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정부는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인 만큼 힘이 있었고 반대파를 억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총칼로 강압하는 것만으로 경제가 돌아갈 수는 없다. 다행히 박정부는 계획이 있었다. 당시 내수경공업가 무역업체들이 정부의 환율상승에 반발했다는 것이 상식적 견해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동경대 기미야 다다시 교수는 당시 환율정책의 피해자와 수혜자가 동일한 대상, 기업이었다고 주장. 연세대 산업경영연구소 조사(65)에 의하면 수출업자이면서 동시에 무역을 겸업하는 기업이 전체 64%였다. 기존 내수기업들이 수출기업으로 변신하면서 수출과 수입은 별개의 기업이나 부문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수입에서 불이익을 겪더라도 수출을 통해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었다. 개혁의 주체와 대상이 동일한 존재가 됨으로써 저항이 사라지고 변화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물론 이것은 초기 섬유기업들이 빠르게 경쟁력을 키우고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해외시장에 판매할 만한 제품, 특히 합섬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은 한국기업이 거둔 최오의 성공이라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 환율인상은 전반적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노동자의 실질임금과 가계소득의 하락을 가져옴. 물론 이 효과는 경제전체로 분산되어 바로 특정 이익집단을 자극하지는 않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다수 서민계층의 삶을 장기간 무겁게 짓눌렀다. 그 결과가 노동자의 저항운동이나 대중들의 민주화 요구 등으로 분출됨.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부로서는 권력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방치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정부의 대책은 수출부문의 이익증가를 최대한 빨리 이전시켜 내수와 서민경제부문의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내수에 비해 수출은 더 빨리 성장하고 돈을 잘 벌었다. 여기서 벌어들인 소득을 어떻게 이전시킬 것인가. 그 메커니즘은 우선 수출기업이 고용을 빠르게 늘려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또한 수출을 주도하던 대기업은 생산과정에서 자체 생산보다는외주를 통해 조달하는 것이 더 유리한 부품, 자재, 서비스 등이 많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협력업체를 필요로 했다. 기업이 대규모 공장이나 사무실을 밀집시킨 지역에서는 지역경제 전체가 활기를 띠기도 했다. 이렇게 노동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을 대상으로 수출기업이 거둔 부가 이전되었다.
이것이 신구부문 간의 선순환을 가져왔다. 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수출물가의 경쟁력으로 상쇄되고도 남아 경제를 밀고 가기 시작한 것. 쉽게 말해 연료를 집어넣으면 자동차는 무거워져서 더 많은 연료를 요구한다. 하지만 연료의 파워가 충분하다면 무게 증가로 인한 부담은 쉽게 극복되고 차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 서구의 산업혁명도 그 출발점에 농업혁명이 있었다. 데이비드 랜드는 프로메테우스의 해방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려면 농업부문에서 2차산업으로 자본과 인력이 이동해야 하며, 따라서 농업의 생산성 향상은 산업혁명으 필수 선결조건이라고 말핟.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은 먹을 것에 여유가 있어야 인심도 베풀 수 있다는 의미다. 인정만이 아니라 산업혁명도 풍족한 쌀독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랜드는 영국 농업생산성이 18세기 100년 동안 43% 정도 증가했다고 추정. 우리나라의 경우 통일벼의 보급으로 곡물자급자족을 달성한 77년까지 약 10년간 쌀 수확랼은 30% 이상 급증했는데 놀라운 속도다. 장시간의 꾸준한 노력에 의해 달성된 원조 농업혁명과 달리, 한국은 밤낮없는 실험과 외국 기계도입을 통해 초고속 농업혁명을 달성. 압축성장이라는 표현 그대로 선진국이 밟아 온 길을 압축해서 재현하는 한국식 경제성장이 시작된 것이다.
- 해외시장에 입성하기 위해 경공업 중심으로 어렵게 교두보를 만들었지만, 그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이미 한국은 B2B산업의 발전을 모색하기 시작. 가발, 액세서리, 육가공식품, 의류 등을 수출하면서 기업들은 시장개처가 더 나아가 경영전략을 학습해 나갔다. 빠르게 역량을 갖춘 기업들은 점차 본격적인 산업, 특히 전자, 중화학 등의 분야로 진출했다. 68년포철, 69년 삼성전자가 설립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초기 수출의 성과는 외화획득이라는 금전적 측면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습을 통한 역량과 자신감의 구축이었다. 해외시장에서 상품을 팔아본 경험은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의지의 바탕이 되었다.
-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근대적 산업을 배우던 한국기업들은 학습과정에서 무수한 수수께끼를 해결해 나가야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중세시대 도자기나 비단기술을 배우는 것과 달랐다. 최종적인 답을 얻기까지 오로지 반복되는 수련과 정밀한 감각의 체득을 기다려야만 했던 장인의 기술과 달리, 이것은 일종의 수수께끼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속에 어느정도는 브리콜라주의 요소가 내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 브리콜라주의 본질은 학습이나 문제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발상하는 데 있다. 이제까지 기술적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던 것을 근본적 혁신에 의해 가능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모두 가능했던 것인데 조합과 재구성을 통해 엉뚱한 방향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것은 가능성의 경계자체를 밀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능했는데 보지못하고 지나쳤던, 방치된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기술선진국, 또는 기술종주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능력을 갖지 못한 후발 추격국가로서는 가장 유력한 영역.
이것은 이근 교수가 언급한 경로창출형 혁신에서 한국기업들이 발휘한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생각을 틀어서 방향을 바꾸고 이것이 달라진 맥락에서 강렬한 충격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존에 유지되어오던 익숙한 맥락의 힘, 오랫동안 지켜오던 규칙, 터부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 기존의 강자들, 기존의 대가들은 틀에 구애받기 쉽다. 오히려 신흥 추격자들이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다.
- 성과주의는 과감한 혁신보다는 성공이 보장된 안전한 혁신, 즉 위험회피 성향을 조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이 성과주의를 통해 파격적 혁신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바로 최고경영자가 제시한 높은 목표, 즉 열망의 잣대다. 높은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위험에 맞설 수 있는 배짱이 생겨났다. 이건희 회장의 위기의식이란 겁주기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금 달성한 것 정도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이보다 훨씬 더 높느 성취를 달성해야 한다는 자극과 격려였다.
최고경영자가 현 상태를 불만족스러운 것으로 규정하고 초일류를 목표로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성과는 평범한 것이 되고 말았다. 기존 패러다임 내에서 일상적 제조하청을 영위하는 것은 현상유지에 불과했으며 영원히 지속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근본적 혁신에 대한 경험도 역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기업에 주어진 대안은 기존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이었다. 기존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에게 가담하는 이런 선택이 위험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모험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리더가 제시한 높은 수준의 열망, 즉 초일류 지향이었다. 초일류가 되지 못한다면 2등이냐, 3등이냐는 큰 의미가 없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조직 내에서 그 자체로 열등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것을 도전적 성과주의라 말할 수 있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주의가 안전한 실리주의 행동을 야기하는 것과 달리, 새로운 도전을 촉진하게 된 것은 성과주의 틀에 높은 수준의 열망과 목표가 주어졌기 때문. 현실에 안주하려는 조직에 위기의식을 불어넣으며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도록 만든 것은 한국적 리더십의 성취였다.
- 가정으로부터 정상적 사랑을 받지 못한 청소년들이나 기성세대의 여성의경우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이 평균적으로 낮음. 오랜 옛날 남아선호와 양육과정에서의 차별적 대우는 주인공의식의 중요한 원천이다. 이것은 조선시대 합리적 관료제와 능력주의 철학을 만나 지속성 있는 문화가 되었다. 그리고 이 문화가 전통을 중시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또 다른 문화를 극복할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위험감수와 혁신의 힘이 주체성, 주인공 의식에서 나온다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에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이것이 지속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고민이 필요함.
- PC에 미래의 운을 걸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선택방향은 근본적이고 파괴적이었지만, 그 실행은 구체적이고 점진적이었다. 점진적 혁신이었지만 근본적 혁신의 해법이 됨으로써 모방이 아닌 엄연한 창조였다. 이건희 회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참여한다는 도박에 가까운 베팅을 자신이 전담하면서 임직원들은 그 전제 위에서 구체적이고 양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독려. 위험한 항로를 택했지만, 그것은 최고경영자의 몫이었으며, 임직원들에게 주어진 과업은 기존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익숙한 것이었다. 이렇게 리더와 팔로어의 역할이 황금분할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돌파형 혁신의 기념비적 첫번째 사례였다.
- 삼성전자의 스택형 디램은 메모리칩의 집적도를 높인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발한 새로운 경로였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의 경량화, 소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또 하나의 멋진 새로운 경로였다.
그러나 CDMA 통신 생태계는 단순히 통화품질을 높이기 위한 해법이라고 보기에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목적이라고할 수 있다. 디지털 통신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통신의 기능과 존재의미 자체를 바꿔 놓았기 때문. 디지털 통신은 휴대전화를 단순히 전화기가 아니라 문자, 이메일, 카메라, 음악감상 기능을 갖는 복합 디바이스로 진화시키기 시작. 결국 멀티미디어 전송과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워지면서 모바일 네트워크의 시대가 열리고 이는 기존 PC중심의 정보혁명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밀어올린다.
CDMA 상용화는 이런 의미에서 패러다임 구현을 위한 해답이 아니라, 패러다임 구현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함. 패러다임의 기획, 설계, 구축을 한국산업이 주도한 것이다. 물론 퀄컴의 CDMA기술은 창의적이고 천재적이었으며 이후의 모든 일을 가능하게만든 씨앗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기술 덕분으로 2020년대에 들어와서도 다양한 기술의 특허를 통해 퀄컴세라고 불리는 라이선스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씨앗은 한국의 제품화, 인프라 역량, 그리고 테스트베드가 없었다면 결코 열매맺지 못했을 것임. 그런 면에서 최초의 CDMA 아이디어는 이동통신 품질을 위해 고안된 하나의 도구였지만, 이것이 현실화되자 새로운 목적, 즉 음성통화를 넘어 다양한 멀티미디어 정보를 실시간으로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모바일 네트워크가 출현하게 됨. 이것은 경로창출형 혁신이 아니라 목적창출형 혁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 현대자동차는 삼성반도체와 같이 패러다임 전환의 틈바구니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기화식 엔진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면서 더욱 고도화된 전자식 엔진에 도전한다는 것이 무모하게 비친것도 사실. 당시 회사 내에서는 이에 대해 논란이 뜨거웠다고 한다. 그러나 전자식 엔진에의 도전은 탁월한 전략이었다. 기화식과 전자식은 동일한 기술의 발전단계가 아니라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었기 때문.
현대차의 혁신과정에 대한 연구에서 김견은 전자식 엔진개발에서 기화식의경험은 버려야 할 낡은 요소였으며, 이에 대한 약점은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였다고 한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면서 과거의 암묵지는 가치가 낮아졌다. 선발자 우위가 사라지고 운동장이 평평해진 것. 도리어 기화식 엔진에 익숙하지않은 추격자에게 더 유리한 상황이
- 현대차는 기술도입과 경영권 확립을 동시에 시도하는 불가능한 미션을 시도. 초인적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정상적 상황이었다면 선진기업에 근사한 아류작을 내는데 그쳤을 것. 그러나 기술패러다임의 급속한 변화라는 지각변동이 찾아왔다. 고정된 경기장에서 기량이 월등한 가아자는 약자에게 헛점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장이 흔들릴 때 기회가 찾아온다. 현대차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부를 걸었다.
이것 역시 한국 인재들의 언더독 기질이 발휘된 사례. 도요타 역시 추격자라 할 수 있으나 이미 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올라 있었으며 가망이 없을 정도로 뒤처진 상황은 전혀 아니었음. 지금의 경기 룰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좌절감과 결과적으로 얼핏 보기에 무모한도전을 감행하도록 만든 자극이 되었다.
- 상충하는 두개의 문화는 사실상 양손잡이 조직이나 패러독스 경영이 요구하는 필수요소. 다만 두 요소가 서로 인접할 경우 상대방의 강점까지 저해해 버리는 상쇄효과를 일으키는 것이 문제다. 나사가 스페이스X를 자기조직으로 끌어들여 하나의 사업부나 팀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두개의 이질적 문화가 하나의 조직으로 묶이면 상충과 상쇄가 일어난다.
현실적 대안은 이질적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전략적 제휴로 연결하는 것이다.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지 않는다면 상쇄효과는 막을 수 있다. 서로의 개성과 문화를 유지한 채로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표준경영학에서는 단일 리더가 지휘하는 통합된 위계조직이 아닐 경우 명령계통이 분산되고 상호조율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 상충하는 두 개의 문화는 사실상 양손잡이 조직이나 패러독스 경영이 요구하는 필수 요소이기도 함. 다만 두 요소가 서로 인접할 경우 상대방의 강점까지 저해해 버리는 상쇄효과를 일으키는 것이 문제다. 나사가 스페이스X를 자기 조직으로 끌어들여 하나의 사업부나 팀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두개의 이질적 문화가 하나의 조직으로 묶이면 상충과 상쇄가 일어난다.
현실적 대안은 이질적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전략적 제휴로 연결하는 것.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지 않는다면 상쇄효과는 막을 수 있다. 서로의 개성과 문화를 유지한 채로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표준경영학에서는 단일 리더가 지휘하는 통합된 위계조직이 아닐 경우 명령계통이 분산되고 상호조율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주장함. 그러나 대등한 기업간의 수평적 협력, 즉 전략적 제휴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시각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 한국기업의 속도경영을 무엇이든 빨리 하는 실행의 속도로만 해석하는 것은 오해다. 한국기업은 전략적 의사결정이 내려지면 실행속도는 빠르지만, 정작 전략을 결정하는 속도는 느리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기업에 따라서는 이 진단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혁신을 주도해온 한국의 대표기업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음.
이것은 전략적 인내의 개념과 연결됨. 전략적 인내란 변화의 적기가 올 때까지 미래지향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현재의 불리함이나 답답함을 참고 견디는 것. LG화학이 전기차용 배터리라는 새롭고 두려운 시장에 진출한 것은 전략적 인내의 적극적 버전. 이것은 도박판에서 판돈을 키우는 것, 즉 올인과 비슷한 행보다. 일본 배터리 산업이 한발 뒤처진 것은 이 결정적 순간에서의 머뭇거림 때문. 전기차가 끝내 대세로 떠오르지 못했ㄷ면 LG화학의 올인 전략은 실패가 되었을 수도 있다. 배터리에서 미래를 보았던 구본무 회장은 전기차가 등장했을 때 그 미래가 좀더 구체화되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말 등에서 태어난 아기처럼 한국기업의 리더들은 빠른 변화의 속도감에 거리낌이 없었다.
- 밸류체인을 거슬러 오르는 길이 막혔다면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그 중 하나는 중간단계, 즉 징검다리를 찾는 것이다. 산업간 차이가 많아 동일시하기 어렵지만, 바이오산업에서 위탁생산과 신약개발 사이에 바이오시밀러라는영역에 도전한 것과 같은 전략이 필요.
핵심은 후발국이 바로 모방할 수 있는 단순작업에서 좀 더 고도의 작업으로 상향하는 것. 스토리기획, 캐릭터 디자인으로 바로 상향할 수 없다면 스토리와 제작을 이어주는 스토리보드, 동작을 시뮬레이션하는 애니메틱, 성우의 선정이나 음악 제작 등 프리와 제작 사이의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기회를 찾는다.
국내 제작사 스튜디오미르는 이런 노력의 대표적 사례. 스튜디오미르는 오래 협력해오던 미국 니켈로디언과의 관계를 중단하는 극단적 조치를 감행. 니켈로디언이 모든 세부사항을 결정하고 스튜디오미르의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
- 신성불가침의 원리나 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현대 한국인의 가장 특징적 요소의 하나다. 전 세계 국민에 대한 심층조사로 수행되는 세계가치조사에서 한가지 중요한 축은 전통중시냐 현실 및 합리중시냐이다. 한국은 가장 자유주의적인 북서유럽의 현실중시 가치를 보여줌. 중동의 이슬람, 중남미의 카톨릭, 남아시아의 불교, 힌두교 사회 등이 강력한 전통중시 성향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임. 500년전통의 유교이념은 결코 가볍게 볼 전통이 아니지만, 그 권위는 역사적 상황, 한국인의 기질 또는 다른 요인에 의해 와해되었다. 이것이 새로운 행동을 위한 공간을 열어주었다. 사고와 행동을 얽어매는 억압적 권위의 부재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신적 토대를 만들어냈고 이는 현기정이 날 정도의 압축성장을 추동할 에너지원천이 되었다. 변화가 당연한 것이고 정체는 일시적인 것이거나 또는 타성에 빠져 범하는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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