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날로그 시대의 리더가 경직된 나무, 즉 부하직원들(뿌리에서 생 겨나는 가지)을 거느리고 관리 프로세스라는 뿌리 시스템의 지원을 받았다면, 알고리즘 리더는 분명히 그와는 다른 리더상이다. 리좀과 마찬가지로 알고리즘 시대의 리더는 명확히 정립된 위계질서나 구 조 없이 성장한다. 또한 통제자가 아닌 연결자다. 알고리즘 시대의 리더는 뿌리 시스템의 핵심 부분이다. 뿌리 시스템은 중앙도 없고 변 두리도 없으며, 리더에게 의존해 영양소를 공급하고 그 연결성을 확 장한다. 대나무 가지 하나가 숲 전체를 책임질 수 없는 것처럼 리더 가 혼자서 팀이나 조직의 운명을 책임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영 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잡초처럼 퍼져나가지 못하고 회복력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영국 AI 업체 사탈리아의 창업자 대니얼 흄은 기계가 진정한 AI가 되려면 '목표 지향적 적응 행동goal-directed adaptive behavior'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표 지향적'이 된다 는 말은 알고리즘이 이미지를 분류하거나 경로를 최적화하는 식으 로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활용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적응'이다. 흄의 관점에서 보면, 시스템이 스스로 적응하지 않 고 실수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또 운영 모델을 개선해나가지 않으면, AI가 아니라 자동화의 한 형태에 불과한 것이다.
- AI가 만들어갈 미래를 그려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지금의 기계, 기계가 현재 가진 능력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알고리즘이 장차 인간의 행동과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어떻게 사람들의 실생활에 들어와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 하고 업무를 예측하여 효율을 높이는지 알고리즘의 영향력을 이해 한다면, 이전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갈 수 있다.
- 손정의는 "비가 내리면, 우산을 펴라는 재치 있는 말을 자주 던졌 다. 이를테면 투자기업이 일정한 자금을 손실한다면, 구체적인 금액 만큼 비용을 삭감하라는 말이다. 1년이 지난 후에도 자금 손실이 계 속된다면, 예를 들어 인력을 30퍼센트 줄인다든지 한 후 평상시처럼 운영을 계속하는 것이다. 손정의는 미래 비전이 언제 현실이 될지는 정확히 몰라도 하나는 확신한다. 미래 비전이 현실이 될 때까지 자신 의 기업들이 오랫동안 존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는 기업과 분야에 수십 년 동안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하는 호사를 누구나 누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현재의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쪽에서 미래 고객들의 욕구와 요구를 예측하 는 쪽으로 초점을 전환함으로써 경쟁자들이 내일까지도 풀지 못할 문제들을 지금 해결해나갈 수 있다.
- 알고리즘 기반의 체험을 제대로 해보는 방법이 있다. 지금부터 알 고리즘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의식에서 사라질 때 알고리즘을 제대로 체험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구글의 검색 기능은 대화형 메모리 시스템이 되고, 인스타그램은 소셜 커뮤니티에 관한 종합적인 이야기가 되며, 스포티파이의 추천 노래는 우리의 음악 취향이 된다.
여기에는 위험이 도사린다. 비디오 게임이나 슬롯머신처럼 알고리즘 경험은 중독을 일으키는 뇌의 보상회로를 무기 삼아 인간 행동을 조종하게끔 설계될 수도 있다. 알고리즘 경험이 다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의 행동에 꾸준히 영향을 끼칠 만한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언제라도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다.
-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Didi Chuxing도 얼굴 인식 기술을 통해 운전 자의 신원을 확인하여 미등록 운전자의 운행을 막는다. 중국 건설은 행은 고객들이 음료 자판기와 자동인출기에서 안면 인식으로 비용 을 낼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점점 많은 경찰이 증강현실 안경을 쓰고 군중을 살피며 수상한 사람들을 찾는다. 베이징에 있는 천단Temple of Heaven (베이징에 소재한 사적으로 군주가 제천의식을 행하던 도교 제단-옮 긴이)에서도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공중화장실 휴지 절도를 방 지하고 있다. 안면 인식 휴지 공급기가 얼굴을 인식하여 휴지를 내주 는 방식이며, 반복해서 자주 얼굴을 보이면 휴지를 내주지 않는다(이 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중국 디지털 분야의 엄청난 규모, 로컬 플랫폼들이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 데이터를 이용하여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능력을 볼 때,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세계의 모든 알고리즘 시스템의 운명을 결정 할 것으로 보인다.
- 호프만은 네트워크 성장 개념을 소위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이라고 명명했다. 블리츠스케일링은 기습 공격을 뜻하는 '블리츠크리그 Blitzkrieg'와 규모 확장을 뜻하는 '스케일업 scale up'의 합성어로, 불확실 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엄청난 속도로 회사를 키워 압도 적인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고도성장 전략을 뜻한다. 스타트업이 조 직 수명주기상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는 시점에 도달하기 위해 경쟁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개념이다. 시간을 지체하다간 경쟁자에 게 따라잡히거나 생존에 필요한 자원이 고갈되고 만다. 근본적으로 '스타트업'은 '기습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알고리즘 리더로 성장한다는 것은 남다른 관점에서 전략적 기회를 좇는 것은 물론 신속히 그 기회를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리더는 가격 책정에 대한 훈련, 재고 보 유 또는 공급업체에 대한 지불유예 등 운영 마진에서 약간의 이익을 달성하면 호평을 얻었는 데 비해, 알고리즘 리더는 생존을 위해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
- 발머는 아날로그 시대를 대표하는 경영자라 할 수 있다. 디트로이 트에서 자란 발머는 대학에서 풋볼 코치 생활을 하던 중 빌 게이츠Bill Gates를 만났다. 이후 MBA 과정을 중도에 그만두고 MS의 최고경영 자로 재직했다. 당시는 공격적인 판매와 시장 점유율 확장이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를 성장시키는 열쇠로 통했다. MS에 들어간 발머는 조직 안에서 동료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업무를 평가받는 기업의 사 일로silos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이렇게 경쟁을 장려하여 성과 를 도출해냈던 당시의 윈도우는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조직문화 때문에 이후 업계의 역학구조가 달라지고 회사가 변화해야 할 시점에 조직 상층부가 힘을 합치지 못했다.
2014년 MS의 새로운 수장이 된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윈도 우로 단단한 성을 쌓은 조직의 문화와 역량이 지나치게 경직된 사실을 알아차렸다. 윈도우가 상품으로써 경쟁력이 약해졌을 때도 회사 는 새로운 기능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델라는 즉시 MS의 초 점을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 소셜 네트워킹으로 이동시켰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델라가 시도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조직이 스 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었다.
팟캐스트 방송을 위해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Company와 인터뷰한 자리에서 나델라는 기업의 핵심 상품이 어느 순간 침체기를 맞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때가 바로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여 새로운 콘셉트와 상품을 창출하고 성장시켜야 할 순간이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급속한 변화의 시대에 혁신적 조직문화야말로 새로운 콘셉트가 대세가 될 때까지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원동력이다.
나델라의 쇄신책이 강력하고 실용적이었던 것은 역량과 사업 부 문을 구별했다는 데 있다. 조직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는 기업들을 보 면 사업 부문 단위로 조직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운영의 효 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거래비용을 낮출 목적으로 사업 부문을 분 리한다. 하지만 기술 기업의 경우 조직 구조보다는 역량 주도로 운영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전통적인 사일로와 기능 위주의 부서에 의존해서는 새로운 열 배 의 기회를 잡지 못한다. 사업의 미래가 정확히 예측되더라도 목적지 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민첩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달리 말해, 경직된 조직 구조와 승인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도 팀과 리더는 새로운 사업 계획과 프로젝트, 책임, 직책에 이르기까지 신속히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 회의를 통해 사업계획을 점검하고 지원책을 모색하며 여러 문제 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회의는 업무 문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모든 사람에게 맞는 문화가 없듯이, 올바른 회의를 위해 딱 정해진 정답은 없다. 그러나 회의에 집중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양질의 의사결정을 내리게 하는 '비법'은 있다.
어쩌면 회의의 질을 높이는 가장 쉬운 길은 회의 시간을 짧게 줄 이는 것일지 모른다. 회의를 빨리 끝내는 지름길은 개인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영국의 추밀원(영국 여왕의 공식 정치자문기구-옮긴이)은 회의를 열 때마다 모든 참석자가 서 있어야 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앨버트 공이 사망한 후 여왕이 최소한의 의무만 하고 싶은 마음에 그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편히 기대 의자가 없으니 추밀원 위원들은 회의를 짧게 진행할 수밖에.
- 올바른 회의의 과학은 과거 인텔의 경영자였던 앤디 그로브가 특히 관심을 두었던 주제였다. 인텔의 조직문화에서 본질적인 부분으로 생각했기에 그로브는 오랫동안 신입사원들에게 회의의 기본에 대해 강연했다. 당시의 인텔로 거슬러 올라가면 회의실이나 공장 등 회의가 열리는 장소에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벽보에는 '이번 회의의 목적을 아는가?', '의제를 가지고 있는가?',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는 가?',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점검하고 이행하는가?' 등 회의와 관 련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텔은 회의를 열 때마다 특정 형식에 맞춰 의제를 작성하고 회의가 열리기 전에 참석자들에게 배포한다. 의제에는 주요 안건, 참석자 명단 회의 진행시간, 예상 결과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인텔은 회의의 의사결정 방식을 자세히 알려서 참석자들이 미리 내용을 알고 회의 에 참석하게 했다. 인텔에서는 권위적 의사결정(리더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자문적 의사결정(리더가 참석자들의 의견을 저울질한 후 의사결정 을 한다), 투표, 합의적 의사결정이라는 4가지 방식 중 하나로 회의의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 먼저 자신의 조직에서 운영되는 회의 방식과 조직 구성의 체계 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조직의 팀들이 모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문제해결 방법을 조정하며 양질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올바른 회의 문화는 불확실성과 싸우는 전쟁에서 필수 불가결한 무기다.
그런데 회의를 과도한 형식으로 설계해도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을 미리 정해놓고 지시하는 경우 인간의 창의성을 자극하기는커녕 억누르는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른다. 잘못된 회의가 조직에 비효율 성을 증가시킨다기보다 비효율적 조직의 이상 증상임을 알아야 한 다. 데이터와 근거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알고리즘을 기반 으로 프로젝트가 수행되며 소규모 팀이 업무를 수행하는 투명한 조 직문화를 추구한다면 회의의 주요 기능이 통제와 순응이 아니라 문 제해결과 창의성 향상에 맞춰져야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문제해결 및 아이디어 창출과 관련한 팀의 성과 가 회의 참석자의 역량과 별로 관계가 없으며 공유된 가치와 더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 구글 회장을 지낸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리드 호프만의 팟캐스트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 Masters of Scale>에서 회의의 원칙을 정해두면 의 사결정의 속도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공동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 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도 회의의 원 칙을 정해두고 회의의 목적과 방법을 직원들에게 미리 알려주었다. 이에 구글의 직원들은 매주 프로젝트를 경영진에게 제안할 기회를 얻었다. 슈미트는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대기업은 변호사들이 너무 많고 의사결정권자들도 너무 많습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분위 기가 경직되어 있어 주요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이 매우 천천히 일어 납니다." 슈미트가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2006년 구글이 16억달러에 유튜브를 인수할 당시 인수를 결정하기까지 불과 10일밖에 걸리지 않은 사실로 증명된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일은 힘들 수밖에 없다. 소위 '사악한 문제'라고 알려진 결정에는 단순한 해법이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상황을 개선하거나 악화하는 조처를 하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인간이나 기계가 내리는 평범한 분석으로는 사악한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다. 때로는 토론하는 것이 문제가 암시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는 최선책이 된다. 하지만 공개적 이견 제시나 지적 충돌을 장려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선뜻 반대 입장을 드러내지 못해 난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토론을 장려할 뿐 아니라 중대한 사안을 두고 경영진이 청중 앞에 서도 토론하는 넷플릭스의 사례와 대조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조직 내 그 누가 의견을 내더라도 사실에 근거한 의견은 소중하다는 교훈을 토론을 통해 조직 전반에 분명히 전달한다.
- 알고리즘 세계를 탐구하며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쟁점을 파악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까지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에 적합한 환경 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에 알고리즘 리더는 자신과 팀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메커 니즘과 마인드셋(마음가짐)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실제로 중요한 요인들을 분리하고 이상을 감지하고 가설을 검증하며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다음 새로운 정보가 나왔을 때 결정한 사항을 재평가 해야 한다.
- 직원별로 연초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평가하는 제도인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나 강제해고 순위, 또는 좀 더 일상적인 표현으로 순 위를 매겨 최하위 직원을 쫓아내는 제도인 랭크앤양크rank and yank로 알려진 활력곡선은 경영에 실제로 자리를 잡았다. 활력곡선에 따라 조직 전반이 세 집단으로 나뉘었다. 웰치는 부서별 직원들을 A, B, C 등급으로 순위를 매기라고 관리자들에게 지시했다. 최상의 20퍼센 트를 차지하는 A급 우수 직원에게는 탁월한 보상과 승진을 제공했 다. 그다음 70퍼센트에 속하는 B급 직원들은 적정한 수준의 직무 능 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해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해주었다. 마지막 으로 최하위 10퍼센트를 차지하는 C급 직원들은 곧바로 해고하라고 웰치는 지시했다.
직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차별과 정치 보복이 일어날 가 능성을 제쳐놓더라도 활력곡선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나고 GE에서 조차 유지되지 않은 이유는 과학적 방법론에 따른 연구나 증명과 관 계가 없는 유사 과학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활력곡선을 이용해 핵심 인재를 가려낸다기보다 조직이 최우선으 로 처리해야 할 과제를 두고 혼란만 야기했을 뿐이다.
- A급 직원을 가려내기 위해 웰치가 제시한 기준은 너무도 모호했 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A급 직원은 '열정에 차 있고' '일이 되게끔' 헌신하며 '그들 앞에는 비상할 수 있는 길이 수없이 많을 정도로' 축 복을 받은 사람이라는 식이다. 또한 A급 직원들은 '에너지가 충만하 고' '카리스마가 넘치는가 하면' '공통의 목표를 가진 주변 사람들에 게 활력을 북돋는 사람들이다. 이런 기준은 고성과를 측정하는 지표 가 아니라 마치 직장 내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를 가려내는 심리 조사 에 나오는 항목처럼 보인다.
- 팀의 변화를 꾀하는 메타팀을 만들어라
조직 구성원들의 기술과 능력을 올리는 방법이 또 있을까? 바로 팀의 변화를 꾀하는 팀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메타팀meta-team은 데이터와 알고리즘 같은 여러 기술 인프라 를 가지고 업무 기능을 지원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이런 팀들은 흔히 '운영 또는 관리'라는 말을 부서 이름에 붙인다. 그래서 마케팅 운영팀은 고객 정보 수집 및 분석,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의 유지, 컴뮤니케이션과 콘텐츠 관련 디지털 워크플로우 설계 등 마케팅 기능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마찬가지로 조직 내 인사관리 부서는 인사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 고 다양한 팀과 부서와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것은 물 론 온보딩onboarding (조직에 새로 합류한 사람이 사내문화와 관련 지식과 기 술을 빨리 익히도록 돕는 과정-옮긴이), 내부 인사이동, 휴직 등의 인사 업무를 자동화 기술로 처리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가까운 예로 아마존은 글로벌 HROA라는 부서를 두고 해당 유형의 인사 관련 업무 를 처리하고 있다.
- 우리는 AI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함으로써 AI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처럼 AI의 최적화에 초점을 맞추면, 확실한 설명 가능성을 따져 시스템의 오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일례로 인터넷 이론가인 데이비드 와인버거David Weinberger에 따르면, 딥러닝 플랫폼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너무 단순화하다 보면 우 리가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근본 취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알고리즘이 특정한 결론에 도달한 과정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알고리즘을 적용할 대상을 잘 선택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한다고 와인버거는 말한다.
- 노드스트롬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개인 맞춤형 소매 경험을 제공하 는 데 있어 오랫동안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그런 일환으로 2011년 초 모바일POS, point of sale를 출시했다. 처음에는 고객들이 계산대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고객들이 구매를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구매 를 포기하는 확률이 떨어졌으며, 평균 구매가격이 상승하고 판매된 품목의 수가 늘어났다. 이는 고객들의 충동 구매 성향을 잘 보여준다.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면, 어쩌면 그럴 일도 없을 것이다.
보험이나 퇴직연금 상품처럼 복잡하고 인생을 바꾸는 상품을 판 매하는 경우에 인간에게 질문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 이유는 바로 '안심'이다. 제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효율성과 단순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깊은 속마음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가족에 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혹은 '누군가가 내 집에 침입하여 물건을 훔쳐 가면 어떻게 될까?' 같은 질문을 우리는 인간으로서 갖는다. 이 런 질문들은 대부분 걱정과 두려움에서 비롯되기에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아무리 못해도 고객 개인의 필요와 상황에 맞춰 매우 정 교한 디지털 페르소나가 구축되어야 한다.
알고리즘 시대에는 대개 기술을 기반으로 프로세스의 자동화 및 상품과 서비스의 표준화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리더들은 오히려 그 와는 상반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고객들을 위해 다양하고 개인화된 몰입형 경험, 궁극적으로 인간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21세기에 방사선 전문의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더니 하비는 이렇게 대답했다. “방사선 전문의는 속된 말로 '혹 전문가' 또는 단지 혹을 찾아 측정하는 사람에서 데이터 랭글러 data wrangler (데이터에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작업을 데이터 랭글링이라고 하며 랭글링을 수행하는 사람을 데이터 랭글러라고 한다-옮긴이)로 변모했습니다. 데이터 랭글러들은 다양한 알고리즘으로 추출한 결과물을 조합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추론과 진단을 합니다."
하비의 의견에 따르면, AI는 방사선 전문의를 대체한다기보다 방 사선학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즉 방사전 전문의들은 눈으로 직접 진단결과를 살피기보다는 알고리즘 시스템을 토대로 머신의 출력물 을 점검, 평가하게 된다. 하비는 방사선 전문의 생활을 하는 내내 여 러 개의 CT 스캔으로 림프절을 진단하고 뼈에 전이된 정도를 보고 하는 일에 시간을 다 빼앗겼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스템이 림프절을 정확히 진단하고 척추에 전이된 상태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점검한 다음 진단결과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일을 술술 처리한다.
이렇게 머신러닝을 이용해 방사선 전문의의 역할을 강화하여 마치 데이터 전문가처럼 활동할 수 있다고 하비는 주장한다. 임상의와 환자 모두와 소통하고 협업하는 것이 방사선 전문의의 주요한 역할이 되었다는 말이다. 정교한 도구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하고 한편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와 통찰에 집중하는 식으로 난해한 출력물을 분 석할 줄 알아야 데이터를 잘 처리하고 전송할 수 있다.
그런데 의료 분야 외 판매나 회계관리 같은 분야에서 비슷한 변화 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판매 예측부터 제안서 작성, 수익률 설정, 계 약 체결, 신제품 홍보물 발송에 이르기까지 영업의 거의 모든 부분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화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여 인간의 역할이 완전히 대체된다는 말이 아니다. 방사선 분야에서 일어난 변화처럼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자동화는 관계와 소통을 강화할 기회가 된다. 금융이나 생필품 관련 업종에서 거래의 자동화가 일반화되었다고 해도, 알고리즘이 인간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았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위험을 예측하고 가격을 설정할 수야 있겠지만, 계약당사자나 유통업자, 공급자와의 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판매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며 완전히 자동화하기 어렵다. 우리 는 제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두 조직 간의 복잡한 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기술적 사안을 제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공유하며 한배를 탄 협력자 들을 설득해야 한다. 기계가 최적의 거래구조를 찾아내더라도 투자 자와 파트너, 고객들을 납득시키려면,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인간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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