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 자본이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인 커리어를 갖지 못했다고 해도 콘텐츠가 커리어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뉴포트는 《딥워크》가 베스트셀러가 된 후, 이 콘텐츠를 토대로 여러 기업에 컨설팅과 강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각각의 콘텐츠가 다양한 커리어로 발전할 수 있 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커리어 자본이 전통적인 직장생활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콘텐 츠 자본을 통해서 커리어를 만드는 길이 생겨난 것이다.
- 콘텐츠를 만들 때는 거꾸로 접근하면 된다. 사람들이 어 떤 혼돈 속을 걷고 있는지 보면 된다. 그리고 그 문제를 주목 하고 정리하면 된다. 새롭게 부상한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완벽한 답을 줄 수 없다. 정리된 혼돈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니 혼돈을 다시 바라보자.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은 혼돈은 얼마나 많은가. AI의 등 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커리어 개발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 가? 갑자기 도래한 100세 시대에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준 비할 것인가? 1인 가구는 돈 관리와 생활 관리를 어떻게 해 야 하는가?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직장 내 세대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 수많은 혼돈에 맞서서 누군 가는 이미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자기 삶에 찾아 온 혼돈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먼저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 고민의 흔적은 콘텐츠가 되어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이렇게 콘텐츠는 혼돈을 질서로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것이 현재 콘텐츠가 쏟아지는 이유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야 할 이유다. 내 주변에 혼돈이 있다면 거기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자. 그러면 여기엔 어떤 콘텐츠가 필요할까?', '나와 비슷한 혼돈에 맞닥뜨린 사람에 게는 어떤 콘텐츠가 필요할까?' 이 질문으로부터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 변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없애지 않는 한 누구나 변할 수 있다. 나도 와트니처럼 생존해야 했고 변하기 위해서 질서를 만들어야 했다. 와트니 박사가 했던 것처럼 사람이 살 수 없 는 곳을 지구와 동일한 환경 조건으로 바꾸어가는 것을 '테 라포밍teraforming'이라 한다. 시스템 밖에 놓이게 되었다면 누구라도 습관을 만들어서 테라포밍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 밖이라는 야생의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면, 태그라는 속성으로 데이터를 다루는 일에 익숙해야 한다. 독일에선 이미 학생 때부터 이 방식에 친숙해진다고 한다. 독일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처럼 노트 필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카드 정리zettellasten’를 한다. 공부하다가 정리할 부분이 나오면 카드를 작성한다. 카드의 맨 위에는 제목을 쓰고, 나머지 부분에는 내용을 요약하거나 생각을 적는다. 한 권의 책에 대해 카드 작업을 모두 마치고 나면, 정리된 카드 중 특정한 제목이 있는 카드만 따로 꺼내어 볼 수 있다. 그 제목들을 중심으로 모은 카드는 원래 텍스트와는 다른 방 식으로 재정렬이 된다. 콘텐츠를 소비할 때 태그를 붙여서 카드 정리함에 모아두는 것이다. 인덱스index, 혹은 태그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국의 교육 과정에는 안타깝게도 지식과 정보를 내 관점으로 태깅할 기회가 없다. 노트 필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방식이다. 이런 점 때문에 내가 소비한 정보에 태그를 붙인다는 건 생소한 일이다. 학창 시절의 노트란, 책 한 권을 압축해서 통째로 머리에 입력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 다. 그 과정은 지식 소비자가 되어보는 연습으로는 충분하지 만, 지식 생산자의 입장이 되어 볼 기회는 제공하지 않는다. 소비만 많고 생산은 전무다.
- 생산적 소비를 잘하는 사람들은 용도에 맞게 기록할 공간을 마련한다. 독서 노트와 아이디어 노트를 나누고 따로 보관한다. 그들은 기록할 만한 것을 어느 서랍에 넣어둘지 정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의 메모가 언제나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다면 이들의 방식을 참고해볼 만하다. 내 경우에는 콘텐츠를 만들 때 생산적 소비의 덕을 톡톡 히 보았다. 글감이 떠오르면 'writing' 폴더에 수시로 메모를 했다. books' 폴더에는 3년간 읽은 약 80권 정도의 책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감상을 적었다. 이런 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때 접했던 내용을 내 언어로 정리해두니 나중에 콘텐츠를 만들 때 정말 요긴했다.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생산적 소비를 하다 보면, '이렇게 끄적인다고 뭐가 달라 지겠어?'와 '이렇게 쌓아두면 나중에 뭐라도 될 거야.' 하는 두 생각 사이를 오가게 된다. 뭐든 할 것처럼 소비하고 뭐든 만들 것처럼 콘텐츠를 쌓아두는 것은 어느 정도는 자신을 설 득하는 일이다. 처음엔 자신 없어도, 정말로 뭔가 만드는 시점에 이르면 '모아 두길 잘했다. 하는 환호가 절로 나온다. 요리하는 사람들은 안다.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몰라도 수시 로 재료 손질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막상 차려 먹을 게 없을 때 얼마나 유용한지 말이다.
-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언제나 '콘텐츠'라는 결과물과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능력’ 두 가지를 얻는다. 원고 쓰는 내내 회고 노트에 과정을 잘 기록하고, 원고를 탈고하면 이 틀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그 과정을 꼼꼼히 살펴본다. 몇 가지를 옮겨보면 이렇다. 
* 진척 없는 원고를 1시간 붙잡고 있기보다, 마음이 가는 원고를 30분 들여다보는 게 낫다 
* 생각이 오래 숙성되지 못한 상태로 나오는 글은 허술하다.
* 만들면서 내게 배움이 없으면 글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 나에게서 너무 먼 것을 가지고 글을 시작하면, 남의 정원 가꾸 기가 된다.
* 원고를 눈으로만 퇴고하는 것보다, 음성 전환 기능으로 들으면서 퇴고하면 몇 배는 생산적이다 
- 이렇게 남긴 기록들은 다음 원고를 쓸 때 큰 도움이 된다. 콘텐츠를 만든 과정을 돌아볼 때 나는 크게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 첫 번째는 회고를 위해 과정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 기억에만 의존한 회고는 부정확하다. 기록이라는 구체적인 형태가 있을 때 비교가 가능해진다. 기록과 기억은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두 번째는 회고를 통해 발견한 개선점이 있다면, 기존 습 관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기보다는 조금씩 보완하는 게 낫다. 매번 모든 것을 갈아엎는 건 좋지 않다. 회사라는 시스템을 벗어나서 습관이라는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 시스템을 매번 새롭게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다. 전체적으로는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게 부분적으로 조금씩 개선하는 게 낫다.  이렇게 몇 년간 회고를 해오다 보니 방향성 전체를 뒤흔든 회고도 있었다. 한때 내 필력을 탓하느라 한 글자도 앞으 로 나아가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러다가 전에 써 둔 글을 다 시 읽으며 발견한 사실이 있는데, 잘 쓴 글은 필력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각이 좋기 때문에 잘 읽힌다는 것이다.
- 정해진 길을 따라 걸을 땐 정신을 차리지 않아도 괜찮지 만, 길을 잃고 걸을 땐 정신을 차려야만 한다. 회사에 출근할 때는 길을 잃으면 안 되지만 콘텐츠를 만들 땐 길을 잃어 야 한다. 콘텐츠는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누군가의 허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답도 내비게이션도 없다. 우리가 생각하고 그려낸 지도대 로 걸으면 된다.
- 커리어에서 대체 불가능함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스콧 애덤스Scott Raymond Adams의 《열정은 쓰레기다》를 보면 그 힌트는 조합에 있다. 애덤스는 30년째 딜버트Dilbert)라는 8컷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딜버트>는 딜버트가 회사 생활에서 겪는 부조리를 풍자한 만화다. 한국을 포함한 57개국에서 연 재될 정도로 세계적인 히트작이다. 딜버트>의 주인공 딜버 트는 다소 밋밋하게 생긴 캐릭터지만 작가인 애덤스의 삶까 지 물렁하지는 않다. 그는 왕성한 커리어 실험가다. 오랜 기간 회사원으로도 지냈지만, 프랜차이즈 창업, IT 기업 창업, 아이디어 공유 사이트 제작, 식료품 배달 서비스 창업, 캘린더 특허 내기, 레스토랑 개업, 컴퓨터 게임 개발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딜버트〉 를 연재하는 동안에도 끊이지 않는 커리어 실험을 해오고 있다. 그의 실험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지만, 스콧 애덤스는 실 패 속에서 커리어에 대한 중대한 방향을 세울 수 있었다. 스 콧 애덤스는 더 이상 하나의 영역에서 1%가 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수십 개의 분야에 대해서 '적당히 잘하는 능력'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상위 20%에 드는 수많은 재능을 조합해서 커리어를 만들라 고 이야기한다. 애덤스는 자신의 그림 실력이 대단하지 않다고 인정한다. 유머 감각도 마찬가지다. 1% 안에는 못 들지만 적당하게 유 머러스하다. 여러 창업 경험을 통해서 기업의 생리도 적당하 게 안다. 이렇게 적당히 잘하는 능력의 조합'으로 〈딜버트〉 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성공하려 면 한 가지를 탁월하게 잘하는 것보다 두 가지를 잘하는 편 이 훨씬 더 낫다.” 그는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조합을 만 들었다. 조합 자체가 상위 1%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 조합이 애덤스를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 남성의 경우에는 생각을 외주 받는 훈련을 군대에서 가 장 혹독하게 받는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필요한 훈 련은 마땅히 받아야 하지만 생활 영역에서도 생각을 과도하게 통제 당한다. 군에서 20년을 보냈던 밥 로스Bob Ross 아저 씨도 그랬다. 알래스카에 위치한 미 공군에서 20년을 복무하고 상사로 전역한 밥 아저씨는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The Joy of Painting >을 진행하며 이렇게 말한다. “군대에서는 남을 위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데, 캔버스 안에서 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외주 받는 삶이 무서운 이유는 처음에는 '생각'만 외주 받다가, 나중에는 '행동'까지 외주 받은 것처럼 살게 되기 때문이다. 유튜버 가운데 이런 고통을 호소하면서 방송 중단을 알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처음에는 콘텐츠를 즐겨 주는 구독자의 반응이 좋았을 뿐인데, 점차 그 반응에 길들어서 구독자의 입맛에 맞는 영상을 만드는 데 골몰하게 된다.
-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의 원제는 '독자들이여, 집으로 돌아오라 Reader, Come Home.' 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시간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산만한 머릿속이 개운해지면서 시간이 느려지는 순간이다. 영미 시인 T.S. 엘리엇은 이를 날카롭게 포착해서 독서를 변하는 세상속 정적인 지점'이라 표현했다. 독서는 산책하듯 거니는 시간을 허락해준다. 그렇게 느릿느릿 걷다 보면 생각에 소실점이 생긴다. 뚜렷한 하나의 점을 응시할 수 있게 해 준다. 책을 읽다 보면 링크가 주는 자극과 다른 종류의 자극이 내 생각 안에서 풍성하게 일어난다.  빠른 미디어는 내 생각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다. 느린 미디어는 정보를 불친절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도록 만든다. 빠른 미디어가 주는 자극은 산발적이고 동시다발적이다. 이 자극을 수용하느라 내 머리는 산만하고 바 쁘다. 반면에 느린 미디어는 내 생각 안에서 자극이 일어나도록 한다. 그렇기에 내 생각을 충돌시키고 확장하느라 분주해진다. 느린 미디어를 접할수록 복잡한 주제도 숙고하고, 구성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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