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의 성장과 발전은 스마트폰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스 마트폰에 적용되는 이동통신 기술이 4세대에서 5세대로 진화하 는 과정에서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종류가 늘어났기 때 문입니다. TSMC의 전체 매출에서 40% 이상이 스마트폰과 관련 된 분야에서 발생합니다. 이동통신 기술 중 5세대 기술이 TSMC 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시기는 2019년 6월부터입니다. 이는 5G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를 TSMC가 제조해서 공급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TSMC의 위상이 워낙 확고하다 보니 한국에서도 TSMC에 대 한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이 매우 큰 편입니다. TSMC가 제조하 는 반도체 중에는 스마트폰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서버나 PC에 탑재되는 반도체도 있습니다. TSMC의 제품별 매출 비중을 응용 처로 구분하면 스마트폰용 반도체와 서버 및 PC용 반도체가 각 각 40% 내외로 거의 쌍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 반도체 애널리스트의 업무는 수많은 습관의 합집합으로 이루 어져 있습니다. 매일 DRAM 가격을 확인하는 것, 열흘에 한 번씩 반도체 수출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 분기마다 마이크론의 실적 을 확인하는 것 등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매일의 전망과 예측 등이 나오게 됩니다. 만일 이렇게 매일 하나씩 확인하는 것을 하나하나 습관으로 만들기에 어려운 환경이라면 다음과 같이 단순 하게 기억해도 좋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좋다고 할 때 그것이 비메모리 반도체에 관한 것이라면 삼성전자의 주가에 좀 더 영향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고 DRAM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이 좋다면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좀 더 빠르게 상승한다, 이 결론만 잘 기억해도 됩니다.
- 과거에는 미국의 인텔도 SK하이닉스처럼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영위했습니다. 그러나 1984년 이후에 DRAM 사업 을 접고, 2020년에는 낸드 플래시 사업까지도 SK하이닉스에 매 각하기로 하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축소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닙니다. 3D 크로스포인트라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아직 영위하고 있 습니다. 그러나 매출 비중은 매우 미미합니다.
이처럼 인텔은 비메모리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사업 둘 다 를 전개하다 현재는 메모리 비중을 축소하고 비메모리를 주력으 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텔도 거의 100% 비메모 리 반도체 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인텔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나 AMD도 모두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입니다. 그렇다면 메모리 반도체 사업만 하는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주목할 만한 기업은 아예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마이크론 (Micron)을 살펴보면 됩니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처럼 DRAM 과 낸드플래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 마이크론은 미국의 반도체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생 산 라인을 아시아 지역(대만, 일본, 싱가포르)에 두고 있습니다. 아시 아에서 현지 투자와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전개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DRAM을 제조 공급하던 엘피다(Elpida)가 2012년 에 파산을 선언했을 때, 마이크론은 엘피다를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말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 마이크론은 대만에서도 지분 확대를 추진했습니다. 기존에 지분을 일부 보 유하고 있던 대만의 조인트 벤처 회사를 100% 자회사로 흡수하 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미·중 무 역분쟁이 격화되면 대만과 중국의 정치적 관계가 나빠질 것이 뻔하고, 그럴 경우 대만에 현지 투자한 입장에서 기업 관리가 어 려워질 것을 예상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실제로 2018년 하반기부터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었습니다. 이처럼 마이크론은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그리고 대만에서 차이잉원 총통(친미 성향으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대만 독립을 주장)이 당선되기 전부터 대만 현지에서 발 빠른 행보를 전개했습니다. 이렇게 다이내믹한 과정을 거친 이후 마이크론의 생산 라인은 싱가포르, 일본, 대만에서 각각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국 기업인만큼 미국에도 연구개발센터와 소규모의 생산 라인 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시아의 생산 라인에 비하면 매우 적은 규 모입니다. 반면 아시아에서의 증설은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있 습니다. 2022년에는 싱가포르에 낸드 플래시 생산 설비 증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 퀄컴의 경우 NXP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중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해 결국 20억 달러의 해약 수수료를 지불하게 됩 니다. 이는 2018년 7월에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3 년 전 2015년 퀄컴은 중국으로부터 9억 7천5백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일이 있습니다.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커짐에 따라 스마트폰마다 반도체를 탑 재해 크게 수익을 창출하던 퀄컴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조치 였다는 것이 당시의 평가입니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내 반중 정서를 자극했고,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무역 전쟁으로 비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결국, 중국의 퀄컴 견제에 맞불을 놓듯 미국도 통신장비 공급 사인 중국의 화웨이(Huawei)를 압박합니다. 2019년 5월부터 안보 상의 이유로 미국 내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허가 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규제를 시행했고, 2020년 5월부터는 미국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외국 기업에도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중국의 화웨이와 미국의 퀄컴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화웨이도 퀄컴처럼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회사입니다.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HiSilicon)이 라는 기업은 반도체를 설계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 래서 화웨이와 퀄컴은 스마트폰이 잘 팔릴수록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를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상대국으로부터 끊임없는 규제와 감시를 받는 결과 를 만들었습니다.
201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의 양상은 2020 년 코로나의 발발과 함께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습 니다. 2020년 1월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거나 이미 생산해 놓은 반도체를 이송하지 못하는 물류 대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때 마이크론은 중국 지방 정부의 권고에 따라 춘제(春, 중국의 설) 기간 동안 시안(西安)에 있는 반도체 생산 설비의 가동을 중단시킵니다(중국이 대만과 관계가 좋은 기업을 견제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중국과 대만의 정치적 갈등이 부각되면서 대만과 동 맹 관계에 있는 미국이 중국을 대신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리고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 강화를 위해 해외에 나가 있던 제조 시설을 국내로 다시 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해외 진출 자국 기업을 국내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정책)을 하거나 TSMC나 삼성전 자에게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짓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무역 분쟁의 양상은 국가 간 공조에서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로 바뀌고 있습니다.
무역 분쟁은 고율 관세라는 수단을 통해 전개될 수도 있습니 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가 미국으로 수출될 때 고율 관세에 노출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 의 반도체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 후공정 생산 라인을 보 유하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중국 현지에서 후공정을 마무리하는 인텔이나 마이크론 같은 기업이 관세 정책에 따라 피해를 보게 됩니다.
- 그럼 TSMC와 함께 비메모리 반도체의 미세화를 주도한 기업 에는 누가 더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7나노미터보다 조금 더 큰 14나노미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4나노미터 공정으로 반도체 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TSMC 외에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인 텔과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 중국의 SMIC 이렇게 다섯 곳 입니다. 그러나 14나노미터 미만의 공정에서 10나노미터, 나노 미터, 5나노미터로 내려갈수록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제조사의 수 는 줄어듭니다. 2022년 기준으로 7나노미터 및 5나노미터 양산 이 가능한 제조사는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뿐입니다.
반도체 공급사들이 차량용 반도체 대신 일반 제품 반도체 생산에 더욱 집중한다면 혹시라도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위탁·제조 하는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대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TSMC와 같은 기업들이 기존 사업과 더불어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지요. 일부 그런 움직임이 있긴 했지만 아직 드라마틱한 수준으 로 전개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TSMC가 분기별로 공개하는 응용처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차량용 반도체의 매출은 2022년 1분기 기준으로 5%에 불과합니다. 이는 TSMC뿐만 아니라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TSMC 말고도 대만에 UMC라는 업체가 있는데, UMC는 2022년 1분기에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을 따로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매출 비중을 밝히지 않는다는 의미는 관련 제품의 매 출 비중이 10% 미만으로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 발발 초기에 전통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 급사들은 차량용이 아닌 가전 제품용 반도체를 생산하느라 바빴 고,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TSMC와 같은 곳에서는 차량 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는 했지만 그 수는 제한적이었습니다. TSMC 입장에서는 차량용 반도체를 달라고 하는 완성차 기업보 다 퀄컴, 애플, AMD, 엔비디아와 같은 오래된 고객사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훨씬 이득인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이 지속되다 보니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은 편입니다. 10% 내외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TSMC와 같은 파운드리(위탁·제조) 공급사들이 진짜로 목숨을 걸고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이상 개별 반도체 파 운드리 기업의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이 10%를 훌쩍 웃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반도체가 일반 내연 기관 차량의 2~4배로 높은 만큼 반도체 시장 조사 기관 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2년에서 2025년까지 적어도 연 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 히 냉정한 관점에서 살펴보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량용 반 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나 SK하이닉스 같은 한국의 대기업이 차량용 반도체 설비투자 를 대규모로 전개할 만한 명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언제부터 해결될 수 있을까요? 2021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2021년 하반기부터는 완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1분기 기준으 로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해결될 기미가 아직 안 보입니 다. 2022년 초에 중국에서 전개된 제로 코로나 정책은 차량용 반 도체의 공급 부족을 더욱 가중시켰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 려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사의 후공정 협력사나 자회사가 중국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후공정과 조립이 마무리 되지 않으면 반도체는 완성되지 못합니다.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과 관련해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하는 곳은 인텔입니다. 인텔의 CEO는 2022년 4월에 실적을 발 표하면서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밖에 대만에 반도체 후공정 서비스 공급사 ASE 테크놀로지 홀딩도 2023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전방산업에서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의 인기가 계속되는 이상,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계속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NXP나 인피니언 같은 전통적 차량용 반도체 공 급사가 아니라, TSMC나 UMC처럼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새롭게 늘리고 있는 비메모리 파운드리 공급 업체라고 봐야 합니다.
- 일반적으로 승용차 한 대당 필요한 반도체는 400~500달러 수준입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되면 이보다 수십 배 규모의 반 도체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사 중 한 곳인 온세미컨덕터(ON Semiconductor)의 발표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가 최대 28대 수준으로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실 지금으 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런 세상이 된다면 엔비 디아의 매출 중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리해보면 향후 삼성전자가 다른 반도체 상위 기업과의 시가총액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얼마나 노출도를 늘릴 수 있는지, 차량용 반도체 매출을 얼마나 확보하는 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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