때 일어난다
- 원치 않는 생각을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아주 어려움. 그리고 억제하려다가 그만두면, 나중에 그 생각이 더 많아지기도 함. 후자의 효과는 심리학 교과서에 억압된 생각의 반동효과로 소개되어 있음. 다수의 심리학자들은 이를 북극곰 효과라 부름. 원치 않는 생각을 쫓아버리려고 하면 더 강해져서 쫓아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말함
- 심리작용 방법에 관한 여러 이론에 따르면, 북극곰 효과는 두가지 심리작용 때문에 일어남. 먼저, 북극곰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다른 무언가를 생각해야 하므로 의식적으로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 이를테면 아침에 먹었던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정신을 산만하게 하려면 그 전에 산만하게 해야할 대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함. 그러므로 어떤 생각을 억누르기 전에 그 생각이 거기 있는지를 의식은 찾아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찾는 것(북극곰)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함. 하지만 그건 우리가 생각하지 말아야할 대상이다. 둘째, 대상(북극곰이라는 원치 않는 생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별도의 과정이 시작함. 이 두번째 관찰과정은 자동적으로 일어나며 아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는 무의식적인 행위인 반면, 생각을 억제하기 위해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것은 그렇지 않다.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며,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과 달리 탈출구가 하나 있다. 대개 공포감을 유발하는 자극을 피할 수 있다는 것. 극심한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높은 곳에 있는 다리 근처에 가지 않거나 절벽 근처를 걷지 않으면 된다. 거미공포증은 거미공포증이 있는 사람앞에 거미가 있을 때만 문제가 된다. 13일의 금요일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일년중 며칠만 그렇다. 공포증에서 공포를 자극하는 것이 외부에 존재. 하지만 강박장애는 내부, 즉 우리 생각안에 존재
- 사람들 대부분은 역기능적 신념이 있으며 보통 어린시절에 나타남. 역기능적 신념은 정신장애가 아니라 우리의 인지과정 안에 존재하는 렌즈임. 이들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왜곡하며, 사람들이 동일한 상황을 모두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 이유를 설명해줌.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의 결과에서 부정적인 측면에만 신경을 쓰고, 이런 결과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미치는 피해를 과장해서 생각함. 이는 파국화라고 하는 역기능적 신념이며, 사람들을 불안에 빠뜨림. 심리학자들은 강박장애의 발전에 세가지 역기능적 신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냄. 첫번째는 위협과 개인적 책임을 부풀려서 생각하는 것. 두번째는 불확실성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과 완벽주의. 세번째는 침투적 사고를 지나치게 중요하다고 여기고 이를 통제하려는 욕구. 이런 역기능적 신념 가운데 한가지가 있다고 해서 강박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박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다
- 불안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를 테면 사자가 다가온다)에 대한 반응이며, 강박장애는 보통 미래에 나타날 위협(바위뒤에 사자가 있지 않을까)으로 강박적 사고와 행동은 생존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음. 이렇게 피해를 줄이려는 특성은 생존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진화과정에도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정신과의사들은 강박장애가 심리적 면역체계로 진화해왔을 수도 있다고 말함.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사자가 숨어 있다는 생각이 반복해서 떠오른다면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고, 위협을 없앨 방도를 찾으려 할 것. 실제로 사자가 없더라도 말이다. 이런 식으로 강박적인 생각은 실제 위험을 경험하지 않으면서도 위협에 반응해보는 방법이 될 수 있음. 미리 대비한다면 가상의 위협이 실제로 일어날 때 다른 사람보다 훨씬 유리할 것. 이 사례에서 강박적 사고는 신체 면역시스템에서의 항체와 유사하게 일선에서 미래의 위협에 대응. 강박적 행동은 위협을 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학습하는 행동이다. 이런 강박증은 초기 인류에게 유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생물학적 특성이 그러하듯 모든 인류에게 전파되지는 않았다. 신체 면역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자신의 신체를 공격할 수 있듯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강박적 사고와 행동이 극단적 형태로 나타나 해를 끼칠 수 있다. 이런 식을 강박장애는 유용하고 유연한 강박의 역기능적 부산물일 수 있음. 오늘날 일반적 불안장애가 투쟁-도피 반응의 역기능적 부산물인 것처럼 말이다
- 강박장애는 뇌에 문제가 생겨 대뇌 기저핵이 엉뚱한 순간에 부적절한 맥락에서 의식을 행하도록 했을 때 벌어지는 증세인가? 일부 신경학자들은 그렇다고 생각. 대뇌기저핵과 이를 감싸는 뇌세포와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강박장애 혹은 뇌에 문제가 생기면 어떠헥 되는지에 대한 모델을 개발해왔다. 뇌에 관한 모든 모델이 그렇지만, 신경학자에게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일반인들에게는 대개 머리가 터질듯이 복자바다. 말하자면 대뇌 기저핵은 눈썹 뒤편에 있는 안와전두피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 안와전두피질은 눈 등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해서 대뇌 기저핵의 선조체라는 부분에 전달. 그곳에서 운동신경을 제어하는 시상이라는 분리된 뇌구조로 메시지를 전달. 시상은 이 신호를 다시 안와전두피질로 전달. 이런 과정이 쉬지 않고 순환하여 일어나면,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 안와전두피질이 세상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면 선조체와 시상은 적절한 운동반응을 선택하고 안와전두피질에 명령해 실행에 옮김. 사자가 보인다. 으악. 도망쳐라. 위험이 사라지면 안와전두피질은 경보를 해제학 시상은 후퇴한다.
- 강박장애 모델에서 중요한 것은 안와전두피질이 이들 신호를 두가지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시상으로 전달한다는 점. 스위치를 켤 때는 선조체를 통해 신호를 시상으로 전달하며, 이를 직접방식이라고 함.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는 간접방식. 이때는 선조체를 거친다음, 다시 대뇌 기저핵의 다른 부분을 거쳐 시상으로 전달됨. 강박적 행동에 관한 이 모델에서는 시상이 통제권을 상실하여 안와전두피질에 부적절한 지시를 내릴 때 강박장애가 생겼다. 시상이 내린 지시와 행동이 상황에 적합하지 않게 되면 안와전두피질은 곤경에 처함. 감각을 통해 전달된 정보, 외부세계에서 온 최신 정보는 모든 것이 좋다는 신호를 전달함. 하지만 시상에서 오는 신호는 다른 정보를 전달. 이에 따른 행동은, 의식은 감각기관에서 안와전두피질에 위험은 사라졌고 행동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신호를 보내더라도 계속된다. 바로 그 점이 강박장애의 역설이다. 물가에 사는 뒤쥐는 돌이 사라져도 돌이 있던 자리를 뛰어넘는다. 깨끗한 손을 계속 씻는다.
- 이것이 바로 단순화된 강박장애의 뇌 모델. 하지만 이보다 간단한 모델이 있다. 시상을 흥분시키는 직접경로는 가속페달이다. 간접경로는 브레이크다. 정상적으로 작동할때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가 함께 어우러져 속도를 제어. 강박장애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경우다
- SSRI약품은 세포 사이의 빈 공간에 세로토닌을 평소바다 많이 일정수준으로 유지. 세로토닌 사용을 막는다. 이렇게 하면 일부 환자에게 강박장애 증상이 나타나지 않음. 따라서 역분석을 해보면 강박장애가 발생하는 이유는 비정상적으로 세로토닌 수준이 낮을 경우라고 할 수 있음. 신경전달물질을 추적하여 측정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고 알려져 있어서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세로토닌을 추가하면 기저핵의 고장난 브레이크 문제가 해결되어, 안와전두피질이 위험이 사라졌다는 신호를 보내면, 시상이 인지하여 강박장애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인이 다른 데 있을 가능성 역시 존재
- 세로토닌의 효과를 상쇄하는 경향이 잇는 도파민 등의 다른 신경전달물질이 원인일 수도 있음. 기저핵에서 도파민의 양을 늘어나게 하는 약품을 사용하면 갑자기 도박에 대한 강박이 생기거나 파킨슨 병에서 볼 수 있는 도벽이 생기기도 함. 세로토닌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면 도파민의 양이 늘어나 선조체에 큰 영향을 미칠수도 있음. 선조체는 강박장애가 있는 뇌모델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강박장애 환자의 뇌를 PET촬영해보면 우뇌 쪽에 세로토닌 전달이 감소되어 있공 도파민 배출이 증가되어 있다
- 전통적 의미에서 강박장애를 치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해서 효과가 있더라도 대부분 느끼는 것은 알콜중독에서 회복되는 과정과 비슷. 지난번 강박행동에서 며칠이나 지났는지 날짜를 세는 것이다. 한병만 마시면 다시 알콜 중독이라는 재앙이 찾아오는 것처럼, 강박장애는 대부분 치유되지 않음. 하지만 질환을 잘 관리하고 기분이 좋아지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대부분 기분이 훨씬 좋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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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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