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란스러운 시기에 자연의 존재가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무 엇일까? 답은 단순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가치를 되 찾게 해주고, 우리를 자신의 에너지로 채워주고, 걱정과 내적 갈등을 잠시 중단시켜 준다. 자연은 감동을 주어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행복감을 높여준다. 그렇다. 우리가 자연과 접촉할 때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했을 때 숨이 멈출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자연의 아름다움은 경탄을 자아내고 감동을 준다. 일몰, 별 이 촘촘히 박힌 하늘, 푸른 계곡을 보고 있으면 경이로움으로 할 말을 잃는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여타 상 황과 달리 자연이라는 기쁨의 원천은 결코 마르지 않는다.
- 1946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 이 없는 상태가 아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정된 상태" 를 말한다. WHO에서 정의한 건강을 제대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연이다. 앞으로 이 책을 통해 살펴보겠지만 잠시나마 자연에 접촉함으로써 인간은 신체 기능의 재활성화 와 같은 신체적 혜택, 창의성과 집중력 향상과 같은 인지적 혜 택, 정신적 고통과 불안에서 해방되고 기쁨이 증진되거나 우울 증이 경감되는 심리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것은 2019년 전 세계 스물여섯 명의 과학자가 공동으로 집필하여 <사이언스>에 게재했던 논문에서 내린 결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연에 대한 접근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과학자들의 선언문이 담긴 논문이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자연을 직접 경험할 때 이로움이 가장 커 진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말 그대로 자연과 물리적으로 접촉 할 때 효과는 증폭되었다.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가장 좋은 방 법은 몸소 자연 속에 푹 빠지는 것이다. 삼림욕하기, 바다와 마 주하기, 물 위에 떠 있기, 아침에 솟아오르는 태양의 햇빛 바라 보기 등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경험이다.
- 피톤치드는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요리 재료에도 함유되 어 있다. 예를 들어 마늘에 들어 있는 강력한 피톤치드인 알리 신은 강한 냄새와 박테리아 억제 효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일 반적으로 피톤치드가 풍기는 냄새는 약한 항생제 역할을 한다 고 볼 수 있다. 숲속 산책을 일종의 천연 항생제 치료라고 말하 는 것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이러한 냄새는 항생제 역할뿐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기억에 더욱 근원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의 후각 중추가 해부학적 으로 감정이나 정서를 관장하는 편도체에 가까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후각신경을 통해 자극을 받는 후각신경구가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어 향기와 감정, 기억 사이에 강력하면서 때론 엉뚱하기도 한 상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좋은 냄새를 맡으면 뇌에서는 평온함을 느끼는 행복 회로가 활성화된다. 예를 들어 소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같은 특정 나무들에서 내뿜는 향기가 인간의 행복에 강력한 영 향을 미치고 심리적,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의 고통까 지 완화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후각과 감정 사이의 신경 학적 상관관계는 일반적으로 피톤치드로 인한 자극에서 발생 하는데, 이것은 필시 피톤치드라는 분자들이 우리의 아주 먼 조상이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탐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 일 것이다
- 염증은 상해를 입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신체가 보이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면역계는 감염, 알레르기, 외상성 상해 등 외부 공격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내부 공격의 자극을 받으면 염증반응을 통해 최전방 부대를 파견한다. 침입자에 맞서 싸우기 위해 백혈구를 병사로 내보내는데 그중에서도 대식세 포라 불리는 특정 부류의 백혈구가 혈관을 통해 감염된 부위로 보내진다. 두 진영이 벌이는 전투에서 발생하는 첫 번째 증상 은 잘 알려져 있다. 다소 강력한 통증과 함께 홍조가 생기고 열 감이 느껴진다.
이때 중요한 건 면역계가 반격하는 강도가 적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침입자를 제거하기에 충분하면서도 다른 조직을 보호 해야 하기 때문에 과도해서는 안 된다. 또한 표적을 정확하게 조준해야 한다. 즉 체내에 들어온 이물을 표적으로 여기고 조직 내 고유의 분자는 고스란히 두어야 한다.
- 바로 이 지점에서 코르티솔의 이중 역할을 살펴볼 수 있다. 신장 위에 위치한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이 복합물은 보통 소염 제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류머티즘 환자나 자가면역질환 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또한 장 기를 이식한 환자에게 거부반응을 줄이고 이식된 장기를 보호 하기 위해 코르티솔을 약(코르티손, 그리고 코르티손과 유사한 화합 물인 코르티코이드의 형태)으로 처방한다. 이렇듯 코르티솔은 공 격 요인에 대항하여 조직의 면역반응을 활성화한다.
하지만 미국 피츠버그의 연구원들에 따르면 공격이 만성적 일 경우, 부신은 코르티솔을 과도하게 분비하고 결과적으로 코르티솔의 소염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12 코르티솔의 소염 효과가 떨어지면서 감염 발생은 심해지다가 아예 염증이 장기적으 로 자리를 잡는다. 이러한 과정으로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 면역계의 기능이 떨어진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은 또 다른 역할에 착수한다. 이번에는 혈액에 염증반응을 촉진시키는 인터류킨-1, 인터류 킨-6 등의 단백질을 분비한다. 이들은 사이토카인cytokine (그리 스어로 '사이토 cyto'는 세포를, 카인의 기원인 '키노스kinos'는 움직임을 가리킨다)이라는 작은 단백질 종류 중 하나이며, 보통 병원에 의해 활성화된 백혈구에서 분비된다. 분비된 사이토카인은 역 으로, 침입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혈관에서 감염 부위로 새로운 백혈구의 확산을 증가시킨다.
- 일반적으로 모든 사이토카인과 그것의 생성은 면역계에 의해 섬세하게 조절된다. 하지만 심리적 스트레스 상태에서  사이토카인이 과다 생성되고, 이에 따라 더 많은 백혈구가 활성화된다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염증 촉진 사이토카인이 생성되 는 악순환이 생성된다. 면역계가 폭주하면서 면역반응이 인체 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 정신적 반추는 반복되는 생각을 되씹는 경향을 가리키는데, 이때 반복되는 생각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생각이다. 공상과 신적 방황이 뇌가 가지는 기능의 일부인 건 사실이지만, 이 단 계에서 우리의 뇌는 같은 생각의 주위를 계속해서 맴도는 좋지 않은 습관이 있다. 특히 불쾌한 사건에 대한 기억, 친구와의 다 툼, 직업 혹은 가족과 관련된 고민, 건강 문제 등 우리를 슬프 거나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을 되풀이하여 생각한다. 심각할 경 우 이러한 집착이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끔찍한 상황에 이 르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범불안장애'라고 명명한 이러한 반추는 특히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의 발현으로 널리 알려 져 있다.
자연은 이러한 정신적 반추를 줄여주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 냄새는 어떻게 그토록 생생한 장면 속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 것일까? 중계 구조에 의해 우회하여 뇌에 도달하는 시각, 청 각과 달리 후각은 뇌로 곧장 전달되기 때문이다. 비강은 공 기에 직접 노출되는 작은 신경 조직으로 뒤덮여 있다. 점액으 로 뒤덮인 콧속 윗부분 세포층을 지칭하는 후각상피는 우리 몸 에서 온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신경조직 중 하나인데, 400여 개 의 후각 수용기에서 생성된 정보를 전달하는 100만여 개의 뉴 런 돌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뉴런들은 과학 용어로 체판cribriform plate 이라고도 부르는 다공질의 사골판을 지나 후각 자극의 해석과 식별을 담당하는 첫 번째 뇌 중계소인 후구에 합류한다.
무척 복잡한 작업이지만 인간의 뇌는 이 과정을 효율적으 로 잘 처리한다. 통계 추정을 토대로 한 최근 연구에서는 인간 이 최소 1조 가지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 다. 어찌 보면 코는 눈이나 귀보다 훨씬 더 민감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후구 자체도 뇌의 다른 영역들과 상호작용하는 능 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 할을 하는 뇌의 일부분을 거의 즉각적으로 활성화시킨다. 이 구조가 바로 바닷물고기 해마처럼 말려 있는 특이한 형태를 띤 해마라는 곳이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해마는 기억을 저장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마는 뇌의 다른 영역으로 향하는 일종의 교차로라고 할 수 있다. 해마는 특정 기억에 관여하는 뇌의 또 다른 영역, 그중에서도 처음 경험했던 기억을 간직하는 영 역을 재활성화한다.
- 이 특성은 동물에게서도 발견되는데 특히 쥐에게서 두드러 진다.' 연구원들은 이동하는 방법을 배우는 쥐를 관찰하면서 학습 당시 활성화되었던 뉴런이 다음 번 실험에서도 이동할 때 같은 순서로 재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일한 순서로 재활성화되는 현상은 후각이 다른 어떤 감각보다도 우리를 과 거의 어떤 순간, 어떤 장소 혹은 어떤 감정으로 곧장 데리고 갈 수 있는 이유가 된다.

- 오늘날까지도 바다가 주는 치유의 효험은 미량원소, 미생물, 해초, 바닷물의 염분과 같은 바다를 이루는 요소들의 약리학적 특성 덕분에 널리 알려졌다. 현재 40여 개의 해양 혼합물이 진 통제, 항생제, 항암 효과가 있는 분자 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의 대상이 되었다. 10여 개의 분자는 이미 상용 의약품으로 개발 되기도 했다.
최근 연구에서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바다가 인간의 정신에 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웰링턴시의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통계적으로 심리적인 질환을 덜 겪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2 앞서 2장에서 살펴보았듯 숲의 초록을 보는 것도 심리적 만족감을 향상시키지만, 어쩌면 파란색을 보는 것이 초록색을 보는 것보 다 정신 건강에 더 큰 효험을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 고요하고 텅 빈 공간에서 몸이 부유할 때 뇌는 생리학적 활동을 최소화하여 휴식을 취하는 에너지 절약 모드로 돌입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뇌는 강렬한 무 의식적 활동이 활개를 치는 공간이 된다. 이 사실은 2001년 미 국 워싱턴대학교 신경학과 교수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이 발견했다. 라이클은 존 릴리가 발명한 감각 차단 탱크를 활용 하지 않고, 피험자들을 기능적자기공명영상장치 fMRI로 촬영 하여 데이터를 기록했다. 피험자들이 사전에 받은 지시는 딱히 무언가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유일했다.
기록을 분석하던 라이클은 한 가지 눈에 띄는 현상을 발견했 다. 피험자들의 거대한 뇌 활동 파동이 뇌의 넓은 영역망을 관통하는 것이었다. 이 파동은 10초에 한 번씩 잇따라 일어나고 대개 같은 영역에서 생성되었다. 해당 영역은 뇌의 앞쪽에 있는 전두엽과 뇌의 양쪽 옆면 부분이었다. 몸이 휴식 상태에 들
어가면 두 영역이 일제히 깜빡거리는데,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동시에 깜빡거리는 것을 보면 서로 연결된 하나의 조직망에 속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영역을 잇는 연결망은 우리의 주 의가 외부 자극으로 향하지 않을 때에만 작동하기 시작한다. 라이클은 뇌 안에 있는 이 고속도로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Network, 내정상태회로'라고 명명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발견이 감각을 차단했을 때 일어나 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묘하게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자아감과 연계성이 높기 때문이다.
- 인간은 평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부여받은 독립된 개인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처럼 보인다. 그러니 자아감이 자연스럽고 간단한 문제로 느껴지는 것이 당 연하다. 하지만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구별은 뇌 안에서 수 많은 특수 조직망이 개입하는 복잡한 과정의 결과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자의식이란 무 엇인지 명쾌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fMRI를 통해 뇌에서 일어 나는 자의식의 원리는 자세히 밝혀졌다. 특히 최근에는 fMRI 가 시공간에서 자신을 하나의 개인으로 인식하는 인간의 능력 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두 개의 조직망 일체를 방대한 디폴 트 모드 네트워크 안에서 발견했다.
- 먼저 후측대상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이라고 부르는 부분과 이곳에 밀접하게 결합된 쐐기앞소엽precuneus을 포함한 디폴 트 모드 네트워크의 배측 부분의 활동은 물리적, 사회적 세 상과 분리된 개인을 인식하는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이 영역 덕분에 우리는 자신을 타인과 다르다고 느낀다.
한편 내측측두피질medial temporal lobe의 활동은 '나는 과거에 무엇이었다', '현재 무엇이다', '미래에 무엇일 것이다'처럼 일 련의 시간 속에서 인식하는 자아감과 상관관계가 있다. 이러한 시간적 일련성은 우리가 겪은 경험을 하나의 일관된 집합체로 묶는다.
- 따라서 이 두 영역의 조직망은 인간의 정체성 형성의 근간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 두 조직망을 가리켜 '자아 네트워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 새벽에 기쁨이 소생하는 놀라운 경험은 우연이 아니라 지극 히 생물학적인 현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양의 빛이 뇌에 미친 화학적 영향의 결과다. 어떤 면에서 두 눈은 단지 보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눈이 또 다른 측면의 뇌 기 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2002년 벨기에 리에주시립대학교 생물학 자질 반드발Gilles Vandewalle이 발견했다. 반드발은 망막의 광수 용체photoreceptors (망막신경절세포 전체의 3~5퍼센트를 차지하는 세 포기관 또는 화합물을 통칭하며, 그 수는 100만 개에 달한다)가 뇌에 어떠한 이미지도 만들지 않지만 비시각적 기능을 총괄하는 영역의 뇌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 중심의 깊숙한 영역에 숨어 있는 이 세포들은 핀의 머리만큼 아주 작으나 뉴런의 수가 1만 개 정도 되는 영역을 자극한다. '시교차상핵 suprachiasmatic nucleus'이라고 부르는 이 영역은 빛을 쏠 때 호르 몬의 분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시교차상핵의 능력은 굉장히 비상한데, 스물네 시간 리듬에 맞춰 신체의 모든 생리를 조절하는 생물학적 메트로놈이기 때 문이다. 이 상핵을 생체시계circadian clock('circa'는 '대략'을 'dian' 의 라틴어 어원인 'diem'은 '하루'를 가리킨다)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가 고픈 순간부터 화장실에 가는 순간까지, 피곤을 느끼는 것부터 넘치는 에너지를 느끼는 순간까지 생애 반복적인 순간들은 생체시계의 영향을 받는다.
시교차상핵이 인간의 생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부분은 멜라토닌melatonin 이라는 호르몬과 연결되어 있다. 수면 호르몬 으로 알려진 이 분자는 뇌에 저녁이 왔음을 알리면서 우리에게 경계를 늦춰도 된다고 신호를 보낸다. 반대로 햇살이 교차상 핵을 활성화시키면, 이 영역은 솔방울샘을 억제하여 멜라토닌 생성을 낮추고 각성 수위를 높인다.
생물학적 메트로놈이라고 할 수 있는 시교차상핵은 신체에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 수 있다. 

- 2002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교수 데이비드 버슨David Berson 이 파란색의 효능을 널리 알렸다. 망막 조직에는 감광 색소 인 멜라놉신이 있는데 이 색소의 작용스펙트럼action spectrum 이 460~500나노미터로 푸른빛의 파장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 실을 밝힌 것이다. 또한 연구원들은 파란색이 활성화하는 뇌 회로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교차상핵에 곧장 투영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놀라운 결과 덕분에 아침 햇살의 효과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멜라놉신을 활성화하는 파 란색은 하늘의 색깔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동쪽 하늘이 훤히 밝아올 때 인간은 자연스레 기상하게 된다.
- 더 좋은 소식은 푸른빛이 단지 인간을 잠에서 깨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원들은 파란색이 뇌의 일부 기능을 자극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앞서 질 반드발 교수는 뇌가 푸 른빛에 노출되면 집중력, 특정 행동과 기억의 억제(작업기억이 라고 부르며, 단기적 혹은 장기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저장하고 인출하는 데에 쓰인다) 등의 집행 통제executive control가 필요한 인 지 과제를 수행하는 역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2
파란색이 주는 이 효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기저 원리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질 반드발은 오늘날 연구 중에 있는 하나의 가설을 제안했다. 파란색이 뉴런의 상호작용을 책임지 는 분자인 신경전달물질 중에서도 특히 경계와 집중력에 핵심적인 노르아드레날린을 촉진한다는 가설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일출이 인간의 각성 과 인지를 촉진한다는 점과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태양 광선 의 색은 파란색이라는 결론이다. 망막이 다칠 수 있으니 태양 을 몇 초 이상 똑바로 쳐다보진 말자. 빛의 강도가 약한 동틀 무 렵에 천체가 주는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잠시간이라도 쐰 햇빛이 뇌에 미치는 강력한 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유아기는 시냅스의 움직임이 특히 활발한 시기다. 태아는 뇌 에 1천억 개의 뉴런을 갖고 태어나며 이 뉴런을 평생 동안 유지 한다. 그리고 각각의 뉴런에는 1만 5천 개의 시냅스가 연결된 다. 생애 초기 중에서도 태어난 첫해에는 시냅스 사이에 수많 은 연결이 예측 불가능하게, 불필요하게 다량 형성된다. 그러 다 점차 동시에 활성화되는 뉴런의 연결만 유지되고 나머지 연 접은 제거된다. 영어의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잃는다'는 표 현이 뉴런의 특성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 동시 활성화되어 연결된 뉴런만 남게 되는 이 현상을 '시냅스 가지치기'라고 부른다.
시냅스 가지치기는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발생하지만 2세를 전후한 유아기와 사춘기에 한 번씩 강도 높게 일어난다. 시냅스 제거가 신경망의 효율을 높이고, 덩달아 뇌의 능률은 올라가기 때문에 이 시기의 성장은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숫자는 줄 어들지만 가지치기로 훌륭한 시냅스만 남게 되는 것이다.
시냅스 가지치기를 덤불 가지치기에 비유할 수 있겠다. 어린이의 뇌는 가지가 사방팔방으로 자라는 소관목 덤불과 같다.
소관목 전체가 잘 자라려면 불필요하거나 능률이 떨어지는 가 지를 잘라내어 다듬어야 한다. 가지치기를 해주면 새로운 가지 가 형성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인지능력의 향상은 뉴런의 수 가 아닌 정보의 원활한 순환을 책임지는 안정적인 회로의 생성 에 달려 있다.
하지만 뇌의 여러 영역들은 동시에 성숙하지 않는다. 유아 초기에는 운동 및 감각 영역에서 시냅스 가지치기가 일어나고, 후기에는 추론하고 계획하는 역량과 연결된 전두엽과 같이 복잡한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영역에서 가지치기가 일어난다. 그리고 차차 걷기, 의사소통하기, 읽기, 자기인식, 타인과의 상호 작용이 가능하도록 각각의 기능에 해당하는 특수 신경망이 자 리를 잡는다. 여기에서 환경적 자극 요소인 교육이 시냅스 가 지치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교육이 없으면 인간의 시냅스 연결이 과도한 상태로 유지되고 역설적으로 뇌는 덜 복합적이 고 덜 다채로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 프랙털 형태는 1975년 프랑스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Benoit Mandelbrot가 처음으로 명명했다. 그리고 이 프랙털은 눈의 결정구조, 식물의 성장, 폐의 폐포, 뉴런 사이의 수상돌기 등 자연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프랙털 기하학이 자연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수목형 프랙털 형태가 생명체 사이에서 최적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는 의 견이다. 프랙털 형태를 갖는 뉴런의 경우 외부와의 접촉 면적이 최대한으로 늘어나면서 다른 뉴런과의 교류가 극대화된다.
나무나 덤불이 수없이 가지를 친 형태와 비슷한 뉴런의 구조가 인간의 뇌 안에서 정보 순환을 유리하게 만든다. 비로소 식물과 뇌의 아름다운 우연의 일치가 더욱 명징하게 이해된다.

- 현대의 안락한 생활 방식 덕분에 우리는 계절에 상관없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산업화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일 수록 계절에 덜 민감하다. 하지만 인간 역시 지속적으로 반복 되는 계절의 주기에 영향을 받고 난 뒤 독특한 특성을 갖추게 되었다.
질병과 싸우는 인간의 능력이 이 특성에 해당한다. 계절에 따라 각 질병의 발병률이 달라지고, 그중에서도 겨울에 절정에 달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12월에서 4월 사이에 유행성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이 가장 많이 발병하기도 했지만 심근경색, 뇌졸중, 제1형 당뇨병과 류머티즘성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도 마찬가지였다.
- 계절에 따른 질병의 민감성은 인간의 면역 시스템이 계절에 따라 동요함을 암시한다. 이는 실제로 서로 다른 지리적 환경 에 위치한 여섯 개 나라의 1만 6천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 구에서 확인되었다. 연구원들은 1년 동안 서로 다른 시기에 피 험자들의 혈액을 채취하여 2만 2,822개 유전자 발현을 분석했 다. 분석을 거친 전체 유전자 중 25퍼센트를 차지하는 5,136개 가 계절성을 보였으며, 이 중에는 면역반응과 염증반응에 개입 하는 유전자도 있었다. 계절성 유전자는 당연히 남반구과 북 반구에서 정반대의 시간을 보였다. 이 발견은 인간의 면역 시 스템이 왜 겨울에 몇몇 질병과 더욱 활발하게 맞서 싸우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앞서 5장에서 햇빛의 밝기가 인간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는 조도에 민감하여 빛이 감소 하는 계절이면 우울증에 노출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계절 성정동장애는 첫 글자를 따 SAD 장애라고도 불리며 일반적으 로 일조시간이 줄어드는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더욱 놀라운 건 인지 기능 역시 계절의 리듬에 따라 달라진 다는 점이다. 리에주시립대학교의 연구진은 1년 동안 여러 차 례에 걸쳐 청년들의 인지 기능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집중력과 작업기억처럼 정보를 단기적으로 기억하는 과정이 필요한 인지 기능을 주로 분석했는데, 그 결과 집중력 은 6월 중순쯤 하지에 최고치에 달하고 12월 중순쯤인 동지에 최저치로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기억력은 9월 중 순쯤인 추분에 정점에 이르고 3월 중순쯤인 추분에 가까워지면 서 최소치로 떨어졌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1년 단위의 모래시 계가 인지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인간의 복부에는 어떤 신비롭고 귀한 보물이 숨어 있을까?
배 속에도 뇌처럼 뉴런이 있다. 인간의 배는 소화 시스템을 돌 볼 뿐만 아니라 뇌와 정보를 교환하는 약 2억 개의 뉴런이 활발 하게 활동하는 장소다. 그 뉴런들이 바로 소화관을 따라 감겨 있는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다. 길이가 긴 장신경계는 식 도에서 출발해서 항문까지 내려가며 10~12미터까지 늘어나 약 400제곱미터의 장의 표면을 덮는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장신경계의 기원은 오래되었다. 뇌가 생기기 한참 전에 나타난 최초의 형태의 신경계라고 볼 수 있는데, 뇌가 없는 수중 원시 생물인 히드라에서도 장신경 계가 발견된다. 히드라의 작은 소화관에 들어 있는 물과 영양 소는 내부 세포 돌기의 박동으로 순환한다.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배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배 속의 신경세포는 머리의 뇌와 기원이 같지만 태아 발달 시기에 분리 되어 배 쪽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장신경계를 형성한다. 이렇 듯 뇌와 장신경계는 같은 유형의 뉴런을 공유한다.
끝이 아니다. 장신경계는 다른 중추신경으로부터 독립적으 로 작동할 수 있다. 먼저 장신경계는 '꿈틀운동peristalsis'이라는 복잡한 수축 작용을 통괄한다. 연동운동이라고도 부르는 이 작 용은 소화기관에서 음식과 소화액의 장내 이동을 가능하게 만 드는 근육의 움직임이다.
또한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역할을 넘어서 두뇌와 상호작용을 할 수도 있다. 인생에서 한 번이라도 중대한 시험을 치러본 사람이라면 스트레스가 소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느낀 적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배 속에 있는 제2의 뇌는 역으로 인간의 감정과 정신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배와 뇌는 그 먼 거리를 두고서 어떻게 소통하는 것일까? 배와 내장에서 나온 정보는 주로 미주신경vagus nerve 이라는 중추신경에 전달된다. 이 신경이 방랑한다는 뜻의 '미 주wandering'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인체에서 가장 길고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미주신경은 머리에서 시작해서 목을 지나 폐에 머물렀다가 심장을 지나 복부까지 내려온 다음, 복부의 소화기관에 분포한다. 인체 주요 기관을 탐방하는 미주신경을 통해 장은 음식물을 섭취할 시기나 배불리 먹었다는 신호를 뇌 에 보내면서 소통한다.
맛있는 요리를 먹을 때 인간이 기쁨을 느끼는 이유도 미주 신경 덕분이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미주신경을 통해 그 정보가 외줄기로 전달되면서 행복과 포만감을 생성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시상하부에 이르게 된다. 이와 반대로 스트레스를 느끼
면 장신경계는 예민해진다. 불안할 때 위가 꼬인 느낌이나 울 렁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언젠가 한 번쯤 겪어 보았음직한 불쾌한 감정이 일어난다. 만약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미주신경은 만성적인 장질환이나 소화기관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머리 안의 뇌와 배 속의 뇌는 혈액을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 로 소통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장신경계가 혈액의 순환을 통 해 뇌에 결정적인 신경전달물질을 흘려보내는 화학 공장과 같 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특히 장신경계는 인체 내에서 세로토 닌의 95퍼센트를 분비한다.
- 소화 점막은 수많은 외부 분자, 미세한 진균, 100여 개의 서로 다른 종의 약 100조개의 바이러스와 접촉한다.' 잘 알고 있는 박테리아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미생물 생태계 일체 를 '장내 미생물군집', 혹은 줄여서 '장내 미생물'이라고 부른 다. 장내 미생물은 인체를 거처지로 선택한 박테리아 동물원의 형세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작은 생물이 군집을 이뤄 만든 무게는 두뇌보다 조금 더 무거운 2킬로그램 정도다.

-  2019년 출간했던 책 《뇌와 침묵Cerveau et silence>'에서 자세히 설명했듯, 침묵을 추구한다는 행위는 우리 안에 살아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그 무엇에 가닿을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젖힌다. 프랑스 브르타뉴 출신의 시인 외젠 기유빅Eugène Guillevic의 문장들은 이러한 내면 탐색을 기막히게 묘사한다. "침묵은 인간을 자신에게 데려다주고, 마음을 가볍게 만드 는 유일한 '소리'다.”
산은 인간이 자신을 탐색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마련해 준다. 산을 두루 돌아다녀 보면 산이 당신에게 주는 혜택은 더 욱 커진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침묵Du Silence》를 저술한 프랑스 작가 다비드 르브르통David Le Breton이 《걷기 예 찬》을 쓴 것도 우연이 아니다. 침묵과 산책은 함께 있을수록 역량을 발휘하니 말이다. 잠자코 걸으면서 태산과 같은 침묵에 귀 기울여보라.
- 비극적인 사실은 우주에 비해 인간은 티끌 같은 존재일 뿐만 아니라, 우주는 이상하리만치 인간의 존재에 무관심하다는 점 이다. 아니, 우주는 인간의 존재조차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미 4세기 전부터 인간은 자신을 하나의 우발적 결과물, 즉 우주 에서 길을 잃고 평범한 은하계 변방의 시시한 별에서 방황하는 우주의 노숙자라고 여겼고, 이는 인간의 존재론적 공포로 다가 왔다. 가톨릭 예수회 신부이자 사상가였던 피에르 테이야르 드 샤르댕Pierre Theillard de Chardin이 그 혼란을 적절하게 묘사했다. "내가 이 뛰어난 세상에 현존한다는 것은 결코 일어날 법 하지 않은 일이고, 사실 같지 않은 놀라운 일이다. 바로 이 사실이 내게 아찔함을 느끼게 한다."
- 실제로 탄소, 질소, 인, 산소 등 인간의 분자를 구성하는 원 자의 대부분은 별의 중심에서 일어난 핵융합에 의해 형성되 었다가 별이 죽으면서 우주에 흩어졌다. 인간은 말 그대로 별 의 먼지로 창조되었다. 융합과 폭발을 통해 우주에 생성된 별 의 파편은 뭉쳐져 지구상의 물질이 되었고, 생명체의 기본 구 성 요소를 형성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뇌를 별들의 역 사 집합소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가 있을까? 뇌는 탄생의 기원이 되는 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때로 뇌는 별이 촘촘히 박힌 하늘을 우러러 보면서 우주의 역학과 자신의 유사성에 대한 거울 효과를 체험하는 건 아닐까? 피에르 테이야르 드 샤르댕이 남긴 아름다운 문장 하나가 울림을 준다.
"나 자신보다 더 위대하고, 더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내 안에 품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건 나의 존재 이전부터 존재했고, 나 의 죽음 이후에도 영원히 존재할 무언가다. 내가 살고 있지만 소진되지 않는 무언가다. 누리고 있지만 주인은 될 수 없는 무언가다."

- 자연은 매 순간 당신의 안녕을 돌본다. 다른 목적은 없다. 그러니 자연에 저항하지 말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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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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