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그냥 그런 부동산 투자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것도 젊은이들에게 벼락거지라는 공포를 이용해서 영끌을 강요하는 그런 류의 책인 줄 알았다. 이 책은 어느 9급공무원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이 사회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뭔지, 부동산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 고통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 보고자 하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통 책 날개에는 저자의 약력이나 소개가 장황하게 들어가기 마련인데, 이 책에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글짓는 직장인'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 밑으로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회사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점심시간에 혼밥하면서, 자기 전 이불속에서 글을 쓴다.'라고 씌여 있다. 소설 말미에 주인공 이서기가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던 소설 출간을 의뢰받아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저자는 부동산 커뮤니티에 집을 소재로 한 글을 짬짬이 올리게 되었고, 독자들의 성원에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결국 2권의 소설로 완성시키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불황까지는 아니지만 활성화되지 못하는 관계로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이어졌고, 특히나 코로나 사태가 벌어진 이후 전세계적인 유동성 증가로 거의 모든 자산의 가격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은 마치 기름을 부은 듯 솟아 오르기 시작했고, '영끌족'이니 '벼락거지'니 하는 용어들도 생겨났다. 주인공은 공무원 부부로서 결혼을 하게 되면서 서울외곽에 30년 상환조건으로 최대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한다. 주인공의 부모님은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살고 계시지만, 재건축을 앞둔 상태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와 아울러 계약직 주무관으로 들어온 최리 주무관의 경우 젊은 시절 고생하면서 모은 돈을 땅과 집에 투자해서 지금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또 다른 금수저 친구 하나는 용산의 아파트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어쩌면 부동산이라는 것은 본인 형편에 맞게 사게 되면 사는 것이고, 팔아야할 이유가 생길 때 팔게 되는 것이다. 다만 펑범한 직장인이 욕심부리지 않고 내집마련을 하려고 계획할 때, 그 계획조차 잡기 어려울 만큼 부동산 가격만 높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여러 에피소드처럼 우리 직장인들은 회사에 얽매여 살다보니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잊었다. 목표를 잃었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아직 패기가 남아 있는 젊은 층에서는 서로의 꿈을 물어보기라도 하지만, 직장생활 10년이상이 되면, 아무도 서로에게 꿈을 물어보지조자 않는다. 문득 초등학생 자녀들이 아빠의 꿈은 무어냐고 물어볼 때, 그제서야 내 꿈을 생각해 보는 정도다. 생각해 보지도 않은 꿈이 갑자기 생각날 리 없다. 그냥저냥 어렸을 적 꿈은 대통령이었다, 과학자였다 하는 말로 얼버무린다.

이 책에 나와 있는 한 구절처럼 생존이 꿈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하지만 꿈에는 크기가 없다. 근사하지 않아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만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작은 꿈 하나쯤은 소망하며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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