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다른 생물종과는 다르게 과학기술의 발전 덕에 성장의 한계를 계속 연장했음. 호모 사피엔스의 한 종이 무게 기준으로 육상 포유류의 3분의 1까지 늘어나는 기적을 만듬. 지구가 탄생한 이래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최고 포식자가 되었다. 이 역시 반길일만은 아닌 것이, 최고포식자가 너무 강해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재앙이었기 때문. 과학자들은 이렇게 다른 생물들이 사라지는 현상을 종 다양성이 상실되었다고 표현. 다양성 상실은 거의 다 죽었다는 학술적 표현이다. 그래도 인간은 예외이지 않을까 하며 낭만적 미래를 그리던 때도 있었다. 그런 낭만의 시대는 기후변화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후변호는 줄이든가 죽든가라는 선택지만 있는 문제퍼럼 보인다. 인류를 과학기술이 그 한게를 극복해주기를 기대하지만, 이 고비를 넘기면 또 어디서 문제가 터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과연 인간은 자연법칙으로부터 예외가 될 수 있을까?
-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용해되는 양도 늘어나 바닷물을 산성화하는 역할을 함. 산성화된 바닷물은 산호가 탄산칼슘을 만드는 능력을 저해해 산호의 외골격을 만드는 능력을 떨어드림. 또 수온이 30도를 넘어가면 대부분의 산호는 하얗게 변해 죽음이 이름. 이를 산호초의 백화현상이라 부름. IPCC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2도가 올라가면 산호초의 99%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
이 외에도 지구에는 탄소순환에 관여하지 않는 탄소도 많음. 그 중 하나가 화석연료다.
-탄소순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탄소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아야 함. 탄소순환에 관여하는 지구의 탄소는 대기중에 대략 750기가톤, 토양에 1500기가톤, 바다 표층수에 725기가톤이 분포하고 있음. 대기중에는 이산화탄소 형태로 주로 존재하고 메탄도 일부 포함되어 있음. 이런 온실가스가 태양 복사에너지를 흡수해 얼음 행성인 지구를 따뜻하게 함. 토양 탄소는 주로 토양 유기물 형태로 존재. 식물이 자라는 토양의 경우 자연상태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기물이 토양에 축적되지만, 농경이 시작되면 토양 유기물이 공기와 접촉이 늘어나면서 분해되어 줄어듬. 토양 유기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여 농산물 생산을 늘리고 수많은 토양생물의 먹이원 역할을 한다. 바다에서는 주로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물에 녹아 있는데 그중 일부는 물과 반응해서 탄산이 됨. 바닷물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기의 농도와 바닷물의 온도 등 물리적 조건에 영향을 받음.
- 토양은 1센티가 형성되는 데 대략 200년이 걸린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번성은 토양의 두께와 비례한다고 말함. 처음 농경을 시작할 때는 두텁고 비옥한 토양 덕에 작물의 생산량이 높음. 정착민의 수가 늘어나고 경지면적이 확대되며 숲은 점차 감소. 유기물층에 덮여 있던 토양이 공기에 노출되면서 비바람에 의해 토양이 유실된다. 비옥하던 토양은 시간이 흘러 자갈이 드러나면서 농업생산성은 떨어짐. 그리고 토양 유기물이 분해되고 토양 수분이 감소하면서 강수량은 줄어든다. 흉작이 드는 해가 많아지고 문명은 쇠퇴기에 접어든다.
토양은 이렇듯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자원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4F(food, feed, fiber, fuel)를 생산하는 기반임. 비옥한 토양은 풍요로운 문명의 토대가 되지만, 토양 역시 화석연료처럼 유한한 자원임. 경운을 하고 비바람에 노출될 때부터 토양침식이 시작됨. 스위스 바젤대학교와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에 따르면 매년 토양 360억톤의 물과 산림벌채에 의해 유실된다고 함. 세계에서 가장 큰 댐인 중국 삼협댐 250개를 건설하는 데 들어간 콘크리트 무게와 맞먹는 양이다
- 지각에는 5000-10000기가톤 정도의 화석연료가 있음. 이 정도 양을 모두 채굴할 수 있다면 화석연료가 모자라 인류가 에너지 위기를 겪을 일은 없을 것. 그런데 땅속에 있던 화석연료가 산업혁명 이후 갑자기 대기로 유입되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 사업화 이전 시대대비 매면 4-8기가톤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대기중으로 배출되었다. 이에 더해 산림면적은 줄어들면서 이산화탄소의 흡수능력은 떨어짐. 그 결과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시애데는 280피피엠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420피피엠을 넘어섬. 산업화 이전 시대대비 50% 증가한 양. 다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려면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양을 0으로 만들고 흡수원인 숲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과 넷제로 모두 이 방향을 지향한다.
- 교토의정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감축수둔으로 배출권 거래제, 청정개발체제, 공동이행제도를 활용하도록 했는데, 이를 교토체제라 함. 교토체제의 핵심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체에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것을 강제하는 것이 핵심. 기업에 부여된 배출권은 기업이 배출하던 양과 비례해서 커졌다. 그래서 교토체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나쁜 놈에게 영광을 로 볼 수 있다. 청정개발 체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돈이 되게 설계한 이 제도는 에너지 설비효율이 나빠 온실가스 배출량이 아주 큰 기업들에 노다지를 안겨줬다. 특히 중국에서 많은 CDM사업이 추진되었는데, 국제회의에서는 청정개발체제를 중국개발체제라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참여자간에 배출권의 거래를 통해 감축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한 교토체제는 얼마나 성공적이었을까?
- 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해의 화석연료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240억톤이었지만, 18년에는 360억톤으로 증가. 유럽에서 일부 줄어들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증가.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 한국 등 신흥공업국의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 교토체제로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짐. 교토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감축방법이 도입될 필요요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합의 역시 쉽지 않았다. 교토의정서는 1차 의무감축 기간이 끝나는 12년에 막을 내리는 한시적 협약이었지만 파리협약이 발효된 20년까지 지속됨. 15년 통과된 파리협약은 교토의정서와 달리 선진국에 대한 감축의무를 별도로 두지 않고 각 국가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약속하도록 했다.
감축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제재도 두지 않았다. 어차피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교토체제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 그래서 이것을 공개적으로 망신주기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함. 돈보다 국가의 명예에 희망을 건 협약이었기 때문.
- 미래를 고려한다면 네덜란드와 덴마크등 축산 선진국에서 추진하는 바이오 리파이너리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방식으로 가축분노에서 탄소는 메탄으로, 질소는 암모니아로 회수해 에너지와 비료자원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폐수에서 인과 칼륨도 회수해 자원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는 연간 5500만톤에 이름. 가축분노에 있는 질소는 1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됨. 요소수 대란을 일으켰던 요소로 환산하면 200만톤에 달함. 1년에 우리나라가 필요한 요소는 요소수에서 8만톤, 요소비료에서 45마톤 정도였다. 가축분뇨의 25%만 바이오 리파이너리 방식으로 처리하면 요소의 국내자급이 가능. 이중 인산은 더 중요한데 인산비료의 원료가 되는 인광석은 대부분 아프리카에 분포한다. 그런데 이 인광석의 가채연수는 30-300년 정도라고 추정. 인광석이 생산되는 지역이 대부분 기후위기에 취약한 지역이라 수급에 문제가 생길 소지도 다분함.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왜 이 기술에 투자하는지를 보면서 선진국이 미래에 어떻게 대비하는지를 엿볼 수 있음.
- 지구온난화의 문제는 자본주의가 산업화의 힘으로 지구에 저지른 죄를 드러내는 증거도 아니고,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이 세계적으로 부르짖는 망상과도 무관하다. 그것은 단지 우리의 취약성을 반영할 뿐이다. (브라이언 페이건)
- 문명의 붕괴는 천천히 진행된 고통스런 과정의 결과.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붕괴에서 그 과정을 상세히 묘사한다. 적당한 땅에 정착한 이주민들은 숲을 개간하고 농경지를 넓히면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한다. 인구는 자연 생태계가 감당할 수준까지 빠르게 늘어난다. 인구가 늘어날수록 훼손되는 숲이 많아지고 토양유실도 증가한다. 그럴수록 같은 양의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땅이 필요해짐. 토양의 비옥도가 떨어져 생산성이 감소하기 때문. 숲이 줄어들면 이제는 강수량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가뭄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면서 농업생산성은 떨어지고 때때로 기근이 공동체를 엄습한다. 그렇게 생태계 회복력이 떨어진 문명은 한번 붕괴되면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기후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흉년이 들어 인구이동이 시작되며 영향을 받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 문명이 위기에 처한다면 그것은 식량위기에서 비롯될 것임. 돌이 부족해서 석기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 아니듯 석유와 석탄이 부족해져 산업화시대가 막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전체 인류가 필요한 양보다 5%정도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8억명, 인구의 약 10%는 기아의 위험에 노출된다. 60년대 이후 농업생산성이 매년 2-3% 내외의 증가를 보이면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했다. 현재 농업기술이면 100억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님.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농어생산을 늘리기 위해 질소비료를 많이 사용할수록 수질오염이 심해짐. 숲을 베어내면서 늘어난 농경지가 토양유실을 가속화하면서 토양의 생산성이 떨어짐. 그럴수록 더 많은 비료를 사용해야 한다. 대규모 단일재배가 늘어날수록 병해충의 공격에 취약해지고 농약의 사용량도 따라서 늘어난다. 수질오염과 농약의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생물의 종 다양성은 떨어짐. 인간이 섭취하는 중요 단백질인 어류의 채취량이 감소하고 줄어든 종 다양성은 농업생산성을 떨어뜨림. 가축사육이 늘어날수록 코로나19, 메르스, 사스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도 빈번하게 늘어나면서 식량부족으로 약해진 사람들을 공격함. 자연생태계는 회복력을 상실하면서 식량생산을 위해 노력할수록 상황은 더 나빠지는 단계에 접어든다. 사라진 고대문명의 경로를 현대 인류는 피해갈 수 있을까? 이것은 전적으로 자연생태계의 회복력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달렸다.
- 식량위기는 두가지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 하나는 국내 생산이 급감하는 경우. 우리나라는 80년 냉해로 쌀 생산량이 거의 30%정도 감소했다. 80년 5월 18일 미국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하면서 그 화산재가 북반구를 뒤덮어 기온이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됨. 93년에도 냉해를 크게 입었는데 91년부터 폭발하기 시작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됨. 다른 하나는 해외 생산이 급감하는 경우. 08년과 11년 두 차례에 걸쳐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했다. 05년부터 08년 사이 밀과 쌀 가격은 거의 2배가 오름. 쌀 수입량이 많은 필리핀도 영향을 받았지만, 이 여파는 주로 밀을 수입하던 중동국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 80년 당시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56%였다. 쌀은 100퍼센트 지급되고 있었고, 밀과 사료용 곡물이 일부 수입될 때였다. 이 시기에는 고립형 식량구조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쌀 생산량이 30%정도 감소했는데 냉해에 약한 통일벼를 많이 심은 영향이 컸다. 이듬해인 81년에는 식량수급에 비상이 걸림. 쌀은 교역량이 큰 품목이 아니었고 우리나라는 쌀을 수입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특히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자포니카 쌀은 한국과 일본, 중국 일부에서 생산될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주로 수입하던 미국 외에 일본, 대만, 호주, 인도네시아, 스페인 등에서 쌀을 살 수밖에 없었다. 쌀 가격은 80년 톤당 200달러에서 81년에는 600달러까지 치솟았다. 가격도 문제였지만 수출국의 장기도입요구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82년쌀 생산량은 예년으로 회복했지만 계약에 따라 추가로 도입된 쌀 27만톤은 이후 쌀값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 해양 플라스틱 오염문제를 스타벅스의 종이빨대로 해결할 수 없듯이 부자들의 도덕에 기대어 지구적인 규모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전 세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형성된 불평등 문제를 외면하고 부자들의 생활방식에서 초래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파리협약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연대가 가능할까? 아마도 이런 딜레마가 지금까지 계속 탄소배출을 줄이지 못하고 늘어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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