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더 퓨처

사회 2021. 3. 1. 21:25

- 우리는 사람들의 생활양식, 식단, 여행 양상, 에너지 수요가 2050년 이후에 어떠할지를 확신을 갖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의 적정 인구가 얼마라고 콕 찍어 말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오늘날의 풍족한 미국인들만큼 방탕하게 산다면 세계 는 현재의 인구 수준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많은 에 너지를 쓰고 많은 쇠고기를 먹는다면 말이다. 반면에 모두가 채식을 하고, 여행을 거의 하지 않고, 좁은 아파트에 빽빽하게 모여 살고, 초고속 인터넷과 가상현실을 통해 상호작용을 한 다면 120억 명까지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금욕적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번째 시나리오는 솔직히 가능성이 없어 보이며, 매혹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이 양쪽 극단의 격차가 크다는 것은 세계의 환경수용력 carrying capacity 이 얼마라고 하는, 검증되지 않 은 수치들을 인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잘 보여준다. 2050년에 도달할, 아니 사실상 넘어설 인구 90억 명이 사는 세계가 반드시 파국을 의미하진 않는다. 현대 농업에서는 얕게 갈고, 물을 보존하고, 아마도 유전자 변형genetically modified, GM 작물을 심고, 더 나은 기술로 폐기물을 줄이고, 관개 기술 을 개선함으로써 아마도 그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지속 가능한 집약 농법sustainable intensification' 이라고 한다. 그러나 에너지에 한계가 있을 것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물 공 급에 심각한 문제를 겪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수치들을 들으 면 놀랄 텐데, 밀 1킬로그램을 수확하려면 물 1,500리터와 몇 메가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쇠고기 1킬로그 램을 얻으려면 그보다 100배나 많은 물과 20배나 많은 에너지 가 든다. 세계 에너지 생산량의 30퍼센트와 끌어오는 물의 70 퍼센트가 식량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다.
-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는 있지만, 탐욕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간디)
- 장기적인 목표는 곧잘 정치적 의제에서 밀리고, 당면한 문제들에 짓눌리는 경향이 있다. 그랬다가 다음 선거에 다시 쟁점으로 등장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인 장클 로드 융커 Jean-Claude Juncker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는 무엇 을 할지 안다. 다만 그 일을 한 뒤에 재선될 방법을 모를 뿐이다.” 그가 가리킨 것은 금융 위기였지만, 그의 말은 환경과 관련된 도전 과제에 더 적절하다(유엔의 지속 가능 개발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이 실망스러울 만큼 느리게 진행되는 모습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대기의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면, CO,의 농도가 2배로 될 때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은 1.2°C 올라간다. 이 계산 은 간단하다. 그러나 온난화와 연관되어 일어날 수증기, 구름 면적, 해양 순환 양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훨씬 떨어 진다. 우리는 이런 되먹임feedback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2013년에 내놓은 5차 보고서에는 여러 가지 예측 이 담겨 있었다. 불확실한 것도 물론 있지만, 그중에는 명확한 것들도 있다. 특히 연간 CO, 배출량이 억제되지 않은 채 계속 증가한다면, 극적인 기후 변화가 촉발될 위험이 있다는 예측이 그렇다.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의 얼음이 녹아서 해수면이 몇 미터 상승하는 것을 비롯하여, 수백 년 동안 파장을 미칠 재 앙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재앙은 한번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지구 기온 증가의 대푯값이 평균값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즉 지역에 따라서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서 국지적 날씨 패턴에 더 극적인 변동이 일어나 더 심각한 피 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 대기에 CO2가 쌓이는 속도는 미래의 인구 추세와 세계의 화석연료 의존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CO, 배출 시나리오가 어떻든 간에, 우리는 평균 기온이 얼마나 빨리 증가 할지 예측할 수가 없다. 불확실한 되먹임에서 비롯되는 기후민감도 요인climate sensitivity factor 때문이다. IPCC 전문가들은 인구가 증가하고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하면서 이제껏 하던 대로 살아간다면, 다음 세기에 기온이 6°C 이상 올라갈 가능성이 5 퍼센트라고 제시했다. 심각한 피해를 주지만 적응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50퍼센트라고 본다. 전자의 가능성 이 후자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CO, 배출량을 줄이는 데 들어가는 현재의 지출을 일종의 보험 정책이라고 한다면, 기온이 6°C 상승함으로써 진정한 파국이 빚어질 가능성을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그 지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주된 근거가 된다. 파리 회의에서 천명된 목표는 평균 기온 상승이 2°C를 초과하지 못하게 하고, 가능하다면 1.5°C 이내로 억제하자는 것 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을 넘을 위험을 줄이려면, 그것 이 적절한 목표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 는 것이다. 이 한계를 넘어서지 않으면서 방출할 수 있는 CO2의 양이 얼마인지를 추정한 값들은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는 기후 민감도 요인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목푯값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또 한편으로, 화석연료 관계자들은 민감도 요인을 낮게 예측하는 과학적 발견을 하도록 부추 길’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과학과 인구 및 경제 예 측 양쪽에 중요한 두 가지 메시지가 있다.
1. 앞으로 20~30년 안에 지역적인 날씨 패턴의 교란으로 식량과 물 사정이 나빠질 것이고, 더 극단적인 기상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며, 이주가 일어날 것이다.
2. 세계가 화석연료에 계속 의지하는 '하던 대로 살아가기' 시나리오에서는 금세기 후반에 진정으로 파국적인 온난화가 일어나서 그린란드의 빙모가 녹는 등 장기적인 추세를 촉발할 전환점을 돌 가능성이 있다.
- 태양이나 바람이 우리 에너지의 주된 원천이 된다면, 그 에너지를 저장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태양이 없는 밤 이나 바람이 불지 않는 시간에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배터리를 개선하고 규모를 키우는 쪽으로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져 왔다. 2017년 말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기업인 솔라시티 SolarCity는 호주 남부에 리튬이온 배터리로 100메가와트 용량 의 시설을 구축했다. 그 밖의 에너지 저장 방식들로는 열저장, 축전기, 압축 공기, 플라이휠ywheel, 액체 소금, 양수 발전, 수소 등이 있다. 전기차의 보급 확대는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는 데 추진력이 되어왔다. 자동차 배터리는 무게와 충전 속도 면에서 가정 이나 '배터리 농장battery farm’에 쓰이는 배터리보다 더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를 먼 거리까지 효율적으로 보낼 고압 직류high-voltage direct current, HVDC 망도 필요하다. 머지않아 대륙 간에도 이런 전력망이 구축될 것이다. 북아프 리카와 스페인에서 햇빛이 적은 북유럽으로, 또 수요가 최고 에 달하는 시간대가 이동하는 데 따라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 간에 동서로 태양에너지를 전송하는 망이다. 전 세계를 위한 청정에너지 시스템을 고안하는 것만큼 젊은 공학자들을 자극 하는 도전 과제도 없을 것이다. 태양과 바람 외의 발전 방법들은 지리적 특성을 지닌다. 지열발전은 아이슬란드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파력발전도 가능하지만, 파도는 바람만큼이나 변덕스럽다. 그에 비하면 밀물과 썰물은 예측이 가능하기에 조수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지형상 조수간만의 차가 아주 큰 몇몇 지역 외에는 유망하지가 않다. 조수간만의 차가 15미터까지 달하는 영국의 서해안이 그런 곳 중 하나다. 몇 개의 곶과 갑 주위에서 조수가 변할 때의 빠른 유속을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 에너지를 추출하기 위해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 서번강의 넓은 강어귀를 가로지르는 조력발전 댐 을 건설하면 원자력발전소 몇 기에 맞먹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 방안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 다. 생태적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조수발전 호수가 제시됐는데, 해안에 몇 킬로미터의 제방을 쌓아 호수를 조성하는 방법이다. 밀물과 썰물 때 생기는 호수 안팎의 수 위 차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린다는 생각이다. 이런 호수는 낮은 수준의 기술로 오래가는 건축물을 짓는 토목 공사에 주로 투자비가 들어가므로, 수백 년에 걸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현재 예상으로는 청정에너지원이 인류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특히 개발도상국 인구의 수요까지 충족시키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새로운 유전자 편집기술은 이전 기술들보다 사람들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유전자 서열을 수정할 수 있다. 유전자 서열을 조금 바꿈으로써 손상된 유전자를 억제하거나 발현 양상을 바꿀 수 있는데,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을 넘지는 않는다. 사람에게서는 특정한 질병의 원인인 유전자 하나를 제거하는 데 쓰는 것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가장 이로우면서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이용하는 방식이다. 일찍이 시험관 수정In vitro fertilisation, IVF 은 크리스퍼 가위보다 몸에 칼을 덜 대는 방식으로 손상된 유전자를 제거해왔다. 호르몬을 투여하여 배란을 유도함으로써 난자 몇 개를 채취한 다음, 체외에서 수정을 시켜 배아 초기 단계까지 배양하는 방법이다. 그 배아에서 세포 하나를 떼어내 안 좋은 유전자가 있는지 검사한 후,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서 정상적으로 임신 과정이 진행되게 한다. 현재는 특정한 범주의 잘못된 유전자들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도 나와 있다. 세포의 유전물질 중 일부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에 들어 있다. 즉 세포핵에 들어 있는 유전물질과 별개로 존재한다. 문제가 생긴 유전자가 미토콘드리아에 들 어 있다면, 그 미토콘드리아를 다른 여성에게서 얻은 미토콘 드리아로 대체할 수 있다. 부모가 세 명인 아기가 나오는 셈 이다. 2015년 영국 의회는 이 기술을 합법화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세포핵에 든 DNA를 수정하는 것이 그다음 단계가 될 것이다. 대중은 해로운 무언가를 제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의학적 개입을 하는 것, 그리고 비슷한 기술을 강화하는 쪽으로 적용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서 본다. 몸집이나 지능 같은 대부분의 형질은 여러 유전자가 관여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일단 수백만 명의 DNA 서열이 밝혀지고 나면, 인공지능을 이용한 패턴 인식 방법을 써서 어떤 유전자들의 조합이 관여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지식은 단기적으로는 시험관 수 정에서 배아를 선택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체 자체를 수정하거나 재설계하는 과정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다. 더 위험하면서 의구심을 일으키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맞춤 아기 designer baby'는 그런 일이 가능해진 뒤에야, 그리고 DNA 서열을 원하는 대로 인공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된 뒤에야 구상하거나 잉태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방식으로 자녀를 강화 하려는 부모의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특정한 질병이나 장애에 걸릴 성향을 제거하는 데 쓰일 더 실현 가능한 단일 유전자 편 집 기술에서는 욕구가 분명히 드러나는 것과 대조된다.
- 14세기 중반의 유럽 마을들은 흑사병으로 인구의 거의 절반이 줄어들었을 때도 계속 유지됐다. 생존자들은 높은 사망률을 숙명론으로 받아들였다. 그에 비해 자부심이 아주 강한 오늘날의 부유한 나라들은 병원에 환자가 넘치거나, 유능한 직장인들이 실직을 하거나, 보건 의료 서비스가 감당할 여력이 떨어지자마자 사회 질서가 붕괴할 것이다. 감염자가 고작 1퍼센트에 불과해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사망률은 아마 개발도상국의 메가시티에서 가장 높을 것이다. 범유행병은 늘 존재하는 자연적인 위협이지만, 생물 오류나 생물 테러로 일어날 인위적인 위험을 걱정하는 것이 과연 그저 공포를 퍼뜨리는 짓에 불과할까?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 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는 기술에 정통하다고 해서 반드시 균 형 잡힌 합리성을 지닌다는 의미는 아님을 잘 안다. 지구촌에 도 나름의 멍청이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은 전 지구적인 규모 로 멍청한 짓을 벌일 것이다. 인위적으로 유출한 병원체의 확산은 예측할 수도, 방제할 수도 없다. 이런 깨달음 때문에 정부나 심지어 나름의 명확한 목표를 지닌 테러 집단은 생물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한다. 내 최 악의 악몽은 지구에 인간이 너무나 많다고 믿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되는 개의치 않을, 생명공학 지식을 지닌, 이 성을 잃은 '외로운 늑대'의 등장이다. 해박한 전문 지식을 지닌 집단 또는 개인이 생명공학과 정보기술을 통해 얻는 힘이 점점 커질수록 정부는 다루기 힘든 과제에 대처해야 할 것이고 자유, 사생활 보호, 보안 사이의 긴장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사회는 더 침입함으로써 사생활 보호를 덜 하는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내밀한 정보들을 경솔하게 드러내고, 곳곳에 있는 CCTV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런 변화가 놀라울 만큼 저항 없이 이뤄지리라는 걸 시사하기도 한다. 
- 디지털 혁명은 혁신가들의 엘리트 집단과 세계적인 기업에 엄청난 부를 안겨주지만,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려면 그 부를 재분배해야 할 것이다. 그 부를 보편적 기본 소득을 제공하는 데 쓰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계획을 실행하려면 잘 알려진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데,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은 지금 당장 위기를 느끼고 있다. 그러니 현 재 수요를 크게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임금과 지위가 부당하게 낮은 유형의 직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금전적으로 제약을 받지 않는 이들이 어떤 것에 돈을 쓰는지를 지켜보고 있자면 때로 놀랍기도 한데, 배울 것이 분명 있다. 부자들은 인적 서비스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개인 트레이너, 유모, 집사를 고용한다. 노인이 되면 돌보미를 고용한다. 정부가 진보적이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기준은 최고들이 선호하는 유형의 지원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느냐 아니냐가 되어야 한다.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려면, 정부는 돌보미로 일하는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숫자도 크게 늘려야 할 것이다. 지금 은 너무나 부족하다. 또 부유한 나라들에서조차 돌보미는 저 임금에 지위도 불안정하다. 머지않아 로봇이 일상적인 돌봄 서비스의 일부를 넘겨받게 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실, 빨 래하고 먹이고 용변을 처리하는 허드렛일은 자동화하는 쪽이 보살핌을 받는 입장에서도 덜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 런 장치를 구입할 여유가 있는 이들은 진짜 사람의 보살핌도 받기를 원한다. 그 밖에 우리의 삶을 더 개선하면서 훨씬 더 많 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직업들도 있다. 공원 원예사나 관리인 등이 예다.
- 우리 태양계 전체는 약 45억 년 전에 먼지와 가스로 형성 된 원반이 회전하면서 응축하여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 원자 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왜 산소와 철 원자는 풍부한 반면, 금 원자는 그렇지 않을까? 다윈은 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시대에는 원자의 존재 자체가 논쟁거리였으니까. 그러나 현재 우리는 우리가 지구에 있는 생명의 그물 전체와 많은 유전자를 공통으로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조상에서 유래했으며, 우주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안다. 태양을 비롯한 별은 핵융합로다. 수소를 헬륨으로 융합하고, 이어서 헬륨을 탄소·수소·인·철을 비롯한 주기율표의 다른 원소들로 융합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별은 수명이 다할 때 그 렇게 가공된 물질을 성간 우주로 분출한다. 무거운 별은 초신성 폭발을 통해 분출한다. 그 물질들 중 일부가 새 별을 만드는 데 재활용되는데, 태양도 그런 별 중 하나다. 우리가 한 번 숨을 들이마실 때 유입되는 수조 개의 CO2분자 중 하나에 들어 있는 전형적인 탄소 원자는 50억 년 넘게 이어지는 장엄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원자는 아마 석탄 덩어리가 탈 때 대기로 방출됐을 것이다. 그 석탄 덩어리는 2억년 전 원시림에 있던 나무의 잔해였다. 그 전에는 지구가 형성된 이래로 지각과 생물권, 바다 사이를 순환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 원자가 고대의 어떤 폭발한 별에서 튀어나와 성간 우주를 맴돌다가, 원시 태양계가 응축될 때 말려들어서 어린 지구에 들어왔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말 그대로 오래전에 죽은 별의 재다. 낭만적으로 들리진 않겠지만, 별을 밝히는 데 쓴 연료에서 나온 핵폐기물이다.
- 궤도비행을 한 최초의 우주인인 존 글렌ohn Glenn이 우리 고향 마을을 방문했을 때를 기억한다. 발사를 기다리면서 로켓의 콧등 안 에 틀어박혀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 로켓에는 부품 2만 개가 들어갔는데, 모두 최저가 입찰로 구매한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글렌은 나중에 미국 상원의원이 됐고, 더 훗날인 일흔일곱 살 때는 최고령 우주 비행사로서 STS-95 우주왕복선에 탑승했다.) 지구 궤도로 올라간 최초의 인공물인 소련의 스푸트니크1호가 비행한 지 겨우 12년 뒤인 1969년, 인류는 달 표면에 역사적인 '첫 번째 작은 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달을 볼 때면 언제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앨드린 Buzz Aldrin이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그들의 성취는 단순히 영웅적인 행위를 넘어선다. 당시 그들은 원시적인 컴퓨터 성능과 검증되지 않은 장비들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으니까. 당시 닉슨 대통령의 연설문 작가였던 윌리엄 새파이어 William Safire는 우주 비행사들이 달에 충돌하거나 우주에서 길을 잃는 상황을 고려하여 추도 연설문 초안도 써놓았다.
평화로운 탐사를 위해 달로 간 분들이여, 달에서 평온히 잠들기를, 그들은 돌아올 희망이 전혀 없음을 안다. 그러나 자신들의 희생이 인류에게 희망이 되리라는 것도 알리라.
아폴로 계획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인류가 감행한 우주 모 험의 정점으로 남아 있다. 그 계획은 러시아와 맞선 '우주 경 쟁'이었다. 즉 초강대국끼리의 경쟁이었다. 그 추진력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지금쯤 인류는 화성에 발자국을 남겼을 것이다. 우리 세대는 거기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일단 경쟁에서 이기자, 필요한 지출을 계속할 동기가 사라지고 말았다. 1960년대에 나사는 미연방 예산의 4퍼센트 이상을 썼지만, 지금은 0.6퍼센트를 받는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미국이 달에 사람을 보냈다는 것을 안다. 또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를 세웠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거의 똑같이 국가적 목표로 추진된 별난 옛 역사처럼 여긴다.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수백 차례 더 우주로 나가는 모험이 이뤄졌지만, 지구의 낮은 궤도를 도는 수준에서만 이뤄졌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아마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에 가장 값비싼 인공물일 것이다. 그 자체를 운영하는 비용뿐 아니라 ISS와 지구를 오가는 것이 주요 용도인 우주왕복선을 운영하는 비용(지금은 없지만)을 더하면 족히 1,000억 달러를 넘었다. ISS 로부터 적잖은 과학적 · 기술적 성과를 얻긴 했지만, 무인 탐사 계획에 비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게다가 이런 우주 항해는 예전에 러시아와 미국의 선구적인 우주 탐사가 했던 식의 영감을 불어넣지 못한다. ISS는 변기가 고장 나는 등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캐나다 우주 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가 기타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등의 묘기를 부릴 때나 뉴스에 등장한다. 유인 우주 탐사의 중단은 경제적 또는 정치적 수요가 전혀 없을 때, 실제로 이뤄지는 일이 이룰 수 있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초음속 비행도 그런 사례다. 콩코드 항공사는 공룡의 전철을 밟았다. 그에 반해 정보기술에서 파생된 것들은 예측가들과 관리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 대부분의 과학자는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 Eugene Wigner 가 쓴 〈자연과학에서 수학의 터무니없는 유효성〉이라는, 지금은 고 전이 된 논문에서 표현한 당혹감에 공감한다. 또 “우주에서 가장 불가해한 일은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에도 공감한다. 우리는 물질세계가 무 정부적이지 않다는 데 놀란다. 즉 원자들은 우리 실험실에서 나 먼 은하에서나 똑같은 법칙을 따른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가 외계인을 발견하고 그들과 의사소통을 하길 원한다면 수 하. 물리학 · 천문학이야말로 그들과 우리 사이의 유일한 공 통점이 될 것이다. 수학은 과학의 언어다. 바빌로니아인들이 역법을 고안하고 일식을 예측한 이래로 죽 그랬다. 양자론의 선구자 중 한 명인 폴 디랙Paul Dirac은 수학의 자체 논리가 어떻게 새로운 발견으로 나아갈 길을 가리킬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디랙은 이렇게 단언했다. “발전을 도모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순수 수학의 자원을 총동원해 이론물리학의 기존 토대를 이루는 수학적 형식주의를 완성하여 일반화하고, 그 방향으로 매번 성공을 거둘 때마다 물리적 실체에 비춰 서 새로운 수학적 특징을 해석하는 것이다.” 그는 수학이 가 리키는 대로 나아가는 이 접근법을 써서 반물질이라는 개념 에 다다랐다. 그가 '반전자anticlectron’가 없으면 엉성해 보일 방정식을 정립한 뒤 몇 년 지나지 않아 실제로 그 반전자가 발견 됐다. 지금은 '양전자positron”라고 한다.  디랙과 같은 동기를 지닌 현재의 이론가들은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작은 규모를 다루는 끈 이론string theory 같은 개념을 탐구함으로써 현실을 더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반대편 극단에는 같은 접근법을 써서 우리가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쪼가리' 보다 훨씬 더 드넓은 우주 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해줄 우주론을 탐구하는 이들이 있다. 우주의 모든 구조는 수학 법칙의 지배를 받는 기본 구성 단위'로 이뤄진다. 그러나 그 구조들은 대개 너무 복잡하여 가장 성능 좋은 컴퓨터로도 계산할 수가 없다. 아마 먼 미래에 포스트휴먼 지성(유기체가 아니라 자체 진화하는 사물에 들어 있는)은 하이퍼컴퓨터를 개발하여 생물, 더 나아가 세계 전체를 모사하게 될 것이다. 아마 고등한 존재는 하이퍼컴퓨터를 써서 콘 웨이의 게임 같은 바둑판 위의 패턴만이 아니라 영화나 컴퓨 터 게임에 나오는 최고의 특수 효과까지 갖춰서 우주를 모사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자신이 속해 있다고 보는 우주만큼 복 잡한 우주를 그들이 온전히 모사할 수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대담하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가 사실은 그런 우주에 있는 것이 아닐까?
- 21세기 물리학의 도전 과제 중 하나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첫 번째, 빅뱅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까? 두 번째 질문이 더욱 흥미로운데, 빅뱅이 여 럿이라면 모두 같은 물리학의 지배를 받을까? 우리가 다중 우주에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그 발견은 네 번째이자 가장 장대한 코페르니쿠스 혁명이 될 것이다. 우 리는 코페르니쿠스 혁명 자체를 겪었다. 그 후 우리 은하에 수 십억 개의 행성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어서 관측 가능 한 우주에 수십억 개의 은하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됐다. 천문학자들이 관측할 수 있는 전경 전체는 '우리' 빅뱅의 결과물 중 미미한 부분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빅뱅 자체도 무한히 많은 빅뱅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른다.
- 우리가 과학을 추구 함으로써 배운 것이 있다면, 원자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도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존재의 어떤 심오한 측면들에 대해 아주 불완전하면서 비유적인 깨달음 외에 그 이상의 무엇을 이뤘다고 주장하는 모든 교조적인 주장, 아니 모든 주장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윈이 미국 식물학자 에이서 그레이Asa Gray에게 보낸 편지에 썼듯이 말이다.
이 주제 전체가 인간의 지능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심오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개가 뉴턴의 정신을 추측하는 것이나 다름없겠지요. 저마다 원하는 대로 바라고 믿으라고 놔두는 수밖에요...
- 실용적인 목적으로 과학 개념을 이용하고 구현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처음 발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 내 공학자 친구들이 좋아하는 시사만화의 한 장면이 있다. 비버 두 마리가 거대한 수력댐을 올려다보고 있다. 한 마리가 다른 비버에게 말한다.
“사실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내 착상을 딴 거야.”
나는 이론가 동료들에게 지퍼를 발명한 스웨덴 공학자 기 디언 선드백Gideon Sundback이 우리 대다수가 할 법한 것보다 더 큰 지적 도약을 이뤘음을 상기시키곤 한다. 과학자들은 과학적 방법이라고 하는 특유의 절차를 따른 다고 널리 믿어지고 있다. 이 믿음은 내버려야 한다. 과학자들이 현상들을 분류하고 증거를 평가할 때, 변호사나 수사관과 같은 합리적 추론 양식을 따른다고 말하는 편이 오히려 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와 관련된 한 가지 오해는 과학자들의 생각에 어떤 엘리트적 특성이 있다는 널리 퍼진 가정이다. 예컨대 학력academic ability 은 최고의 언론인, 법조인, 공학자, 정치 인도 대부분 지니고 있는 훨씬 더 넓은 지적 능력의 한 측면이 다. 앞서 언급한 생태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어떤 과학 분야 에서 두드러지려면 사실상 너무 명석하지 않은 편이 낫다고 단언한다. 과학자의 연구 인생에 한 획을 긋는 깨달음이나 유레카의 순간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개미 수만 종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로서 윌슨이 한 연구에는 수십 년 동안 힘들게 발품을 판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안락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굴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겨워질 위험도 있다. 게다. 가 주의 지속 시간이 짧은 이들은 월스트리트 같은 곳에서 초 단기로 주식을 거래하는 직업을 찾는 편이 더 행복할지 모른다. 비록 보람은 덜할지라도.
- 인류-아무튼 그들 중 대부분- 를 위해 울리는 종은 알프스 소의 목에 달린 종을 닮았다. 그 종은 우리의 목에 걸려 있으며, 종소리가 경쾌하고 조화롭지 못하다면 틀림없이 우리 탓이다. (피터 메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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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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