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스스로를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우리가 어느 전망대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가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꼭대기에 선 사람에게는 별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중간지점에서는 하늘의 별이 몇 광년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닥에서는 별이 떴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불확실성과 무지는 더 크고 넓게 생각하는 것을 막는다. 그렇기 때문에 계층과 기회의 연관성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 빈손으로 시작해 탄탄한 재산을 일군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정확히 무엇이 다를까? 중산층에서 상위층이 된 사람을 위로 밀어올린 요인은 뭘까? 남들은 이루지 못한 것을 이뤄내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근면함일까, 특별한 재능일까? 어쩌면 타고난 운이나 하늘이 내린 타이밍은 아닐까?
모두 성공과 무관치 않은 요소들이지만 결정적 퍼즐조각 하나가 빠졌다. 그 조각을 나는 부트스트래핑이라 부른다. 부트스트랩은 고무장화나 스니커즈를 쉽게 신을 수 있도록 발꿈치 어귀에 달아놓은 줄이나 고리를 가리키는 말. 부트스트랩을 당겨 자신을 건져낸다(pull oneself up by one's bootstrap)는 영어표현은 늪에 빠졌을 때 장화 끈을 당겨 목숨을 건진 뮌히하우젠 남작의 전설에서 유래한 것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는 의미.
또한 부트스트랩은 최근 널리 쓰이는 기술용어이기도 함. 컴퓨터공학에서 간단한 개발도구로 더 강력한 도구를 개발하는 자가발전순환 프로그램을 부트스트래핑이라고 부름. 이처럼 부트스트래핑은 불가능해 보였던 무언가가 실현되는 역설을 설명해줌. 가진 것이 적은 사람이 많은 성과를 이뤄내는 비결 또한 이 부트스트래핑에 있다.
- 한 사회의 최상위층으로 도약하는 일이 한 세대 안에 완성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학자 수잰 켈러는 록펠러와 케네디 가문이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 도약의 여정에서 1세대는 죽도록 일해서 경제적 기반을 닦는 것이 숙명이었따. 그렇게 자기 힘으로 새로운 계층에 입성하는 데 성공한 1세대는 안타깝게도 완전한 인정을 받지는 못한다. "재산을 쌓는 세대에서는 일단 필요한 자원을 축적하는 데만 집중한다."
일반적으로 상위층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자연스레 떠올리는 여유와 경쾌한 분위기는 1세대가 아닌 2세대, 즉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양질의 교육을 받은 자녀세대에서나 드러나는 특징이다.
- 독일 문학가 에리히 케스트너는 궁핍했던 유년 시절을 회고하며 쓴 자서전에서 "앞길을 막는 돌덩이로도 무언가 훌륭한 것을 지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런 태도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부러 낙관주의를 가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절실한 마음만큼 강력한 동기는 없다.
결핍 속에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길을 막은 돌로 집을 짓는다. 불안한 환경 속에서도 긍정을 잃지 않는 부모의 아이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안정된 정서를 유지할 수 있다. 조용한 희망에서 알렉스는 싸구려 인공시럽마저 사기 힘든 빈궁함을 감추기 위해 딸과 판타지 시럽 놀이를 한다. 과장된 제스처로 팬케이크에 시럽을 붓는 시늉을 하는 것. 엄마의 노력 덕에 딸은 단맛보다 더 소중한 감각, 즉 생에 대한 안정감과 낙관을 얻는다.
결핍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결핍이 절대 악은 아니다. 결핍은 우리의 등을 떠밀어 비범한 길로 나아가도록 한다. 그래서 가진 게 없이 자란 사람일수록 낯설고 험한 길에 익숙하다. 부잣집 친구가 안전검증마크가 달린 고카트를 타고 놀 때, 고물부품을 얼기설기 엮어서 어설픈 자동차를 만들어본 아이는 훗날 직장에서 프로젝트 예산이 부족하면 차선책을 찾아 성과를 내는 어른이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은 제약에서 살고 자유에서 죽는다'라고 했다. 그도 결핍의 유익함에 대해 알았던게 분명하다.
-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생활비를 버는 것이 우선이지만, 고학력 부모의 자녀들은 장래에 도움이 될 만한 인맥과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 그런 결정이 미래의 향방을 가른다. 방학동안 식당에서 접시를 나르면 계좌에 돈이 쌓이지만 시립극장에서 무급으로 행정인턴을 하면 이력서에 경력 한 줄이 추가된다.
- 무엇을 입는가? 무엇을 말하는가? 어떻게 서 있는가? 언제 가는가? 등 아비투스의 범위는 넓다. 삶의 모든 영역과 닿아 있고, 산더미처럼 많은 행동방식을 아우른다.
"나는 항상 두려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로맨스 소설 '나폴리 4부작' 속 주인공은 계층도약을 위해 분투하는 인물이다. "말을 잘못할까 봐, 너무 과장된 톤으로 말할까 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을까 봐, 옹졸한 기분을 들킬까 봐, 흥미로운 생각을 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살 것이다."
- 두려움에서 벗어날 길이 있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당신의 에너지를 효과적인 행동변화 몇 개에 집중한다면 입문자의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일종의 캡슐 아비투스 전략으로, 여러 상황에 두루 어울리는 몇가지 옷으로 간소하게 구성된 캡슐 옷장처럼 좋은 품질과 다양한 적용범위를 갖춘 캡슐 아비투스를 습득하는 것이다. 캡슐에 들어갈 아비투스는 외모, 예절, 언어, 교양에 관한 것으로 한정한다. 그 내용은 상위계층에선 당연하게 받아들이되 하위계층에서도 터무니없다고 여겨지진 않는 선이다. 일단 캡슐아비투스가 제2의 본성처럼 당신에게 장착되고 나면 더 세련되게 고칠지, 고친다면 어떻게 고칠지는 당신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다.
- 도약으로 새로운 아비투스를 익힌 사람은 두 개의 아비투스를 동시에 갖고 있음. 하지만 이중언어 능력이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것과 달리 이중 아비투스는 선망의 대상이 아님. 심지어 사회학자들은 서로 다른 사회계층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적절하게 처신하는 능력을 마치 결함인양 취급한다. 브르디외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아비투스를 경험한 것을 두고 쪼개진 아비투스라 부른다. 태생적 나와 현재의 나 사이를 오락가락하다보니 여기에도 저기에도 안맞는 어중간한 아비투스가 생겼다는 의미로 들린다.
하지만 이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이중 아비투스가 우리의 내면을 쪼갠다고 생각하는 대신, 사회적으로 두가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우리가 여러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다면 여러 사회계층 사이를 오갈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의 태생적 아비투스와 성취된 아비투스는 양립불가능한 배타적 속성이라기보다는 한 인격이 지닌 두가지 스타일로 풀이될 수 있을 것임.
- 성공에 도움이 되는 성격적 요소가 풍부하게 갖춰진 사람은 때가 되면 날개를 단 듯 높이 날아간다. 맵시 있게 정장을 입는 법이나 랍스터를 우아하게 먹는 방법을 아는 것은 심리적 장비를 갖추는 일만큼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런 고전적 에티켓은 빠르게 의미를 잃어가는 중이다.
문화적, 사회적 자산과 마찬가지로 심리적 자산도 불균등하게 분배됨. 고급 주택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하고 성공을 확신하며 자람. 반면 빈민촌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아예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평범한 서민 아파트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그런 기분을 만끽할 기회는 드물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부잣집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심리적 자산을 물려받는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부모일수록 세계관에서 강압과 불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 살림살이가 팍팍한 사람들은 합리적 계산에 따라 자녀를 키운다. 상위계층에서는 자원과 선택지가 넘쳐나고 가끔은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넘쳐나는 데 반해, 하위계층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일상의 반경을 넘어서거나 일회성에 그치는 기회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 우리가 오른 것이 산이든, 계층의 사다리든 간에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전망에 취해 버리면 다음 발을 헛디디기 쉽다. 그간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면 기분이 잠시 혼미해질 수는 있다. 팔다리에 여전히 오르막을 오르던 느낌이 남아 있으면 더욱 그렇다. 그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높이를 이해할 시간이다.
첫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는 잠자코 기다려야 한다. 침착하게, 중요한 결정은 유보하고, 거만하게 굴지 말고, 섣부른 약속도 하지 말라. 외즐렘 튀레치와 우구어 자힌처럼 말이다. 그들은 공들여 개발한 코로나 백신의 효과가 검증되었다는 통보를 받자마자 제일 먼저 "차를 한잔 마셨다" 기쁘지 않아서 그랬을까? 그렇지 않다. 크고 예상치 못한 성공이 찾아왔을 때 현실적이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사람일수록 엇나가거나 치우칠 우려가 적다. 축배를 들고 인증샷을 찍고 파티를 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괜찮다.
- 킨츠키는 갈라지고 깨진 부분을 가리는 대신 은이나 금 혹은 백금가루로 메워 오히려 깨진 곳을 강조함. 오랜 시간을 들여 수선과정을 거치면 깨진 도자기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작품이 되고 그 가치는 천정부지로 뛰어 오른다.
망가진 그릇은 깨진 곳을 메꾼 금색 모자이크 덕분에 순수와 회복을 이야기하는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다.
킨츠키를 삶에 대한 은유로 이해할 때 우리는 불완전한 환경을 새롭게 받아들일 기회를 얻는다. 삶의 균열을 받아들이고 부서진 조각을 그러모아서 예술적으로 조합할 기회 말이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균열된 아비투스아 상처 입은 자존감, 이력서에 뻥 뚫린 구멍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획득한다. 균열은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말해준다. 그런 경험 속에서 우리 현재 모습이 만들어졌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선한 것을 만들어낼 능력이 생겼다. 그러니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시간이다.
- 리더가 되는 비결
자기주장과 매력의 요소를 적절히 활용해야 함
- 자기주장신호
그 사람이 자신감과 자기신뢰, 영향력이 강하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거만하고 지배욕이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함. 등을 뒤로 젖힌 상태, 상대와 멀찌감치 거리두기, 굳은 표정, 말할 때 상대를 주시하기, 말 끊기, 급작스런 화제변경, 무신경함, 말을 오래 함, 부연설명을 적게 함, 명료한 발음, 큰 말소리, 나로 시작하는 화법 등이 전형적 특징. 양해를 구하지 않고 덥석 자리에 앉거나, 누군가의 어깨를 치거나, 흥미로운 업무를 자기가 차지하는 행동은 순수한 형태의 자기주장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면 된다.
- 매력신호
그 사람이 인간적이고 친근하며 비슷한 눈높이에 있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불안하고 우유부단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어깨를 앞으로 숙인 상태, 상대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다정한 표정, 들을 때 상대를 주시하기, 상대가 충분히 말하길 기다리기, 조심스러운 화제변경, 섬세함, 말을 짧게 함, 부연설명을 많이 함, 끝을 흐리는 발음, 작은 말소리, 우리로 시작하는 화법 등이 전형적 특징. 팀워크를 강조하거나, 다른 사람을 얼싸안거나, 자조적 표현을 하는 행동은 날것 그대로의 매력신호를 보내는 것임.
대부분 사람이 이 두가지 표지를 동시에 사용함. 둘 중 무엇을 얼마나 더 많이 쓰는지 그 비율에 따라 스타일은 자기주장형, 약한 자기주장형, 혼합형, 약한 매력형, 매력형으로 나뉨.
어쩌면 당신은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사람이 리더에 가깝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리더들은 스펙트럼의 중간지점에서 자기주장 신호와 매력신호를 비슷한 비율로 발산한다. 그들은 각 상황에서 의도와 상대에 맞춰 자연스레 신호를 바꿔 적용한다. 자기가 어떤 리더로 인식되고 싶은지, 존경받는 행동가인지 성찰하는 사상가인지는 상관없다. 매력과 자기주장을 능숙하게 저글링할 줄 아는 사람은 말로 전문성을 드러내지 않으며 은근히 암시한다.
피터슨과 동료들은 연구 결론에서 "위대한 리더십 스타일은 그 사람을 실제보다 더 유능해 보이도록 만든다"라고 했다. 반면 "나쁜 리더십 스타일은 검증된 전문가조차도 무능해 보이도록 만든다."
그래서 피터슨과 연구진은 매력신호와 자기주장 신호를 적절하게, 특히 상대와의 지위차이를 고려해 구사하라고 권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분위기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상대로부터 어떤 지위신호를 읽었는가? 그러면 그 결과값에 맞춰 당신의 태도를 낮추거나 높여야 한다. 기고만장한 대화상대 앞에서는 평소 당신의 스타일보다 두 배 더 많은 자기주장 신호를 보내고,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상태를 만나면 평소보다 자기주장을 한 단계 낮추는 게 좋다. 당신이 상대에게 얻고자 하는 것이 존경인지 공감인지에 따라서도 자기주장 신호와 매력신호를 더하거나 줄이는 식으로 미묘하게 톤을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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