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의 인생론

인문 2021. 3. 1. 21:32

-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원로원에 보낸 편지를 보면, 추후 자신이 공직에서 물러나 은퇴한 후에도 위엄을 잃지도, 과거의 영광에 반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은 구절이 실려 있다.  “그저 희망을 표현하는 데 그치는 것보다 직접 실천해 보이는 편이 더욱 가치 있을 것이오. 하지만 아직 그 행복의 실체를 손에 쥘 수 없는 탓에 이렇게라도 미래에 대한 갈망을 곱씹으면서 미리 즐거움을 느끼고 기쁨을 맛보는 것이라오.” 현실적으로는 한가로운 삶을 즐길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모든 것이 오롯이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언젠가 공직에서 물러나 여유롭게 살날을 그리며 나름대로 소소한 즐거움을 누렸던 것이다.
- 매순간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보내고, 오늘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꾸려나가는 사람은 내일을 기다리 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지금보다 더욱 새롭고 즐거운 시간 이 어디 있을까? 전부 아는 것들이고 마음껏 누렸던 것들인데 말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그저 행운의 여신의 손에 맡겨두 어야 할 부분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사는 자들은 확고하다. 지금보다 더 가질 수는 있어도 그들에게서 무언가 빼앗을 수는 없다. 만약 조금 더 얻는다고 해도 충분히 배가 부른 사람에게 음식을 더 주는 꼴이다. 그들은 그저 주는 대로 받을 뿐 간절하 게 바라지도 않는다.
- 그렇기 때문에 백발이 성성한 머리카락이나 깊은 주름만 보고 살만큼 살았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백발의 노인은 그저 오래 살아남은 것이지 제대로 인생을 살았다고는 단언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항하자마자 거센 폭풍우를 만나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 에 실려 똑같은 자리를 빙빙 맴돌며 표류했다고 해서, 오랜 항 해를 마쳤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저 물에 오래 떠 있었던 것이지 제대로 항해를 한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 자신의 선견지명을 떠벌리는 것보다 더 생각 없는 행동이 있 을까?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 지만 남은 인생을 준비한다는 미명하에 현재의 삶을 소비하고 있다. 먼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큰 낭비는 오늘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이는 자신에게 주 어진 하루를 하나씩 내던지는 것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 때 문에 주어진 현재를 버리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로 사는 것은 현재를 사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며 내일에 기대어 오늘 하루를 낭비하는 것과 같다. 행운 의 여신의 손에 자기 미래를 맡기고 자신의 수중에 놓인 것을 흘려보내는 꼴이다. 우리는 어디를 보고 있는가?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 가련하기 짝이 없는 인간, 하루가 다르게 바삐 살아가는 인간들의 가장 빛나는 날이 제일 먼저 도망간다는 점에 대해 한 치라도 의심할 여지가 있는가? 여전히 마음은 소년과 같은데 어느덧 노년의 세월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아무 준비도 대책 도 없이 이 시기에 접어든다. 이렇게 갑자기 늙어버릴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인생의 마지 막 시기가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순식 간에 노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 가장 높이 오른 것일수록 더 쉽사리 추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추락이 남에게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무언가를 어렵사리 성취한 자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기에 그들의 인생은 매우 짧고 비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그렇게 힘들게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이를 불안함 속에서 소유하고 있는 자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전에 하던 일이 떨어지면 새로운 일감을 찾고, 과거의 야망을 새로운 야망으로 바꾸고는 한다. 자신의 비참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기보다 그저 새로운 무엇인가로 대체해버리고 마는 탓이다.
- 우리가 가진 욕망을 저 멀리 떠돌게 하지 말고 되도록 가까운 곳에 두어라. 욕망이란 한군데 묶어두기 힘든 법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기 힘든 것들은 포기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될 법한 것들에 집중하라. 다만 욕망이란 모름지기 겉보기에는 저마다 다르게 보이지만 허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만치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시기하지 마라. 그들이 서 있는 곳이 바로 낭떠러지인지도 모른다.
- 불운한 운명 때문에 애매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최대한 오만을 억누르고 본래 자신이 가진 운에 따라 평균을 지키려고 해야 더 안전해질 것이다. 물론 추락하지 않고는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 없어서 억지로 높은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자들은 어쩔 수 없이 남에게 무거운 짐이 되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높은 자리에 못 박혀 있다는 점을 고백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  우리는 정의와 온화함, 그리고 친절함, 부드러움과 자애로운 선의의 손을 빌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불안함을 누르고 더 평온한 마음으 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 언제라도 가진 것을 돌려달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현인은 운 명에 맞서 반항하지 않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릴 수 있게 해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운명이 시키는 대로 기꺼이 포기하겠습니다. 이 또한 무한 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만약 그 중 하나를 계속 가지고 있으라 고 명령하신다면 평생 소중히 돌보도록 하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성스럽게 세공이 된 은 식기와 조각이 된 식기들, 그리고 집과 식솔들을 전부 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자연이 우리에게 주었던 능력을 다시 돌려달라고 말한 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처음보다 더 고양된 영혼을 다시 돌 려드리겠습니다. 나는 주저하지도 도망치지도 않겠습니다. 자 연이 내게 주었던 모든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돌려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