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전쟁

사회 2021. 3. 1. 21:23

- “석유를 차지한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중유로 공해를, 경유로 육지를, 휘발유로 공중을 지배할 것이고, 석유에서 나오는 엄청난 부로 인류를 지배할 것이다!" (1919년, 앙리 베렌저 (프랑스 상원의원으로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석유관리 책임자))
- 하지만 이와 다른 모습의 독일도 존재한다. 이 나라는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율이 80퍼센트에 이른다. 화석연료가 없으면 전기도 사용할 수 없고, 주유소에서 채울 연료도, 추운 겨울에 훈훈한 난방도 기대할 수 없다. 물론 2018년 독일의 전력생산 부문에서 재생에너 지 비율이 40퍼센트로 올라가기는 했지만, 석탄과 원자력 에너지 의 비율은 여전히 50퍼센트에 이른다. 기후전문가들에 따르면, 환 경을 심하게 훼손해 더 이상 사용하면 안 되는 갈탄의 비율이 화석 연료 중 24퍼센트나 된다고 한다. 또 가구의 4분의 1은 여전히 석 유로 난방을 한다. 차량의 경우, 환경 당국의 요구와 현실 사이에 틈이 더 벌어진다. 온라인쇼핑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상품이 차량으로 운송되며, 갈수록 화물차의 운행비율이 늘어간다. 고속도로에서 만성적 정체를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실태를 알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비율은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해도 1퍼센트 언저리를 맴돈다. 내연기관이 달린 자동차는 아직도 독일의 주력 수출품목이자 누가 뭐래도 가장 중요한 상품이다. 독일에서 직·간접적으로 자동차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취업인구의 약 4퍼센트로 200만 명이 넘는다. 그렇다면 기후관련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약속한 이산화탄소 배출의 극적인 감축은 어찌 됐을까? 그것은 실현 가능성 제로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사실 상 줄어들지 않았다.
-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지속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을 독일은 의무로 생각하지만, 트럼프는 이 합의를 어겼다. 이로써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경쟁우위를 안겨줄 것이다. 석유·가스 · 석탄의 무제한 사용은 기업의 비용을 낮출 것이 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석유·천연가스 수요가 많은 석유화학 회사들은 미국에서 투자 규모 2,000억 달러가 넘는 프로젝트 300가지를 발표했다. 워싱턴산업협회에 따르면 그중 3분의 2는 외국에서 참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동시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이 미국 에너지 부문으로 흘러 들어갔다. 석유업계로서는 트럼프의 최종 승 리를 의미한다. 그런 바탕에서 관련 사실은 그야말로 철근과 콘크리 트를 쏟아붓듯 탄탄하게 만들어진다. 파이프가 매설되면 정유소 허 가가 나고 채굴권이 확보된다. 트럼프의 후임자는 이제 다시 원상으 로 복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과거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킨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백악관에서 집무하는 트럼프 는, 에너지의 과잉 속에서 뉴욕사람들이 '레버리지'라고 부르는 것을 안다. 이점을 끌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지렛대 말이다.
- 아틀라스샌드 공장은 2018년 여름에 가동을 시작했다. 기대감에 부푼 사업의 출발이었다. 휴스턴크로니클의 기자가 '프래킹 사업가의 해'라고 부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퍼 미언분지에서는 때로 500개에 가까운 시추탑이 석유를 찾아 암반을 뚫고 들어갈 때도 있다. 그 위는 옛날 코만치족이 말을 달리고 이후에는 카우보이가 소떼를 몰던 곳이었다. 말과 소떼가 트럭으로 바뀐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엄청난지를 알기 쉽게 말하자면, 당시 전 세 계에서 가동 중인 시추탑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였다. 프래킹 업자들이 퍼미언분지에서 퍼 올린 석유 덕분에 미국은 이해 9월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따돌리고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이 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머지않아 매장량이 완전히 바닥 날 것처럼 보였던 나라에 이런 대전환이 가능했던 데에는 특히 퍼미언분지의 몫이 컸다. 그러다 미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석유 를 퍼내게 되었다. 2018년 일일 생산량은 1,100만 배럴을 넘었는데 그중 300만 배럴은 퍼미언분지에서 생산됐다. 에너지를 담당하는 미국 에너지관리청IA의 평가에 따르면, 2019년에는 이곳에서 하루 400만 배럴이 생산됐다고 한다. 바이에른주 크기의 3배쯤 되는 이 지역은 '프래킹 사업가의 해'에 미국이 다시 역사적 이정표를 통 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2월에 EIA는 멕시코만에 있는 미국 항구의 절반이 75년 만에 처음으로 그곳으로 들어오는 수입 석유보 다 더 많은 석유를 수출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10 이 목표에 도달하 기 위해 시추회사들은 2018년에만 고압을 이용해 350억 킬로그램 의 모래를 암반에 뿌리는 등 지구전을 전개했다. 이런 식으로는 유 정 한 곳에 구멍을 내는 데만 9,50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독일의 카이저스라우테른이나 코트부스 같은 도시의 전체 주민이 일주일간 사용하는 수량이다. 발전기는 시추현장과 천공장비를 가동하기 위해 거의 24시간 쉬지 않고 전력을 공급한다. 1,900만 마력의 에너지 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 프래킹 시추업자들은 생산을 시작하기 위해 유가가 더 오르기를 기다릴 때가 많다. 또 전문가들은 퍼미언분지에서 얼마나 더 퍼낼 수 있는지, 수치를 끊임없이 상향 조정했다. 그러던 중 2018년 11월, 평소 과장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지질조사국이 '사상 최대의 석유·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신문기사를 통해 알렸다. 울프캠프와 본스프링 등 퍼미언분지 일부와 델라웨어분지 두 군데의 셰일층에 460억 배럴이 넘는 석유와 약 8조 입방미터의 천연가스, 200억 배럴의 액화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었다.13 지질학 덕분 에 하필 황량하고 인적이라곤 없는 지역이 오늘날 세계 정치에 영향 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결정적 역할을 한 것 은 아주 유별난 서부 텍사스인의 사고방식과 그들의 “무슨 일이 있 어도”라는 문화다.
- 혁신을 위한 그다음의 대도약은 거의 100년이 지난 후에 야 이어졌다. 1940년대 중반, 오클라호마 털사에 있는 스태노린드 오일의 기술자였던 라일리 '플로이드’ 해리스와 동료 보브 패스트 는 이상한 현상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유정을 단단히 하기 위해 넣 은 시멘트 일부가 깊은 바닥으로 사라진 것이었다. 이들은 시추작업 을 하면서 시멘트를 주입할 때 사암岩에 균열이 생겨 사방으로 흩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이 효과를 일으킬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해리스의 생각이었다. 이들은 시멘트 대신 물과 사광鑛(사금, 사철, 사석 따위의 금속 광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모래를 섞은 다음 이것을 텍사스의 고갈되어가는 유정에 고압으로 분사해 넣었다. 생산량이 하루 1배럴로 떨어졌을 때였다. 프래킹 공법을 사용하자 이 유정의 생산량은 갑자기 하루 50배럴로 급증했다. 새로 얻은 석유 덕분에 프래킹으로 생긴 균열을 통해 구멍으로 통하는 길이 발견되었다. 모래알은 프래킹에 따른 미세한 균열 이 넓게 벌어지도록 작용했고, 이를 통해 석유와 가스가 계속 솟아 나왔다. 바로 이거야! 곧 이 기술은 자극을 위해 일상적으로 투입 되었다.  1970년대의 석유 위기로 인해 수리학적 파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1975년, 심지어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 공법을 언급하면서 외국의 에너지 의존에서 미국이 벗어날 기회라 고 주장했다. 물론 포드의 희망은 보란 듯이 실현되기는 했지만, 수 십 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연구기관들은 셰일층에서 석유와 가스를 얻는 방법을 두고 실험을 거듭했다. 수억 년 넘도록 단단하게 뭉 쳐진 퇴적암의 모공에 석유와 가스가 마치 스펀지에 흡수돼 있듯 들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셰일층에 난 구멍은 매우 미세해서 거 의 빈틈이 없다. 지하에 매장되어 있던 석유는 곳곳에서 사암같이 틈새가 더 느슨하고 구멍 많은 층을 통해 빠져나갈 길을 찾아냈다. 지하의 천연자원은 그런 상태로 매장되어 있었다. 업계에서는 먼 저 이렇게 매장상태를 파악하고, 이어 구멍을 뚫은 다음, 빨대로 빨 아들이듯 끌어올리는 전통방식을 고수했다. 이러한 전통 채굴방식 은 많은 석유·가스 전문가들에게 오랫동안 유일한 합리적인 방법 으로 간주되었다. 전문가들은 모두 셰일층에서 극소량의 석유나 가 스를 퍼내는 데 성공한다 해도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 점을 지적했다. 비용이 너무 비싸게 먹힌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에너지 시장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비전통적 방식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구석에 처박히게 되었다. 그러한 사고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비전통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달리 말하면 의문시되는 방법에 안주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 
-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 의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비용은 3달러까지 오른 적도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가 실제로 이익을 내려면 유가가 40달러는 되어야 한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사우디왕국은 경제적으로 완전히 석유 수출에 의존하기 때 문에 배럴당 80달러 이하의 가격을 장기간 지속할 수는 없다는 것 이다.53 “석유왕족 같은 부자” 라는 말이 서구에서 유명해진 이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유정에서 나오는 번영을 통해 지배계급이 부유해 진 것만은 아니다. 사우디왕국의 불안한 사회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반드 시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프래킹 업자를 굶주리게 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계획은 역효과였다는 것이다. 미들랜드 사람들의 말을 인용 하자면 “여기서는 많은 사람이 그들이 채굴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우리나라를 중동의 불량국가로부터 독립시킨다는 것에 긍지를 느낀 다.” 새로운 현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이상 유가를 좌우할 수 없 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프래킹 업자들은 전통적인 생산자보다 유가에 훨씬 민감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 이것이 지금 석유시장에 는 더 강력한 여파를 낳았다. 
- 록펠러가 스탠더드 오일로 독점체제를 구축하기 전, 여전히 낯선 분야인 석유산업은 마치 닷컴 거품이 꺼지기 전의 인터넷기업들처 럼 온갖 사업가와 모험가로 가득했다. 석유 탐사꾼들이 계속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기 위해 펜실베이니아의 숲과 골짜기로 몰려들 때, 지 리적 이점 덕에 철도 연결 지점이 된 클리블랜드는 원유에서 석유로 정제하는 처리 과정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스탠더드 오일은 효율성 측면에서 독보적이기는 했지만 경쟁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 니었다. 많은 정유소 업주들은 록펠러가 석유를 팔지 않으면 파산으로 내몰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록펠러는 자기 조건을 수락하지 않을 때는 어떤 불가피한 결말에 이를지를 그 만의 방식대로 보여주었다. 그는 언제나 현금 대신 스탠더드오일의 지분으로 값을 지불하면서, 자금압박을 받는 경쟁자들에게 “스탠더 드오일의 주식을 받으면 당신 가정이 궁핍해지는 일은 없을 거요” 라고 충고했다. 실제로 그의 말은 옳았으며, 스탠더드오일의 주식을 받은 사람은 부자가 되었다. 록펠러는 이런 방법으로 단 6주 만에 클리블랜드의 26개 정유사 중 22개를 사들였다. 이 인수 물결은 경제사에서 '클리블랜드 학살' 로 기록되었다. 의도했던 동맹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록펠러는 자신 의 목표에 도달했다. 1872년 '학살'이 끝났을 때, 33세의 록펠러는 미국 석유산업의 약 4분의 1을 지배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클리블랜드를 장악하자마자 전국적으로 정유소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어서 자신이 차지한 시장권력을 이용해 철도를 길들였 다. 심지어 당시 이미 70대에 이른 거물 코모도어 밴더빌트까지 자 기 사무실로 오게 하여 조건을 통보하는 뻔뻔함까지 보였다.20 이로 써 그는 석유의 정제과정뿐 아니라 운송까지 장악했다. 최초의 파이프라인이 가설되자 그것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리라는 것을 즉시 알아차리고 경쟁자들이 포기하거나 팔아치우도록 손을 썼다. 그 과 정에서 기만전술이나 뇌물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이 파는 석유의 수요를 활성화하기 위해 램프와 난로를 싼값에 팔았다. 이런 마케팅 전략은 요즘에도 가령 면도날 같은 경우에 적용되는 수법이다.
- 그의 말에 따르면 독점은 경쟁을 제거하는 새로 운 협동적 사고'로서 미래를 의미했다. 록펠러가 볼 때 경쟁은 낭비였다. 노동자가 직장을 잃는 것은 사업주가 가격싸움에서 패했기 때 문이다. 자원 낭비라는 것은 비효율적인 회사가 저질 품질로 시장에 오래 머물기 때문이다. 독점해도 회사는 계속 이전의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여전히 경쟁사가 있다는 인상을 주는 데 아무런 방해를 받지않는다. 클리블랜드 학살 이후 채 10년도 되지 않아 록펠러는 미국 석유시장의 90퍼센트를 장악했다. 많은 석유사업가가 그를 양심도 없는 시장조종자라고 욕하는 동안에도 스탠더드 오일은 '확고한 통 제가 없었다면 투기 거품 속에 몰락할 업계의 구원자를 자처했다. 여기서 확고한 통제란 물론 록펠러의 통제를 말한다. 단호하게 기반 시설을 구축한 록펠러의 노력 없이도 석유가 핵심적인 천연원료로 발전했을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가령 T 모델 에 최초로 에탄올을 사용함으로써 농부들도 이동혁명에 합류하게 만들었다(그리고 농부들도 자동차를 몰 수 있었다).
- 보통 석유업계는 매장상태를 3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먼저, 매장 이 증명된 것으로서 우선 90퍼센트의 확률에서 투입 가능한 기술과 기존의 경제적 조건하에서 채굴되는 석유가 있다. 그다음으로는 입 증되고 가능성이 있으며 양도 좀 더 많지만, 채굴의 경제적 의미가 있을 확률이 50퍼센트밖에 안 되는 석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증되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흔히 우리가 이해하는 지하자원의 일 반적인 매장 상태로서의 석유다. 다만 이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개발 될 확률이 10퍼센트를 조금 웃도는 정도다. 허버트가 최종적으로 실패한 까닭은, 가능한 채굴량을 결정하는 요인에 유가를 포함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을 가진 이 전문기술자는 지질학보다 돈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현실을 받아 들이려 하지 않았다. 사실 가격이 오를수록 경제적 방법으로 더 많 은 자원을 개발하는 법이다. 게다가 특유의 광기에 사로잡힌 허버트 는 자신이 당대의 모든 기술적 가능성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 를 내다볼 수 있음을 확신했다. 완벽한 시점에 동시에 나타나 수십 년 후 프래킹 업자들을 성공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두 가지 요인, 즉 비싼 가격과 신기술이었다. 처음 으로 피크 오일 옹호론자들의 말문을 닫게 만든 것들이다. 좀 더 정 확히 말하자면, 피크 오일 옹호론자들의 경고가 판단 착오였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다. 진정한 허버트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의 말 이 옳았다고 계속 주장했다. 그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채굴되는 석유 의 종말을 예측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즉 셰일석유는 비전통적이어 서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석유시장에서는 채굴 방법 을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2019년을 전망하면서 “미국은 피크 오일과 상관없이 석유의 세계적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여기에서 아이러니는 하필 프래킹 업자의 성 공에 기여한 사람이 허버트였다는 점이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한자 리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암반 형성을 통해 이동한다는 인식은 누구 보다 그에게서 나온 것이다. 1957년 발표한 《수압파쇄공법Mechanics of hydraulic fracturing》이라는 연구에서 그는 이미 이런 인식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 몰두했다.
- 1970년대 초 아랍 산유국들이 수출을 금지한 이래, 트럼프의 전 임자들은 특히 불안정한 중동에서의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썼다. 오일쇼크의 기억은 워싱턴에 깊이 각인되었다. 풍요와 큰 자동차로 상징되는 나라 미국이 하룻밤 새 에 너지 절약을 생각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휘발유가 들어왔다고 하면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쳤다. 1974년 초, 주유소 중 20퍼센트에 는 아예 휘발유가 없었다. 트럭 운전사들은 연료배급 때문에 바리케 이드를 치고 싸웠으며 파업하는 운전사와 진압부대 사이에는 총격 전이 벌어졌다. 폭탄을 투척하는 때도 있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생산 노동자들은 호화 모델의 생산을 중단했다. 경제적 재난보다 더 비참한 것은 굴욕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미국은 세계 석유 수요의 60퍼센트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위기의 시점에 이미 뒤바뀐 상태였다. 미국은 이후 수십 년간 최대 석유 수 입국이 되었고, 마침내 2005년 상황은 역전돼 미국은 국내 수요의 약 60퍼센트를 수입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이제 미국을 의존 상태에서 해방시킨다
- 트럼프는 에너지 주도권을 비단 국내안보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그에게 에너지 주도권은 외교 및 국제 안보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심지어 기후변화와 싸우는 노력은 그의 전략문서에는 미국안 보의 위협으로 묘사된다. 그 자신이 앞장서서 막아야 할 위협이라는 것이다. 전략문서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기후정책은 세 계 에너지 시스템을 결정할 것이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에너지 안보를 해치는 반反성장 에너지 의제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 쉽게 말해서, 트럼프 정부는 기후변화를 멈 추게 하려는 다른 나라의 노력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에 취임하고부터 도널드 트럼프는 값싸고 풍부한 국내의 화석 에너지원이 세계정책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클레어는 썼다. 미국 내 석유·천연가스 · 석탄에 대한 완벽한 규제철폐는 자원 총동원'이 라는 트럼프의 사고방식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수출은 트럼 프가 미국 밖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이용하는 무기다.
- 트럼프는 크렘린과 비슷하게 미국의 에너지 수출에 당근과 채찍 작전을 투입하려고 한다. 특히 유럽인은 이익보호국으로부터 천연 가스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나라에 천연가스 유 조선이 이용할 항구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워싱턴은 동맹국들에 LNG 터미널 건설을 요구한다. 2018년 3월, 트럼프가 티 센크루프Thyssenkrupp 같은 유럽의 생산업체 제품도 포함된 수입 철강 과 알루미늄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한 뒤 여름에 일어난 무역분쟁은 관세를 확대하겠다는 위협이었다. EU 집행위원장인 장-클로드 융 커는 트럼프와 만난 자리에서 추가 관세를 특히 자동차에 대한 비 로소 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대 러시아 천연가스 경쟁력을 위해 유럽이 터미널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융커는 EU에 11곳의 LNG 터미널을 세우겠다고 약속 했다. 또 독일 정부도 이미 유조선을 위한 항구 2곳을 건설할 계획 을 세웠다. 폴란드는 이미 거센 압박을 받고 있었다. 2018년에만 미국의 액 화가스 공급사와 체결한 장기 계약이 3건이나 되었다. 이 공급계약 은 가스프롬에서 벗어나 스스로 유럽의 에너지 배급사가 되겠다는 바르샤바 정부의 의지 표현이었지만 동시에 폴란드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 대통령의 호감을 사려는 신호이기도 했다. 바르샤바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폴란드에 미군기지를 세우는 데 20억 달러를 투자 하겠다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잠정적인 기지 이름은 포트 트럼프로 정했다.
- 독일은 다시 양 강대국 사이에, 정확히 말해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두 남자 사이에 낀 처지가 되었다. 독일과 폴란드 모두 자국 에너지가 지정학적 영향을 받는 데서 오는 결과였다. 독일의 경우 에너지 혁명이라는 문제가 더 있었다. 이 과제로 인해 러시아산 천 연가스가 한층 더 중요해진 것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의 원자로 사고 이후 독일에서는 원자력발전소 반대시위가 계속되었고, 이로 인해 거의 사그라진 반핵운동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메르켈 총리도 원자로 폐쇄라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원자력발전 전 기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또한 석탄화력발전 중단도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2038년까지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에너지로 만드는 전력 생산이 40퍼센트에 이른다고 해도 당장 커다란 전력 공백은 피할 수 없다. 이 빈틈을 더 깨끗한' 화석연료라는 천연가스로 메운다는 것이다. 현재 다른 해결책이 없는 한, 풍력과 태양열 에너지의 불확실성을 피하고 전력 수요의 정점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가스터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비교적 값싼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독일은 세계적으로 천연가스의 대표적 수입국에 속한다. 노르트 스트림 2에 참여한 빈터샬을 통해 BASF에서 소비하는 것만 해도 덴 마크 전체가 소비하는 천연가스보다 많다. 독일은 이제 생산과 제조 업 분야에서 유럽에서 가장 값비싼 전력을 쓰는 나라가 되었다. 물 론 독일은 새로운 공급이 없어도 비상시에 5개월은 버틸 수 있다. 그 정도는 가스 저장고에 비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상 공급 에 차질이 생긴다면 경제와 복지에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하다. 
- 미국의 달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은 70여 년 전, 종전 이 후 형성된 새로운 세계질서 덕분이다. 44개국의 대표가 1944년 동 계스포츠의 고장인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 모였다. 이들은 달러를 준비통화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당시는 미국이 최대의 금 보유국이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은행이 금 1트로이온스당 35달 러의 고정환율로 달러를 교환해준다고 약속하는 대신, 전체 서명국은 미화에 대한 고정환율을 유지하는 의무를 받아들였다. 그것은 전 전의 엄청난 부채와 통화팽창 이후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가 시장의 안정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고정환율제는 1960년대 들어와 압박을 받았다. 독일과 일 본은 패전 후유증에서 회복하여 스스로 주요 선진국이자 수출국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브레턴우즈 체제를 통해 양국 통화는 계속 달러 에 고정되었다. 그 밖에 워싱턴 우위의 기조와 베트남전에 대한 정 치적 비판이 고조되었다. 소련과 신중하게 해빙을 모색하는 분위기 에서, 유럽으로서는 대서양 너머의 보호국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비 교적 당당하게 벗어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샤를 드골은 프랑스가 보유한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브레턴우즈 협정 의 종말을 알렸다. 더구나 드골은 미국이 금을 내주지 않으면 나토 를 탈퇴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독일 · 일본 · 캐나다가 그 뒤 를 따랐다. 미국의 금 보유량은 대폭 줄어들었다. 마침내 닉슨 대통 령은 1971년 4월 금본위제의 종말을 알렸다. 그럼에도 충분한 달러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워싱턴 정부는 당시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의 주도 아래 새로운 협정을 도모했다. 이번에 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았다. 사우드 왕국으로부터 석유를 매입 하고 동시에 군사원조와 무기를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대 신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대금으로 미화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판매로 생긴 여유자금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라는 조건이다. 이른바 1차적인 금융재활용이었 다. 이런 오일달러의 활용방식은 모방을 부추겼다. 1970년대 중반 전체 OPEC 회원국이 여기에 합류했으며 이것은 수입국들도 일정한 달러를 비축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내 다른 천연원료까지 마 찬가지로 광범위하게 달러로 거래되었다. 키신저의 거래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그러나 달러의 지위는 단순히 세계적인 달러 수령을 기반으로 한 것만은 아니다(미 연준의 평가에 따르면, 전체 100달러 지폐의 3분의 2는 미 국 밖에서 유통된다고 한다). 그보다 미화는 세계 금융시스템을 위한 토 대를 형성한다.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로 여겨져 외국의 투자자들마저, 가령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이후의 2008년 처럼 미국에 위기가 닥쳤을 때도 미국 국채로 숨어든다. 각국 중앙 은행의 외환보유고를 보면, 달러가 60퍼센트 가까이 되고 20퍼센트 가 유로이며, 인민폐는 1퍼센트에 불과하다. 달러 거래를 위해 미국 국채라는 안전한 피난처에 대한 대안은 없을지도 모른다.
- 오일달러에 도전할 능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이런 목표를 수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추구해온 신흥강국이 있으니 바로 중국 이다. 나름의 기반도 갖춘 것 같은 것이, 2017년 중국은 미국을 따돌리며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이 되었다. 중국은 가능하면 자국 통화로 결제하고 싶어 한다. 첫걸음도 떼었다. 2018년 3월, 상하이국제에너 지거래처는 처음으로 석유 선물 계약분을 인민폐로 지불했다. 금융 권 내부관계자 외에는 별로 주목할 것 같지 않은 이 뉴스는 사실 광 범위한 결과를 초래했다. 산유국과 수입국에 이 결제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들쑥날쑥한 유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오일인민폐의 계약 거래량은 이미 50만 건에 이르렀 고 각 계약은 원유 1,000배럴에 해당한다. 이로써 상하이 선물거래 소는 이미 두바이 거래소의 경쟁을 따돌렸고 북해원유의 계약고에 근접하는 날도 많았다. 중국 정부는 양자무역협정을 통해 선물계약에 대한 수요를 창출 해냄으로써 인민폐가 국제적인 결제통화로 자리 잡도록 유도한다. 중국과 무역하려면 지금까지와 달리 달러 아닌 인민폐로 결제해야 한다. 카타르가 OPEC에 등을 돌리게 된 요인의 하나도 중국과의 협정이었다. 호르무즈해협의 이 작은 나라는 지난 2년 동안에만 약 860억 달러 수준의 교역을 중국통화로 거래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 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이란과 더불어 세계 최대 천 연가스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능의 달러Amighty Greenback'에 대한 대안을 계속 모색하던 푸틴의 러시아는 2016년 대중국 수출의 지불수단으로 인민폐를 받기 시작했다. 또 이란을 위해서도 오일인 민폐는 미국의 제재를 빠져나갈 구멍으로 환영받는다. 하지만 워싱턴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에너지 및 기후 전 문가인 사만타 그로스는 중국이 달러의 막강한 위력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한다. 베이징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더 투명하게 운영하고, 외국인에게 자본시장을 개방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의 투자자는 자유롭게 통화를 사고팔 수 있을 때만 인민폐로 거래할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 싱크탱크 '외교협회(FR'의 에너지 전문가인 마이 클 리바이는 2013년 징검다리 연료로서 천연가스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로 가는 과도기적 해 결책으로서만 아주 단기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26 리바이는 지구온난화로 섭씨 2도 이상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천연 가스는 2020년까지, 늦어도 2030년까지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 다. 천연가스의 징검다리설은, 사용기한이 보통 50년밖에 안 되는 각 종 시설과 파이프라인, 공장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는다는 것을 알 면 무너지기 쉽다. 리바이의 연구가 나오고 1년 후 자연과학지 《네이처Nature》는 셰일혁명이 기후문제에 대한 이상적 타협안인 것처럼 말하는 모니즈의 명제를 완벽하게 반박하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비록 천연가스가 석탄에 비해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반밖에 안 되지만, 그것은 결국 천연가스 사용을 늘려도 기후변화를 늦 추지 못한다는 말이라는 것이다. 이 조사연구의 저자는 하필 모니 즈와 같은 에너지부에 근무하는 해원 맥지언이었다. 광범위하게 매 장된 천연가스의 효과는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 별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맥지언은 썼다. 비록 셰일가스 혁명으로 2050년까지 세 계적으로 천연가스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해도, 천연가스의 완벽한 조달만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산 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기후정책이 없다면, 온실가스 방출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유는 값싼 천연가스가 범람함으로써 석탄만 축출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경쟁하기 때 문이라는 것이다. 이때 메탄가스가 방출된다는 문제는 아직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018년 6월에 나온 환경보호기금DF 의 연구결과는 미국의 천연가스 기업이 대기에 방출하는 메탄의 양 이 환경보호국PA에서 발표한 것보다 60퍼센트나 많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기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적어도 오바마 정부의 EPA는 메탄 방출을 최소화하고 감시하는 것을 의무적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에너지업계에서는 그런 정책을 불합리한 부담으로 여겼다. 생태계를 존중하는 에너지기업으로 자처하는 영국의 BP는 수년간 석유시대를 넘어서Beyond Petroleum’라는 구호를 내 세우며 공공연히 선두에서 메탄 배출을 줄이는 캠페인을 벌였다. 생 산책임자 버나드 루니는 2019년 3월의 한 행사에서 '메탄, 어떻게 완전히 제거할 것인가'라는 강연을 한 적도 있다. 다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이 회사의 내부문서를 반출한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 그것 은 BP가 오바마 정부로 하여금 다시 규제를 완화하도록 적극 관여 하는 기업임을 보여주는 문서였다. 《파이낸셜타임스》가 BP의 공식적인 태도와 문서에서 드러난 로 비 사이의 모순을 지적했을 때, BP는 반박했다. 메탄 규제에 반대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더욱 정교한 규제를 촉구했을 뿐인데 잘못된 보도로 워싱턴과 충돌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BP는 더 이 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트럼프 정부에서 관련 규정이 부분적으로 완화되거나 완전히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 무엇보다 미국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얻는 에탄이 독일의 화학기 업을 유혹한다. 에탄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천연원료이고, 천연가스 에 들어 있는 메탄은 가정에서 요리나 난방에 이용하는 가스다. 이 밖에도 셰일가스에는 프로판(야영용 버너의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이나 라이터에 이용하는 부탄 같은 다른 가스도 들어 있다. 그리고 폴리 에틸렌에서 나오는 에탄도 마찬가지다. 에탄은 원유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비용이 더 든다. 반면 셰일가스의 경우에는 단순하게 나머지 가스에서 분리하기만 하면 된다. 미국은 그사이에 전 세계 특수가스 수요의 3분의 1을 생산하게 되었다. 역시 바이에르의 자회사였던, 플라스틱 제조업체 코베스트로 Covestro는 2018년 10월, 그때까지 단일투자로는 최대 규모의 프로 젝트를 발표했다. 휴스턴 부근의 베이타운 현지에 2024년까지 15억 유로를 투자해 폴리우레탄 원료인 MDI 생산시설을 세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이 회사는 900개의 일자리를 삭감한다. 고 발표했는데, 그중 400개는 독일 내 일자리라고 했다. 또 BASF 도 미국의 멕시코만에 공장을 세운다. 인접한 루이지애나주에 기존 생산력을 두 배로 늘린 MDI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루트비히스하 펜의 기업은 케미컬 코리더Chemical Corridor라 불리는 루이지애나 석유 화학공업지대 중심의 가이스마에 약 8,700만 달러를 투자한다.42 그 곳에 근무하는 직원은 1,200명이나 되며 북아메리카에 있는 BASF 공장 중 최대 규모다. 미국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BASF는 새로운 효율성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회사 대표인 마틴 비루더뮐러는 성탄절 직전에 직원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에서 “직원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BASF에서 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중 절반은 역시 독일 현장의 인력이다.
- 세기적인 녹색 프로젝트가 좌절하면서 전국적으로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독일은 예고한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 하지 못한 데다 혼란스러운 경제의 구조전환으로 경제와 사회의 기 초가 훼손될 위험에까지 처했다. 국내 언론은 오랫동안 실패한 에 너지 혁명에 따른 위험을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물론 베를린의 새 로운 조치나 자금지원 프로그램, 각종 규정에 대한 보도는 드문드문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모든 것은 정해진 관료적 경로를 밟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경제계와 과학계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전하는 보도가 점점 더 빈번해졌다. 그러다 2019년 4월 《슈피겔 지가 마침내 경보를 울렸다. 독일의 어둠 - 독일의 보통사람 때문에 실패하는 원대한 계획'이라는 2019년 4월 초의 제목은 《슈피겔》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충격을 주었다. 표지는 부러진 날개가 매달린 풍차그림으로 뒤덮여 있었다. 《슈피겔의 기자들은 특히 컨설팅사인 매 킨지의 평가를 인용했다. 매킨지의 분석가들은 2012년부터 에너지혁명의 실현과정을 추적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2019년 봄에 내린 냉정한 결론은 '독일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었지만 스스로 설정한 목표치에는 훨씬 못 미 쳤다는 것이다. 독일은 '현재 연간 8억 5,400만 톤의 이산화탄소 환 산톤(CO2e)을 배출함으로써 연방정부가 설정한 2020년의 목표치보 다 1억 톤을 초과했으며 2030년의 목표치를 기준으로 볼 때는 3억 톤 가까이 초과했다'라는 것이었다. 이산화탄소가 없는 독일이라는 방향으로 진행도를 측정하는 14개 지표 중 '현실적인 평가를 받음 으로써 목표를 달성한 것은 6개 지표에 불과했다.
- 물론 정부는 독일이 이미 전력 수요의 40퍼센트를 재생 에너지원으로 생산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다(미국에서는 18퍼센트다). 또 2030년까지는 이 못이 3분의 2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풍력과 태양광발전시설의 확장은 중단상태다. 2018 년 태양광발전의 경우 2.3기가와트가 새로 추가되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에 따르면, 파리기후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가 약속한 기 후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매년 적어도 8.5기가와트씩 태양광에너지의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 전기의 에너지원은 바람이다. 이미 세워진 풍차는 약 3만 기에 이르는데, 대부분은 니더작센주에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발전은 정체된 상태다. 풍력에너지의 경우 2018년 약 3.8기가와트가 새로 생산되었다. 하지만 프라운호퍼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2030년까지 매년 그 3배는 새로운 시설에서 발전되어야 한다. 흔히 주민들의 반대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새 풍력발전 시설이 어렵사리 당국의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거의 언제나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항의가 뒤따른다. 붉은 솔개가 원인일 때가 적지않다. 이 위협적인 맹금은 반풍력 전기운동의 상징 동물처럼 되어버렸다. 
- 녹색 싱크탱크 아고라에 따르면, 독일은 기후변화 억제 목표에 도 달하기 위해 2030년까지 2,000만 개의 난방 시스템에 1,600만 개의 열펌프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설치된 것은 88만 개에 지나지 않는다. 난방협회조차 목표 달성에 비관적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의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30년 동안 400만 개도 설치하기 힘들 것이라고 열펌프업계는 본다. 문제는 또 있다. 열펌프는 물론 아주 효율적인 난방기술에 속한다. 필요 에너지의 최대 80퍼센트까지 주변 환경에서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펌프 종류 에 따라 땅 · 지하수 · 공기로부터 끌어온다. 하지만 비용이 안 드는 열 자원의 온도를 필요한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펌프의 구동 에 너지, 즉 전기가 필요하다. 열펌프는 재생자원에서 나올 때만 실제로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생태 전기에 대한 기존의 수요 외에 난방시스템에 대한 추가수요가 따른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럴수록 전체 수요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건물의 에너 지 수요를 낮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제를 수행하더라 도 필수적인 기후최적화는 설정된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 이와 관련 해 연방정부는 오래전에 유럽연합의 인접국들과 적절한 계획을 추 진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모든 건물은 2050년까지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건물이어야 하고, 건물에 사용할 에너 지도 이산화탄소와 무관한 것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독일에너지 청이나 독일산업협회BDI, 그 밖의 여러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에 있는 기존 건물의 4분의 3은 거의 혹은 전혀 개조되지 않은 상 태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주택 소유주들의 “지구의 기후는 개선되 어야 한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한 개조 의지가 갈수록 약화된다는 것이다. 2015년 1.5퍼센트를 보인 주택 개조율은 그 사이에 1퍼센 트로 감소되었다. 이런 속도라면 이번 세기 중엽까지 EU의 요구를 충족하는 건물은 전체의 절반을 조금 넘기는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 에너지 혁명의 성공을 좌우할 몇몇 중요한 기술은 부분적으로 아 직 연구가 미진하거나 전혀 발명되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바이오 연료를 얻을 수 있는 수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말은 파이프라 인 같은 기존의 기반시설을 계속 이용한다는 의미다. 기술적으로 그 런 방식이 무르익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 요구되는 전력 수요가 너 무 많아 수익성이 없다. 어쩌면 유기적 생물량에서 녹색 휘발유를 생산하는 미생물이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저장수단이다. 바람이나 태양광을 이용한 전력 생산은 들쑥날 쑥하므로 소비자는 또한 더 유연해져야 한다. 가령 전기자동차나 열펌프에는 그런 변동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저장장치가 있다. 재료 연구가들은 저공해 시멘트를 연구하고, 관련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통한 효율성 증대 방법을 모색 중이다. 독일의 에너지 혁명은 세계 최대의 실험실이라고 할 만하며14 그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동성과 주거, 산업생산에서부터 농업에 이르기까지 전문용어로 부문간 결합이라 부르는 다양한 분야가 녹색경제로 상호 조직되는 제2단계에 진입하면,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회복한 이후 최대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가서도 독일인이 가 장 좋아하는 것은 자동차일 것이다.
- 독일의 자동차기업 대표들에게는 내연기관의 종말보다 기후변화 와 관련한 엄격한 자동차 규제가 여전히 최대의 위협으로 보인다. VW의 CEO인 헤르베르트 디스는 2018년 EU의 새로운 요구와 관련 해 쥐트도이체차이퉁Suddeutsche Zeitung》과 인터뷰하며 “속도변화와 그에 따른 영향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엄격한 배출규제로 최대 10만 개까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하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산업이 더 빨리 무너질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아마 그의 말이 맞을 것 이다. 그것은 잔인한 붕괴가 될 것이다. 전 세계 자동차 개발의 3분의 11 은 독일에서 이루어진다. 약 800개의 개발 공급사가 국내업체다. 자동차 부문은 독일 수출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독일의 번영이 얼마나 자동차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는 〈독일경제는 신들의 황혼을 맞이했는가?〉라는 제목이 달린 액센츄어Accenture의 분석이 보여준다. 이 컨설팅사는 50대 독일기업의 2007년 매출을 2017년의 것과 비 교했다. 그 결과, 전체적인 매출 증가의 대부분(60퍼센트)은 자동차산 업에서 나왔다는 것이 드러났다(3,252억 유로). 금속노조와 프라운 호퍼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의 등장으로 2030년까지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 독일에서는 전동화와 생산성의 균형을 통해(개발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동력기술 부 문에 약 7만 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그것도 배터리나 전력전자 부문에서 약 2만 5,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기는 것을 감안 한 수치다. 독일기업들이 훌륭하게 정복한 기술들은 단순히 과거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소프트웨어와 배터리의 수요가 생길 것이며, 이때 공급을 주도하는 나라는 독일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될 것 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은 자동차의 아이폰-모먼트iPhoneMoment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무례한 의문을 제기 할 정도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될 때 폭발적 반응을 보인 것은 그것이 더 우수한 전화기라서, 더 뛰어난 카메라나 조율이 잘된 MP3 플레이어가 장착되어서도 아니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주장했다. 또한 터치스크린이나 폭넓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앱 때문도 아니라고 했다. 그 모든 것이 한 제품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신기술이 하나의 신제품 안에 모인 순간이(아이폰 모먼트) 지 금까지 자동차 부문에서는 없었다. 그 같은 성능의 차량을 누가 제 작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고는 결정 타를 날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독일인이 그 주인공이 되지는 않 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닷컴 열풍 때처럼, 월스트리트는 성장 스토리를 좋아했다. 기업이 이익을 내는지 아닌지는 이차적인 문제였다. 기업이 엄청난 부채를 청산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중요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의 사업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에너지공급을 위한 자금지원에는 관심이 없었 다. 거기서 중시하는 것은 단지 상승 잠재력이 있는 주식이 있는지, 연금기금이나 재단에 처분할 수 있는 대출금이나 예금이 있는지의 여부였다. 그리고 프래킹 업자들은 돈을 받고 끝없이 시굴을 했다. 투자자들의 참여 열기는 프래킹 업자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지나쳤 다. 2017년의 총회에서 애너다코석유Anadarko Petroleum 의 회장인 앨 워 커는 “우리 업계의 최대 문제는 바로 여러분입니다”라고 청중을 향 해 말했다. 투자자는 효율성이 아니라 성장에 대해서만 보상하려고 한다고 워커는 지적했다. 그리고 그야말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정을 개발하라고 프래킹 업자들을 다그친다는 것이었다. 마치 바 텐더가 알코올 중독자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는 격이라고 했다. 성장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투자자는 비용 보전과 이익 창출에 전력하 도록 프래킹 업자를 독촉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했다. “여러분의 도 움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마치 이름 모를 알코올 중독자를 돕는 것 과 같은 것입니다” 라고 회장은 호소했다. 워커의 바람은 실현되었다. 월스트리트는 이제 프래킹 업자들을 알코올 중독자처럼 대했다. 2018년에도 그들은 석유와 천연가스 주 식에 3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것은 위기에 휩싸였던 2016년의 투자 액수에 비하면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았다. 2019년 봄 《월스트 리트저널은 한때 그토록 견고했던 월스트리트와 프래킹업계의 유 대는 무너졌다'라고 진단했다. 에너지 컨설팅사인 에너컴의 분석가 들도 뉴스레터에서 '월스트리트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자금지 원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직전까지만 해도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던 투자자들은 유망한 신규종목을 확보하기 위해 프래킹 업자들의 증시 진출을 정중히 거절했다. 프래킹의 아버지 미첼이 기술혁명을 이 룩하기 전인 2003년만큼이나 증시에 나서려고 하는 석유회사나 가스회사는 별로 없었다. 숱한 석유업계의 자금담당 이사는 한때 자발 적으로 자금지원을 했던 은행에서마저 갑자기 자신들이 기피인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규제기관이 제동을 건 데도 이유가 있었다. 규제기관은 은행이 과거 부동산위기 때의 불량 모기지 대신 이제는 석유·천연가스기업 의 불안한 대출금에 의존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부채가 수입 의 3배 반을 초과하는 기업은 '사면초가에 몰린' 것으로 여겨져 은 행으로부터 꽤 큰 규모의 '비상준비금'을 통해 구제받아야 한다.
- 컨설팅사인 IHS의 전문가 한 사람이 강연했다. 이 사 람은 앞으로 수년간은 거대 석유기업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달려든 다고 해도 퍼미언 등지의 프래킹회사가 석유 생산을 주도할 것이 라고 예언하면서 식사 분위기를 북돋웠다. 하지만 이어서 그는 몇 몇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유정에서 계속 석유가 솟구치게 하려 면 프래킹회사는 연간 1,000억 달러나 되는 새 자본을 조달해야 한 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면 월스트리트에서도 엄청난 자본이다. 참석 자들은 잠두크림과 회향 꽃가루를 섞은 부라타 치즈를 스푼으로 떠 먹으면서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 다음 바닥까지 싹 싹 핥아먹었다. 여기서 강연하던 전문가는 이어서 기후변화 이야기 를 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언급에 그치지 않고 석유업계에서 깡그리 무시하려 드는 위험성을 강조했다. 모든 채굴권과 유정, 채굴탑 같은 것들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썩은 목재처럼 쓸모없이 변할 위험이 있다는 말이었다. 월스트리트의 경우에는 언제나 그렇듯, 모든 것을 대수롭잖게 보이게 하는 개념이 있다. 거기서는 가치를 상실한 자산 을 좌초자산Stranded Assets 이라고 부른다. 마치 해변에 밀려와 죽은 고래를 연상케 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고래는 환경운동가들이 아 무리 애를 써도 다시는 살려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 정치가 아니어도 석유·천연가스 · 석탄이 즉시 산업시대의 연료가 되도록 하는 세력은 또 있다. 바로 자본가다. 은행이나 투자자가 채굴회사나 광산경영자에게 더 이상 자본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에너지업계는 곧 끝장날 것이다. 특히 끊임없이 어마어마한 현금 수요가 있는 프래킹 업자는 그대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가 에너지업계에 등을 돌릴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파리기후정상회의 전에 세계적 금융회사는 기후 보호를 위해 금 융지원을 해주마고 약속했다. 트럼프가 파리협정의 탈퇴를 예고했 을 때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대통 령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시민대표 들이 건설적으로 협동하고 인간의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전 력을 다하도록 격려할 책임이 있다” 라는 견해를 표명했다.13 하지만 하필 그가 책임자로 있는 기관은 화석연료의 최대 자본주에 속한다. 기후보호협정 이후 그가 지휘하는 은행은 화석연료산업 에 1,960억 달러를 융자해주었다. 파리협정 이후 상위 33개 금융회 사로부터 총 1조 9,000억 달러가 이 분야로 흘러 들어갔다.14 이것은 독일연방 예산의 5배나 되는 규모다. 대부분 미국계 은행에서 나온 돈으로, JP모건 외에 캘리포니아의 웰스파고, 시티그룹, 뱅크오브아 메리카 등이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참여했다(모두 금융위 기 때 친숙해진 이름들이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바클레이즈은행이 850억 달러로 석유와 천연가스에 가장 적극적인 자본주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의 자금도 540억 달러나 들어갔다.
- 나머지 세계가 대부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끊임없이 솟아나는 유정을 가진 외
딴 서부 텍사스의 프래킹회사들은 검은 천연원료가 서서히 바닥나 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 태로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날려버렸다. 그런 기대는 이제 에너지 혁명에 수반되는 외부 요인의 제약보다 정치적 의지에 달렸다. 이미 그것은 역사적 도전 과제가 되었고 동시에 지정학적 균형은 셰일혁명을 통해 근본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 나오기 전부터 미국은 하필 워싱턴 정부가 수십 년간 확립해놓은 서구적 제도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그 자신의 국가주의적 정치를 통해 이런 이탈 흐름을 단지 가속했을 뿐이다. 여기서도 새로 발견된 석유와 천연가스의 국부는 결정적 열쇠 역 할을 한다. 에너지 주도권이라는 트럼프의 강박관념은 친구와 적의 관계를 새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 바탕에서 그는 에너지 시장을 겨 냥한다. 시장은 1970년대 이후와 달리 몹시 변덕스럽다. 선진국이 아무리 OPEC를 두려워한다고 해도 이 석유 카르텔은 과거 록펠러 의 스탠더드 오일이 그랬듯 석유세계에 일정한 예측가능성과 안정을 제시했었다. OPEC의 의미 상실은 오로지 OPEC+1의 형태(러시아 와의 협력)를 통해서만 제동을 걸 수 있지만, 그 변화를 막을 수는 없 다. 이 또한 프래킹 업자들의 작품이다. 하지만 앞으로 수년간 새 질서는 특히 점점 더 에너지 갈증이 심해지는 중국에 의해 틀을 갖추게 될 것이다. 젊은 세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발 빠른 성장과 위험하게 파괴되는 환경 사이에서 이리저리 찢긴 나라가 향후의 질서를 규정한다는 말이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앞으로 10년 부를 끌어당기는 100가지 블루오션  (0) 2021.03.01
온 더 퓨처  (0) 2021.03.01
창조와 혁신은 어디서 만들어지는가 후츠파  (0) 2021.02.06
CEO 사회  (0) 2021.01.21
권력의 배신  (0) 2021.01.21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