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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2020. 12. 16. 11:58

- 과학은 지식의 어떤 체계라기보다는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사유방식이다. (칼 세이건)
-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유발 하라리)
- 이론물리학자인 데이비드 그로스David Gross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교과서는 우리가 방황하고 헤맸던 이런저런 대안 경로, 옳다고 믿었 던 잘못된 단서, 수많은 오해들을 흔히 무시하고 빼버린다.” 
우리는 뉴턴의 법칙들을 배운다. 그러나 그 법칙들이 장엄한 신의 뜻이나 뉴턴이라는 천재가 깨우친 단 한 번의 번뜩임을 통해 나타나기라도 한 것처럼 배울 뿐, 뉴턴이 그 법칙들을 끝없이 탐구하고 수정하며 보냈던 그 긴 세월을 살피진 않는다. 뉴턴이 끝내 확립하지 못한 그 법칙들은 물리학 강의실에서 오가는 1차원적인 이야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 불확실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능력이야말로 가장 잠재성 큰 가치를 창조한다. 우리의 행동을 추진하는 연료는 신속한 카타르시스를 향한 열망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음모여야 한다. 확실성이 끝나고 불확실성이 시작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로소 전진과 발전이 시작된다. 확실성에 대한 집착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그 집착은 알려지지 않은 알려진 것들'이라 불리는 요술거울을 통해 우리의 비전을 왜곡한다.
-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 Daniel J. Boorstin 은 “새로운 발견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은 무지가 아니라 알고 있다는 착각”이라고 썼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태도가 눈과 귀를 막아 외부에서 보내는 올바른 신호를 차단한다. 확신이 눈과 귀를 가려 자기가 마비 상태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자기만의 진리를 많이 말할수록(이때는 열정도 더 커지고 손짓과 표정도 더 요란해진다) 이 사람의 자아는 고층건물처럼 크게 부풀어 오르며 그 아래에 놓인 것을 덮어버려 보이지 않게 만들고 만다. 
- 현상을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의심이 계속되는 상태에선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가장 그럴 듯한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게 진실인 양 믿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야기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완벽하게 치료해 주고, 우리가 가 진 이해 가운데 비어 있는 부분을 메워준다. 혼돈을 질서로, 복잡성을 단순명쾌함으로, 우연을 인과관계로 바꾼다. 당신의 자녀가 갑자기 자폐증 증상을 보이는가? 그렇다면 2주 전에 아이에게 맞힌 예방주사를 의심하면 된다. 화성 표면에서 인간 얼굴의 형상이 보이는가? 이집트인이 기자 피라미드를 건축할 때 우연히 도움을 주기도 했던 고대문명이 화성에 만들어놓은 정교한 작업이라고 믿으면 된다. 갑작스러운 집단 발병 끝에 사망한 사람들의 몇몇 사체에서 경련이 나타나는가? 이것이 바이러스와 사후경직 때문임을 알아내기 전에 우리 조상은 뱀파이어의 소행이라고 결론 내렸으며, 또 그 결론에 만족했다.
- "틀릴 수 있는 해답을 안고 살기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사는 것 이 한층 더 흥미롭다.” 파인만의 이런 사고방식은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할 줄 아는 상당한 수준의 겸손함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나는 모른다”는 그 끔찍한 말을 입 밖으로 낼 때면, 자아는 쪼그라들고 마음은 열리고 귀는 쫑긋 선다. 몰랐던 것을 배우고 성장하려면 자신이 모르는 것을 온전히 의식하는 '의식적인 불확실성'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 이런 접근법은 당신이 바라보길 원하지 않던 것을 환하게 비춰줄 수 있다. 그러나 평온한 마음으로 틀리는 것보다는 불편한 마음으로 불확실성에 사로잡히는 편이 훨씬 낫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혼란에 빠진 원숭이, 즉 불확실성을 감정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 "알려지지 않은 어떤 것이 우리가 모르는 어떤 것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이론이 바로 그런 식이다.”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 Arthur Eddington이 1929년 양자이론을 설명하 며 했던 말이다. 어쩌면 그는 우리가 우주 전체를 이해하는 것에 대해 말한 것일지 모른다. 천문학자들은 겨우 5%의 공간만 불이 켜진 어두운 집에서 살며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주의 대략 95%는 이름만으로 어딘가 불길한 느낌을 주는 '암흑물질 Dark Matte'과 '암흑에너지 Dark Energ)’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물질은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이를 보거나 파악할 수 없다. 이것의 성질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이 물질은 다른 대상에 중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다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James Maxwell은 “철저히 의식적인 무지는 진정한 지식 발전의 서곡”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자들은 지식의 경계선 너머까지 다다라 미지의 것의 대양으로 훌쩍 뛰어든다. 우주는 수수께끼의 한 꺼풀을 벗기면 또 다른 꺼풀이 나타나는 양파와도 같음을, 그들은 잘 안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의 말처럼 “과학이 문제 1개를 풀 때마다 10개 넘는 문제가 새롭게 나타난다.” 지식의 몇몇 빈 공 간이 채워지면 그 순간 다른 빈 공간이 생겨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처럼 수수께끼가 난무하는 현상을 가장 아름다운 경 험”이라고 묘사했다. 물리학자 앨런 라이트맨 Alan Lightman은 “과학자들 은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 형성된 날카로운 벼랑에 서 있으며, 그 아찔한 광경을 내려다보는 두려움에서 공포의 전율이 아니라 환희의 전율을 느낀다”라고 썼다. 과학자들은 자기의 총체적인 무지에 기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즐긴다. 불확실한 것은 과학자들이 행동으로 나서도록 그들을 소리쳐 불러댄다.
-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은 특히 아인슈타인을 성가시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과학작가 짐 배것Jim Baggott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양자 이전의 물리학은 언제나 '이것'을 하고 또 '저것'을 얻는 것에 관 한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양자역학은 우리가 ‘이것’을 할 때 비로소 특정한 확률로만 '저것'을 취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그때 조차도 특정한 환경에서는) 우리는 또 다른 것'을 취할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하나의 통합된 이론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자신이 “사악한 양자 Evil Quanta”라 부르는 것과 맞닥뜨리지 않도록 보장할 거라는 자 칭 광신자로 남았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하나의 통합된 이론을 단단 하게 붙잡을수록 찾고자 하는 해답은 점점 더 매끄럽게 그의 손을 빠져 나갔다. 아인슈타인은 확실성을 찾는 과정에서 예전에 가지고 있던 경이감을 잃어버렸다. 동시에, 실험을 통한 열린 마음도 함께 잃어버렸다.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확실성을 찾는 것은 인간적인 탐색의 모습이다. 우리는 모두 절대적인 것, 작용/반작용, A는 필연적으로 B로 이어진다는 식의 인과관계를 갈망한다. 근사치 계산이나 파워포인트에서는 하나의 변수가 직선으로 단 하나의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현실에선 전혀 다르 다. 미묘한 차이가 훨씬 많이 나타난다. 초기에 아인슈타인은 빛이 광자 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내가 보기에는”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 도 진화론을 제시하면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라는 단 서를 붙였다. 마이클 패러데이 Michael Faraday도 자기장이론을 제시하면서 자기가 경험했던 “망설임"을 이야기했다. 케네디는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약속할 때 우리가 미지의 바닷속으로 뛰어든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케네디는 “이는 어떤 점에서 보면 믿음과 비전의 행동입니다. 어떤 편익이 우리를 기다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들은 선동과 설득의 차원에서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 러나 조금이나마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점에서는 미덕이 분 명하다. 리처드 파인만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과학적 지식은 확실성이 변화하는 정도(예를 들어, 어쩐지 가장 확실한, 어쩐지 확실한 것에 가까운, 절대적으로 확실하지는 않은)를 나타내는 진술의 집합체다.
- 발견은 어떤 것이 올바를 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엉망일 때, 즉 사람들이 당연한 것으로 기 대하던 것이 아닌 특이한 일이 일어날 때 나타난다 (토머스 쿤)
- 13세기 신비주의 시인 루미 Rumi가 지적했듯이, 길은 걷기 시작한 다음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윌리엄 허셜은 명왕성을 발견하게 되리라곤 전혀 생각지 않은 채로 이미 망원경을 만들고 초보자용 천문학 서적을 읽었다. 앤드루 와일즈는 호기심이 장차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기술한 책을 집어 들었다. 스티브 스퀘어스는 자기의 텅 빈 캔버스를 찾는 걸음이 장차 화성까지 닿을 줄 모른 채로 이미 걷기 시작했다. 비밀은, 선명한 경로가 보이기 전에 먼저 걷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퀴가 고장나고 드릴이 부러지고 산소탱크가 폭발하더라도, 우선 걷기 시작하라. 후진 기어로 이동하는 법을 배울 수도, 초강력 접착테이프로 재앙을 막을 수도 있을 테니, 우선 걸어라. 뉴턴의 제1법칙처럼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하므로 일단 가기 시작하면 계속 가게 될 테니, 우선 걸어라. 당신의 작은 발걸음이 결국 거대한 도약이 될 테니, 우선 걸어라.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우니까, 우선 걸어라.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방법이니, 우선 걸어라.
- 다른 사람의 성공경로를 그대로 복사하기- 붙여 넣기 할 수는 없다. 당신이 리드칼리지를 중퇴한 뒤, 캘리그래피 수업을 듣고, LSD 를 좀 하면 서 선불교에 잠깐 심취했다가, 아버지의 집 주차장에서 회사를 차렸다고 해서 제2의 애플을 창업할 수는 없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말했듯이, “사업에서 가장 위험한 5개 단어는 다른 모든 사람이 그걸 한다 Everybody else is doing it' 이다.” 이런 원숭이 식의 접근법을 따른 사람들이 복잡한 시 장 한가운데에서 경쟁을 펼친다. 가장자리에서는 경쟁이 덜 치열함에도 불구하고, 구글 엑스Google x의 애스트로 텔러 Astro Teller 대표도 이렇게 말했다. “기존 기술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자기보다 먼저 나온 모든 사람과 경연대회를 치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끼어 봐야 그다지 득이 되지도 않는 경연대회인데....”
- 어떤 공장이 완전히 무너졌다 하더라도 이 공장을 탄생시켰던 합리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이 합리성은 또 다른 공장을 낳을 것이다. 어떤 혁명이 체계적인 정부를 파괴한다 하더라도, 그 정부를 낳았던 사고의 체계적인 패턴이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면, 그 패턴은 창조의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 회사 죽이기 훈련은 대기업이나 로스쿨 강의만을 위한 게 아니다. 이 훈련의 다양한 버전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만 하면 된다.
* 왜 사장이 나를 승진에서 누락시켰을까? 
* 이 예비 고용주가 나를 고용하지 않은 것이 어째서 정당한 일인가?
* 소비자들이 경쟁사 제품을 구매하는 게 옳은 결정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할 때는 “당신의 약점을 말하시오”와 같은 끔찍한 인터뷰 프롬프트를 보고 답하는 식으로는 말하지 마라. 이는 “저는 일을 너무 열 심히 합니다” 같은 은근한 자랑식 답변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철저히, 당신을 승진자 명단에서 빼고, 채용자 명단에서 빼고, 경쟁사 제품을 구매 하는 사람 입장에서 대답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라. “왜 그 사람은 그런 선택을 할까?”
- 그들이 멍청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그들이 틀리고 당신이 옳아서도 아니다. 당신이 놓친 것을 그들이 보기 때문이다. 당신이 믿지 않는 것을 그들은 믿기 때문이다. 언제나 똑같은 옛날 각본에서 나오는 언제나 똑 같은 계획을 가지고선 당신의 세계관 혹은 당신의 믿음을 바꿀 수 없다. 이 질문에 대해 좋은 대답을 하나 마련했다면, 이제 관점을 바꾸고 잠재적인 위협에 대처할 방안을 찾아라. 제1원리 사고를 실천하기 위해 언제나 실제 혹은 가상의 렉킹볼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면도칼 하나로도 충분하다.
- 똑똑한 바보는 일을 더 크고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는 천재의 손길과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슈마허)
- 헨리 루이스 멩켄Henry Louis Mencken이 당부했듯이 단순한 해법을 “깔끔하고, 그럴듯하고, 잘못된” 해법과 혼동해선 안 된다. 그리고 단순함을 추구할 때라 하더라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새로운 사실을 향해선 마음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 우리가 취해야 할 까다로울 수밖에 없 는 태도를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표현했다. "단순함을 추구하되 그것을 믿어선 안 된다.” 잘라내는 것은 온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뺄셈은 덧셈이다. 구속은 해방이다. 독창적인 것을 찾기 위해 기원으로 돌아가는 잘라냄의 미덕은,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경쟁자의 계획이나 롤 모델의 인생 이야기 속 에서 저절로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지 않음을 상기한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바로 그것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
- 나 자신과 내 사고법에 대해 살펴보면, 긍정적인 지식을 흡수하는 재능보다 상상할 줄 아는 재능이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지루함은 이제 그야말로 멸종위기 상태다. 지루함이 사라지면 창의성 근육은 사용부족으로 위축되기 시작한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Edward D. Wilson은 “우리는 지혜에 굶주리며 정보에 익사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생각하지 않는다면(즉, 잠시 멈추지 않으면, 이해하지 않으면, 신중하지 않으면) 지혜를 찾을 수도, 새로운 발상을 할 수도 없다. 문제를 신중하게 곱씹는 대신, 맨 처음 불쑥 떠오른 생각이나 해법만 고집 하려 한다. 그러나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는 즉답을 주지 않는다. 작가 윌리엄 데레즈위츠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맨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결코 최고의 생각이 아니다. 그것은 늘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며, 그 주제로 대화할 때 들어본 적 있는 생각이며, 통념에 속하는 생각이다.” 
- 지루함을 느낄 때면 인생을 허비하고 있단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2명의 영국인 연구자는 한 논문에서 지루함을 “학습과 창의성 측면에서 핵심적이라 할 수 있는 적절한 감정”이라고 결론 내렸 다. 지루한 상태에 빠져들 때 우리의 뇌는 외부 세상과 연결을 끊고, 내 면 세상과 연결된다. 이 마음 상태는 우리에게 알려진 가장 복잡한 도구인 뇌를 느슨하게 만드는데, 이때 뇌는 집중 모드에서 분산 모드로 전환된다. 생각이 정처없이 떠돌며 백일몽을 꿀 때, 뇌의 기본설정 네트워크 (몇몇 논문에 따르면 이는 창의성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가 가동되기 시작한다. 음악을 만드는 건 음과 음 사이의 침묵인 법이다. 뉴턴은 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없는 교수였는데, 이는 “강의 도중 갑자기 창의적인 '멍때리기'를 하며 몇 분씩이나 가만히 서 있었기 때문이 었다. 학생들은 그가 어서 지구의 현실로 돌아오길 바랐지만, 그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뇌는 공회전을 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활발 하게 작동한다. 미래학자 알렉스 수정-김 방Alex Soojung-Kim Pang은 이에 대해 “허공을 멍하게 바라볼 때도 뇌는 미분방정식을 풀 때와 비슷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고 말한다.
-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고, 각 참가자에게 어려운 문제 하나를 풀어 보라고 했다. 첫 번째 집단은 완전히 고립된 환경에서 문제를 풀게 했고, 두 번째 집단은 참가자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풀게 했으며, 세 번째 집단은 고립과 소통 양쪽을 오가게 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집단은 세 번째였다. 연구자들은 이를 두고 “소통을 간헐적으로 중단시킬 때 해당 집단의 집단지성이 개선된다”라고 평가했다. 고립과 소통이 주기 적으로 반복될 때 해당 집단의 평균점수는 높아졌고, 해당 집단은 최상 의 해법을 더 자주 찾아냈다. 중요한 점은, 동일한 집단 내의 성적 낮은 사람과 성적 높은 사람이 간헐적인 소통에서 이득을 얻었다는 점이다. 이는 학습이 양방향으로 진행됨을, 즉 한 사람의 결론이 다른 사람에게는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됨을 뜻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작업환경은 두 번째 집단, 즉 끊임없이 소통하는 '창의성의 차선책' 집단과 비슷하다. 연구에 따르면, 연결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것 말고 숙고를 위한 고립 역시 중요하다. 이 과정은 당혹스러울 수 있다. 아시모프는 “어떤 사람에게나 좋은 아이디어 하나에 100가지 혹은 1만 가지 어리석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혼자 통찰을 연마하고, 모여서 그 통찰을 나눈 후, 다시 혼자로 돌아가야 한다. 
- 오만하면 날개가 녹고, 결국 죽는다. 정 해진 경로를 따라가며 지시에 충실히 복종해야만 섬에서 탈출하고 또 살아남는다. 그러나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Seth Godin 이 《이카루스 이야기 The Learis Deception》에서 설명하듯이, 이 이야기에는 당신이 듣지 못한 절 반의 내용이 더 있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루스에게 너무 높이 날지 말라는 말 외에도 날개가 물에 젖을 수 있으니 너무 낮게 날지 말라고도 했다.모든 조종사가 강조하다시피, 고도는 당신의 친구다. 만일 높은 고도로 비행하던 중 엔진이 고장나면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킬 여러 다 양한 선택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고도가 낮은 상태에서 비행할 때는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선택권이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
- 파리와 벌은 각각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를 대표한다. 파리는 확산적 사고를 해서 출구를 찾을 때까지 자유롭게 온갖 시도를 다 한다. 그러나 벌은 수렴적 사고를 하면서 겉보기에 가장 확실해 보이는 출구 경로를 끝까지 고집하다가 끝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확산적 사고는 마치 파리가 유리병 안을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것처럼 열린 마음으로 자유롭게 다양한 생각을 창출한다. 확산적 사고를 하는 동안에는 제약, 가능성, 예산 따위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무슨 생각이든 그냥 다 떠올린다. 우리는 물리학자 데이비드 도이치 David Deutsch가 정의 한 대로 낙관주의자가 된다. 그가 정의하는 낙관주의자는 물리학의 여러 법칙이 허용하는 모든 것을 다 시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확산적 사고의 목표는 성급하게 평가하거나 제한하거나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가리지 않고 선택권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도 아이디어가 창조되는 초기 단계에 는 “순수한 이성주의자는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아인슈타인도 비록 최 종제품은 논리적인 형태로 포장될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가능할 수 있 었던 최초의 발견은 “논리적인 사고로 나타나는 작업의 성과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확산적 사고를 활성화하려면 내면의 이성적인 존재, 즉 안전하고 유익한 어른다운 행동을 관장하는 주체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니 스프레드시트 따위는 옆으로 밀쳐두고 뇌가 자유롭게 뛰어다니도록 내버려둬라. 터무니없는 것을 파고들어라. 손 닿지 않는 곳에 손을 뻗어라.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려라.
- 규칙적이면 연약해지고 불규칙적이면 민첩해진다. 뇌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내버려두기만 하면 사람의 마음은 저항이 가장 적은 경로를 찾아 그 길을 좇는다. 그러나 평안해 보이는 질서와 예측 가능성은 창의성에 방해가 된다. 우리는 슈워제네거가 근육에 충격을 줬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자기 정신을 도발하고 충격을 주어야 한다.
- 매몰비용의 오류에 대처하려면 원숭이를 앞세워라. 문샷의 가장 어려운 부분부터 시작하라는 말이다. 원숭이를 앞세우면 엄청난 자원을 프로 젝트에 쏟아붓기 전,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원숭이 앞세우기는 일련의 “킬메트릭스Kill Metrics(포기기준점)”를 필요 로 한다. 이는 엑스가 고안한 개념으로, 프로젝트를 언제 밀고 나가고 언 제 그만둘지를 정하는 기준이다. 이 기준은 처음부터 설정되어야 한다. 감정적·재정적 투자가 매몰비용의 오류를 촉발해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전, 즉 머리가 상대적으로 맑을 때 정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 접근법은 엑스에서 진행되던 포그혼Foghorn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엔 유망해 보였다. 엑스의 한 직원이 바닷물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값싼 액체연료로 전환,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과학논문을 읽었다. SF영화에 나옴직한 기술이었다. 엑스는 본연의 모습대로 이 기술의 가능성을 붙잡았다.  허구를 현실로 전환하기 전, 포그혼팀의 팀원들은 킬메트릭스를 설정 했다. 당시 휘발유는 가장 가격 높은 시장에서 1갤런당 8달러(약 8,800원) 였는데, 그 팀은 5년 내 휘발유 1갤런의 대체연료를 만들기로 하고 비용 과 수익을 고려해 그 비용을 5달러(약 5,500원)로 설정했다. 그런데 그 기술이 '원숭이의 무대임이 밝혀졌다. 그 팀은 바닷물을 연 료로 바꾸기는 비교적 쉽다는 걸 알게 됐다. 문제는 비용. 비용이야말로 원숭이에게 셰익스피어 대사를 암송하게 하는 문제였다. 그 공정은 특히 휘발유 가격이 내려갈 때 비싸게 먹혔다. 팀은 이 프로젝트가 기준을 못 넘긴다는 걸 확인하자 포기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이끌던 캐시 한 눈Kathy Hannum은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연구를 시작할 때 이미 만들 어둔 강력한 기술-경제성 모델로 봤을 때 분명히 옳았다”고 말한다. 원숭이가 말하게 하는 것보다 무대를 만드는 쪽이 훨씬 더 확실하다. 원숭이를 훈련시키는 법은 몰라도 무대 만드는 법은 알기에, 우리는 무 턱대고 무대부터 만들기 시작한다. 즉 평소 프로젝트의 가장 어려운 부 분을 붙잡고 씨름하기보다 가장 쉬운 일들(예컨대, 이메일을 쓴다든가,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에 참석한다든가)을 하는 데 시간을 소모한다. 무대 만드는 것이 전혀 틀린 건 아니다. 어쨌거나 원숭이가 무대에 올라서긴 해야 하니까. 다만, 우리는 정말 꼭 해야 하는 일을 뒤로 미룬 채 무대를 만들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고 일이 조금이나마 진척되고 있단 생각에 만족감을 느낀다. 지금 하는 일이 어쩐지 생산적인 것 같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무대를 아무리 아름답게 만든들 원숭이가 말을 못 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쉬운 일은 종종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일은 종종 쉽지 않다. 결국 우 리는 선택해야 한다. 무대만 만들면서 마법의 원숭이가 갑자기 나타나 셰익스피어 대사를 낭송하길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쉬운 일 대신 어려운 일에 집중해 원숭이에게 한 번에 한 음씩 말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노력할 것인가(스포일러: 마법의 원숭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 전략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나면 제각기 다른 전술을 구사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어떤 문제의 틀을 보다 폭넓은 관점으로 설정하면 문제해결방식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다리 3개 달린 착륙선의 성능이 나빴던 게 아니라 중력이 문제라고 문제의 틀을 설정하면 에어백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 또 결함 있는 로버가 아니라 착륙상의 위험성이 문제라고 문제의 틀을 설정하면, 로버를 2대 보냄으로써 위험은 줄이고 보상은 높일 수 있다.
- 최상의 관행이나 업계표준을 따르지 말고 “반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질문의 틀을 다시 설정하라. 그 반대의 행보를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이 단순한 사고과정만으로 당신은 자신의 여러 가정을 의심하게 될 것이며, 현재의 관점에서 훌쩍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다음 질문을 하면서 문제를 찾으려고 노력하라. “내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관점을 바꾸면 그 문제는 어떻 게 바뀔까?” “전술이 아니라 전략적 차원에서 그 질문의 틀을 어떻게 바 꿀 수 있을까?” “어떻게 압정상자를 뒤집고, 또 이 자원을 기능 측면이 아 니라 형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반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 획기적인 돌파는 상식이나 통념과 달리, '똑똑한 대답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똑똑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 참 당혹스러운 일인데, 진리가 찾아와서 방문을 두드리면 사람들은 '저리 꺼져! 나는 지금 진리를 찾고 있단 말이야!'라고 고함을 친다. 결국 진리는 가버린다 (로버트 피어시그)
- 하나의 가설에서 시작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아이디어로 달려갈 때, 그 가설이 우리의 주인이 되기란 너무도 쉽다. 그 가설은 눈을가려 대안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작가 로버트슨 데이비스 Robertson Davies의 말처럼 “우리의 눈은 마음이 이해할 준비가 된 것만 바라본다.  화성극지착륙선이 살아 있을 거란 단 하나의 해답만을 마음이 기대한다면 눈은 그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작업가설을 발표하기 전, 먼저 자기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라. “내 선입견은 무엇일까?” “난 무엇을 진실이라고 믿고 있나?” “난 이 가설이 진실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나?”  만일 그렇다면 조심해야 한다. 매우 조심해야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의 흠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 사람이(혹은 어 떤 우주선이) 전혀 보낸 적 없는 '신호'를 발견하기도 한다. 하나의 가설과 깊은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면 여러 개의 가설을 만들 어야 한다. 복수의 가설이 있으면 특정 가설에 집착하거나 성급히 안주하기 어려워진다. 체임벌린이 설명하듯이 이런 전략을 구사하면 과학 는 가설 가족의 부모가 된다. 그래서 하나의 가설에만 많은 애정을 쏟을 수 없게 된다.”
- 이념적 자기감금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나타난다. 따라서 “나는 내가 | 틀렸음을 입증할 용의가 있다”는 진부한 말을 단순히 반복할 게 아니라, '자기반증 self-falsification'이란 불편함에 스스로를 노출시켜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은 “난 저 사람이 싫어. 그러니까 저 사람을 더 많이 알아야 해"라고 했다. 바로 이 접근법을 대립하는 주장에 적용해야 한다.
-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위대한 정신의 특성 중 하나는 그것이 기꺼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당신 주변의 세상이 바뀔 때(즉, 기술거품이 꺼지거나 자율주행자동차가 표준이 될 때) 세상과 함께 변화하는 능력은 예외적인 강점으로 작용한다. 미국 증권사 찰스슈왑의 CEO 월트 베팅거 Walt Bettinger도 “성공하는 경영진은 나쁜 의사결정을 남들보다 빠르게 인식하고 거기에 대응하지만, 실패하는 경영진은 흔히 자기가 옳다고 남들을 설득하려고만 한다”라고 설명한다. 
- “당신은 '하나'를 이해했고, 하나 그리고 하나가 둘이라는 이유로 '둘’도 틀림없이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신은 그리고'를 이해해야 함을 잊고 있다.”  제대로 작동하는 부품이라도 조립 후에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 개별 부품이 독자적으로 발휘하는 효과와 이것들이 하나로 합쳐진 시스템이 발휘하는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 시스템 차원의 이런 효과는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 한 약물이 단독 처방될 때는 효과가 좋을 수 있지만 다른 약물과 함께 처방되면 치명적 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웹사이트의 플러그인 프로그램이 혼자서는 잘 구동되지만, 시스템의 일부로서는 제대로 구동되지 않거나 전체 시스템 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혼자서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가 팀 원으로 묶이면 제 몫을 못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 기업이 가격책정 실험을 하면서 소비자에게 흔히 하는 질문이 있다. “이 신발을 얼마에 사겠습니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라는 것인데, 실제로 이런 질문을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인지 떠올려보라. 난 한 번도 없다. 소비자가 가상의 신발을 얼마 주고 사겠다고 하는 것과, 실제로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신발을 집어 든 다음 아깝기 짝이 없는 돈을 꺼내 점원에게 건네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신발회사는 소비자평가를 제대로 받으려면 시제품을 멋지게 만들어 매장에 전시한 다음 고객에게 파는 편이(즉 날면서 테스트하는 편이) 훨씬 낫다.
- IDEO 이전, 어린이용 칫솔 제조업체는 손이 작은 아이들에 맞춰 칫솔도 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른용 칫솔을 가져다 조금 더 작게 만들었다. 이 접근법은 매우 직관적인 것 같지만, 핵심을 완전히 놓쳤다. IDEO의 현장조사 결과, 어린이는 어른과 칫솔질 방식이 다르다는 게 밝혀졌 다. 손가락이 아닌 주먹 전체로 칫솔을 잡는다는 것. 어린이는 손가락을 놀려 칫솔 다루는 기술이 부족한데, 어린이용 칫솔은 손잡이 부분이 작아서 다루기가 어려웠다. 오랄비 경영진은 처음엔 IDEO의 접근법에 회의적이었지만 곧 이 제안을 받아들여 손잡이 부분이 더 크고 뚱뚱한 어린이용 칫솔을 만들었고, 이 칫솔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IDEO는 이 전략을 환자의 경험을 재설계하는 데도 적용했다. 병원은 환자가 건강을 되찾게 돕는 곳이지만, 실제 병실은 정반대로 기능했다. 특색 없고 삭막한 흰색에 조명도 형광등이었던 것이다.  IDEO에게 환자의 경험을 재설계할 방안을 의뢰한 의료기관의 경영 진은 새롭고 창의적인 병실 디자인을 설명하는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을 기대했지만 정작 받아든 건 지루하기 짝이 없는 6분짜리 동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오로지 병실 천장의 타일 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IDEO의 최고창의성책임자 폴 베넷Paul Bennett은 이에 대해 “병실에 종일 누워 있을 때 하는 일이라곤 천장을 쳐다보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 경험 은 정말이지 엿 같다” 42)고 설명했다. 베넷이 “피 흘리는 명백한 현실을 갑자기 눈부시게 느낀 짧은 경험”이 라 묘사했던 이 영상은 IDEO의 직원들이 직접 환자가 되어 그 처지를 경험한 뒤 나온 것이었다. IDEO의 디자이너도 병원에 입원해 긴 시간 동안 병상에 누워 천장 타일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그 최악의 경험을 직접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그 6분짜리 황량한 동영상은 환자의 경험을 엿볼 수 있는 작은 창문이었던 셈이다. IDEO의 CEO 팀 브라운 Tim Brown 은 이를 “지루함, 감각이 상실되고 아무 정보도 받아볼 수 없으며 통제력 을 잃어버리는 상태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함, 여기에 지루함까지 함께 뒤섞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영상은 병원 직원들이 행동에 나서도록 동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직원들은 천장을 장식하고 문병객이 환자에게 메시지를 남길 화이트보드를 곳곳에 설치하고, 환자들이 자기만의 공간이라 느낄 수 있도록 병실의 스타일과 색깔을 바꾸었다. 이동용 침대에는 백미러를 달아서 환자가 자기를 옮기는 의사와 간호사를 바라볼 수 있게 했다. IDEO의 프레 젠테이션 덕에 환자의 전반적 경험을 개선해 환자가 물품처럼 분류되고 배치되는 존재가 아니라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으로 대접받도록 하기 위한 폭넓은 논의가 촉발됐다고 브라운은 설명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위적인 테스트보다는 소비자의 행동을 생활 속에서 관찰하는 편이 더 낫다. IDEO의 창업자 데이비드 켈리 David Kelley 도 “어떤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 소프트웨어 사용자를 지 켜보다가 그가 언제 얼굴을 찌푸리는지만 알면 된다” 고 말한다. 이 접 근법은 주관적 자기보고 self-reporting'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해 준다. 그렇다고 이것이 '테스트'와 '날기' 사이의 간극을 완벽히 메우진 못한다. 사람을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관찰대상자의 행위에 영향을 주어서다.
- 당신이 하는 투자의 규모는 이에 비해 훨씬 작겠지만, 투자에 적용되는 기본원리만큼은 동일하다. 실패를 하나의 선택권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독창성의 문을 열 열쇠라는 것. 와튼스쿨 교수인 애덤 그랜트도 오리지널스originals에서 “아이디어 창출에 관한 한 양은 질로 가는 가장 예측 가능한 경로 17)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윌 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는 몇 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20년간 희곡 37편과 소네트 154편을 썼고 이 가운데 어떤 작품은 “매끄럽지 못한 산문과 불완전한 구성 및 캐릭터로 끊임없이 비판을 받았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도 그림 1,800점, 조각 1,200점, 도자기 2,800점, 드로잉 1만 2,000점을 작업했지만, 이 중 극히 일부만 가치를 인정받았다. 아인슈타인도 수백 편의 연구저작 중 극히 일부만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톰 행크스Tom Hanks도 “난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영화에 엄청나게 출연했으며 그런 영화들로는 돈을 조금도 벌지 못했다”고 인정한다.
이런 인물들의 위대함을 판단할 때 우리는 그들이 실패했던 저점에 주목하지 않는다. 오로지 고점에만 집중한다. 아마존은 파이어폰이 아니라 킨들(아마존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 - 옮긴이)로, 구글은 글래스가 아니라 지메일로 기억한다. 톰 행크스의 출연작 중에서도 사랑의 스파이 The Man with One Red Shoe보다는 아폴로 13을 기억한다. 실패가 하나의 선택임을 인정하는 것과 실패를 찬양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런 점에서 실리콘밸리는 실패의 고통과 부끄러움을 누그러뜨리려고 균형추를 한쪽으로 너무 기울인 감이 있다.
-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 Scott Fitzgerald의 말을 바꿔 표현하면, 단 한 번의 실패와 최종적인 패배 사이에는 딱 하나의 차이가 존재한다. 스페이스 엑스의 이야기가 보여주듯, 한 번의 실패는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팰컨 1호가 세 번 추락할 것을 두고, 비싼 장난감을 갖고 노는 부 자 아마추어 집단이 저지른 실패라고 말한다. 그러나 팰컨 1호의 추락 세 번에 실패란 딱지를 붙이는 건 아직 끝나지도 않은 테니스경기를 끝났다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위대한 테니스선수 안드레 애거시 Andre Agassi 는 이렇게 썼다. “나는 역전승을 거둔 적이 정말 많다. 역전의 기회를 노리며 무섭게 따라붙는 상대도 많이 만났다. 그러니, 경기가 끝나기 전에 승패를 예단하 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시작은 굳이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끝이 대단하기만 하면 된다. 픽사의 전 CEO 에드 캣멀 Ed Catmul은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들의 뿌 리가 됐던 초기의 아이디어를 못생긴 아기들”이라고 부른다. 성공한 블 록버스터 영화들 모두가 “어색하고 미숙하고 볼품없고 불완전한 것들” 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나올 때까지 실수투성이 초기 버전을 계속 붙들고 늘어진다면 그것은 결코 재앙이 아니다. 그저 일시적인 문제, 머지않아 해결될 문제일 뿐이다. 돌파구는 흔히 혁명적이 아니라 진화적이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울 때 보통 첫 시도에서 모든 걸 성공하진 못한다. 그때 누구도 “기회는 한 번뿐이니, 어떻게든 그 첫걸음에 성공해야 할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기는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배운다. 넘어지 지 않는 법을 배운 다음, 걷는 법을 익혀 간다. 과학자에게는 반복이 곧 전진이다. 어두운 방을 슬쩍 보는 것도 전진 에 기여한다. 찾아낼 거라 생각했던 것이 없는 걸 확인하는 것도, 알려지지 않았단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은 걸 알리는 것도, 전보다 더 나은 질문 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배우 맷 데이먼 Matt Damon은 소설 《마션 The Martian》을 각색한 영화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 역을 맡았다. 와트니는 우주비행사에게 죽음의 순간 이 코앞에 닥쳤을 때 무엇을 할 것인지 가르친다.
-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나빠지면 여기까지군, 난 이렇게 끝나는군' 이라 말할 수 있다. (...) 모든 걸 실패로 받아들일 수도, 혹은 그럼에도 일을 하러 갈 수도 있다. (...) 산수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그다음 문제를 해 결하고, 또 그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이렇게 충분히 많은 문제를 해결하 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당신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다. 한 번에 한 문제씩 한 번에 한 문제씩 풀며 세상을 바꿔나가려면 만족감은 나중으로 미 뤄야 한다. 블로그 작가 셰인 패리시 Shane Parrish는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접하는 것들 대부분은 “처음엔 좋지만 나중엔 나쁘다" 3고 썼다. 그것은 단기적으론 즐거움을 주지만, 장기적으론 고통을 준다. 돈을 저축하지 않고 지금 써버리는 것, 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 물 대신 음료수를 마시는 것 모두 그런 범주에 속한다.
- 목표는 통제할 수 있는 변수, 즉 아웃풋이 아닌 인풋에 집중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라고 묻고, 인푸 이 소들을 바로잡아야 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 물론 그 질문만으론 충분치 않다. “이번 실패에서 잘된 점은 무엇일까?”라고도 물어야 한다. 파이어폰 실패에 대한 아마존의 반응을 생각해 보라. 수익성 등의 표준지표로 보자면 파이어폰은 재앙에 가까운 실패였다. 그러나 아마존은 결과를 넘어 다른 것을 보았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Andy Jassy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할 때 우리는 인풋을 본다. 멋진 팀을 고용했는가? 그 팀은 사려 깊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나? 아이디어를 철저히 파고들었나? 시의적절하게 실행했나? 품질은 높았나? 기술은 혁신적이었나?"라고 말한다. 설령 그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효과가 있던 인풋들을 잘 챙겨 추후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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