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읽는 코드, 패러독스

저자
안드레아스 바그너 지음
출판사
와이즈북 | 2012-11-25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자연, 그 거대한 생명의 드라마노예처럼 희생하는 부모, 자살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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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박테리아들은 미생물막이라는 매우 빽빽한 군집을 형성하기도 함. 이 미생물막은 적대적 환경에서 군집에 참여한 각 박테리아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박테리아들이 이런 환경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줌. 미생물막의 한 사례는, 독자 여러분이 이를 닦지 않았을 때 생기는 박테리아 플라크임. 플라크는 일단 생기면 제거하기 어려움. 플라크를 만든 박테리아들이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 프라크라는 미생물막 안에서 결합된 박테리아들은 그들의 주적(즉, 여러분과 여러분의 칫솔)에 대항해 스스로를 보호. 그러기 위해 박테리아들은 서로를 결합시키는 일종의 접착제를 분비함. 분명한 것은 한마리만 있을 때는 이런 접착제를 분비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접착제 분비 전에 박테리아들은 주변에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커뮤이케이션을 함. 주변에 충분한 친구들이 있으면 이들은 미생물막을 만들기 시작. 이들의 커뮤니케이션은 미생물막을 만드는 내내 지속됨. 그리고 이 미생물막 안에서 각 박테리아들은 각자 특별한 역할을 하는데, 인간사회와 마찬가지로 이런 노동 분업을 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
- 유전자가 이기적으로 이타주의를 자극한다고 보는 시각은 매우 설득력이 있음. 따라서 우리는 그런 시각이 단지 하나의 시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망각하고 그 시각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음. 그러나 이기적 유전자 시각에는 두가지 한계가 존재. 이는 과학이 쌓아올린 집의 지붕에 뚫린 두개의 빗물구멍과 같음. 우리는 빗물이 새는 천장을 바라보며 이 세계가 우리의 이론으로 보는 것보다 그리 편안치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됨. 첫번째 한계는 개별 유전자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원래 상태로 온전히 남아 있지 않은 것이 보통이라는 것. 한 대립유전자를 수세대에 걸쳐 추적하면, 세포가 저지르는 복제오류 때문에 이 유전자도 변함. 시간이 흐르면서 유전자 자체가 변한다면 유전자가 자기 자신을 위해 유기체를 행동하게 만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두 유전자 복제본이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따라서 하나의 자아라고 말할 수 있을 때는 언제인가? 우리는 이를 여전히 알지 못함. 두번째 한계는 첫번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인데 이것은, 단지 한 유전자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행동은 실질적으로 없다는 것. 수많은 유전자, 아마도 수천개의 유전자들이 행동에 영향을 미침. 사실이 이런데도 생물학자들은 대부분의 행동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을 고작 10개정도 밝혀내는 일에도 몹시 힘들어 함. 따라서 개별 유전자들이 세대를 거쳐 온전하게 남아 있다손 치더라도, 다수의 유전자들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듬. 세대를 거칠 때마다 유기체들이 두개의 대립 유전자 중 하나를 자신의 정자세포와 난자세포 속에 넣음으로써 자기의 유전물질을 뒤섞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많은 유전자들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면, 이들 유전자들이 세대를 거칠 때마다 뒤섞이기 때문에 이기적 유전자 시각은 그 힘을 잃고 맘
- 우리는 타자와 함께 살면서 타자로부터 먹이를 얻고 그 몸에서 번식까지 하는 기생충들을 잘 알고 있음. 얼핏 보면 기생충은 혜택만 얻고 숙주는 비용만 부담하는 것으로 보임. 그러나 조심하자. 많은 기생충들은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르다. 인간에게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아주 막은 미생물인 선모충과 편모충의 사례를 보면 이들은 생쥐도 전염시킴. 그런데 이들은 생쥐에게 아주 이상한 영향을 미침. 이들에게 전염된 일부 생쥐들은 전염되지 않은 생쥐들보다 더 살이 찌고 더 오래 삼. 오래 사는 생쥐들은 이들 미생물이 생산한 비타민 B1같은 물질의 혜택을 얻는 것이 분명함.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원충류 미생물은 또 다른 사례로 주목됨.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일부 지역에서 원충류 미생물에 전염된 사람들은 심장병의 주요 원인인 고혈압에 덜 시달림 가장 놀라운 사례는 게와 가재의 친척뻘쯤 되는 시모토아 엑시구아라는 작은 등각류임. 이 기생충은 장미돔이라는 물고기의 입속으로 들어가서 물고기의 혀를 먹어치움. 여기까지는 가장 혐오스러운 자연의 행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음. 그런데 이 기생충은 혀를 먹어치운 후에도 아주 오랫동안 물고기의 입속에서 혀 역할을 하면서 물고기의 먹이잡이를 도움
- 우리같은 생명체의 각 세포에는 그보다 작은 세포에서 유래된 작은 구조가 존재. 그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임. 미코콘드리아는 지금까지도 세포의 특징을 보여줌. 즉, 세포막이 있고, 자신만의 DNA가 있으며, 이 DNA로부터 자신의 단백질 중 일부를 만들어냄. 우리의 운명과 우리 몸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운명은 어떻게 연결될까? 첫째,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세포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냄. 미코콘드리아는 우리의 발전소가 되었고, 따라서 우리 세포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 되었음. 그래서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면 심각한 병을 얻고 심지어 죽기까지 함. 둘째,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세포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됨. 미토콘드리아는 숙주세포를 결코 떠날 수 없음. 이들은 성장과 분열에 필요한 여러 기초물질을 주변세포들로부터 얻음. 셋째, 과거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였던 만은 유전자들이 주변 세포의 DNA를 구성하게 되었음. 따라서 원래는 미토콘드리아의 것이었으며 미토콘드리아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었던 이 유전자들은 이제 더 이상 미토콘드리아의 것이 아님. 세포가 이런 유전자를 갖고 미토콘드리아의 일부분을 만들면,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로부터 그 부분들을 가져와야 함. 이런 세가지 관계를 통해, 우리의 세포와 미토콘드리아는 아주 강하게 결합되었음. 둘은 함께 유전되고, 서로의 생존에 필수적 존재가 되었으며, 심지어 유전자까지 교환하게 되었음. 둘은 진정으로 하나가 된 것.
- 살아있는 세포들은 모두 DNA 복구 단백질을 갖고 있음. 복구 단백질의 임무는 DNA오류를 알아내서 그것을 수리하는 일. 먹이가 풍부하고 번성하고 있는 박테리아 군집의 경우, DNA 복구 단백질은 대부분의 DNA변화를 수리함. 그러나 기아에 허덕이는 군집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름. 굶주리는 세포들은 다른 오류를 수리하는 동안 새로운 오류를 만들어내는 열악한 복구 단백질을 만들어냄. 그 결과 굶주리는 세포들은 갈수록 DNA 변화가 누적되고 이 때문에 DNA변화가 가속화됨.
- 결과적으로 볼 때, 지난 30억년 동안 박테리아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안전한 전략은 죽음에 직면했을 때 도박을 하는 것이었음. 몇몇을 제외한 모든 박테리아가 굶어죽을 게 분명한데도 박테리아들은 이런 전략을 추구
- 차고를 온갖 보물 창고로 만든 사람이라면 쓸데없는 것은 다 버리라는 단순한 원칙이 절실하게 느껴질 것임. 그래서 사람들은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그런 보물들을 주기적으로 청소함. 유전자들도 주기적으로 그런 청소를 당함. 잉여 유전자가 된 불필요한 유전자들은 그런 유전자를 파괴하는 돌연변이를 통해 청소됨. 비타민 생산만이 제거되어야 할 유일한 삶의 양식은 아니었음. 가장 인상적인 청소사례는 기생충, 특히 우리세포 안에 사는 기행충들에서 발생했음. 숙주였던 우리 세포들은 원래 기생충들에게 약간의 비타민과 삶의 필수품 대부분을 제공해 주었음.그러다 우리 세포들이 비타민을 생산하기 않게 되자, 일부 기생충들은 자신의 단백질 기초물질을, 또 일부 기생충들은 자신의 DNA기초물질을 생산할 수 없게 되었음. 이로써 일부 기생충들은 자신의 세포벽을 만들 능력을 잃었고, 또 일부 기생충들은 호흡할 능력, 즉 산소를 사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능력을 잃게 됨. 그리고 일부 기생충들은 이런 능력 중 상당 부분을 잃었고 이와 함께 수천개의 유전자도 잃었음. 이런 모든 변화를 겪고도 이후 기생충들은 행복하게 살았음. 숙주가 영양분과 에너지를 직접 제공하는 한, 이런 변화는 중립적이었기 때문.
- 삶의 양식에 대한 구속과 이에 따른 기회는 한 동전의 양면임. 헌신과 구속은 기회를 낳고, 그 뒤에는 자유가 뒤따름. 그런데 자유에는 구속이 필요함. 무엇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유이기 때문에, 자유는 벗어날 그 무엇(즉, 구속)이 필요한 것임. 반대로 그렇게 해서 얻은 자유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은 그 선택에 대한 헌신과 구속을 창조함.
- 단백질(분자)와 세포에서 발생하는 파괴적 창조과정을 정리하기 위해 생명체의 구성부분을 창조하고 파괴하는 화학반응을 살펴보자. 이런 화학반응은 두 분자를 결합, 혹은 분해하거나 분자의 부분들을 서로 교환하는 효소단백질에 의해 이루어짐. 생명은 수십억번에 걸친 이런 화학적 대화로 유지됨. 이런 화학적 대화는 모든 유기체의 모든 세포에서 매 순간 진행됨. 각 화학반응에서 어떤 분자는 파괴되고 어떤 분자는 창조됨. 이런 파괴적 창조(혹은 창조적 파괴)의 원칙은 효소단백질에 의해 촉진되었든 아니든, 유기체 내부 혹은 회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화학반응에 똑같이 적용됨. 또한 이런 원칙은 서로 결합해 분자를 만드는 원자들, 원자로 분리되는 분자들에도 똑같이 적용됨. 이 원칙은 어떤 소립자를 흡수하거나 혹은 가지고 있던 소립자를 방출함으로써 원자가 다른 원자로 변할 때도 적용됨. 이 원칙은 소립자들이 상호작용할 때도 적용됨. 기실, 소립자들은 파괴와 창조에 매우 뛰어난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음. 소립자들이 하는 일이란 서로를 파괴하고 재창조하는 일이기 때문.
- 수정체는 태아에만 존재하는 신경관과 외배엽이라는 두 집단의 세포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됨. 신경관은 나중에 척추, 뇌, 그리고 망막이 됨. 외배엽은 우리 눈을 보호하는 투명한 외피인 각막을 포함한 눈의 부분들과 다른 신체조직으로 변형됨. 태아의 외배엽과 신경관은 성인 유기체에는 존재하지 않음. 그렇다면 이런 조직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도 어떻게 잃어버린 수정체를 다시 만드는 걸까? 수정체를 다시 만들려면 처음 수정체를 창조했던 과정과는 완전히 다른 과정이 필요. 도롱뇽같은 유기체의 경우 홍채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 여기서 수정체의 교환은 작은 집단의 홍채세포들에서 시작됨. 먼저 이 세포들은 색깔을 잃음. 그런 후 분열을 시작해서 종양을 연상시키는 점점 더 큰 공 모양의 홍채 파생물을 형성. 이 공 모양의 홍채 파생물이 커지면서, 그 안에 세포들이 수정체의 밀도와 투명성을 책임지는 단백질을 만들기 시작. 그리고 마침내 이 공모양의 홍채 파생물이 홍채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수정체가 됨.
- 강력한 선택은 사람들이 소중히 간직했던 것을 포기하라는 권유이고, 비방꾼들은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임. 이들은 그것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기도 함. 이들이 소중히 여기는 그것이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 대륙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생각, 모든 유기체들은 동시에 창조되었다는 생각, 그리고 시간은 절대적이라는 생각 등이었음. 그렇다면 이들은 (우리 대부분은) 그런 해석을 왜 그렇게 격렬히 지키려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앞에 본 것처럼 우리 조상들 속에 있음. 박테리아부터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상들은 말 그대로 자신의 해석에 따라 살고 죽었음. 우리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우리의 세계관과 운명을 자유롭게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과 같은 일임. 그것은 많은 인간들이 여전히 자신의 세계관에 따라 살고 있기 때문. 종교적 신념이나 정치적 이데올로기 때문에 수많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고 그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은 해석을 그냥 해석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보여줌. 세계에 대한 과학적 해석도 예외가 아님. 요약하면, 인간과 비인가 세계에 대한 해석, 서술, 설명은 여러 면에서 비슷함. 그러나 선택의 측면에서는 다름. 선택은 우리에겐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가능한 일이지만, 다른 많은 유기체들에겐 불가능하기 때문. 선택은 과학적 대화를 진전시키는 데 필수적임. 가장 강력하고 어려운 선택은 과학혁명을 가져옴. 선택은 하나의 서술과 질문으로 시작됨. 그리고 그 각각에 대해 설명하고 답을 제시하면서 거대한 지식체계를 수립함. 이렇게 수립된 지식체계가 출구없는 미로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또한 선택이 출구를 제공해준다고 말할 수 있음. 출구를 제공해주는 선택이란 하나의 해석을 최종적인 해석이라고 보는 선택임. 이런 선택은 어딘가에서 멈추는 선택, 거울의 방에서 반사되는 대부분의 거울을 무시하고, 그중 한 거울에만 초점을 맞추는 선택임
- 과학적 대화는 틀린 것을 제거함으로써 진행됨. 아니요라는 대답을 추구하는 질문들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때문임. 이런 질문들을 통해 애매하게 틀린 것들에서 분명히 틀린 것들을 골라내어 제거할 수 있음. 이런 원리(반증 가능성의 원리)가 가진 힘을 보려면, 모든 생물체가 자신의 삶의 양식, 자신의 살아있는 세계관을 가지고 자연에 대해 묻는 질문을 상기하면 됨. 자연이 아니요라고 대답하면 이들은 죽는다. 수십억년에 걸쳐 진행된 이런 질문의 결과, 지구에는 극히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게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삼엽충에서 공룡에 이르는 대부분의 살아 있는 세계관이 소멸했음. 이런 비유는 과학적 대화의 근본적 약점을 보여줌.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이론은 그 이론과 모순되는, 혹은 그 이론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관찰결과)의 존재로 인해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는 약점 말이다. 요컨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자연법칙은 진리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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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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