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워

경영 2022. 12. 23. 18:50

- 그렇다면 일본 자동차 회사와 포드 자동차 엔지니어들이 말한 6년의 기술 차이는 무엇을 보았기에 나온 말이었을까?
자동차 회사는 늘 다른 회사들이 어떤 차량을 출시하는지 관심이 많 다. 그래서 경쟁사의 차가 출시되면 가장 먼저 구매해서 뜯어보고 분해 한 다음 분석하는 일을 아주 꼼꼼하게 진행한다. 이것을 '벤치마킹'이라 고 한다. 특히 벤치마킹만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회사도 여럿 존재한다. 이렇게 벤치마킹을 하는 과정에서 테슬라 차량의 바디, 섀시, 구성 하 드웨어 등 구조도 많이 달랐지만, 6년의 기술 차이라고 말한 주요 이유 는 테슬라 차량의 신경망을 구성하는 '차량 전자 아키텍처 Automotive Electronic Architecture'에서 많은 차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 자동차는 무척 많은 기능이 들어 있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가 전자화되면서 점점 더 많은 ECUElectronic Control Unit, 자동차 전자제어 장치가 들어가게 된다. 엔진을 전자식으로 제어해주기 위해 모터와 전자 장치가 들어간다. 기존에 유압펌프로 도움을 주던 파워스티어링 핸들 과 주차 브레이크에도 모터가 들어가면서 ECU로 제어되는 것이 필수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기존의 기계식 방식에서 하나하나 전자식으로 바뀌어감에 따라 ECU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차 한 대에 적게는 70개에서 많게는 150개 정도의 모듈과 기능을 제어하는 ECU가 들어간다.
시스템의 아키텍처 설계를 통해 각 ECU들이 어떤 기능을 담당하고, 어떤 센서와 액추에이터들을 컨트롤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후 흩어져 있는 각 ECU들을 어떻게 통신하게 할지를 염두에 두고 네트워크들을 설계한다. 워낙 다양한 ECU들이 기능별로 흩어져 있기에 바디 CAN, 섀시 CAN, 파워트레인 CAN, CAN-FD, 이더넷, LIN 등을 혼용해 배분 하고 설계한다.
- 그런데 테슬라는 이 ECU들을 사람의 두뇌처럼 최대한 중앙 집중식으로 한데 모은 것이다. 테슬라 차량을 벤치마킹했던 많은 이들이 했던 말은 '이것은 흡사 움직이는 컴퓨터' 같았다는 것이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테슬라는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러 기능이 필요하면 여러 개의 두뇌가 있어야 한다고 여겼던 것을, IT 기기에 익숙한 직원이 많았던 테슬라는 왜 여러 개의 두뇌가 필요한 걸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컴퓨터처럼 중앙처리장치인 CPU 하나가 모든 기능을 처리할 순 없을까?"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으로 차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하니 아주 많은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 했다.
첫째, 복잡하고 무거운 통신선과 전선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전선은 자동차를 만듦에 있어 생산 자동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로 봇이 처리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나하나 직접 작업해야 했 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하기보다 중국이나 멕시코와 같은 인 건비가 싼 곳에서 만든다. 또한, 차량의 정비 차원에서도 단선 등의 고 장이 자주 일어나고, 또 고장이 났다고 하더라도 어디에서 단선 단락이 발생했는지 매우 찾기 까다롭다. 차량의 배선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그래서 점차 무선 연결로 변경되는 추세이나 아직 현재 기술로는 모두 없앨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흩어져 있던 ECU들을 통합해 단지 몇 개의 중앙집중식으로 묶어버리는 것만으로 까다롭고 거추장스럽던 전선의 길이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무게와 복잡함은 줄이고 정비성은 좋아졌 다. 여기에 고장 날 요소도 많이 없앴으니 가히 돌멩이 하나로 서너 마 리를 잡은 결과였다.
둘째, 각 모듈 부품회사에 지불해야 할 소프트웨어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차를 혼자서 만들지 않는다. 2~3만 개의 부품을 모듈 단위로 묶어 조립해주는 수많은 협력 회사들이 존재 한다. 이들이 작은 부품들을 모으고 모아서 큰 덩어리의 '모듈'로 납품하면, 자동차 회사는 이것들을 받아서 각각 회사들의 부품끼리 연결성을 확인하고 조합해서 전체 차량을 만든다.
그런데 이 모듈을 납품하는 회사들은 그 기계 장치들에 전자 장치를 섞으며 자체 운영 제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컨트롤하도록 설계한 다. 그러면 자동차 회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붙어 있는 것을 구 매한다. 하드웨어는 전자기계 장치이긴 하지만 부가가치가 적은 분야 이고, 소프트웨어는 재료비가 들지 않는 순수 인건비로 만들어지는 영 역이다 보니 이윤을 높이기 좋다. 모듈을 납품하는 부품회사들은 소프 트웨어를 팔지 않고서는 이윤을 추구하기 매우 어렵다.
그런데 테슬라는 이들의 두뇌를 통합해버렸다. 중앙에서 내가 모두 관리할 테니 각각 지방방송을 하는 모듈 단위의 소프트웨어는 이제 필 요 없다는 것이다. 부품회사에는 날벼락이지만, 테슬라 자동차 회사는 기존에 각 부품회사에 지불해야만 했던 수많은 소프트웨어 비용을 아 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보안을 지키기 쉽다. 자율주행 편에서 차량보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기술하겠지만, 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도 타인 의 자동차를 쉽게 해킹해서 조종할 수 없도록 아주 강력한 보안네트워 크를 갖출 필요가 있다.
컴퓨터를 배우고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은 일찍이 통신 보안을 학습한 상태다. 코팅을 하고 아키텍처를 짜는 IT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반 드시 염두에 둬야 하는 중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로 위를 움직이는 차량 간에 통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기에, 자동차 분야 는 해킹과 통신 보안 영역 면에서 초보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서로 통신 하지 않았고 통신할 필요가 없었으니 기술 개발이 될 리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 모듈의 ECU 간 CAN 프로토콜 통신망은 해커들이 아주 쉽 게 공략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해킹에 대해 보강하려니 당면한 과제가 큰 문제로 다가왔다.
반면 테슬라는 차량을 컴퓨터처럼 중앙집중식으로 만들어 내·외부 통신모듈은 철저히 분리하고, 강력한 보안코드를 넣은 아키텍처는 새롭게 해서 자동차를 생산했다. 그렇게 기존 자동차에 비해 보안이 겹겹이 쌓인 유리한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테슬라처럼 아키텍처를 새로 짜고 보안을강화하는 밑그림을 다시 그리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기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넷째, 부품의 확장성이 좋아졌다. 보통 부품 모듈마다 비싼 ECU가 붙어 있다. 그런데 만약 비싼 ECU를 컨트롤해주는 비싼 소프트웨어를 2개 쓴다면 가격은 2배로 오른다. 3개를 쓰면 비용은 3배가 든다. 그런 데 테슬라에서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테슬라에 들어가는 자율주 행 카메라를 예로 들어보자.
기존 자동차들도 최근 스마크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장치, 차선유 지장치, 사각지대 경보장치 같은 첨단 운전자보조ADAS 장치 등이 달려 나온다. 그런데 사용되는 카메라는 단 1대뿐이다.
테슬라는 카메라가 8대다. 왜 다른 회사들은 테슬라처럼 카메라를 많이 달면 안 될까? 첨단운전자보조 장치를 위한 카메라는 비싸다. 고성능이다. 안에 있는 카메라 렌즈는 센서로 확인한 데이터를 읽어주고, ECU와 소프트웨어는 센서의 정보를 받아들여 분석한다.
테슬라처럼 카메라를 8대 쓴다면 비용을 8번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테슬라는 어떨까? ECU와 소프트웨어를 중앙에서 처리한다. 단순히 카 메라와 센서가 있는 하드웨어만 구매하면 된다. 그러니 가격이 절반 이 하로 떨어진다. 자기 자신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구동하면 되기 때문 에 붙이고 싶은 곳에 붙여 개발할 수 있다. 기존 회사는 붙이는 위치를 달리하거나, 경계 조건 등이 바뀌고 감지할 수 있는 사물의 범위가 확대 되면 소프트웨어 업체에 알리고 돈을 추가로 지불한 후 다른 기능을 개 발해서 다시 받아야 한다. 그런데 테슬라는 그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자신이 통합한 중앙 컴퓨터에 연결된 카메라가 1대인지 8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통합소프트웨어 하나로 관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왜 이제 일본의 엔지니어들과 포드자동차 엔지니어들이 테슬라보다 6년이나 뒤처졌다고 이야기했는지 알겠는가?

- 구글은 추운 겨울의 눈이 내린 노면에서 마찰계수가 급격히 바뀌는 조건을 탐지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밤길, 안갯길, 빗길, 눈길 등등 다양한 천재지변에 대응하는 것, 그리고 기본적으로 정밀지도에 기초 한 자율주행 특성상 지도에 나타나지 않은 갑작스러운 도로 조건의 변 화(사고나 공사구간) 등에 대한 100% 신뢰도 있는 회피 대응구동이 어려 웠던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천문학적인 자본과 시간, 인력이 투입되었음에도 레 벨 4나 레벨 5단계가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출시할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구글의 웨이모 자율주행 진영이다.
현재 구글의 웨이모는 날씨의 변동이 적으며 고정밀 HD 지도가 촘 촘하게 작업되어 있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 한정하여, 운전자의 탑승 없이 손님의 목적지까지 유료로 운송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 다. 레벨 4단계의 택시 사업으로 그 수익은 크지 않다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테슬라의 FSD는 자율주행에 접근하는 방법이 달랐다. 테슬라는 2020년에 로보택시를 출시해서 당장이라도 스스로 차가 돌 아다니면서 돈을 벌어다줄 것처럼 과장광고를 했지만 사실 2단계의 '주 행보조 Advanced Driver Assistant' 시스템 정도만 가능했다.
웨이모는 높은 안정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레벨 4, 레벨 5를 위해 가격이 비싸고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도 어마어마한 다채널 라이다 Lidar 센서와 고정밀 지도를 필요로 했다면, 테슬라는 출발선과 목표가 달 랐기 때문에 그런 무거운 장치들이 필요 없었다. 테슬라는 레벨 2단계 의 기술을 장착해 FSD라는 이름으로(후에 유럽 지역에서 이름에 오해를 불 러일으킬 소지를 물어 사용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과감히 대중에게 판매하 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8,000달러, 1만 달러 이런 식으로 가격을 올렸 지만 운전자들은 테슬라의 앞선 FSD 기술에 열광했고, 기꺼이 높은 비 용을 지불했다. 그렇게 FSD는 불티나듯 팔렸다.
앞에서 자율주행의 레벨 2단계, 3단계, 4단계 간 격차가 얼마나 큰지 자세히 설명했지만, 많은 사람은 그런 단계를 잘 알지 못함은 물론이거 니와 그렇게 구분 짓는다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다.

- 2020년부터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당 95g을 넘으면 유 럽연합의 차량을 판매하는 제조사에 벌금이 부과된다. 1g이 초과될 때 마다 95유로, 약 13만 원(1유로: 1,360원 기준)의 벌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즉 자동차 회사가 10g이 초과된 자동차를 10만 대 팔았을 경우 한 대 당 130만 원에 10만 대를 곱한 1300억 원이라는 엄청난 벌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돌려 말해서 자동차 제조사가 한 대를 팔았을 때 한 대당 수익이 130만 원 미만인 경우 적자 운영이니 차를 팔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문제는 유럽연합이 2030년까지 현재 95g에서 무려 37.5퍼센트를 추 가로 깎아낸 59g/km으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는 것이다. km당 배출 되는 이산화탄소량으로 표현하여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우리에게 익숙한 수치로 바꿔보면 피부로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30년의 km당 59g 규제는 자동차가 약 리터당 39.1km를 가야 한 다는 말이다. 현재 시판되는 대부분의 가솔린 차량이 리터당 연비가 17km 수준 미만인 것을 고려하면 이는 대단히 높은 수치인 것을 알 수 있다.
즉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들은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벌 금으로 인해 차를 팔 수 없을지도 모른다. 판다고 해도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 자동차와 수소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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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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